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원안 1조4000억에서 감경
충당부채 환입… 실적개선 기대감
역대급 과징금에 불복 소송 가능성
금융당국이 '고무줄 과징금' 논란이 제기됐던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혐의로 7개 시중은행과 6개 증권사에 대해 최종 3746억3200만원의 과징금(과태료 포함) 부과를 확정했다. 최초 과징금 산정액(4조원)의 약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나, 액수 자체는 금융위원회의 금전적 제재 중 역대 최대 규모다.
4일 금융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9차 정례회의를 열고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와 관련, 금융소비자 보호법을 위반한 7개 은행(국민·신한·하나·농협·SC·우리·수협은행)에 대해 총 3619억6000만원의 과징금 및 17억7800만원의 과태료 부과 조치를 최종 의결했다. 또한 6개 증권사(미래에셋·KB·신한·NH·한국투자·삼성증권)에 대해 총 92억8200만원의 과징금과 16억1200만원의 과태료 조치도 함께 의결했다.
홍콩H지수 ELS 과징금 규모는 2년여간 감경 논의를 반복했다. 2024년 초 금감원 현장 조사 이후 최초 4조원대 산정→2조원대로 사전통보(지난해 11월)→제재심의위 1조4000억원대로 의결(올해 5월)→6000억원으로 감경 보고(6월)→최종 3700억원대로 확정되는 과정을 거쳤다. 고무줄 잣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별 과징금 및 과태료는 △KB국민은행 1723억3400만원(과태료 13억원) △하나은행 924억7500만원 △NH농협은행 401억7500만원(과태료 4억2000만원) △신한은행 387억4500만원 △SC제일은행 179억원(과태료 1600만원) △우리은행 3억3100만원 순이다. 수협은행은 과태료 4200만원만 부과받았다. 증권사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과징금 92억4500만원(과태료 1200만원)으로 가장 많은 액수를 부과받았다.
이들 은행과 증권사는 지난 2021~2023년 홍콩H지수 ELS 상품을 판매하면서 '원금보장형 예금'으로 오인을 유도하거나 위험 고지 누락 등 설명의무 등을 위반했다. 이후 홍콩H지수가 고점 대비 50% 이상 폭락하면서 대규모 원금손실이 발생했다. 예·적금 재가입 목적의 60대 이상 고령층 투자자 비율이 높아 노후 및 은퇴 자금을 잃은 피해자가 다수 포함됐다.
제재 대상 은행들은 "최악은 피했다"며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제재 규모가 확정되면서 재무적 불확실성이 감소함과 동시에 충당부채로 설정했던 부분이 상당 부분 이익으로 잡히게 됐다. 신한은행과 SC제일은행은 올해 2·4분기 이미 ELS 과징금 관련 충당부채를 각각 837억원과 1102억원을 회계상 이익으로 복구(환입)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제재 대상인 KB금융의 4·4분기 충당부채 환입 규모가 약 1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첫 대규모 과징금 부과 사건이라는 점에서 수차례 심의를 전개하는 등 신중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5개 은행(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이 피해자들에게 총 1조3437억원의 자율배상금을 지급한 것도 고려됐다. 부당이득 규모보다 큰 금액이다. 여기에 홍콩 ELS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은행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잇따른 것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종 제재가 법적 분쟁의 종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은행권이 최종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소송 여부는 과징금 규모뿐 아니라 은행들이 제기했던 논리가 얼마나 수용됐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서지윤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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