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AI·기술주 악재 등에 급락
반도체株 기초자산 상품 '비상'
'빅2' 녹인형 합산잔액만 5조대
코스피200 연계형도 160억 위험
반도체주가 국내 증시 폭락의 진앙으로 떠오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에 기술주 신용위험과 실적전망 악화 가능성까지 겹치면서다. 반도체주에 집중된 매도세가 ELS의 조기상환 지연과 원금손실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SK하이닉스 녹인형 ELS 5조1129억원…녹인 터치 235억원
8일 금융투자업계와 KIS-넷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녹인형 ELS 잔존금액은 2조5558억원, 삼성전자는 2조5571억원이다. 두 종목의 단순 합산금액은 5조1129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이미 녹인 배리어(원금손실 기준선)를 터치한 상품의 잔존금액은 SK하이닉스 230억원, 삼성전자 5억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10개, 2개 종목이 해당한다. 다만 복수 기초자산을 편입한 ELS는 중복 집계될 수 있다.
'녹인 배리어'는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원금손실 가능성이 발생하는 기준선이다. 예컨대 배리어가 최초 기준가격의 35%라면 주가가 65% 하락해야 녹인 조건에 해당한다. 다만 녹인이 발생하더라도 만기까지 약정된 상환조건을 충족하면 원금과 수익을 돌려받을 수 있다. 배리어 수준과 평가 방식은 상품마다 다르다.
지난 6일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10.44% 급락한 113만2000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08만9000원까지 밀렸다. 삼성전자도 6.35% 하락한 18만8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외국인 매도세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액 2조7688억원 가운데 SK하이닉스 한 종목에만 약 1조9200억원이 몰렸다. 전체 순매도액의 약 69%에 해당한다.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투매가 지수 하락을 증폭시킨 셈이다.
반도체주 급락은 지수형 ELS에도 부담이다. 코스피200 연계 녹인형 ELS 잔존금액은 4조3939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녹인 배리어를 터치한 잔존금액은 160억원이다. 코스피200지수는 이날 6.51% 하락한 783.23으로 마감했다. 반도체 대형주의 높은 시가총액 비중을 고려하면 개별주식형뿐 아니라 지수형 ELS로도 충격이 확산하는 구조다.
■美 기술주 신용위험까지 확대…반도체 ELS 직격탄
이번 주가 급락의 배경에는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대한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다. 중간선거 이후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가능성이 부각된 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네오클라우드 계약 위험성 재검토 보도와 메타 경영진의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난항 전망까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특히 AI 투자 확대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 부담과 반도체 실적전망 악화 우려가 동시에 불거졌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최근 고점 대비 38% 급락했고, 미국 기술업종의 투자등급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는 159bp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지수 급락에 미국 기술업종의 신용위험 확대와 반도체 이익 추정치 하향 우려가 동시에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반면 실제 실적 악화보다 시장의 투매가 앞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급락은 실제 확인된 펀더멘털 훼손보다 미래 투자 축소 우려와 수급 불균형이 앞서 나간 투매"라고 평가했다. 오는 2027년 가동될 주요 데이터센터가 상당 부분 이미 착공됐고 장기공급계약도 유효한 만큼 AI 투자 둔화 우려를 당장의 메모리 업황 악화로 연결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AI 데이터센터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의 핵심 수요처다.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되면 서버 구축과 반도체 발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HBM 성장 기대가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SK하이닉스에는 민감한 변수다.
문제는 실적 악화가 확인되지 않더라도 강제 청산성 매물이 이어지면 주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청산성 투매 물량은 여진을 유발할 수 있어 내주 초까지 변동성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email protected]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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