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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視角] 운전자 필요한 새 사법체계

[강남視角] 운전자 필요한 새 사법체계
김영권 사회부장

야심 차게 시동을 걸었지만 결국 문을 연 채 출발한 자동차를 향한 불안감이 여전하다. '개문발차'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이 1개월이 지난 지금도 출범 당시 제기됐던 문제를 그대로 노출하며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과거 검찰의 과도한 수사로 인한 폐해를 막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형사사법체계 개편이 이뤄졌지만 1개월 성적표는 낙제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법무부와 공소청 등 핵심조직의 수장이 아직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조직과 인력구조가 언제쯤 완성될지도 불투명하다.

중수청은 정원 2874명 가운데 약 66%만 채운 상태다. 특히 4~8급 핵심 실무인력이 100~200명가량 부족하다는 게 치명적이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KICS) 등 전산망도 제대로 쓸 수 없어 경찰과 공소청에서 사건기록을 종이로 넘겨받고, 영장도 종이 형태로 오가고 있다. 현재 중수청 킥스는 이첩 수신, 접수, 배당 등 필수기능만 가능하고 사건 처리, 형사사법포털 등 나머지 기능은 오는 12월에야 열릴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수사 대부분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경찰에서도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수사 경험이 없는 경찰관들이 수사부서에 대거 합류하면서 투입한 시간에 비해 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형소법 개정 이후 지난달 29일까지 경찰이 공소청으로부터 받은 보완수사 요구는 1만2465건으로, 일평균 445건꼴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더불어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 회의에서는 경찰대학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신설하는 방안까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고생 살해' 장윤기 사건, 제주 실종 허위종결 사건 등으로 경찰의 부실수사와 허술한 감독체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지면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그만큼 경찰 수사역량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방증이다.

중대범죄 척결을 기치로 출범한 중수청의 1개월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지난달 30일 기준 중수청의 송치 건수는 3건, 피의자 구속은 5건에 그쳤다. 특히 이들 사건은 모두 마약 사건으로, 부패·경제 등 대형 사건은 아직 한 건도 없다.

문제는 이같이 설익은 제도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피해를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피해자는 증거를 공판 검사에게 내지 못하고 경찰 등 수사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이 때문에 피해자는 경찰과 공소청 사이를 오가고, 변호인은 의견서를 양쪽에 따로 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개정 형소법은 검사가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고소인과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의 의견을 듣거나 의견서 등 자료를 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과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대신해 사건 검토용 자료 접수만 허용하고, 그 밖의 활용은 엄격히 제한한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위증이나 수사 단계에서 놓친 공범이 드러나도 공소청 검사는 직접 수사할 수 없고 별도 수사기관에 요청해야 한다. 결국 사건 처리 지연과 재판 장기화에 따른 비용 부담 등은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제도 안착을 위한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법무부 장관은 2개월 넘게 공석이고, 공소청 수장도 비어 있으며, 경찰청은 세 번째 경찰청장 직무대행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지휘 공백 속에서 제도가 급변하다 보니 조직 간 시너지보다 불협화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개문발차 1개월을 겪으며 운전자 없이 문을 연 채 달리는 차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충분히 알게 됐다. 이제는 차 문을 단단히 닫고 승객을 안전하게 이끌 노련한 운전자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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