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베트남 공산당 최고 권력자이자 베트남 국가 서열 1위인 또 럼 서기장의 연내 한국 방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럼 서기장의 방한이 성사되면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국빈 방문한 응우옌 푸 쫑 전 서기장 이후 11년 만의 베트남 서열 1위의 방한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럼 서기장은 한국 정부의 조기방한 초청에 대해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바 있다. 럼 서기장의 방한이 성사될 경우 가장 주목받는 것은 경제협력이다. 베트남은 현재 북남고속철도, 닌투언 원전 등 굵직한 대형 프로젝트가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외교 분야에서는 2022년 12월 격상된 양국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CSP)를 발전시키고 이를 심화시킬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도 한국과 베트남 관계를 각별히 챙기고 있어 럼 서기장의 방한이 성사된다면 여러 외교적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 일본, 중국, 체코에 이어 르엉끄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통화를 하며 전통적 4강 외교에 이어 제일 먼저 베트남을 챙겼다. ■이르면 8월 방한 가능성 '솔솔' 6일 외교가와 베트남 하노이 현지 취재를 종합하면 럼 서기장의 8월 방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현지 소식통은 "시기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양국 외교 채널이 럼 서기장의 방한에 대해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럼 서기장의 국내 정치 일정, 대외 요인, 한국 내 정치일정 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외교부는 럼 서기장의 방한에 대해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노이 현지에서는 럼 서기장 방한을 통해 북남고속철과 원자력 발전을 비롯해 중국, 일본, 프랑스 등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경제협력·인프라 사업에서 이 대통령이 적극 목소리를 내주길 기대하고 있다. 앞서 올해 상반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잇달아 베트남을 찾아 '세일즈 외교'를 벌인 바 있다. 재계에서는 4대그룹(삼성·현대차·SK·LG)을 대상으로 한 총수 접견 등이 럼 서기장의 방한 일정에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14년 방한 당시 쭝 전 서기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효성그룹 회장 등 기업 총수들과 연쇄 회동을 가진 바 있다. ■관세부터 방산까지 논의 오갈듯 방한이 성사된다면 이 대통령과 럼 서기장은 인프라 협력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외교, 안보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의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한우 단국대 초빙교수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베트남산 제품에 대한 20% 고율 관세 부과와 관련해 한국 기업들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작지 않아 관련 대응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글로벌최저한세 적용에 따라 국내 기업이 세금을 추가 부담하는 것에 대한 지원책을 비롯해 국내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이나 인센티브 정책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 K9 자주포 수출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방위산업 분야 협력에 대한 물꼬가 트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베트남 정부 핵심 연구집단인 베트남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응우옌 티 탐 한국조선연구센터장은 양국 관계에 대해 "한국과 베트남 관계는 한국 정권에 관계없이 항상 발전해왔기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 정권에도 게속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탐 센터장은 "글로벌 정세가 격변하는 상황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서 양국이 눈앞의 현안 외에도 장기적인 과제에도 머리를 맞댈 때"라고 지적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2025-07-06 17:58:42【하노이(베트남)=김준석 기자】베트남과 인도 정치 지도자들이 이재명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내고 한국과의 협력 확대를 기대했다. 4일 베트남 서열 1위와 2위인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와 르엉꾸엉 국가주석은 축전에서 "이 대통령의 명망과 리더십, 전략적 비전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앞으로도 계속 번영하고 더 큰 성공을 거두며,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두 지도자는 "이 대통령 및 대한민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양국 간 관계를 더욱 실질적이고 효과적이며 포괄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양국 국민의 이익은 물론, 지역 및 세계의 평화·안정·협력·발전에 기여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쩐 깜 두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편, 이날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며 한-인도 협력 심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모디 총리는 이날 오전 자신의 X(엑스·구 트위터)에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에게 "취임을 축하한다"면서 "인도-대한민국 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확대하고 강화하기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과 인도 양국은 2015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체결하고,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2025-06-04 15:54:36【하노이(베트남)=부 튀 띠엔 통신원·김준석 기자】1990년대 고 최종현 선대회장이 원유 개발 사업을 시작한 이래 베트남을 에너지 사업의 중심지로 점찍은 SK그룹이 현지에서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프로젝트 참여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물류혁신 허브 조성에도 적극 나선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월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에너지 협력을 논의하는 등 베트남 공략에 나선 바 있다. SK대표단 "LNG 프로젝트 개발 참여 희망" SK그룹 대표단은 지난 18일 베트남 산업무역부 응우엔 홍 디옌 장관을 예방하고 응혜안성 꾸인랍 LNG 프로젝트 참여를 비롯해 베트남 전역에 3대 산업허브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SK그룹은 이날 베트남 측에 연구·개발(R&D)센터 건립을 비롯한 적극적인 투자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베트남 산업무역부 등에 따르면 SK그룹은 18일 베트남 정부와 회담에서 응에안성 꾸인랍 LNG 프로젝트와 탄호아성 응이 선 LNG 프로젝트 참여 의지를 피력했다. 또 이를 기반으로 베트남에서 △LNG 프로젝트 기반의 ‘AI 및 혁신 허브(북중부) △카나 LNG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수소·물류·혁신 허브(남중부)’ △카마우 LNG 프로젝트와 연계한 '친환경 농업 허브(메콩 델타)' 등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특히 SK는 "응에안성과 탄호아성에서 진행중인 LNG 발전소 개발 협력을 희망한다"며 "이외에도 베트남 내 고급기술,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분야에 대해 장기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응우옌 홍 디엔 장관은 "SK그룹의 기여를 높이 평가하며 아직 투자자가 확정되지 않은 LNG 발전소 사업에 SK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베트남 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진입을 위해 SK가 기술이전과 협력사업 확대에 앞장서달라"고 요청했다. 응에안성 꾸인랍 LNG 프로젝트는 베트남의 주요 에너지 프로젝트 중 하나로, 2030년 이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설계용량이 1500MW이며, 총 투자금액은 약 21억5000만달러(약 3조697억7000만원)에 달한다. 매년 약 115t의 LNG 수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응에안성은 이 프로젝트를 위한 투자자 선정 절차를 신속히 추진하고 있다. SK그룹은 앞서 15일 응에안성 지도부와 별도 회동을 갖고, 해당 지역의 LNG 사업에 대한 투자 의향을 공식적으로 전달한 바 있다. 탄호아성 응이 선 LNG 프로젝트는 베트남의 주요 에너지 프로젝트 중 하나로 총 투자 규모는 약 3조4825억원에 달하는 사업이다. 2030년 완공을 목표로 발주 입찰을 준비중이다. 앞서 △한국남부발전(KOSPO) △한국가스공사(KOGAS) △대우건설(Daewoo E&C) 등이 입찰했으나 2024년 8월 베트남의 새로운 입찰법 규정 변경으로 인해 기존 입찰이 취소된 바 있다. SK 에너지 사업 중심 떠오른 베트남 현재까지 SK그룹은 베트남에 총 35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주요 분야는 청정에너지(LNG→수소), 제약·헬스케어, 물류, IT 등이다. 한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월 베트남 서열 1위 또럼 당 서기장과 만나 에너지 협력을 논의했다. 베트남은 SK의 에너지 사업 전략요충지 중 하나다. 멤버사들의 대 베트남 투자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는 2020년부터 베트남 닌투언 지역에서 131㎿ 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해상풍력 발전소도 운영 중이며, 청정수소와 액화천연가스(LNG)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베트남 정부는 제8차 국가전력계획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SK어스온은 최근 베트남 15-2/17 탐사광구에서 하루 최대 1만배럴 규모 원유를 시험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SK어스온은 2023년 11월 베트남 16-2광구에서 원유를 발견했으며, 올해 탐사정 시추를 할 예정이다. SKC는 하이퐁에 하반기 완공 목표로 생분해 소재(PBAT)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PBAT는 미생물에 의해 자연 분해되는 '썩는 플라스틱'이다. 베트남엔 SKC 반도체 테스트 솔루션 자회사 ISC 공장도 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 부 튀 띠엔 통신원
2025-04-21 09:35:48【 하노이(베트남)=김준석 기자】 반(反)트럼프 전선 구축을 위해 동남아시아 순방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선물 보따리를 풀며 우군 다지기에 나섰다. 시 주석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대해 "일방적 괴롭힘"이라고 비난하며 이번 관세폭탄의 직격탄을 맞은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를 향한 구애에 나섰다. 특히 베트남 순방을 두고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지난해 8월 방중 이후 1년이 지나지 않아 시 주석이 답방하면서 베트남과 중국 언론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또럼 서기장과 시 주석은 양일간의 국빈방문 일정 내내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하면서 양국 서열 1위 간의 끈끈한 관계를 과시했다. ■"베트남·중국 철도협력, 남중국해 공동개발 나서자" 15일 양국 정부와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올해 첫 해외순방지로 베트남을 선택한 시 주석은 전날 하노이에 위치한 베트남 공산당 중앙당사에서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회담을 가졌다. 양측은 이번 회담이 끝나고 올해로 75주년을 맞는 베트남·중국 관계의 발전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지속 심화 및 전략적 수준의 베·중 운명공동체 가속 구축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정상회담 후 또럼 서기장과 시 주석은 양국 간 체결된 45건의 협력문서에 대한 소개를 함께 듣는 모습을 연출하며 경제협력 확대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베트남 정부의 숙원사업인 북남 고속철도 사업 중 라오까이~하노이~하이퐁 철도 프로젝트 협력을 비롯한 인프라·과학기술·연구 협력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 주석은 또럼 서기장과의 회담에서 "중국과 베트남은 모두 경제 세계화의 수혜자"라며 "양국은 전략적 결의를 강화하고, 일방적 괴롭힘에 공동으로 반대하며, 글로벌 자유무역 체제와 산업·공급망의 안정성을 함께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미국의 관세 부과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 서기장 등 베트남 지도자들은 관세 등 미국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 베·중 양국 관계의 중요성과 더불어 중국과 철도 등 산업·기술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날 양국은 정부 간 철도 협력위원회를 설립하여 철도협력을 촉진하기로 결정했다. 또럼 서기장은 라오까이~하노이~하이퐁 철도 프로젝트 진행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양국은 외교·안보·국방에서도 더욱 다가가기로 합의했다. 고위급 교류를 정기적으로 유지하고 외교, 국방, 공안 부처 간 전략적 대화를 장관급으로 격상시키며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양국 관계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온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서도 전향적인 대화가 오갔다. 시 주석은 "남중국해 지역의 공동개발을 조속히 시작하며, 남중국해 행동준칙(COC) 체결을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럼 서기장도 "베트남은 중국과의 해상분쟁을 적절히 처리하고 해상안정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화답했다. ■"아세안과 미국 보호주의 맞설 것" 한편 시 주석은 말레이시아 국빈방문을 앞두고 현지 매체 '더 스타'에 기고문을 게재해 반트럼프 전선 구축 행보를 이어갔다. 시 주석은 이날부터 술탄 이브라힘 국왕의 초청으로 12년 만에 말레이시아를 국빈방문한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중국은 말레이시아 및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함께 지정학적 대립, 진영 간 갈등, 일방주의 및 보호주의에 맞서 평화와 발전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따를 것"이라면서 "중국·말레이시아는 높은 수준의 운명공동체 및 중국·아세안 운명공동체를 함께 건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현재 아세안 순회 의장국이다. 이번 시 주석의 국빈방문은 아세안과의 미국 관세폭탄에 대한 공동전선 구축 의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june1112@fnnews.com
2025-04-15 18:29:16【하노이(베트남)=김준석 기자】반(反)트럼프 전선 구축을 위해 동남아시아 순방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선물 보따리를 풀며 우군 다지기에 나섰다. 시 주석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대해 "일방적 괴롭힘"이라고 비난하며 이번 관세 폭탄의 직격탄을 맞은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 구애에 나섰다. 특히, 베트남 순방을 두고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지난해 8월 방중 이후 1년이 지나지 않아 시 주석이 답방하면서 베트남과 중국 언론에서는 "이례적"이라고 평가가 나왔다. 또 서기장과 시 주석은 양일 간의 국빈 방문 일정 내내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 하면서 양국 서열 1위간의 끈끈한 관계를 과시했다. ■ "베트남-중국 철도 협력, 남중국해 공동 개발 나서자" 15일 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올해 첫 해외 순방지로 베트남을 선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하노이에 위치한 베트남 공산당 중앙당사에서 진행된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의 회담을 가졌다. 양측은 이번 회담이 끝나고 올해로 75주년을 맞는 베트남-중국 관계의 발전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지속 심화 및 전략적 수준의 베-중 운명공동체 가속 구축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정상회담 후 또 서기장과 시 주석은 양국 간 체결된 45건의 협력 문서에 대한 소개를 함께 듣는 모습을 연출하며 경제 협력 확대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베트남 정부의 숙원 사업인 북남 고속철도 사업 중 라오까이-하노이-하이퐁 철도 프로젝트 협력를 비롯한 인프라·과학기술·연구 협력을 심도 깊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 주석은 또 서기장과의 회담에서 "중국과 베트남은 모두 경제 세계화의 수혜자"라며 "양국은 전략적 결의를 강화하고, 일방적 괴롭힘에 공동으로 반대하며, 글로벌 자유무역 체제와 산업·공급망의 안정성을 함께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미국의 관세 부과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 서기장 등 베트남 지도자들은 관세 등 미국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 베트남-중국 양국 관계의 중요성과 더불어 중국과 철도 등 산업·기술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날 양국은 정부 간 철도 협력위원회를 설립하여 철도 협력을 촉진하기로 결정했다. 또 서기장은 라오까이-하노이-하이퐁 철도 프로젝트의 진행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양국은 외교·안보·국방에서도 더욱 다가가기로 합의했다. 고위급 교류를 정기적으로 유지하고, 외교, 국방, 공안 부처 간 전략적 대화를 장관급으로 격상시키며,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양국 관계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온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서도 전향적인 대화가 오갔다. 시 주석은 "남중국해 지역의 공동 개발을 조속히 시작하며, 남중국해 행동준칙(COC) 체결을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기장도 "베트남은 중국과의 해상 분쟁을 적절히 처리하고 해상 안정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화답했다. 이날 시 주석은 말레이시아로 이동하기 전 아침 또 서기장과 베트남 국부 호치민 주석의 묘소에 화환을 헌화하고 참배하고 베트남-중국 철도협력기구 출범식에 참석한 후 르엉 끄엉 베트남 주석과 회동하는 등 마지막날까지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 "ASEAN과 미국 보호주의 맞설 것" 한편, 시 주석은 말레이시아 국빈 방문을 앞두고 현지 매체 '더 스타'에 기고문을 게재해 반 트럼프 전선 구축 행보를 이어갔다. 시 주석은 이날부터 술탄 이브라힘 국왕의 초청으로 12년 만에 말레이시아를 국빈 방문한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중국은 말레이시아 및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함께 지정학적 대립, 진영 간 갈등, 일방주의 및 보호주의에 맞서 평화와 발전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따를 것"이라면서 "중국-말레이시아 높은 수준의 운명공동체 및 중국-ASEAN 운명공동체를 함께 건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현재 아세안 순회 의장국이다. 이번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은 아세안과의 미국 관세 폭탄에 대한 공동 전선 구축 의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2025-04-15 16:08:50[파이낸셜뉴스] 베트남 서열 1위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비서(서기장)가 현지 언론에 '민간 경제 발전'을 정부의 최우선 기치로 내걸고 선진국 도약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올해 8% 성장을 자신하고 있는 베트남은 약점인 민간 경제 분야를 적극 발전, 2045년까지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또 서기장은 18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에 '베트남의 번영을 위한 경제 성장의 견인차 - 민간 경제 발전'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일제히 게재했다. 그는 "약 40년간의 개혁 과정에서 베트남은 강인한 정신으로 도약하며 발전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베트남의 경제 성장률이 개발도상국 평균의 두 배를 유지해 왔다"고 현재의 베트남 경제의 성과를 자평했다. 또 서기장은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을 가기 위한 '마지막 퍼즐'로 민간 경제의 역할에 주목했다. 그는 "개혁 초기에는 국가 경제가 주로 국영기업과 외국인 직접 투자(FDI)에 의존했고, 민간 경제의 역할은 미미했다"면서 "이후 민간 경제는 단순히 생산, 무역, 서비스의 확대뿐만 아니라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혁신을 촉진하며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 내에는 약 100만개의 기업과 500만개의 개인 사업체가 존재한다. 이들 기업체들은 40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또, 전체 노동 인구의 82%가 민간 경제 부문에 종사 중이며 전체 사회적 투자 자본의 60%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의 경제적 성과는 국내총생산(GDP)의 51%를 차지하고, 국가 예산의 30% 이상을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기장은 민간 경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성장 추세가 꺾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민간 기업이 중소기업이나 초소형 기업으로 운영되며, 재정적 여건과 경영 역량이 부족하고, 외국인 투자 기업 및 국내 기업 간의 네트워크 구축도 미흡하다"면서 "디지털전환(DX), 연구개발(R&D) 투자, 신기술 도입이나 비즈니스 모델 혁신도 부족하여 부가가치를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이를 위해 또 서기장은 베트남 정부가 민간 경제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에 둘 것임을 천명했다. 그는 △시장경제 제도의 완전한 구축 및 개혁 △재산권 보호 및 법적 안전 보장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 육성 및 중소기업 지원 △혁신 및 디지털 전환 촉진 △행정 개혁 및 투명성 강화 △민간 기업의 자원 접근성 개선 △지속 가능한 성장 및 사회적 책임 강화 등 7대 항목을 약속했다. 끝으로 또 서기장은 "우리는 지금 역사적인 전환점에 서 있다"면서 "우리는 새로운 경제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 민간 경제의 성장과 함께, 베트남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날도 머지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7.09%로 아세안 회원국 10개국 중 가장 높았던 베트남 정부는 올해 '최소 8% 성장'을 내세우며 경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2025-03-18 18:30:15[파이낸셜뉴스]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또 럼 당서기장과 만나 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 및 양국 우호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최 회장은 SK 경영진들과 함께 베트남 하노이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또 럼 당서기장을 만났다. 해당 자리에는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S사장, 박원철 SKC사장, 김종화 SK에너지 사장, 명성 SK어스온 사장이 배석했다. 최 회장은 "SK그룹이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베트남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 관련 분야 협력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에 럼 당서기장은 "SK그룹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최 회장과 SK그룹의 애정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답했다. SK그룹은 베트남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자원순환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SK 이노베이션 E&S는 2020년부터 베트남 남부 닌 투언 지역에 131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운영해 왔으며, 해상풍력발전소도 준공해 운영 중이다. 또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자원개발 자회사 SK어스온은 베트남 15-2/17 탐사광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럼 당서기장은 "베트남과 한국 관계가 모든 분야에서 순조롭게 발전하고 있다"며 "한국은 항상 베트남에 대한 투자와 무역 등에서 선도적인 국가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SK그룹을 포함해 베트남에 투자하고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들의 실질적인 기여를 통해 베트남 사회 및 경제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베트남은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한국의 3번째 교역대상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은 베트남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국가로, 현재 8800여개의 기업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있다. 최 회장은 럼 당서기장에 이어 베트남 권력 3위인 팜 민 찐 총리와도 만났다. 찐 총리는 "양국 간 포괄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이 잘 작동하고 있으며, 양국은 많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베트남 방문 이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대미(對美)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을 꾸려 오는 19∼20일에는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민간 경제사절단이 미국을 공식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5-02-16 19:43:36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불과 6시간 만에 맥없이 해제됐다. 야당이 계엄 해제 요구안을 신속하게 의결했기 때문이지만, 대통령실 참모는 물론 내각도 배제한 독단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3일 오후 10시23분 긴급 대국민 담화에 나서기 직전까지 대통령실 참모진과 내각 모두 계엄 선포계획을 알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 나서기 약 1시간 전인 오후 9시쯤 국무회의를 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밤중에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소집됐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고 입을 뗐다. 그러자 한 총리를 위시한 국무위원들이 즉각 반대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이들을 뒤로하고 고유권한인 비상계엄 선포에 나섰다. 계엄 선포를 통보받아 정부부처들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군과 국방부만 기다렸다는 듯 행동에 나섰다. 국방부 스스로 김용현 국방장관이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밝히면서다. 실제로 김 장관의 의중이 반영된 듯 계엄사령관은 군 서열 1위인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아닌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맡았다. 김 의장은 해군 출신, 박 총장은 김 장관과 같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라는 점에서다. 결국 정황상 윤 대통령과 김 장관이 대통령실과 내각을 따돌리고 독단적으로 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그러나 극소수만 준비했던 탓인지 계엄군은 허술했다. 국회의원들을 막아내지 못해 계엄 해제 요구안이 빠르게 의결됐고, 윤 대통령은 4일 새벽 4시30분쯤 다시 담화에 나서 계엄 해제 예정을 밝혔다. 사과는커녕 필요하면 다시 계엄 선포를 하겠다는 태세로 야당에 경고하며 담화를 마쳤다. 윤 대통령은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농단, 예산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 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뒷수습을 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12-04 19:11:54[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불과 6시간 만에 맥없이 해제됐다. 야당이 계엄 해제 요구안을 신속하게 의결했기 때문이지만, 대통령실 참모는 물론 내각도 배제한 독단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3일 오후 10시 23분 긴급대국민담화에 나서기 직전까지 대통령실 참모진과 내각 모두 계엄 선포 계획을 알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 나서기 약 1시간 전인 오후 9시 즈음 국무회의를 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밤중에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소집됐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고 입을 뗐다. 그러자 한 총리를 위시한 국무위원들이 즉각 반대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이들을 뒤로 하고 고유권한인 비상계엄 선포에 나섰다. 국무위원들을 계엄 선포 형식을 맞추기 위한 들러리로 세운 셈이다. 계엄 선포를 통보 받아 정부부처들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군과 국방부만 기다렸다는 듯 행동에 나섰다. 국방부 스스로 김용현 국방장관이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밝히면서다. 실제로 김 장관의 의중이 반영된 듯 계엄사령관은 군 서열 1위인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아닌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맡았다. 김 의장은 해군 출신, 박 총장은 김 장관과 같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라는 점에서다. 결국 정황상 윤 대통령과 김 장관이 대통령실과 내각을 따돌리고 독단적으로 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김 장관은 직전 대통령경호처장을 역임한 데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최측근으로 꼽힌다. 그러나 극소수만 준비했던 탓인지 계엄군은 허술했다. 국회의원들을 막아내지 못해 계엄 해제 요구안이 빠르게 의결됐고, 윤 대통령은 4일 새벽 4시 반 즈음 다시 담화에 나서 계엄 해제 예정을 밝혔다. 사과는커녕 필요하면 다시 계엄 선포를 하겠다는 태세로 야당에 경고하며 담화를 마쳤다. 윤 대통령은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 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뒷수습을 했다. 윤 대통령 독단으로 인한 계엄 해프닝을, 정작 계엄 선포를 통보 받은 데다 반대까지 했던 내각이 뒷정리 하게 된 것이다. 계엄 선포도 해제도 내각은 결국 들러리에 그쳤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한 것도 이 같은 무력감이 느껴지는 상황 탓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음에도 상황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내각보다도 허탈함이 클 것이라는 점에서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12-04 17:23:52삼성전자의 추락에 끝이 안 보인다. 10만원을 넘보던 삼성전자 주가는 5만원대로 가라앉아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몇 달 전만 해도 AI반도체 호황에 올라타 신성장동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 삼성전자가 지금은 인텔의 뒤를 밟아 도태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난무한다. 국가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위기를 시발로 대기업병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와 같은 1등 기업을 중환자로 만드는 고질병으로 '조직의 관료화'가 꼽힌다. 구체적으로 1위 지위 안주, 기존의 성공방식 고수, 변화에 대한 거부, 선구적 리더십 실종, 단기실적 중시, 부서 이기주의, 소통과 협업의 부재, 폐쇄적 기업문화 등이 거론된다. 그런데 이런 대기업병은 한국 대기업에만 고유한 병이 아니다. 1등 기업이 앓는 관료적 경직화는 보편적 대기업병이다. 기업이 병에 걸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고 노쇠하면 병에 걸려 사망하듯이 기업의 성장주기에서도 '생로병사'가 발생한다. 대기업이 병에 걸려 쇠퇴해야 기업생태계에 선순환이 이뤄진다. 만일 1등 기업이 병에 걸리지 않고 불로장생하면 산업이 쇠퇴하고 경제가 질식한다. 한 기업이 건강한 것과 생태계가 건강한 것은 별개의 문제다. 기업생태계가 가장 활발한 미국의 경우 과거에 시장을 주름잡던 GM, GE, 인텔, US스틸 등 레거시 기업이 쇠락하고 그 대신 그 자리를 테슬라, 엔비디아, 메타, 구글 등 테크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같던 노키아가 사라졌지만 거기서 파생된 수많은 벤처기업이 핀란드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는 대기업병이 삼성전자뿐 아니라 한국의 기업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강력한 전염력을 가진 한국형 K기업병에 감염이 안된 선도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전통 대기업뿐 아니라 신생 대기업도 K기업병에 걸려 건강성을 잃어버리고 있다. 카카오, 네이버, 쿠팡, 배달의민족 등은 벤처기업 특유의 유연성과 혁신성을 상실하고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만 주력한다. 한국 기업 전반에 걸쳐 확산된 한국적 K기업병의 원인은 무엇인가. 기업 외적인 한국 고유의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는 전문가도 있다. 엄격한 노동정책, 과도한 규제, 반기업 정서 등이 기업을 옥죄고 병들게 만든다고 한다. 최근 노동·환경·안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인의 부패, 공무원의 무능, 인종갈등 등이 만연한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은 양호한 편이다. 6·25전쟁을 겪고 경제개발을 시작하던 시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당시에 아무것도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1세대 기업인들은 맨손으로 오늘날의 대기업을 일구어냈다. 기업이 어려워진 문제를 외부환경에서 찾으면 답이 안 나온다. 결국 한국적 K기업병은 한국 기업의 특유한 속성에 기인한다. 총수 중심의 전근대적 지배구조, 순혈주의의 폐쇄적 경영진, 공채 기수의 수직적 문화, 연공서열의 획일적 인사제도, 미흡한 성과보상 동기, 순환보직에 따른 전문성 결여 등이 모든 한국 기업의 공통된 병폐이다. 특히 도전과 모험을 감수하는 기업가 정신이 쇠퇴한 것이 가장 심각한 병이다. 안락하고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란 기업인과 관리자들은 리스크를 회피하고 안전경영을 추구한다. 요즘 대기업 임금단체협상에 '승진거부권'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가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승진해 임원이 되면 보상은 적고 책임만 크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가 팽배한데 무엇을 새롭게 시도하고 혁신할 수 있겠는가. 기업의 구조와 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혁하는 환골탈태의 처방이 있어야 K기업병이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前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2024-11-12 18:1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