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국산차 경쟁력 위기 보고서
산업 생태계 붕괴 대비 지원 확대를
인천국제공항 단기주차장 전기차 충전소에서 전기차가 충전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 시장을 쌩쌩 달리던 한국차의 구조적 위기가 심각하다. 단면적으로 세계 전기차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지는데 한국산 전기차는 뒷걸음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한국 전기차 수출 및 경쟁력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은 2019년 2.6%에서 지난해 25.0%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기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73.7%에서 57.0%로 뚝 떨어졌다. 세계 수출 점유율도 2023년 8.1%에서 지난해 4.6%로 40% 넘게 줄었다. 전기차가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축인데, 국내외에서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잘 못한 점은 고치면 되지만 가격을 앞세운 중국의 매서운 시장잠식은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한때 중국은 전기차 수입이 수출보다 많았는데, 지금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수출 강국이 됐다. 상대적으로 한국의 전기차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가다간 우리만이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판세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중국으로 완전히 기울 것이다. 한경협은 중국의 수출 점유율 확대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 한국 전기차 수출액 가운데 약 2조2000억원 규모가 중국산에 잠식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우리의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그때쯤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완성차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경각심을 더 크게 가져야 한다.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전기차가 줄면 생산거점의 가동률이 떨어질 것이다. 완성차 기업에 납품하는 부품·소재 협력업체와 일자리, 지역경제가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완성차 한곳의 부진은 그 기업을 둘러싼 부품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릴 것이다. 한번 무너진 생태계는 되살리기도 어렵다. 최악의 가정을 하면 중국의 완성차와 산업 생태계에 한국차 산업이 종속되는 길을 걸을 수 있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과정을 겪은 적이 있다. 한때 중국에서 약진하던 현대차는 중국차들의 약진과 사드(THAAD) 보복 논란에 휘말려 판매량이 급전직하했다. 급기야 현지 공장 문을 닫고 극히 미미한 점유율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상태에 빠졌다. 일본 시장처럼 중국 시장도 사실상의 몰락이었다. 현대차와 함께 중국에 진출한 중소 협력업체들도 줄줄이 문을 닫고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완성차의 위기는 산업 생태계 전체를 위기에 빠뜨린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글로벌 전기차 경쟁은 기업 간 싸움도 시장원리에 따른 경쟁도 아니다. 국가와 국가가 맞붙는 대항전과 같다. 기업이 제아무리 혁신적인 기술로 승부를 걸어도 국가의 보조금 지급 같은 타국의 산업정책 앞에선 힘을 쓰지 못한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중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인데, 우리 정부만 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된다.
국내생산 세액공제처럼 국내에서 생산할수록 혜택이 커지는 제도 등 정부가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완성차에 집중된 정책을 넘어 배터리·소재·부품 등 관련된 중소 협력업체들의 경쟁력도 키울 수 있게 공급망 관점에서 꼼꼼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과거 중국에서 겪은 뼈아픈 경험을 반복할 수 없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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