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팬데믹(pandemic)으로 온라인 명품 쇼핑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엔데믹에도 1000만~2000만원대 고가 명품 시계를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등 '클릭 명품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에서 명품을 구매해 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이 명품 보증 서비스를 바탕으로 가방, 신발, 액세서리 등 다양한 명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온라인에서 명품을 믿고 구매한다는 분석이다. 26일 SSG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처음 문을 연 명품 전문관 SSG 럭셔리에서는 2000만원대 고가 명품 시계부터 수십만원대 스니커즈 등 다양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SSG 럭셔리에서 1년간 팔린 가장 고가 상품은 '피아제 폴로 크로노그래프 시계'로 가격은 2200만원대다. 지난해 8월 한정 수량으로 출시된 이 시계는 국내에는 한 자릿수의 수량만 들어왔다. SSG 럭셔리에도 소량 입고돼 8월에 판매 완료됐다. SSG 럭셔리 오픈 이후 판매된 고가 상품 상위 5개 제품도 모두 시계가 차지했다. 이들 5개 명품 시계의 평균 가격은 1600만원대로 나타났다. 수십만~수백만원대 명품뿐 아니라 10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 명품류도 온라인 수요가 적지 않은 셈이다. 고가 명품류의 온라인 수요는 정품 보증 서비스가 이끈 것으로 보인다. SSG 개런티는 위변조가 어려운 NFT(대체불가능토큰) 기술을 적용해 엄격한 자체 심사를 통과한 명품에 정품 보증서를 발급하는 서비스다. 정품 보증 서비스를 바탕으로 온라인에서도 명품을 믿고 구매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SSG 개런티가 적용된 상품 중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라다, 보테가베네타, 생로랑 등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품 보증이 온라인 명품 수요를 이끌면서 SSG 개런티 적용 상품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SSG 개런티 적용상품은 2021년 8월 출시 당시 5000여개에서 올해 7월 1만5000여개로 3배가량 늘었다. 전체 상품 비중에서도 같은 기간 20%에서 40%로 20%포인트 증가했다. 온라인에서 명품을 찾는 흐름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에서도 명품을 믿고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 만큼, 오프라인 쇼핑 대비 상대적으로 편리한 쇼핑 방식을 선호하는 고객층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김혜윤 SSG닷컴 명품 담당 MD는 "SSG 개런티 등 정품 보증 서비스를 바탕으로 온라인에서 다양한 명품을 찾고 구매하는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신뢰할 수 있는 상품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고객의 선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2023-07-25 15:57:02[파이낸셜뉴스] 1년동안 경품 등 복권에 무려 500번이나 당첨된 일본 여성이 화제가 되고 있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카나에 히라야마라는 여성은 1년간 500건의 경품 추첨에 당첨돼 약 7만 달러(9300만원)의 상금을 모았다. 카나에는 최근 한 일본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정 용품의 절반 이상이 경품이나 복권 등에 당첨돼 받은 상품이라고 밝혔다. 그는 7만엔(63만원) 상당의 오븐과 10만엔(90만원) 상당의 정수기는 물론 냄비, 도시락, 머그잔, 장난감, 요가 공, 간식 등을 경품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카나에는 "현재까지 경품 추첨을 통해 받은 상품 가운 데 가장 비싼 것은 400만엔(3600만원) 상당의 자동차"라고 전했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복권이나 경품에 잘 당첨되는 비결도 공개했다. 카나에는 먼저 "마감일 직전 추첨에 등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직원의 관심을 끌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타이밍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연초와 연말에는 참가자가 적어 당첨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이때 추첨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근면함이라고 했다. 카나에는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가족을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한 다음 다양한 추첨에 대한 조사에 뛰어들어 최신 업데이트를 노트에 꼼꼼히 적는다"라며 "평균적으로 추첨에 참여하거나 준비하는 데 매일 약 4시간을 할애한다"고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0-07 13:37:09반짝반짝하게 닦은 구두를 신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기 드물다. 헐렁한 옷과 편한 신발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면서 딱딱하고 불편한 이미지의 구두는 점점 밀려나고 있다. 정장 차림에도 운동화를 신는 게 어색하지 않으니 굳이 구두를 신을 이유가 없게 됐다. 어려워진 것은 구두를 만들어 파는 제화업계다. 제화업계의 경영난은 1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 1990년대에 업체들의 경쟁이 심해지고 상품권을 남발하면서 서서히 그런 조짐이 보였다. 이후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고 설상가상으로 소비자들이 구두를 외면하면서 업체들의 사정이 더 나빠졌다. 국내 3대 구두 브랜드는 금강제화와 에스콰이아, 엘칸토였다. 이 가운데 에스콰이아는 경영난 끝에 2015년 패션그룹 형지에 인수됐다. 에스콰이아는 서울 명동에서 작은 구둣방을 운영하던 고 이인표 회장이 1961년 창업한 기업이다. '영에이지'라는 캐주얼화 상표의 기억이 남아 있다. 엘칸토는 외환위기 때 부도 위기를 맞았다가 최대주주가 세 번이나 바뀌는 고난을 겪었다. 현재 최대주주는 사모펀드다. 1957년 '미진양화'로 출발한 엘칸토는 '브랑누아' 브랜드도 유명했다. 엘칸토는 최근 MZ세대를 겨냥한 신제품으로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제화업계 1위 금강제화는 창업주 가계가 경영권을 잃지 않고 아직 건재하다. 성공한 사업가의 모습은 갤럭시 양복과 에쿠스 자가용에 이어 금강제화 구두로 완성된다고 했을 정도로 금강의 브랜드 가치는 높았다. 김대중·문재인 대통령만 제외하고 역대 대통령들의 구두를 만든 곳도 금강제화다. 금강제화는 김동신 회장(1921~1997)이 1954년 서울 서대문 적십자병원 맞은편에 낸 작은 구둣방 '금강제화산업사'가 모태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북한 흥남기술전문학교를 졸업한 김 회장은 함흥에서 구두를 만들다가 월남해 구둣방을 열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최고가 아니라면 판매하지 않는다는 경영철학으로 제화기술연구소를 만들었다. 국내 처음이었다. 금강제화는 1960년대 초 서울 광화문에 기계로 구두를 만드는 최초의 기성화 매장을 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기다릴 필요도 없이 신어보고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기성화는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그중에서도 절개선이 특징인 신사화 '리갈'의 인기는 최고였다. 소비자물가지수 측정 품목에 들 정도로 베스트셀러였다. 1973년에 나온 '랜드로바'는 캐주얼화의 대명사가 됐다. 입학이나 입사 시즌이 되면 금강제화 시내 지점은 고객들이 물밀듯이 몰려들어 번호표를 나눠줘야 했고, 명동매장에서는 세일 때 손님들이 밀어붙여 유리문이 부서진 일도 있었다. 1990년대에는 명절을 앞두고 명동점에서만 구두가 3000켤레나 팔렸다고 한다. 구두상품권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도 금강이다. 그러나 구두 문화의 퇴조에 잘나가던 업계 1위 금강제화도 맞서기 어려웠다. 1호점 광화문 매장은 재개발로 40여년 만인 2006년 문을 닫았다. 그때는 이미 구두업계에 서서히 불황이 닥친 시기였다. 2012년 3715억원까지 이르렀던 매출은 2017년 3000억원이 무너지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1000억원대로 급감했다. 금강은 김동신 회장의 손자로 오너 3세인 김정훈씨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의 대표이사는 신기은·이화진씨로 돼 있다. 제화 기술자들이 40여년 동안 구두를 제작하던 인천 부평 공장도 세종시로 옮겼다. 다른 기업들이 동남아로 공장을 옮길 때도 국내 생산을 고집하며 지켜냈던 공장이다(조선일보 1971년 9월 25일자·사진). 그래도 전국에서 지점을 운영하며 매입해 둔 부동산이 금강제화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부산 부전동에 있는 금강제화 자리는 부산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이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2024-09-19 18:09:34[파이낸셜뉴스] 무더위에 휴가철입니다. 휴가철을 활용해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분들이 올해 더 많아졌다고 하네요.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출국 건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로 나갈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로밍인데요. 해외여행 수요와 함께 로밍 이용도 증가하면서 올해 이동통신사는 로밍 서비스 다각화 및 혜택 확대에 나섰습니다. 이번 시간엔 이동통신사별 로밍 서비스를 중심으로 혜택과 해외 데이터 소비 추세 등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기본 조건 된 '로밍 나눠쓰기' 혜택 올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의 로밍 서비스 주요 추이 중 하나는 '로밍 데이터 공유' 혜택입니다. 한 명의 가입자가 로밍을 신청하고 추가 요금(SKT·LG유플러스는 3000원 추가) 또는 신청을 진행하면 해당 로밍 요금제의 데이터를 가족 또는 지인 등 3자와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상품입니다. 다만 본인을 포함한 데이터 공유 대상자가 모두 같은 통신사를 쓰고 있어야 하며, 신청도 각각 이뤄져야 하는 점은 참고하세요. SKT는 지난해 상반기 선보인 '가족로밍'을 가입자 수요에 힘입어 같은해 12월 정규상품으로 전환했습니다. SKT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간 가족로밍을 이용한 가입자 수는 126만명에 달합니다. KT는 기존 인기 라인업인 '로밍 데이터 함께 ON'의 글로벌 상품 기본 데이터 제공량을 최대 50%까지 늘렸습니다. 로밍 데이터 함께 ON은 가입자 1명이 해당 상품을 신청하면 최대 5명(본인 포함)이 데이터를 공유해서 쓸 수 있는 상품입니다. LG유플러스도 대표 로밍 상품인 '로밍패스'에 '나눠쓰기' 프로모션을 붙였습니다. 본인을 포함한 최대 50명까지 로밍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프로모션입니다. 가족 단위 등의 단체 여행이 늘어나고 있는 추이를 반영한 로밍 전략으로 풀이되네요. 8만~9만원 이상의 요금제를 쓰는 이용자들은 별도 로밍 상품을 구매할 필요 없이 로밍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점도 참고하세요. 이외에도 이통 3사는 로밍 상품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권을 연계하거나 만 34세 미만 청년요금제 이용자에게는 로밍 요금을 최대 50% 할인하는 등의 프로모션도 함께 전개하고 있습니다. #OBJECT0# #OBJECT1# ■'편리·안정성'은 로밍, '가성비' 원하면 유심·e심 다만 연령별로 선호하는 해외 데이터 소비 방식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동통신 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심(USIM·삽입형 가입자식별모듈)과 e심(eSIM·내장형 가입자식별모듈) 등 SIM 방식에 대한 이용률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4%포인트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중에서도 20대와 30대의 이용 비중이 각각 56%와 61%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40대(38%), 50대(29%), 60대 이상(22%) 순으로 나타났는데요. 로밍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비싼 가격(58%)'과 '요금폭탄 우려(46%)' 비중이 높았습니다. 안정성과 편의성 측면에선 로밍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선호도가 여전히 있지만, 가격 경쟁력 측면에선 이통사의 로밍 서비스보다 싼 SIM 방식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22년 신제품부터 도입된 e심 제도 영향도 있는 결과로도 풀이되는데요. 업무가 아닌 해외여행 목적으로 외국길에 오른다면 굳이 이통사의 요금제를 쓸 필요가 없다는 젊은층의 수요도 야금야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에서 급한 연락을 받아야 하지 않는 이상 스마트폰은 주로 길을 찾는 등 검색 용도 또는 사진 촬영 외엔 사용할 이유가 없겠죠? 이통 3사가 '로밍 공유' 상품을 내놓은 것도 이 같은 여행 행태와 연관돼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통사의 주요 로밍 요금제는 2만~7만원대로 요금제별로 기본 데이터 3~24GB 정도를 지원합니다. 한 번 신청하면 최장 30일 간 로밍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장기 여행을 떠나지 않는다면 비싼 요금제를 이용할 필요가 없겠죠. 데이터가 부족하다면 1GB당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데이터를 충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보통 하루 평균 3000~5000원을 지불하면 되는 SIM 방식보단 비싼 측면이 있어 보이네요. 다만 SIM 방식이 익숙치 않거나 불편한 분들은 로밍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로밍 서비스는 공항 또는 온라인 상담을 통해서 쉽고 빠르게 가입할 수 있는 이점이 있죠. 반대로 SIM 방식은 여행 전 별도로 유심을 배송받거나, e심을 등록하는 것과 같은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비교적 연령이 높아질 수록 이 같은 방식이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통화나 문자 등 부가서비스에 대한 안정성도 SIM 방식 대비 강점입니다. 올해 독자 여러분의 '슬리로운 로밍생활'은 어떤 방식인가요?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2024-08-14 17:01:48[파이낸셜뉴스] ‘커피계의 에르메스’라고 불리는 모로코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바샤 커피’ 국내 1호점이 문을 연 가운데 유튜버 보겸이 원두 100g당 140만원짜리의 고가 커피를 맛보고 시음기를 공개했다. 유튜버 보겸은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보겸TV’에 바샤 커피 체험기를 쇼츠 영상으로 올렸다. 그는 원두 100g당 140만원짜리 커피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청담동의 바샤 커피 매장을 찾았다. 그는 “매장에 들어서자 실내 인테리어가 루이 14세가 살법한 궁전처럼 생겼고, 경호원까지 보였다”며 놀랐다. 보겸은 원두 가격이 100g당 140만원인 ‘파라이소 골드 커피’를 선택했다고 한다. 파라이소 골드 커피의 경우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하면 한 잔에 20만원으로 알려졌다. 보겸이 직원에게 “140만원짜리 커피를 먹는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직원은 “(제가 매장에 오고) 처음이다”라고 했다. 이어 보겸이 “여기 근처 아파트가 70억~80억원 하는데, 여기 사는 사람들도 안 사먹느냐”고 묻자 직원은 “그렇다”며 멋쩍은 듯 웃었다. 커피를 주문한 후 원두 시향을 한 보겸은 “생전 처음 맡아보는 냄새라 제 머리로는 표현할 수 없었다”고 했다. 커피는 테이크아웃용으로 트레이 패키지에 준비됐다. 커피를 가지고 밖으로 나온 보겸은 커피와 함께 결정설탕 막대, 상티크림, 나무스푼이 구성품으로 제공됐다고 밝혔다. 그는 “커피 본연의 맛을 느끼라고 해서 37도의 날씨에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며 “부드럽게 마시고 싶다면 크림도 준다”고 했다. 커피 시음 전 향을 맡아본 그는 “향이 아주 은은한 페브리즈향”이라고 했다. 맛에 대해선 “메가커피 조금 옅은 맛인데”라고 평가했다. 한편 앞서 롯데백화점은 청담동에 ‘바샤커피’의 국내 1호 매장이자 플래그십 스토어를 1일 오픈했다. 청담동에 위치한 매장은 2개 층에 걸쳐 약 380㎡(115평) 규모로 꾸며졌다. 1층엔 원두·드립백 등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부티크’, 2층엔 커피와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인 ‘커피룸’이 마련돼있다. 원산지 및 맛과 향 등에 따른 다양한 커피 컬렉션과 함께 200가지 이상의 100% 아라비카 원두를 보유하고 있다. 가장 비싼 메뉴는 커피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브라질 ‘파라이소 골드 커피’로, 원두 100g당 140만원이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8-14 15:35:47[파이낸셜뉴스] 최근 국내 기업의 무역 활동(수입·수출)과 무역 시장 진출이 늘면서 복잡한 해외 송금 및 결제 업무를 간소화하고, 합리적인 수수료를 통해 기업에 편의를 제공하는 핀테크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앞서 지난달 말 관세청이 발표한 ‘2023년 기업무역활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통관 기준 무역 활동 기업 수는 26만 3421개사로 전년 대비 4.8%(1만 2175개사) 증가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수치다. 그 중에서 무역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기업은 7만 105개사로 전년 대비 18.5%(1만932개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 시장 격전지에 뛰어든 신규 기업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무역 기업의 경우, 고객 및 상품 관리나 배송 등의 업무 외에도 원활한 금융 거래 서비스 확보가 필수다. 해외 무역 대금 정산 시 송금 및 결제에 필요한 각종 서류 절차를 밟아야 하거나 각 국가의 통화나 환율 등 고려할 사항도 더 많고 복잡하다. 특히 무역업에 새롭게 진입한 기업이나 중소·영세 기업이라면 경험 부족이나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무역대금 정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최근 지속되는 달러 강세 및 원화의 상대적 약세는 무역 기업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입 업체의 경우 환율이 오르면 수입 단가가 인상돼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 업계라면 타격이 더 크다. 이는 수출업체에도 적용된다. 원화 가치 약세가 수출기업들에게 수출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는 분명 기회이나, 주요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경우 더 비싼 가격으로 수입해 생산해야 하므로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달 초 한국수출입은행이 발표한 ‘2024년 2분기 수출실적 평가 및 3분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 기업의 애로 사항으로 원재료 가격 상승(38.2%)과 원화 환율 불안정(36.6%)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 밖에 중소·영세 기업의 경우 기존 은행권이 제공하는 해외 송금 관련 금융 혜택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다는 점도 애로 사항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해외 무역대금 정산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합리적인 수수료와 기업 친화적인 간편한 절차로 갖춘 핀테크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글로벌 외환 토탈 솔루션 기업 센트비(SentBe)가 제공하는 기업용 해외 송금 및 결제 서비스 ‘센트비즈(SentBiz)’가 대표적이다. 센트비즈는 은행 대비 최대 70% 낮은 수수료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무역 거래 시 반복되는 송금 업무에 드는 각종 수수료 등에서 큰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최대 1일 이내 빠른 송금이 가능하며 24시간 간편하고 안전한 거래 방식을 지원한다. 최초 1회 기업 정보를 등록하면 엑셀파일을 활용한 단체 수취인 정보 등록이 가능해 반복되는 대량 결제 업무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센트비즈를 통해 달러·바트·페소·유로 등 여러 현지 통화로의 정산이 가능하며, 영미권, 유럽 및 아시아 전역, 중남미를 포함해 최대 174개 국가로의 무역대금 정산을 지원한다. 이 같은 기업 친화적인 서비스와 지원은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한 중소·영세 무역 기업 외에도 대량 결제와 정산이 필요한 이커머스 기업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에 도움을 준다. 센트비가 2023년 발표한 비즈니스 임팩트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센트비즈를 이용한 기업 고객이 절감한 수수료는 7600만달러에 달한다. 현재 900개 이상의 기업이 센트비즈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센트비 관계자는 “최근 환율 추세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수출 및 수입 기업 모두 효율적인 업무 진행을 통해 소요되는 인력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고, 비용 절감을 통한 경영 효율화를 꾀하고 있어 센트비즈를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특히 무역 기업의 경우 원가 부담, 이익률 향상을 위해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센트비즈가 기업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해 밀착형 서비스 제공으로 기업 고객의 해외 송금 및 결제 업무의 불편을 해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월 센트비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한국 시장에서의 원화 집금 및 다국 통화 정산 등 해외 결제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API 기반 기업간거래(B2B) 결제 솔루션 ‘센트비즈 글로벌 원화집금 서비스(SentBiz KRW Collection)’를 론칭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2024-08-14 15:03:15[파이낸셜뉴스] 주식 투자를 하면서 '매수' 버튼을 누르기까지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필자는 앞서 '이환주의 개미지옥' 시리즈 <상남자 '즐라탄'도 겸손해질 주식 시장.. 겸손은 쉽다> 편에서 미국 시장에 상장된 ETF YINN에 투자했다 실패했던 경험을 쓴 적이 있다. YINN은 홍콩 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주식 중 시가총액이 높은 50개 중국 기업의 시가총액을 3배수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쉽게 말해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중국 기업이 잘 나가면 수익을 3배로, 반대로 못 나가면 손실을 3배로 보는 상품이었다. 수년 전 YINN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미국에 맞서는 중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믿음 △저평가 △타이밍 등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과거의 한 기억 때문이다. 10여년 전 금융부 출입 당시 우리나라 대형 시중은행의 대표와 부서 저녁 자리를 했던 적이 있다. 당시 그 은행장은 중국 시장 진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중국의 무서운 점으로 '집단지배 체제'를 얘기했다. 상하이방, 태자당 등 중국 공산당 내에서도 파벌이 있고 절묘하게 견제와 균형을 맞추며 시스템을 통해 국가를 운영하는 중국 지도층이 절대로 만만하지 않다는 거였다. 사회주의 국가 시스템은 기업 운영의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지만 반면 국가주도로 특정 산업을 집중 육성할 경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국과 치킨 게임을 통해 시장을 장악한 태양광 산업이나, AI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가 대표적이다. YINN을 산 것은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13억명의 내수 시장과 그들 중 선별된 엘리트가 운영하는 중국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투자였다. 당시 내 시나리오는 저평가된 중국 기업을 YINN을 통해 지속 저가 매수하면 언제가 다시 중국 경제가 성장할 때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상상에 기반했다. 하지만 YINN 투자를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났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적 제거에 나서며 집단 지배 체제가 아닌 일당 독재 체제를 굳힌 것이다. 2023년 3월 시진핑은 중국 역사상 처음으료 3연임으로 국가주석 자리를 지켰다. 애초 YINN을 매수한 가장 강력한 이유였던 '집단 지배 체제'를 통한 국가 운영이었는데 그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돌이켜 보니 한때 중국에서 최고 잘 나가는 기업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은 정부에 부정적인 말을 했다가 기업 지배권을 박탈당하는 일이 있었다. 또 여기에 더해 레버리지 ETF 상품의 특성상 비싼 수수료율과 침식효과(음의 복리 효과) 역시 장기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아주 큰 손실을 보고 YINN을 전량 매도했다. 멘탈의 마지막 퍼즐, 상상력 앞서 주식 투자에 있어 '멘탈(정신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타고난 성격', '인내심', '겸손', '자기확신', '유연한 사고' 등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주식 투자 멘탈에서 중요한 마지막 퍼즐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상상력'일 것이다. 주식을 싼 가격에 사기 위해서는 분석력과 공부가 필요하다면 이를 비싸게 팔기 위해서는 향후 해당 종목이 어떤 시나리오를 통해 비싼 가격에 거래될 것인지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상력을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려봤더라도 실제로는 예측과 다르게 흘러갈 경우 빠르게 수정하고 이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4월 과거 출입했었던 생활경제부로 다시 발령받고 놀랐던 일이 있다. 바로 유통 기업 쿠팡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었다. 수년 전 생활경제부 당시 쿠팡은 만년 적자 기업이었으나 지난해 돌아와서 본 쿠팡은 전혀 다른 기업이었다. 이후 10월 4일에 '2등 기업을 응원하다'라는 기자수첩을 썼다. 쿠팡이 사실상 온라인 마켓 시장을 장악해 소비자들은 너무나 편해졌으나 향후에 요금 인상 등을해도 소비자들은 쿠팡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건전한 경쟁을 할 수 있는 2등 기업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당부였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은 현실이 됐고 쿠팡은 멤버십 요금제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렸다. 쿠팡을 쓰는 회원으로서는 화가 났지만, 이때 발상의 전환을 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지배적인 위치, 막대한 투자를 통한 OTT 시장 점유율 확대, 배달 플랫폼 등 신사업 확장을 고려했을 때 쿠팡의 주주라면 요금 인상도 반가운 일이 될 것이었다. 올 초 주가를 살펴보니 주가도 낮았다. 2021년 미국 주식 시장 상장 당시 40달러 후반이었던 주가는 10불 후반대였다. 상장 후 적정한 기간 조정을 거치고 저평가다 싶어 이때부터 월급이 들어오면 쿠팡 주식을 조금씩 사모았다. 피터 린치가 말한 "주변에서 좋은 주식을 찾아라"라는 조언과도 일치했다. 하지만 몇 달 정도 쿠팡 주식을 사모을 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발생했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가 물량 공세를 펼치며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간 것이다. 테무와 알리는 과거 쿠팡이 그랬던것처럼 막대한 투자를 통해 점유율을 늘려 나갔다. 경쟁자가 없을 거라 생각했던 쿠팡에게 강력한 경쟁자가 생긴 것이다. 내 생각과 시장의 생각이 비슷했던 것인지 20달러를 넘었던 쿠팡의 주가는 다시 손실 구간에 접어들었다. 처음 생각했던 내 시나리오를 벗어난 상황이었기에 장기 투자를 다짐했던 처음과 달리 다시 쿠팡을 손절하는 판단을 내렸다. YINN과 쿠팡 모두 결과적으로 손실을 본 투자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은 수업이었다고 생각한다. 투자 결정까지 스스로의 상상을 바탕으로 성장 시나리오를 그려봤고, 실제 투자를 진행했고, 예상과 다른 변수가 출연해 당초의 결정을 수정했다. 주식을 하면서 매번 깨닫는 바가 있는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점이다. 매번 분할매수, 분할매도를 다짐하고 급등주 추격 매수 금지 등의 원칙을 되새김질 하지만 막상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앞서의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실패의 경험을 통해 굳은 살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삼양식품과 옥시덴탈페트롤리움 생활경제부에서 올해 K-라면에 관한 기사를 기획으로 여러편 썼었다. 지난 5월 1일에는 불닭볶음면으로 전세계를 평정한 삼양식품에 대한 기사를 썼었다. 또 그 즈음해서 삼양식품의 시가총액이 농심의 시가총액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기사도 썼었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고 그때 삼양식품의 주식을 살 생각은 전혀 못했다. 식품 주식은 재미없다는 선입견 때문에 애초에 투자 후보군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 시장이 열렸을 때 초코파이가 대흥행하며 오리온의 주가가 떡상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초코파이=불닭볶음면'으로 연결지을 상상력이 부족했던 탓이다. 8월 13일 현재 삼양식품의 시총은 4조2700억원, 농심은 2조6600억원으로 1.6배 이상 높다. 삼양식품이 농심의 시총과 같아졌을 때 매수했다면 60% 이상의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현재 아주 소량이지만 미국의 셰일가스(원유) 업체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을 보유중이다. 가장 큰 이유는 워런 버핏이 오랜 기간에 걸쳐 의미있는 지분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결과론이지만 5년전 주식을 시작하고 워런 버핏의 매매를 따라했을 경우 몇 년이 지났을 때 꽤 큰 수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었다. 약 3년 전 워런버핏이 일본의 상사 주식을 크게 매수했을 때 '일본 주식을 왜 사지?'라고 의아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그의 판단이 옳았음이 증명됐다. 버핏이 샀다가 팔긴했지만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도 그와 비슷한 시기에 샀다면 큰 수익을 안겨줬을 것이다. 워런 버핏이 몰래 사모았던 보험사 '처브'도 그와 비슷한 타이밍에 살 수 있었다면 매우 큰 수익을 보고 있었을 종목이다. 친환경이 대세인 현재 워런버핏이 왜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을 크게 매수했는지는 잘 모른다. 현재 옥시덴탈의 주가는 59달러 정도로 워런 버핏의 평단가는 53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다만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면 내 시나리오는 이렇다. 최근 전세계 산업계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서 그 방향성을 약간 선회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조력 등의 에너지 생산 한계로 인해 RE100(재생에너지 100%)을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다시 원자력 발전 확대 및 기존 화석 연료 사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더해 AI와 자율주행 등 막대한 데이터 사용으로 인해 전력 수요는 앞으로도 급속히 증가할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전선, 발전기 업체의 주가가 급등한 것도 이런 이유다. 미래에 에너지 수요가 급등하고, 중동 갈등 등으로 석유 공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셰일가스를 통해 석유를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이 반사 이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이런 시나리오가 버핏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상상해 본다. 하지만 이미 내 계좌는 다른 종목에 처물려서 파란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옥시덴탈페트롤리움을 살 돈이 없다는 것이 유일한 문제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8-13 19:51:45이 글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의 주요 대사와 상황묘사가 담겼습니다. ‘돌풍’은 예상치 못한 전개가 매력인 콘텐츠인 만큼 넷플릭스에서 시청한 뒤 읽기를 권합니다. 텅텅 빈 내 통장 ‘투자 수익’으로 채우고 싶은데, 낯선 경제용어들이 어렵습니다. 후광효과, 헤일로 효과란 무엇일까요? 텅장탈출을 위한 ‘경제뉴스의 행간 읽기’ 지금 시작합니다.[파이낸셜뉴스]'돌풍'에서 정수진(김희애)의 남편인 한민호(이해영)는 과거의 '영광'을 파먹고 사는 철부지 남편이다. 구국의 강철대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을 지냈다는 기억이 한민호를 아직도 지배한다.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등 서울 주요대학의 총학생회장이 돌아가면서 의장을 지낸 전대협은 80년대 학생운동의 상징이다. 전대협 의장 출신의 우상호, 송영길, 이인영, 김민석 등은 민주당 간판을 달고 나와 여러 번 국회의원을 지냈다. 한민호는 아직도 지인(그는 동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들을 학부 시절 '직책'으로 부른다. 그는 타인을 정책국에서 일하던 누구나 나 수배살 때 숨겨준 친구라고 부른다. 사람을 만날 때면 투쟁하던 그 시절 ‘썰’을 푸느라 여념이 없다. ■ 능력 없이 의지만 앞선 한민호의 레닌 '썰' 한민호가 재벌 회장에게 “그래서 레닌이 담배를 왜 끊었냐면요” 능청을 떨면 전대협 문화선전국장 출신의 3선 의원인 아내에게 꾸중을 듣는다. 정수진이 한민호에게 느낄 감정은 복잡미묘하다. 정수진이 그 시절 한민호에게 느꼈을 감정에는 '존경'도 담겨있었을 지 모른다. ‘당신이 박동호였어야지’ 부르짖는 아내의 말을 외면한 채 아직도 레닌 이야기나 하는 남편이라니. 능력도 없이 의지만 앞서는 남편의 손을 아내는 뿌리친다. 레닌이 담배를 끊은 이유에 대한 ‘정사’는 전해지지 않는다. 어머니의 권유로 담배를 끊었다는 기록은 남아있다. 17살부터 담배를 태우던 레닌은 엄마의 말에 따라 금연했다고 알려졌다. 의사의 딸이었던 레닌의 엄마 마리아 알렉산드로브나는 레닌에게 “우리는 네 아버지 일리야 니콜라예비치가 돌아가신 후 받는 연금으로 살고 있어. 연금이 적어서 추가 지출이 가계에 영향을 줘. 네 담배가 비싸진 않지만, 가계를 위해 네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당시 러시아에서 담뱃값은 그리 비싸지 않았다. 실제 레닌 집안의 가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각종 기록들은 레닌이 ‘강인한 정신력과 과감한 결단력’으로 금연에 성공했다고 전한다. 레닌은 강한 의지로 그것도 의사의 도움 없이 담배를 끊어냈다는 것이다. 레닌이 ‘철의 의지를 가진 강한 사람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레닌처럼 강해져야 한다’는 식이다. 일종의 영웅 마케팅이다. 이주연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는 “전통 종교와 정교회의 결합으로 러시아 서사에서는 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레닌의 금연 서사는 정사로 남은 것은 아니고, 결단력 있는 레닌에 대한 이미지를 주기 위한 기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대한 사회주의 혁명가 레닌도 담배를 끊었으니 소비에트연맹의 시민들도 금연, 금주에 동참하자는 ‘무언의 폭력’도 담겨 있다. ■ 담배를 피우는 저 홈리스가 범인? 첨단 자본주의 한국 사회에서도 담배는 ‘만악의 근원’처럼 묘사된다. 끊기 어려운 기호식품이라는 인식 정도에 불과했던 담배가 건강에 나쁜 ‘루저’의 상징이 됐다. 일부 사람들은 담배를 피운다는 것만으로 타인을 평가하고 낙인찍는다. 심리학에서 후광 효과는 개인이 브랜드 상품을 소유·착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총체적으로 훌륭한 사람으로 느끼는 현상이다. 마케팅 영역에서 후광 효과는 자주 사용된다. ‘물광 피부’를 자랑하는 김희애가 쓰는 화장품이라면 내 피부도 좋아질 것만 같다고 느끼는 지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드라마 속 ‘영앤 리치’가 타고 다니는자동차를 타면 당신도 젊고 성공한 남자로 비칠 것입니다.‘라는 식으로 홍보한다. 가장 비싼 소비재인 자동차 마케팅에서 ’후광 효과‘는 일상처럼 쓰인다. 히트한 차량은 대부분 ’누군가‘의 차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다. 지난 2014년 방한한 프렌치스코 교황이 국산 소형차 ’소울‘을 타자 ’교화의 차‘라는 별칭을 얻었다. 판매량이 급증했다. 다가오는 파리올림픽을 공식 후원하는 루이비통은 메달과 성화 보관함부터 자원봉사자의 의상까지 제공합니다. 모두 올림픽이라는 세계 최대의 행사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고 ’럭셔리‘의 명성을 남기기 위한 마케팅 활동이다. 루이비통 브랜드를 소유한 LVMH그룹의 스타일링 디렉터 카오리 모리츠 이시카와가 디자인한 메달 수여식 자원봉사자 패션은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인 지금도 전 세계적인 입소문이 났다. 삼성전자는 신형 갤러시Z6 시리즈의 첫 공개 장소를 올림픽에 맞춰 파리로 정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4(Galaxy Unpacked 2024)' 행사에서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참가 선수단을 위해 특별 제작한 '갤럭시 Z 플립6 올림픽 에디션'도 공개됐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2024-07-12 19:12:05[파이낸셜뉴스] 7박8일의 발리 일정 중 5일째와 6일째 날은 발리 근교 섬인 '누사페니다' 1박 2일 투어를 갔다. 클룩 앱을 통해 숙소가 포함되지 않은 1박 2일 가이드 투어(차량포함)로 예약했다. 유튜브에서 적어도 5개 이상의 누사페니다 투어 후기 영상을 찾아봤다. 반나절 투어의 경우 왕복 이동에만 몇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너무 촉박하다는 후기가 많았다. 앱에서도 누사페니다 관련 투어 상품이 족히 10여개는 됐는데 숙소 포함 여부, 스노클링 등 액티비티 포함 여부에 따라 비용 차이도 꽤 컸다. 모든 것이 포함된 프로그램의 경우 비용이 많은 대신 편리할 것이었다. 반면 누사페니다를 자유여행으로 온 뒤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여행자도 많았다. 하지만 섬의 대부분이 비포장 도로에다 돌맹이와 요철도 많고 길도 좁아 오토바이 초보에게는 위험해 보였다. 다른 투어 프로그램과 비교해 비용이 비싼 편이었기 때문에 나름 심사 숙고해서 숙소 미포함, 1박 2일, 기사 포함 투어를 선택했다. 사누르항구 집결, 누사페니다로 향하다 투어 프로그램을 예약하고 당일 아침, 그랩으로 차량을 잡아 집결지인 '사누르 항구'로 이동했다. 한 편의점 앞에서 모인 뒤 투어 프로그램에 따라 목걸이 형태의 티켓을 발급 받았다. 인솔자를 따라 같은 목걸이를 한 사람들은 같은 배에 타는 시스템이었다. 사람도 많고 별도의 인솔이나 안내도 없었기 때문에 자칫 늦거나, 시각을 착각하면 여행 일정이 꼬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여자저차해서 혼란 없이 사누르항구에서 누사페니다로 가는 배를 탈 수 있었다. 약 40분 정도를 배로 이동한 뒤 누사페니다 섬에 도착했다. 항구 바깥에서 내 이름을 들고 있는 가이드를 만날 수 있었다. 가이드와 함께 그의 차로 이동했고, 이때부터 누사페니다 투어가 시작됐다. 다이아몬드비치와 아투비치 누사페니다 1박 2일 투어는 첫날은 동부, 둘 째날은 서부를 둘러보는 코스였다. 첫날 차를 몰고 가장 먼저 이동한 곳은 다이아몬드비치와 아투비치였다. 주차를 하고 내리면 고지대에서 다이아몬드 비치와 아투비치가 내려다 보인다. 깍아지른 절벽의 구석에 아슬아슬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사진 한 두 장을 찍었다. 보통 동행한 가이드 기사가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준다. 다이아몬드비치의 해변으로 가기 위해서는 경사가 급한 절벽 계단을 15분~20분 가량 내려가야 한다. 슬리퍼나, 크록스를 신고 내려가기에는 약간 주의가 필요하다. 경사가 급하고, 일부 돌계단 지역은 잘못하면 미끄러져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내려가는 계단 중간 중간 관광객들이 기념 촬영을 하느라 멈춰서기 때문에 속도를 내기도 어렵다. 다이아몬드 비치는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았다. 파도가 높고 강해서 주의가 필요하지만 풍광도, 경치도 모두 좋았다. 다만 투어프로그램을 이용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오랜 시간을 보내기는 어려웠다. 보통 관광객들은 시간 관계상 다이아몬드비치나 아투 비치 중 한 곳을 택해 내려가 둘러보고 오는 경우가 많다. 다이아몬드비치 다음으로는 인근 식당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투어와 연결된 제휴 식당으로 나시고랭, 미고랭 등 기본 메뉴를 선택해 별도 비용 없이 먹을 수 있었다. 맛은 역시나 별로였다. 트리하우스와 텔레토비언덕 점심을 먹고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트리하우스'라는 곳이었다. 이름 그대로 오래된 고목 위에 나무로 지은 집이 있는 사진 명소 같은 곳이었다. 투어에 포함돼 입장 티켓 비용은 없었지만 트리하우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별도로 돈을 내야했다. 몇 천원 정도였는데 사실 그 정도 가치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대신 트리하우스 인근의 해변 절벽을 한 바퀴 둘러봤다. 첫날의 마지막 목적지는 '텔레토비 언덕'이었다. 별다른 풍광 없이 그냥 보통의 언덕이었다. 초록의 풍광이 펼쳐지긴 했지만 발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라 새로울 것도 없었다. 사실 트리하우스와 텔레토비언덕은 1박2일로 프로그램을 늘리기 위해 억지로 넣은 장소 같았다. 첫날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잡은 '링 사메톤 리조트 호텔'로 체크인을 했다. 한동안 휴식을 취하고 저녁은 도보로 이동가능한 '시크릿 페니다 레스토랑 &바'에서 해결했다. 호텔과 마찬가지로 누사페니다 섬의 최북단 해안가에 위치한 식당이라 바다를 향해 테이블을 놓고 떨어지는 석양을 보며 맥주를 마셨다. 음식은 소고기 장조림 같은 발리 현지 요리,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를 먹었다. 발리 물가 치곤 상당히 비쌌지만 풍경의 가격이라 생각하면 나쁘지 않았다. 하루 종일 기사를 따라 '깃발 투어'처럼 잠깐 구경하고 이동, 구경하고 이동을 반복하는 것보다 여유롭게 저녁을 먹으며 쉬는 이 시간이 정말로 누사페디나를 즐기는 느낌이었다. 바로 호텔로 들어가기에는 시간이 일러 호텔 근처에 있는 이름모를 카페에서 간단하게 음료와 나초 등 스낵을 더 먹었다. 특별할 거 없는 평범한 카페였지만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 엔젤빌라봉과 브로큰비치 다음날은 아침 일찍 체크 아웃을 하고 아침 8시30분쯤 일정을 시작했다. 가이드는 이미 주차장에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었다. 둘 째날의 첫 목적지는 '엔젤빌라봉'과 '브론큰비치'라는 곳이었다. 도보로 5분 정도 떨어진 두 곳은 모두 발리의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엔젤빌라봉의 거대한 암석과 고려 청자 같이 초록 투명한 바닷물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남겼다. 브로큰비치는 아치형 다리 모양의 자연 구조물이었다. 브로큰비치를 따라 한 바퀴 돌며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몇몇 가이드는 멋진 사진을 남겨 주기 위해 높은 나무에 올라 다양한 각도로 관광객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른 아침의 브로큰비치도 나름 매력있었지만, 석양이 질 무렵의 브로큰비치 역시 대자연이 주는 압도적인 풍광과 장엄함이 있다고 한다. 브로큰비치를 보고 차량으로 복귀할 즈음해서 살짝 비가 내렸다. 하지만 소나기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리진 않고 금방 그쳤다. 다행이었다. 티라노를 닮은 클리킹비치 클리킹비치는 누사페니다 반나절(하루) 투어에도 반드시 들어가는 곳이다. 그만큼 누사페니다 섬을 대표하는 관광명소여서다. 클리킹이란 새끼손가락을 뜻하는데 사실 오른쪽을 바라보는 티라노사우스를 닮은 것처럼 보인다. 입을 벌리고 있는 티라노의 머리 지형과 오른손으로 절반 하트를 만들어 하트처럼 인증샷을 찍은 사진도 여러장 볼 수 있었다. 클리킹비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지역에서는 원숭이들도 볼 수 있었다. 클리킹비치는 첫 날의 다이아몬드 비치처럼 돌계단을 따라 해변가까지 내려갈 수 있다. 누사페니다의 여러 해변 중 가장 해수욕을 하고 싶은 장소였지만 다음 목적지가 있어 모두다 내려가는 대신 중간쯤에서 사진을 여러장 남기고 다시 올라왔다. 절반 정도만 내려갔는데도 날이 더워 땀이 한바가지 쏟아졌다. 클리킹비치를 보고 인근의 식당에 들려 점심을 먹었다. 전날 먹었던 식당과 달랐지만 메뉴는 같았다. 가장 안전한 미고렝(볶음면)을 먹었다. 역시나 별로 맛이 없었고, 슬슬 미고렝이 질려갔다. 누사페니다 투어의 마지막 행선지는 '크리스탈 비치'였다. 한 시간 정도 해수욕을 하거나 쉴 수 있다. 이미 질릴도록 해변을 봤기 때문에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1박 2일쯤 되면 보통 피곤하기 때문에 가이드에게 이곳을 생략하고 바로 발리 본섬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해변가에서 적당히 물장구를 치고 놀다, 과일 주스를 한잔 마시고 누사페니다 투어를 마쳤다. 차를 타고 누사페니다 섬 항구로 가서 한동안 기다린 뒤에 보트를 타고 본섬으로 돌아왔다. 꾸따로 이동 사누르 항구로 도착해 다시 그랩으로 차를 불러 마지막 숙소가 있는 '꾸따' 지역으로 향했다. 발리 서부 해안가 지역은 서핑으로 유명한데 이번 투어에서는 '서핑'이나 '풀 클럽(수영장 클럽)'은 가보지 못했다. 숙소는 '율리아 비치 인 쿠타'라는 곳으로 위치도, 시설도 괜찮았다. 발리 서쪽 서핑 지역은 총 3개의 비치가 있는데 내가 머물렀던 '꾸따'는 가장 오래되고 퇴락해 가는 중이라고 한다. 그 위쪽으로 세미냑 비치, 짱구 비치가 있는데 요즘은 이 두 곳이 더 핫하다고 한다. 1박 2일의 투어로 피곤했기 때문에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저녁은 호텔 근처를 한 바퀴 산책하고 눈에 보였던 '돈 주앙 멕시칸 레스토랑 앤 바'라는 곳에서 해결했다. 당시 핸드폰이 고장나서 음식 사진을 찍지는 못했는데 개인적으로 발리에서 갔던 식당 중 가장 맛있게 먹은 곳이었다. 한국에서 종종 먹었던 '온더보더'나 다른 멕시칸 레스토랑 대비 가성비도 좋고 고기도 풍성하고, 소스도 다양했다.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7-12 16:42:33[파이낸셜뉴스] 발리에서 3일째 되는 날은 평소보다 하루를 빨리 시작했다. 지프를 타고 발리 북부 바투르산 일출 투어와 다양한 액티비티를 하루에 다 돌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액티비티 앱 '클룩'을 통해 이틀 전 예약했고, 이날의 픽업은 새벽 4시였다. 새벽 3시 30분쯤 일어나 준비를 하고, 3시에 나오니 사전에 왓츠앱을 통해 연락했던 기사 '조이(가명)'가 승합차를 주차시켜 놓고 호텔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조이는 굉장히 수다스러운 친구였다. 유럽 관광객에게 들은 서구 세계의 동향, 발리와 한국의 GDP 차이, 자신의 가족 얘기와 꿈 등을 쉼없이 얘기했다. 예를 들어 "이 투어의 이름은 바투르산 '지프' 투어인데 사실 대부분의 차들이 비싼 '지프'사의 지프 트럭이 아니고 일본 회사의 트럭을 개조한 것"이라거나 "발리 말로 고양이는 발음이 돈과 비슷하다(사실 기억이 정확히 나진 않는다)"는 등 시시콜콜한 얘기였다. 조이는 생존 영어가 상당히 능숙했는데 아마도 이런식으로 꾸준히 영어로 소통하며 연습하는 모양이었다. 중간에 잠깐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 지프차로 환승하는 바투르산 초입의 집결지였다. 바투르산 일출 투어.. 자켓은 필수 바투르산은 한국의 한라산과 일견 비슷했다. 화산 활동으로 생성돼 정상에는 칼데라호가 있고, 산의 일부 지역은 검은 현무암 덩어리(블랙라바)로 이뤄져 있다. 승합차에서 내려 지프로 갈아탔다. 지프의 운전 기사는 '위(Wie)'라는 친구였다. 위는 조이와 달리 영어가 능숙하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위의 첫인상은 영화 '엽문'의 주인공인 홍콩배우 견자단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열대 기후 지역인 발리였지만 지대가 높고 새벽인 탓인지 매우 추웠다. 또 창문 없이 뻥 뚫린 지프라 바람을 막을 방도도 없었다. 출발하기 전 현지 사람이 담요를 살거냐고 물어봤지만 담요의 가격을 듣고는 잠시 고민한 뒤에 거절했다. 하지만 산을 오르는 내내 상당히 추웠기 때문에 이 선택이 약간은 후회됐다. 지프는 깜깜한 어둠 속, 비포장 도로를 약 30분 가량 서서히 나아갔다. 수십, 수백대의 지프가 아주 좁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사고 없이 나아가는 게 신기했다. "스콜성 소나기가 오면 진흙길이 미끄러워 투어가 취소되는 건지" 물어봤는데 위는 "비가 와도 아무 문제 없이 투어가 진행된다"고 해서 놀랐다. 바투르산 중턱에는 이미 수십, 수백대의 지프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춥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지프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이미 해가 구름을 뚫고 지평선을 넘어 올라오고 있었다. 아침으로 받은 커피(핫초코)와 샌드위치, 초코바를 먹었다. 커플, 가족 등 많은 관광객들이 일출에 맞춰 사진을 찍었다. 일출을 보며 '새해에 다짐했지만 이루지 못한 목표들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자'라거나 '자연의 웅장함에 가슴이 떨린다'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마흔 즈음까지 살아보니 사실 일출을 봐도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에도 이미 베트남 무이네의 화이트 샌듄에서 이미 비슷한 지프투어를 하고 일출을 봤기 때문이다. 태양이 2개가 아니라면 어차피 그때 봤던 그 태양일 것이었다. 여행을 자주 하다 보면 나라가 바뀌어도 관광 상품은 어딜가나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때가 있다. 여행의 감동도 익숙해 지다보면 그 여운이 감명 깊은 책 한 권을 읽었을 때보다 덜할 때도 많다. 위는 수많은 사진을 찍어 줬는데 특히 영상을 멋지게 찍어줬다. 틱톡 등에서 봤던 현란한 스마트폰 무빙을 통해서 마치 1분짜리 짧은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는 영상을 여럿 건질 수 있었다. 일출을 본 뒤, 블랙라바라는 현무암 지형으로 이동했다. 수많은 현무암의 자갈들이 모여 언덕과 산을 이룬 곳이었다. 일부 관광객들은 지프 차를 타고 이동하는 대신 트레킹을 선택해 이곳까지 조깅해 오는 경우도 있었다. 지프 투어를 마치고 이동을 위해 다시 조이가 기다리고 있는 집결지로 내려왔다. 팁을 건네자 위는 매우 고마워하며 한 가지를 부탁했다. 바로 클룩에 리뷰를 남겨 달라는 거였다. 하지만 지금 확인해 보니 이미 한 달이 지나서 리뷰를 남길 수가 없었다. 발리여행 최고 꿀잼, 아융강 래프팅 발리에 오기 전 몇몇 액티비티들 중 하고 싶었던 활동이 몇 가지 있다. 길라왕 섬의 바다거북 스노클링, 발리 북부에서 돌고래 보기, 아융강 래프팅 등이다. 그 중 실제로 했던 활동이 아융강 래프팅이다. 내가 신청한 투어 프로그램은 그라하 어드벤처 래프팅이라는 업체를 이용했다. 구명조끼와 안전모, 노를 받아 들고 트럭을 탄 뒤에 강의 상류로 이동했다. 노란색 노를 다리 사이에 끼고 안전모를 쓰고 트럭을 타고 이동하니 군대 시절 소총과 안전모를 쓰고 해안 경계를 나가는 육공 트럭위에서의 안 좋았던 기억이 잠깐 떠올랐다. 트럭에서 내린 뒤 한동안 산길을 따라 계단을 오르고 내리며 이동해야 했다. 강의 상류에서 간단하게 노를 젓는 법과 안전 설명을 들었다. 미리 스마트폰 방수포를 준비해 가지 못해 현장에서 8000원 정도인가를 주고 목걸이형 핸드폰 보호 비닐을 샀다. 20살 언저리 강원도에서 래프팅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아융강 래프팅은 스케일이 달랐다. 거의 1시간 30분에서 2시간 가까이를 내려오는 긴 코스였다. 중간에 산 절벽을 따라 흐르는 폭포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폭포 안에 들어가 폭포를 온 몸으로 맞으며 더위를 씻어 내렸다. 거대한 자연 속에서 고무 보트를 타고 세계 각지에서 모인 6명 정도의 관광객과 키잡이 1명 등 총 7명이 한 배를 타고 내려갔다. 중간에 간이 휴게소에서 맥주로 목을 축이며 휴식을 취하는 시간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7박 8일 발리 일정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경험이었다. 자연 속에서 이름 모를 나비를 구경하고, 노를 저어가며 강을 가로질러 내려오는 경험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래프팅을 마치고는 다시 계단을 따라 한동안 등산을 했다. 현지 직원은 거대한 고무 보트의 바람을 빼고 머리에 진 채로 계단을 올라왔는데 '밥 벌이의 고단함에 대해' 잠깐 짠한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남성뿐 아니라 아주머니 한 분도 그 무거운 보트를 지고 20분~30분 가까이 계단을 올랐다. 구명 조끼를 반납하고 현장에서 뷔페식으로 밥을 먹었다. 배가 상당히 고팠기 때문에 미고렝을 한 접시 가득 받아 먹었다. 인솔자였던 직원에게 팁을 건네고 간단하게 샤워를 한 뒤에 다음 일정지로 이동했다. 루왁 커피 농장에서 커피 테이스팅 만약 발리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면 바트르산 일출 투어, 루왁 커피 농장 투어, 아융강 래프팅을 하루씩 하루씩 쪼개서 체험했을 것 같다. 3개의 프로그램을 하루에 모두 체험한다고 해서 비용이 크게 저렴해 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융강 래프팅 투어는 2만5000원 정도인데 바투르산 일출 투어에 이를 추가해도 2만원이 넘게 든다. 사실 '가성비'를 생각하면 여러 투어를 합치는 게 좋지 않지만 발리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부득이 여러 프로그램을 합쳐 하루에 다 넣었다. 다음 목적지는 루왁 커피 농장이었다. 흔히 사향고양이로 알려진 루왁 커피는 사향고양이가 커피 열매를 먹고 똥으로 배설한 것을 잘 씻어 말린 뒤 만든 커피다. 과거에는 우리에 가둬 놓고 루왁 커피를 생산했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자연 상태의 사향 고양이가 배설한 똥을 농장의 사람들이 수거하는 형태로 바뀌었다고 한다. 하루에 한 마리의 사향고양이가 생산할 수 있는 루왁 커피 원두 양은 5g 정도(정확하진 않다)에 불과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농장을 돌며 아직 수확전의 커피 원두를 보고, 루왁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사향고양이가 배설한 커피 원두는 5차례 이상 깨끗하게 씻은 뒤에 수제로 로스팅 하는 과정을 거친다. 로스팅을 마친뒤 분쇄하고, 포장해 현장에서 판매를 하게 된다. 현장에서는 약 15잔의 커피와 티를 무료로 맛볼 수 있다. 단 루왁 커피는 별도의 비용을 내야 하는데 약 5000원 정도다. 한국의 호텔에서는 이 10배에 달하는 가격에도 판다고 하니 한 번쯤은 시도해 볼만했다. 더불어 루왁 커피를 맛 본 뒤에는 현장에서 루왁커피 원두도 판매하는데 생각해 보니 루왁커피 판매를 위해서도 좋은 루왁 커피를 내렸을 확률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식가는 아니라서 별로 특별한 맛을 느끼지는 못했다. 이후에도 한 두 잔 정도 더 루왁커피를 맛볼 수 있었는데 그때도 느낌은 비슷했다. 땀어 절은 채로 숙소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고 저녁은 우붓 왕궁 근처의 관광객 골목에서 먹었다. '디스 이즈 발리'란 식당으로 현지식 백반인 '나시짬뿌르'를 관광객 상대로 비싸게 파는 곳이었다. 현지식 나시짬부르는 매우 저렴하지만 이 곳은 각각의 메뉴를 개별로 선택하거나, 추천 메뉴를 고르는 식으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었다. 고기, 야채, 소스, 밥 등 모두 맞춤형으로 주문하거나, 추천 조합으로 선택할 수도 있었다. 나는 고기 폭탄 메뉴를 골랐는데 여러 종류의 고기와 단백질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6-27 16:3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