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안정·청년·지방투자 등 강조
전작권 조기환수·핵잠 확보 의지
"경쟁은 좋은데 전쟁되면 안된다"
국회서 여야 초당적 협력도 당부
이재명 대통령이 2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 사전 환담장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오른쪽)과 인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조 대법원장에게 "잘 계세요?"라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2027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서 '성장'과 '지원', '투자'를 핵심 화두로 제시했다. 경제 회복의 성과를 국민의 소득과 일자리로 연결하고, 청년과 지방의 성장 기회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민생 안정과 격차 완화를 지속적인 성장의 기반으로 삼고,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로 경제의 도약을 뒷받침하는 데 올해보다 12.8% 늘어난 820조9000억원의 재정을 활용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와의 사전환담에서도 채무 상환을 우선해야 한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에 미래 투자 필요성을 강조하며 예산안 편성 방향을 설명했다. 정치권에는 "경쟁을 하는 건 좋은데, 경쟁이 전쟁이 되면 안 된다"며 합리적인 경쟁과 협력을 당부했다.
■'성장' 36번, '지원·투자' 각 24번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성장'을 36차례, '지원'과 '투자'를 각각 24차례 언급했다. '국민'은 23차례, '미래'는 16차례, '민생'은 9차례 등장했다. 정책 대상과 관련해서는 '지방'을 15차례, '지역'과 '청년'을 각각 9차례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상반기 성장률 3.8%와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 가능성 등을 소개하면서도 청년의 취업난과 소상공인의 어려움, 지역경제 회복 지연을 남은 과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내 삶이 나아지지 못한다면 성장이 무슨 소용이냐라는 이 무거운 질문에 우리가 답해야 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거시경제 지표의 개선을 개개인의 생활 변화로 연결하는 것을 향후 재정 운용의 과제로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예산안의 세부 내용을 설명하면서 복지정책에서도 지원 규모 확대와 함께 전달 방식의 변화를 강조했다. 주요 사회보장급여는 신청주의에서 자동주의로 개편한다. 혼인·출산·양육 지원도 확대해 신혼부부에게 혼인지원금 100만원을, 출산 시에는 아이맞이지원금 최대 2000만원을 지급한다.
아울러 지방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앵커기업에 설비투자액의 최대 50%를 지원하고, 지방 국립대 등록금 지원과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신설을 추진한다. 미래 산업에는 3대 메가프로젝트와 인공지능(AI) 분야에 21조3000억원을 투입한다. 연구개발(R&D) 예산도 39조5000억원으로 늘려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를 뒷받침한다.
국방 예산은 올해보다 8.2% 늘어난 73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이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에 필요한 전력을 비롯해 핵추진잠수함과 KF-21 등 핵심전력을 차질 없이 확보하고, AI·로봇·드론 기반의 유·무인 복합체계를 구축해 스마트 정예 강군으로 신속하게 대전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여야 협력 요청
이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 앞서 조정식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 주요 헌법기관장 등이 참석한 사전환담에서 재정 여력의 활용 방향을 설명했다. 채무 상환을 우선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의견에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께서는 늘어난 만큼의 재정을 빚 갚는 데 써야 한다. 일면 타당성 있다"면서도 "그런데 이게 과연 미래를 내다봤을 때 지속 성장의 토대를 갖추는 데 유용하다고 판단되면 미래를 위해서 투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환담이 비공개로 전환되며 취재진이 퇴장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예산안)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빚을 갚으라는 것이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조 의장은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긴요하게 잘 쓰일 수 있도록 꼼꼼히 심사하도록 하겠다"며 "헌법이 정한 법정기한 내에 잘 처리될 수 있도록 여야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생과 국익 앞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환담장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며 "반갑습니다. 방송에서 자주 보는데"라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에게는 "잘 계세요?"라고 안부를 물었다.
한편 이날 시정연설에서 국채 발행 등에 대한 이 대통령의 설명 도중 국민의힘 의원들이 "재판 재개하라"고 외치는 등 반발하면서 연설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얘기하고 있는데 자꾸 방해를 하는 얘기다.
특별한 의견을 주시면 좋겠는데"라고 말한 뒤 연설을 계속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네"라고 응답하면서 연설이 재개됐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 수십 명은 이날 이 대통령의 국회 도착에 앞서 본관 입구에서 '1400조나랏빚+126조미래빚더미기금'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국가채무와 재판 문제 등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email protected] 최종근 송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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