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수사권 폐지 한달... 영장 기각률 22%→36%로 급등
형소법 제245조의13, 자료 받을 권한 주고 증거능력은 막아
공판 적용 여부조차 미정... 검사들, 재판부 경유해 영장 집행
2일 서울 서초구 공소청 본관 모습. 뉴스1
[파이낸셜뉴스] 검사의 직접수사권이 폐지된 지 한달 만에 보완수사요구가 하루 445건씩 쏟아지고 있다. 검사가 피해자로부터 자료를 받을 권한은 남았지만 그 자료를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는지가 불분명해지면서, 공소유지 자체가 헐거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법정 안팎에서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소청이 지난달 2~29일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은 1만2465건으로 집계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달 2~26일 보완수사요구가 89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615건보다 60.2% 늘었다고 밝혔다.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공소청 단계에서 기각된 비율도 지난달 2~24일 36.2%(1936건 중 701건)로, 지난해 17.9%와 공소청 출범 전인 지난 1~9월 22.2%에서 크게 뛰었다.
늘어난 원인은 구조에 있다. 종전에는 검사가 송치받은 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경찰 등 수사기관에 요구할 수밖에 없다. 경찰 쪽에서는 서류상 오탈자 수정이나 전화로 끝낼 수 있는 범죄일람표 작성까지 보완수사요구로 넘어온다는 불만이 나온다. 보완수사 이행 기간은 3개월에서 1개월로 줄어, 전문기관 감정이 필요한 사건에서는 실질적 보완 없이 요구와 처리만 오가는 요식행위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자료를 받을 권한은 있는데 증거로는 쓸 수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증거능력이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13 제1항은 검사가 공소유지에 필요한 경우 피해자나 피의자의 의견을 듣고 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사실관계 확인' 권한을 부여했다. 그러나 같은 조 제3항은 검사가 제출받은 자료를 증거로 할 수 없도록 했다. 받을 권한은 주면서 그 자료의 증거능력은 막아둔 것이다. 이 조항이 공판 단계에까지 미치는지가 정리되지 않은 것이 문제다. 조항이 '수사' 장의 마지막에 놓여 있어 공판에 확장 적용할 수 없다는 견해와, '공소유지에 필요한 경우'라는 문구상 기소 이후도 포함된다는 견해가 맞선다. 법원마다 처리가 갈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법정에서는 이미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재판부가 요구한 세금계산서합계표를 검사가 국세청을 통해 확보해 내려 했지만 제지당한 사례가 있다. 재판부는 사실조회나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라고 했다. 피해자가 추가 양형자료나 증거를 공판검사에게 제출할 수 있는지를 놓고도 답이 갈려, 재판장조차 명확한 기준을 내놓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안과 관련해 법원 내부의 시각이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검사가 자료를 건네받는 것을 수사의 시작으로 보는 쪽과, 공소를 유지하기 위한 활동으로 보는 쪽이 갈린다는 것이다. 결국 피해자만 사이에 끼인 상태다. 공소청은 피해자에게 경찰로 가라고 안내하고, 경찰은 이미 송치한 사건이라며 받지 않는 일이 생긴다.
■ 판사를 통한 우회... "수사 관여" 역풍 우려
검사들은 재판부를 경유하는 방식을 쓰기 시작했다. 공판 과정에서 재판부에 압수수색영장 발부나 사실조회, 자료 제출명령을 요청해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다. 발부된 압수수색영장은 검사가 집행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494조와 제115조에 따라 사법경찰관리 신분인 공소청 직원을 지휘하는 방식이다. 다만 영장을 발부할지는 재판부의 권한이어서 실제 활용 여부는 재판부 판단에 달려 있다.
이 방식 자체가 새로운 위험을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판부가 공판 중 증거 확보에 직접 나서면 사실상 수사에 관여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고, 피고인 측은 이를 유죄 예단으로 받아들여 무죄추정 원칙이나 재판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입증 책임이 검사에게 있는 만큼 증거가 부족하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법관들의 견해도 만만치 않다.
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기존 검찰 수사 사건은 경과규정에 따라 최장 90일간 제한적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과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 관련 사건 등도 처분을 검토하는 단계다. 유예기간이 끝나면 직접수사가 완전히 멈추는 만큼 사실관계 확인과 공소유지 과정의 혼란이 더 불거질 수 있다. 일선에서는 공소제기 이후에는 검사가 증거를 제출받을 수 있도록 제245조의13 제3항을 손봐야 한다는 입법 보완의 요구가 나온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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