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40조원이 넘는 투자·개발·사업협력 보따리를 풀고 17일 한국을 떠났다. 윤 대통령과 회담에서는 에너지, 방위산업, 인프라·건설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국내 20대 그룹의 총수 8명이 참석한 차담회에서는 총사업비 5000억달러(약 670조원) 규모의 네옴시티 사업을 중심으로 한 각종 협력 방안이 폭넓게 논의했다. '제2의 중동 특수'가 기대된다. 북한이 보름 만에 또다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18일 발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재발사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여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한미일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추진 등 강력한 대응이 예상된다. 11월 14일부터 18일까지 월~금 뉴스를 사진과 함께 정리해 본다. 11/14 5년 10개월만에 만난 미중 정상 미중 정상이 관계개선에 첫발은 뗐지만, 근본적인 입장차는 좁히지 못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 개최 장소인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미국과 중국은 경쟁이 충돌로 변하지 않도록 차이점을 관리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상호 협력을 요구하는 글로벌 현안들에 대해 협력할 방안을 강구해나갈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도 "올바른 발전 방향을 찾고 중미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3시간여 진행된 첫 대면 회담에서 대만, 인권, 경제 문제를 비롯한 핵심 이슈에 대해 근본적인 입장차를 보이면서 대립했다. 긴장 격화가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소통과 원칙 마련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이에 따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8월 대만을 방문하고 중국이 대규모 무력 시위로 대응하면서 최고조로 치솟았던 양국간 긴장은 다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두 나라는 사활적 국익이 걸린 핵심 이슈에서는 입장차가 있는 데다 지역·글로벌 패권을 놓고 다투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미일 정상이 '대북 3각 공조'에 뜻을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3일(현지시간)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3국 정상은 이날 오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15분간 회담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공조는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안정을 이루기 위한 강력한 보루"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며 "그래서 (한미일) 3자 파트너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도 "한미일 연계를 더욱 강화하고 의연하게 대응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회담에서는 북핵 문제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대만 등 지역·글로벌 이슈도 논의됐다. 중국의 공세적인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공급망 강화, 경제회복력 강화, 그리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에 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11/15 윤 대통령-시진핑 발리에서 '첫 만남' 한중간 확연한 온도차를 느낀 25분의 회담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중 정상이 3년 만에 마주 앉은 것으로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한중 정상은 양국 관계를 상호 존중과 호혜, 공동이익에 입각해 더욱 성숙하게 발전시켜 나가자는데 입장을 같이했지만, 그 방향성에 대해선 다소 결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 윤 대통령은 "상호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성숙한 한중관계"를 강조하면서 "보편적 가치와 국제 규범"에 기반한 외교를 목표로 함을 밝혔다. 반면 시 주석은 모두발언에서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자'고 밝혔다. 한국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공급망, 군사협력 등 미국과 급속도로 밀착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분명한 견제의 목소리를 냈다. 11/16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 누가 쐈나 폴란드 동부 우크라이나 국경마을에 미사일이 떨어져 2명이 사망했다. 이 미사일을 누가 쐈는지를 놓고 러시아냐, 우크라이나냐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폴란드에 미사일이 떨어진 직후에는 러시아가 대대적인 공습을 하던 중이었고 타격을 받은 마을이 우크라이나 접경지인 만큼 러시아군의 미사일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폴란드는 미사일 잔해를 보면 러시아제가 확실하다며 주폴란드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기도 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해당 미사일이 러시아제일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현재로선 누가 폭격을 가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현장의 미사일 잔해 사진에서 러시아 미사일을 격추하는 데 사용된 우크라이나 지대공 미사일 S-300 시스템의 흔적이 보인다는 의견이 있다. 미 군 당국자들은 이 미사일이 우크라이나군의 요격 미사일로 파악하고 있고 밝혔다. 인류가 반세기만에 달을 향한 새로운 여정에 올랐다. 미국의 '아르테미스(Artemis)Ⅰ' 로켓이 16일(이하 미국 동부시간) 다섯 번째 시도에서 마침내 달을 향해 발사됐다. 유인우주선 '오리온'을 탑재한 대형 로켓 '우주발사시스템'(SLS)은 이날 오전 1시 48분(한국시간 16일 오후 3시 48분)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 39B 발사장에서 밤하늘에 불꽃 궤적을 그리며 우주로 날아올랐다. 오리온은 이번 비행에서 아폴로13호가 세운 기록을 깨고 지구에서 약 45만㎞ 떨어진 곳까지 비행하는 유인우주선 심우주 원거리 비행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로마신화에서는 아폴로)의 쌍둥이 남매이자 달의 여신 이름을 따 지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이르면 2025년에 아르테미스Ⅲ 미션을 통해 인류 최초의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비행사를 달 남극에 착륙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하면 지구 저궤도의 우주정거장을 넘어 달과 화성 등으로 인류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진정한 의미의 우주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11/17 '짧지만 강렬한 20시간' 빈 살만, 제2중동 특수 기대 빈 살만, 尹대통령·재계 총수와 만나 40조원 선물 보따리 풀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17일 저녁 방한 일정을 마치고 한국을 떠났다.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에 머무른 시간은 20시간가량이다.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2019년 6월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 26개 사업에서 투자·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업 규모만 40조원을 웃돈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에너지, 방위산업, 인프라·건설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전략파트너십 위원회'를 신설하고 한·사우디 간 협력사업을 체계적이고 실질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사우디는 원자력 발전, 방위산업 등에서도 한국과 협력을 희망하고 있어 '제2의 중동 특수'가 기대된다. 이날 오후 5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빈 살만 왕세자와 주요 기업인 차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국내 20대 그룹의 총수 8명이 참석했다. 1시간 30분 넘게 이뤄진 차담회에서는 총사업비 5천억 달러(약 670조원) 규모의 네옴시티 사업을 중심으로 한 각종 협력 방안이 폭넓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홀가분·허탈 만감 교차"…수능 끝낸 수험생들 수고하셨습니다. 17일 시행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대체로 지난해보다 평이하게 출제돼 최상위권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수능이 '역대급'으로 꼽힐 정도로 워낙 어려웠던 데다 올해 고3이 고교 3년 내내 코로나19를 경험해 제대로 된 대면 수업을 받지 못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전반적으로 '물수능'으로 불릴 만큼 쉬운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수학 영역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변별력 있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되면서 수험생들의 전체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과목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에 입학해 고교 3년을 온전히 팬데믹 속에서 보냈던 수험생들. 이 때문에 정상적인 대면 수업과 동아리 활동 등을 하는 데 어려움이 컸고, 단체 생활에도 제약이 많았다. 자유로운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와 소망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이유다. 11/18 또 ICBM 도발한 北, 핵실험 강행하나 北, 순안 일대서 장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1발 또 쐈다. 북한이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일 3국의 확장억제 공조 강화에 반발하는 동시에 지난번 실패를 만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미와 북한의 '강대강 대치'가 한층 심화하고, 북한의 7차 핵실험이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10시15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군은 북한의 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하면서 비행거리, 고도, 속도 등 제원을 분석하고 있다. 군은 현재까지 분석으로 미사일 종류를 ICBM으로 추정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지난 3일 오전 평양 순안 일대에서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후 15일 만이다. 북한은 이날 ICBM을 발사하면서 한미일 공조 압박에 '강대강'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한미 국방부가 북한의 미사일 '폭주'에 대응해 미사일대응정책협의체를 첫 회의를 개최한 가운데 ICBM을 쏜 것이기도 하다. 한미일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확장억제를 강화한 것에 대해 앞으로 그에 상응하는 '비례성 대응'으로 맞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북한이 ICBM 성공을 과시하며 핵보유국 입지를 더욱 다지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에 따라 조만간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더 커진 것으로 전망된다. elena78@fnnews.com 김정순 기자
2022-11-16 18:01:48[파이낸셜뉴스] 세계 최고령자로 기네스 기록을 보유한 일본의 다나카 가네(田中カ子) 할머니가 119세로 세상을 떠났다. 25일 교도통신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다나카 할머니는 지난 19일 후쿠오카시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다카시마 후쿠오카 시장은 "다나카 가네씨는 메이지, 다이쇼, 쇼와, 헤이세이, 레이와(일본 연호) 등 5개 시대를 살았다"며 "119세까지 자신답게 지낸 다나카 가네씨에게 경의를 표하며 삼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애도했다. 다나카 할머니는 1903년 1월2일 후쿠오카의 한 농가에서 9남매 중 7번째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해인 1903년에는 라이트 형제가 인류 최초로 유인 동력 비행에 성공했고, 마리 퀴리가 여성 최초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다나카 할머니는 19세에 결혼해 남편과 장남이 1937년 발발한 중일전쟁에 참여하자 혼자 우동집 등을 운영하며 생활했다. 슬하에 네 자녀와 입양 자녀 한 명을 뒀다. 다나카 할머니가 116세 되던 2019년 3월, 영국 기네스월드레코드는 남녀 통합 '생존해 있는 사람 중 세계 최고령자'로 그를 공인했다. 지난해 현지 매체 보도에서 그는 장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맛있는 것을 먹고 공부하는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다나카 여사는 생전 곱셈이나 나눗셈 등 연산 문제 푸는 일을 즐겨했다. 특히 음식으로는 초콜릿과 탄산음료를 좋아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도쿄올림픽 성황 봉송 주자로 나설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감염 우려로 취소됐다. 다나카 할머니의 사망으로 현존하는 최고령자는 현재 118세인 프랑스 할머니 뤼실 랑동이 됐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2022-04-25 23:27:36"키튼, 네가 내 엄마가 되어 주어야겠구나." 어느 날 엄마가 말했다. 나는 고작 열네 살이었고, 집에서는 8남매 중 첫째였다. 엄마가 별난 제안을 하고 있을 때 나는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꾸면서 영화관에 있을 내 미래를 열정적으로 그려보는 중이었다. 엄마 본인은 아주 멋진 엄마였다. 대단한 가정주부는 아니었지만 엄마는 웃음과 창의력이 가득했다. 마음속으로는 예술가였던 엄마는 아이오와주 더뷰크 변두리에 있던 산만한 우리 집 침실을 스튜디오로 바꿨다. 책장은 위대한 화가의 전기와 푸치니, 베르디, 벨리니, 베를리오즈의 수많은 오페라 테이프로 그득했다. 방에서는 광택제, 아크릴 도료, 커피 냄새가 났다. 해묵은 여행가방 위에는 붓, 유화물감, 파스텔 상자를 채운 유리용기가 있었다. 벽에는 엄마가 굴곡진 서체로 쓴 인용문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예수회 시인 제라드 맨리 홉킨스의 "희미하게 아른거리는 것들을 위해 하나님께 영광을"이었다. 자연스럽게 엄마는 영감을 주는 사람으로 홉킨스를 택했다. 그의 신비스러운 면이 엄마의 매력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엄마는 피정을 떠나 수녀원장인 콜럼바 수녀님과 깊은 대화를 나누며 답을 구했다. 엄마는 재치있고 쾌활했지만 그러다가도 얼굴에 넋나간 표정이 떠올랐는데, 마치 수백만 마일쯤 떨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엄마는 많은 면에서 격식을 갖추고 전통적이었지만, 그러면서도 규칙을 생략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키튼, 오늘은 영화 보러 가자"면서 오후 시간에 맞춰 날 학교에서 데리고 나오기도 했다. "넌 캐서린 로스('내일을 향해 쏴라'의 주연) 같아. 단지 더 예쁠 뿐이지." 엄마의 말이었다. 나를 향한 엄마의 믿음이 없었다면 배우가 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부모였다면 내 꿈을 비웃거나 좀 더 현실적인 진로를 강요했겠지만, 엄마는 줄곧 격려해주었다. 연기학교 진학을 위해 뉴욕으로 옮길 기회가 왔을 때도 엄마는 전폭적으로 지지해줬다. 뉴욕에서 결정적 기회를 처음 잡은 것이 드라마 '라이언의 희망'이었다. 엄마는 종종 날 찾아왔고, 우리는 같이 시내를 돌아다녔다. 엄마는 정직, 품위, 끈기처럼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입증된 견고한 가치를 철저히 가르쳤다. 과장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거짓말에 능하지 못하다. 내게 가장 강력한 동기와 기쁨은 일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과 성공의 열매를 함께 나누지 못한다면 모든 것을 포기할 터였다. 때로는 싱크대에 서서 옥수수밭, 사과 과수원, 상록수, 성 프란체스코 동상을 내다보는 엄마의 모습을 부엌에서 우연히 발견하기도 했다. 내가 안으로 들어서면 엄마는 현재로 돌아왔지만, 나는 엄마가 어디에 갔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간절히 알고 싶었다. 우리 가족에게 큰 비극이 닥친 건 여동생 테시가 열두 살 나이에 암 진단을 받았을 때다. 마지막 몇 달 동안 엄마는 테시를 간호하며 동생 침실을 거의 떠나지 않았다. 7월 어느 더운 아침에 엄마는 창문을 열고 여동생이 세상을 뜨기 직전 몇 시간 동안 과수원에서 노래하는 새 소리를 듣게 해주었다. 엄마가 죽어가는 딸에게 해준 마지막 일이었다. 장례식 후 엄마는 수도원으로 떠났고, 콜럼바 수녀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수척하고 핏기 없는 모습으로 돌아온 엄마는 전혀 예전 같지 않았다. 때로 엄마에게 엄마가 필요할 때면 나는 기꺼이 그 역할을 다했다. 엄마를 다독이고 위로하고 안심시키고 싶었다. 그러다 수년이 지나 내가 집을 떠나고 한참이 흐른 후에, 우리의 역할 바꾸기에 좀 더 진지해진 시간이 닥쳐왔다. '스타트렉:보이저' 시즌6의 막바지가 가까워져서 로스앤젤레스에서 지내고 있을 때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건너편에 있는 엄마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키튼,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아." 그리고 긴 침묵이 이어졌다. "천천히 하세요. 저 여기 있어요." "경미한 뇌졸중이 몇 차례 지나간 것 같아. 침대에서 떨어졌고 안경이 깨졌어." 엄마의 목소리는 작고 머뭇거렸다. "왜 뇌졸중이 몇 번 있었다고 생각하세요?" "예닐곱 번 정도 뇌에 전기가 통한 기분이었는데… 그러다가 침대에서 떨어졌어." "지금은 어떠세요?" "벽지에서 뭔가 나온 것 같아. 거미였어…." '거미'와 '환각'이라는 단어를 메모장에 휘갈기며 가능한 한 빨리 가겠다고 약속했다. 내가 알츠하이머병을 떠올렸던가? 그렇게 극단적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던가? 상상력이 거기까지 뻗어가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하지만 더뷰크에 계속 살고 있던 막내 남동생 샘에게 전화를 걸었고, 동생은 시내에서 가장 뛰어난 신경과 의사와 진료 약속을 잡았다. 진료실에서 의사는 질문 몇 개를 던졌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죠? 올해가 몇 년도죠? 대통령은 누구죠? 어느 순간 엄마가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는데, 거기에는 펜으로 적어둔 메모가 있었다. "커닝 페이퍼인가요, 존?" 의사의 질문에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신경과 의사를 한 수 앞설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정말 우리 엄마였다. 웃음이 잦아들자 의사가 계속했다. 그는 질문이 끝날 때쯤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우리 셋을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존, 당신은 알츠하이머병 초기일 확률이 매우 높아 보여요." 그는 의사들도 아직 알츠하이머병의 정확한 특징이나 진행 양상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정확히 진단하기는 아주 어려웠지만, 의사는 경험상 엄마가 '정형적이지 않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고 확신했다. 병이 주로 공격한 부분은 해마가 아니라 다른 부분이었고, 그 때문에 환각이 나타난 거였다. 그날 밤 미트로프와 으깬 감자로 저녁을 들고 난 후에 엄마에게 목욕하고 싶지 않으냐고 물었다. 우리는 위층으로 올라갔고, 나는 욕조에 목욕소금을 넣었다. 엄마가 따뜻한 물에 몸을 푹 담갔고, 나는 엄마가 믿을 만한 사람을 간병도우미로 둬서 엄마를 보살피고 엄마에게 가장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얘기를 꺼냈다. 엄마는 가슴팍까지 무릎을 모아서 그 위에 볼을 기댔는데, 마치 어린 소녀 같았다. 두 손을 물에 담그더니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너야." 나였다. 변호사를 불러 서류를 작성하게 했고, 모두 끝났다. 우리 모녀 사이에서 농담 같았던 작은 비밀이 이제는 모두 사실이 되었다. 내가 엄마의 엄마가 되어서 돌보게 될 터였다. 알츠하이머병 모임에서는 진단과 사망 사이의 기간을 '오랜 작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엄마는 '아주 오랜 작별'의 초기에 들어선 셈이었고, 9년 동안 엄마가 쇠약해지는 걸 지켜보았다. 한번은 엄마를 모시고 산책하러 나갔다. 엄마가 길을 따라서 새로이 짓고 있는 집들을 보고 싶다고 부탁했는데, 엄마의 타고난 호기심이 기민하게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의 얼굴에 슬픈 시선과 내가 어렸을 때부터 기억한 넋나간 표정이 떠오르는 일이 점점 더 잦아졌다. 엄마의 성격이 확실히 드러났다가 사라지고는 했다. 돌아가시기 전 몇 년 동안 엄마는 침대에 틀어박혔고, 그즈음 기억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엄마가 나를 알고 엄마를 돌보겠다는 내 약속도 기억한다고 믿어야 했지만, 임종이 가까워졌을 땐 또 다른 엄마였던 콜럼바 수녀님을 불렀다. 그분은 나보다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다. 가운과 성의(聖衣)를 입고 띠를 두른 수녀님은 엄마의 침대에 앉아 몸을 앞으로 숙이고 엄마의 손을 잡았다. "존, 이제 당신은 쉴 때가 됐어요. 먹고 마시는 걸 그만뒀으니 세상을 떠날 준비가 되었다고 우리에게 알리고 싶은 거죠. 그저 생각해 봐요. 우리가 지난 30년 동안 얘기해온 걸 보겠죠. 하나님을 만나고 평생 간절히 이해하고 싶던 바를 깨달을 거예요. 그러니 더는 걱정하지 말아요. 아들딸들은 여기 있고, 엄마가 쉬길 바라요. 그들은 이제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이 되었다는 걸 엄마가 알길 바란답니다." 창밖을 내다보며 성 프란체스코 동상 너머를 바라보던 엄마의 모습을 내가 우연히 본 그 옛날부터 찾던 바를 엄마는 마침내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샘이 디자인하고, 트라피스트 가톨릭수도회 수사들이 손으로 만든 관에 누워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사랑하는 이가 알츠하이머병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대변인이 되었다. 알츠하이머병 핵심 연구를 진행하는 미네소타대학의 신경학 교수 카렌 애시와 친구가 됐다. 우리는 더디지만 조금씩 더 알아 가는 중이다. 나는 내가 베풀 수 있는 바를 내놓으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해달라고 설득한다. 그래야 치료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랑하는 이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면 누구든 협력단체에 들라고 권한다. 알츠하이머협회는 전국에서 단체 모임을 진행한다.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고 이야기를 공유하며 치료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더 큰 간병인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일은 중요하다. 어떤 간병인도 혼자서는 해낼 수 없다. 나도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얼마나 엄마를 사랑하는지 보여드리고 엄마가 내게 준 것과 그밖의 더 많은 걸 되돌려드릴 기회가 있었기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가이드포스트(Guideposts)'는 1945년 노먼 빈센트 필 박사에 의해 미국에서 창간된 교양잡지로, 한국판은 1965년 국내 최초 영한대역 잡지로 발간되어 현재까지 오랜 시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가이드포스트는 실패와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선 사람들, 어려움 속에서 꿈을 키워가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의 감동과 희망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감동의 이야기를 많은 분들의 후원을 통해 군부대, 경찰, 교정시설, 복지시설, 대안학교 등 각계의 소외된 계층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을 통해 더 많은 이웃에게 희망과 감동의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글·사진=가이드포스트
2020-10-27 16:41:36"아이들이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인데 교통안전이나 소방안전 같은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내용을 가르쳐주니 아이들에게 마음 편히 보여줄 수 있어요." 경기도 안양시에서 세 남매를 키우고 있는 아버지 김성문씨는 로보카폴리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다섯살배기 막내딸을 보며 이같이 말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로이비쥬얼이 지난 2011년 만든 애니메이션 '로보카폴리'는 지금까지도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부모들이 보여주길 꺼려하는 다른 애니메이션과 달리 로보카폴리는 부모들에게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재미와 교육'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어서다. 로보카폴리는 경찰차 폴리, 소방차 로이, 구급차 엠버, 헬리콥터 헬리가 한 팀을 이룬 구조대 이야기다. 단순한 스토리를 가진 히어로 애니메이션이지만 우정과 협동심, 이타심 등을 강조하고 폭력적인 장면이 나오지 않아 모든 세대에게 사랑받는다. 존재 자체가 사회공헌 역할을 하고 있는 로보카폴리를 통해, 제작사 로이비쥬얼은 우리 사회의 안전문화를 확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모든 캐릭터가 '안전문화 선생님' 로보카폴리 시즌1이 방영된 2011년 말 현대자동차의 지원을 받아 '폴리와 함께하는 교통안전 이야기'라는 스핀오프 시리즈가 방영됐다. 지난 2017년 8월에는 로이를 주연으로 하는 두 번째 스핀오프작인 '로이와 함께하는 소방안전 이야기'가 방영됐고 2018년 8월에는 엠버를 주연으로 하는 세 번째 스핀오프작인 '엠버와 함께하는 생활안전 이야기'가 방송됐다. 경찰차, 소방차, 구급차가 캐릭터화된 로보카폴리의 주인공들은 어린이들에게 안전문화 선생님 역할까지 하고 있다. 가장 활발한 안전문화 사업은 '교통안전 캠페인'이다. 전국으로 찾아가는 '팝업식 교통안전 체험교육'은 올해가 8년차다.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방문교육으로 지난해 기준 250여명의 강사를 양성했고 2900회의 교육으로 6만8000여명의 어린이를 교육했다. 또한 2014년 서울 노원구에 국내 최초의 캐릭터 교통공원인 '로보카폴리 교통공원'을 개장하고 2017년에는 충남 공주시에 '로보카폴리 안전체험공원'과 경기도 일산에 '로보카폴리 교통안전놀이터'도 열었다. 대전과 경기도 용인에 연 '로보카폴리 키즈카페'는 지역민을 위한 무료 키즈카페로 해마다 지점당 약 3만5000여명 찾았다. ■영예 '소방관'된 로보카폴리 지난해 9월 18일은 로보카폴리의 사회공헌이 빛을 발한 날이다. 로보카폴리의 네 주인공 '로이, 엠버, 헬리, 폴리'가 소방청에서 '영예 소방관'으로 임명된 날이기 때문이다. 소방청이 사람이 아닌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소방관으로 위촉하는 것은 처음이다. 로이비쥬얼은 지난해부터 전국 소방본부 27개 기관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로이와 함께 하는 소방안전교실'이다. 전국에 있는 소방서에서 화재발생시 대피방법, 가정 내 안전사고 예방법에 대한 교육, 실습을 진행한다. 해마다 약 3만여명이 교육을 받았다. 또한 '찾아가는 소방안전체험차량'를 통해 지난해 약 1만2000여명이 안전교육을 받았다. 로이비쥬얼 관계자는 "화재로 인해 매일 1명의 어린이 사망, 시간당 16명 어린이가 상해를 입는다고 한다"며 "어린이는 생활 속에서 화재 위험을 예방하고 화재가 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학부모, 교사도 화재안전지식을 쉽게 습득하고 교육시킬 수 있도록 앞으로도 재미있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혔다. ■글로벌 로보카폴리, 글로벌 K-안전 교육과 재미를 동시에 잡은 로보카폴리는 글로벌에서도 승승장구 중이다. 13개 언어로 더빙돼 공식적으로 75개국에 진출했다. 로이비쥬얼 관계자는 "TV로 매일 55만명의 어린이들에게 교통안전 교육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안전문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로보카폴리 캐릭터들은 중국적십자기금회와 중국도로교통안전협회가 주관하는 어린이 교통안전 캠페인, '길 위의 천사'의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로보카폴리는 약 100개 지역 1000개 학교 200만명 어린이들에게 교통안전 지식을 교육한다. 러시아에선 현대자동차와 함께 교통안전 활동을 했다. 현대자동차가 주최하는 '5275 자선 마라톤'에 참가해 교통안전 프로그램을 홍보했고 상트페테르부르크, 로스토프나도누 등 주요 5개 도시에서 진행된 피파 로드쇼에서도 교통안전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스라엘에선 유대교 명절 하누카 기간에 '쿨 하누카 with 닉'이라는 이름의 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지역에 있는 22개 대형 쇼핑몰에서 교통안전을 주제로 어린이들과 함께 체험하는 인형극을 공연했다. 로이비쥬얼 이동우 대표는 "올해로 로보카폴리가 10주년을 맞았다"면서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회사로서 콘텐츠를 통해 어떻게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치고 좋은 가치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보는 작품은 우리 미래세대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작품 철학을 바탕으로, 로보카폴리가 받은 사랑을 사회에 되돌릴 수 있는 활동들을 계속해서 펼쳐나가겠다"고 덧붙였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2020-05-06 18:01:22NBA(미 프로농구)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42)가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했다. 그의 죽음은 로베르토 클레멘테를 기억 저편에서 소환시켰다. 코비는 올스타전 18회 출전, 통산 3만3648득점, 12차례 디펜시브 팀에 선정됐다. 클레멘테는 올스타전 15회 출전, 통산 3000안타, 역시 12차례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메이저리그의 골드글러브와 NBA 디펜시브 팀은 수비 잘하는 선수에게 주어진다. 로베르토 클레멘테는 1973년 새해 첫날(현지시간으론 1972년 마지막 날) 비행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클레멘테는 대형 지진이 휩쓸고 지나간 남미 니카라과를 방문하던 중이었다. 그가 탄 비행기에는 야구용품과 구호식품이 가득 실려 있었다. 클레멘테는 그 전 세 차례나 지진 현장에 구호품을 보냈다. 하지만 당시 악명 높던 소모사정권의 부패한 공무원들이 물품을 모두 빼돌려 정작 이재민들에게는 전혀 돌아가지 않았다. 클레멘테는 직접 구호품을 전달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가 탄 비행기는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었다. 비행기는 이전에도 수차례 기계적 문제를 일으켰다. 비행기에는 부기장과 정비사마저 없었다. 화물도 허용치 이상으로 많이 실렸다. 결국 비행기는 이륙하자마자 해안가로 곤두박질쳤다. 클레멘테를 비롯한 탑승객은 전원 사망했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클레멘테는 당시 현역 선수였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시즌 3할1푼2리의 타율을 남겼다. 로베르토 클레멘테는 1934년 푸에토리코에서 태어났다. 7남매의 막내로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아버지와 함께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했다. 1954년 브루클린(현 LA) 다저스와 연봉 5000달러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 당시 만해도 메이저리그에는 남미 출신 선수가 흔치 않았다. 이듬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옮겨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클레멘테는 네 차례 타격왕을 차지했다. 1966년엔 홈런 29개, 타점 119개, 타율 0.317로 내셔널리그 MVP에 선정됐다. 또 1971년엔 월드시리즈 MVP에 올랐다. 클레멘테는 1972년 10월 1일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서 4회 2루타를 뽑아냈다. 통산 3000번째 안타이자 그의 생애 마지막 안타였다. 세 달 후 그는 비행기 사고를 겪었다. 그는 이해까지 12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 가운데 한 명인 윌리 메이스와 함께 외야수 부문 최다 수상 기록을 나눠 갖고 있다. 메이스는 '로베르토 클레멘테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973년부터 모범 선수에게 주는 상의 이름을 바꿔 클레멘테 정신을 기리고 있다. 클레멘테상 수상자 가운데는 존 스몰츠(2005년), 데릭 지터(2009년), 클레이튼 커쇼(2012년) 등이 포함돼 있다. 스몰츠는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보다 이 상이 내게는 더 의미있다"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로베르토 클레멘테, 세상이 팍팍할수록 생각나는 이름이다. texan509@fnnews.com
2020-01-28 19:09:00NBA(미 프로농구)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42)가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했다. 그의 죽음은 로베르토 클레멘테를 기억 저편에서 소환시켰다. 코비는 올스타전 18회 출전, 통산 3만3648득점, 12차례 디펜시브 팀에 선정됐다. 클레멘테는 올스타전 15회 출전, 통산 3000안타, 역시 12차례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메이저리그의 골드글러브와 NBA 디펜시브 팀은 수비 잘하는 선수에게 주어진다. 로베르토 클레멘테는 1973년 새해 첫날(현지시간으론 1972년 마지막 날) 비행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클레멘테는 대형 지진이 휩쓸고 지나간 남미 니카라과를 방문하던 중이었다. 그가 탄 비행기에는 야구용품과 구호식품이 가득 실려 있었다. 클레멘테는 그 전 세 차례나 지진 현장에 구호품을 보냈다. 하지만 당시 악명 높던 소모사정권의 부패한 공무원들이 물품을 모두 빼돌려 정작 이재민들에게는 전혀 돌아가지 않았다. 클레멘테는 직접 구호품을 전달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가 탄 비행기는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었다. 비행기는 이전에도 수차례 기계적 문제를 일으켰다. 비행기에는 부기장과 정비사마저 없었다. 화물도 허용치 이상으로 많이 실렸다. 결국 비행기는 이륙하자마자 해안가로 곤두박질쳤다. 클레멘테를 비롯한 탑승객은 전원 사망했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클레멘테는 당시 현역 선수였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시즌 3할1푼2리의 타율을 남겼다. 로베르토 클레멘테는 1934년 푸에토리코에서 태어났다. 7남매의 막내로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아버지와 함께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했다. 1954년 브루클린(현 LA) 다저스와 연봉 5000달러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 당시 만해도 메이저리그에는 남미 출신 선수가 흔치 않았다. 이듬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옮겨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클레멘테는 네 차례 타격왕을 차지했다. 1966년엔 홈런 29개, 타점 119개, 타율 0.317로 내셔널리그 MVP에 선정됐다. 또 1971년엔 월드시리즈 MVP에 올랐다. 클레멘테는 1972년 10월 1일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서 4회 2루타를 뽑아냈다. 통산 3000번째 안타이자 그의 생애 마지막 안타였다. 세 달 후 그는 비행기 사고를 겪었다. 그는 이해까지 12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 가운데 한 명인 윌리 메이스와 함께 외야수 부문 최다 수상 기록을 나눠 갖고 있다. 메이스는 ‘로베르토 클레멘테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973년부터 모범 선수에게 주는 상의 이름을 바꿔 클레멘테 정신을 기리고 있다. 클레멘테상 수상자 가운데는 존 스몰츠(2005년), 데릭 지터(2009년), 클레이튼 커쇼(2012년) 등이 포함돼 있다. 스몰츠는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보다 이 상이 내게는 더 의미있다”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로베르토 클레멘테, 세상이 팍팍할수록 생각나는 이름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2020-01-28 13:0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