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무안=황태종 기자】 전남도는 '김 수출 1조원 시대'를 맞아 김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 오는 11월 1~3일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2024 전남 세계 김밥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전남도에 따르면 김은 지난해 농수산식품 역사상 단일 품목 수출 1조원 시대를 열며 대한민국 대표 수산식품으로 성장했다. 수출 국가도 지난 2010년 64개 국에서 2023년 124개 국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남도는 국내외 김 시장 확대에 맞춰 기업이 원물 확보를 위해 산지인 전남으로 내려오는 추세인 점을 감안, 김 관련 축제를 통해 우리나라 김의 80%인 전남산 김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여 김 산업을 주도하고자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특히 전남산 김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마른김 품질등급제와 국내외 바이어가 전남에서 좋은 김을 구입하도록 운영하게 될 국제 마른김 거래소 시행에 앞서 전남산 김의 우수성을 알릴 방침이다. 이번 행사는 크게 '주제존', '체험존', '마켓존', '천일염존' 등 4가지 테마로 운영되며, 주무대 등에서는 30여 체험 프로그램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먼저, '주제존'에서는 전남 농산물로 된 속재료로 만든 김밥과 함께 전복, 꼬막, 새우 등 수산물을 활용한 '나만의 커스텀 김밥'을 입맛대로 만들어 맛볼 수 있다. 또 축제를 상징하는 대형 김밥 모형의 조형물을 세워 방문객이 추억을 만드는 공간으로 활용되도록 구성한다. '체험존'에서는 우리 밥상까지 전달되는 김의 역사를 알아보는 전시관과 김의 생산 과정을 살펴보고, 방문객이 옛 방식의 김 뜨기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김밥도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라는 주제로 눈으로 즐기고 맛으로 한 번 더 먹는 '캐릭터아트 김밥 쿠킹클래스'를 국제푸드아트협회와 함께 진행해 아이들과 연인들이 참여해 예쁜 김밥도 만들어볼 수 있다. '마켓존'은 전남에서 생산되는 손질 전복, 전복김치볶음밥, 김부각 등 간편하게 조리할 전남산 수산식품류로 구성된 '씨푸드마켓'과 조미김, 곱창김, 파래김 등 다양한 전남산 김 제품을 구매할 '판매관'으로 꾸며진다. '천일염존'에서는 전남의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천일염의 히스토리를 연도별로 구성한 역사관과 천일염 생산지 홍보관을 운영한다. 또 천일염을 활용한 치유 쉼터와 소금 사우나, 천일염 족욕 체험 등 다양한 웰빙 체험을 하는 콘텐츠를 운영한다. 이 밖에도 외국인과 어린이가 만드는 '이색 김밥 경연 대회'와 전남의 고품질 수산물 경매쇼, 밴드라인업 단짠콘서트 등 체험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또 국내에서 활동하는 유명 김밥 큐레이터와 한국과 한식을 사랑하는 외국인 셰프가 함께하는 '김밥 토크쇼' 등 김밥으로 엮어가는 스토리로 흥미가 더해질 전망이다. 강석운 전남도 수산유통과장은 "세계 김밥 페스티벌을 통해 김 산업을 전남이 주도하도록 전남산 김 브랜드의 가치를 지속해서 높일 계획"이라며 "전남산 김의 풍미와 수산식품을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4-10-15 13:03:20[파이낸셜뉴스] 인구 13만 소도시에 구름 같은 인파가 몰렸다. 지난 주말 이틀 동안 김천을 찾은 방문객 수는 어림잡아 10만 명. 이들의 발길이 향한 곳은 ‘제1회 김천 김밥축제’가 열린 사명대사공원 일원이었다. 김천이 ‘김밥천국’? 역발상으로 만들어낸 ‘대박’ 아이디어 지난 26~27일 김천시 사명대사공원 및 친환경생태공원 일대에서 열린 ‘제1회 김천 김밥축제’가 화제다. 사실 강원도의 횡성한우축제나 진주 남강 유등축제처럼 대부분의 지역 축제는 지역 특산물이나 관광 명소, 전통 문화 등의 자원을 활용해 개최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천시는 시와 큰 연관이 없는 ‘김밥’을 선택했다. 이유가 있다. 김천시는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관광 트렌드를 이끄는 MZ세대를 대상으로 ‘김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상당수가 ‘김밥천국’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웃픈’ 대답이었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김천시의 ‘역발상’이 시작됐다. 이봉근 김천시 관광진흥과 관광마케팅 팀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포도나 자두 등 특산품을 활용한 축제밖에 없었기 때문에 외부인을 끌어들일 수 있는 신규 축제가 필요했다. 외부에서 김천을 ‘김밥천국’으로 인지하고 있는 부분을 축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관광객을 유입시키고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신규 축제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시 내부에서도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처음 진행하는 축제다 보니 첫 술부터 판을 크게 벌이기는 어려웠다. 구미 라면 축제, 대구 떡볶이 축제 등 다른 지자체의 축제를 참고해 1억 원가량의 예산이 책정됐다. 1만 줄 준비한 김밥, 오후 2시에 ‘매진’…예산 늘려 김천의 대표 축제로 기획 당시 예상한 방문객 수는 2만~3만명 수준이었다. 이에 맞춰 김밥과 분식 등을 판매하는 부스 30개를 마련했다. 김밥하면 떠오르는 ‘소풍’을 콘셉트로, 직지사 측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 사명대사공원 일원에 행사장을 마련했다. 김천의 대표 관광지 풍경을 즐기며 김밥과 함께 ‘가을 소풍’을 즐기는 그림을 그린 것.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12종 이상의 김밥을 준비했고 반 줄짜리 김밥이나 꼬마김밥 등으로 형태도 다양화해 2만 명까지는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축제 당일, 행사장을 찾는 발길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1일 방문객 수로 1만~1만5000명가량을 예상했던 시는 김밥 1만줄을 준비하고, 분식 메뉴와 로봇이 말아주는 로봇김밥까지 준비해뒀지만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오후 2시 무렵 재료가 소진되는 사태를 겪었다. 이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김밥 없는 김밥천국, 준비가 미흡한 축제”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김밥을 1만 줄 준비했는데 이것도 너무 많은 거 아니냐 걱정할 정도였다, 10만 명이나 오신 건 김천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김천 시민이 온라인에 상황을 해명하는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처럼 김밥이 일찍 소진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처음 열린 축제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호평도 이어졌다. 특히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뻥튀기를 그릇으로 사용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며 김천시를 칭찬하는 반응도 많았다. 이봉근 팀장은 “우리 지역 최대 축제라고 할 수 있는 시민체육대회도 3만명이 안 되는데, 10만명이라는 엄청난 인원이 와주신 것에 감사할 따름”이라며 “시에서도 김밥축제를 통해 김천을 알렸다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다음 축제부터는 예산을 대폭 늘려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10-28 13:33:18【파이낸셜뉴스 홍천=김기섭 기자】2024 홍천목재정원박람회가 오는 23일부터 10월6일까지 홍천읍 신장대리 일원에서 개최된다. 12일 홍천군에 따르면 지난 6월 성료됐던 2024 홍천목재정원박람회 시범사업의 후속 본 사업인 2024 홍천목재정원박람회가 추석 연휴가 지난 23일부터 2주간 홍천읍내에서 열린다. 이번 박람회는 지난 시범사업 개최 구간보다 확대돼 홍천로6길 홍천읍행정복지센터~KT플라자 160m 구간과 신장대로 김밥천국~GS25 100m 구간에서 진행된다. 또한 퐁당퐁당 문화센터에 소규모 공연장과 휴식 공간이 조성되는 등 다채로운 행사로 진행될 예정이다. kees26@fnnews.com 김기섭 기자
2024-09-12 10:21:54"전 세계 각지에서 외식업을 운영하는 이들의 고민을 하나하나 해결할 것이다." 신영석 범일산업 대표(사진)는 17일 "정수조리기 등 인덕션을 활용한 주방가전 보급 확대에 나서 인력의 효율적인 운영을 통한 비용 절감 등에 기여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범일산업은 주방가전 브랜드 '하우스쿡'을 앞세워 정수조리기, 인덕션 튀김기 등을 판매한다. 하지만 범일산업 시작은 전기밥솥과 정수기 등 주방가전에 들어가는 부품이었다. 범일산업은 주방가전 브랜드 '하우스쿡'을 앞세워 정수조리기, 인덕션 튀김기 등을 판매한다. 하지만 범일산업 시작은 전기밥솥과 정수기 등 주방가전에 들어가는 부품이었다. 범일산업은 신영석 대표 부친인 신평균 회장이 지난 1980년 창업했다. 이후 전기밥솥 열판과 인덕션 코일, 정수기 히터 등 주방가전 부품 사업에 주력했다. 특히 히팅 부품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범일산업은 현재 LG전자를 비롯해 쿠쿠와 쿠첸, 위닉스 등 가전업체들과 협력한다. 일본 도시바, 타이거 등 해외 업체들에도 부품을 수출한다. 신 대표는 범일산업에 1990년 입사한 뒤 말단사원에서 시작해 차근차근 경영을 배워갔다. 그는 "오랜 기간 범일산업에 몸을 담으면서 히팅 기술력만큼은 우리가 최고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주방가전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방식이 아닌, 히팅 기술을 활용한 독자적인 사업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심을 굳힌 신 대표는 이후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시장조사를 했다. 국내외 주방가전업체들이 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지난 2014년에는 주방가전 브랜드 하우스쿡을 상표로 등록시키기도 했다. 오랜 준비 끝에 신 대표는 지난 2016년에 정수조리기, 인덕션 튀김기 등을 하우스쿡 브랜드로 선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하우스쿡 사업이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는 "막상 하우스쿡 제품을 출시하고 보니 미흡한 점이 하나둘 보였다"며 "곧바로 판매를 중지한 뒤 보완하는 작업에 착수했으며, 일부 국가에 보내 현지에서 테스트하는 작업을 추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1년 후인 2017년 말 하우스쿡 제품을 다시 선보일 수 있었다. 특히 하우스쿡 정수조리기는 업계 최초로 인덕션에 정수기를 결합한 멀티 주방가전이었다. 정수한 물이 87℃ 온도로 끓여져 있어 라면을 비롯해 국, 전골 등 음식을 빠르게 조리할 수 있다. 또 인덕션으로 솥밥과 튀김, 부침 등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다. 평소엔 정수기로도 활용한다. 신 대표는 연간 20회 정도 국내외 가전 전시회에 정수조리기 등 하우스쿡 제품을 출품했다. 꾸준히 국내외 시장을 두드린 결과, 정수조리기가 설치된 곳은 지난해 말 기준 2000곳을 넘어섰다. 올해 4월에는 정수조리기 누적 판매 1만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정수조리기 수출 지역은 전 세계 22개국에 달한다. 범일산업은 정수조리기 등 하우스쿡 제품 판매에 힘입어 올해 전년보다 60% 정도 늘어난 160억원 이상 매출을 예상한다. 이 중 하우스쿡 제품 비중은 30%에 달한다. 정수조리기 등 하우스쿡 제품이 주방가전 부품과 함께 실적을 구성하는 양대 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신 대표는 "정다믄·김밥천국, 창화당 등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로부터 정수조리기 도입 요청과 함께 제휴 체결이 이어졌다"며 "현재 인천 본사에서 정수조리기, 부품 등을 전량 생산하는데, 중장기적으로 동남아 지역에 추가로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 대표는 "외식업체 등에 이어 일반 가정으로 정수조리기 등 하우스쿡 제품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정수조리기 외에 인덕션을 활용한 제품 연구·개발(R&D)도 추가로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2023-12-17 18:24:37[파이낸셜뉴스] "전 세계 각지에서 외식업을 운영하는 이들의 고민을 하나하나 해결할 것이다." 신영석 범일산업 대표는 17일 "정수조리기 등 인덕션을 활용한 주방가전 보급 확대에 나서 인력의 효율적인 운영을 통한 비용 절감 등에 기여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범일산업은 주방가전 브랜드 '하우스쿡'을 앞세워 정수조리기, 인덕션 튀김기 등을 판매한다. 하지만 범일산업 시작은 전기밥솥과 정수기 등 주방가전에 들어가는 부품이었다. 범일산업은 신영석 대표 부친인 신평균 회장이 지난 1980년 창업했다. 이후 전기밥솥 열판과 인덕션 코일, 정수기 히터 등 주방가전 부품 사업에 주력했다. 특히 히팅 부품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범일산업은 현재 LG전자를 비롯해 쿠쿠와 쿠첸, 위닉스 등 가전업체들과 협력한다. 일본 도시바, 타이거 등 해외 업체들에도 부품을 수출한다. 신 대표는 범일산업에 1990년 입사한 뒤 말단사원에서 시작해 차근차근 경영을 배워갔다. 그는 "오랜 기간 범일산업에 몸을 담으면서 히팅 기술력만큼은 우리가 최고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주방가전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방식이 아닌, 히팅 기술을 활용한 독자적인 사업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심을 굳힌 신 대표는 이후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시장조사를 했다. 국내외 주방가전업체들이 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지난 2014년에는 주방가전 브랜드 하우스쿡을 상표로 등록시키기도 했다. 오랜 준비 끝에 신 대표는 지난 2016년에 정수조리기, 인덕션 튀김기 등을 하우스쿡 브랜드로 선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하우스쿡 사업이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는 "막상 하우스쿡 제품을 출시하고 보니 미흡한 점이 하나둘 보였다"며 "곧바로 판매를 중지한 뒤 보완하는 작업에 착수했으며, 일부 국가에 보내 현지에서 테스트하는 작업을 추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1년 후인 2017년 말 하우스쿡 제품을 다시 선보일 수 있었다. 특히 하우스쿡 정수조리기는 업계 최초로 인덕션에 정수기를 결합한 멀티 주방가전이었다. 정수한 물이 87℃ 온도로 끓여져 있어 라면을 비롯해 국, 전골 등 음식을 빠르게 조리할 수 있다. 또 인덕션으로 솥밥과 튀김, 부침 등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다. 평소엔 정수기로도 활용한다. 신 대표는 연간 20회 정도 국내외 가전 전시회에 정수조리기 등 하우스쿡 제품을 출품했다. 꾸준히 국내외 시장을 두드린 결과, 정수조리기가 설치된 곳은 지난해 말 기준 2000곳을 넘어섰다. 올해 4월에는 정수조리기 누적 판매 1만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정수조리기 수출 지역은 전 세계 22개국에 달한다. 범일산업은 정수조리기 등 하우스쿡 제품 판매에 힘입어 올해 전년보다 60% 정도 늘어난 160억원 이상 매출을 예상한다. 이 중 하우스쿡 제품 비중은 30%에 달한다. 정수조리기 등 하우스쿡 제품이 주방가전 부품과 함께 실적을 구성하는 양대 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신 대표는 "정다믄·김밥천국, 창화당 등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로부터 정수조리기 도입 요청과 함께 제휴 체결이 이어졌다"며 "현재 인천 본사에서 정수조리기, 부품 등을 전량 생산하는데, 중장기적으로 동남아 지역에 추가로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 대표는 앞으로도 정수조리기 등 하우스쿡 제품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 지역 등에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나 외식업을 운영하는 이들이 인력을 채용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많은 게 변화하는데, 특히 외식업에서는 서빙로봇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이 이어진다"며 "정수조리기 등 하우스쿡 제품을 도입하면 외식업에서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외식업체 등에 이어 일반 가정으로 정수조리기 등 하우스쿡 제품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정수조리기 외에 인덕션을 활용한 제품 연구·개발(R&D)도 추가로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2023-12-17 13:45:32[파이낸셜뉴스] #.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들은, 절경 속을 지나는 줄도 모르고 같이 걷는 동료들과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 있는 여행자들로, 우리가 지금 얼마나 아름다운 경치 속에 둘러싸여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행이란 건 그 목적지보다 함께 걷는 길동무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작가 요시다 슈이치가 그의 소설 '워터'에 쓴 글이다. 여행은 떠나기 전에도, 그 안에 있을 때도, 혹은 다음의 여행을 기다릴 때도 모두 기분이 좋다. 지난 주말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을 봤다. 렌터카 여행 중 들렸던 '분고모리 역'의 모습이 작품에도 그대로 나왔다. 신카이 마코토라는 감독이 작품 속에 담지 않았다면 폐허가 된 분고모리 역은 그냥 거기에 있을 뿐 지금처럼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거다. 사람들이 낯선 장소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그 곳이 정말 아름답고 멋지기 때문도 있을테지만 그보다 더 큰 동기는, 그 장소에 있는 어떤 '의미'를 찾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의미는 혼자일 때보다 동행이 있을 때 더 커진다. 지온노타키 폭포와 히타의 야경 3일째 아침, 유후인을 떠나 △벳푸 지옥 온천 △사기리다이 전망대 △코코노에 꿈의 현수교 △분고모리 역사를 구경하니 시간은 오후 5시를 향해 갔다. 다음 목적지는 히타시 오이타현에 있는 지온노타키 폭포 였다. 지온노타키 폭포는 상단 20m, 하단 10m 등 2단으로 이뤄진 폭포다. 폭포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워서 폭포가 떨어지는 소리가 귓가를 때리고, 폭포가 만드는 포말이 피부에 닿을 듯 하다. 폭포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데 현지 택시를 탄 한 모녀가 내려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었다. '택시 투어를 하려면 적어도 십만원 이상은 들텐데, 렌터카를 빌려 온 것은 다시 생각해도 잘한 일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온노타키 폭포 뒤쪽으로 지나갈 수도 있다고 하는데 출입이 금지된 상황이라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6월 초의 지온노타키 폭포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검은색 잠자리들을 수풀에서 수 십 마리 볼 수 있었다. 또 폭포 바로 옆에 있는 한 소바집에서 늙고 지쳐 보이는 고양이도 만날 수 있었다. 히타에 있는 숙소를 네비게이션에 찍고 다시 이동했다. 가는 길에 구글 지도에 표시된 '카에데 폭포'에도 잠시 들렸다. 산속 깊은 곳의 2차선 도로에 차를 임시로 세워두고 도로 난간에서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폭포였다. 숙소로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텐류하시 공원이라는 아주 작은 공원이었는데 우연히 들린 이곳은 이날 봤던 어느 곳과 비교해도 만족스러웠다. 높은 지대에 위치한 공원으로 주차 공간에 차를 대고 내리니 일본의 전통 가옥이 가득한 히타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공원에는 사람을 좋아하는 갈색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는데 지난밤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함께 고양이 간식을 사지 않은 게 너무 후회됐다. 공원을 구경하는 내내 따라다니며 바닥에 누워 배를 발랑까고 애교를 부렸지만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텐류하시 공원 인근에 있는 현수교에서 강을 내려다보며 해가 떨어지길 기다렸다. 책이나 여행 안내소에 나오는 그 어느 명소와 비교해도 손색 없는 멋진 야경을 볼 수 있었다. 히타를 흐르는 큰 강 위로 붉은색 태양이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다. 진격의 거인 도시, 히타 숙소는 히타 시내에 있는 '소시아 호텔'로 예약했다. 하루 전 예약이라 4인 기준 1일 숙박비(방 2개)는 20만원 중반대로 싸지는 않았다. 호텔에 들어서자 한국에서도 히트한 만화 '진격의 거인'의 각종 캐릭터와 장신구, 피규어 등이 눈길을 끌었다. 히타는 '진격의 거인'이 태어난 마을로 유명하다. 더불어 히타는 마을 곳곳에 강이 흐르고 수로가 있어 '물의 도시'로도 불린다. 또 과거 일본 천황이 다스렸던 도시의 옛 거리 모습도 남아 있어 '규슈의 작은 교토'라고도 불린다. 히타에 있는 숙소에 도착하고는 호텔에 있는 욕탕에서 간단하게 씻었다. 사우나 시설도 갖춰진 나름 괜찮은 시설이었다. 간단하게 동네 산책을 했지만 시골 동네라 그런지 오후 7시에는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고 있었다.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늦은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대부분 식당들은 문을 닫았고, 일부 이자카야만 영업을 하고 있었다. 검색을 하고 우연히 '조이밀'이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24시간을 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인테리어와 서비스는 한국의 뷔페식 레스토랑과 비슷했지만 가격대는 김밥천국과 비슷한 컨셉이었다. 스파게티, 덮밥, 튀김, 우동 등 엄청나게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가격은 500엔~1000엔 정도로 저렴했다. 또 개인당 약 200엔 정도를 추가하면 식당안에 갖춰진 음료 자판기에서 탄산음료와 커피 등을 무제한 먹을 수 있는 식당이었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조이밀'이라는 이 프렌차이즈는 저렴한 가격과 외식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30년째 물가가 오르지 않는 일본의 소도시에서 매우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어느 때보다 빡빡한 일정 탓에 이날은 늦은 저녁을 먹고 바로 잠에 들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7-14 17:06:23[파이낸셜뉴스] 오사카, 방콕, 다낭, 타이베이, 홍콩 등 한국인이 가장 많이 가는 해외 도시에 대한 여행기사는 왜 많이 없을까? 보통 여행 정보 수집을 위해 인터넷 검색과 유튜브를 활용한다. 유튜브 영상 여행 정보는 가장 생생하지만 너무 방대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정보의 신뢰성과 깔끔한 정리 측면에서 기사를 검색해 보기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유명한 해외 도시에 대한 기사는 많지 않다. 앞서 1년 정도 여행 기자를 하면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에 대한 여행기사가 별로 없는 이유에 대해 알게 됐다. 이미 유명한 해외의 도시들은 언론 매체를 상대로 별다른 광고를 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환주의 내돈내산' 시리즈는 사실 기사라기 보다 기자가 쓰는 개인적인 여행 후일담이지만 그래도 다양한 정보를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첫끼는 대창전골..유명세에 비해 맛은 글쎄 후쿠오카는 한국과 가장 가까운 도시로 사랑 받지만, 미식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하카타식 돈코츠 라멘의 대명사 이치란라멘의 본점을 비롯해 수많은 라멘 가게들이 즐비하다. 모츠나베(대창전골), 장어덮밥, 함박스테이크, 규카츠, 명란젓, 회전초밥 등 꼭 먹어야 할 메뉴를 나열하고 하루 3끼를 먹어도 2~3일은 부족할 정도다. 여행 준비 전 가장 많은 시간을 쓴 것도 구글 지도에 다양한 맛집을 표시해 둔 것이었다. 후쿠오카는 크게 공항과 가까운 지하철 역인 하카타역과 시내 중심부인 텐진역에 숙소를 많이 잡니다. 기자는 텐진역 인근 '플라자 호텔 텐진'에서 2박을, 1박은 하카타역 인근 '라이브맥스 하카타 에키마'에서 묵었다. 두 숙소 모두 평일에는 4~5만원대 저가 호텔이지만 토요일에는 1박 요금이 20만원까지 급등한다. 또 호텔 요금과 별도로 인단 200엔(2000원) 수준의 숙박세도 내야 한다. 첫날 저녁은 호텔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모츠나베 라쿠텐치 다이묘점'에서 대창전골 요리를 먹었다. 후쿠오카에 많은 지점이 있는 대창전골 프랜차이즈로 한 명이 가도 개별 냄비에 전골과 국수, 죽 등을 먹을 수 있어 한국인이 많이 찾는다. 4인 가족 기준 기본 4인분을 시키고 나중에 우동을 추가해 먹었다. 냄비에 신선해 보이는 곱창과 부속고기를 잔뜩 넣어주고 부추를 한가득 쌓아서 준다. 곱창을 제외한 부속고기의 경우 한국과 달리 고무처럼 질긴 부분이 많아 기대했던 것보다 맛은 별로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국물이 졸아들고 진해지는데 거기에 추가해 먹는 우동과 시원한 생맥주가 오히려 더 괜찮았다. 이른 저녁을 먹고 나카스 강 근처에 있는 포장마차 거리로 향했다. 강을 따라 포장마차가 늘어서 있고 일본 분위기 나는 노점의 포장마차에서 안주와 술을 먹는 낭만이 있다. 하지만 관광객을 상대하다보니 가격이 편안한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더 사악하다. 손님이 밀려 있을 경우 주인장이 추가 음식을 주문하지 않으면 대놓고 자리를 비우라는 눈치를 주기도 한다고 한다. 처음부터 호구짓을 당할 바엔 구경만 하고 올 계획으로 저녁을 먹고 산책 코스에만 넣었다. 나카스 강에 앉아 강바람을 쐬고 있는데 강가에서 리코더를 부는 프로그래머와 그의 친구들을 만나 우연히 말을 섞었다. 리코더를 부는 프로그래머는 신청곡을 받아 즉석에서 멋진 리코더 음악을 연주해 줬다. 나카스 강 산책을 마치고는 편의점에 들려 푸딩과 슈크림 빵, 한국에서 없어서 못 판다는 뚜껑 전체를 열면 생맥주처럼 거품과 함께 마실 수 있는 아사히 맥주를 사와 하루를 마무리 했다. 완간시장 110엔 스시..다음엔 꼭 먹고 말거야 다음날은 호텔에서 간단한 커피와 과일을 챙겨 먹고 느즈막이 호텔을 나왔다. 둘 째날 첫끼는 후쿠오카 도심에서 도보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완간시장의 110엔 스시였다. 구글 지도에 '하카타 토요이치'로 검색하면 나오는 곳으로 그날 잡은 생선으로 만든 초밥을 110엔에 파는 곳이다. 플라스틱 상자에 원하는 초밥을 담아 야외에서 먹거나 현장에서 고른 초밥을 직접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어렵게 식당을 찾았지만 식당은 하필 '수요일'이 휴일이었다. 우리 말고도 여성 2인조 유럽 관광객도 헛걸음을 하고 돌아섰다. 어쩔 수 없이 110엔 스시 식당 맞은 편에 있는 일본식 뷔페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완간 시장은 일종의 항구처럼 바다와 맞닿아 있는데 점심을 먹고 근처를 한 바퀴 산책했다. 택시를 타고 초대형 건담 동상이 있는 쇼핑몰 라라포트로 향했다. 라라포트 후쿠오카 입구에는 실제 크기의 'RX-93ff v' 건담이 설치돼 있다. 오후 2시 정각에는 약 3~4분 동안 초대형 건담이 손과 머리 등을 움직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라라포트 내부에도 초대형 건담 프라모델 매장이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라라포트를 둘러보고 다시 택시를 타고 후쿠오카 시내 중심에 있는 또 다른 쇼핑몰인 캐널 시티 하카타에 들렸다. 캐널 시티 하카타는 매 정시마다 쇼핑몰 중앙에 있는 분수쇼가 유명하다. 쇼핑몰 3층이나 4층 높은 곳에 자리를 잡아 음악과 함께 분수쇼를 감상했다. 캐널시티 내부에는 다양한 라멘집, 함박스테이크, 규카츠 등 맛집이 몰려 있다. 캐널시티 내부에 있는 약국 체인인 '마츠모토 키요시'에 들려 동전 파스와 소형 파스 등을 쇼핑했다. 5000엔 이상 구매시 여권을 제시하면 세금을 돌려 받을 수 있다. 추후에 알았지만 '마츠모토 키요시'보다 하카타 시내 중심에 있는 돈키호테의 파스 가격이 더 저렴했다. 돈키호테의 경우 1+1이나 초특가 행사를 하기 때문에 발품을 팔더라도 더 싸게 사고 싶다면 지점의 가격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다. 캐널시티를 보고는 도보로 인근에 있는 소형 사찰과 시장을 둘러 봤다. 자판기 음료를 뽑아 근처 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일본 유치원 아이들의 야외 수업 현장을 지켜봤다. 아이들이 나이에 따라 노랑, 초록, 빨강의 모자를 쓰고 잔디가 깔린 공원에서 놀고 있었다. 이날 저녁은 저렴한 회전초밥 체인인 '쿠라스시'에서 먹었다. 나카스카와바타역 4번 출구에 있는 지점으로 처음 가게에 입장하면 입구 키오스크를 통해 아이 포함 여부, 인원수 등을 입력해 지정된 좌석에 가서 초밥을 먹는 방식이다. 대부분 초밥이 1접시에 115엔이고 추가로 라멘이나 튀김, 더 비싼 초밥을 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좌석에는 녹차 분말과 생강이 있어 알아서 꺼내 먹으면 된다. 쿠라스시의 경우 5접시를 먹은 후에 빈접시를 테이블옆 수납함에 넣으면 일본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당첨이 될 경우 작은 경품을 받을 수 있다. 4명이서 30접시 넘게 먹었는데 가격은 1인당 1000엔(1만원) 수준으로 저렴했다. 저렴한 소고기 덮밥, 편의점 털이도 후쿠오카에서 렌터카를 빌려 유후인으로 출발하는 당일 아침에는 저렴하게 규동을 먹을 수 있는 스키야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일본에 있는 3대 규동집인 스키야, 요시노야, 마츠야는 한국의 김밥천국처럼 저렴하게 한끼를 해결하기 좋다. 소고기 덮밥에 간단한 미소 장국 구성으로 500엔~600엔 수준에 한 끼를 해결 할 수 있다. 후쿠오카 필수 코스 중 하나가 '이치란 라멘'이다. 이치란 라멘은 과거 한 아이돌 출신 사업가가 벤치 마킹해 한국에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문하기 전 면의 굵기, 매운 정도 등을 일일이 선택하면 거기에 맞춰 라멘이 나온다. 필자의 경우 이치란 라멘 대신 하카타 역 인근에 있는 '멘야타이슨'에서 돈코츠 라멘을 먹었다. 최근에는 홍대인근에도 맛있는 라멘 집들이 많아서 일본이라는 현지 프리미엄을 빼면 한국에 있는 맛있는 라멘집 정도 였다. 식사 후나 간식으로 세븐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 등 편의점도 틈틈이 들렸다. 저렴하게 일본을 찾는 여행객이 찾는 '편의점 털기'는 가성비 측면에서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편의점 체인마다 다른 빵과 케이크, 튀김 등을 비교해 먹는 맛이 있다. 또 일본의 다양한 하이볼, 주류, 여기에 더해 한국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생맥주형 아사히 캔맥주도 재미있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6-21 17:16:34[파이낸셜뉴스] 다른 나라의 생활물가를 가늠할 때 참고하는 지표 두 가지가 있다. 바로 그 나라의 최저 시급과 택시 기본요금이다. 글로벌 하게 통하는 '빅맥지수'나 '1인당 GDP' 등의 수치도 있지만 경험적으로 앞선 지표 2가지가 더 현실을 잘 반영한다. 빅맥은 대부분 지역에서 팔긴 하지만 팔지 않는 국가도 있고, 스타벅스 커피만 봐도 전세계적으로 가격이 비슷해 개발도상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비싸게 느껴진다. 1인당 GDP도 사우디아라비아나 브루나이 같이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의 경우 평균적인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는 부적합하다. 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택시 기사에게 그 나라의 최저시급을 물어보면 대략적인 그 나라의 생활물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20년간 韓 최저시급 3.4배...日은 제자리 대학교 1학년이던 2004년 한국의 법정 최저시급은 2840원, 택시 기본요금은 1600원이었다. 2004년 당시 일본의 최저시급은 711엔(약 7000원), 택시 기본요금은 660엔(6600원)이었다. 20년이 지난 올해 한국의 최저시급은 9620원, 택시 기본요금은 4800원이다. 현재 일본은 최저시급이 853엔(오키나와)~1072엔(도쿄), 택시 기본요금은 500엔으로 오히려 20년전보다 낮아졌다. 20년전 일본의 최저시급은 한국보다 약 2.3배 높았고 택시요금도 4배 가량 높았다. 2023년 현재 한국과 일본의 최저시급은 도쿄 등 대도시를 제외하면 한국이 더 높은 편이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지역마다 최저 시급이 다르다.) 20년 동안 일본의 택시 기본 요금은 오히려 더 내렸지만(거리당 요금 미고려), 한국의 택시요금은 3배 올랐다. 2004년 한국의 분식집에서는 한 줄 1000원 김밥이 일반적이었고, 당시에 일본의 김밥천국 격인 요시노야 규동(소고기 덮밥)은 350엔 정도였다. 한국의 김밥은 현재 4000원~5000원으로 올랐고 일본의 규동은 가격이 그대로다. 수십년째 경제가 정체 중인 일본은 지난 20년간 물가 인상이란 개념이 없었다. 최근 장기간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기간 시중에 돈이 풀리자 100엔 초밥이 110엔 초밥으로 올랐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초밥의 가격이 10엔(100원) 오른 것을 두고 '일본인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반면 한국은 지난 20년 동안 최저 시급은 대략 3.4배, 택시 기본요금은 3배 올랐다. 택시비가 오른만큼 최저시급이 올랐으니 체감 물가는 같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최저시급과 물가는 천천히 오른다. 하지만 주식과 부동산과 같은 자산은 더 빨리 오른다. 최저시급과 물가가 비례하게 올라도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이 없는 젊은 세대는 더 가난해지는 구조다. 최근의 현대 화폐 이론(MMT)은 돈을 끊임 없이 인쇄하며 빚을 늘리고, 금리를 낮춰 빚 부담을 줄이는 형태로 규모를 키워간다. 그 중심에는 최대의 수출품이 '달러'라는 미국이 있다. 지난 수십년, 백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금과 비교한 달러의 가격은 매년 7~9% 정도 가격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있다. 바꿔 말하면 돈(월급)을 받는 노동자들은 매년 그 만큼 가난해 진다는 의미다. 반면 금과 같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 부자들은 그 만큼 더 부자가 된다는 의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하지만 돈의 속성상 돈은 더 많은 돈을 부르고, 가난은 더 큰 가난을 부른다. 격차는 더 커진다. 숨만 쉬고 월급을 모아서 집을 사는데 몇 년이 걸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있다. '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IR)'이다. 주택가격을 가구의 연 소득으로 나눠 구한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08년 수도권의 PIR은 6.9년 이었다. 2021년은 PIR이 10.1년으로 3.2년 늘었다. 최저시급은 물가만큼 올라 인상효과가 없는데 집값은 3.2년 만큼 더 비싸진 것이다. 가장 많은 직장이 있는 서울을 기준으로 2021년의 PIR은 19.0(KB부동산 기준)년이다. 30만원 오마카세 vs 400원 도시락 '양극화' 현대의 평균적인 젊은 청년들이 서울에 아파트를 사려면 숨만 쉬고 19년치의 월급을 전부 모아야 한다. 핸드폰 요금을 내고, 지하철을 타고, 국밥을 사먹으며 저축하면 이 기간은 30년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작금의 청년들은 내집 마련과 내집 마련을 통한 자산 형성을 포기하고 싶은 강한 유혹에 시달리게 된다. 지금 청년들의 아버지 세대가 6~7년 정도 월급을 모아 집을 사면, 그 집의 가격이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중산층이 될 수 있었던 과거의 한국 사회와 전혀 다른 세상이 돼버린 것이다. 요즘 청년들의 현실은 팍팍하지만 잠자는 8시간 정도를 제외한 16시간은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 스마트폰 속 SNS에는 가장 비싸고, 멋지고, 행복한 순간들만 올라온다. 현실과 SNS상의 괴리에서 몇몇 청년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30만원짜리 초밥 오마카세에 가서 한 끼를 먹고 사진을 남긴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각종 포인트와 제휴사 할인을 받아 정가 4000원인 편의점 도시락을 400원에 사먹기도 하는 것이다. 과거의 양극화는 부자들은 백화점 VIP 명품관에서 쇼핑을 하고 보통 사람들은 유니클로 같은 SPA브랜드에서 옷을 사는 '계층간 양극화'였다. 현재는 양극화의 형태가 다양화 되면서 동일한 소득을 지닌 사람이라도 '소비의 양극화'를 추구하는 모양새다. 최저시급을 받고 살더라도 컵라면에 편의점 도시락으로 언제나 끼니를 때우는 대신 아끼고 아껴서 한 끼 정도는 30만원 초밥 오마카세를 먹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 행태는 칭찬이나 비난의 대상이 될 종류의 것은 아니다. 다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변화된 생활 태도를 보여주는 한 단면일 뿐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5-23 15:52:25동대문은 서울 도심에서 보기 드문 '야(夜) 시장' 천국이다. 동대문에서 인접한 광장시장에 밀집한 포장마차들은 특별한 야식 체험지로 자리 잡았다. 광장시장은 종로5가에 있지만, 흥인지문(동대문)과 가까워 동대문 상권으로 오래전부터 불렸다. 광장시장 내 포장마차들의 분위기는 퇴근시간대부터 무르익는다. 광장시장 포장마차들에 매달린 수많은 조명들은 새하얀 불빛을 내뿜으며 방문객들을 향해 손짓을 하는 듯 하다. 광장시장 먹거리는 육회, 산낙지, 소간, 천엽, 빈대떡, 왕순대, 마약김밥 등 전형적인 시골장터 음식들이다. 저녁무렵 포장마차에 걸터앉아서 소주잔을 비우는 이들의 표정은 온갖 시름을 벗어낸 듯 하다. MZ세대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광장시장 내 실내 포장마차에서 삶의 애환과 세월 이야기를 나눈다. 비라도 내리는 저녁에는 천장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포장마차 야식을 즐기면 옛 추억을 소환하게 된다. 포장마차들이 들어선 광장시장의 천장은 햇볕이 잘 비치는 지붕을 높게 씌운 아케이드 형태다. 광장이라는 이름처럼 실내 운동장 같은 넓은 공간에 셀 수 없이 많은 포장마차들이 한 데 몰려 있다. 광장시장 지붕에 내걸 전세계 만국기의 숫자만큼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이곳을 찾고 있다. 시장 곳곳에는 연일 중국어, 일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계 언어가 쉽게 들린다. 광장시장 포장마차 맛집투어는 동대문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이색 관광지로 소문이 났다. 붉은색 옷을 입은 관광가이드가 늦은 저녁시간까지 근무에 나설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국내 1호 사설 상설시장 '광장'광장시장 건물 매장 내에는 수입 용품을 파는 가게들이 유독 눈에 띈다. 한 때 광장시장에는 미군 PX에서 흘러나오는 식품, 잡화 등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대거 몰렸다. 하지만 수입자유화 조치가 시행되고 온라인 등 다양한 경로로 수입물품이 유통되면서, 광장시장의 수입물품 가게들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광장시장은 지난 1905년 개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상설시장로도 유명하다. 시장 개발 허가시에는 동대문시장이라는 명칭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의 운영 주체인 광장주식회사는 1904년에 고종의 측근이 설립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조선인 회사인 광장주식회사가 부지와 점포를 소유하고 있던 광장시장은 일본인 경영자와 상인들 사이에 대립과 갈등이 많았던 남대문 시장보다 비교적 순조롭게 운영됐다. 광장주식회사는 주주들이 운영, 관리했다. 거래 품목별로 상인 조합을 결성하도록 했으며 조합원의 자격만 갖추면 누구나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었다. 광장 주식회사가 경영권을 갖고 있어, 민족 시장으로서의 명목을 유지할 수 있었다. 광장시장 옆 청계천을 건너가면 을지로쪽으로 방산시장도 자리 잡고 있다. 방산시장은 1987년 인쇄업체들이 모여서 만든 시장이다. 방산시장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인 1960년대부터 제과점에 물품을 대는 도매상 밀집지로 유명했다. 제과점에 들어갈 기구를 파는 곳이 먼저 생겼고, 자연스럽게 그 옆에 재료상이 자리 잡아 베이커리 골목이 됐다. 방산시장 인근에는 특이하게도 중국 삼국시대의 장수 관우의 영정을 둔 사당 '성제묘'가 있다. 임진왜란때 파병된 명나라 장군들이 '관우의 음덕으로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라는 믿음을 가지면서 나중에 조선 조정에서 여러 곳에 건립을 허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늘날에는 방산시장 상인들이 이 사당에서 제를 지내고 있다. '전쟁의 신'인 관우가 '상업 신'으로 바뀐 셈이다. 중국에선 관우가 '재물 신'으로도 불린다. ■청계천로 따라 시장거리 이어져광장시장에서 배를 채우고 동대문 방향으로 청계천을 따라서 도보로 10여분만 걸어가면 곧바로 평화시장을 만나게 된다. 동대문상가의 근대화는 이 곳 평화시장이 열었다. 평화시장은 동대문 패션 1번지를 탄생시킨 우리나라 대표 상가다. 평화시장 상가 내로 들어가면 모자, 겉옷, 속옷, 허리 벨트, 목도리, 가방 등 온갖 패션 용품들이 마치 전시장에 온 것처럼 끝없이 쌓여 있다. 온갖 패션용품중 신발만은 별도 구역에서 판매가 이뤄지고 있어 '동대문 신발'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평화시장은 근대화시기에 먹고 살길이 막막했던 여공들의 생계 터였다. 18세 미만의 어린 여공들이 이곳 평화시장에서 주말도 없이 미싱(재통틀)을 돌리면서 한국 근대화의 기초를 닦았다. 평화시장에서 근무하는 2만여 명 근로자의 90%에 달하는 18세 미만의 여공들이 하루 열다섯 시간씩 고된 작업을 이어 가야 했다. 이중 40% 정도는 15세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계천을 마주보는 평화시장 1층에는 특이하게도 지난 1960년대부터 하나둘씩 헌책방이 모여들었다. 지금은 수십 곳만 남았지만 전성기에는 100여곳의 헌책방이 있었다. 이곳 헌책방들은 평화시장에서 청춘의 꿈을 불살랐던 어린 여공들에게 마음의 양식터가 됐다. 소녀들은 헌책방에서 시집, 소설, 성경책 등을 구매해 돌려보면서 고된 노동의 힘겨움을 잊었다. 여공들의 힘겨운 삶은 이곳에서 함께 일했던 청년 전태일을 통해 세상에 열려지게 된다. 평화시장 앞에는 청계천을 건너는 다리가 하나 있다. 이 다리에는 전태일 동상이 놓여 있다. 그래서 이 다리 이름이 '전태일 다리'로 불린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전태일도 이곳 헌책방에서 근로기준법 서적 등을 구해 읽었다고 한다. 서울시는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패션과 스포츠 성지' 동대문의 변신동대문에선 의류뿐만 아니라 가성비가 뛰어난 체육용품을 파는 가게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축구, 테니스, 야구, 헬스용품 등 스포츠에 관련된 모든 용품을 파는 스포츠용품점들이 동대문역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조기 축구회 단체복은 동대문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동대문은 패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스포츠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지난 1959년 건립된 동대문운동장(서울운동장)은 철거직전까지 대한민국 근대 스포츠의 산실이었다. 동대문야구장은 암울했던 시대에 민족의 아픔을 달래줬던 고교 야구의 성지였다. 또한 동대문운동장은 국내 최초 근대체육 시설로 야구와 축구, 육상 등 각종 경기가 열렸다. 수많은 우리나라의 스포츠 영웅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세월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은 개국과 더불어 서울 동대문운동장 부근에 활과 말타는 법을 연습하는 명철방을 설치했다. 1467년(세조 13) 훈련원으로 개칭한 뒤 조선왕조 500년간 이어졌다. 근대 스포츠의 효시는 병사들의 훈련에서 부터 시작됐다. 이를 감안하면 조선시대 훈련원이 있었던 동대문은 국가 스포츠의 기원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훈련원은 1907년 일본에 의해 강제로 폐지됐다. 그 뒤 훈련원 인근에 성벽을 허물고 동양 최대 규모의 경성운동장을 지었다. 광복 이후에 임시정부 환국봉영회, 기미독립선언기념 전국대회, 김구 선생 국민장(장례식), 신탁통치 찬반 집회 등 역사적인 행사가 이곳 운동장에서 열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파리의 퐁피두센터'처럼 세계적인 문화시설로 만들겠다며 동대문운동장 재개발을 제안했다. 그렇지만 동대문운동장 재개발 당시에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함께한 공간인만 큼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하여 보존해야 한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동대문운동장은 철거되고 그 자리에 4996억원을 들여 지하 3층~지상 4층 규모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건립했다. DDP는 지난 2008년 착공했지만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오 시장이 사퇴하면서 완공을 함께 하지 못했다. 지난 2014년 3월 고 박원순 전 시장 재임시기에야 DDP는 개관했다. 오세훈 시장은 DDP 건립 비화에 대해 "일할 때는 욕 많이 먹었다. 왜 서울운동장 야구장, 축구장을 없애느냐고"라며 "바꿔놓고 보니까 서울에 들어오는 관광객들이 한 번씩 꼭 가보는 명소가 됐다"며 회고한 바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연중기획으로 '길 위에 장(場)이 선다'를 연재합니다. 서민들의 애환이 깃든 전통시장, 근대 상가, 지역 특화 '시그니처 상권' 등 다양한 팔도 상권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2023-02-05 19:36:11[파이낸셜뉴스] '2만4000원, 192분을 투자해 2022년 현재 서울, 아니 지구에서 이보다 더 재미있는 즐길거리를 찾을 수 있을까?' 지난 8일 서울 코엑스 내 메가박스 '돌비 시네마 3D(3차원) 돌비' 상영관에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역작 '아바타: 물의 길'을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다. 9000원짜리 제육덮밥을 먹으면서도 김밥천국과 동네 백반집의 가격과 양을 비교하고, 스타벅스에서는 원가율을 고려해 차 메뉴 보다는 블론드 메뉴를 선호하는 '극한의 가성비충'인 기자지만 '아바타: 물의 길'을 보는 내내 2만4000원을 투자해 이 보다 더한 만족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이 보다 2배, 3배의 돈을 더 내더라도, 2배 3배의 시간을 더 태우더라도 이 영화를 넘어서진 못하리라. 영화라는 장르를 초월해, 연극, 뮤지컬, 전시, 서커스, 스포츠를 통틀어서 비교해도 당분간 이 영화의 가성비를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닝타임 3시간12분 "지루할 틈이 없다" 192분의 러닝타임이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나도 모르게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칠 뻔했다. 클래식 공연이 끝나고 옆 사람을 기계적으로 따라 하는 것과 달리, 감독에 대한 경외와 CG작업을 위해 갈려 나갔을 수많은 영화 관계자들에게 진심을 담아. 영화를 본 뒤 지인들에게 '아바타:물의 길'은 "꼭 동네에서 가장 좋은 시설의 극장에서 보라"고 권했다. 시사회가 이뤄진 상영관은 현존 메가박스 최고의 상영관이다. 조잡한 3D 영화를 볼 때 몰입감이 떨어지는 경험을 여러번 겪었지만 해당 상영관의 3D 영상은 평면의 스크린이 아닌 깊이와 원근감이 느껴지는 입체적인 느낌이었다. 주인공 캐릭터가 관객석을 향해 수영을 치는 장면에서는 손을 뻗으면 그 캐릭터를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 2'(1991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1993년) 디즈니의 '라이온 킹'(1994년) 등은 당시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시각적 충격을 선사했다. 바람에 날리는 사자(심바)의 털 하나하나를 모두 손수 작업해 사실감을 살렸다는 설명은 '자본'의 힘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환상 비주얼·감동 메시지 '13년 만의 귀환' 14일 개봉하는 아마타 2가 역대 최고 흥행 수익을 기록할지도 관심이다. 13년전 개봉된 '아바타'는 전 세계적으로 28억4700만달러(약 3조6000억원)을 벌어들이며 역대 최고 흥행 수익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에 개봉하는 '아바타:물의 길'의 초당 제작비는 2억3000만원이라고 알려졌다. 실제로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바닷속 장면의 경우 아무 장면이나 랜덤하게 잘라서 '15초짜리 영상'으로 만들면 곧 바로 최신형 TV의 CF 화면으로 써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개인적으로 살면서 가장 오감을 충족시켰던 추억 중 하나는 말레이시아의 어느 강 위에서 보트를 타고 반딧불이 투어를 했던 경험이다. 초록색 형광팬의 끝 부분을 잘라 놓은 것 같은 작은 반딧불이들이 나무를 건드릴 때마다 수십, 수백개의 점이 돼 튀어오르는 장면은 반쯤은 현실이 아닌 것처럼 아름다웠다. '아바타: 물의 길'을 보다 보면 반딧불이 투어, 아쿠아리움에서의 추억, 영화 메트릭스와 같은 현실과 꿈의 경계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시각적 충격들이 무궁무진하다. 이상이 '아바타:물의 길'에 대한 시각적인 충격에 대한 부분이다. 영화의 재미를 좌우하는 서사와 캐릭터, 갈등 구조도 기대 이상이었다. 대형 자본이 투입된 영화들이 으레 '안전한 선택'에 치중해 식상한 서사와 예측 가능한 흐름으로 흘러가는 것과는 달랐다. 약 100분 동안 손에 땀을 쥐게 했던 각본없는 드라마, 한국과 포르투갈의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의 감동과 재미, 그 이상이었다. 영화를 보기 전이라면 두 가지 팁이면 족할듯 싶다. 되도록 예고편이나 스포일러를 보지 말고 갈 것. 콜라나 커피는 영화를 보기 전 가급적 피할 것.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2-12-13 16: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