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영국의 외과 의사가 빨대로 변비를 고칠 수 있다고 전해 화제다. 3일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530만 명의 틱톡 팔로워를 보유한 영국NHS(국민보건서비스)의 일반외과인 카란 라잔 박사는 "변비로 고통받고 있다면, 물 한 잔과 빨대를 가지고 화장실에 가라"고 조언했다. 라잔 박사는 “변기에 앉아 빨대를 이용해 물에 거품을 불어 넣으면 된다”며 “신체의 소화를 조절하는 미주신경을 활성화해 장에 수축을 유발하고, 힘을 주지 않고도 변을 보기 더 쉬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거품을 부는 것은 더 적은 압력으로 쪼그려 앉기를 하는 것과 같은 물리적 효과를 유발한다”며 “우스꽝스럽게 보이지만, 이 방법을 사용하면 골반기저근(골반 바닥을 형성하는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촉진해 변비 증상을 완화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방법대로 하면 복강 내 압력을 높여 변이 장을 통과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장과 뇌의 연결을 강화하는 횡격막 호흡법"이라고 덧붙였다.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자세, 배변에 유리 이 밖에 변 배출을 도와 변비를 개선한다고 알려진 또 다른 자세는 '변기에 앉았을 때 상체를 앞으로 숙이기'다. 옆에서 봤을 때 배와 허벅지의 각도가 약 35도에 이르면 항문과 직장의 휘어진 각도가 커지고 치골 직장근의 길이가 길어진다. 이러면 복압이 높아지면서 대변이 더 원활하게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허리를 90도로 꼿꼿이 세우거나 상체를 뒤로 젖히면 구부러진 대장 끝이 쾌변을 방해한다.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은 로뎅의 조각상 ‘생각하는 사람’처럼 상체를 숙이는 자세가 배변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간혹 쭈그려 앉는 재래식 변기에서는 변이 잘 나오는데, 양변기에서는 잘 안 나온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 차이가 바로 '자세'에서 나온다. 양변기를 사용할 때 변이 잘 나오는 자세, 즉 쭈그려 앉은 듯한 자세를 만들기 위해서 발 아래 받침대를 놓는 것도 방법이다. 싱가포르 신장전문의 다리아 새도브스카야 박사는 지난해 "한쪽 다리를 다른쪽 다리 허벅지 위로 올리고 몸통을 회전시키는 자세를 취하면 변이 잘 나온다"는 내용의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자세는 일종의 '셀프 마사지'로 작용해 대변이 더 빠르고 쉽게 나올 수 있게 돕는다"며 "가벼운 변비가 있을 때 아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대변을 볼 때 복식호흡을 하는 것도 좋다. 의식적으로 복식호흡을 하게 되면 복압이 가해지면서 장을 자극해 변이 잘 나오게 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숨을 들이마시면서 횡격막을 상하로 움직여 호흡하게 되는데, 이때 장이 마사지 되면서 위장의 활동이 부드러워지기도 한다. 평소에는 배를 따뜻하게 해 장의 혈액순환을 돕는 게 좋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2-03 08:05:32[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은 추석 이후에도 의료계에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촉구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요지부동이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비공개 만남을 갖는 등 협의체 구성을 위해 안간힘이다. 그러나 의료계가 가진 불만의 화살은 정부를 향한 것이어서 여당이 정부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지 않는 이상 의정 갈등 중재는 어려울 전망이다. 20일 국민의힘은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위해 의료계에 다시금 참여를 당부했다. 신주호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추석 연휴 기간 국민의 높은 시민의식과 의료진의 헌신적 노력으로 응급실 대란을 피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상당수 의료진이 체력적 한계와 정신적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책무를 다하는 의료진의 헌신을 너무나 잘 알기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상 부대변인은 "국민의 불안과 불편을 해소하고 한계에 다다른 의료진의 부담을 덜어드려야 한다"며 "야당까지 참여한 대화의 장이 마련된 만큼, 의료계도 대화의 장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야는 물론 정부도 원점에서 의료개혁 문제를 논할 준비가 돼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위해 정부가 한 발자국 물러나야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데 대해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해서 펼친 게 여야의정 협의체"라며 "그 자체가 한 발 물러선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있어 가장 큰 부담을 안고 있는 한 대표는 국민의힘 지도부에 의료계를 자극하는 언사를 자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정부질문에서 의료 공백 사태와 관련해 전공의가 '첫 번째 책임이 있다'고 발언하면서 의료계가 이에 분노, 여야의정 협의체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자 나온 지시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의료계와의 접촉은 늘리고 있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계 인사들과 일 대 일 대화를 나눈 데 이어 앞서 지난 19일에는 임 회장과 만나 실마리를 찾으려 했다. 다만 협의체 구성까지는 이끌어내지 못한 채 만남이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국민의힘이 정부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다. 한 대표와 의료계는 현재까진 큰 틀에서 의견을 같이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만남이 이뤄지더라도 제자리걸음만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의료계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이기에 결국 국민의힘은 정부와 담판을 지어야 한다. 특히 오는 24일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함께하는 만찬이 예정돼 있어 여야의정 협의체와 관련해 입장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4-09-20 17:19:02[파이낸셜뉴스] 22대 총선 '압승'이란 성적표를 받아든 더불어민주당의 11일 표정은 결연했다. 승리의 기쁨을 즐길 정도로 민생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들어, 낮고 겸손한 자세로 임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국민들의 '정권 심판' 의지를 확인했다는 해석 아래, 윤석열 대통령이 대야관계를 개선하지 않는 한 정부·여당을 상대로 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법 추진에는 강하게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당장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의 재추진을 벼르고 있다. 대권주자로서 탄탄대로로 걷게 된 이재명 대표는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다만 이 대표 주도의 단독 입법활동이 거대야당의 오만이라고 비춰질 경우 언제든 심판의 대상이 뒤바뀔 수 있는 만큼, 국민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는 조언이 나온다. ■'與 참패' 틈 파고드는 野 "기개 보여줘야"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지역구(161석)와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대표(14석)를 합쳐 총 175석을 확보했다. 이는 당초 목표로 삼은 과반의석(151석)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또한 조국혁신당(12석), 새로운미래(1석), 진보당(1석) 을 포함해 '범야권 189석'이라는 대승을 거뒀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을 열고 "이번 총선의 결과는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위대한 승리"라며 한껏 몸을 낮췄다. 이 대표는 여야 정치권 모두가 민생 경제 위기의 해소를 위해 온 힘을 함께 모아야 한다며 여당과 머리를 맞대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이 정부 심판을 위한 행동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측되면서, 여야가 민생 해결을 위해 순조롭게 손 잡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여당 총선 패배의 틈을 파고 들며, 한층 강력해진 단합력으로 각종 특검법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해단식에서 "지난 총선에서 180석을 줬는데 뭐했느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않나. 이번에 또 못하면 준엄한 심판을 받는다고 본다"며 "이번에는 처음부터 당이 단결해서 꼭 필요한 개혁과제를 단호하게 추진하는 의지와 기개를 잘보여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선거운동 내내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 양평 고속도로 의혹,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주가조작 의혹)'를 외치며 정권에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5월 초와 5월 말에 본회의가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계속 특검 관련해서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지를 국민들이 눈여겨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조국과 올드보이, 앞뒤로 우군 생긴 李이런 가운데, 범야권으로 묶이는 조국혁신당이 의외의 돌풍바람을 일으켜 12석을 확보하면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관계설정에도 이목이 쏠린다. 일단 이 대표 입장에서는 조국혁신당의 선전으로 많은 덕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의 추이를 살펴야 한다는 점에서 제1당이 추진하기가 다소 어려운 과감한 개혁을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대신'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선봉장 역할을 자처한 조 대표는 당선이 확정된 이날, 곧바로 서울 서초구 대검찰정을 찾아 '김건희 여사 종합특검법'을 꺼내며 김 여사를 즉시 수사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국혁신당의 공약인 '한동훈 특검법' 추진 역시 조국혁신당이 주도하면 민주당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구도가 가능해졌다. 또한 친명계가 대거 원내에 입성하면서 이 대표의 당내 입지가 탄탄해진 점도 22대 국회의 관전 포인트다. '올드보이' 박지원·정동영 당선인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의 활약은 '민주화 세력'의 뒷받침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점에서 이 대표에게 '앞 뒤로 우군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번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하면 곧바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경고성 예측도 있다. 김상일 평론가는 "앞으로 해 나가는 모습이 윤 정권과 다를 바가 없다면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다"며 "특히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진영이나 이익을 위해 입법을 밀어 붙이는 모습을 보이면 그 역시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4-04-11 16:29:40[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중국 초나라 때 영왕(靈王)이 통치하는 시절이었다. 그런데 영왕은 뭐든지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고질병이 있었다. 사람 또한 외모로만 판단했다. 특히 허리가 가늘고 잘록한 궁녀들을 선호하고 칭찬했고 가느다란 허리를 가진 궁녀를 보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내관들이 왕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가죽띠를 가지고 불시에 궁녀들의 허리둘레를 재서 일정 굵기를 벗어나면 궁 밖으로 쫓아냈다. 그리하여 궁녀들은 필사적으로 허리를 가늘게 만들고자 했다. 문제는 궁녀들이 가는 허리를 만들고자 굶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팔다리까지 가늘어져 노동력을 상실할 지경이었다. 궁녀들은 작은 물항아리 하나 들어 올리지 못했고, 허리를 구부려 빗자루질조차 하기 힘들어했다. 먹는 것이 없으니 변비가 심해서 며칠 동안 배변을 보지 못했다. 궁녀들은 궁의 태의원 의관을 찾아 “허리에 힘을 줄 수 없고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혹은 “대변이 조시(燥屎)처럼 나옵니다.”라고 하소연을 했다. 조시(燥屎)란 염소똥처럼 나오는 대변을 말한다. 의관은 “이것은 못 먹어서 생긴 위병(痿病)이니 잘 먹어야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궁녀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잘 먹으면 허리가 굵어지기 때문이었다. 의관은 이를 심각하게 여겼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영왕에게 고했다. “의서를 보면 허리는 신지부(腎之府)라고 해서 바로 콩팥의 집이 됩니다. 만약 허리를 너무 가늘게 하면 콩팥이 기거할 집이 없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콩팥은 단지 소변만을 보게 하는 장기가 아니라 정기(精氣)를 쌓고 보충해서 생명력을 유지하는 장기입니다. 지금 궁녀들을 보면 허리를 굽히고 돌리지는 못하고 있으니 이것은 콩팥의 집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게다가 무릎은 근지부(筋之府)로 근육의 집인데, 허리가 무너지면 결국 허리를 떠받치는 무릎까지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집이 무너지는데 어떻게 기둥이 버틸 수 있겠습니까? 잘록한 허리를 선호하심을 버리셔야 합니다. 그래야 궁녀들이 살 것이고 왕의 궁이 지탱할 것입니다.”라고 충언했다. 그러나 영왕은 이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결국 궁녀들은 굶어서 허리를 가늘게 만들고자 해서 영양실조로 인해서 많은 궁녀들이 죽어 나갔다. 영왕이 궁녀의 가는 허리를 좋아했다는 소문이 퍼져 ‘궁요(宮腰)’라는 말까지 생겼다. 시간이 지나도 영왕의 외모를 중시하는 고질병은 고쳐지지 않았다. 어느 날, 초나라에 이웃나라인 제나라 안영(晏嬰)이 사신으로 왔다. 그런데 안영은 키가 아주 작았다. 성문을 지키는 위병들이 안영의 볼품없이 작은 키를 보고서는 큰 문이 아니 옆의 쪽문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왕이 그러니 신하나 백성들도 외모를 보고 업신여긴 것이었다. 그러나 안영은 “이 문은 개가 드나드는 문인 것 같은데, 내가 지금 쪽문으로 들어간다면 이 안은 개가 사는 것이 곳이 분명할 것이요.”라고 했다. 그러자 위병들이 깜짝 놀라서 다시 큰 문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안영이 영왕을 알현했다. 영왕은 이미 성문에서의 일을 보고 받았다. 자신의 백성을 개에게 비유한 안영이 괘씸했다. 그런데 영왕이 보기에도 안영은 키가 작고 외모가 형편없었다. 그래서 “제나라에는 인물이 없는 모양이요. 어찌 당신 같은 외모를 가진 이를 사신으로 보낼 수 있단 말이요?”하고 놀리듯이 말했다. 영왕의 비웃음에 안영은 “제나라에도 많은 인물이 넘쳐나니 어찌 인물이 없겠습니까?”라고 했다. 그러자 영왕은 “그럼 어떻게 해서 그대처럼 작은 사람이 사신이 된 것이요?”라고 물었다. 안영은 잠시 뜸을 들이고서 무언가 결심한 듯이 “제나라에서는 사신을 임명할 때 각각 그 왕에게 맞춰서 보냅니다. 현명한 자는 현명한 왕에게 사신으로 가고, 키가 작은 자는 역시 그러한 왕에게 사신으로 갑니다. 왕의 모습은 제가 오늘 처음 알현하나, 제 모습이 이러함은 어찌하면 해석하면 좋겠습니까?”라고 했다. 영왕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영왕은 잠시 신하들과 논의를 했다. “안영은 외모와 달리 제나라의 달변가다. 내가 그를 욕보이고 싶은데, 어찌하면 좋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한 명의 신하가 “조금 있다가 제가 한 명을 포박해서 데리고 올테니, 왕께서는 ‘이자는 누구인가?’하고 묻기만 하시면 됩니다.”라고 했다. 영왕이 안영과 함께 연회를 베풀며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위병들이 누군가 한명을 포박해서 끌고서 연회장 곁을 지나치고 있었다. 영왕이 “그 자는 누구냐?”라고 묻자, 위병이 “이 자는 제나라 사람인데, 도둑질을 해서 이렇게 잡아 왔습니다.”라고 한 것이다. 그러자 영왕이 눈치를 채고 안영을 보고서는 “제나라 사람은 도둑질을 잘 하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옆나라에까지 와서 도둑질을 하다니요?”라고 물었다. 안영은 당황하지 않고 “옛말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귤은 회수(淮水) 남쪽에서 자라면 귤이 되지만, 회수 북쪽에서 자라면 탱자가 된다고 합니다. 그 까닭은 무엇이겠습니까? 물과 땅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희 제나라 백성들은 제나라에서 자라면 도둑질을 하지 않지만, 초나라에 들어오면 도둑질을 합니다. 이는 초나라의 물과 땅이 백성들로 하여금 도둑질을 하게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했다. 회수는 황하와 장강의 사이를 동서로 흐르고 있는 강을 말하는데, 그 남쪽은 평평한 저지대이면서 따뜻하고, 그 북쪽은 산악지대가 많고 서늘하다. 그러니 회수를 기준으로 풍토가 달라진다고 한 것이다. 영왕은 겸연쩍게 웃으면서 “모름지기 성인과는 농담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과인이 이를 어겨 손해를 보았구려.”라고 했다. 영왕은 ‘안영은 내가 상대할 인물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안영이 제나라로 되돌아가고 나서 영왕은 의관을 불렀다. “귤과 탱자는 약으로도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안영이 말하길 정말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하는데, 그 말이 사실이냐?” 의관은 “안영이 말한 것은 바로 주례(周禮)에 나옵니다. 주례에는 ‘귤이 회수를 넘어 북쪽으로 가면 탱자가 된다.’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강남에는 탱자와 귤 모두 있지만, 강북에는 탱자만 있고 귤은 없습니다. 그러나 회수 강남의 귤나무를 강북에 심는다고 탱자로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원래 별다른 종이지 변화한 것과는 관련이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영왕은 “내가 이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덜 민망했겠구나.”라며 탄식했다. 의관은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뭐든지 외모로만 평가하는 왕에게 다시 한번 충언할 기회였다. “왕께서는 귤과 탱자가 있다면 뭐를 집어 드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나 영왕은 “귤과 탱자는 모양이 비슷하나, 향을 맡아 보고서는 당연히 향이 좋은 귤이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그러자 의관은 “귤은 달고 탱자는 맛이 쓰고 시어서 사람들이 모두들 귤을 집어 듭니다. 이것이 인지상정이지요. 그러나 탱자에는 귤에 없는 효능이 있습니다. 흉격과 명치의 막힌 기운은 탱자가 아니면 뚫리지 않습니다. 또한 대소장을 통하게 하고 피부의 풍기를 제거해서 가려움증을 없애는 데는 최고입니다. 이것은 귤에는 없는 효능입니다. 그러니 탱자를 보고서 맛이 쓰다고 무시해서는 안됩니다.”라고 했다. 의관은 이어서 “따라서 사람도 외모만을 중시하거나 겉모습만을 보고 그 능력을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신하들은 능력도 없으면서 군주가 좋아하는 것에 맞춰서 아첨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군주가 좋아하는 것을 쫓아 자신을 꾸미고자 합니다. 따라서 군주는 선호하는 바에 신중해야 합니다. 요즘 궁 밖에서는 ‘궁요(宮腰)’라는 노래가 비웃음거리로 떠돌고 있다고 합니다.”라고 했다. 영왕은 깨달은 바가 있었는지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지 외모만 보고서 판단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보잘 것 없고 못 생겨도 그 내면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놀라운 가치로움이 있다. 미추(美醜), 진정한 아름다움과 추함의 기준은 외모가 아니라 내면에 있다. * 제목의 〇〇은 탱자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한비자(韓非子):이병(二柄)> 故越王好勇而民多輕死; 楚靈王好細腰而國中多餓人; 齊桓公妬而好內, 故竪刁自宮以治內; 桓公好味, 易牙蒸其子首而進之; 燕子噲好賢, 故子之明不受國. 故君見惡, 則群臣匿端; 君見好, 則群臣誣能. 人主欲見, 則群臣之情態得其資矣. (고로 월왕이 용기 있는 자를 좋아하니 민중 가운데서 왕의 비위를 맞추려고 죽음도 무릅쓰는 자가 많이 나타났다고 하고, 초나라의 영왕이 미인을 좋아하자 나라 안의 여자들이 다투어 맵시를 내려고 절식하여 굶어 죽는 자가 많이 나타났다. 연나라왕 자괘는 현인을 좋아했기 때문에 재상 자지는 왕이 나라를 이양하겠다고 하자 싫은 체하다가 나중에 빼앗아 버렸다. 그러므로 군주가 싫어하는 것을 보이면 신하는 속셈을 감추며 군주가 좋아하는 것을 보이면 신하는 능력도 없으면서 잘난 체하게 된다. 군주의 욕망이 분명해지면 신하는 그 욕망에 따라 갖가지 자세를 취한다.) <안자춘추(晏子春秋)> 〇 晏於使楚, 以晏子短, 楚人爲小門於大門之側而延晏子, 晏子不八, 曰使狗國者, 從狗門入, 今臣便楚, 不當從此門入, 俯者更道, 從火門入. 見楚王, 王曰齊無人耶, 使子爲使. 晏子對曰, 臨淄三百閭, 張快成陰, 揮汙成雨, 比肩繼踵而往, 何爲無人. 王曰然則子河爲便乎, 晏子對曰, 齊命使, 各有所主, 膳賢者使便賢王, 不肖者使使不肖王, 嬰最簫肖, 故苴使楚矣. (안자가 초나라에 사신으로 갔는데, 안자의 키가 작은 것을 보고 초나라 사람들이 큰 문 옆에 있는 작은 문으로 들어오게 하였다. 안자가 들어오지 않고 말하길, “개의 나라에 사신으로 간 자는 개가 들어가는 문으로 들어가지만, 지금 신은 초나라에 사신으로 왔으니 마땅히 이 문으로 들어갈 수 없소.”라고 말했다. 대접하는 자가 길을 바꾸어 큰 문으로 들어오도록 하였다. 안자가 초왕을 알현하자 초왕이 말하길, “제나라에는 인물이 없소? 그대를 사신으로 보내다니요?”라고 하자, 안자가 답하기를 “제나라의 임치는 300여나 되며 옷소매를 펼치면 그늘을 이루고, 땀을 흩뿌리면 비를 이룹니다. 어깨가 마주 닿고 발꿈치가 이어지고 있는데, 어찌 인물이 없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초왕이 말하기를 “그런데 어찌 그대가 사신이 되었소?”라고 하니, 안자가 답하길, “제나라에서는 사신을 임명할 때 각각 그 군주에 맞추도록 합니다. 현명한 자는 현명한 군주에게 사신으로 가고, 불초한 자는 불초한 군주에게 사신으로 갑니다. 저 안영은 가장 불초하므로 마땅히 초나라에 사신으로 왔습니다.”라고 했다.) 〇 晏於將至楚, 楚聞以, 謂左右曰, 晏嬰, 齊之習辭者也. 今方來, 吾欲辱以, 何以也. 左右對曰, 爲其來也. 臣請縛一人, 過王而行. 王曰河爲者也, 對曰齊人也. 王曰何生, 曰坐盜. 晏子至, 楚王賜晏子酒. 酒酣, 吏二縛同人詣王, 王曰縛者曷爲者也. 對曰齊人也, 坐盜. 王視晏子曰, 齊人固善盜乎, 晏於避席, 對曰, 嬰聞之, 橋生淮南則爲橘, 生於淮北則爲枳. 業徒相似, 其寶味不同. 所以然者何? 水土異也. 今民生長於齊不盜, 入楚則盜, 得無楚之水土, 便民善盜耶. 王笑曰, 聖人非所與嬉也. 寡人反取病焉. (안영이 장차 초나라에 도착하자 초왕이 이 소식을 듣고 측근에게 일러 말하기를 “안영은 제나라의 달변가다. 이제 우리나라에 오니 나는 그를 욕보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라고 했다. 측근이 답하기를 “그가 오게 되면 제가 한 사람을 포박하여 왕의 앞을 지나 걸어가겠습니다.”라고 했다. 왕이 말하기를 “무엇을 한 자이냐?”하니, 대답하여 말하길. “제나라 사람입니다.”라고 했다. 왕이 말하길, “무슨 죄를 지었느냐?”하니, 말하길, “도둑질 한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했다. 안자가 도착하자, 초왕은 안자에게 술을 주었고, 술자리가 무르익자 관리 두 사람이 한 사람을 포박하여 왕에게 다가왔다. 왕이 말하길, “포박된 자는 어찌 된 놈이냐?”라고 하니, 대답하여 말하길, “제나라 사람인데, 도둑질을 한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했다. 왕은 안자를 바라보며 말하길, “제나라 사람은 원래 도둑질을 잘 하오?”라고 했다. 안자는 자리를 피하며 말하길,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귤은 회수 남쪽에서 자라면 귤이 되지만, 회수 북쪽에서 자라면 탱자가 된다고 합니다. 단지 잎은 서로 비슷하지만 그 과실의 맛은 같이 않습니다. 그리되는 까닭은 무엇이겠습니까? 물과 땅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백성들이 제나라에서 자라면 도둑질을 하지 않지만, 초나라에 들어오면 도둑질을 합니다. 이는 초나라의 물과 땅이 백성들로 하여금 도둑질을 하게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했다. 초왕은 웃으면서 말하길, “성인과는 농담을 하면 안되는데, 과인이 이를 어겨 손해를 보았구려.”라고 했다.) <동의보감> 五藏者, 身之强也. 중략. 腰者, 腎之府, 轉腰不能, 腎將憊矣. 膝者, 筋之府, 屈伸不能, 行則僂俯, 筋將憊矣. 骨者, 髓之府, 不能久立, 行則振掉, 骨將憊矣. 得强則生, 失强則死. (오장은 몸을 튼튼하게 한다. 중략. 허리는 콩팥의 집이다. 허리를 돌리지 못하는 것은 신장이 무너지려는 것이다. 무릎은 근육의 집이다. 구부리고 펴는 것을 하지 못하고, 걸을 때면 몸이 구부러져서 펴지 못하면 근이 무너지려는 것이다. 뼈는 골수의 집이다. 오래 서 있지 못하고 걸어갈 때 몸을 흔드는 것은 골이 무너지려는 것이다. 오장이 강하면 살고, 오장이 강하지 못하면 죽는다.) <본초강목> 藏器曰, 本經枳實用九月, 十月, 不如七月, 八月, 旣厚且辛. 舊云江南爲橘, 江北爲枳. 周禮亦云, 橘逾淮而北爲枳. 今江南枳, 橘俱有, 江北有枳無橘. 此自別種, 非關變易也. (진장기 신농본초경에서 “지실은 9월과 10월에 채취한다고 하였지만 7월과 8월에 채취한 것만 못한데, 두꺼워져서 맛이 맵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강남에서는 귤이 되고, 강북에서는 탱자가 된다’라고 말하였고, 주례에서도 ‘귤이 회수를 넘어 북쪽으로 가면 탱자가 된다.’라고 하였다. 지금 강남에는 탱자와 귤 모두 있지만, 강북에는 탱자만 있고 귤은 없다. 이것은 원래 별다른 종이지, 변화한 것과는 관련이 없다.”라고 하였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3-09-06 15:37:3736세 젊은 바람 정치권 강타 대선 앞두고 여야 모두 주시 출사표에서 "비겁하지 말자" 기득권 연공급제 타파야말로 진정한 용기를 보여줄 기회 [파이낸셜뉴스] 이준석 후보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보네요. 보수색 짙은 국민의힘에서 서른여섯살 0선 당원이 당대표에 도전하다니요. 게다가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라구요? 경천동지할 일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유쾌한 반란을 꿈꾼다'는 글을 올렸다죠? 김종인 전 국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40년생입니다. 1985년생인 이 후보님과 45년 차이가 납니다. 만약, 만약에 말이죠, 이 후보님이 국힘 당대표가 된다면 세계 정당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 되지 않을까요? 정당 대표 자리가 81세에서 36세로 껑충 건너뛰는 격이니까요. 과연 될 수 있을까요? 누가 알겠습니까?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하면 6·11 본선에서 당원(70%), 일반시민(30%) 선택으로 결판이 나겠지요. 당대표 후보 중에는 쟁쟁한 이름이 즐비합니다. 50대 초반 초선들의 활약도 만만찮아 보입니다. 당대표가 되든 안 되든 이 후보님의 도전은 한국 보수당사(史)에 진기록으로 남을 겁니다. ◇영국 캐머런과 닮은꼴 이 후보님을 보니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떠오릅니다. 캐머런은 1966년생으로 2005년, 곧 39세에 보수당 지도자가 됐습니다. 이어 2010년 44세에 총리가 됐구요. 역대 최연소 총리 기록입니다. 영국 보수당이 어떤 곳입니까? 무려 200년 생명력을 이어온 전통 있는 정당입니다. 캐머런이 당권 도전장을 던지자 역시 경험이 얕다는 비판이 쏟아집니다. 캐머런은 이같은 열세를 전당대회에서 원고 없는 연설로 단박에 역전시킵니다. 캐머런은 이때 "보수당원이 되는 것을 다시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하겠다, 보수당의 새로운 세대를 열겠다"고 약속합니다. 당시 보수당은 노동당 출신 토니 블레어 총리의 그늘에 묻혀 있었거든요. 보수당 의원들과 당원들은 이런 캐머런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죠. 캐머런은 2001년(35세)부터 의원 생활을 했습니다. 그에 비하면 이 후보님은 비록 최고위원(미래통합당)은 했지만 의정 경험은 더 얕다고 볼 수 있죠. 경험 미숙은 전당대회가 끝날 때까지 족쇄처럼 이 후보님을 따라다닐 겁니다. ◇출사표를 읽어보니 이 후보님이 발표한 출마선언문을 세번 읽었습니다. 비겁하지 말자는 말이 가장 가슴에 와닿습니다. 당내 일부 세력이 작년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할 때 이를 바로잡지 못한 것, 박근혜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경종을 울리지 못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네요. 모든 것을 개방하자는 말도 울림을 줍니다. 주요 당직에 경쟁선발제를 도입하겠다, 청년·여성·호남 할당제를 하지 않겠다, 공직선거 후보자에게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유사한 최소한의 자격을 요구하겠다고 하셨죠. 내년 지방선거를 꿈꾸는 국힘 후보자들, 공부 좀 하셔야겠어요. 마지막으로 이 후보님은 "더 자세한 공약과 정견은 꾸준히 여러 경로로 알리겠다"고 하셨어요. 그 중 한가지를 제가 제안할까 합니다. 청년들의 귀가 솔깃할 제안입니다. 그러나 실력이 들통날 수도 있는 무거운 제안입니다. ◇연공급제 타파라는 십자가 젠더 갈등에 관한 제안이냐구요? 아닙니다. 그 문제는 지금처럼 진중권 전 교수와 잘 풀어가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 후보님이 기업 연공급제 타파의 십자가를 짊어지셨으면 합니다. 연공급제는 나이가 벼슬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호봉이 저절로 올라갑니다. 현대차 사례를 볼까요.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9만9000원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추가로 호봉승급분 2만8000원이 따로 있습니다. 호봉승급분은 근속연수에 따라 자동으로 오릅니다. 노조는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4세로 높여달라는 요구도 잊지 않았습니다. 호봉이 자동으로 오르고 정년이 늘어나면 기업은 어떤 대책을 세울까요? 한정된 임금 총액에서 기존 정규직 노조원들이 가져가는 비중이 커지면 기업은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는 채용을 해도 비정규직으로 뽑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쉽게 정리할 수 있거든요. 결국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많이 가져갈수록 노동시장 밖에 있는 청년이 기회를 박탈당하는 구조인 셈이죠. 서강대 이철승 교수(사회학)는 저서 '쌀 재난 국가'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 불평등 문제의 핵심에는 바로 연공제가 자리하고 있다"고 잘라말합니다. "상층 대기업 위주 임금 상승 투쟁을 통한 급격한 임금 인상은 하청업체와 비정규직의 임금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연공제는 "노동시장 상위 20%와 하위 80% 노동자들 간의 임금 불평등을 확대하는 주요 메커니즘"이라는 말도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교수는 "한국의 상층 임금 노동자 그룹은 '연공제 담합 연대'"라면서 "이 위계 구조의 핵인 연공제는 조용히 은퇴시킬 때가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연공제의 대안은 직무급제입니다. "조직에서 더 일 잘하는 자, 더 힘든 일을 하는 자,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자에게 더 많은 책임과 보상이 돌아가야 공정한 시스템"이라는 겁니다. 한마디로 나이가 벼슬인 시대는 지났다는 거죠. 직무급제는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공정과 잘 통합니다. 문제는 연공급제 타파가 세상 그 어떤 일보다 힘들 거라는 겁니다. 문재인정부도 입을 꼭 다물고 있죠. 연공급제를 건드리면 민노총, 한노총과 한판 붙자는 말이나 진배 없거든요. 집권 과정에서 문 정부는 노조 덕을 봤습니다. 그러니 한 배를 탈 수밖에요. 진짜 곤란한 것은 노조의 주장에도 꽤 일리가 있다는 겁니다. 아시겠지만 한국은 전형적인 저부담·저복지 국가입니다. 사회안전망이 성글기 때문에 직장을 나오는 순간 소득이 끊기거나 푹 줍니다. 그러니 일자리에 목을 매고, 임금 상승에 목을 매고, 정년 연장에 목을 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후보님이 연공급제 타파의 선두에 서주길 당부합니다. 이는 세상을 향해 '이준석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이기도 합니다. 노조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국힘 당사 앞도 시위로 시끄러울 겁니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합니다. 노조를 설득하면서 연공급제를 직무급제로 전환하는 묘수를 찾길 바랍니다. 그게 이 후보님이 대변하는 청년을 위한 길이니까요. 힘들다고 외면하면 그야말로 비겁한 태도가 될 겁니다. ◇거품 빼고 실력으로 승부하길 이 후보님는 출사표에서 파부침주, 곧 솥을 깨고 배를 가라앉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국힘은 죽을 각오로 내년 대선에 임해야 합니다. 이 후보님께 한번 더 당부합니다. '이준석 현상'에는 거품이 끼어 있어요. 이제 파부침주의 자세로 실력을 보여줄 때입니다. 연공급제는 직장판 장유유서라고 할 수 있지요. 이걸 타파하겠다고 약속해주세요. 사실 이건 실력 이전에 용기의 영역에 속합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여태껏 어느 정치인도 연공급제와 제대로 싸운 적이 없습니다. 비겁함을 물리치는 이 후보님의 참 용기를 기대합니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2021-05-26 09:39:19[파이낸셜뉴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직속 수석비서관 5명이 ‘전원 사퇴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부동산 논란 등에 따른 심각한 민심 이반에 대한 책임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불신과 청와대 고위 참모진들의 다주택 처분 과정서 불거진 잡음, 여권내 잇따른 악재 등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7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비서실 소속 수석비서관 다섯 명 전원이 오늘 오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괄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참모진의 집단 사의 표명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5명의 수석비서관은 정무 강기정, 민정 김조원, 국민소통 윤도한, 인사 김외숙, 시민사회 김거성 수석 등이다. 노 실장을 비롯해 김조원 수석, 김외숙 수석, 김거성 수석 등은 청와대내 다주택 보유 참모진으로 분류된다. 노 실장을 제외하곤 당초 매각 권고 시점이었던 지난달 말까지 주택 처분을 하지 못했다. 특히 김조원 수석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주택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져 ‘꼼수 매물’ 논란까지 일으켰다. ‘매각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가 김 수석의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는 ‘성차별 논란’도 불거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날 김 수석의 아파트 매매 관련 보도를 해명하며 “처분 노력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힌 뒤 “통상 부동산 거래를 할 때 얼마에 팔아 달라는 걸 남자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 김 수석은 '복덕방에 내놓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부인을 탓하는 것이냐’는 지적과 함께 성차별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노 실장의 ‘반포아파트 매각’ 발표 과정에서 불거진 ‘똘똘한 한 채’에 이어, 대언론 및 대국민 소통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청와대 참모진들의 ‘부동산 논란’은 국민들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불만에 더해 여론 악화로 직결됐다. 이날 여론조사 전문회사인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지난주와 같은 44%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평가는 지난주(45%)보다 1%p 상승한 46%로 조사됐고 10%는 의견을 유보했다. 9주 연속 하락세는 주춤했지만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데드 크로스' 현상은 3주 연속 이어졌다. 긍정평가 이유로는 '코로나19 대처'(24%)가 1위를 차지했고, '최선을 다함/열심히 한다'(9%), '전반적으로 잘한다'(8%), '부동산 정책'(7%) 등이 뒤를 이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이 33%로 압도적인 비율과 함께 5주째 1위에 올랐다. 이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11%),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9%), '독단적/일방적/편파적'(8%), '인사(人事) 문제'와 '북한 관계'(이상 4%) 등을 꼽았다. 이번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3.1%p(95% 신뢰수준)에 응답률은 12%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사의 표명 이유는)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라면서도 ‘부동산 정책에 따른 비판 여론이냐’는 질문에는 “노영민 실장께서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만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할 지도 관심사다. 분위기 쇄신용으로 인사를 활용하지 않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국정 공백 등을 감안하면 ‘일괄 수용’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려' 가능성도 나오지만 악화일로의 여론 및 비서실 개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던 점을 감안한다면 ‘일부 교체’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앞서 청와대 안팎에서는 당초 지난 3일부터 예정됐던 문 대통령의 하계 휴가 이후 수석급을 포함한 비서진 개편이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사의를 수용할 지 여부는 대통령께서 결정하실 것이고, 시기나 이런 모든 것들 또한 역시 대통령께서 판단하실 내용”이라고 말을 아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2020-08-07 15:17:55[파이낸셜뉴스] 청와대는 13일 장금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대북 전단(삐라) 관련 대남 비방에 대해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단에 보낸 공지메시지를 통해 "장금철 통전부장 담화 관련해서 청와대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제1부부장 담화의 연장선인데다 촉구성 메시지의 의미가 강하고, 청와대가 지난 11일 대북 전단에 대한 '엄정 대응'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만큼 추가 대응이 불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로키(Low key·절제된 대응) 전략'으로 보인다. 앞서 장 통전부장은 전날 오후 11시48분경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본인 명의의 담화에서 "이미 남조선 당국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 났다"며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 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통전부장은 "지금까지 남조선 당국이 말이야 얼마나 잘 해왔는가"라고 힐난하면서 "자기가 한 말과 약속을 이행할 의지가 없고 그것을 결행할 힘이 없으며 무맥무능했기 때문에 북남관계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라고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우리 정부 탓으로 돌렸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남조선의 보수패당은 '대북 저자세'와 '굴복, 굴종'을 운운하며 당국을 향해 핏대를 돋구고 있는가 하면 인간추물들은 6·15에도, 6·25에도 또다시 삐라를 살포하겠다고 게거품을 물고 설쳐대고 있다"며 "뒷다리를 잡아당기는 상전(미국)과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으며 집 안에서 터져나오는 그 모든 잡음을 어떻게 누르고 관리하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대북전단 금지법 제정과 관련해서도 "이미 있던 법도 이제 겨우 써먹는 처지에 새로 만든다는 법은 아직까지 붙들고 앉아 뭉개고 있으니 그것이 언제 성사돼 빛을 보겠는가"라며 "그렇게도 북남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진심으로 우려했다면 판문점 선언이 채택된 이후 지금까지 2년이 되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런 법 같은 것은 열번 스무번도 더 만들고 남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최근의 대남 비방이 남북 정상간 합의 사항의 이행 부족에 따른 것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장 통전부장은 그러면서 "청와대와 통일부, 집권여당까지 총출동해 백해무익한 행위니, 엄정한 대응이니 하고 분주탕을 피우면서도 고작 경찰나부랭이들을 내세워 삐라 살포를 막겠다고 하는데 부여된 공권력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그들이 변변히 조처하겠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며 "뒤늦게 사태 수습을 한 것처럼 떠들지만 어디까지나 말 공부에 불과한 어리석은 행태로만 보인다"고 비꼬았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2020-06-13 13:39:55‘EMI클래식’의 122년 전통을 잇고 있는 ‘워너클래식’은, 임동혁과 임현정, 지용에 이어 역사상 네 번째로 한국인 피아니스트 김두민의 데뷔 리사이틀 앨범을 8월 발매한다. 주인공은 SBS ‘영재발군단’에 소개된 올해 만 16살에 불과(?)한 피아니스트 김두민이다. 그 어떤 한국인 피아니스트보다 어린 나이에 세계 동시 발매되는 인터내셔널 앨범을 출시하게 됐다. 예술의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 출신인 그는 이후 영재로 추천돼 이태리의 명문 음악원 ‘이몰라 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2016년 프랑스 명문 음악원인 ‘파리 에콜 노르말 드 무지크 드 파리(이하 에콜 노르말)에 18세 이상 입학가능한 음악원의 오랜 학칙을 깨고 만 13살에 전액 장학금을 받는 파격적 조건으로 입학했다. 지난해 에콜 노르말의 학사과정을 전체 수석으로 마쳤고, 현재 석사 과정 중에 있다. 김두민은 8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2017년에 누구인지 모를 두 사람이 제 연주를 듣고 싶다고 했고, 그 일이 있고 한 달 뒤 워너클래식의 정식 제안을 받고 매우 당황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제 연주가 CD로 나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 연주를 녹음할 수 있는 값진 기회라고 판단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부담감과 책임감이 생겼지만,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청객에게 제 음악을 들려준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그는 같은 해 10월, 파리 근교의 스튜디오에서 멘델스존의 피아노 작품들을 녹음했다. 멘델스존에 대해 “요즘 말로 종합 음악인”이라며 “지휘자이자 오르가니스트, 피아니스트였던 그는 음악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작곡했다. 다양한 색채, 캐릭터가 특징”이라고 말했다. “낭만주의 작곡가지만 작곡 기법은 고전주의의 영향을 받았죠. 고전주의의 사고를 기초로 해 낭만주의 감성을 쌓았고, 저 역시 다양한 작곡 기법이 들어있는 그의 음악적 특징을 살리며 연주하려 노력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그는 “음악을 제 식대로 흘러 보낸다는 느낌으로 연주한다”고 설명했다. “연주할 때 제가 어떤 제스처를 취하는지는 의식하지 않는다. 제3자의 입장에서 제 소리를 들으려고 애쓰며, 또 피아노 소리를 조절한다기보다 그냥 음악을 느끼면서 흘러 보낸다는 느낌으로 연주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어린 시절 비단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영재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피아노를 선택한 이유는 무얼까? “방송에서도 말했었는데, 피아노가 절 선택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한쪽 눈이 안보여 스트레스가 컸는데, 그게 음악을 하면서 풀린 것 같아요. 음악이 정신에 영향을 주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 피아노를 치겠다고 부모께 이야기할 때만 해도 그저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단다. 피아노를 전공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이듬 해 피아니스트 백건우 연주를 듣게 되면서다. “어머니가 저를 포기시키려고 피아노를 전공하려면 저렇게 연주해야 한다고 보여주기 위해 데려가셨죠. 근데 의도와 반대로 연주를 듣고 목표가 생겼어요. 그날부터 백건우 선생님을 롤모델로 삼고 지금까지 연주하고 있습니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진짜 예술가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소리로 예술하는, 진짜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십대가 되면 작곡과 지휘공부도 하고 싶다”고 바랐다. “콩쿠르에 나갈 의사도 물론 있습니다. 제 실력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기회고, 무엇보다 심사위원들이 제 연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의 심사평을 듣고 싶습니다.” 만 14살에 녹음한 데뷔 앨범이 2년이 지난 8월 출시되는데 첫 앨범에 만족할까? 그는 당차게 “수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4번 들었는데, 최선을 넘어선 녹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 해석과 차이가 있고, 기술적으로 부족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 지금보다 더 순수한 마음일 때 나온 음악이라는 데 더 가치를 두고 싶습니다.” 그는 부연했다. “10대에 음반을 내는 사례는 드물지요. 당시 제 부족한 부분을 고치기보다 제가 잘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10대이기에 표현할 수 있는, 그 나이에 맞는 순수함을 표현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는 피아노 연주자로서 왼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불리함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핸디캡을 극복하는 자세도 프로 못지않았다. “시야가 좁은 건 핸디캡이 맞습니다. 시야확보 문제로 미스가 나면 그 부분은 눈을 감고 연습합니다. 악보는 어릴 적부터 외워왔습니다.” 멘델스존 곡으로 데뷔 앨범을 채웠지만, 오는 9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예정된 첫 리사이틀은 멘델스존과 베토벤을 함께 연주한다. “베토벤은 저와 정서가 가장 잘 맞는 작곡가입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다, 그를 대변하는 이 문장에 공감하고, 그걸 연주로 표현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자신의 약점을 딛고 운명처럼 다가온 피아노로 자신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김두민이 제2의 백건우가 되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19-08-08 13:55:54모처럼 호야와 산책하기 위해 집 앞 탄천으로 향했다. 호야는 올해로 5살이 되는 포메라이언 수컷인데 산책하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목줄을 길게 늘어뜨려주면 신나서 여기 저기 냄새를 맡으면서 나오지도 않는 소변을 찔끔찔끔 뿌리고 다닌다. 아주 자연스럽고 건강한 모습이다. 한참을 산책하고 있는데, 한 자리를 빙빙 돌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의 반려견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로 봐서는 배변을 하기 위해 자리를 잡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변은 나오지 않고 아이는 계속 돌면서 힘만 주고 있었다.어느 정도 시간이 더 지나고 나서야 간신히 배변을 하기 시작했는데, 아이의 체구에 비해 직경이 훨씬 큰 마른 진흙이 갈라지고 부서지는 듯한 변을 보기 시작했다. 한동안 변을 보면서 신음 소리를 내기도 했다. 변 끝에는 점액과 혈액도 보였다.왜 이런 변이 나왔을까? 보호자에게 다가가 물어봤더니 밤새 뼈가 들어있는 음식 쓰레기통을 뒤졌다고 한다. 뼈는 소화가 잘 되지 않아 그대로 장을 통과하기 때문에, 변비를 유발하고 큰 조각들이 그대로 넘어갈 경우 장을 다치게 하거나 장을 막을 수 있다. 장이 막힐 경우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 또한 뼈를 씹다가 잇몸을 다치거나 치아가 부러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가능하면 뼈를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들의 대변은 건강 문제를 체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변의 색깔, 내용물, 경도(딱딱함 정도), 변 표면의 코팅 막 존재 여부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강아지의 대변 색깔은 최근 먹은 음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건강한 강아지는 보통 전형적인 갈색을 띤다. 그리고 어느 정도 딱딱한 경도(놀이용 진흙과 비슷한 정도로 딱딱하고 휴지로 집을 경우 바닥에 물기가 묻을 정도가 정상이다)로 내용물에 이물이 없고 변 표면에 점액 같은 물질이 묻어 있지 않다면 정상이다. 그럼 건강의 적신호를 나타내는 변의 상태는 어떠할까? 변의 내용물에 털 뭉치, 다양한 이물(머리카락, 풀, 플라스틱, 돌 조각, 천 등) 등은 직접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다. 변에서 털 뭉치가 나오는 경우, 알러지, 피부질환, 스트레드 등 가려움을 유발하는 원인에 의해 과도하게 그루밍을 하면서 털을 섭취했을 가능성이 있다. 내용물에 이물질이 확인되었다면, 장내 잔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병원에 방문해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장 내 이물은 응급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변 표면에 점액이 코팅 되어 있다면 대장의 염증을 의심해야 한다. 하루 정도 경과 후 증상이 가벼우면 스스로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건강 상태에 따라 대변의 색깔도 다르다. 검거나 암적색의 변은 위장이나 소장의 출혈을 의심해야 한다. 흔히, 부주의로 방치한 타이레놀 또는 아스피린 같은 약물을 먹은 후 궤양성 출혈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상부 위징관에서 흘러나온 혈액은 소화과정을 거치면서 검거나 암적색으로 변하게 된다. 빨간 선혈이 섞인 변은 대장, 직장, 또는 항문 주변 출혈을 의미한다. 간 또는 담낭 질환이 있을 경우 노란색-오렌지색의 변을 보이고, 산책 시 풀을 많이 섭취할 경우 녹색의 변을 보는 경우도 있다. 소화와 흡수 장애가 있을 경우, 기름진 회색 변을 보인다.소화에 관여하는 췌장이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이런 변을 본다. 다량의 혈액성 수양성 설사는 흔히 출혈성 위장염을 의미하며,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이 될 수 있으니 바로 병원에 내원해야 한다. 평소와 다른 분변 색깔은 질병의 발생 가능성을 얘기해주는 지표이기 때문에 병원에 내원해서 정확한 원인 진단을 해야 한다. 이때 신선한 분변을 소량 채취해서 가져간다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아이들의 분변 상태는 건강에 대해 많은 것을 얘기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아이들의 분변 상태를 잘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보호자가 될 수 있다. 평소에 변의 색깔, 내용물, 딱딱함, 표면 코팅 여부 등을 확인하자. 아이들의 분변은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지표다. 조기에 증상을 잡아서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주자. ㈜더줌 상임고문·전 이리온동물병원장
2019-02-07 20:44:10▲ 사진= 이승훈 기자 배우 한상진이 안정적인 배우의 노선을 탈피하고 새롭게 도약했다. 연기 외길 인생을 선택한 만큼 멈추지 않는 도전을 밝혔다. 한상진은 1995년 단역으로 데뷔한 이후 브라운관 속 주조연을 넘나들며 존재감을 빛냈다. 현재 그를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이 없을 정도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1999년 '카이스트'부터 '황금사과' '하얀거탑' '이산' '솔약국집 아들들'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까지 아우르며 무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절대악을 대변하는 캐릭터를 만났다. 최근 종영한 KBS2 일일드라마 '인형의 집'에서 한상진은 뒤틀린 근성과 이중적인 남자 장명환으로 분해 새로운 인생캐릭터를 맞이한 것. 그는 이번 작품을 아주 만족스럽게 마쳤다고 밝혔다. "촬영하는 도중 사회적 이슈가 많았다. 드라마 시작하며 미투 운동도 있었고, 남북평화, 월드컵 등이 있었지만 시청률로 봤을 때 선방했다. 일일극이지만 화제성이 참 높았다. 또 확실히 팀워크가 굉장히 좋았다. 배우부터 스태프들까지 '처음 만난 것이 맞냐'고 할 정도로 잘 맞았다. 먼저 최명길 선배님에게 감사하다. 후배들에게 편하게 대해주셔서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해주셨다. 왕빛나 역시 현장에서 '부처'라고 불렀다. 늦게 끝나고 아침 일찍 끝나는데 한 마디도 불평하지 않더라. 그래서 왕빛나 대명사는 '괜찮아요'였다."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일일연속극. 한상진 역시 일일극을 통해 인지도를 높였고 연기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미니시리즈 등으로 충분히 입지를 다진 그가 다시 '인형의 집'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배우들이 신인 때 연속극을 한다. 시청률과 인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가 인지도가 높아지고 자리를 잡으면 연속극을 안 하게 된다. 나 역시 미니시리즈를 했다. 하지만 어머님이 제가 나온 드라마를 안 본지 너무 오래됐다고 하시더라. 또 아들이 매일 매일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일일드라마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더불어 장명환의 독보적인 매력이 한상진을 사로잡았다. 최근 작품들 속에서는 보기드물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악으로 가득찬 장명환. 한상진은 대본을 보자마자 직접 해보겠다고 나설 정도로 캐릭터에 매료됐다. "악역을 이렇게 길게 해본 적이 없다. 7개월 내내 나는 나쁜 사람이었다. 매회 뭘 집어던지고 큰 싸움을 만들어낸다. 긴 시간동안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몰랐는데 제 안에 악이 있더라. 나중에는 더 던져야 하지 않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던지는데 희열감이 느껴졌다. 촬영하면서 못 빠져나온 적이 있다. 왕빛나가 '오빠 너무 무서워' 하더라." ▲ 사진= 이승훈 기자 그런가 하면 한상진에게는 나름의 '외모 콤플렉스'가 있었다. 바로 순하게 생긴 얼굴. '인형의 집'을 시작하기 전 한상진은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 그는 평소 얼굴이 선하게 생겼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오히려 그 점이 싫다고 밝혔다. 한상진은 '고생 안 해보인다'는 말에서 탈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더욱 이번 작품에 매진했다. "이번에 사실 악역한다고 해서 회사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동안 이미지가 있는데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악역을 하는 것에 대해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나로써는 굉장히 하고 싶었다. 작품을 하며 나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이빨을 갈았다. 옆 모습을 봤을 때 이빨이 비워보이길 바랐다." 한상진은 배우들이 더 잘생겨보이기 위해 시술을 하는 것이 오히려 못마땅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는 캐릭터를 위해 더 못생겨지는 것을 자처하며 극의 몰입도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배우들은 왜 캐릭터 때문에 못생겨지는 것을 왜 못할까. 모두가 다 멋있을 필요가 없다. 이빨도 갈아보고, 표정을 찡그려보이도 했다. 주위에서 일일극을 하는데 '왜 이렇게 열심히 해' 라는 말이 제일 화가 났다. 배우는 역에 최선을 다 해야한다. 방송 시간에 따라서 준비를 덜 해야하는 건 정말 나쁘다. 그것은 돈 받고 하는 프로 배우가 아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한상진이라는 사람이 보이면 안되는 것이다." 한상진은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이 기타 배우들과 전혀 달랐다. 악역에게 잇따르는 악플, 비난 등이 오히려 그에게는 자양분이 됐다. '드라마 속 한상진이 나오는 게 싫다'는 말을 보며 한상진은 희열감을 맛봤다. "드라마 댓글 중 '꼴보기 싫다'는 말이 좋았다. 오히려 집중하다보니까 저를 좋아하는 분들이 예전보다 더 생겼다. 이런 재미가 있었다. 많은 분들이 제 캐릭터의 성장과정을 봐주신 것 같아 감사했다. 사실은 저도 반신반의했다. '이 변화가 과연 잘 될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어떤 작품이든 나는 삭발도 할 수 있고, 이빨을 뽑을수도 있다. 배우가 더 망가져야하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이번 '인형의 집'은 한상진에게 유난히 특별한 작품이었다. 그가 연기를 시작한 이후 50번째 작품이기 때문. 규모의 크기, 배역과 상관 없이 대중 앞에 선 횟수가 어느덧 50번째였기 때문에 한상진에게는 더욱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 "겉으로는 '끝까지 연기를 포기 안 할거야'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일매일 힘들었다. 한 작품도 못할 거 같고 열 작품도 못할 것 같았다. 지금의 제 자신에게 대견한 게 아니라 저를 지켜봐주고 저를 좋아해주는 시청자, 관객에게 고마웠다. 한상진을 잊지 않고 찾아주셨다." 한편 한상진은 지난해 10년 간 몸을 담았던 소속사를 떠나 새로운 회사에 둥지를 틀어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한상진은 "더 늦어지면 책임질 것이 많아진다. 마지막 선택의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안정을 찾기보다 한 번의 변화와 혁신으로 도약해야 한다. 스타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배우로서 새로운 폭을 넓혀야 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다양한 캐릭터에 쓰임을 받고 싶다. 저는 꽃미남도, 몸짱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착하고 정의로운 역할을 했었다. 연기하면서 답답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강렬한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 선택 받는 입장이기에 거의 비슷한 역이 들어온다. 변화의 시작이 '인형의 집'이다. 새롭게 변화하려고 모질게 마음을 먹었다." 변화가 자유로운 배우가 됐으면 한다는 한상진. 그는 신인배우의 초심 같은 마음으로 연기에 임하고 있었다. 평범한 이미지와 안정적인 소속사를 떠날 만큼의 각오는 오히려 신인배우보다 뜨거웠다. 한상진은 본인에 대해 '색을 입힐 수 있는 배우'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격렬했던 악역을 마무리한 후여서 일까. 그는 한층 더 쾌활하면서도 홀가분해보였다. 누구보다 바른 자세로 현장과 연기에 임하는 한상진은 이제 50번째 작품을 끝내며 다시 인생의 출발선상에 섰다. 그의 굴곡 많은 연기사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ekqls_star@fnnews.com fn스타 우다빈 기자
2018-08-01 11:5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