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수요미식회 #친일 #야끼니꾸 #떡볶이 #교이쿠상 #황교안 최근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겸 작가를 포털에 검색하면 부정적인 수식어가 적지 않다. 황 작가는 오랜 시간 글을 써오며 이름을 알렸지만 그만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세간의 이목에 대해 "내가 하는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며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나는 연예인이 아니라 글쟁이다. 글쟁이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쓰기 때문에 대중에게 거북한 존재일 수 있다"며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황 작가에게 맛 칼럼니스트가 어떤 직업인지, 백종원 대표와 관련된 논란은 왜 일어나는지, 정치 성향은 어떠한지 등을 약 3시간에 걸쳐 물었다. 인터뷰 내용은 3회분으로 나눠 전한다. -음식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뭔가 말해야 한다'고 느낄 때가 있나? ▲특별히 없다. 글쟁이란 직업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을 관찰하고 사색해서 글로 드러내는 것이다. 내겐 음식이라는 통로가 있는데 이 통로로 보다 보면 모든 영역에 걸치게 된다. -음식과 정치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우리가 무엇을 먹는지는 정치에 의해 결정된다. 음식을 이야기할 때 정치는 빼놓을 수 없다. 국가는 국민을 먹여 살리기 위해 무엇을 수입할지 고민한다. 그 고민의 우선순위는 효율성이다. 가장 값싼 곡물인 옥수수를 예로 들 수 있다. 옥수수를 수입해서 기름을 짜고 사료를 만든다. 이 사료를 먹여서 가장 빨리 자라게 할 수 있는 가축은 닭이다. 이 닭을 어떻게 조리하나? 값싼 밀가루를 바르고 다시 옥수수로 만든 기름에 튀긴다. 결국 옥수수가 있기 때문에 치킨을 먹을 수 있다. 치킨을 좋아하니까 먹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효율적이니까 국가가 주도해서 만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진보성향이라는 꼬리표도 따라붙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정치성향을 고려하면 문재인 정부와는 맞지 않는다. 나는 훨씬 더 진보적인 성향이고 문 정부는 보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문 정부를 지지하는 이유는 그 보수적인 시각을 제대로 실현해달라는 것이다. 정치를 할 생각은 없다. 나는 정의당 보다 훨씬 왼쪽, 왼쪽에 있을 수 있다. 민주당은 보수라고 보기 때문에 나와 맞지 않는다. 다만 그분들이 대체로 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 문재인 대통령이었나? ▲원칙대로 운영되는 대한민국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때까지 대한민국은 제대로 된 법을 갖고 있으면서도 거기에 맞춰서 국가를 운영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 거 아니겠나. 법대로만 운영했다면 감옥에도 안 가고 나라가 이 꼴이 안됐다. 문 대통령은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할 분이 아니다. 그거 하나 믿고 있다. -최근 손혜원 의원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손 의원에 대한 팩트체크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한 언론사가 손 의원의 땅에 대해 4배가 올랐다고 보도했는데 4배 올랐는지, 오르지 않았는지 체크하면 끝날 문제다. 하지만 어느 언론사도 이에 대해 지적하지 않았다. 손 의원 보도는 오보였다. 그것도 의도적인 오보일 수 있다. 언론이 클릭수 오르는 제목만 붙이고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돈벌이에만 집중하고 있다. -언론에 안 좋게 비칠 때가 많다. 쌓인 게 많은 편인가? ▲내가 언론을 욕하는데 언론이 날 좋아하겠나? 안 좋아하겠지. 한국사회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언론이 제정신을 차려야 한다. 정치권력을 감시하고 국민에게 똑바로 알려야 한다. 언론이 썩으면 정치와 경제 그 어떤 것도 바르게 자랄 수 없다. 우리는 언론이 필요한 게 아니라 바른 정보가 필요하다. 지금 언론은 바른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있다. -SNS를 통해 혐오사회라고 자주 언급하고 있던데? ▲언론이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지금 언론에서 가장 큰 이슈가 남녀 이슈다. 이수역 폭행사건은 그냥 폭행 사건이었다. 남자끼리도 싸우고 여자끼리도 싸울 수 있는데 이것을 언론이 젠더이슈로 몰았다. 언론은 인간의 보편적인 윤리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언론이 혐오를 부추겨선 안된다. - 조금 썰렁한 질문인데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이름이 비슷하다. 관련된 에피소드 있나? ▲많다. 모 언론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황교익 대통령 권한대행'이라고 오자도 냈었다. 평창올림픽 때 황 전 총리와 같은 버스를 탄 적이 있다. 빈자리가 별로 없어서 황 전 총리가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에 가고 황 전 총리의 입장이 좋지 않던 시기였다. 그래서 내가 "총리님 이리 오세요"하고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웃음) 같이 앉아서 한 30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황 전 총리가 나를 잘 안다며 이름이 비슷해서 오자가 나지 않냐고 말하더라. 내가 "그 덕에 제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기도 했습니다"라고 하자 황 전 총리가 "권한대행 뭐 아무나 하는거죠"하며 너스레를 하시더라. 황 전 총리를 정치적으로 좋아하진 않지만 인간적인 공감대가 생겨 셀카도 한 장 찍었다. 그때 황 전 총리에게 정치할 생각 있느냐 물었더니 그다지 없다고 말하셨다. (웃음) -최근엔 어떤 일에 관심 갖고 있나? ▲어떻게 하면 행복도를 올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론 10대 강국에 들 정도로 잘 살지 않나. 그런데 행복도는 세계 꼴찌, 자살률 1위라고 한다. 왜 이리 불행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 우리가 불행한 건 혐오와 관련이 있다. 우리는 사회는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끼리 싸우고 있다. 젠더이슈, 세대갈등이 그렇다. 모두 다 힘든 건데 서로 더 힘들다며 싸우고 있다. 불행하지 않아도 될 것을 불행하게 만들어 갈등을 유발한다. 우리 서로 욕하지 말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맛 칼럼니스트이다 보니 외식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심하게 걱정된다. 인구수에 비해 식당이 너무 많다. 식당이 점점 줄어가는 방식으로 산업구조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더 늘어났다. 특히 프랜차이즈가 주도적으로 늘렸다. 프랜차이즈 산업을 가만히 보면 본사가 막대한 부분을 제어하며 많은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가맹점주는 목이 매어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견제와 논의가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는 거 같아 답답하다. ■ [황교익 일문일답] 글 싣는 순서 ① "나는 글쟁이…대중에게 거북한 존재일 수 있어" ② "골목식당 좋은 효과 없어…혐오만 남길 뿐" ③ "총리님 이리오세요" 황교안에게 손 내민 사연 banaffle@fnnews.com 윤홍집 이혜진 기자
2019-01-25 09:59:34#백종원 #수요미식회 #친일 #야끼니꾸 #떡볶이 #교이쿠상 #황교안 최근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겸 작가를 포털에 검색하면 부정적인 수식어가 적지 않다. 황 작가는 오랜 시간 글을 써오며 이름을 알렸지만 그만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세간의 이목에 대해 "내가 하는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며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나는 연예인이 아니라 글쟁이다. 글쟁이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쓰기 때문에 대중에게 거북한 존재일 수 있다"며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황 작가에게 맛 칼럼니스트가 어떤 직업인지, 백종원 대표와 관련된 논란은 왜 일어나는지, 정치 성향은 어떠한지 등을 약 3시간에 걸쳐 물었다. 인터뷰 내용은 3회분으로 나눠 전한다. -백종원 대표와 관련한 물음을 빼놓을 수 없다.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설탕에 대해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방송 윤리다. 백 대표는 방송에서 그렇게 설탕을 집어넣고 '괜찮아유'하지 않나. 그런데도 아무도 지적하지 않아서 내가 지적했다. 백 대표를 저격한 게 아니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한 것 뿐이다. -SBS 예능프로그램 '골목식당'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있는데? ▲'골목식당'은 백 대표를 우상화하고 일반인 출연자를 함부로 대해도 되는 것처럼 프레임을 짜고 있다. 방송이 되고 나면 댓글은 온통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비난이다. 연예인은 전문 출연자이기 때문에 비난할 수 있지만 일반인에 대해 그렇게 하는 프로그램이 어디 있나. 그런데도 무슨 대단히 좋은 프로그램인 양 인식하는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그렇다면 '골목식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편집방식을 유지한다면 폐지가 답이다. 일반인이 방송에 부적합한 모습을 보이면 편집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골목식당'은 사회적 의미도 없고 개인의 삶인데 일반인을 국민욕받이로 만든다. 왜 우리는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다 같이 욕을 하는지 스스로 반성이 필요하다. -'골목식당'의 좋은 점도 있지 않겠나? ▲없다. 백 대표가 가게 운영을 가르쳐 주는 게 대중에게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다. 교육은 반복적인 것이기 때문에 TV를 잠깐 본다고 해서 체득할 수 없다. 위생도 전문기관에서 철저히 교육 받아야 한다. 한 사람이 나서서 가르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공적시스템이 작동하게 하는 게 먼저다. -'골목식당'은 골목 상권을 살린다는 취지인데? ▲방송 출연만으로 골목이 살지 않는다. 사람들은 방송에 나오지 않은 식당은 가지 않는다. 방송으로 골목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은 외식·경제 컨설팅하는 사람이라면 너무나 잘 안다.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취지를 내세워 방송한다는 것 자체가 눈 가리고 아웅이다. 결국 '골목식당'이 방송을 통해 무엇을 남길 수 있나. 백 대표에 대한 우상화와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혐오, 대박 난 맛집뿐이다. -백 대표가 황 작가에 대한 서운함을 표하기도 했더라 ▲백 대표가 서운해할 수 있지만 내 직업이 그런 것이다. 나는 음식과 관련된 사람과 사회 현상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이다. 본업에 충실히 하고 있는데 서운해하면 안 된다. 내가 백 대표의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해 서운하다고 말한 적 없지 않나. -값이 싼 음식, 흔히 '가성비가 좋다'는 음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가성비가 좋은 음식이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처럼 말해선 안 된다. 좋은 재료를 가지고 적정한 가격, 평균치의 가격보다 높게 받으면 그 사람은 비도덕적인가? 아니다. '가성비만 갑이다'는 내용을 방송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음식의 질로 승부하는 많은 작은 가게들에 대해 폄하하는 것이다. 물론 백 대표의 프랜차이즈 철학은 그것만의 가치가 있다. 다른 사람은 그것을 따라 해도 된다. 하지만 방송에 나와서 가성비가 최고인 양 말해선 안 된다. 그것은 백 대표의 프랜차이즈에 대한 홍보이자 변명이 될 수 있다. 한국외식사업이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외식사업, 특히 프랜차이즈 사업은 어떤가? ▲프랜차이즈 가게는 처음에 열면 장사가 잘되지만 얼마 못 가 문 닫는다. 그리고 또 다른 프랜차이즈가 생긴다. 이건 한국 외식산업의 비극이다. 한 자리에서 10년은 해야 가맹점주가 먹고살 만한데 수명이 너무 짧다. 가맹점주는 끝없이 인테리어를 바꿔야 한다. 파리목숨이 됐고 1~2년 버티다 사라지는 구조 안에서 생존해야 한다. 왜 이렇게 된 걸까? 한국의 프랜차이즈업자들이 브랜드를 수도 없이 만들어서 시장에 던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그것에 적응해버렸다. 사실 프랜차이즈라고 해도 별 차이가 없는데 소비자들이 브랜드만을 소비하는 시장이 됐다. -백 대표에 대한 지적 탓인지 황 작가에 대한 비판도 늘고 있다 ▲백 대표는 1400개 정도의 가맹점을 가지고 있다. 그 가맹점에는 백 대표의 얼굴이 걸려있다. 백 대표의 이미지가 손상되는 것은 곧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맹점주 입장에선 백 대표에 대한 비판은 치명적일 수 있다. 그분들이 하나씩만 댓글을 단다고 생각해봐라. 하지만 그들에 대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 생존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생존 윤리이고 누구나 그런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나에게 달리는 댓글도 여러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글을 쓰는 것은 나의 생존 윤리이기도 하다. -대중적인 호감도가 높은 적도 있었다. 황 작가가 받는 오해도 있을 거 같은데? ▲일부에서 내 말의 앞뒤를 자르고 프레임을 만든다. 그중 하나가 친일 프레임이다. 근거 없는 자료로 짤을 만들고 언론은 내가 마치 그런 말을 한 사람인 양 보도했다. 아주 나쁜 짓을 했다. 불고기 논쟁을 다시 한번 떠올려볼까. 나는 불고기라는 말이 야끼니꾸에서 '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언론은 '황교익이 불고기라는 말이 일본에서 왔다고 말했다'고 도배했다. 이후 온라인에서 친일, '교이쿠상'이라고 조롱하기 시작했다. 이게 말이 되는가? 정보를 날조해서 한 사람의 이미지를 망가뜨렸다. 나는 이런 상황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법적인 처벌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국사회와 언론이 얼마나 병들어있는가에 대한 증거자료로 삼고 있다. ■ [황교익 일문일답] 글 싣는 순서 ① "나는 글쟁이…대중에게 거북한 존재일 수 있어" ② "골목식당 좋은 효과 없어…혐오만 남길 뿐" ③ "총리님 이리오세요" 황교안에게 손 내민 사연 banaffle@fnnews.com 윤홍집 이혜진 기자
2019-01-24 16:35:58#백종원 #수요미식회 #친일 #야끼니꾸 #떡볶이 #교이쿠상 #황교안 최근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겸 작가를 포털에 검색하면 부정적인 수식어가 적지 않다. 황 작가는 오랜 시간 글을 써오며 이름을 알렸지만 그만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세간의 이목에 대해 "내가 하는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며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나는 연예인이 아니라 글쟁이다. 글쟁이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쓰기 때문에 대중에게 거북한 존재일 수 있다"며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황 작가에게 맛 칼럼니스트가 어떤 직업인지, 백종원 대표와 관련된 논란은 왜 일어나는지, 정치 성향은 어떠한지 등을 약 3시간에 걸쳐 물었다. 인터뷰 내용은 3회분으로 나눠 전한다. -'맛 칼럼니스트'라는 불리고 있는데, 어떻게 하다 이런 이름이 붙게 됐나? ▲한 매체에 음식과 관련한 글을 연재하던 중 담당 편집자가 붙여준 것이다. 나는 별로 마음에 들진 않는다. (웃음) 스스로 맛칼럼니스트를 규정하자면 음식의 맛보다는 음식과 관련된 모든 행위, 사회 현상에 대해 글을 쓰는 직업이다. 예컨대 기차를 타면 삶은 달걀이 먹고 싶지 않나. 1960~70년대에는 달걀이 귀해서 상경하는 자식에게 달걀을 싸줬다. 달걀엔 여행, 길 떠남이라는 한국인의 서정이 묻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차에서 달걀이 먹고 싶어지는 것이다. 나는 이런 이야기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이다. -맛 혹은 맛집과 관련된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사람이 나에 대해 음식을 품평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맛집을 선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맛집이라는 단어도 싫어한다. 사람들은 여행을 가면 어디가 맛집인가 찾지 않나. 나는 맛집을 찾지 않고 지역의 개성이 드러나는 음식점을 찾는다. 그 지역에서 나오는 식재료 이야기가 있는 식당을 좋아한다. 수요미식회 섭외 제의가 왔을 때도 처음엔 거절했었다. (신)동엽이도 그렇고 (전)현무도 그렇고 우리 방송은 음식에 대해 풍성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지 맛집 선정 방송이 아니라고 수도 없이 말했다. 하지만 방송이 끝나고 남는건 맛집뿐이더라. 의도와 다르게 프로그램이 소비됐지만 어쩔 수 없다, -맛집을 안 좋아하는 이유가 뭔가? ▲음식의 맛은 차이가 존재할 뿐 최고란 게 없다. 예를 들어 어느 누가 자신의 돈까스가 최고라고 말할 수 있겠나. 지방에 가도 왜 이런 식재료가 쓰이게 됐는지, 왜 이런 식으로 요리하게 됐는지에 이해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먹어야 한다. 음식을 문화라고 하지 않나. 음식 문화를 이해하는 게 중심이지 맛이 중심이 아니다. -그렇다면 서울을 대변하는 음식은? ▲서울시가 선정한 '자랑스러운 서울음식점 100선'이 있다. 서울에서 이름난 한정식, 고깃집 등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서울의 음식은 그런 게 아니다. 이 음식을 먹으면 내가 서울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게 서울 음식이다. 그럼 서울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천만 서울 사람은 다 어디서 왔나. 지방에서 왔다. 서울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주민의 도시다. 그래서 나는 이주민의 음식으로서 서울의 음식을 고르게 됐다. 서울에서 '먹고 살면서' 먹었던 음식으로 설렁탕, 신림동 순대, 영등포 감자탕 등 18개 정도를 꼽은 적이 있다. -좋은 음식이란, 맛있는 음식인가? 문화를 드러내는 음식인가? ▲맛이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내가 맛있다고 하는 것은 복합적인 의미다. 물론 본능에 의해 맛있다고 하는 부분도 어느 정도 포함된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를 알게 하는 음식이 맛있고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이 음식을 먹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깨우치게 하는 것 말이다. 나쁜 음식은 뭐라고 생각하나. 정크푸드? 그런 건 건강에 나쁜 음식이지 그냥 나쁜 음식이 아니다. 좋은 음식의 기준을 정하라면 일단 어디서 온 재료를 사용했는지, 재료에 성격이 잘 드러나는 방식으로 조리됐는지, 내 주머니 사정에 부담 가지 않는지 정도가 있겠다. -떡볶이는 그 기준에 포함되지 않나? ▲떡볶이는 첫 번째 기준에서 부터 실격이다. 떡볶이의 떡은 어디서 온지도 모르는 쌀로 만든다. 이는 원산지 표시도 하지 않아서 어디서 온 지도 모르고 몇 년 묵은지도 모른다. 적어도 5년씩은 묵은 건데 제일 안 좋은 쌀을 원재료로 한다고 봐도 된다. 물론 먹는다고 해서 죽거나 탈 나진 않지만 내 기준에선 어디서 온지도 모르면서 맛있다고 얘기 할 수 없는 거 아니겠나. -사적인 것도 조금 궁금하다. 댁에선 음식을 만드나? ▲일상에서 먹는 음식은 다 한다. 글만 쓰는 것이 음식에 대한 공부라고 할 순 없다. 직업적으로 음식에 대해 그림을 그리는 훈련이 필요하다. 음식을 보면 재료나 조리법 같은 것을 머릿속으로 그린다. 잘 모르겠다 싶으면 주인이나 요리사에게도 물어본다. 그런 다음 집에서 재연한다. 물론 100% 재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작업을 1년 정도 하다 보면 음식을 보기만 해도 어떤 맛이 나겠다 하는 것을 그려낼 수 있다.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흔히 밥상머리 교육이라고도 하지 않나. 자녀들에게 음식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나? ▲특별히 없다. 사람은 커가면서 준거집단이 달라진다. 처음엔 엄마 아빠의 입맛을 좇아가지만 청소년기에 들어가면 또래의 입맛을 좇게 된다. 전체로 보자면 한 인간의 입맛은 고정되지 않고 계속 변하는 것이다. 어떤 음식을 먹어라, 어떻게 해라 이런 얘기는 하지 않는다. 자식들의 인생이지 내 인생이 아니니까. 강요하면 안 된다. 나도 부모님께 그런 강요를 받아본 적이 없다. (웃음) ■ [황교익 일문일답] 글 싣는 순서 ① "나는 글쟁이…대중에게 거북한 존재일 수 있어" ② "골목식당 좋은 효과 없어…혐오만 남길 뿐" ③ "총리님 이리오세요" 황교안에게 손 내민 사연 banaffle@fnnews.com 윤홍집 이혜진 기자
2019-01-24 10:1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