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사생활이 범죄 위협보다 중요".. 테러범 정보 제공에도 협조하지 않아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이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있다. 2020.03.25.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올해 초, 이른바 n번방 사건이라 불리는 조직적인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n번방'과 '박사방' 등을 운영해온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유인한 뒤 그들의 신상정보를 이용해 성착취물을 찍게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성착취물은 가해자들이 개설한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공유되거나 판매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가해자들은 왜 수많은 메신저 중 텔레그램을 이용했던 것일까요?
■ '검열 받지 않을 자유' 내세운 텔레그램.. 어떤 경우에도 이용자 정보 제공하지 않아
텔레그램은 보안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합니다.
러시아판 페이스북인 브콘탁테(VK)를 만든 두로프 형제는 반(反) 푸틴 시위대의 개인 정보 제공을 두고 정부와 대립하게 됩니다.
결국 브콘탁테를 매각하고 독일로 망명한 두로프 형제가 '검열 받지 않을 자유'를 내세우며 만든 것이 바로 텔레그램이죠.
종단간 암호화 기술이 적용된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서는 메시지의 발신부터 수신까지 모든 과정이 암호화되어 처리됩니다.
때문에 발신자와 수신자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메시지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
가입 과정에서 휴대전화 번호를 제외하고는 어떤 개인 정보도 요구하지 않으며, 무슨 일이 있어도 이용자의 정보를 수사기관 등 제3자에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텔레그램 측이 "개인 사생활 권리가 범죄 위협보다 중요하다"며 테러범 정보 제공에 협조하지 않은 것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텔레그램의 서버 및 본사 위치는 공개된 적이 없으며, 공식 이메일을 제외하고는 연락처조차 알려지지 않는 등 모든 것이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 자유 찾는 사람들의 도피처.. 범죄·불법행위 공간으로 악용되기도
이렇게 철통 보안을 자랑하다 보니 텔레그램은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도피처가 됐습니다.
지난 2014년, 카카오톡 감청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대화 내용을 사찰당할까 걱정하던 이용자들이 텔레그램으로의 사이버 망명을 택한 일이 있었습니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때는 13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하나의 대화방에 모여 토론을 하고 정보를 공유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철저한 익명성과 보안성 때문에 범죄나 불법행위가 이뤄지는 장소로 악용되기도 합니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텔레그램을 이용해 테러를 모의한 바 있습니다.
또, 해킹으로 암호화폐를 빼돌리거나 마약 거래를 하는 데도 텔레그램이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n번방의 주동자와 참여자들도 '무슨 일이 있어도 정보를 내주지 않는다'라는 텔레그램의 익명성 뒤에 숨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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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et@fnnews.com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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