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영 전국부 부장
서울시를 주로 출입하다 보니 주변 경복궁, 덕수궁, 청계천, 광화문광장 등 서울의 랜드마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자주 보게 된다. 눈에 띄는 변화는 과거 동아시아인 중심이던 관광객의 국적이 한층 다양해졌고, 확실히 더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런 변화는 실제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6년 1~9월 서울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1314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1027만명)보다 무려 27.9% 많다.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소비규모도 크게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올해 1~9월 서울 내 카드 소비액은 8조84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7% 증가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소비액을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다. 관광객 수는 20%대 증가했지만 카드 소비액은 60% 가까이 늘면서 관광객 유입 확대 이상의 소비 성장세를 보였다.
소비액의 64.4%는 강남구, 중구, 마포구가 차지했다. 압구정, 강남역, 명동, 홍대 등 주요 관광명소가 밀집한 지역들이다. 골목상권에서의 카드 소비액은 3082억원으로 전체의 약 3.5%다. 전년 동기에 비해 80% 이상 늘었지만 여전히 절대 규모는 현저히 작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우리도 해외에 가면 주요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관광하고 소비하니까. 숫자로 나타나는 호황이 모두에게 고르게 돌아갈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올 들어 코스피 상승세를 바라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지수는 가파르게 올랐지만 상승을 주도하는 종목은 일부 대형주에 집중됐고, 그 과실 역시 일부에게만 더 크게 돌아갔다.
관광산업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관광객이 역대 최대로 늘고 소비액이 급증했다고 해서 서울 곳곳의 상인들이 똑같이 호황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유명 관광지와 대형 쇼핑시설에는 관광객이 몰리지만, 조금만 벗어난 골목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려운 곳도 많다. 서울 관광의 외형은 커졌지만 그 성장의 과실이 얼마나 폭넓게 퍼지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미 확보한 관광 수요를 서울 곳곳으로 확산시킬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관광객이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고 쇼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골목에서 식사하고 카페를 찾고 공연을 즐기도록 하는 것이다. 등산을 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는 소식이 반가운 이유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야간관광이다. 관광객 입장에선 저녁 식사 이후부터가 도시의 또 다른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다. 밤에도 즐길 거리가 풍부하면 체류시간이 늘고 소비 역시 음식점과 문화·공연, 숙박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될 수 있다.
서울시도 최근 야간경제 활성화에 시동을 걸었다. 골목상권에 먹거리와 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서울달빛야장'을 추진하고, 공원과 하천 등을 새로운 야경명소로 조성하는 '서울별빛명소' 사업도 시작했다. 유명 관광지에 집중된 방문객의 발길을 동네 곳곳으로 돌리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야경 조명을 설치하고 야간행사를 개최한다고 관광객이 저절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지역마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발굴하고 주변 상권과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운영과 관리도 뒤따라야 한다.
서울시가 내세운 '3·3·7·7 서울관광 미래비전'에는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유치뿐 아니라 1인당 지출액 300만원, 체류기간 7일이라는 목표도 담겨 있다.
관광객을 얼마나 많이 데려오느냐 못지않게 서울에서 얼마나 오래, 다양하게 즐기고 소비하도록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주가지수가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경제 전반의 호황을 말하기 어렵듯, 관광객과 소비액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서울 관광의 성공을 완성형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성장의 크기만큼이나 그 과실이 얼마나 넓게 퍼지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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