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일본에서 야생 곰고기 식품을 제공하는 자판기가 나와 화제인 가운데 최근 이 자판기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지난해 12월 일본 북부 아키타(秋田)현에 야생 곰고기 자판기가 등장한 뒤 이용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소바 고로'라는 현지 음식업체가 관광객들에게 곰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시장 조사를 벌인 뒤 아키타현 센보쿠(泉北)역 근처에 해당 자판기를 설치했다. 자판기 곰고기는 250g당 2200엔(한화 약 2만1700원)에 판매되며 인근 주민들에게서 인기를 얻고 있다. 자판기 곰고기는 현지 사냥꾼들이 매년 정해진 기간에 일정 개체 수를 사냥하도록 허가를 받고 얻은 것이다. 살코기와 지방이 골고루 섞여 있어 깔끔한 식감을 제공한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캔 제품이나 즉석 카레 형태로 소비되며 스튜 및 스테이크 등 다양한 요리로도 즐길 수 있다. 단, 사슴고기처럼 약간 누린내가 나 호불호가 갈린다. 최근 업체 측은 이 자판기 곰고기에 대한 인기가 증가해 400km 떨어진 도쿄에서도 곰고기 우편배달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곰과 사람이 마주치는 사례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적인 반응은 드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사람과 마주친 사례는 2009년 4800건에서 2020년 2만 여건으로 급증했다. 2020년 곰에게 공격을 받아 숨진 인원은 2명이며, 부상자는 158명에 달한다. 한편 '자판기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자국 내에 수많은 자판기를 보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일본자판기제조연합회에 따르면 일본 내 자판기 수는 2020년 400만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많았을 때인 2000년에는 560만대였으며, 일본 국민 23명당 1대꼴로 달하는 수준이다. 다만 최근 일본 최대 포경업체인 교도센파쿠가 고래고기 자판기를 설치하면서 환경단체 및 동물보호단체들의 비판 대상이 되기도 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2023-04-06 09:02:29[파이낸셜뉴스] 정부의 '개 식용 금지' 발언에 논란이 이는 가운데 또 다른 '보양식' 산업인 웅담채취용 사육곰 산업의 현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인해 열악한 환경에 갇힌 사육곰들만 수십년간 피해를 입어왔다는 것이 환경 단체의 설명이다. 이들은 "곰 생츄어리(보호소) 건립 확대까지 정부의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갇혀 있는 사육곰들 사육곰 문제는 정부가 정책 기조를 30여년에 걸쳐 급변해온 탓에 확대됐다. 사육곰 산업은 정부가 1981년 농가의 소득증대를 위해 재수출 목적으로 곰 사육을 권장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정부가 1993년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곰 수입·수출길이 막히자 농가의 소득 보전을 위해 10년령 이상의 곰의 웅담 채취를 합법화했다. 이후 환경부는 지난 2014년부터 중성화 수술을 진행해 웅담채취용 사육곰의 개체 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조치했다. 증식을 막아 사육곰의 자연 감소를 기다리겠단 뜻이다. 현재 한국은 중국과 함께 웅담 채취가 가능한 유일한 국가다. 문제는 아직까지 열악한 환경에 남아있는 사육곰 379마리다. 보신 문화 쇠퇴와 함께 사육곰 산업 역시 사양화 되면서 농장에도 이렇다 할 수익이 나지 않게 되자 사육 환경 역시 더 열악해지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 사육곰의 탈출 및 불법 증식 문제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경기 용인시에서 약용 목적으로 사육된 곰 두 마리가 곰 농장을 탈출했으며 9월에도 곰 두마리를 불법 증식한 농장이 적발됐다. 이를 단순한 농장주 개인의 일탈로 보지 않고 근원적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설명이다. 박은정 녹색연합 활동가는 "이번에 불법 증식이 적발된 농장의 경우 무허가 농장에 곰을 임대해서 불법으로 수익을 내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며 "일부 농가의 일탈로 치부하기엔 수년간 법의 허점을 이용한 불법 증식이 반복돼왔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해결하려는 정부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남은 곰은 어디로.. '생츄어리 건립'에 지속 관심 필요해 이에 정부와 환경단체는 오는 2024년까지 생츄어리를 조성해 불법 증식 등에서 구조된 사육곰을 안전하게 보호할 방침이다. 생츄어리는 동물을 자연과 유사한 환경에서 보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보호소로, 현재 정부 주도로 전남 구례에, 민간 주도로 경기 고양시 등지에 건립이 준비 중이다. 다만 생츄어리의 구체적인 조성 계획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박 활동가는 "환경부가 전남 구례 생츄어리에 대한 예산 투입은 확정했으나 구체적 조성 방안 논의에는 다소 미온적인 상황이다"며 "곰이 스트레스 받는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정부·지역사회·환경단체의 지속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 많은 사육곰이 보호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 팀장은 "구조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육곰이 자연과 유사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생추어리의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태규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도 "현재 정부와 민간이 추진 중인 생츄어리가 수용 가능한 개체 수는 150여마리 남짓"이라며 "생츄어리 건립이 확대된다면 '사육곰 보호'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건립 완료까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수습기자
2021-10-06 13:01:02초기 인류학 서적들은 소위 미개인들의 기이한 풍속을 담았는데, 실제로 유럽인들에게 기이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단기간 여행 중 제대로 관찰하지 못한 상태의 상상으로 만든 정보들도 무수하다. 그러한 내용들 중에 대표적인 스테레오타입이 '에스키모 사람들은 손님이 오면 부인으로 하여금 잠자리 접대를 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커다란 오해가 겹쳤다. 하나는 '에스키모'라는 용어이고, 다른 하나는 '부인으로 하여금 성접대를 하게 한다'는 평가다. 에스키모라는 단어는 알래스카의 동남쪽으로 거주하는 아싸바스칸(Athabaskan)어를 쓰는 선주민 집단들이 극지방에 사는 사람들을 부르는 멸칭이다. 아싸바스칸어로 '에스키모'의 뜻은 '날고기를 먹는 더러운 놈들'이다. 우리가 흔히 속된 표현으로 중국인을 '땟놈', 일본인을 '왜놈'이라고 부르듯이 지구상에는 가장 가까이 사는 집단들 사이에 서로를 멸칭으로 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장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따지고 보면, 혈통적으로 가장 가까울 수 있는 사람들인데. 북극의 주변으로 북위 70도 전후에 거주한다는 공간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들을 편견 없이 부른다고 하여 '북극인'(Arctic Peoples)이라는 용어도 쓴다. 그들은 자신을 '이누잇'(Inuit)이라고 부르며, 그 뜻은 '사람'이다. 알래스카로부터 캐나다 최북단, 그린란드의 앙막살릭을 거쳐서 시베리아 야말반도의 나나이족에 이르기까지 북극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이누잇 계통에 속한다. 알래스카의 내륙에서 순록 사냥으로 사는 사람들은 누나미웃(Nunnamiut), 해안에서 고래와 바다사자를 잡아서 사는 사람들은 타레미웃(Taremiut)이다. 이들은 그린란드에 사는 이누잇과 혈통으로 언어상으로 가깝다. 교통수단인 썰매를 끄는 개는 '말라미웃'(Malamiut)이다. 개에 대한 이누잇의 생각이 어느 정도인지는 명칭으로부터 드러난다. 동물영혼이 사람영혼보다 상위에 있다는 세계관이고, 동물 중에서는 개의 영혼이 가장 낮다. 왜냐하면, 개는 사람의 똥을 먹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사람과 개가 미웃(miut)으로 끝나는 접미어다. 개와 사람이 같은 항렬이다. 사람이 뭐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이쯤 되니 애니미즘 또는 토테미즘이라는 용어들이 등장한다. 그러니 이제부터 우리는 그들을 '이누잇'이라고 명칭하는 것이 도리다. 당신 면전에서 대놓고 "어이, 엽전"이라고 부르면 어떻겠는가? 손님접대를 부인으로 하여금 성(性)으로 하게 한다는 이 해괴망칙한 얘기가 어디서 유래하였는지에 대해서 찾고 또 찾았지만 근거가 없다. 이 정보는 식민지시대에 일본으로부터 건너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본학자들이 그 내용을 알고 있었고, 동일한 내용을 미국학자들도 알고 있다. 필자는 그러한 이야기가 유래할만한 빌미가 되는 관습이 와전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앙궉톡꾹' 정도로 발음되는 단어다. 알래스카 최북단의 포인트 배로우(Point Barrow)에서 토속지(ethnography)를 작성한 로버트 스펜서(1917~1992)의 고전적인 설명을 영어로 풀이한 의미대로 전하면, '나의 마누라와 성관계를 한 사람'이란 뜻이다.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란, 더군다나 문자가 없는 사회에서 말이란 지극히 맥락적이다. 탈맥락적으로 말을 사용하면서 위험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이누잇의 동네는 7~8집이면 비교적 큰 동네다. 그 동네에서 나고 자라면서 아버지를 따라 물개 사냥도 하고 순록도 잡으러 다닌다. 잡힌 물개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린다. "당신 덕분에 우리가 또 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울루'라고 불리는 주머니칼(반월형석도처럼 생겼음)로 배를 갈라서 위를 꺼내어 그 속에 물개가 물 속에서 먹은 해초들을 꺼내어 먹는다. 순록을 잡아서 저장한 모피들을 썰매에 싣고 타레미웃 지역으로 물물교환을 떠난 아버지는 왕복 한 달 정도를 소요한다. 그동안 이웃의 아저씨가 우리 집에 자주 드나든다. 소년은 그를 '하이아낙'(표면적인 말 그대로 풀어내면, 엄마와 성관계를 하는 사람의 뜻)이라고 부른다. '앙궉톡꾹'이나 '하이아낙'은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기본적인 친척 명칭의 수준으로 사용된다. 신화와 주술을 바탕으로 한 전통신앙이 여성으로 하여금 동물 사냥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이아낙이 우리 집에 사냥해온 고깃감들을 전해준다. 아버지가 무사 귀가한 후, 하이아낙이 다시 물물교환을 위해서 장거리 여행을 나간다. 아버지가 그 집에 가끔 고기를 날라준다. 이웃들 간에는 끊임없는 여러가지 차원의 교환관계가 중복되고, 생존 전략으로서의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모두가 서로의 사정을 빠꼼하게 안다. 타레미웃의 마을에서 자라는 남아는 밤마다 아버지로부터 고래사냥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혼자서 타는 배를 '카약'이라고 하는데, '우미악'이라고 불리는 고래잡이 배는 8~9명이 승선한다. 각자 맡은 임무들이 빈틈없이 진행되어야 고래와의 혈투에서 살아남고 분배할 음식이 생긴다. 고래잡이의 경험은 신화가 되어서 대대로 전해진다. 우미악의 주인은 마을의 촌장이다. 고래잡이 배에는 한 집에서 한 사람씩 승선한다. 촌장은 동료 선원들을 부를 때 친근하다는 의미로 '앙궉톡꾹'이라고 한다. 여아는 아버지의 교역 파트너가 가지고 온 순록 모피를 가공하는 법도 배우고, 바느질하는 방법도 배운다. 가죽으로 장화를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다. 기역자로 꺾어지는 뒤꿈치를 정교하게 만들지 못하면 물이 샌다. 딱딱한 곰 가죽을 이빨로 씹어서 굽어지는 각도를 유지한다. 세상에서 이빨과 아구턱이 가장 강한 사람이 이누잇 여성들이라는 인류학적 농담도 있다. 고래 기름을 잘 보관해야 춥고 어두운 밤에 불도 밝히고, 하루종일 고기를 삶는 연료로도 사용한다. 고기 썩는 냄새를 피우는 집은 동네에서 추방당한다. 그 냄새를 맡은 동물들이 모두 사라진다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고기는 많이 저장하지 않고, 자주 사냥을 해야 한다. 하천에서 잡은 연어는 훈제로 말려야 한다. 저장하는 유일한 고기가 연어다. 몇 년에 한 번씩 기근이 닥친다. 노인들이 한 사람씩 순차로 길고 긴 동절 야밤의 얼음 벌판으로 걸어 나간다. 이쯤 되면 누구 차례라는 것을 모두 안다. 먹는 입을 줄이기 위함이 아니라 떠나버린 동물들의 성스러운 초혼의식이다. 다음 세대가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선택지다. 서양인들이 이 광경을 보고, '노인살해'(sinicide)라는 저주스러운 작명까지 했다. '제 눈에 안경'식 문화오해다. 가진 자들의 인간중심주의에 한 술 더 떠서 자문화중심주의(ethnocentrism)의 하향시선이 겹친 지구촌의 고질병이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09-23 18:27:46초기 인류학 서적들은 소위 미개인들의 기이한 풍속을 담았는데, 실제로 유럽인들에게 기이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단기간 여행 중 제대로 관찰하지 못한 상태의 상상으로 만든 정보들도 무수하다. 그러한 내용들 중에 대표적인 스테레오타입이 '에스키모 사람들은 손님이 오면 부인으로 하여금 잠자리 접대를 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커다란 오해가 겹쳤다. 하나는 '에스키모'라는 용어이고, 다른 하나는 '부인으로 하여금 성접대를 하게 한다'는 평가다. 에스키모라는 단어는 알래스카의 동남쪽으로 거주하는 아싸바스칸(Athabaskan)어를 쓰는 선주민 집단들이 극지방에 사는 사람들을 부르는 멸칭이다. 아싸바스칸어로 '에스키모'의 뜻은 '날고기를 먹는 더러운 놈들'이다. 우리가 흔히 속된 표현으로 중국인을 '땟놈', 일본인을 '왜놈'이라고 부르듯이 지구상에는 가장 가까이 사는 집단들 사이에 서로를 멸칭으로 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장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따지고 보면, 혈통적으로 가장 가까울 수 있는 사람들인데. 북극의 주변으로 북위 70도 전후에 거주한다는 공간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들을 편견 없이 부른다고 하여 '북극인'(Arctic Peoples)이라는 용어도 쓴다. 그들은 자신을 '이누잇'(Inuit)이라고 부르며, 그 뜻은 '사람'이다. 알래스카로부터 캐나다 최북단, 그린랜드의 앙막살릭을 거쳐서 시베리아 야말반도의 나나이족에 이르기까지 북극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이누잇 계통에 속한다. 알래스카의 내륙에서 순록 사냥으로 사는 사람들은 누나미웃(Nunnamiut), 해안에서 고래와 바다사자를 잡아서 사는 사람들은 타레미웃(Taremiut)이다. 이들은 그린랜드에 사는 이누잇과 혈통으로 언어상으로 가깝다. 교통수단인 썰매를 끄는 개는 '말라미웃'(Malamiut)이다. 개에 대한 이누잇의 생각이 어느 정도인지는 명칭으로부터 드러난다. 동물영혼이 사람영혼보다 상위에 있다는 세계관이고, 동물 중에서는 개의 영혼이 가장 낮다. 왜냐하면, 개는 사람의 똥을 먹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사람과 개가 미웃(miut)으로 끝나는 접미어다. 개와 사람이 같은 항렬이다. 사람이 뭐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이쯤 되니 애니미즘 또는 토테미즘이라는 용어들이 등장한다. 그러니 이제부터 우리는 그들을 '이누잇'이라고 명칭하는 것이 도리다. 당신 면전에서 대놓고 “어이, 엽전”이라고 부르면 어떻겠는가? 손님접대를 부인으로 하여금 성(性)으로 하게 한다는 이 해괴망칙한 얘기가 어디서 유래하였는지에 대해서 찾고 또 찾았지만 근거가 없다. 이 정보는 식민지시대에 일본으로부터 건너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본학자들이 그 내용을 알고 있었고, 동일한 내용을 미국학자들도 알고 있다. 필자는 그러한 이야기가 유래할만한 빌미가 되는 관습이 와전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앙궉톡꾹' 정도로 발음되는 단어다. 알래스카 최북단의 포인트 베로우(Point Barrow)에서 토속지(ethnography)를 작성한 로버트 스펜서(1917~1992)의 고전적인 설명을 영어로 풀이한 의미대로 전하면, '나의 마누라와 성관계를 한 사람'이란 뜻이다.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란, 더군다나 문자가 없는 사회에서 말이란 지극히 맥락적이다. 탈맥락적으로 말을 사용하면서 위험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이누잇의 동네는 7~8집이면 비교적 큰 동네다. 그 동네에서 나고 자라면서 아버지를 따라 물개 사냥도 하고 순록도 잡으러 다닌다. 잡힌 물개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린다. “당신 덕분에 우리가 또 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울루'라고 불리는 주머니칼(반월형석도처럼 생겼음)로 배를 갈라서 위를 꺼내어 그 속에 물개가 물 속에서 먹은 해초들을 꺼내어 먹는다. 순록을 잡아서 저장한 모피들을 썰매에 싣고 타레미웃 지역으로 물물교환을 떠난 아버지는 왕복 한 달 정도를 소요한다. 그동안 이웃의 아저씨가 우리집에 자주 드나든다. 소년은 그를 '하이아낙'(표면적인 말 그대로 풀어내면, 엄마와 성관계를 하는 사람의 뜻)이라고 부른다. '앙궉톡꾹'이나 '하이아낙'은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기본적인 친척명칭의 수준으로 사용된다. 신화와 주술을 바탕으로 한 전통신앙이 여성으로 하여금 동물 사냥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이아낙이 우리집에 사냥해온 고깃감들을 전해준다. 아버지가 무사 귀가한 후, 하이아낙이 다시 물물교환을 위해서 장거리 여행을 나간다. 아버지가 그 집에 가끔 고기를 날라준다. 이웃들 간에는 끊임없는 여러가지 차원의 교환관계가 중복되고, 생존 전략으로서의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모두가 서로의 사정을 빠꼼하게 안다. 타레미웃의 마을에서 자라는 남아는 밤마다 아버지로부터 고래사냥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혼자서 타는 배를 '카약'이라고 하는데, '우미악'이라고 불리는 고래잡이 배는 8~9명이 승선한다. 각자 맡은 임무들이 빈틈없이 진행되어야 고래와의 혈투에서 살아남고 분배할 음식이 생긴다. 고래잡이의 경험은 신화가 되어서 대대로 전해진다. 우미악의 주인은 마을의 촌장이다. 고래잡이 배에는 한 집에서 한 사람씩 승선한다. 촌장은 동료 선원들을 부를 때 친근하다는 의미로 '앙궉톡꾹'이라고 한다. 여아는 아버지의 교역 파트너가 가지고 온 순록 모피를 가공하는 법도 배우고, 바느질하는 방법도 배운다. 가죽으로 장화를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다. 기역자로 꺾어지는 뒤꿈치를 정교하게 만들지 못하면 물이 샌다. 딱딱한 곰 가죽을 이빨로 씹어서 굽어지는 각도를 유지한다. 세상에서 이빨과 아구턱이 가장 강한 사람이 이누잇 여성들이라는 인류학적 농담도 있다. 고래 기름을 잘 보관해야 춥고 어두운 밤에 불도 밝히고, 하루종일 고기를 삶는 연료로도 사용한다. 고기 썩는 냄새를 피우는 집은 동네에서 추방당한다. 그 냄새를 맡은 동물들이 모두 사라진다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고기는 많이 저장하지 않고, 자주 사냥을 해야 한다. 하천에서 잡은 연어는 훈제로 말려야 한다. 저장하는 유일한 고기가 연어다. 몇 년에 한 번씩 기근이 닥친다. 노인들이 한 사람씩 순차로 길고 긴 동절 야밤의 얼음 벌판으로 걸어 나간다. 이쯤 되면 누구 차례라는 것을 모두 안다. 먹는 입을 줄이기 위함이 아니라 떠나버린 동물들의 성스러운 초혼의식이다. 다음 세대가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선택지다. 서양인들이 이 광경을 보고, '노인살해'(sinicide)라는 저주스러운 작명까지 했다. ‘제 눈에 안경’식 문화오해다. 가진 자들의 인간중심주의에 한 술 더 떠서 자문화중심주의(ethnocentrism)의 하향시선이 겹친 지구촌의 고질병이다.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09-05 10:28:24【파이낸셜뉴스 나주=황태종 기자】전라도 잔칫상 대표 별미이자 '600년 전통을 이어온 삭힘의 미학'이라 평가받는 '숙성 홍어'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먹거리 향연이 나주 영산포에서 펼쳐진다. 나주시는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영산포둔치 시민체육공원 일원에서 '제20회 영산포 홍어축제'가 열린다고 밝혔다. '영산포 홍어축제'는 나주지역 최장수 음식문화축제로, 홍어를 소재로 시식 및 다양한 체험, 콘테스트, 공연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축제추진위원회는 '홍어 맛보go~ 음악 취하go~ 양귀비 물들go'라는 주제로 6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삭힘의 미학'을 전국의 미식가들에게 선보인다. 특히 3일간 행사장 홍어 판매 부스에선 50% 할인된 가격에 홍어를 구매할 수 있는 파격적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인근 홍어의 거리 상가를 방문하면 30% 할인된 가격에 정품 영산포 '숙성 홍어'를 맛볼 수 있다. 토요일인 25일과 일요일인 26일에는 계란 1000개를 방문객 1인당 10개씩 선착순으로 증정하는 이벤트도 펼친다. 특히 축제 현장인 영산강 둔치공원 인근엔 붉은 치마를 두른 꽃양귀비가 만개해 절정을 이루며 연일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나주시는 이번 홍어축제 개최 시기에 맞춰 약 4만㎡규모로 조성했다. 주차는 영산강둔치 시민체육공원과 인근 주차장, 도로변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장행준 축제추진위원장은 "올해로 스무 번째를 맞은 영산포 홍어축제에 전국 미식가 여러분을 환영한다"면서 "3일간 '숙성 홍어'로 대표되는 남도 음식의 진수와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를 통해 나주 관광 활성화의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홍어 주산지인 전남도에서는 톡 쏘는 알싸한 맛이 일품인 삭힌 홍어회를 주로 먹는다. '숙성 홍어'에 찰진 돼지고기 수육과 곰삭힌 묵은지를 얹혀 먹는 '홍어삼합(三合)', 여기에 구수한 김으로 감싸면 '홍어사합(四合)'의 풍미를 느껴볼 수 있다. 회뿐만 아니라 찜, 전, 무침, 홍어 간을 끓인 애국, 막걸리를 곁든 홍탁 등 '막힌 코가 뻥 뚫리는 알싸한' 홍어 요리를 종류별로 느낄 수 있다. 삭힌 홍어의 역사와 유래는 홍어 맛과 요리만큼이나 독특하고 다양한 설이 전해져 오는데, 조선 중종 25년 관찬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따르면 고려 말 남해안 지역 왜구의 노략질로 흑산도 인근 영산도 사람들이 영산포로 피난을 오게 됐고 그때부터 이 지역에서 삭힌 홍어를 먹게 됐다고 한다. 당시 영산도에서 영산포까지 오는 데는 뱃길로 보름 정도 걸렸는데, 도착하고 보니 배에 싣고 온 생선들이 부패가 심해 버렸는데 유독 항아리 속에서 폭 삭은 홍어만큼은 먹어도 뒤탈이 없었고, 더욱이 먹을수록 알싸한 풍미가 있었다는 것이다. 1970년대 영산강 하굿둑 공사로 바다 물길이 막히기 전까지 흑산도, 대청도 근해에서 잡힌 홍어의 내륙 종착점은 영산포구였다. 싱싱한 해산물을 선호하는 연안 지역 혹은 항구에서는 오래되거나 썩은 홍어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았기에 홍어 배들은 영산포를 기착지 삼아 홍어를 대량으로 싣고 들어와 장사를 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그 시절 지금처럼 냉장 시설이 없어 홍어를 항아리에 담아 저온으로 숙성시켜 먹는 조리법이 생겨났다. 그 맛을 본 사람들이 조리법을 연구하고 발전시켜오면서 지금의 영산포 '숙성 홍어'로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영산포 홍어는 차별된 숙성 방식에서 오는 맛의 깊이와 효능에서 최고로 친다. 숙성 방법은 약간씩 각각의 차이가 있지만 전통적으로 추운 겨울에는 구들장 아랫목에 삭힌다. 봄철에는 항아리에 먼저 짚을 넣고 그 위에 홍어를 올린 다음 다시 짚을 넣어 삭혀서 먹는 것이 보편적이다. '숙성 홍어'는 많이 먹어도 탈이 나지 않고, 항암, 다이어트, 피부미용, 산후조리 등 건강에도 탁월한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정약전(1758∼1816)이 흑산도 유배생활 중 집필한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배에 복통이 있는 사람은 삭힌 홍어로 국(홍어애국)을 끓여 먹으면 더러운 것이 제거된다', '이 국은 술기운을 없애주는 데 매우 효과가 있다'라며 삭힌 홍어의 의학적 효용을 서술하고 있다. 오늘날 홍어를 '맛의 혁명', '삭힘의 미학', '발효가 탄생시킨 바다의 귀물'이라고 일컫는 이유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4-05-21 16:07:51[파이낸셜뉴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가 어두운 밤에 더욱 활발해지는 야행성 맹수들을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는 '나이트 사파리 트램'을 선보인다. 이번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호랑이, 사자, 불곰 등 7종 50여마리의 맹수들이 서식하는 사파리월드를 야간 탐험하며, 활동성이 높아진 맹수들의 사냥 본능과 와일드한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4일 에버랜드에 따르면 동물들의 생태 습성을 고려한 인리치먼트(행동풍부화) 도구를 사파리월드에 다양하게 설치해 독수리 조형물에 매달린 먹이를 사냥하는 사자, 나무 타고 오르는 호랑이, 고공 꿀통에서 먹이 찾는 불곰 등 고객들이 맹수들의 민첩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가젤, 물소, 하마 등 초식동물 조형물도 곳곳에 배치하고 소뼈, 고기와 같은 먹이를 안에 넣어 두어 맹수들이 실제 야생에서 사냥하는 듯한 모습을 생생하게 경험한다. 핀 조명, 네온 조명, 반딧불이 조명 등 방사장 주변 야간 조명을 강화해 연출효과를 높이고, 각 동물들의 생태습성과 사냥법 등에 대한 전문 성우의 설명이 곁들여져 더욱 실감나는 고객경험이 가능하다. 회당 약 20분간 진행되는 나이트 사파리 트램은 3월 30일부터 5월 14일까지 매주 목~일요일에 이용할 수 있다. 지난 겨울,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으며 매진 행렬을 기록했던 굿모닝 사파리 투어의 인기에 힘입어 로스트밸리에서도 다양한 초식동물들의 활발한 아침 일상을 가장 먼저 관찰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오는 11일부터 6월 1일까지 매주 월화수목에 진행되는 '얼리버드 로스트밸리 투어'에서는 코뿔소 진흙목욕, 코끼리 풀장 등 각 동물들의 생태 특성 및 인리치먼트 활동을 전문 사육사와 탐험대장이 재미있는 대화 형태로 설명한다. 기린 먹이주기, 동물보호 교육, 포토스팟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으며, 참가자들에게 기념 배지도 선물로 증정한다. 나이트 사파리 트램, 얼리버드 로스트밸리 투어 등 동물 탐험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 및 잔여분 현장 구매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프로그램별로 별도의 이용료가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3-04-04 11:12:23[파이낸셜뉴스] 에버랜드 '윈터 굿모닝 사파리 투어'가 겨울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의 체험학습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6일 에버랜드에 따르면 실제 이용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체 설문조사에서 만족도, 재이용 의향, 주변 지인 추천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99점 이상을 기록하며 만점에 가까운 고객 평가를 받고 있다. 동물, 식물, 어트랙션, 공연 등 에버랜드의 각 콘텐츠별 고객 만족도가 보통 90점 내외 수준으로 나타나는 걸 감안하면 '굿모닝 사파리'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굿모닝 사파리'는 에버랜드 오픈 전 정문에서 사파리 버스를 타고 사파리월드로 빠르게 이동해 호랑이, 사자, 불곰 등 겨울왕국 속 맹수들을 가까이서 생생하게 관찰하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에버랜드 이용권과 별도로 참가비가 있지만, 겨울방학을 맞은 어린이 동반 가족들을 중심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고객들의 자발적인 체험 후기와 인증 사진들이 온라인에 올라오고 있다. 에버랜드 동물원은 이번 '굿모닝 사파리' 인기가 기획 단계부터 철저하게 고객경험 관점에서 프로그램을 설계한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체험에서는 아무도 없는 사파리월드에 가장 먼저 들어가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활기차게 활동하는 호랑이, 사자 등 쉽게 볼 수 없었던 맹수들의 아침 일상 모습을 가까이서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다. 먹이를 먹기 위해 5m 높이 나무를 훌쩍 뛰어 오르거나 피 묻은 동물 조형물에 숨겨진 생고기를 찾아 먹는 등 맹수들의 야생 본능을 일깨우는 다양한 인리치먼트(행동풍부화) 활동도 사파리 곳곳에서 관찰할 수 있다. 사파리 트램의 등장으로 지금은 추억 속으로 사라진 호랑이 버스를 다시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 고객들은 정문에서 대기시간 동안 호랑이 버스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고, 호랑이 버스를 타고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는 에버랜드 직원들의 은밀한 통행길을 따라 사파리월드까지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호랑이 버스 안에서는 탐험대장이 동승해 고객들이 만져 볼 수 있도록 실제 호랑이 수염과 얼굴뼈 등을 보여 주고, 약 25분간의 사파리 탐험 시간 동안 각 동물별 생태 습성과 특징에 대해 생생하게 설명해준다. '굿모닝 사파리'에선 에버랜드 오픈 전에 이용권 체크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트랙션 현장 예약 제도인 온라인 스마트 줄서기를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3-02-06 11:02:37【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 울주군에서 지난 8일 농장주 부부 2명을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반달가슴곰 3마리는 그동안 불법 사육된 것으로 확인됐다. 두 달 전 낙동강환경유역청 현장 시설 점검에서 미등록 시설로 확인됐고 지금까지 300만 원의 벌금도 2차례나 부과됐다. 다만 숨진 부부가 곰의 쓸개즙과 고기 등을 얻기 위한 행위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용인서 불법 증식된 반달가슴곰 길러 9일 울주군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이번에 사살된 반달가슴곰 3마리는 지난 2018년 7월 울주군 범서읍 A농장에 반입 됐다. 경기도 용인시의 한 사육 시설에서 불법증식된 개체들이었다. 올해 9월 낙동강유역환경청 점검 시에는 총 4마리가 사육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 가운데 1마리는 두 달 전 병으로 죽어 3마리만 사육 중이었다. 반달가슴곰은 국제적 멸종위기종 1급으로 국내에서는 개인이 사육할 수 없기 때문에 A농장은 미등록사육시설이었고 불법사육으로 판정을 받았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와 관련해 지난 2020년 해당 농장주에 대해 3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 데 이어 올해 9월에도 점검을 벌여 재차 벌금 300만 원을 부과했다. 한편 농장주가 곰들을 얻어 온 곳은 경기도 용인으로, 이 지역에서는 지난해 11월 5마리, 7월에 1마리 등 반달가슴곰 6마리가 사육장을 탈출한 사건이 벌어졌다. ■ 벌금 내며 사육은 왜 계속됐나 농장주 부부가 수 백 만원의 벌금을 납부하면서도 계속해 사육을 한 것은 의문이 남는다. 이와 관련해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두 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먼저 강제 몰수가 불가능한 점이다. 몰수한 곰을 사육할 수 있는 시설이 국내에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90억 원을 투입해 몰수 곰 보호시설을 전남 구례군에 마련 중이다. 오는 2024년에서야 완공 예정이다. 또 하나는 곰을 좋아했던 농장주 부부가 사육하던 곰들을 원래 있던 경기도 용인시의 한 등록시설에 되돌려 보내려고 노력 중이었고 이와 관련해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었다는 점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보호시설이 완공되지 않아 강제 몰수가 어려웠고, 지난 9월 점검에서도 쓸개즙과 고기를 얻기 위한 행위가 없는 것으로 판단, 당분간 농장에 둘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 곰들은 왜 주인을 해쳤나? 이번 사건 현장은 매우 참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곰이 아니고서야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게 경찰의 시각이다. 경찰에 신고가 들어온 것은 8일 오후 9시 37분. "부모님이 몇 시간째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말과 곰을 사육하고 있는 농장이라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5월에도 반달가슴곰 1마리가 탈출했던 농장이었기에 소방관 25명과 경찰관 2명이 곧바로 출동했다. 농장 밖에 곰 2마리, 농장 안에 1마리가 있는 것을 발견한 경찰은 울주군 포획단에 연락을 취했다. 그 사이 농장 입구에 신고자 부모인 60대 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에게 난 외상 등을 토대로 곰으로부터 습격 받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됐다. 결국 곰 3마리를 사살했다. 왜 곰들이 주인 부부를 해쳤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동물 전문가들의 분석과 경찰의 수사를 기다려 봐야 하는 상황이다. 사살된 곰은 조만간 폐기 처리된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폐기에 앞서 유전자 정보 등을 확보하기 위해 털과 귀 등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2-12-09 13:14:31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백일(百日)'은 기념과 기쁨의 날로 종종 삼아왔다. 출생과 연애에서 백일은 생명과 사랑의 안착 의미로 축하하고, 단군신화에서는 곰이 인간으로 거듭나는 인고와 기쁨의 기간을 의미하며 쓰이기도 했다. 백일을 기념하는 것은 100이라는 숫자가 갖는 상징성도 작용했겠지만, 새로운 시작은 상당히 어렵고 새로운 변화에 있어 첫 100일간 노력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곧 새 정부 출범 100일이다. 새로운 시작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낸 것이다. 특히 새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복합 경제위기'에 직면하면서 백일의 중요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진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이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주요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함께 경기침체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해외발 악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높은 물가상승세와 함께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수출·투자 등 실물경제 영향도 우려된다. 누적된 구조적 문제들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민간활력이 저하되고 경제체질 개선도 장기간 방치되며 기초체력은 약해졌고, 가파르게 증가한 가계·국가 부채는 위기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 새 정부 경제팀은 이에 대응해 지난 100일간 숨가쁘게 달려왔다. 출범 첫날부터 경제부총리 중심의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하고 즉각 대응에 들어갔다. 2차 추경 등 총 9차례의 물가·민생안정 대책을 마련하고,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며 한은 등 주요 기관과 공동 대응해 왔다. 당면과제와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향후 5년간 경제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도 마련했다. 그간의 적극적인 정책대응 등에 힘입어 일부 성과도 나타났다. 여전히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유류세 인하, 할당관세 적용 등으로 휘발유 가격이 약 5개월 만에 2100원대에서 1800원대로 하락하고, 돼지고기 가격도 하락 전환했다. 부동산시장은 서민 주거안정 중심의 선제적 대응 등으로 수도권 중심으로 매매·전세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시장은 5개월 만에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으로 전환되는 등 시장불안이 다소 진정되고, 2·4분기 성장률은 미국·중국 등과 달리 양호한 흐름(전기 대비 0.7%)을 유지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민간부문 일자리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것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국민들 눈높이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대외여건 악화 양상이 장기화되면서 복합위기가 단시간에 해결되기도 쉽지 않다. 정부는 무엇보다 물가와 민생안정 대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국민 체감도를 높이고 추가 대책들도 지속적으로 강구할 계획이다. 규제혁파, 세법개정, 수출·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민간활력을 제고하고 금융시장 안정, 가계부채 연착륙, 공급망 대응 등 대내외 리스크 관리에도 더욱 만전을 기할 것이다. 한편 우리 경제의 근본적 체질개선을 위한 5대 부문 구조개혁도 분야별 세부 추진방안을 차질 없이 마련해 이행해 나갈 계획이다. 강도 높은 재정·공공기관 혁신을 필두로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 대학교육 혁신 및 인재양성, 금융·외환규제 개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입법 등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창출해 나가겠다.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2022-08-14 18:51:32[파이낸셜뉴스] 부쩍 오른 기온과 장마로 인해 습하고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더위에 지쳐 식욕과 활동력이 떨어진 서울대공원 동물들이 다양한 보양식으로 기력회복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26일 중복을 맞아, 얼음과 통과일을 수영장에 넣어주고 우럭 등 살아있는 생선을 물 속에 풀어주는 등 동물들이 시원하게 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여름나기 행사를 마련했다. 물을 좋아하는 습성을 가진 시베리아 호랑이들을 위해 수영장에 커다란 얼음을 띄워 물 온도를 낮췄다. 풀 숲 곳곳에는 시원하게 얼린 닭고기와 소간 등 특식을 차려 지친 호랑이들의 체력을 끌어 올려줬다. 천연기념물인 반달가슴곰가족과 유럽 불곰에게는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 보충을 위해 고단백인 캥거루 고기와 수박, 비트, 활어 등을 제공했다. 평소 접하기 힘든 먹이를 제공해 궁금증을 유발하고 활동력을 유도했다. 수분과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과일과 활어를 물속에 풀어줘 잠시나마 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했다. 야외방사장에서 시원한 물놀이를 즐기는 오타리아 물개와 점박이 물범을 위해 살아있는 우럭을 물속에 풀어줘 야생의 사냥행동도 엿볼 수 있다. 더운 지역에 서식하는 아시아코끼리는 코끼리숲에서 울창한 나무 사이에 숨긴 무화과나 사탕수수를 찾으며 숲캉스를 즐길 예정이다. 특히 올해에는 황토 진흙 목욕을 하며 더위를 극복하는 동물들을 주목할만하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대동물관과 제2아프리카관에서 동물들이 몸에 진흙을 도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자연스러운 체온 조절 행동을 통해 동물들의 과열된 체온을 낮추고 몸에 붙은 기생충 등을 제거함과 동시에 자외선을 차단하여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 서울대공원 이수연 원장은 "동물원 내 동물들이 야생에서처럼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먹이와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을 실시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생활환경도 최대한 서식지와 유사하게 재현해 무더운 여름 동물들의 복지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2022-07-26 10:4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