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인 경제, 포용적인 사회.' 윤종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의 어투는 단호했다. '양적 성장'만 추구하는 국가발전 시스템은 이제 끝났다는 뉘앙스가 인터뷰 내내 묻어났다. 성장을 지속하면서도 사회안전망을 늘리고 삶의 질을 함께 추구하는 사회로 나가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됐다고도 했다. 파이낸셜뉴스 주최 '제18회 서울국제금융포럼'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윤 대사는 지난 19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된 본지와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는 성장일변도의 경제사회 패러다임에서 웰빙, 인간 중심으로 변해야 하는데 늦은 감이 있다"며 "이익을 남기기 위해 부가가치를 높이기보다 비용 낮추는 데만 집중하는 '바닥으로의 경쟁' 분위기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은 이익이 안되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제도와 의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윤 대사는 "일부 유망산업에 대한 집중투자보다는 공정한 경쟁의 틀과 보상체제를 만들었을 때 미래혁신이 일어난다"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반세계화는 성장일변도의 경제체제와 이로 인한 분배 악화의 반작용이었다며 이제는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공정하고 포용적인 경제사회체제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면서 개별 국가보다는 세계적인 문제나 흐름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나 미국 우선주의 등 반세계화 움직임이 득세하고 있다. 반세계화의 원인은.▲세계화가 사회 전체에 총량적으로는 도움이 됐지만 국민 개개인의 삶에는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세계 경제의 통합이 생산과 소비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평균적으로 일반적인 사람의 삶에 긍정적이지만 혜택을 받지 못한 계층도 많이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무역의존도는 50% 정도인데, EU에서 영국에 의존하는 수출입은 3%밖에 안된다. EU에서 탈퇴하는 것이 영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거라 예상했는데도 국민들은 브렉시트를 선택했다. 세계화뿐 아니라 기술혁신도 고용, 소득, 분배 등 사람들의 삶을 바꾼 큰 변혁이었다. OECD 자료를 근거로 하면 상위 1%가 전체 자산의 19%를 갖고 있고, 하위 40%는 전체 자산의 3%밖에 갖고 있지 않다. 소득과 부의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이다. 교육 격차도 상당하다. 대졸자의 자녀는 60%가 대학에 진학했지만, 고졸 부모의 자녀는 15%만이 대학에 갔다. 그러다보니 세계화가 전체적으로 혜택이 비용보다 컸는데도 불구하고 일자리와 소득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우리나라 역시 성장 주도의 경제체제였다. 지금까지는 '파이(성장과실)'를 나누는 것보다 파이를 키우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기존과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인가. ▲파이를 키우는 게 중요하지만 그 때문에 다른 가치들을 희생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경제가 포용적이지 못해 어려운 사람이 많고 사회갈등이 심하면 개혁을 위한 공감대를 모으기가 그만큼 어렵다. 실업과 비정규직이 늘고 임금격차가 확대되고 있어 경제성과를 보다 넓게 공유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옛날엔 정부가 이끌면 국민들이 따라갔고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자리, 소득이 늘고 삶도 대체로 나아졌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처럼 성장하기 힘들 뿐 아니라 성장해도 혜택을 공유하지 못하고 뒤처지는 사람이 많다. 분배뿐 아니라 삶의 질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일례가 최근 심각해진 미세먼지 문제다. 파리에서 출장 올 때 잠시 얘기를 나눈 비행기 승무원이 '다음 대통령은 환경문제 해결할 사람으로 뽑고 싶다'고 하더라. 영화 '곡성'을 보면 주인공의 딸이 '뭣이 중헌디' 라고 묻는 대목이 있다. 정책을 사람들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맞춰야 한다. 발전목표의 방향성에 대해 국민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다가 '어! 가야할 산이 이 산이 아니라 다른 산이네' 이러면 국민 입장에서 힘이 들고 정책 신뢰도 손상된다. ―성장 중심의 경제는 끝났다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우리나라의 발전수준을 감안할 때 성장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성장과 다른 가치, 즉 'beyond GDP(GDP를 넘어서)'를 균형시켜 'GDP and beyond(GDP와 다른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방향)'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균형 잡힌 발전전략을 써야 성장의 지속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 OECD의 지배적 견해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배, 삶의 질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크게 바뀌지 않았고 그에 대한 국민의 갈증이 있다. 큰 방향이 바뀌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정부와 민간 등 경제주체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이 사회변화를 따라가고 있는지 짚어봐야 할 것 같다. 정부 역할과 관련해서 최근 기술 4.0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정부도 2.0 정도는 되어서 정책과 제도를 경제사회 변화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 특히 기존 발전전략의 유용성을 재검토해야 하며 삶의 질을 더 중요시해야 한다.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교통 문제를 예로 들면 '사람들이 질서를 잘 지키면 교통 사망사고 안 난다.' 이렇게 접근하면 절대로 교통사고 사망률을 줄일 수 없다. 유럽에 인구 5만 이상 도시 중에서 5년 연속으로 교통 사망사고가 한 번도 안 난 도시가 16개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교통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 사람이 실수해도 주행속도, 도로체계, 안전시설 등이 중첩적으로 사망사고 가능성을 막아준다. 파리도 교통 패러다임을 바꾼 이후에 교통사고 사망률이 반 이상 줄었다. 앞으로 인구가 줄어든다 하는데 교통 인식을 바꾸면 1년에 2500명 정도 무고한 희생을 막을 수 있다. 이런 노력들이 성장에 부정적일까?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 생각 바꾸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정책 바꾸는 건 그나마 쉽고 관행과 의식 바꾸는 건 정말 힘들겠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대통령선거 기간 중 성장과 삶의 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복지와 교육의 질을 올리고 노동시간에 대한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성장보다는 삶의 질에 초점이 맞춰지는 추세다. 'beyond GDP' 실현을 위해서는 증세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데. ▲거론될 만하다. 우리 세입규모를 OECD 국가와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라 앞으로 서서히 늘어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증세 문제는 국민적인 공감대를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사안이다. 증세까지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기존 틀에서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서 제시하는 틀에 따라 우리 경제사회의 건강성을 점검해보고 부족한 것으로 드러난 부분을 중점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중장기적으로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삶의 다차원적인 측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며 아울러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늘리거나 사회안전망을 잘 갖추어놓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 성장을 위한 혁신 이라는게, 유망하다고 간주되는 몇몇 분야를 선정해서 집중투자하는 것보다 경제, 사회 전반적으로 공정한 경쟁의 틀을 만들어주고 사람들이 혁신했을 때 공정한 보상을 받는 시스템을 갖추면 된다. 지금은 그런 부분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큰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국민적 동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스웨덴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OECD 국가의 성공사례를 적용하면 어떤가. ▲다른 나라 사례를 참고하는 게 중요하지만 사람 얼굴 그릴 때 눈 예쁜 사람, 코 예쁜 사람, 이마 예쁜 사람 각각 가져와 하나로 합치면 피카소 그림처럼 이상한 얼굴이 된다. 우리나라 상황을 감안해 전체적이고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변화를 위한 개혁의 방향성이 중요하며 투명한 의사결정구조 아래 국민참여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유도해야 한다. 개혁 방향에 대해 입장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지만 많은 국민들이 납득하는 이슈도 있다고 본다. ―한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경제사회 문제를 고치기 위한 구조개혁이다. 기득권, 경제적 지대(Economic Rent)를 지키려는 집단의 반대 때문에 개혁 노력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특정 집단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규제, 시장진입을 못하게 막는 규제들이 많지 않나. '동맥경화증' 같은 걸 풀어야 한다. 노동 개혁도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노조가 전체 근로자의 7%밖에 대변하지 못 하고 있어 비정규직 등 근로자와 실업자를 포함한 대다수 노동시장 참여자의 목소리가 개혁 논의에 반영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피해를 청년들이 떠안게 된다. 우리 경제사회 상황을 OECD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한국은 소득수준이 35개국 중 23위로 중하위권인데 노동생산성은 더 낮고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은 바닥이다. 상대적 빈곤율은 7~8번째로 높고 연금제도가 늦게 도입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인빈곤율은 가장 높다. 정보통신기술(ICT) 부가가치와 학생의 학업성취도는 괜찮지만 장시간 근로, 성별 임금격차 등 근로여건이 취약하다. 초미세먼지 노출 순위도 바닥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평가하자면 경제지표는 대체로 양호하지만 사회지표는 대부분 취약하다. 이러한 불균형을 시정하고 불합리한 기득권을 제거하고 경제사회의 활력을 높이는 데 구조개혁의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래서 생산적인 경제,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김유진 기자
2017-04-24 19:10:27허경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대표부 대사가 1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OECD 이사회에서 임기 3년의 OECD 연금기금관리위원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연금기금관리위는 2억9000만유로(4470억원 상당)에 달하는 OECD 연금기금을 관리하는 기구다. /mirror@fnnews.com김규성기자
2010-12-16 18:36:05'의대정원'이라는 말만 들어도 온 나라가 들썩인다. 대한민국의 모든 갈등이 이 네 글자에 압축돼 있는 듯하다. 의사들은 교육을 감당할 수 없다며 내년도 신입생 모집 중지까지 거론하고, 정부는 예측 가능성과 공정성을 내세워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이쯤 되면 의대정원 문제가 아니라 '의대 전쟁' 문제라고 해야 할 것 같다. 1990년대 초반 서울 강남의 8학군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부모들은 자녀를 명문고에 보내기 위해 위장전입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금도 고위 공직자 청문회에서 위장전입이 걸리면 대부분 그 시절 자녀 교육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강남 8학군의 탄생은 과도한 중학교 입시경쟁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중학교 입학시험을 없애면서 생겼다는 게 아이러니다. 문제를 개혁하려는 노력은 이어졌지만, 강남 8학군은 더욱 견고해졌다. 세월이 흘러 자사고와 특목고까지 등장하면서 교육의 '귀족화'는 오히려 더 심해졌다. 역사는 되풀이되는 모양이다. 정부가 의대정원을 늘리겠다고 하자 의사들이 들고일어났다. 교육여건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지만 그 안에 '기득권'에 대한 욕심이 과연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의사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건 그들의 과거 행적 때문이다. 의대정원을 늘리자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며 반대해왔다.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 임상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 됐다. 더 큰 문제는 이 갈등이 단순한 숫자 싸움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의사들은 정부가 의료계를 길들이려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의사들이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고 비난한다. 서로를 향한 불신이 깊어질수록 대화는 멀어진다. 환자들은 불안하다. 의사들이 자신의 이익이 걸린 문제라면 언제든 다시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다. 코로나19 시절 의료진의 헌신을 기억하는 국민들은 지금 의사들의 태도 변화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의료계의 자성도 필요하다. "의대정원을 늘리면 환자 진료를 거부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은 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깎아내린다. 의사들이 수입이 줄어들까 걱정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그런 속내를 드러내는 순간 의사는 그냥 장사꾼이 된다. 의사들은 왜 자신들이 의대정원 확대에 반대하는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의 책임도 크다. 오래된 이슈를 총선을 앞두고 급하게 꺼내 들어서다. 의료정책이 정치적 고려에 휘둘리는 순간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근본적으로 의대정원 확대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의대정원만 늘리면 지역 의료 불균형이 해소될 거라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방 중소병원에서 일할 의사를 늘리려면 처우개선이 먼저다. 의대정원 문제는 우리 의료체계의 민낯을 보여준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 의료 양극화, 필수의료 공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문제들은 의대정원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면서도 의사의 처우를 보장하고, 지역 간 의료격차를 줄이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양측은 대화는 외면한 채 서로 으르렁대기만 한다. 의사 싫어하는 정부와 정부 미워하는 의사들 사이에서 죽어나는 건 환자들이다. 의대정원 문제를 정치적 승부의 장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극단적 행동을 자제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논의의 중심에는 '환자'가 있어야 한다. 누군가 "의료는 성역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의료가 정쟁의 도구가 되어서도 안 된다. 의대정원을 둘러싼 지금의 갈등이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길까 두렵다.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갈등과 대립의 악순환을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대화와 타협으로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인가. 의료계의 미래가 그 선택에 달려 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전국부장
2024-11-24 19:18:33상속세 완화가 장기적으로 국민소득과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상속세율 인하 등 상속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따랐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인엽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상속세의 경제효과에 대한 실증분석'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결과가 추론됐다고 24일 밝혔다. 보고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의 1965~2022년의 58개년 패널 데이터를 사용해 상속세수의 변화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효과를 추정했다. 그 결과 상속세수가 1% 감소하면 1인당 GDP는 장기적으로 0.06%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해당 추정 결과를 상속세수가 10% 감소하는 상황으로 환산할 경우, 1인당 GDP는 장기적으로 0.6%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경협 측은 "상속세 과세체계(세율 및 과세표준 구간)가 가장 마지막으로 개편됐던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상속세수의 연평균 증가율(12.7%)이 10%를 상회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속세수의 변동이 우리나라의 1인당 GDP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같은 방식으로 상속세수의 변화가 국가 증시의 시가총액에 미치는 효과도 추정한 결과, 상속세수가 1% 감소하면 증시 시가총액은 장기적으로 0.65%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속세수의 감소가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추정 결과를 상속세수가 10% 감소하는 상황으로 환산한 결과 증시 시가총액은 장기적으로 6.4%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인엽 교수는 "상속세가 타당하려면, 개인과 기업의 경제활동으로 발생한 소득을 국가가 상속세로 징수해 그 재원을 경제에 효율적으로 재투자하거나 상속세 취지에 맞게 소득불평등을 완화한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면서 "불가능하다면, 자원의 효율적인 이전을 위해 해외 주요 선진국처럼 자본이득세로의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수빈 기자
2024-11-24 18:38:48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전히 거침이 없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외환위기),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두 번의 위기를 정면에서 부딪히면서 극복한 경험과 통찰력은 팔순 나이에도 되레 더 깊어진 듯했다. 최근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 본사를 찾은 강 전 장관은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1400원을 넘나드는 환율 등 한국 경제 전반을 짓누르고 있는 현안에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었다. 강 전 장관은 "트럼프 2기 출범은 '불확실성'을 넘어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대전환"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통상정책과 관련, 트럼프 2기는 왜곡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바로잡으려 할 것이고 우리나라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넘나들면서 '심리적 위기론'이 나오지만 강 전 장관은 "(1400원대에도) 우리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고 말했다. 반도체, 자동차 업종을 제외하고 적정 환율을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 입장이었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결손이지만 감세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세정책을 '증세를 위한 감율정책'으로 정의했다. 다만 상속세 부과체계의 유산취득세 전환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상속세는 폐지해야 된다"고 했다. 또 "유산취득세로 바꿔도 세율인하가 없다면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강 전 장관은 정책현장 체험들을 묶어 지난 8월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을 발간했다. 한국경제 최대 격변기를 경험하고 지휘한 경제관료의 비망록이다. 실전경제학 서적이기도 하다. 서울, 세종에서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오는 29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상공회의소에서 부산파이낸셜뉴스, 부산상의 공동 주관으로 북콘서트를 연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우리나라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재정, 통화, 산업통상 등 부문별 정교한 정책조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가 추구할 '미국 우선주의'에 의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질서는 이제 거역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WTO 체제에도 적용될 것이다. WTO는 국가보조금 지급 금지와 시장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자유무역체제다. 중국은 국가자본주의 경제로 기본적으로 WTO 체제에 적절치 않다. 아직도 지식재산권 보호 등에 대한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WTO 체제에서는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 왜곡된 WTO 체제를 바로잡으려는 미국의 노력은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를 전제로 새로운 관점에서 재정금융, 산업통상 정책을 정비하고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 BTS와 블랙핑크 같은 스타 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환율이 1400원 선을 넘나들고 있다. 달러 강세 지속에 따른 '뉴노멀'이라는 시각도 있다. 환율이 상향 고착화돼도 문제가 없나. ▲환율이 1400원을 뚫은 것은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다고 본다.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고였던 지난 9월 수출실적을 잘 살펴야 한다. 반도체 제외 땐 70억달러, 자동차까지 빼면 124억달러 사상 최대 적자라고 본다. 글로벌 경쟁력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한 무역수지를 기초로 환율이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달러를 수출하는 대외채권국인데 외국자본 유출을 우려해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도 문제다. 한국은행의 주 임무는 물가안정이긴 하지만 전체 균형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1400원대 환율은 1997년과 2008년 위기에 비춰 호재가 많다. 물론 이런 효과는 수입물가 상승에 따라 상쇄되기 때문에 할당관세 활용과 개별소비세 감면 등의 대책이 따라야 한다. ―아시아 외환위기, 글로벌 경제위기를 이익을 좇는 투기자본의 흐름이 만든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위기의 재연'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4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났다는 시각이 있다. 높은 대외의존도와 반도체 편중으로 구조적 침체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인데, 타당한 지적인가. ▲높은 대외의존도와 반도체 편중 문제가 아니다. 최근 반도체와 자동차의 수출 호조에 따른 '전체' 무역수지의 흑자와 이에 따른 소득증가로 '평균' 3만달러 국민소득에 가려진 '전체 평균'의 허상에 따라 우리가 노력을 덜 한 게 아닌가 한다. 엔저로 일본으로 가는 한국 관광객 쏠림은 1996년, 2007년과 닮았다. 당시는 외환위기, 글로벌 위기 직전이었다. 정부의 노력과 소비자의 선택이 해이해지는 상황은 같다. 우리는 달러를 수출하는 나라인 반면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하면 최대 무역적자를 보이는 불균형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자본이 나가는 것의 경제적 의미도 과거와는 다르다. 주가를 '밸류업'할 것이 아니라 반도체 공장으로 가는 송전탑을 제대로 설치해야 한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 장애요인을 제거하는 노력이 먼저다. ―한국 사회의 최근 모습은 '갈등의 일상화'라고 할 만하다.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 곳곳에서 '법의 지배'를 강조했다. 법에 대한(법의 공정한 집행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 상황에서, 말처럼 쉽지 않아 보이는데. ▲로마시대 이래 서방이 세계 질서의 중심에 서게 된 원인을 한 가지만 얘기하라면 '법의 지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법의 지배를 위한 제도와 관행이 미비한 것으로 생각한다. 불구속 수사의 원칙, 피고인 방어권의 보장, 수사와 기소의 분리 등 여러 문제에 대한 여당과 야당의 견해가 다르고 다수결과 거부권이 계속 부딪치는 상황은 제도와 관행의 미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자 검찰을 '조물주'라고 말하고, 검사 출신 금융감독원장이 우리나라 배임죄는 '삼라만상'을 처벌한다는 말이 오늘 우리 법치주의의 현주소를 말하는 것이다. 모든 부분이 선진화되었는데 '법의 지배'는 어느 위치에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먼저 이뤄진 다음 제도를 선진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정하고 합리적인 관행이 성립돼야 할 것 같다. ―"감세정책은 다 성공했다" "저세율이 고투자와 고세입을 산출했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다. 큰 흐름은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다만 현 정부는 감세정책을 펴면서 처한 상황은 상당히 어렵다. ▲세수결함의 원인은 추계의 잘못과 정책의 잘못 두 가지가 있다. 올해의 세수결함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추계의 오류 그리고 정부의 정책 착오, 특히 코로나 사태와 지난 정부의 증세정책에 의한 투자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과거 통계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감세가 '확실한 증세정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의 역동성 저하와 인구구조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하겠지만, 증세에 의한 투자부진 그리고 강세 환율에 의한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한 제품의 수출 부진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면 결국 환율을 정책적으로 손대야 한다는 의미인데. 엔화 대비 원화값이 상대적으로 높아 기업경쟁력이 약화됐다는 뜻이지 않은가. ▲우선 일본과 중국을 비교한 상대적 환율을 실세화해 일반 수출산업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해야 하고, 과거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었던 내수산업에 대한 배려와 지원을 확대하면 어떨까 싶다. 성장 지향적인 경제정책과 아울러 교육 교부금과 지방교부세 낭비를 축소하고 지방정부의 효율적인 재정자치를 확대하면 감세정책 추진이 가능하리라 본다. 규제완화, 환율 실세화 정책과 함께 재정의 낭비요소를 제거하면 감세정책 추진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1970년 이후 21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91개 경기진작책을 비교한 결과 성공한 정책은 기업과 소득에 관한 감세정책이었으며, 정부지출 증가는 대부분 실패한 것으로 나타난 보고서가 있다. 또한 미국에서 1달러의 감세는 3달러의 국내총생산(GDP)을 증가시켰고, 세율을 아무리 올려도 세입이 GDP의 20%를 넘지 못했다는 보고서도 있다. 우리의 과거 통계도 세율을 인하할수록 세입이 늘어난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세율인하는 '감세정책'이 아니라 "증세를 위한 감율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부가 내년에 상속세 부과체계를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법률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한다. 부가가치세 도입의 주역이었고, 세제실장을 거친 세제 전문가이기도 하다. 상속은 국민적 관심도가 높다. 어떤 기조로 법률을 개정해야 할까. ▲개인적 의견은 상속세 폐지다. 대영제국이 망한 건 70%에 달하는 상속세 때문이다. 상속세에 부담을 느낀 부자들이 호주, 캐나다로 몰려가면서 두 나라가 갑자기 대국이 됐다. 다만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이야기는 부자를 위한다는 결론이 나버려서 힘들다. 따라서 단기적으론 세율을 점진적으로 인하해야 한다. 다른 나라를 보면 상속세를 폐지하고 상속재산이 처분되거나 소득이 발생할 때 소득세를 부과하면 세입이 오히려 늘어난다고 한다. 유산취득세는 과거에도 검토했지만 세율인하 없이는 과세에 혼란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해서 그만뒀다. 대담 = 김규성 경제부 부국장·세종취재본부장, 정리=spring@fnnews.com 이보미 홍예지 기자
2024-11-24 18:19:49[파이낸셜뉴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4년 규제정책평가(iREG)에서 규제 영향 분석과 사후평가 두 개 분야에서 회원국 38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처음 공개된 투명성 지표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국무조정실은 2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 OECD 규제정책평가(iREG)' 결과를 공개했다. OECD 규제정책평가의 목적은 회원국 규제정책의 효율성·효과성 점검, 규제혁신·관리 역량 평가, 각 국의 우수사례 공유 등이다. 지난 2015년 OECD에서 규제 정책평가를 시작한 이후 우리나라가 1위를 달성한 것은 처음이다. OECD 규제정책평가를 실시한 첫 해인 2015년 대부분의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10위권을 기록했다. 두 번째 평가인 2018년부터는 모든 3개 분야에서 10위권 내로 진입해 2021년까지 상위권을 유지했다. 2024년 OECD 규제정책평가는 38개 회원국들의 2021~2023년까지의 규제정책 및 제도를 대상으로 한다. 평가 결과 우리나라는 회원 38개국을 대상으로 법률과 하위 법령으로 나눠 신설·강화 규제를 심사하는 '규제영향분석'과 기존 규제의 적합성을 검토하는 '사후평가' 부분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이해관계자 참여 부문에서 3위(법률)와 5위(하위법령)에 머물렀다. OECD는 규제 도입·집행·평가 등 전 단계에서 회원국들이 규제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국민과 기업의 참여를 얼마나 보장하고 있는지 평가한다. 국무조정실은 현 정부 출범 후 지난 2022년 5월 이후 총 2900여건의 규제개선을 완료했으며 투자창출·매출확대 등 약 148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표적 규제 혁신 사례로 △산업단지 입지 규제 해소로 광양산업단지에 4조4000억 규모의 첨단산업 입주 △여행자 휴대품 신고서 작성 의무 폐지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 △비수도권의 그린벨트 규제 혁신 △대형마트 영업규제 상생 방안 마련 △향수 면세 한도를 60㎖에서 100㎖로 확대 등을 꼽았다. 평가 결과는 내년 5월 OECD 홈페이지에 공개될 예정이다. 남형기 국무2차장은 "그동안 많은 성과에도 불합리한 규제로 국민의 어려움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국민이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2024-11-24 13:03:38[파이낸셜뉴스]상속세 완화가 장기적으로 국민소득과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상속세율 인하 등 상속세재 개편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따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지인엽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상속세의 경제효과에 대한 실증분석'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결과가 추론됐다고 24일 밝혔다. 보고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의 1965~2022년의 58개년 패널 데이터를 사용해 상속세수의 변화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효과를 추정했다. 그 결과 상속세수가 1% 감소하면 1인당 GDP는 장기적으로 0.06%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해당 추정 결과를 상속세수가 10% 감소하는 상황으로 환산할 경우, 1인당 GDP는 장기적으로 0.6%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경협 측은 "상속세 과세체계(세율 및 과세표준 구간)가 가장 마지막으로 개편됐던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상속세수의 연평균 증가율(12.7%)이 10%를 상회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속세수의 변동이 우리나라의 1인당 GDP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같은 방식으로 상속세수의 변화가 국가 증시의 시가총액에 미치는 효과도 추정한 결과, 상속세수가 1% 감소하면 증시 시가총액은 장기적으로 0.65%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속세수의 감소가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추정 결과를 상속세수가 10% 감소하는 상황으로 환산한 결과 증시 시가총액은 장기적으로 6.4%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경협은 이번 연구 결과가 국가 경제와 기업가치에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상속세제의 검토 및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의 인하가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연구를 담당한 지인엽 교수는 “상속세가 타당하려면, 개인과 기업의 경제활동으로 발생한 소득을 국가가 상속세로 징수해 그 재원을 경제에 효율적으로 재투자하거나 상속세 취지에 맞게 소득불평등을 완화한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불가능하다면, 자원의 효율적인 이전을 위해 해외 주요 선진국처럼 자본이득세로의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상속세 부담 완화가 경제와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실증적 결과가 상속세제 개편의 당위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해묵은 상속세제 개편으로 우리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 완화와 경제·증시 활력 제고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4-11-24 11:27:49"외로움과 고립감을 방치하면 자살 위험 등 큰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민 모두가 일상에서 마음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외로움 없는 생명도시를 만들겠습니다." 서울시가 시민들의 외로움과 고립감을 해소하고 건강한 삶을 지원하기 위한 '자살예방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시민의 마음 건강을 지키고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일상 속 마음 돌봄에 중점을 뒀다. 서울시에서 정신건강 정책을 총괄하는 김태희 시민건강국장(사진)을 만나 자살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에 대해 들었다. 김 국장은 21일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이 커지며 서울시민 절반 이상이 스스로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고 우울감 경험률도 5년 사이 늘었다"며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자살 고위험군이 되기 전에 일상에서 쉽게 심리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살예방 종합계획도 △일상 속 마음 돌봄 △지역 주도 △시민 참여를 핵심 전략으로 추진한다. 기존 고위험군 위주 관리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일상에서 마음 건강을 지속해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 국장은 "30대 김모씨가 새벽에 마음이음상담전화(1577-0199)로 전화해 울먹이며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서 현재 옥상에 있다'고 말했다"며 "상담사는 112에 즉시 신고하고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상담을 유지해 김씨가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시는 24시간 한 통의 전화라도 놓치지 않도록 마음이음상담전화 인력을 현재 12명에서 2026년까지 30명으로 확대한다. 상담 방식도 카카오톡, 챗봇, 문자 상담 등으로 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지난 7월부터는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전문심리상담을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마음투자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2만명을 목표로 지원하고 있으며 2027년부터는 매년 10만명을 지원한다. 김 국장은 "6년 전 동생을 잃은 한 시민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다 심리상담을 받고 애도 과정을 잘 거쳐 일상을 되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자살유족, 재난상황을 겪은 시민 등 마음이 힘든 분들이 가까운 전문기관에서 상담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시민들이 심리적 지원이 필요할 때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자치구 마음상담소'도 확충한다. 현재 11개소를 운영 중인데 2025년 10개소를 추가하고 2026년까지 모든 자치구에 설치한다. 지역사회 내 마음 돌봄 인프라를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이번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서울시민 자살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2023년 서울시민 10만명당 자살률은 23.2명으로 전국 평균 27.3명보다 낮지만 OECD 평균 10.7명에 비해서는 높다. 김 국장은 "시민들이 마음 건강을 체계적으로 돌볼 수 있도록 지원해 외로움 없는 서울을 조성하고 자살률을 낮추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서울시가 든든한 마음 돌봄 동반자가 될 테니 시민들은 언제든 필요할 때 심리상담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2024-11-21 18:08:51[파이낸셜뉴스] 지난 10년간 상속세 총결정세액이 10배 이상 증가하는 등 세부담이 크게 늘고 있어 상속세 개선이 필요하다는 국내 경제계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6단체는 21일 상속세를 조속히 개선해 줄 것을 촉구하는 경제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가 참여했다. 경제계에 따르면 국민 한명이 보유한 자산을 의미하는 1인당 국부(국민순자산)는 지난 2012년 2억2000만원에서 2022년 4억4000만원으로 10년간 2배 증가했고, 상속세 부담은 더 빠르게 늘어 총결정세액이 같은 기간 1조8000억원에서 19조3000억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기업 경영자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60세 이상의 경영자가 공시대상기업집단은 80%, 중견기업은 45%(전문경영인 제외시 62%), 중소기업은 34%에 달한다. 현 상황에서 상속세 개선과 관련해 현재 국회에는 최고세율을 인하(50% → 40%)하고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를 폐지하며, 가업상속·승계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의 정부가 발의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 계류돼있다. 경제계는 △글로벌 추세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최대주주 할증평가 △지역경제 활성화 △중소·중견기업의 지속성장 등을 이유로 상속세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피력했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2번째로 높다.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적용하면 실효세율은 최대 60%로 1위이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1997년 45%, 2000년 50%로 인상된 이후 현재까지 25년간 변화한 적 없다. 이에 반해 주요국들은 지속적으로 최고세율을 인하하거나 상속세를 폐지해 왔다. 경제 수준 대비 상속세 부담 비율도 글로벌 주요국 수준을 훨씬 초과한다는 주장이다. 최대주주 할증과세도 폐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업인은 최대주주 보유주식에 대한 할증과세(20%)를 적용받아 기업승계 시 최대 60%에 달하는 상속세를 부담하고 있다. 이에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고 외부세력에 의한 경영권 탈취에 취약해지거나 기업을 포기하는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한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하고, 중소·중견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계는 "상속세를 바라보는 글로벌 추세와 세계 12위의 경제 규모에 걸맞는 제도 설계 필요성, 국민들의 가치관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제 상속세는 과거의 기준에 맞춰서는 제도로서 존속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4-11-21 11:42:42[파이낸셜뉴스]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전자여행허가제(K-ETA) 개선, 방한 외국인 관광객 출입국 편의 제고 등이 필요하다는 업계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문화관광산업위원회는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전재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을 초청해 제25차 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건의 내용을 청취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우기홍 대한상의 문화관광산업위원회 위원장(대한항공 사장),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이사, 이장훈 한진관광 대표이사 등 문화·관광·식품 분야 기업 및 단체 대표 20명이 참석했다. 참석 기업들은 국내 관광활성화 대책으로 비자면제 외국인 대상 사전입국심사 'K-ETA' 면제국을 확대하고, 심사 절차를 간소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K-ETA는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112개 국가 국적자를 대상으로 출반 전 미리 정보를 받아 여행 허가를 주는 제도로, 불명확한 심사 기준으로 일부 관광객들은 신원이 확실함에도 승인 불허가 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K-ETA 신청 시 입력 항목을 줄이는 등 신청절차를 간소화해 관광객 편의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따랐다. 방한 관광객 출입국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건의도 나왔다. 현재 공항에서 외국인 출입국심사대 부족으로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등 여러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 한 기업인은 “외국인 출입국심사대 혼잡 시 내국인 심사대를 활용하는 등 유연한 운영이 필요하다”며 “해외 주요 공항처럼, 일등석 승객이나 럭셔리 관광객에 대해서 수속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관광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비영어 전문가이드 육성', ‘외국인 친화적 모바일 플랫폼 본인인증 서비스 도입’, ‘교통약자 우선 수속 서비스 이용 연령 일원화’, ‘아웃바운드 여행업계 인식 제고’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우기홍 대한상의 문화관광산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기준 관광산업의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기여도가 9%인데 반해 국내 GDP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게 안타깝다"며 "관광 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거듭나려면 산업 간 장벽을 허물어야 하고 그 핵심은 문화이며, 관광과 산업의 성공적 연계를 위해 업계의 노력 뿐 아니라 정부와 국회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4-11-21 11: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