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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컴 과징금 186억 확정... 대법 "삼성에 부품 강매"

공급 끊어 3년 장기계약 강제... 대법, 상고이유 네 갈래 모두 기각
"펌웨어 없으면 부품 작동 안 해"... 거래상 지위 인정 근거

브로드컴 과징금 186억 확정... 대법 "삼성에 부품 강매"
대법원.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에 부품 공급을 끊겠다고 압박해 3년치 장기구매계약을 맺게 한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과징금 186억6400만원을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거래상 지위 인정부터 과징금 산정 근거까지 브로드컴이 내세운 네 갈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브로드컴 미국 본사와 국내 법인 등 4개사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상고비용도 브로드컴 측이 부담하게 됐다.

발단은 2019년 9월이었다.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스마트폰 일부에 브로드컴 경쟁사의 안테나 스위치 모듈 부품을 채택하자, 브로드컴은 위성측위시스템과 커넥티비티 부품의 독점 거래를 추진하기로 했다. 2020년 2월부터 삼성전자의 구매 주문 승인을 중단하고 선적과 기술지원, 생산까지 멈추는 방식으로 압박했고, 삼성전자는 이듬달 장기계약을 맺었다.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하고 미달하면 차액을 배상하는 내용이었다. 공정위는 2023년 10월 6일 거래상 지위 남용에 따른 불이익 제공으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186억6400만원을 부과했다.

쟁점은 네 갈래였다. 브로드컴에게 삼성전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가 있었는지, 장기계약이 불이익 제공에 해당하는지, 그 행위에 부당성이 인정되는지, 과징금의 기준이 된 관련매출액 산정이 적절했는지다. 거래상 지위는 한쪽이 상대적으로 우월하거나 적어도 상대방의 거래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를 말한다.

서울고법은 네 가지를 모두 인정했고 대법원도 수긍했다. 거래상 지위와 관련해서는 부품의 대체가 사실상 어려웠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 부품을 전제로 설계와 생산라인 배치, 인증 취득을 진행해 다른 부품으로 바꾸면 시간과 전환 비용이 막대할 것으로 추인됐다. 통상 2~4주치 재고만 두는데 신규 부품 발주에는 12주 이상 걸려 공급이 갑자기 끊기면 생산라인이 멈출 수 있었다. 부품이 작동하려면 브로드컴이 주는 펌웨어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문제가 생겨도 브로드컴의 기술지원 없이는 해결할 수 없었다.

불이익 제공 여부에서는 최소구매와 차액배상 약정 탓에 삼성전자의 부품 선택권이 실질적으로 제한됐다는 점이 인정됐다. 다른 업체 부품을 채택하려던 구체적 계획이 취소·축소되고, 이듬해 쓸 브로드컴 부품을 미리 사들이는 부담도 생겼다. 약정에 삼성전자의 자발적 의사가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고, 불이익을 상쇄할 이익도 제공되지 않았다고 봤다.

부당성도 인정됐다.
공급을 임의로 중단하는 매우 이례적인 수단을 쓴 점, 브로드컴이 계약이 삼성전자 의사에 반해 체결된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던 점, 경쟁 업체 부품 채택을 막고 장기간 독점 공급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점, 그 결과 경쟁 부품업체들의 거래 기회가 제한된 점이 근거였다.

과징금 산정도 문제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최소구매·차액배상 약정이 무선 주파수 프런트엔드와 커넥티비티 부품 구매에 적용되고 삼성전자가 약정 이행을 위해 실제로 그 부품을 구매했으므로 "그 거래에 따른 매출액을 이 사건 위반행위의 관련매출액으로 산정할 수 있다"고 본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가 없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