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재 산업부 차장
반도체 기업의 실적과 시장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는 늘지만 호황의 지속성을 둘러싼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반도체를 잘 팔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미래의 수요까지 보장받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력과 공급능력은 AI 산업의 핵심 자산이다. 그러나 이들이 호황의 주도권을 온전히 쥐고 있지는 않다. 고객사의 투자 속도가 바뀌면 두 기업의 사업계획도 영향을 받는다. 지금의 수익성이 미래의 경쟁력을 보장하지도 않는 셈이다.
반도체 호황이 앞으로 2~3년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년은 길면서도 짧다. 실적을 누리기에는 길지만 공장을 짓고 차세대 기술과 인재를 확보하기에는 짧다. 호황이 이어지는 지금, 수요가 꺾인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불확실하다고 투자를 늦출 수도 없다. 다음 시장을 먼저 준비한 기업이 기회를 잡는 게 반도체 산업이다. 필요한 것은 정교한 자본 배분이다. 생산능력 확대와 차세대 기술 확보, 고객 다변화에 얼마나 투자할지 판단하는 것이 경영진의 과제다.
국내에 무엇을 남길지도 분명해야 한다. 반도체로 번 돈은 해외 생산거점과 AI 인프라, 주주환원 등으로 분산된다. 하지만 국내 연구개발과 인재 육성, 협력사의 기술 축적에도 힘을 실어야 한다. 함께 성장할 기반이 약하면 불황을 견딜 산업의 체력도 떨어짐을 유념해야 한다.
정부도 중심을 잡아야 한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번다고 세수 확보나 투자 확대 요구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 전력과 용수, 각종 인허가는 기업 홀로 해결하기 어렵다.
노조 역시 호황 이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실적에 기여한 직원에게 합당한 보상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해도 향후 투자와 불황기의 부담도 살펴야 한다. 막대한 선행투자가 필요한 산업에서 당장의 이익 배분에만 집중하면 보상이 지속될 수 없음은 노조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협력사와 중소기업 근로자의 시선도 헤아려야 한다. 보상 격차를 모두 없앨 수는 없어도 호황의 과실이 일부에 집중되면 산업 내부의 간극과 사회적 박탈감은 커진다. 과도한 요구가 미래 투자와 생태계의 성장 여력을 좁히지 않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번 호황이 최대 실적 달성으로 끝나면 안 될 것이다.
시장이 흔들려도 선택받는 기술, 다음 제품을 개발할 인재, 공급망을 지킬 협력사가 남아야 한다. 경영진은 투자로, 정부는 기반 조성으로, 노조는 지속 가능한 보상에 집중해야 한다. 얼마나 더 벌고 그 돈으로 무엇을 남길 것인지 고심해야 할 때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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