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이후 텔레그램 신규 설치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계엄령이 선포된 지난 3일 텔레그램의 신규 설치 건수는 457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메신저 업종 당일 전체 신규 설치의 절반 가까운 47.09%로 전날 신규 설치 건수가 9016건인 것과 비교하면 4배 넘게 뛴 것이다. 지난달 메신저 업종 신규 설치 1위는 네이버 라인으로, 텔레그램은 4위에 그쳤다. 라인은 지난 10월과 9월에도 신규 설치 1위를 차지했으며, 카카오톡은 2위 텔레그램은 3위 순이었다. 그러나 계엄령이 선포된 직후 네이버와 카카오의 포털 다음에 모두 트래픽이 몰려 접속 불안 현상을 빚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텔레그램을 새로 설치했다는 메시지가 다수 올라왔다. 여기에 통신 검열 등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 등의 괴담까지 돌며 '디지털 망명' 분위기가 형성됐다. 계엄 선포 직후 앱스토어 등 인기 차트에서 50위권이던 텔레그램 인기는 3위까지 치솟았다. 계엄 정국이 오전까지 지속된 다음날에도 텔레그램 신규 설치는 3만3033건에 달했으며, 5일과 6일에도 1만건 넘는 신규 설치를 이어가며 메신저 분야 1위를 유지했다. 이 같은 추이는 국내에서 한동안 텔레그램 이용 추세가 주춤했으나 비상계엄 선포로 '디지털 망명'의 실체를 증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텔레그램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으며, 이전부터 보안성 등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정치권과 관가 핵심에서 애용하는 메신저로 입소문을 타 왔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12-10 07:40:13포털사이트의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정도가 심한 명예훼손 사건을 고소나 고발 없이 인지수사하겠다는 수사기관의 발표 이후 '수사기관이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까지 24시간 감시하고 있다'는 루머가 확산되면서 네티즌이 이른바 '사이버 망명'을 하는 사태로 번지고 있다. 수사기관의 검열 논란이 일면서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점유율이 93%에 달하는 카카오톡 이용자 수가 크게 줄고 있다. 지난주 카카오톡 이용자 수는 2600여만명으로 전주 대비 40만명가량 감소한 반면 독일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 국내 이용자는 150만명으로 늘었다. 일주일 전보다 무려 50만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텔레그램은 수사기관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신설하고 "인터넷 공간 내 허위사실 유포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힌 이후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일자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 사이버 망명지로 떠오른 모바일 메신저다. 텔레그램은 러시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브콘닥테'를 설립한 파벨 두로프가 만든 비영리 메신저로 대화내용이 암호화되는 등 보안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이후 '텔레그램'은 발 빠르게 공식 한글 버전을 내놓았다. 네티즌의 동요에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톡 서버의 대화 저장기간을 2~3일로 줄이고 개인정보보호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동요하는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현재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네티즌의 동요가 계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그동안 일군 국내 정보기술(IT)의 해외 경쟁력까지 피해를 볼 지경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급속도로 정보화 사회로 전환돼가면서 삶의 모습도 아날로그 중심의 삶에서 디지털 중심의 삶으로 변해가고 있다. 우리의 삶이 디지털화하면서 이 같은 경향은 형사절차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법정에서 사용되는 증거의 모습이 아날로그식 증거에서 디지털식 증거로 무게추가 옮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등 디지털 정보처리시스템들이 우리 일상생활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면서 이제 수사기관의 디지털 증거 확보는 모든 형사사건의 성패를 좌우하는 필수조건이 됐다. 하지만 '사이버 망명'으로 확산되고 있는 민심을 돌리기 위해선 수사기관이 관련 사건과 상관없는 전자정보를 증거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형사소송법상의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형사소송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수사기관이 정보저장매체 원본을 압수하든 전자정보 복제물이나 출력물을 압수하든 사건과 '관련성'이 있는 부분에 한해 압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따라서 문서로 출력하든 파일을 복사하든 모두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에 한정돼야만 하고 만약 사건과 아무런 관련 없이 저장된 전자정보 중 수사기관이 임의로 문서출력하거나 파일을 복사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영장주의에 반하는 위법한 영장집행으로 볼 수 있다. 위법한 영장집행 결과로 취득한 증거물은 위법수집증거능력 배제법칙에 따라 증거능력을 배척해야 한다. 또 전자정보의 복제물 또는 출력물 중에서 사건과 관련 없는 부분은 폐기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만일 폐기했다면 폐기한 사실을 압수를 당한 사람 등에게 통지한 뒤 문서로 남기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증거의 수요는 앞으로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증거가 점차 형사소송절차에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지만 국내 법률이나 형사소송의 주체들이 여전히 이해가 부족한 실정이다. 디지털 증거와 관련해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처럼 디지털 증거와 관련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형사절차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사이버 망명을 했던 네티즌의 민심을 되돌리지 못했다는 결과가 뒤따르게 될 것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정보미디어부 차장
2014-10-10 11:14:28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된 키워드가 1000% 폭증하고 민심이 모이는 네이버 뉴스 댓글도 정치 비중이 치솟는 등 온라인 상에서의 후폭풍이 거세다. X(옛 트위터)와 유튜브의 이용 시간이 급증하고, 2차 계엄 등 각종 괴담 돌면서 '디지털 피난'도 현실화됐다. 지금까지 누려온 자유로운 의사 표현, 통신의 자유가 언제든 제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다. ■'비상계엄' 키워드, 온라인 뒤덮었다10일 지난 일주일 간 네이버 데이터랩의 댓글 통계와 구글 트렌드를 살펴보면, '비상계엄' 키워드가 온라인을 지배했다. 네이버 뉴스 댓글은 비상계엄 당일인 3일 39만개, 계엄이 해제된 4일 92만여개였다. 탄핵 표결이 있었던 7일에는 97만개까지 치솟았다. 네이버 댓글은 평상시 하루 20만~30만개 안팎인걸 고려하면 댓글이 폭주했다는 의미다. 전체 댓글중 정치 비중을 따져보면 이같은 추이는 더욱 명확하다. 평상시 30% 안팎에 머무르던 댓글 비중은 지난 3일엔 55.9%, 4일 72.5%, 탄핵표결 당일인 7일에는 약 80%까지 급증했다. 지난 7일간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키워드의 대다수도 계엄 관련 이슈가 장악했다.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구글의 국내 검색량이 폭증한 단어는 '계엄령'과 '윤석열'로, 지난 일주일 동안 각각 50만번 이상 검색됐다. 평상시 기준으로 보면 무려 1000% 늘어난 수치다. 이 기간 중 가장 많이 검색이 늘어난 단어 25개 중 15개가 비상계엄과 탄핵 관련 용어였다. '탄핵'은 20만번 이상, '김용현', '한동훈'은 각각 10만여번, '추경호', '김건희'는 각각 5만여번 검색됐다. 탄핵 관련 집회에 '응원봉'을 가지고 나오는 이들이 늘면서 '응원봉' 검색량도 200%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검색어 톱 10위 중 8개도 계엄과 이에 따른 후폭풍 관련 단어가 차지했다. 윤석열, 비상계엄, 계엄령, 계엄, 국민의힘, martial law(계엄), 김용현, 환율 등이었다. 네이버 검색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지난 4일 기준 '윤석열' 검색량 지수는 2년여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사용자 몰린 X·유튜브…'디지털 망명자' 텔레그램으로 집결비상계엄 당일 국회의원과 시민들이 국회로 속속 모이는 현장을 그대로 중계한 유튜브와 옛 트위터 X 사용량도 늘었다. X에서는 지난 3일 이후 비상계엄 관련된 키워드들이 실시간 트렌드를 점령하고 있다. 4일에는 비상계엄과 관련한 게시글이 100만개 이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X의 1인당 사용량은 3일 61.9분, 4일 66.1분, 7일 75.42분으로 급증했다. 평소의 사용량 50분대 보다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총 사용시간도 3일 365만5000 시간, 4일 419만 시간, 7일 477만 시간으로 평소 330만 시간 대비 크게 늘었다. 유튜브도 지난 5일 국내 이용자의 1인당 평균 사용 시간은 133분 17초로, 지난 3일 125분38초보다 약 8분(6.1%) 정도가 증가했다. X와 유튜브의 사용자 급증은 계엄령 이후 정치권의 실시간 소식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해석을 듣고자 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에 크게 놀란 이들이 '디지털 망명'에도 속속 합류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통신 검열 등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는 각종 괴담이 불안감을 키우면서다. 가장 큰 수혜자는 텔레그램이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텔레그램은 상대적으로 보안성 등에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권과 관가 핵심에서 애용하는 메신저로도 유명하다. 모바일인덱스 분석을 보면, 3일 텔레그램의 신규 설치 건수는 4만576건으로 메신저 업종 당일 전체 신규 설치의 절반(47.09%)을 차지했다. 전날 신규 설치 건수(9016건)에서 4배가 넘는 증가다. 텔레그램 신규 설치는 4일 3만3033건에 달했고, 5일과 6일에도 각각 1만건 넘는 신규 설치를 이어가며 메신저 분야 1위를 차지했다. 계엄 직후 앱스토어 등 인기 차트에서 텔레그램은 50위권에서 3위까지 치솟았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4-12-10 18:04:40[파이낸셜뉴스]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된 키워드가 1000% 폭증하고 민심이 모이는 네이버 뉴스 댓글도 정치 비중이 치솟는 등 온라인 상에서의 후폭풍이 거세다. X(옛 트위터)와 유튜브의 이용 시간이 급증하고, 2차 계엄 등 각종 괴담 돌면서 '디지털 피난'도 현실화됐다. 지금까지 누려온 자유로운 의사 표현, 통신의 자유가 언제든 제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다. '비상계엄' 키워드, 온라인 뒤덮었다10일 지난 일주일 간 네이버 데이터랩의 댓글 통계와 구글 트렌드를 살펴보면, '비상계엄' 키워드가 온라인을 지배했다. 네이버 뉴스 댓글은 비상계엄 당일인 3일 39만개, 계엄이 해제된 4일 92만여개였다. 탄핵 표결이 있었던 7일에는 97만개까지 치솟았다. 네이버 댓글은 평상시 하루 20만~30만개 안팎인걸 고려하면 댓글이 폭주했다는 의미다. 전체 댓글중 정치 비중을 따져보면 이같은 추이는 더욱 명확하다. 평상시 30% 안팎에 머무르던 댓글 비중은 지난 3일엔 55.9%, 4일 72.5%, 탄핵표결 당일인 7일에는 약 80%까지 급증했다. 지난 7일간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키워드의 대다수도 계엄 관련 이슈가 장악했다.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구글의 국내 검색량이 폭증한 단어는 '계엄령'과 '윤석열'로, 지난 일주일 동안 각각 50만번 이상 검색됐다. 평상시 기준으로 보면 무려 1000% 늘어난 수치다. 이 기간 중 가장 많이 검색이 늘어난 단어 25개 중 15개가 비상계엄과 탄핵 관련 용어였다. '탄핵'은 20만번 이상, '김용현', '한동훈'은 각각 10만여번, '추경호', '김건희'는 각각 5만여번 검색됐다. 탄핵 관련 집회에 '응원봉'을 가지고 나오는 이들이 늘면서 '응원봉' 검색량도 200%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검색어 톱 10위 중 8개도 계엄과 이에 따른 후폭풍 관련 단어가 차지했다. 윤석열, 비상계엄, 계엄령, 계엄, 국민의힘, martial law(계엄), 김용현, 환율 등이었다. 네이버 검색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지난 4일 기준 '윤석열' 검색량 지수는 2년여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사용자 몰린 X·유튜브...'디지털 망명자' 텔레그램으로 집결비상계엄 당일 국회의원과 시민들이 국회로 속속 모이는 현장을 그대로 중계한 유튜브와 옛 트위터 X 사용량도 늘었다. X에서는 지난 3일 이후 비상계엄 관련된 키워드들이 실시간 트렌드를 점령하고 있다. 4일에는 비상계엄과 관련한 게시글이 100만개 이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X의 1인당 사용량은 3일 61.9분, 4일 66.1분, 7일 75.42분으로 급증했다. 평소의 사용량 50분대 보다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총 사용시간도 3일 365만5000 시간, 4일 419만 시간, 7일 477만 시간으로 평소 330만 시간 대비 크게 늘었다. 유튜브도 지난 5일 국내 이용자의 1인당 평균 사용 시간은 133분 17초로, 지난 3일 125분38초보다 약 8분(6.1%) 정도가 증가했다. X와 유튜브의 사용자 급증은 계엄령 이후 정치권의 실시간 소식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해석을 듣고자 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에 크게 놀란 이들이 '디지털 망명'에도 속속 합류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통신 검열 등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는 각종 괴담이 불안감을 키우면서다. 가장 큰 수혜자는 텔레그램이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텔레그램은 상대적으로 보안성 등에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권과 관가 핵심에서 애용하는 메신저로도 유명하다. 모바일인덱스 분석을 보면, 3일 텔레그램의 신규 설치 건수는 4만576건으로 메신저 업종 당일 전체 신규 설치의 절반(47.09%)을 차지했다. 전날 신규 설치 건수(9016건)에서 4배가 넘는 증가다. 텔레그램 신규 설치는 4일 3만3033건에 달했고, 5일과 6일에도 각각 1만건 넘는 신규 설치를 이어가며 메신저 분야 1위를 차지했다. 계엄 직후 앱스토어 등 인기 차트에서 텔레그램은 50위권에서 3위까지 치솟았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4-12-10 14:26:33꼭 삼촌팬이라서가 아니라 새로 나온 아이유 앨범 5집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타이틀곡 '라일락'도 좋지만 난 '코인'에 눈길이 간다. 카지노에서 한판 붙는다는 내용인데, 뮤비를 보니 언뜻 비트코인 닮은 코인이 보인다. 상대방은 영화 '타짜'에서 '아귀'로 나온 김윤석. 도박의 신을 당할 도리가 있나. 아귀가 칩을 다 딴다. 마지막 장면이 반전. 아귀가 떠나면서 코인을 툭 던져준다. 돈을 다 잃었지만 만족한 표정의 아이유. 코인 하나면 됐지 뭐, 이런 모습이다. 가상자산(암호화폐)이 아이유 노래에까지 침투했다. 증시의 동학개미 자금은 가상자산 거래소로 이동 중이다. 미국에서 들려온 소식은 더 극적이다. 미국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지난주 나스닥에 직상장했다. 주당 300달러를 웃도는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창업자 브라이언 암스트롱(38)은 단박에 세계 100대 부자 클럽으로 직행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은 여전히 가상자산에 부정적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비트코인이 달러화를 대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주 "암호자산 투자가 과도해지면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진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의 우려는 당연하다. 미국은 달러제국을 구축했다. 누가 이걸 허물고 싶겠는가. 중앙은행은 화폐 기득권자들이다. 신사임당 5만원권을 펴보라. 한국은행 총재 도장이 찍혀 있다. 종이에 도장 꾹 찍고 5만원에 판다. 원가 대비 이렇게 수지 맞는 장사가 또 있을까.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지폐 또한 신기루다. 예전처럼 금으로 바꿔준다는 보장도 없다. 오로지 중앙은행과 정부가 가치를 보증한다는 말만 믿고 서로 주고받는다. 그러다 가끔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김광균 '추일서정')처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이스라엘 히브리대)는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에서 푸조 신화를 말한다. 사자 문양 상표를 붙인 그 푸조자동차 말이다. 하라리는 "푸조는 우리의 집단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잘라말한다. 잘 와닿지 않는다고? 그럼 루이비통이나 구찌를 떠올려보자. 왜 우리는 명품 브랜드에 말도 안 되는 돈을 지불하는가. 그만 한 가치가 있다고 집단으로 믿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구두 한 켤레를 몇 천만원 주고 산다. 그리곤 그 비싼 구두를 자랑하지 못해 안달한다. 그게 인간이다. 지난 주말에 비트코인 가격이 널뛰기를 했다. 미국 재무부가 암호화폐를 활용한 돈세탁을 조사할 것이란 루머가 퍼진 탓이다. 19일 한국 정부도 오는 6월까지 특별단속에 나섰다. 이런 일은 앞으로도 한동안 되풀이될 것 같다. 장차 비트코인이 거품처럼 폭삭 꺼질지, 또는 천하의 명품 브랜드가 될지, 또는 기존 화폐를 대체하는 디지털화폐로 거듭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실 내가 봐도 가상자산 광풍은 아슬아슬하다. 경험치 높은 기성세대가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사례를 소환해 경고음을 울리는 것은 적절하다. 다만 긴 시야에서 정부나 중앙은행이 비트코인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대했으면 한다. 꼭 아이유가 '코인'을 불러서가 아니다. 청년들이 비트코인에 열광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혁신에 눈 감고 그저 회초리만 들면 꼰대다. 매질할 시간에 가상자산 부작용을 제도권 안에서 풀 방도는 없는지 살펴보는 게 낫다. 우린 이미 전기차 테슬라를 비트코인으로 사는 세상에 살고 있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2021-04-19 18:09:45이탈리아 피에트로 검사: 마니 풀리테 수사로 명성 기성 정치판 깨끗이 청소 그러나 정치인 변신은 실패 스타검사가 성공 보장 못해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장관직 박차고 나온 뒤 새 정당 앙마르슈 창당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정치판 물갈이에 성공 [파이낸셜뉴스] 윤석열은 마크롱이 될까 아니면 디 피에트로가 될까. 에마뉘엘 마크롱은 프랑스 대통령이다.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는 잊혀진 이탈리아 정치인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검찰총장이 '별의 순간'을 잘 잡은 것 같다고 했다. '별의 순간'은 운명을 가르는 결정적인 순간을 말한다. 여론은 둘로 갈렸다. 반짝론과 대세론이 충돌한다. 마크롱과 디 피에트로 사례를 통해 윤석열의 앞날을 점쳐보자. ◆디 피에트로 사례 디 피에트로는 1990년대 이탈리아의 영웅이었다. 이탈리아를 넘어 전 세계가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선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Mani Pulite) 수사에 열광했다. 하지만 지금은 잊혀진 정치인이다. ◇90년대 이탈리아 정치판 전후 3개 정당이 권력을 분점했다. 제1당 기독교민주당은 중도우파다. 제2당 공산당은 좌파다. 제3당 사회당은 중도좌파다. 총리직은 주로 기민당이 차지했다. 사회당은 같은 좌파인 공산당보다 기민당과 더 친했다. 마니 풀리테를 계기로 이탈리아는 제1 공화국이 몰락하고 제2 공화국이 출범한다. 기존 정당이 일제히 소멸하면서 전후 이탈리아 정치를 이끌던 3당 체제가 붕괴됐다. 헌법을 바꾸지 않고 공화국 넘버링이 바뀐 이례적인 사례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검사 디 피에트로'와 '정치인 디 피에트로'를 나눠서 보자. ◇검사 디 피에트로 1950년생. 이탈리아 남부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전형적인 흙수저. 독일 유학 중엔 밤낮으로 일을 해서 간신히 학비를 대고, 이탈리아로 돌아와 야간 대학을 졸업했다. 전공은 법학. 경찰로 출발했으나 나중에 검사가 됐다. 1992년 2월 이탈리아 경제수도 밀라노의 사회당 하급간부가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게 들통났다. 중앙당은 이를 개인 범죄라며 꼬리자르기에 나섰다. 이에 앙심을 품은 밀라노 간부는 이름을 줄줄 불었다.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결국 12월 베티노 크락시 사회당 당수가 자리에서 물러난다. 크락시는 거물 정치인이다. 별명은 거구라서 멧돼지다. 76년부터 93년까지 17년 동안 사회당을 이끈 권력의 화신으로, 83~87년 총리를 지냈다. 4년 재임은 당시로선 이탈리아 전후 최장 기록이다. 93년 4월 크락시가 로마 시내 호텔에서 나올 때 군중은 동전을 집어던졌다. 크락시는 사회당이 9300만달러(약 1060억원)를 뇌물로 받은 걸 인정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항변했다. 디 피에트로는 권력 실세라고 일절 봐주지 않았다. 검찰은 크락시를 기소했고, 크락시는 94년 5월 튀니지로 도망쳤다. 이탈리아 법원은 궐석재판에서 크락시에게 뇌물 2건에 총 27년 형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형량은 9년8개월로 감형이 됐으나, 2000년 사망할 때까지 크락시는 다신 조국 땅을 밟지 못했다. 93년 3월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기업 ENI에서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초대형 스캔들이 터졌다. 결국 4월 줄리아노 아마토 총리가 이끌던 사회당 내각이 총사퇴한다. 이어 실시된 국민투표(4월18일)에서 유권자들은 부패로 찌든 정치자금법을 폐지하는 데 압도적인 찬성(90.3%)을 보낸다. 이듬해 3월에 열린 총선에서 부패의 온상으로 낙인 찍힌 사회당은 전멸하고, 기민당도 참패한다. 이때 등장한 정치 신인이 바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다. 디 피에트로는 신임 총리 베를루스코니에게도 칼을 겨눈다. 하지만 언론재벌 베를루스코니는 만만한 인물이 아니다. 디 피에트로에게 불리한 여론이 조성됐고, 결국 그는 94년 12월 검사직을 내려놓는다. ◇정치인 디 피에트로 96년 총선에서 로마노 프로디가 이끄는 올리브 트리 연합(중도좌파)이 승리하자 디 피에트로는 공공건설 장관으로 입각한다. 공공건축 분야는 과거 뇌물로 찌든 곳이다. 프로디 총리는 바로 그 자리에 '부패 저승사자'를 앉혔다. 그러나 정치는 디 피에트로를 내버려두지 낳았다. 97년 검찰은 디 피에트로를 오래전 경찰·검사 시절에 있었던 일로 엮어서 올가미를 씌운다. 담당검사가, 과거 디 피에트로 검사한테 당한 사람의 동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혐의를 벗은 디 피에트로는 97년 11월 상원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다. 당초 그는 마니 풀리테 인기에 편승해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정계에 발을 들인다. 디 피에트로는 98년 이탈리아가치당(IdV·Italia dei Valori)을 창당한다. 하지만 정치인 디 피에트로는 예전의 명성에 미치지 못했다. 2001년 총선에서 IdV는 4%를 밑도는 지지율로 의석 획득에 실패한다. 디 피에트로는 2005년 프로디 2차 내각이 출범할 때 인프라부 장관으로 입각한다. 2008년 총선에서 IdV는 4.4% 득표율로 하원 29석, 상원 14석을 차지하며 반짝 존재감을 과시한다. 하지만 2013년 총선에선 다시 전멸하고, 디 피에트로는 당수직에서 물러난다. 2014년엔 아예 탈당해 무소속이 된다. 2018년 총선에서도 IdV는 의석수 제로다. 그렇게 디 피에트로는 이탈리아 정치에서 잊혀진 존재가 됐다. ◆프랑스 마크롱 사례 에마뉘엘 마크롱은 정치 천재다. 1977년 12월생으로, 2017년 5월 프랑스 대통령에 취임할 때 만으로 39세였다. 마크롱은 나폴레옹에 이어 역대 최연소 국가원수 기록을 썼다. 나폴레옹은 1804년 35세에 황제 자리에 올랐다. 김종인 위원장은 마크롱이 장관으로 일하다 집권당과 결별한 뒤 스스로 당을 만들어 대통령이 된 과정을 언급했다. 마크롱의 '별의 순간'을 들여다보자. ◇장관 시절 마크롱 마크롱은 프랑스 국립행정학교(ENA) 출신의 엘리트다. 2008년 ENA를 졸업한 뒤 정부에서 잠깐 일하다 투자은행 로스차일드로 직장을 옮겼다. 로스차일드에서 마크롱은 기업 인수합병(M&A) 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한다. 2012년 로스차일드를 떠날 때까지 마크롱은 수백만 유로를 번 것으로 추산된다. 사회당 출신 올랑드가 대통령에 오르자 마크롱은 2012년 다시 정부로 들어간다. 엘리제궁 대통령 비서실에서 경력을 쌓은 마크롱은 2014년 8월 경제산업디지털부 장관으로 영전한다. 이때부터 마크롱 별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마크롱을 알려면 마크롱법(Loi Macron), 곧 경제개혁법을 알아야 한다. 장관 재임 중 마크롱은 대놓고 친기업 정책을 추진했다. 2015년에 공포된 마크롱법은 약 300개 조항으로 구성됐고, 순차적으로 시행됐다. 가장 대표적인 게 샹젤리제 등 관광지역의 경우 1년 내내 일요일과 야간영업을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마크롱은 더 강력한 '마크롱법 2'가 제동이 걸리자 올랑드 대통령에 불만을 품는다. ◇독자 노선 선택한 마크롱 2015년 8월 마크롱은 사회당을 탈당해 무소속을 선언한다. 올랑드 대통령은 마크롱의 충성심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듬해 4월엔 아예 새 정당 앙마르슈를 창당한다. 현직 장관이 보란듯이 대통령에게 대든 격이다. 이어 8월엔 장관직을 내놓고, 11월에 대권 도전을 선언한다. 이때 낸 책 '혁명'은 20만권 넘게 팔려 그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마크롱은 당내 경선에 참가하라는 사회당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마크롱의 장관직 사임을 두고 올랑드는 배신감을 표출했다. 그러나 여론은 마크롱 편이었다. 프랑스 여론조사업체 IFOP에 따르면 84%가 마크롱 사임을 지지했다. 올랑드의 배신감이 마크롱에겐 바로 '별의 순간'이었던 셈이다. 마크롱은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아무도 그의 앞길을 막지 못했다. 프랑스 언론은 온통 마크롱을 호평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지지율 하락에 허덕이던 올랑드는 2016년 12월 재선 불출마를 선언한다. 현직이 재선 도전 자체를 포기한 것은 올랑드가 처음이다. 2017년 4월 대선 1차 투표(23일)에서 마크롱은 24%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다. 프랑스는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2차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2차 투표(5월7일)에서 마크롱은 66.1%를 득표해 극우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를 가볍게 물리쳤다. 이어 6월 총선에서 앙마르슈는 하원 의석 308석(53%)를 차지한다. 가히 마크롱의 기적이라 할 만하다. ◆윤석열, 제2 마크롱? 제2 디 피에트로? '윤의 길'이 쉽지 않을 것임은 틀림없다. 척 봐도 윤석열은 마크롱보다 디 피에트로를 닮았다. 같은 검사 출신이고,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 무엇보다 살아 있는 정권과 각을 세운 이력이 공통점이다. 사실 윤석열의 투쟁은 디 피에트로의 마니 풀리테에 미치지 못한다. 생각해 보라. 마니 풀리테는 아예 공화국을 바꿨다. 실세 중의 실세 크락시 전 총리는 망명지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생을 마쳤다. 그런데도 이탈리아 국민은 정치인 디 피에트로에게 문을 활짝 열어주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이 깊이 숙고할 대목이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는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면 윤석열이 마크롱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여론조사가 증거다. 총장직을 내려놓자마자 지지율이 단숨에 1위로 솟구쳤다. 이재명 경기 지사가 9일 "지지율은 바람과 같은 것"이라고 했는데, 아마 속은 좀 쓰릴 게다. 마크롱은 장관직을 내던지고 창당하고 출마하는 일련의 과정을 전광석화처럼 해치웠다. 만약 윤 전 총장이 출마 결심을 굳혔다면 디 피에트로보다는 마크롱을 참고하는 게 낫다. 감히 누가 알겠는가, 하늘의 뜻을. 그저 장삼이사가 한마디 한다면, 누가 누구랑 싸우든 서민의 삶이 좀 더 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 <용어 설명> △마니 풀리테=1990년대 디 피에트로 검사가 주도한 부패 척결 작전을 말한다. 밀라노에서 출발해 로마 중앙정치 무대를 깨끗하게 청소했다. 공직자 5000명가량이 조사를 받았다. 의원 절반 이상을 기소했다는 통계도 있다. 그 중엔 정계의 거물 베티노 크락시 전 총리도 있다. 당시 이탈리아 정치판에선 관급공사를 두고 뇌물을 주고 받는 게 관례였다. 이렇게 오간 뇌물이 1980년대 어림잡아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탄젠테폴리=탄젠테(Tangente)는 이탈리아어로 뇌물, 폴리(Polil)는 도시·마을을 뜻한다. 보통 뇌물공동체로 번역한다. 의역하면 복마전이다. 마니 풀리테와 함께 권력비리 수사를 상징하는 말로 쓰인다. △전진하는 공화국당(La Republique En Marche)=줄여서 앙마르슈(En Marche)라고 한다. 프랑스 사회당을 탈당한 마크롱이 2016년 4월에 창당했다. 당시 마크롱은 38세로 프랑스 정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프랑스 사회당=중도좌파. 전후 프랑스 정치를 우파와 양분한 핵심세력이다. 프랑스와 미테랑이 1981년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처음으로 정권을 잡았다. 2012년 대선에서 프랑스와 올랑드가 정권을 되찾았다. 하지만 2017년 대선에서 마크롱에게 밀리면서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총선에선 26석으로 4위에 머물렀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2021-03-10 17:48:05문명이 자신의 영역 바깥에 있는 것에 대해 '야만'이라고 명명하는 것은 얼마나 폭력적인가. 어떠한 사회가 외부에서 들어온 이질적인 문화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수많은 폭력적인 일들은 인간의 내면에 큰 상처를 준다. 아트선재센터가 진행중인 전시 '먼지 흙 돌'은 네 명의 작가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는 개인사 혹은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이주를 경험한 네 명의 작가 피아 아르케, 차학경, 부슈라 칼릴리, 알렉산더 우가이의 작업을 소개한다. 그린란드 이누이트 출신 어머니와 덴마크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피아 아르케는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점령했던 시기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서구의 시각이 그린란드의 사람, 자연, 예술을 인지하는 방식과 그린란드의 정체성에 미친 영향을 작업으로 드러낸다. 특히 영상 작업 '북극 히스테리아'(1996년)는 이누이트 여성에게 주로 발견되는 일종의 정신장애 현상을 연구한 작품이다. 32세의 나이에 요절한 한국 작가 차학경은 영어와 한국어의 문법을 섞고 재조합한 작품으로 정체성과 이주, 망명과 소외감, 모국어와 정착지의 언어 사이에서 작가가 느낀 복합적인 감정을 담은 작품들을 내보인다. 또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3세인 알렉산더 우가이는 소비에트 시대에 만들어진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장비를 사용해 고려인의 기억과 소비에트 시대의 흔적을 드러내는 사진 및 영상 작업을 진행하며 사멸해가는 고려말과 라틴어 단어의 상관관계를 표현한다. 모로코에서 태어나 독일 베를린과 노르웨이 오슬로를 오가며 활동중인 부슈라 칼릴리는 정치적 소수자들의 현실과 역사적 상황, 특히 지리적인 이주의 문제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는 12월 20일까지. 박지현 기자
2020-11-05 16:27:57문명이 자신의 영역 바깥에 있는 것에 대해 '야만'이라고 명명하는 것은 얼마나 폭력적인가. 어떠한 사회가 외부에서 들어온 이질적인 문화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수많은 폭력적인 일들은 인간의 내면에 큰 상처를 준다. 아트선재센터가 진행중인 전시 '먼지 흙 돌'은 네 명의 작가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는 개인사 혹은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이주를 경험한 네 명의 작가 피아 아르케, 차학경, 부슈라 칼릴리, 알렉산더 우가이의 작업을 소개한다. 그린란드 이누이트 출신 어머니와 덴마크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피아 아르케는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점령했던 시기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서구의 시각이 그린란드의 사람, 자연, 예술을 인지하는 방식과 그린란드의 정체성에 미친 영향을 작업으로 드러낸다. 특히 영상 작업 '북극 히스테리아'(1996년)는 이누이트 여성에게 주로 발견되는 일종의 정신장애 현상을 연구한 작품이다. 조용히 있던 한 여성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면서 괴성을 내고 맨발로 설원을 향해 뛰쳐나갈 때 같은 여인들이 이에 공감해 더불어 뛰쳐나와 옷을 찢고 알몸으로 눈 위에 뒹굴기도 하며 집단으로 자살을 하기도 하는 현상에 대해 서구가 '히스테리아'라고 명명한 점에 대해 주목하고 억압된 사회 속 약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32세의 나이에 요절한 한국 작가 차학경은 영어와 한국어의 문법을 섞고 재조합한 작품으로 정체성과 이주, 망명과 소외감, 모국어와 정착지의 언어 사이에서 작가가 느낀 복합적인 감정을 담은 작품들을 내보인다. 또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3세인 알렉산더 우가이는 소비에트 시대에 만들어진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장비를 사용해 고려인의 기억과 소비에트 시대의 흔적을 드러내는 사진 및 영상 작업을 진행하며 사멸해가는 고려말과 라틴어 단어의 상관관계를 표현한다. 모로코에서 태어나 독일 베를린과 노르웨이 오슬로를 오가며 활동중인 부슈라 칼릴리는 정치적 소수자들의 현실과 역사적 상황, 특히 지리적인 이주의 문제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는 12월 20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0-11-05 12:38:07[파이낸셜뉴스] 올해 초, 이른바 n번방 사건이라 불리는 조직적인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n번방'과 '박사방' 등을 운영해온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유인한 뒤 그들의 신상정보를 이용해 성착취물을 찍게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성착취물은 가해자들이 개설한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공유되거나 판매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가해자들은 왜 수많은 메신저 중 텔레그램을 이용했던 것일까요? ■ '검열 받지 않을 자유' 내세운 텔레그램.. 어떤 경우에도 이용자 정보 제공하지 않아 텔레그램은 보안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합니다. 러시아판 페이스북인 브콘탁테(VK)를 만든 두로프 형제는 반(反) 푸틴 시위대의 개인 정보 제공을 두고 정부와 대립하게 됩니다. 결국 브콘탁테를 매각하고 독일로 망명한 두로프 형제가 '검열 받지 않을 자유'를 내세우며 만든 것이 바로 텔레그램이죠. 종단간 암호화 기술이 적용된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서는 메시지의 발신부터 수신까지 모든 과정이 암호화되어 처리됩니다. 때문에 발신자와 수신자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메시지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 가입 과정에서 휴대전화 번호를 제외하고는 어떤 개인 정보도 요구하지 않으며, 무슨 일이 있어도 이용자의 정보를 수사기관 등 제3자에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텔레그램 측이 "개인 사생활 권리가 범죄 위협보다 중요하다"며 테러범 정보 제공에 협조하지 않은 것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텔레그램의 서버 및 본사 위치는 공개된 적이 없으며, 공식 이메일을 제외하고는 연락처조차 알려지지 않는 등 모든 것이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 자유 찾는 사람들의 도피처.. 범죄·불법행위 공간으로 악용되기도 이렇게 철통 보안을 자랑하다 보니 텔레그램은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도피처가 됐습니다. 지난 2014년, 카카오톡 감청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대화 내용을 사찰당할까 걱정하던 이용자들이 텔레그램으로의 사이버 망명을 택한 일이 있었습니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때는 13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하나의 대화방에 모여 토론을 하고 정보를 공유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철저한 익명성과 보안성 때문에 범죄나 불법행위가 이뤄지는 장소로 악용되기도 합니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텔레그램을 이용해 테러를 모의한 바 있습니다. 또, 해킹으로 암호화폐를 빼돌리거나 마약 거래를 하는 데도 텔레그램이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n번방의 주동자와 참여자들도 '무슨 일이 있어도 정보를 내주지 않는다'라는 텔레그램의 익명성 뒤에 숨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 편집자주 = 어디 가서 아는 척좀 하고 싶은 당신을 위해 사회, 시사, 경제, 문화, 예술 등 세상의 모든 지식을 파이낸셜뉴스의 두유노우가 쉽고 재밌게 알려드립니다. sunset@fnnews.com 이혜진 기자
2020-04-24 16:38:32부산시가 블록체인 규제자유도시를 건설해 청년들이 주목하는 도시로 변신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오는 7월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최종선정을 앞두고 사전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13일 유재수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부산 블록체인 특구의 비전과 청사진’ 토론회에서 부산의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유 경제부시장은 “이번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지정은 엄밀히 말하면 규제 샌드박스 사업”이라며 “블록체인 사업자에 한해 좀더 완화된 수준의 규제특례를 적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부산은 지난 4월 제주시를 제치고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규제자유특구는 정부가 비수도권 지역의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제도로, 특구 안에서 지정된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은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는다. 이밖에 재정지원과 세제감면 혜택도 주어진다.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는 청년이 주목하는 도시 만드는 일” (왼쪽부터)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김항진 데일리블록체인 이사가 13일 영등포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부산 블록체인 특구의 비전과 청사진’ 행사에 참석했다.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가 지향하는 그림에 대해 유 경제부시장은 “청년이 주목하는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라 정의했다. 그는 “젊은 청년들이 도시를 떠나는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는 현 시점에서 블록체인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했다”며 “지난 4월 부산이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이후, 부산을 보는 청년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부산은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금융, 관광, 물류, 공공안전 등 총 4개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각각 국제금융센터(BIFC)와 각종 금융기관이 밀집돼 있는 문현지구, 해운대와 벡스코, 동백섬 등이 위치한 센텀지구를 중심으로 금융과 관광산업에서의 블록체인 융합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것. 유 경제부시장은 “관광을 단순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상당히 많은 서비스 공급자들이 있다”며 “여기에 블록체인 스마트컨트랙트(조건부 자동거래체결) 기술을 접목해 거래를 자연스럽게 이어줄 계획”이라 말했다. 물류 분야에 있어서도 부산은 항만, 선박 등 지역자원이 풍부하다. 이러한 산업역량을 활용해 제조 ·생산부터 운송, 가공, 유통, 소비까지 전과정에 블록체인을 도입해 스마트물류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공공안전 분야에선 재난이나 사고 영상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수집, 확보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다른 산업 혹은 연구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끔 재가공하는 식이다. 이날 유 경제부시장은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내 디지털 바우처의 다양한 활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디지털바우처가 은행에서 발행되면 물류 운임수수료나 물품이용 같은 일반소비 분야, 공과금 등 세금납부까지 여러 곳에서 쓰임새가 높을 것이라는게 그의 말이다. 유 경제부시장은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모든 시스템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데 블록체인 산업에서 이는 흔히 토큰 이코노미(암호화폐 보상경제)로 불린다”며 “디지털바우처를 통해 부산형 블록체인 경제 생태계를 구상해 보자는 것”이라 설명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국판 블록체인 망명 막아야” 유 경제부시장은 이날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추진과 관련해 중앙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규제자유특구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앙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며 “정부가 수없이 많은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실제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사업이 드물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라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 전세계에선 블록체인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데, 한국만 블록체인 망명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규제 샌드박스, 그레이존, 파일럿 테스트 등 여러 방면으로 신산업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싱가포르와 비교하면 한국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 토로했다. 유 경제부시장은 “지금이 한단계 더 높은 수준의 블록체인을 논의할 때”라며 “블록체인 금융서비스, 암호화폐공개(ICO), 암호화폐 지갑, 거래소 등 블록체인 시장의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부산으로 유입되고, 이들에게 글로벌 창업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2019-06-14 08:4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