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기간 동안 체계 정비·보완
美와 거래정보 교환 시기 맞춰
해외 투자도 실효성 있게 과세
이형일 부총리, 신용평가사 피치와 면담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왼쪽)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토마스 룩마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 아태지역 국가신용등급 담당과 면담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제공
정부가 가상자산 과세를 2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세 차례 미뤄진데 이은 네 번째 유예다. 당초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던 가상자산 과세는 오는 2029년까지 미뤄진다.
정부는 유예기간 동안 과세체계를 정비·보완해 합리적인 과세 기준·절차를 재정립하고, 과세 형평성을 제고한다는 입장이다. 국경간 거래가 활발한 가상자산의 성격을 고려해 세계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손실이월공제를 3년 단위로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업계는 "더 이상의 유예가 없도록 국회와 정부가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간 거래정보 교환 시기 일원화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해외에 비해 국내시장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디지털자산법 제정에 따른 변화를 과세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며 가상자산 유에 방침을 밝혔다.
이 부총리는 "과세 시행 시기를 조정하더라도 '소득 있는 곳에 과세'라는 조세의 기본원칙은 견지돼야 한다"며 "향후 2년 간의 준비기간을 활용해 가상자산 과세가 2029년에는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예고했다.
정부는 과세 유예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미국과의 가상자산 과세정보 교환이 2029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점을 고려했다. 국경간 거래가 활발한 가상자산의 특성상 국가간 가상자산 과세정보 교환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 부총리는 "2029년 이후 미국으로부터 가상자산 거래정보를 제공받게 되면 미국의 거래소를 이용한 투자자에게도 국내 시장에 있는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적정하게 과세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갖추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가상자산 정보 자동교환체계에 관련한 국제적 논의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해외 과세자료를 국내 과세자료와 연계·분석해 해외 거래에 대해서도 실효성 있게 과세할 수 있는 과세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손실이월공제 허용 추진
가상자산 과세 제도 역시 미국·영국·일본과 같은 주요국의 과세 기준에 맞도록 정비한다. 손실이월공제를 3년 단위로 허용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 부총리는 "가상자산의 높은 가격 변동성을 고려할 때 일정기간 손익을 통산해 과세하는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전문가 등의 제안을 감안했다"며 "미국·영국 등 주요국도 (손실이월공제를) 인정하고 있고, 일본은 인정하지 않다가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방안이 추진되기 위해선 법령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기타소득에 대해선 손실이월공제가 인정되지 않는데 가상자산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부총리는 "손실이월공제가 가상자산 과세의 논란이 대상이 되지 않도록 정기국회에서 유예 조치와 함께 처리되도록 추진하겠다"며 "다양한 거래 유형에 대한 과세 기준을 늦어도 2028년 상반기까지 마련하고, 시장과 납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2029년 과세 시행을 가정했을 때 그보다 이전에 취득한 자산의 손실과 이득에 대해선 2028년 12월 31일 기준 시가가 취득가액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에 영향을 미칠 디지털자산법 제정에도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명확한 입법·과세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자산법을 조속히 제정해 법적 정의를 명확히 하고 과세를 시작하겠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짚었다.
[email protected] 김준혁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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