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남 한국영유아보육·교육진흥원장
2027년 예산에 0~5세 어린이집 급간식비 4950억원 반영 촉구
조용남 한국영유아보육·교육진흥원장
지금 대한민국 최우선 과제는 단연 저출생 극복이다. 2023년 합계출산율 0.72명을 기록하며, '인구소멸로 인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1호 국가가 될 것이다'라는 경고까지 받았다. 다행히 2024년 0.75명, 2025년 0.80명으로 상승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세계 꼴찌 수준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연일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온갖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수백조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화려한 뉴스 뒤편에는, 가장 기본적이고 절박한 현안조차 해결하지 못해 머뭇거리는 영유아 보육·교육 현장의 쓸쓸한 현실이 숨어 있다. 바로 영유아들이 매일 마주하는 '밥상'이다.
어느 기관에 다니느냐,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제공받는 한 끼의 식사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국민은 많지 않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가 먹는 급간식의 질과 단가에 격차가 존재한다. 유치원은 '학교급식법'의 적용을 받으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급식단가를 확보하고 있는 반면, 어린이집 급간식비는 보육료 항목에 수십 년째 묶여 있어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그대로 맞고 있다. 유치원이 지역별로 1일 3000원 안팎의 식품비에 운영비·인건비까지 별도로 지원받는데 비해, 어린이집은 1745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급간식비 격차는 단순한 금액의 차이를 넘어, 영유아들이 누려야 할 영양과 건강권, 발달권의 차별로 이어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추가 지원금도 천차만별이다. 살고 있는 동네에 따라 아이의 식판이 달라질 수 있는 불합리한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
정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정부책임형 유보통합'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다. 그러나 유보통합의 진정한 출발선은 시설의 명칭이나 행정체계를 하나로 만드는 것에 앞서, 우리 아이들이 매일 먹는 급간식 격차를 해소하는 '공정한 먹거리 환경'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밥상 위의 차별을 그대로 둔 채 논하는 유보통합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7년도 국가 예산에는 반드시 0세부터 5세까지 모든 어린이집 영유아의 급간식비, 4950억원이 전액 담겨야 한다. 이 예산은 결코 과도한 요구가 아니며, 국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기본적인 보육·교육 예산이다.
영유아 보육·교육 현장의 급간식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정책과제가 시급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첫째, 보육료에 통합되어 있는 '어린이집 급간식비' 항목을 유치원과 동일하게 '무상급식'을 위한 독립 항목으로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 급간식비가 보육료 안에 갇혀 있는 한, 식재료비가 폭등해도 즉각적인 단가 인상이 불가능하다. 급간식비가 별도 항목이 되어야 물가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둘째, 어린이집 급간식비 기본단가를 유치원 수준으로 현실화해야 한다. 성장기 영유아에게 제공되는 영양 수준은 기관의 형태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품질과 영양을 보장할 수 있는 적정 지원단가 마련이 시급하다.
셋째, 전국 표준 급식 기준 및 최저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해야 한다. 지자체의 재정 여건이나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영유아 급식 지원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전국 어디서나 일정 수준 이상의 질 좋은 먹거리를 보장하는 법적·제도적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아이들 먹거리만큼은 차별이 없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대한민국 영유아 보육·교육 정책이 지향해야 할 대체 불가능한 원칙이자 철학이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만나는 사회적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먹고 자라느냐에 차별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의 발달은 정책이 완성되기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아이들은 자라고 있다.
2027년 예산안에 담겨야 할 어린이집 급간식비 예산은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인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공정한 출발을 위한 가장 확실하고 가치 있는 투자이다. 국회와 정부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0~5세 어린이집 영유아 급간식비 예산 반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이들의 식판 위에서 차별을 걷어내는 것이야말로 저출생 극복을 향한 진정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mail protected] 김만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