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금융감독체계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실현할 수 없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금융산업과 감독정책을 분리하고,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별개 기구로 신설하는 등 새 감독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용우 의원, 금융위법 개정안)"대형 금융사고 발생은 감독체계 문제라기보다 금융회사 자체 내부통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금융사 자체 내부통제 조직들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3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경남은행 562억원 횡령사고,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폭락 사태 등 올해도 금융권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금융감독체계 개편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금융감독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직을 분리해서 각각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이른바 '선택과 집중론'이다. 반면 현재의 감독체계 개편보다는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내실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있는 것부터 잘하자'는 취지다. ■"금융감독체계 새판 짜기" 주목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 부처나 관리감독 당사자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이제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감독체계를 살펴봐야 한다"며 "금융소비자보호처 등 소비자 보호조직은 별도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내 △금융사에 대한 검사감독을 담당하는 부문과 △금융민원 및 분쟁해결, 소비자 보호를 담당하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각각의 기능을 강화하자는 주장이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도 금융사고 방지와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감원 독립'을 주장해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집행기구인 금감원이 규정 제정권을 갖는 게 당연한데도 금융위가 제정권을 갖고 있어 업무처리 효율이 낮은 측면이 있다"며 "금융위 담당자 1명이 처리해야 할 금융 관련 규제가 수십, 수백건에 달하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분리·독립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에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정무위 소속 이용우 의원은 2021년 금융위법 개정안을 통해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 간 이해상충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소홀히 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2008년 체제'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과 금감위 통합으로 2008년 2월 금융위가 출범했는데 현 상황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오기형 의원은 지난 2021년 △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이관, 금감원 내 금감위 운영 △금융감독원 내 소비자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2월 금융분야 학자 300여명이 모인 '금융감독 개혁을 촉구하는 전문가 모임'은 금융산업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고, 행정부에서 독립돼 금융감독 기능을 하는 민간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現제도·조직부터 내실화" 목소리 반면 '있는 제도와 체계를 내실화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조직개편을 할 만큼 그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복되는 금융사고는 감독체계의 문제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며 "금융위는 정책을 하고, 금감원이 집행하는 현재 체계 자체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사 명령 휴가제 등 이미 마련된 내부통제 제도를 실질화하고, 사내 내부통제 조직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금융사 자체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금감원은 업계에 영향력이 지대하다"며 "사실상 특허산업인 금융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데다 현장과 밀착한 금감원이 독립적으로 규제를 집행하게 되면 입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사고 방지 등 금융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한국은행의 역할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6월 창립 73주년 기념식에서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이 없다는 이유로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다"며 "감독기관과의 정책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필요하다면 제도개선을 통해서라도 금융안정 목표 달성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문수 기자
2023-08-03 18:34:56[파이낸셜뉴스]앞으로 금융사들은 경영진의 업무와 책임 범위를 사전에 구분해 확정하는 '책무구조도'를 마련해야 한다. 최고경영자(CEO)에게는 내부통제 총괄 관리의무를 지우고 '시스템적 실패'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묻기로 했다. 이사회도 내부통제에 대한 궁극적 책임이 주어진다. 금융위원회는 22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할 의무만 규정하고 있으며 금융사고 발생 시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명시돼 있지 않다. 최근 펀드 불완전 판매와 대규모 횡령 등 금융사고가 잇따르면서 문제가 불거지자 금융권의 책임경영 확산을 위해 이번 방안이 마련됐다. 먼저 금융사가 임원별 내부통제 책무를 사전에 명확히 구분하고 각 임원이 금융사고 방지 등 내부통제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도록 '책무구조도'를 작성하도록 했다. 대상은 지배구조법상 임원이다. 이사회 의장도 '감시 의무'로 책임 영역을 정해 책무구조도에 명시되는 임원으로 포함된다. 다만 이사회 의장이 아닌 사외이사는 제약된 정보접근성을 감안해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임원 직책별로 배분되는 책무는 △경영관리 △위험관리 △영역부문 등 3가지 영역으로 구분해 시행령에서 예시적으로 열거하기로 했다. CEO는 책무구조도를 마련하고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쳐 금융당국에 제출할 의무가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당국의 승인 사항은 아니지만 시정요구는 받을 수 있다. CEO에게는 내부통제 관리의무도 부여된다. 조직적으로 장기간 반복되는 광범위한 문제가 발생하는 등 시스템적 실패에 대해선 책임을 진다. 이사회는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정책 수립, 집행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이사회가 내부통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도 신설된다. 내부통제 관리 조치를 미실행하거나 불충분한 관리를 한 임원에 대해선 신분제재를 부과한다. 다만 금융사고 발생시에도 상당한 주의를 다해 내부통제 관리조치를 할 경우엔 책임을 경감 또는 면제해주기로 했다. 금융권은 CEO 처벌 기준이 약화돼 안도하는 분위기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내부통제 관련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표이사에게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대 금융사고의 범위가 모호하고 금융사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의 책임을 CEO에게 묻는 것은 과하다는 업계 우려가 제기되자 최종 방안에서 내용이 빠지게 됐다. 금융사고 발생 전후에 '이행 트리거', '상당한 주의' 등의 장치를 마련한 것도 금융회사 입장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이행 트리거'와 '상당한 주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은 향후 책임소재를 가릴 때 쟁점이 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준법감시부문 임원은 "이행 트리거, 상당한 주의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유보된 느낌"이라며 "지금은 책무구조도를 중심으로 한 금융당국의 제재 방향성만 공지된 것이라서 입법 전까지 모호한 부분을 해소하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김동찬 기자
2023-06-22 16:10:41은행들의 내부통제 문제인가, 아니면 국가가 만든 '내부통제 시스템'의 문제인가. 최근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거액의 외환송금이 이뤄지면서 금융사들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불법 환치기' 정황이 있는데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돈을 내줬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검찰 등 사법기관에서는 가상자산 형태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외환을 송금한 행위를 불법 환치기로 보고 이에 가담한 업체와 직원을 잡아들이고 있다. 가장 앞서 총대를 멘 건 사법당국이 아닌 금융감독원이다. 금감원은 거액의 외환송금을 금융사 내부통제 문제로 판단하고 조사하고 있다. 금감원장은 연일 "외환거래 들여다보니 훨씬 더 심각하다" "불법성이 명확하다"고 확언하고 있다. 수조원에 달하는 돈의 크기와 가상자산 연루 혐의, 또 이 돈이 중국·일본으로 흘러갔다는 소문에 나라가 들썩이는 동안 정작 사안의 본질은 잊히고 있다. 이 사안이 과연 횡령과 같은 은행 내부통제 문제냐는 것이다. 현행 내부통제 규정에 따르면 은행이 자금세탁 방지를 규정한 특금법이나 외환거래법에 따라 돈을 내준 것이라면 금감원이 문제 삼을 수 없다. 금감원이 이상 외환송금을 금융사의 내부통제 프레임으로 잡은 것이 옳은지를 3편에 걸쳐 살펴본다. 최근 불거진 이상 외환송금 규모가 8조원대로 알려지면서 감독당국이 '자금통로'가 된 은행들을 연일 때리고 있다. 수조원에 달하는 외환송금으로 은행들의 거래시스템에 허점이 노출됐고, 제재가 불가피하다며 은행 책임이라는 것을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시스템에 따라' 돈을 내줬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에 따라 송금했고, 현행 내부통제 제도에 따라 신고했다는 것이다. ■금감원 "은행들, 인보이스 하나로 수조원 내줬다" 14일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은행들이 최근 자체점검 현황을 제출한 결과 의심거래 액수가 총 8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관련된 업체만 65개사에 이른다. 금융당국은 외환송금 업무를 취급한 은행이 외국환거래법과 특금법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는지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해외송금 거래는 대부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무역법인 계좌로 모인 뒤 해외로 송금되는 구조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은행이 외환을 지급하고 수령할 때 입증서류를 얼마나 제대로 확인했는지를 파악 중이다.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만든 특금법은 은행이 고객의 신원을 제대로 확인했는지(CDD) 여부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김치프리미엄'을 노린 환차익 거래세력들을 포착했고, 은행들에 돈을 신중하게 내주라고 경고했는데 말을 듣지 않았다며 분개하고 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낯선 업체가 인보이스 하나 들고 와서 거래해 달라고 하는데, 은행이 적합성을 따지지 않고 단순히 무역대금으로 판단해 송금해준 것"이라며 "지난해 5대 은행 외환담당 부서장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주의를 당부했으나 이런 사고를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갓 신설된 회사가 이렇게 큰 규모의 거래를 하는데 한 번도 걸러지지 않은 것은 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이 발동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면서 "특금법상 신원확인(CDD), 의심거래보고(STR)를 비롯한 업무처리 절차 중에 어떤 허점이 있는지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들 "자금세탁 가담한 것처럼 몰아" 억울 하지만 은행들은 송금이라는 행위가 곧 불법세력에 '협력'했다는 것과 동일시되는 것에 억울하다고 말한다. 해외로 송금된 불분명한 자금이 8조원을 넘는 큰 규모이고, 전 금융권이 연관돼 이목이 쏠린 것과 별개로 결코 능동적으로 협력한 것은 아니란 주장이다. 특히 은행들이 당초 이상 거래임을 감지한 이유가 바로 '거액'의 금액이 송금됐다는 점인데, 어떤 지점이 은행 잘못으로 귀결되느냐는 것이다. 업체가 범죄를 작정하고 허위서류를 만들어 송금조건을 갖춰 오면 막을 도리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히려 은행들은 자체 감사에서 비정상적 외환거래를 포착, 신고한 것을 내부통제 시스템 가동 덕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에서 특금법, 외국환거래법을 명백히 위반한 정황이 있다면 당연히 이에 응당한 처벌과 제재를 받아야 하는 게 맞다"면서도 "하지만 단순히 송금된 외환 규모가 크다고 해서 은행이 협력했다고 몰고 가는 것은 억울한 일"이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서류상 문제가 없으면 송금해 주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은행들은 자체적 '자금세탁방지센터' 등을 운용해 이상 거래를 상시로 살피고 있다. 이상한 조짐이 보이면 STR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제출하고, FIU는 국세청에 보고한다. 은행권 또 다른 관계자는 "전 금융권에서 사고가 일어난 만큼 이번 외환송금이 사고라고 규정되더라도 특정한 은행의 문제만으로 볼 수 없다"며 "FIU부터 금융위까지 제도적 허점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제도가 개선되더라도 사고를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고려되는 방안은 최초 거래만 회사 방문을 의무화하거나 큰 금액 송금의 경우 외환지원센터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 등이 논의된다. 하지만 회사 방문을 하는 것만으로 이후 거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기는 여전히 힘들 것으로 지적됐다. psy@fnnews.com 박소연 김동찬 이승연 기자
2022-08-14 18:17:34우리은행 직원의 614억원 횡령 사건을 계기로 금융권의 내부통제가 주요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나와 주목된다. 금융지주그룹에 속한 자회사에서 내부통제·위험관리 기준을 의무적으로 마련토록 하고, 내부통제가 실효적으로 이뤄지는지 정기점검토록 하는 '금융사지배구조법 일부개정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법 개정보다는 제도의 내실있는 운영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2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지주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실은 "최근 우리은행 직원의 600억원대 횡령에 이어 새마을금고, KB저축은행, 농협 등 대형은행 직원의 횡령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며 내부통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금융지주그룹의 자회사에도 내부통제·위험관리 기준을 의무적으로 마련토록 하는 게 핵심이다. 현행법상 모회사인 금융지주그룹에서 기준을 마련한 경우 자회사는 따로 기준을 두지 않아도 됐는데, 예외규정을 삭제해 '내부통제 사각지대'를 해소한 것이다. 이 의원실은 "금융지주회사가 각 자회사의 특성에 맞는 내부통제·위험관리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고 자회사의 책임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강조했다.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를 실효화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금융회사는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매년 1회 이상 정기적으로 내부통제 체계·운영 관련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 점검 결과, 임직원의 위법행위를 발견한 경우 해당 임직원 제재, 내부통제 취약부분 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제재처분을 통일한다. 그동안 은행, 보험회사, 여신금융회사에 대한 제재처분이 다른 점이 금융당국 '감독 부실'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최근 대형 금융회사 직원들의 횡령 사건으로 인해 신뢰가 생명인 금융산업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매우 크고 금융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 실태에도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며 "개정안을 통해 건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금융산업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현행법만으로 규정은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기존의 법을 가지고도 충분히 내부통제·위험통제를 할 수 있다"며 "법 개정보다는 기존 법의 내실있는 운영·집행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2-06-22 18:15:47[파이낸셜뉴스] 우리은행 직원의 614억원 횡령 사건을 계기로 금융권의 내부통제가 주요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나와 주목된다. 금융지주그룹에 속한 자회사에서 내부통제·위험관리 기준을 의무적으로 마련토록 하고, 내부통제가 실효적으로 이뤄지는지 정기 점검토록 하는 '금융사지배구조법 일부개정안'이다. 다민 일각에서는 법 개정보다는 제도의 내실있는 운영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2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지주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실은 "최근 우리은행 직원의 600억원대 횡령에 이어 새마을금고, KB저축은행, 농협 등 대형은행 직원의 횡령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며 내부통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금융지주그룹의 자회사에도 내부통제·위험관리 기준을 의무적으로 마련토록 하는 게 핵심이다. 현행법상 모회사인 금융지주그룹에서 기준을 마련한 경우 자회사는 따로 기준을 두지 않아도 됐는데, 예외규정을 삭제해 '내부통제 사각지대'를 해소한 것이다. 이 의원실은 "금융지주회사가 각 자회사의 특성에 맞는 내부통제·위험관리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고 자회사의 책임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강조했다.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를 실효화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금융회사는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매년 1회 이상 정기적으로 내부통제 체계·운영 관련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 점검 결과, 임직원의 위법행위를 발견한 경우 해당 임직원 제재, 내부통제 취약부분 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제재처분을 통일한다. 그동안 은행, 보험회사, 여신금융회사에 대한 제재처분이 다른 점이 금융당국 '감독 부실'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최근 대형 금융회사 직원들의 횡령 사건으로 인해 신뢰가 생명인 금융 산업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매우 크고 금융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 실태에도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며 "개정안을 통해 건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금융산업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현행법만으로 규정은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기존의 법을 가지고도 충분히 내부통제·위험관리를 할 수 있다"며 "법 개정보다는 기존 법의 내실있는 운영·집행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2-06-22 16:05:35"제2의 우리은행 횡령 사건이 오늘 당장 나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우리나라 금융사들의 내부통제 시스템과 관련한 전문가들의 종합적 의견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한 내부통제 규정은 네거티브 규제다. 업무 영역에 대한 규제 장벽은 낮춰주되 인적·물적 책임은 금융사 존폐를 가를 정도로 강하게 지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금융사들은 해외에 비해 내부통제 내용과 기준 자체도 모호하고 지키지 않았을 때 징벌도 금전적 징벌이 아닌 인적 징벌에 치우쳐 있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금전적 징벌로 꼽으면서 현행법에 이를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 사고 나면 기관 존폐 기로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국 내부통제 제도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미국의 '내부통제 통합 프레임워크(COSO 프레임워크)'와 '사베인스-옥슬리법(SOX법)' 등이 요구하는 내부통제 제도 역시 처음엔 추상적인 수준이었다. 그러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발생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내부통제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금융기관의 취약성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융회사 내 컴플라이언스 부서에 더 강력한 독립성과 지위를 부여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됐다. 미국은 지난 2010년 도드-프랭크법(Dodd-Frank 법) 도입을 계기로 컴플라이언스 부서의 책임과 권한을 확대했다. 최고융합책임자(CCO)에게 컴플라이언스 보고서 책임을 맡겼고 부정확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컴플라이언스 부서의 역할은 이해상충 문제 제기, 고위경영진 지원 등 자문역을 넘어 감독자 수준으로까지 확대됐다. 영국에서도 금융위기 전후 내부통제 제도에 대한 보완이 있었다. 특히 지난 2013년 은행기준위원회(PCBS)가 최고경영자 및 임원에 대한 새로운 규제틀로 'SMR'을 제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했다. 또 금융서비스시장법(FSMA)은 금융회사 고위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을 지난 2016년 '법적 의무' 부과로 명문화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일단 과징금도 크지만 과징금을 받으면 주주들이 임원을 경질할 수 있다. 고위경영진 스스로 거취를 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韓, 법에 금전적 처벌규정 없어 해외와 우리나라의 차이는 내부통제가 시스템으로 작동하느냐에 있다. 내부통제 조직, 이를 지키기 위한 시스템, 내부통제 지원을 위한 전산화 등 IT 관련 비용 등 우리 금융사들은 내부통제를 통크게 지원하진 않는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실장은 "해외는 시스템으로 내부통제가 돌아간다. 사고가 발생하면 금융사는 존폐의 기로에 서지만, 시스템을 얼마나 갖췄느냐도 감형 요소가 된다. 해외 금융사들은 대규모 과징금을 맞지 않으려면 내부통제가 필수라는 뜻"이라면서 "이와 반대로 우리나라는 개인을 향한 인적 징벌에 처벌이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 법은 과징금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금융회사가 내부통제의무를 위반하면 최고 1억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는 규정만 있을 뿐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우리은행 횡령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수백억원이 크지 않다는 금융사 인식이 깔려 있었을 것"이라며 "금전적 제재로 가야 금융사들이 자발적으로 내부통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모호한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지배구조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업 법제 전반의 제재 방식을 인적 제재에서 금전 제재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이승연 기자
2022-05-03 18:10:24우리은행 횡령사건에서 드러났듯 금융권에서 내부통제(internal control)가 작동되지 않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단어 자체의 애매모호함과 현실적 실행 한계에서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즉 '내부'와 '통제' 모두 범위나 책임을 정하지 않은 추상적인 개념으로, 현장에선 제대로 준수되지 않고 있어 반복적으로 금융사고가 터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로 정의한다. 이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한 기준이 법에 규정돼 있지만 최고경영자(CEO) 책임성,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 개인의 책임성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문화를 법제화하다 보니 강력한 처벌규정 역시 마련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1금융권의 유례없는 수백억원대 횡령 사고가 터지면서 금융당국은 '더 촘촘한 감시'를 골자로 하는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CEO 의지·지원 없인 무용지물 '내부통제'가 처음 금융권에 등장한 건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다. 정부는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내부통제 및 준법감시인 제도를 2000년 4월 도입해 시행했다. '회사의 목표를 위해 모든 직원이 준수해야 하는 통제 과정'이란 모호한 개념 때문에 금융사들은 준법감시인을 둬 검사 매뉴얼을 만드는 방식으로 사전적, 상시적 통제에 나섰지만 실효성은 없었다. 준법감시인의 직급이 낮았고 겸직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제도 도입에도 은행권에서 고객예금 횡령 및 대출서류 변경 등 사고가 빈발하면서 정부는 2012년 또 한 번 내부통제 혁신 추진에 나선다. 역시 같은 방향으로다. 하지만 2년도 채 안돼 은행·카드사에서 정보유출이 만연하고 해외지점에선 부당 대출이 팽배했으며 은행 직원이 국민주택채권을 횡령하는 일도 일어난다. '무늬만 내부통제' 탓에 정부는 2014년 내부통제를 단순 구조에서 벗어나 조직문화로 자리매김시키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이때부터 임직원 개개인에 내부통제 의무가 주어졌고, 은행들이 '계륵'으로 여긴 준법감시인도 임원으로 위상이 올라간다. CEO도 최종책임을 질 수 있도록 금융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 명시된다. 하지만 여전히 실효성은 작동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2018년, 증권사와 은행 해외지점에서 터진 각종 사고로 금융당국은 다시 한 번 내부통제 혁신에 나선다. 4년 전과 정확히 일치하는 방식이었다. 내부통제에 대한 이사회, 대표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준법감시인의 위상을 거론한다. 또 내부통제를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우수 금융사엔 인센티브도 주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세 차례에 걸쳐 대대적 혁신, 개선을 내세웠지만 바뀌는 건 없었고, 유례없는 1금융권 거액의 횡령 사고에 맞닥뜨렸다. 2018년 내부통제TF에서 위원장을 맡았던 고동원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이 문제는 강제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며 "CEO들이 경각심을 갖고 직원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키고 지원도 많이 하고 책임도 물어야 한다. 이게 법에 규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상시감시인력 늘릴 듯 금융당국은 이번에도 내부통제시스템 문제에 방점을 두고 제도를 부랴부랴 마련 중이다. 급격히 전산화된 시스템의 문제인지, 상시감시인력 감소 탓인지, 아니면 개인의 일탈과 윗선의 비호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제도 정비를 준비 중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내부통제제도가 선진화되면서 금융사들이 오히려 상시감시인력 자체를 줄였다"면서 "이 지점을 위험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는 각 지점이나 각 부서마다 있는 감시인력을 늘리거나 결재라인을 더 두텁게 해서 금융사판 '오호담당제'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오호담당제는 북한 주민 다섯 가구마다 한 명의 5호담당 선전원을 배치해 이들을 간섭, 통제, 감시하는 제도다. 재발방지 마련책으로 다중 감시를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은행의 사례처럼 한 명이 마음먹고 과감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시스템 문제인지, 직원의 악의가 더 큰 건지는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업계에서는 은행이 자체 내부통제 혁신TF를 구성해서 은행업무 전반에 대한 내부통제 취약점을 원점에서 재점검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내부통제 문제점을 진단하고 혁신방안을 마련해 금감원에 제출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란 뜻"이라고 설명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이승연 기자
2022-05-02 18:30:02금융권의 대형 횡령이나 사기 사건은 매번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지만 잊을 만하면 반복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돈을 다루는 금융사 특성상 내부통제 기준이 일반회사보다 엄격한데도 해마다 금전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사들이 사건사고가 날 때마다 준법감시와 소비자보호 강화를 내부통제에 반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작동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형식적인 내부통제 기준 마련 등에 치우쳐 있어 연일 대형사고가 터지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기도 하다. ■내부통제 미비가 낳은 결과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사들은 사내 금융사고로 홍역을 치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돈을 만지는 금융사인 만큼 횡령 규모도 일반기업보다 대규모였다. 문제는 내부통제 미비와 도덕적 해이가 낳은 사고라는 점이다. 먼저 지난 2004년 우리은행에 합병된 우리카드 직원 2명은 400억원의 회사돈을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0여년 만에 일당 중 한 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지난 2005년에는 조흥은행 자금결제 담당 직원도 40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전산조작을 통한 계좌이체 수법으로 회사 공금을 빼돌렸고 선물·옵션 투자로 횡령한 돈을 모두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개인의 증권계좌에 은행의 대규모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는 증권사의 제보로 범죄가 들통났다는 것. 지난 2012년에는 국민관광상품권 판매 대행을 맡고 있는 하나은행 직원이 3년간 기업들이 상품권을 수천만원씩 사들인 것처럼 서류를 조작, 판매상에게 이를 팔아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된 상품권은 액면가 기준으로 174억원이었고, 그 직원은 20억원대를 챙겼다는 혐의를 받았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2013년 본점 신탁기금본부 직원이 영업점 직원과 공모해 국민은행이 맡아놓았던 국민주택채권 중 소멸시효가 임박한 것들을 위조, 9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논란이 됐다. 지난 2017년에는 하나은행 천안지점 직원이 금고에 보관됐던 현금 13억원을 캐리어에 챙겨 달아나려다 적발된 사건도 있었다. 지난 2020년에는 IBK기업은행에서 한 직원이 4년간 가족명의 회사에 76억원을 부당대출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출금은 모두 경기 화성 일대 아파트와 오피스텔, 경기 부천의 연립주택 등 부동산 29채를 구입하는 데 사용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에는 하나은행 부산지점에서 대출담당 대리가 대출상환 일정을 임의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30억원을 부당대출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빼돌렸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해마다 증가하는 금융사고 이런 대규모 횡령 등의 금전사고 외에도 은행권의 금융사고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금융사고는 2016년 45건(3399억원), 2017년 26건(195억원), 2018년 42건(614억원), 2019년 32건(376억원) 등으로 해마다 30~40여건의 금융사고가 꾸준히 발생했다. 금융사고 유형별로는 횡령·유용이 90건(48.4%)으로 가장 많았고 사기 57건(30.6%), 배임 26건(14.0%), 도난·피탈 8건(4.3%) 순으로 발생했다. 지난해 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유용은 총 67억6000만원 규모였다. 정치권, 금융권에서는 대형 횡령 사기사건은 내부통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나은행 국민관광상품권 사기처럼 일부 사건은 내부감사로 적발됐지만 대부분은 추후에 문제가 된 후 알려진다. 우리은행의 이번 횡령 의심사건도 마찬가지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건 전형적인 내부통제 미비 사례"라며 "은행에서는 자금인출 등을 다 복수 체크하게 돼 있는데 그런 장치가 작동이 안 된 것"이라고 전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은행 직원이 (고객의) 돈을 자기 계좌로 옮긴 것 자체가 내부통제의 문제"라며 "경영진, 이사회까지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박소연 기자
2022-05-01 18:43:15[파이낸셜뉴스] 내부통제를 둘러싸고 국내 금융당국과 금융사 간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해외 주요국을 벤치마킹해 최고경영자(CEO)의 감독자 책임을 강화하거나 내부통제를 인센티브로 활용해 금융사의 자율 규제 활성화를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배구조법에서 명시한 '금융사의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금융사 간 이견이 큰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주요 금융사가 고위험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를 소홀히 마련했기 때문에 지배구조법에 근거해 CEO를 제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사는 지배구조법의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는 선언적 의미로서, 소홀 마련의무의 범위가 모호하며 CEO에게까지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해외국-韓, 감독자 책임 등서 차이 이런 상황에서 해외 주요국과 한국은 내부통제의 준수 의무, 활용 수단, 감독자 책임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으며, 한국의 규제 강도가 전반적으로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내부통제를 제재 목적이 아닌 인센티브 수단으로 활용하며, 행정규제(법률) 위반에 근거해 감독자 책임을 소홀히 하면 중간관리자, CEO까지 최종 책임 부과가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은 법률에서 감독자 책임 부과가 어려워 지배구조법에 근거해 내부통제 소홀 마련시 CEO까지 제재하고 있지만, 소홀 마련의 범위, 법적 책임자 등 해석에 있어 이견이 상당한 상황이다. 아울러 해외 주요국과 한국의 내부통제제도 설계방식을 비교하면 내부통제 관련 의무설계방식 및 감경·면책규정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임직원 관리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 경우 감경·면책이 가능한 반면 미국은 내부통제시스템이 준수되고 있지 않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상황이었음을 입증해야 면책이 가능하며, 영국은 상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데 대한 입증책임을 감독당국이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경영자가 관리감독책임을 면할 수 있는지 또는 감경 여부가 불확실해 형식적인 내부통제준수에 그치는 결과를 가져오는 반면 미국은 경영진에게 이상상황 탐지 및 적극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함으로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가 유도되는 효과가 있다. 영국의 경우 입법 방식은 경영자가 자신의 통제영역과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게 하는 방식을 취한다"고 덧붙였다. ■자율규제 활성화 유도 이에 따라 금융사가 스스로 유인을 갖고 내부통제 강화에 노력할 수 있도록 내부통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행정규제 위반에 근거해 감독자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판단되면, 감독자 책임을 부과하되 사안의 중요성, 역할에 따라 중간관리자와 CEO에게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내부통제를 충실히 마련하고 준수한 경우 제재를 경감해주는 등 인센티브 목적으로 활용(설령 금융사고 이후라도 내부통제 개선시 제재 경감 사유로 인정)하고, '내부통제 마련의무'는 법적 강제화보다 자율규제로 유도하는 것이 적합, 이를 위해 내부통제기준의 업계 공유 활성화, 임직원 교육 및 자격증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통제제도 설계방식을 모든 업무와 관련해 내부통제기준 마련·준수의무를 부과하는 현행 방식에서 내부통제시스템 작동 미비시 경영진이 감독책임을 지는 것으로 (경영진 의무를) 법률에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이어 "위법위규행위가 발생한 업무에 있어 경영진이 관리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 경우 책임을 면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게 함으로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시스템구축의 인센티브로 작동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2021-04-28 16:14:13금융당국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을 한층 강화하는 방향으로 내부 통제 기준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움직임은 최근 사모펀드 사태 이후 내부통제 개선이 중요해진 데 따른 것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6개월여동안 운영한 은행·금융지주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 테스크포스(TF)를 마무리했다. 이 TF는 활동에 따른 결과를 금감원에 보고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내부통제 TF에서 다룬 핵심 내용은 금융 CEO 징계 및 결제 프로세스 관련 지침 등이란 점에서 이목을 끌어왔다. 특히, 내부통제 미비에 따른 금융 CEO의 책임 여부가 관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통제 TF는 과거에 마련된 검사·제재규정 시행세칙 등을 근거로, 내부통제 소홀시 CEO에 대한 책임을 한층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CEO가 최종 결제권자로서 무한 책임을 진다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상품의 제조·운용·판매 등 결제 프로세스 관련한 업무별 또는 기능별 책임 여부도 좀 더 명확히 한 것으로 관측된다"며 "또 금감원은 사후관리에도 초점을 두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판매 등에만 그치지 말고 생애주기 맞춤형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이를 제대로 못할 경우에도 책임을 지라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를 감지한 금융권은 "내부통제와 관련된 모든 책임을 CEO가 떠맡는 것은 과도하다"라면서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내부통제 기준은 마련돼 있는데 CEO가 이를 미준수·미점검한 것으로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 24조에는 '금융사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임직원에 대한 주의감독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CEO에 대한 과도한 책임 부과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내세웠지만, TF의 결과 등을 놓고 봤을 때 제대로 된 설득이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며 "내부통제 관련한 법리 해석부터 명확하게 한 후 CEO에 대한 책임 여부를 묻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2020-12-14 17:4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