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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기술·자본 모이는 홍콩 '사이버포트'...화두는 'AI'

[르포] 기술·자본 모이는 홍콩 '사이버포트'...화두는 'AI'
4일(현지시간) 홍콩의 디지털 기술 허브로 불리는 사이버포트 입구에 설치된 표지석의 모습. 사진=예병정 기자
[홍콩=예병정 기자] 지난 4일(현지시간) 홍콩섬 서남쪽 해안을 달려 도착한 '사이버포트' 건물 안. 기업 소개 패널 앞에 모인 스타트업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대화를 이어갔다. 한 손에 종이컵을 든 투자자가 설명을 듣는 동안 창업자는 손짓을 곁들여 기술과 사업 비전을 소개했다. '사이버포트 벤처캐피털 포럼(CVCF)' 현장이었다.

이날 CVCF에서는 전기 대형트럭부터 매장 고객 행동을 분석하는 인공지능(AI) 카메라까지 다양한 기술을 내세운 기업들이 투자자를 찾았다. 기술을 알리려는 기업과 투자 기회를 찾는 자본을 한곳으로 불러 모은 곳이 '사이버포트'인 것이다.

[르포] 기술·자본 모이는 홍콩 '사이버포트'...화두는 'AI'
홍콩 사이버포트에서 지난 4일(현지시간) 진행된 '사이버포트 벤처캐피털 포럼(CVCF)'에서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예병정 기자
기업과 자본 잇는 디지털 기술 허브
홍콩의 디지털 기술 허브로 불리는 사이버포트는 창업기업에 자금과 업무공간을 지원하고 기술을 사업으로 연결하도록 돕는 공간이다. 기업·투자자·기술회사·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과 협력사를 찾고 해외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날 포럼에서도 기업별 사업 발표와 투자자 매칭, 기술 전시가 함께 진행됐다.

사이버포트에 따르면 참여 기업은 2400개가 넘는다. 스타트업의 누적 자금조달액도 745억홍콩달러를 넘어섰다. 상장사 30개와 유니콘 기업 10개가 커뮤니티에 포함돼 있으며, AI·데이터과학 분야 스타트업도 500개 이상이다.

사이버포트 투자자 네트워크(CIN)는 출범 이후 60억홍콩달러 이상의 자금조달을 연결했다. 사이버포트 매크로펀드(CMF)는 지난 9월 기준 30개 프로젝트에 투자했고, 공동투자를 포함한 투자액은 27억홍콩달러를 넘었다.

기술의 활용 사례는 저고도경제 응용 전시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소 연료전지 드론과 건물 외벽을 촬영해 결함을 찾는 점검용 드론이 소개됐다. 음식을 집 베란다까지 배달하는 드론은 연구 과제로 설명됐다.

이어 찾은 '디지털테크센터'에서는 골전도 방식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기기를 소개했다. 소리 신호를 진동으로 바꿔 뼈를 통해 내이로 전달하는 원리로, 귀에 이어폰을 꽂는 대신 기기를 몸에 접촉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르포] 기술·자본 모이는 홍콩 '사이버포트'...화두는 'AI'
빅터 임 사이버포트 인공지능(AI)·데이터과학 책임자가 지난 4일(현지시간) 홍콩 사이버포트에서 사이버포트의 역할과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예병정 기자
현지 기업들이 소개한 AI 검증·보안
홍콩 디지털 산업을 이끄는 사이버포트에서도 AI가 주요 화두였다. 이날 만난 현지 기업 두 곳은 모두 AI 관련 기술을 소개했다. AI가 일을 대신하도록 만드는 동시에 그 행동과 결과를 검증·통제하는 기술이 핵심이었다.

특히 AI 보안기업 AIFT가 제시한 에이전트의 실행 권한 통제 방안이 눈길을 끌었다. 사이버포트 육성 프로그램 출신인 AIFT의 미셸 입 그룹 매니징디렉터는 AI에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는 위험을 지적했다.

입 그룹 매니징디렉터는 "회사에서 새로 고용한 직원에게 모든 문을 여는 열쇠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무엇을 하는지 매 순간 지켜볼 수 없기 때문"이라며 "AI 에이전트는 하루에도 수천 번 순식간에 행동하며,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려면 이를 통제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FT는 도입 전 공격자의 관점에서 AI의 취약점을 찾는 '레드티밍'과 운영 중 입력·출력·행동을 점검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에이전트가 수행하려는 행동을 정책에 따라 허용하거나 차단하고, 필요한 경우 사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주요 은행의 해킹 사고가 잇따르면서 금융권 보안체계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기존 보안의 허점을 메우는 동시에 AI 도입으로 넓어지는 접근·실행 권한까지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시모프는 금융회사의 모형과 AI 시스템을 검증·시험하는 플랫폼을 소개했다. 문서 검토와 데이터 분석, 보고서 작성을 자동화하면서 판단 근거와 승인 기록을 남기는 기술이다.
금융회사가 AI를 업무에 적용하려면 감독·감사에 필요한 근거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들 기술을 금융 현장에서 시험할 기반도 사이버포트에서 마련하고 있었다.

빅터 임 사이버포트 AI·데이터과학 책임자는 "금융서비스 기업이 AI를 활용하려면 연산 자원이 필요하다"며 "홍콩금융관리국과 함께 생성형 AI 샌드박스를 추진해왔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