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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호남 반도체 심의에 카페 대표·의사가 적절한가

6조 투입 기반시설 조성 심의 허술
지역 안배란 정치적 목적 배제해야

[사설] 호남 반도체 심의에 카페 대표·의사가 적절한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광주 군공항 부지 전경. 정부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해마다 1조5000억원씩 총 6조원을 들여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기반시설 조성, 입주 기업 지원, 인력 양성에 투입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기반시설 조성에 6조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사업이 첫 단추부터 허술하게 끼워지고 있다. 먼저 사업을 심의할 위원회에 반도체 전문가가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는 위원 구성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해마다 1조5000억원씩 기반시설 조성, 입주기업 지원, 인력 양성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심의하는 국무총리실 산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지원위원회는 정부위원 19명과 민간위원 16명 등 35명으로 꾸려졌다. 그런데 산업 분야 민간위원 3명 가운데 디저트카페 대표와 정형외과 전문의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공장 아닌 기반시설이긴 하나 반도체 사업 심의에 걸맞지 않다. 정치적 목적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전문성 보완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도체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9월 경상수지 흑자가 600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는 기술과 업황에 따라 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산업이기도 하다. 그만큼 기술과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하는 심의로는 사업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클러스터는 부지만 닦는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기업이 실제로 입주할 만한 기반시설인지 따져야 한다. 필요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정부가 5일 용인 반도체 산단 통합용수 공급 2차 점검회의를 여는 것도 용수 같은 기반요건이 사업의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이런 판단은 공정과 공급망을 아는 전문가 없이 내리기 어렵다.

물론 지역 사업에 지역 기업인과 대학 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다. 고용과 교육, 환경 문제가 얽혀 있어 현장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그러나 의견수렴의 폭을 넓히는 일과 핵심 심의기구의 전문성을 갖추는 일은 별개다.

삼성의 반도체 진출 과정은 참고할 만하다. 1974년 이건희 선대 회장의 한국반도체 인수부터 1983년 이병철 창업주의 '도쿄선언', 1984년 기흥 공장 완공까지 무려 10년의 준비가 있었다. 이 창업주는 선언에 앞서 3년여간 국내외 전문가를 만나고 해외 반도체 현장을 찾아 공부했다고 한다. 거센 반대 속에서도 정면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전문가 조언으로 다진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속도를 늦추자는 얘기가 아니다. 전력·용수 같은 인프라는 기업 투자일정에 맞춰 신속히 깔아야 한다. 다만 속도를 낼수록 방향을 잡아줄 전문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반도체 연구·생산 현장 경력자와 산학협력 경험자를 민간위원으로 보강해야 한다. 전문기관 검토와 외부 평가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예산 배분은 기업 유치 가능성, 인력 확보 계획, 기반시설 활용도, 민간투자 연계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6조원은 균형발전 명분으로만 쓸 돈이 아니다. 국회는 예산 심사에서 위원회 보완계획을 확인하기 바란다. 예산이 클수록 정치적 배분을 삼가고 엄정한 잣대로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