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인 경제, 포용적인 사회.' 윤종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의 어투는 단호했다. '양적 성장'만 추구하는 국가발전 시스템은 이제 끝났다는 뉘앙스가 인터뷰 내내 묻어났다. 성장을 지속하면서도 사회안전망을 늘리고 삶의 질을 함께 추구하는 사회로 나가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됐다고도 했다. 파이낸셜뉴스 주최 '제18회 서울국제금융포럼'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윤 대사는 지난 19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된 본지와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는 성장일변도의 경제사회 패러다임에서 웰빙, 인간 중심으로 변해야 하는데 늦은 감이 있다"며 "이익을 남기기 위해 부가가치를 높이기보다 비용 낮추는 데만 집중하는 '바닥으로의 경쟁' 분위기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은 이익이 안되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제도와 의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윤 대사는 "일부 유망산업에 대한 집중투자보다는 공정한 경쟁의 틀과 보상체제를 만들었을 때 미래혁신이 일어난다"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반세계화는 성장일변도의 경제체제와 이로 인한 분배 악화의 반작용이었다며 이제는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공정하고 포용적인 경제사회체제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면서 개별 국가보다는 세계적인 문제나 흐름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나 미국 우선주의 등 반세계화 움직임이 득세하고 있다. 반세계화의 원인은.▲세계화가 사회 전체에 총량적으로는 도움이 됐지만 국민 개개인의 삶에는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세계 경제의 통합이 생산과 소비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평균적으로 일반적인 사람의 삶에 긍정적이지만 혜택을 받지 못한 계층도 많이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무역의존도는 50% 정도인데, EU에서 영국에 의존하는 수출입은 3%밖에 안된다. EU에서 탈퇴하는 것이 영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거라 예상했는데도 국민들은 브렉시트를 선택했다. 세계화뿐 아니라 기술혁신도 고용, 소득, 분배 등 사람들의 삶을 바꾼 큰 변혁이었다. OECD 자료를 근거로 하면 상위 1%가 전체 자산의 19%를 갖고 있고, 하위 40%는 전체 자산의 3%밖에 갖고 있지 않다. 소득과 부의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이다. 교육 격차도 상당하다. 대졸자의 자녀는 60%가 대학에 진학했지만, 고졸 부모의 자녀는 15%만이 대학에 갔다. 그러다보니 세계화가 전체적으로 혜택이 비용보다 컸는데도 불구하고 일자리와 소득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우리나라 역시 성장 주도의 경제체제였다. 지금까지는 '파이(성장과실)'를 나누는 것보다 파이를 키우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기존과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인가. ▲파이를 키우는 게 중요하지만 그 때문에 다른 가치들을 희생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경제가 포용적이지 못해 어려운 사람이 많고 사회갈등이 심하면 개혁을 위한 공감대를 모으기가 그만큼 어렵다. 실업과 비정규직이 늘고 임금격차가 확대되고 있어 경제성과를 보다 넓게 공유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옛날엔 정부가 이끌면 국민들이 따라갔고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자리, 소득이 늘고 삶도 대체로 나아졌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처럼 성장하기 힘들 뿐 아니라 성장해도 혜택을 공유하지 못하고 뒤처지는 사람이 많다. 분배뿐 아니라 삶의 질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일례가 최근 심각해진 미세먼지 문제다. 파리에서 출장 올 때 잠시 얘기를 나눈 비행기 승무원이 '다음 대통령은 환경문제 해결할 사람으로 뽑고 싶다'고 하더라. 영화 '곡성'을 보면 주인공의 딸이 '뭣이 중헌디' 라고 묻는 대목이 있다. 정책을 사람들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맞춰야 한다. 발전목표의 방향성에 대해 국민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다가 '어! 가야할 산이 이 산이 아니라 다른 산이네' 이러면 국민 입장에서 힘이 들고 정책 신뢰도 손상된다. ―성장 중심의 경제는 끝났다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우리나라의 발전수준을 감안할 때 성장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성장과 다른 가치, 즉 'beyond GDP(GDP를 넘어서)'를 균형시켜 'GDP and beyond(GDP와 다른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방향)'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균형 잡힌 발전전략을 써야 성장의 지속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 OECD의 지배적 견해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배, 삶의 질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크게 바뀌지 않았고 그에 대한 국민의 갈증이 있다. 큰 방향이 바뀌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정부와 민간 등 경제주체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이 사회변화를 따라가고 있는지 짚어봐야 할 것 같다. 정부 역할과 관련해서 최근 기술 4.0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정부도 2.0 정도는 되어서 정책과 제도를 경제사회 변화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 특히 기존 발전전략의 유용성을 재검토해야 하며 삶의 질을 더 중요시해야 한다.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교통 문제를 예로 들면 '사람들이 질서를 잘 지키면 교통 사망사고 안 난다.' 이렇게 접근하면 절대로 교통사고 사망률을 줄일 수 없다. 유럽에 인구 5만 이상 도시 중에서 5년 연속으로 교통 사망사고가 한 번도 안 난 도시가 16개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교통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 사람이 실수해도 주행속도, 도로체계, 안전시설 등이 중첩적으로 사망사고 가능성을 막아준다. 파리도 교통 패러다임을 바꾼 이후에 교통사고 사망률이 반 이상 줄었다. 앞으로 인구가 줄어든다 하는데 교통 인식을 바꾸면 1년에 2500명 정도 무고한 희생을 막을 수 있다. 이런 노력들이 성장에 부정적일까?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 생각 바꾸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정책 바꾸는 건 그나마 쉽고 관행과 의식 바꾸는 건 정말 힘들겠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대통령선거 기간 중 성장과 삶의 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복지와 교육의 질을 올리고 노동시간에 대한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성장보다는 삶의 질에 초점이 맞춰지는 추세다. 'beyond GDP' 실현을 위해서는 증세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데. ▲거론될 만하다. 우리 세입규모를 OECD 국가와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라 앞으로 서서히 늘어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증세 문제는 국민적인 공감대를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사안이다. 증세까지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기존 틀에서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서 제시하는 틀에 따라 우리 경제사회의 건강성을 점검해보고 부족한 것으로 드러난 부분을 중점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중장기적으로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삶의 다차원적인 측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며 아울러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늘리거나 사회안전망을 잘 갖추어놓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 성장을 위한 혁신 이라는게, 유망하다고 간주되는 몇몇 분야를 선정해서 집중투자하는 것보다 경제, 사회 전반적으로 공정한 경쟁의 틀을 만들어주고 사람들이 혁신했을 때 공정한 보상을 받는 시스템을 갖추면 된다. 지금은 그런 부분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큰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국민적 동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스웨덴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OECD 국가의 성공사례를 적용하면 어떤가. ▲다른 나라 사례를 참고하는 게 중요하지만 사람 얼굴 그릴 때 눈 예쁜 사람, 코 예쁜 사람, 이마 예쁜 사람 각각 가져와 하나로 합치면 피카소 그림처럼 이상한 얼굴이 된다. 우리나라 상황을 감안해 전체적이고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변화를 위한 개혁의 방향성이 중요하며 투명한 의사결정구조 아래 국민참여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유도해야 한다. 개혁 방향에 대해 입장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지만 많은 국민들이 납득하는 이슈도 있다고 본다. ―한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경제사회 문제를 고치기 위한 구조개혁이다. 기득권, 경제적 지대(Economic Rent)를 지키려는 집단의 반대 때문에 개혁 노력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특정 집단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규제, 시장진입을 못하게 막는 규제들이 많지 않나. '동맥경화증' 같은 걸 풀어야 한다. 노동 개혁도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노조가 전체 근로자의 7%밖에 대변하지 못 하고 있어 비정규직 등 근로자와 실업자를 포함한 대다수 노동시장 참여자의 목소리가 개혁 논의에 반영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피해를 청년들이 떠안게 된다. 우리 경제사회 상황을 OECD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한국은 소득수준이 35개국 중 23위로 중하위권인데 노동생산성은 더 낮고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은 바닥이다. 상대적 빈곤율은 7~8번째로 높고 연금제도가 늦게 도입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인빈곤율은 가장 높다. 정보통신기술(ICT) 부가가치와 학생의 학업성취도는 괜찮지만 장시간 근로, 성별 임금격차 등 근로여건이 취약하다. 초미세먼지 노출 순위도 바닥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평가하자면 경제지표는 대체로 양호하지만 사회지표는 대부분 취약하다. 이러한 불균형을 시정하고 불합리한 기득권을 제거하고 경제사회의 활력을 높이는 데 구조개혁의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래서 생산적인 경제,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김유진 기자
2017-04-24 19:10:27허경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대표부 대사가 1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OECD 이사회에서 임기 3년의 OECD 연금기금관리위원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연금기금관리위는 2억9000만유로(4470억원 상당)에 달하는 OECD 연금기금을 관리하는 기구다. /mirror@fnnews.com김규성기자
2010-12-16 18:36:05'교사가 이끄는 교실혁명'을 위해 정부가 내년부터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교실에서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그간 교육 현장에서 불거진 문제들의 원인이 기존 서책 기반의 학업이 아니라 학업 분위기와 여건, 인프라 등의 구조적 측면이 크다는 의견이다. 특히 아직도 완성 이전 단계에 머무른 채 공개된 AI의 기능은 기존 오답분석을 통한 맞춤문제의 반복학습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도구를 성급하게 디지털화하기에 앞서 이미 불거진 교실 문제의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교과서 바뀌면 모범생 될까2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 신고로 열리는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횟수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2022학년도 3035건, 2023학년도 5050건에 이어 올해는 교육지원청으로 업무를 이관한 지 3개월 만에 1364건이 열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개최건수가 1263건에 그쳤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도 교권침해 사례는 순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수업방해 비율이 높은 나라다. 2018년 '교원 및 교직 환경 국제 비교 조사(TALIS)' 결과 응답한 교사 가운데 38.5%가 수업방해 학생 때문에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고 답했다. OECD 평균에 비해 10%p 높다. 교과서 활용 이전인 수업참여 단계에서 이미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 셈이다. 교사들은 이 같은 문제가 단순히 교육의 도구를 바꾸는 방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혜영 교사노조 대변인은 "초등학교의 경우 수업방해 학생이 한 명 있다면 도구에 관계없이 수업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빈번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를 지원해 수업이 이뤄지게 하는 것이 우선인데 학습도구만 바꾸면 저절로 맞춤교육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는 적다"고 말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신소영 공동대표는 "코로나 기간에 이미 비대면 수업 등을 통해 이미 경험한 것처럼 수업의 형태가 온라인·디지털로 바뀐다고 해서 학생들, 특히 중하위권 아이들의 학업 의지가 상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학생들에게 학업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능동성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학교의 고유한 교육적 기능이어야 한다"며 "도구만 디지털로 바꾸면 수업이 원활히 진행되고 맞춤교육이 이뤄질 것이라는 것은 낙관적인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AI교과서 활용방안 안갯속교사와 학생 간 교류의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반면 AI교과서 도입이 이를 제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학생들이 AI교과서를 통해 학습을 진행할 경우 기존 교사가 맡았던 성취도·이해도에 대한 분석과 피드백을 AI가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도입 대비를 위한 교원역량 강화 연수도 완성품이 없어 단순히 전자문서와 동영상을 연결하거나 기존 AI의 기능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사교육과 공교육의 격차는 가르치는 사람의 집중도에서 나오는데 교사의 역할이 단순히 학생과 기계를 연결하는 데 비중을 둔다면 학업 조력자로서의 역할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윤홍집 기자
2024-10-03 18:09:54현재 형사사법시스템은 절차의 간이화·효율화, 검사의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 기능 강화, 경찰의 수사 책임성 향상 방안 신설 등의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검찰로부터 나왔다. 검찰과 경찰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실무에 문제가 생겼다는 취지다. 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일 '변화한 형사사법시스템의 쟁점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올해 '제3회 형사법포럼'에서 서울동부지검 정혜승 검사는 이같이 주장했다. 정 검사는 발표에서 "검경 수사권조정 및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이른바 '정치검찰'에 대한 비판을 명분으로 시작됐지만, 실제로는 형사사건의 99%를 차지하는 민생범죄 사건 처리 절차가 대대적으로 바뀌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행 3년 현재 △복합한 절차로 국민 권리구제 장벽 △사건 관리 고비용·저효율 문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검사의 사법통제 기능 △검경 '사건 핑퐁' 양산 △아동·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보호 공백 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성룡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검사에게 수사권을 인정한 국가는 모든 대륙법계 국가와 영미법계 3개국을 합해 모두 34개국"이라며 "약 90%의 국가에서 검사의 수사권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10-03 17:58:42[파이낸셜뉴스] 현재 형사사법시스템은 절차의 간이화・효율화, 검사의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 기능 강화, 경찰의 수사 책임성 향상 방안 신설 등의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검찰로부터 나왔다. 검찰과 경찰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실무에 문제가 생겼다는 취지다. 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일 ‘변화한 형사사법시스템의 쟁점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올해 ‘제3회 형사법포럼’에서 서울동부지검 정혜승 검사는 이같이 주장했다. 정 검사는 발표에서 “검경 수사권조정 및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이른바 ‘정치검찰’에 대한 비판을 명분으로 시작됐지만, 실제로는 형사사건의 99%를 차지하는 민생범죄 사건 처리 절차가 대대적으로 바뀌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행 3년 현재 △복합한 절차로 국민 권리구제 장벽 △사건 관리 고비용・저효율 문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검사의 사법통제 기능 △검경 ‘사건 핑퐁’ 양산 △아동・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보호 공백 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성룡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검사에게 수사권을 인정한 국가는 모든 대륙법계 국가와 영미법계 3개국을 합해 모두 34개국”이라며 “약 90%의 국가에서 검사의 수사권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장지화 중국변호사는 “중국은 헌법에서 검찰(인민검찰원)을 ‘국가의 법률감독기관’으로서 법원과 같이 사법기관으로 규정해 독립성을 부여했고 검사는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경규 연구위원은 “유럽검찰청(EPPO)과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국은 초국가적 범죄의 수사 및 기소를 담당하기 위해 설립됐다”며 “소속 검사가 수사개시 여부를 결정하고, 직접 수사하며, 기소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변화한 형사사법시스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올바른 형사사법제도 정립을 위한 개선방안을 고민하기 위해 주제를 정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학계 및 실무와의 소통을 확대해 바람직한 형사사법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10-03 16:49:39내년 예산규모는 677조4000억원으로 올해보다 3.2% 늘어난 수준으로 편성되었는바 국회의 예산심의 결과에 따라서 조금 늘어나거나 줄어든 수준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지출증가율 2.8%보다는 상향됐지만 증가폭을 2년 연속 3% 내외로 묶어두기로 했다. 지난 정부와는 확연하게 차별화해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건전재정은 현 정부가 세 번의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지켜온 재정의 대원칙"이라며 "재정사업 전반을 재검증해 총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비기축통화국으로 대내외 환경을 감안할 때 코로나19 등으로 급격하게 팽창한 재정지출 증가 추이를 꺾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나라살림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포지셔닝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실천이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저출생과 고령화 추이, 이미 우리의 조세부담률과 사회보험을 합한 국민부담률이 선진국 평균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 그러나 아직 사회보장 등 복지지출은 선진국 수준에 많이 못 미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결코 지출 구조조정이 만만한 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의무지출이라는 것이 있다. 법률에 따라 정부가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예산으로, 지난 2023년 예산부터 전체 예산규모의 50%를 넘어섰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지방교부세, 건강보험, 기초생활보장, 연금지급 등 정부가 재량을 가지고 증감을 통제하지 못하는 항목들이다. 이들의 증가율이 가팔라서 재정팽창의 기울기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재량적 지출의 대폭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동원하는 재정기법이 지출점검(spending review)으로 집중적인 검토와 우선순위 재조정 등을 통해 의도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출프로그램을 재구조화하려 한다. 하지만 인건비, 국방비, 연구개발비 등 재량적 지출을 전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신규사업을 엄격하게 불인정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따라서 제도적 접근을 통해 의무지출의 구조조정과 합리화는 반드시 함께 논의해야, 말 그대로 '약자 복지를 키우고 미래도약 투자를 대폭 늘릴 수 있는 재정여력(fiscal space)을 확보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영역이 교육부문이다. 내년 교육예산 규모는 104조9000억원으로 편성되었다. 교육부는 의대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4877억원,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본격 추진을 위해 2조원, 국가책임 교육·돌봄 체계 구축을 위한 늘봄학교 프로그램 개발에 320억원을 지원해 교육개혁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교육예산의 가장 큰 비중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72조3000억원이나 된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따라 학생 1인당 교부금 규모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부금 규모가 내국세의 일정 비율(20.79%)로 결정되므로 사회경제적 여건을 고려한 편성의 어려움이 심각하다. 국가재정운용계획과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학생 1인당 교부금은 올해 1340만원에서 2028년 1940만원으로 4년간 48.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과도한 학령인구 1인당 교부금 증가는 시도교육청의 방만한 재정운영 문제를 야기한다. 의료개혁, 노인복지, 저출생 대책 등 다른 분야 필요재원 마련에 제약이 심각한데 다른 한쪽에서는 의무지출이라는 칸막이로 재정낭비가 이루어지는 모순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연간 학생 1인당 공교육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 보면 초등학교~고등학교 단계는 OECD 평균의 1.4배이나 고등교육 단계는 64.3%에 불과한 상황에서 국가경쟁력을 찾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부는 재정비전 작업에 기초해 지속가능한 재정운용의 틀을 공고히 하기 위해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준칙에 기초한 재정운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의무지출이라는 성역도 과감하게 제도개선해야 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2024-10-02 19:18:49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를 기록, 3년6개월 만에 1%대로 떨어졌다. 장기간 폭염으로 채소 가격은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국제유가 하락이 전체 물가를 떨어뜨렸다. 다만 최근 이스라엘·이란 등 중동 갈등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은 향후 물가에 부담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5(2020년 100)로 전년동월 대비 1.6% 상승했다. 1년 전에 비해 물가가 1%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2021년 3월(1.9%) 이후 처음이다. 물가상승률은 2021년 2월(1.4%) 이후 3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채소를 제외한 전반적인 물가가 안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월 3.1%에서 4월 2.9%로 하락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2.0%)까지 2%대를 유지하다 9월 1%대로 진입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를 끌어내린 것은 공업제품 내 석유류다. 경유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12%나 급락했고, 휘발유 가격은 전년 동기에 비해 8.0% 하락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하락에 대해 "국제유가가 떨어진 부분이 있다"며 "지난해 (유가상승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석유는 국제유가 영향을 받아 향후 전망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류 가격 하락에 따라 '생활물가지수' 역시 전년동월 대비 1.5% 상승에 그쳤다. 2021년 1월(0.8%) 이후 4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가계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들로 구성돼 체감물가 지표로 여겨지는 생활물가는 올해 들어 3월(3.8%)까지 올랐다가 하향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 상승률도 2.0%로 나타났다. 기재부 관계자는 "변동성이 높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하고 추세적 물가를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2.0%인 것을 볼 때 소비자물가가 1%대인 이유는 경기적 요인보다 유가 등 외부적 요인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밥상물가'와 관련 있는 신선식품지수는 131.29(2020년 100)로 전년동월 대비 3.4% 상승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2024-10-02 18:51:25[파이낸셜뉴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를 기록, 3년6개월만에 1%대로 떨어졌다. 장기간 폭염으로 채소 가격은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국제유가 하락이 전체 물가를 떨어뜨렸다. 다만 최근 이스라엘-이란 등 중동 갈등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은 향후 물가에 부담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5(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1.6% 상승했다. 1년전에 비해 물가가 1%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2021년 3월(1.9%) 이후 처음이다. 물가상승률은 2021년 2월(1.4%) 이후 3년7개월만에 최저치다. 채소를 제외한 전반적인 물가가 안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월 3.1%에서 4월 2.9%로 하락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2.0%)까지 2%대를 유지하다 9월 1%대로 진입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를 끌어내린 것은 공업제품 내 석유류다. 경유 가격이 1년전에 비해 12%나 급락했고 휘발유 가격은 전년 동기에 비해 8.0% 하락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하락에 대해 "국제유가 떨어진 부분이 있다"며 "지난해 (유가상승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석유는 국제 유가 영향을 받아 향후 전망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류 가격 하락에 따라 '생활물가지수' 역시 전년 동월 대비 1.5% 상승에 그쳤다. 2021년 1월(0.8%) 이후 44개월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가계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들로 구성돼 체감물가 지표로 여겨지는 생활물가는 올해 들어 3월(3.8%)까지 올랐다가 하향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 상승률도 2.0%로 나타났다. 기재부 관계자는 "변동성이 높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하고 추세적 물가를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2.0%인 것을 볼 때 소비자물가가 1%대인 이유는 경기적 요인 보다 유가 등 외부적 요인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밥상물가'와 관련 있는 신선식품지수는 131.29(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신선어개(생선·해산물), 신선채소, 신선과실로 나뉜다. 신선과일은 전년 동기에 비해 2.9% 하락했지만 신선어개와 신선채소는 각각 0.8%, 11.6%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배추 가격이 53.6%나 급등했고 무(41.6%), 상추(31.5%), 풋고추(27.1%) 등의 가격 상승폭이 컸다. 공 심의관은 "신선채소가 전반적으로 폭염으로 인해 가격이 높은 상황이다. 정부가 배추 등 대책을 내놓고 있고 10월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신선과일은 1년4개월만에 하락전환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에도 기상이변, 국제유가 상승 등 외부 충격이 없다면 2% 내외 물가 안정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배추 수급안정을 위해 정부가용물량 조기출하(6000t), 수입(4000t) 확대 등을 통해 1만t을 추가 공급하고, 이달말 종료 예정인 배추・무에 대한 할당관세를 연말까지 연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2024-10-02 10:10:54[파이낸셜뉴스] 특허청은 ‘K-푸드(Food) 위조상품 유통 대응 전략’ 가이드를 처음으로 발간했다고 30일 밝혔다. 특허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우리 기업의 지재권 침해 위조상품 유통은 2021년 기준 11조 원 규모이며,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5%에 해당한다. 특허청은 지식재산권 보호 활동의 하나로 업종별 맞춤형 대응 전략 가이드를 발간하기로 하고, 식품업종 기업을 위한 가이드를 처음 펴냈다. 식품기업에 특화된 이번 가이드에는 △식품업종 분쟁 통계 및 현황 △식품기업이 겪는 위조상품 유통·상표무단선점 사례 및 대응전략 △식품기업이 알아야 할 지식재산권 기초 정보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상표 보호 지원사업 소개 등이 담겼다. 이는 해외에 진출한 우리 식품기업이 지식재산을 보호하고 분쟁에 대응할 수 있는 실제적이고 체계적인 내용들이다. 특허청은 지난해 11월 식품, 화장품 등 위조상품 유통 빈발 5개 업종 협단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K-브랜드 위조상품 피해 예방·대응 강화를 위해 협력해오고 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식품산업협회 등과 K-푸드 위조상품 대응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우리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해 전 방위로 협력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정인식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이번 식품분야 대응 전략 가이드가 업종별로 분쟁상황이 상이한 점을 감안해 처음으로 펴내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위조상품 피해 빈발 업종인 패션, 화장품 등으로 가이드 발간을 확대해 나가겠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가이드는 한국지식재산보호원 홈페이지, IP-NAVI 등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2024-09-30 11:08:29[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임상(진료) 의사 수가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와 함께 최하위로 나타났다. 대통령실은 이를 두고 의과대학 정원 증원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주요국들의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를 비교한 OECD 보건의료 통계 2024 요약본을 공개했다. OECD 평균은 3.8명, 가장 많은 나라는 오스트리아로 5.4명에 달했다. 한국은 멕시코와 함께 2.6명으로 꼴찌이고, 비슷한 국가로는 미국과 일본이 2.7명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를 두고 “우리나라 의사 수가 절대 부족하다는 점이 국제통계로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OECD 평균과 비교하면 지금도 약 6만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6만명은 현재 국내 활동 의사의 절반이 넘는 엄청난 숫자”라고 지적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이어 “내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의대 증원이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의 정당성을 부각했다. 현재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이탈하면서 의정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의료계의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논리에 대해 정부가 나서 OECD 통계를 내세워 반박한 것이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9-26 19:1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