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육아 커뮤니티에서 '두상 교정 헬멧'은 단골 화제다. 아기 뒤통수가 유난히 납작하거나 머리 모양이 비대칭이면 부모들은 정보를 찾아보고 헬멧 치료를 고민한다. 그러나 두상 변형 가운데는 헬멧으로 교정할 수 없는 선천성 질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영유아 두상 변형은 비교적 흔하며, 대부분은 한쪽으로만 누워 있는 자세 등으로 생기는 자세성 사두증이다. 하지만 머리뼈 사이 봉합선이 정상보다 일찍 붙는 '두개골조기유합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질환은 머리 모양뿐 아니라 두개골과 뇌의 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헬멧이 아닌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정확한 감별 진단이 중요하다.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외과 김상대 교수는 "머리가 앞뒤로 길고 좁아지거나 이마가 한쪽으로 비대칭을 이루고 뒤통수 또는 머리 전체의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일부에서는 안면 비대칭이나 두개내압 상승, 시력 저하, 발달 지연 등이 동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찍 닫힌 봉합선… 헬멧으론 못 고쳐 감별 진단이 먼저
신생아의 두개골은 하나의 단단한 뼈가 아니라 여러 개의 뼈로 이뤄져 있다. 뼈와 뼈 사이에는 봉합선이라는 연결 부위가 있어 뇌가 자라는 만큼 두개골도 자연스럽게 커질 수 있다.
두개골조기유합증은 이 봉합선 가운데 하나 이상이 비정상적으로 일찍 닫히면서 생긴다. 봉합선이 닫힌 방향으로는 두개골이 자라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성장이 가능한 다른 방향으로 머리가 커지면서 특징적인 두상 변형이 나타난다.
자세성 사두증은 아기가 자라고 자세가 바뀌면서 나아지기도 하며, 필요하면 물리치료나 두상 교정 헬멧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두개골조기유합증은 봉합선이 이미 붙어버린 구조적 문제여서 헬멧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문제는 부모가 두상 변형을 발견하고도 단순한 자세성 사두증으로 오인해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기의 머리 모양이 유난히 비대칭이거나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변형이 뚜렷해진다면 전문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고려대 안산병원 성형외과 유희진 교수는 "두개골조기유합증은 이마와 뒤통수의 형태, 귀의 위치, 얼굴의 비대칭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며 의심되는 경우 영상검사를 통해 봉합선의 유합 여부와 두개골 변형 정도를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맞는 수술 선택… 수술 뒤에도 발달 꾸준히 살펴야
두개골조기유합증은 대부분 수술로 치료한다. 대표적인 방법은 내시경으로 유합된 봉합선을 잘라내는 내시경수술과 두개골을 직접 재배치해 형태를 바로잡는 두개골성형술이다.
내시경수술은 절개 범위가 작아 출혈과 회복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주로 생후 초기의 어린 영아에게 적용되며, 수술 뒤 일정 기간 헬멧 치료가 필요하다. 반면 발견 시기가 늦거나 변형이 심한 경우, 또는 유합된 봉합선의 유형에 따라서는 두개골성형술이 더 적합할 수 있다. 결국 수술 방법은 유합된 봉합선의 위치와 개수, 변형 정도, 아기의 월령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결정해야 한다.
김 교수는 "두개골성형술은 뇌가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변형된 두개골의 형태를 바로잡는 치료"라며 "뇌와 주변 조직의 안전성을 살피는 신경외과와 두개골의 구조적 변형을 교정하는 성형외과의 전문성이 함께 요구되는 만큼 두 진료과의 긴밀한 협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술 뒤에도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영유아의 두개골은 자라면서 형태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경과를 관찰해 두상 변형이나 두개내압 상승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유 교수는 "대부분은 한 번의 수술로 치료가 끝나지만 여러 봉합선이 유합된 경우에는 성장 과정에서 변형이 나타날 수 있다"며 "두개골의 성장 양상과 대칭성 등을 면밀히 관찰해 추가적인 교정이 필요한지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발달 지연이 함께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크루존 증후군, 에이퍼트 증후군, 파이퍼 증후군 등 유전성 두개안면 기형과 연관된 증후군성 두개골조기유합증은 질환별 특성에 따라 여러 신경발달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신경분과 심영규 교수는 "발달 과정에 있는 소아 환자의 특성상 발달 지연 여부에 대한 추적 진료가 필요하며 다른 신체적 특징이나 이상 소견이 있는 증후군성 두개골조기유합증의 경우 필요한 유전자검사를 조기에 시행하여 감별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 과정에서 운동·언어·인지 등 영역별 발달을 평가하고 조기 개입과 재활치료로 신속히 연계하는 통합적 진료체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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