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지난달 수도 베이루트 폭발 참사 이후 정치 혼란이 극심해진 레바논에서 신임 총리 지명자가 지명 약 1개월 만에 사퇴했다. 독일 주재 레바논 대사 출신으로 무명에 가까웠던 무스타파 아디브 지명자는 새 내각 구성에서 기존 정치 원로들과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아디브는 26일(현지시간) 현지 TV 방송에 출연해 "정부를 구성하는 일을 그만둔다. 레바논 국민에게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앞서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과 만남 직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아디브는 자신이 구성하고자 했던 내각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명백해진 이후에도 정부 구성 임무를 계속한 데 대해 양해를 구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에 이어 이 어려운 임무를 하도록 선택된 사람에게 행운을 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4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인화성 질산암모늄 2570t이 폭발해 190여명이 사망했다. 현지에서는 부패한 정부의 관리 부실이 사고를 불렀다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하산 디아브 총리가 이끌던 레바논 내각은 폭발 사고 엿새 뒤인 지난달 10일 총사퇴했다. 정치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아디브는 독일 주재 대사 자리를 떠나 지난달 31일 새 총리로 지명됐다. 관계자들은 아디브가 내각 구성에서 이슬람 종파주의를 타파하려 했으나 이슬람 시아파 정파 헤즈볼라 등의 반발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아디브는 이슬람 수니파 출신이다. 레바논은 이슬람뿐만 아니라 마론파 기독교 및 그리스정교 등 18개 종파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치에서도 권력 안배를 위해 종교를 반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직은 마론파 기독교 인물이 가져가고 총리와 국회의장은 각각 수니파와 시아파 출신 인물에게 돌아간다.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레바논은 지난 3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과 지원 협상은 정체되어 있다. 레바논은 여기에 코로나19와 베이루트 참사까지 겹치면서 1975~1990년 내전 이후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과거 레바논을 식민통치했던 프랑스는 국제지원그룹(CEDRE)을 만들어 참사 수습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사고 직후 레바논을 방문해 레바논이 정치 및 경제 개혁을 하지 않으면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레바논 정부는 프랑스에 이달 중순까지 내각 구성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디브의 사퇴로 상황이 어려워졌다. 프랑스는 아디브 사임과 관련해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0-09-26 22:37:22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정권규탄 시위가 열렸다. 수 천명의 시위대는 8일(현지시간) 베이루트 도심 순교자 광장에 모여 정부의 무능함을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레바논 정부 실정에 분노한 시위자들은 경찰을 향해 돌맹이를 던졌다.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국회의사당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했던 바리케이드를 뛰어 넘으려고 하자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자들은 트럭에 불을 지르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1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나왔다. 하산 디아브 총리는 이날 "베이루트 폭발 참사에 따른 정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조기총선을 실시하는 방안을 레바논 의회에 요청할 것이다"고 말했다. 디아브 총리는 미셸 아운 대통령과 함께 친(親) 헤즈볼라 성향이다. 디아브 총리는 이날 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조기총선 없이는 이번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서 "정당들은 레바논이 폭발 참사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쟁을 중단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0-08-09 18:03:26[파이낸셜뉴스] 정부는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지난 4일(현지시간) 발생한 대규모 폭발 사고 피해 복구를 위해 100만 달러의 긴급 인도지원을 결정했다. 7일 외교부는 이 같이 밝히며 "레바논의 피해 주민들의 조속한 생활 안정과 피해 복구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4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항만 창고에 장기 보관된 질산암모늄 2700톤이 폭발하면서 발생했다. 현재 150명 이상이 사망했고 30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생겼다. 피해액도 17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5일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 앞으로 위로전을 보내 이번 폭발사고로 인한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했다. 한편 정부는 100만 달러의 긴급 지원 외에 레바논 현지에 주둔하고 있는 동명부대를 사고 현장에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날 군 당국자는 "동명부대 파견을 관련 부처와 함께 협의하고 있고 정부 결정에 따라 필요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0-08-07 11:45:45미국이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갑작스런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 전쟁이 중동 전체를 흔들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확전을 막기 위해 지난 18일 서둘러 전장터인 이스라엘을 찾았지만 사실상 빈손 귀국했다. 방문 당일 가자 알아흘리 아랍병원 폭격 참사가 발생하면서 예정됐던 요르단, 이집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의 정상회담은 바이든이 이스라엘 땅을 밟기도 전에 무산됐다. 이틀간 일정에서 바이든이 얻은 것은 가자지구 내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을 보내기로 한 게 전부였다. 특히 이스라엘 공항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얼굴을 맞대며 뜨거운 포옹을 하는 장면은 되레 아랍권 분노만 키웠다. 미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지자마자 중동전으로 확전되는 것을 우려해 최첨단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 전단을 급파한데 이어 며칠 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함대를 추가로 보냈다. 그만큼 다급했다. 또 블링컨 국무장관은 전쟁 발발과 동시에 요르단, 사우디 등 아랍국가를 연일 방문하며 그야말로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는 없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앞에 지상군을 대거 집결시키고 "이제 죽은 목숨..생명줄 끊겠다"며 연일 지상군 투입을 예고하며 국지전을 벌이고 있고, 레바논 헤즈볼라, 이란 등을 비롯한 주변국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며 참전 의지를 높여가고 있다. ■도대체 왜 싸우나..3000년간의 악연 세상에서 가장 극한 대립을 빚는 이스라엘과 아랍은 원래 같은 민족이다. 노아의 첫째 아들 셈의 자손으로 두 민족은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모시고 있다. 유대민족은 기원전 1500년 경 가나안에 살던 중 이집트로 이주했다. 이민족 힉소스 왕조 밑에서 준 지배계층으로 살다가 이집트 왕조로 바뀌게 되자 한 순간에 노예민족으로 전락했다. 투탕카멘을 거쳐 람세스2세 왕조때인 기원전 1000년 경 모세의 인도로 가나안으로 들어왔다. 유대인이 그 땅을 비운 사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들어와 이미 정착해 있었지만 다윗이 이들을 제압하고 이스라엘 왕국을 세웠다. 이 때 물리친 블레셋의 거인 장수 골리앗이 바로 팔레스타인 사람이다. 그러나 솔로몬 왕 이후 북이스라엘과 유다왕국으로 쪼개진 후 기원전 721년 북이스라엘이 아시리아에게 망하고 601년 유다왕국도 신바빌로니아에 멸망했다. 이후 페르시아 키루스 왕의 도움을 받아 다시 나라를 세웠으나 서기 70년 마침내 로마에 의해 완전히 멸망당하며 유대민족은 2000년 동안 국가없는 유랑생활을 했다. 한참 세월이 흐른 1897년, 유대인들이 비밀리에 모여 유대인 대회가 열고 팔레스타인에 유대국가를 세우기로 결의했다. 그러던 중 1915년 세계1차대전이 터졌다. 독일 등 추축국에 계속 밀리던 영국은 오스만 식민치하에 있던 아랍에 "오스만 제국에 맞서 싸우면 아랍의 독립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맥마흔 선언(McMahon Declaration)이다. 아랍은 영국의 약속에 종교적 율법을 어기면서 같은 이슬람인 오스만에 총구를 겨눴다. 결국 오스만의 철옹성 요새 '아카바'가 영국 수중에 들어오면서 연합군은 남부전선에서 승기를 잡아갈 수 있었다. 영국은 또 부족한 전쟁 자금을 확보하고, 미국 참전을 유도하기 위해 유대인에 접근했다. 1917년 유대 은행재벌 로스차일드와 비밀리 회동해 "연합국 편에 서면 팔레스타인에 유대민족국가 창설을 돕겠다"고 했다. 벨푸어 선언(Balfour Declaration)이다. 유대인이 즉시 연합국 편에 섰다. 영국은 여기에 더해 프랑스와 또 다른 조약을 맺었다. 사이크스-피코 협정(Sykes-Picot Agreement)으로 연합국이 전쟁에서 승리하면 프랑스는 시리아 등 지중해 해안지대를, 영국은 팔레스타인과 바그다드를 점령하기로 한 것이다. 1919년 영국이 전쟁에서 승리하자마자 팔레스타인을 위임통치하기 시작했다. 아랍은 분노했다.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에 따라 아랍인에게 자결권이 주어져야 했지만 영국이 배반한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에 더 커졌다. 1920년부터 팔레스타인 지방에 유대인들의 이민이 대거 시작된 것이다. 그 해 1만6000여명이 들어온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급증세를 기록했다. 위임통치를 하던 영국은 그냥 방관했다. 게다가 1933년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들어서며 유대인 박해가 시작되자 불법이민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1939년 결국 아랍인이 대규모 폭동을 일으켰다. 그제서야 영국은 유대인의 불법이민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1947년 유엔총회가 팔레스타인 지역에 아랍인과 유대인 두 개의 독립국가로 분할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아랍인이 중심의 팔레스타인 연방안을 유력했지만 미국이 제3세계를 지속적으로 설득해 뒤집은 것이다. 특히 팔레스타인 지역 전체 면적의 7%밖에 소유하지 못한 유대인에 전체 면적의 56%를 배정했다. 2000년 간 살아온 그 땅의 주인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에 더해 1948년 유대인의 유명한 테러조직이 아랍마을을 야밤에 급습해 254명을 참혹하게 살해했다. 테러조직 수장은 메나헴 베긴으로 그 후 이스라엘 수상이 됐다. 극도의 공포에 휩싸인 아랍인들이 인근 국가로 도피했다. 불과 한 달만에 100만명이 레바논, 요르단, 시리아 등지로 흩어졌다. 이로부터 한 달 후인 1948년 5월14일 이스라엘이 건국을 선포했다. 마침내 아랍의 땅에 유대민족의 나라가 생긴 것이다. ■결국 중동전으로 갈까 바이든이 제일 우려하는 것은 중동전으로의 확전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폭격에 나서자 항공모함을 급파한 것도 이스라엘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랍 국가들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염려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미루고 있지만 북부 레바논 접경지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이란의 후원을 받고 있는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도시에 대해 무차별 폭격을 감행하자 이 때 창설된 시아파 무장단체로 최소 6만명 이상의 병력과 많은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더구나 시리아 내전에도 참전해 실전 경험까지 있어 하마스와는 비교되지 않는 전력으로 평가된다. 이란은 연일 참전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란은 중동 국가중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로 이스라엘이 가장 두려워하는 국가다.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 진입이 시작되면 이란이 움직일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바이든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계획에 대해 반대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으며, 최근 이란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하지 말라(Don't)"라는 말을 네번이나 반복하기도 했다. 이는 그만큼 일촉즉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마스의 기습공격의 이란 배후설에 대해서도 미국이 "그런 증거가 없다"고 연일 선을 긋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근 이스라엘과 수교 의지를 내비친 사우디 아라비아도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고 다시 돌아앉았다.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만 지금까지 4000명이 넘게 숨지고 1만여명이 다친 상황에서 이슬람 수니파의 맏형인 사우디의 선택지는 분명하다. 확전되면 무조건 아랍의 편에 설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는 시위는 이집트와 요르단 등 아랍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셉법 바쁜 바이든, 시진핑, 푸틴 중동 정세를 둘러싼 미-중-러의 셈법도 복잡하다. 가장 불난 집은 미국이다. 우선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을 두둔하면서 인도주의라는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할때 강력하게 비난했지만 이제 러시아가 쥐었던 그 칼날을 쥐게 됐다. 그러나 진짜 걱정은 따로 있다. '두 개의 전쟁, '세 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전쟁까지 터지면 미국은 다시 전쟁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이 뿐이 아니다. 중국은 대만 침공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조만간 미국은 세 개의 전쟁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장 미국 국채금리가 발작했다. 가장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금리가 갑자기 5%를 넘어섰다. 초유의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안보예산으로 143조원을 요청한 게 영향을 미쳤다. 바이든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마무리 짓는가에 따라 재선 성공 여부가 결정날 것이라고 미국 정가는 예측하고 있다. 시진핑은 이 사태를 반전의 기회로 삼고 있다. 이스라엘과 관계개선을 추진하던 중이었지만 팔레스타인 지지로 돌아섰다. 미국에 등 돌리는 아랍 전체를 끌어안기 위해서다. 미국의 중동 헤게모니가 흔들리자 이 틈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이번 사태가 집권 후 십년 넘게 추진해온 일대일로 사업에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는 전환점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향후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는 대만 무력충돌을 앞두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효과도 있어 여러모로 유리한 국면이다. 그러나 진짜 웃는 사람은 푸틴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파렴치한 전쟁광으로 낙인찍혔지만 이스라엘 전쟁이 이슈를 다 잡아먹었다. 더구나 민간인 학살을 계속하는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바이든에 '위선자' 오명까지 넘겨줬다. 이스라엘 주변으로 확전되면 중동 기반의 에너지 시장이 흔들리게 돼 유럽 에너지 패권을 쥔 러시아는 더 입김이 세지게 된다. 이란이 참전하면 서방을 겨냥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 러시아는 이란, 시리아 등 이슬람 시아파 벨트를 지원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따라서 러시아의 판단 하나에 따라 시아파가 움직이고, 아랍 전체가 연쇄적으로 하나가 되는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동전쟁 확전되면 세계 경제는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가 걱정하는 것은 확전이다. 코로나로 무너진 경제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중동 전쟁의 암운은 1973년 10월 제4차 중동전쟁에 따른 석유파동을 떠올리게 만든다. 당시 미국은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며 지원에 나서자 산유국들이 원유가격을 70% 인상하고, 이스라엘 지원국가에 대한 석유수출금지 조치까지 발동하면서 전 세계 경제는 공황에 준하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이번 사태도 마찬가지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갈수록 늘면서 아랍 전체가 하나로 뭉치고 있고, 이란은 참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하마스의 기습 초기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전쟁이 주변국으로 확전되면 유가는 단숨에 150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랍 산유국들이 전쟁자금 마련을 위해 유가를 올릴 가능성이 높고, 러시아도 이를 계기로 가스자원을 무기화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땐 상상치 못한 상황까지 초래하게 된다. 전세계 석유 물동량의 30%가 이 해협을 지난다. 특히 우리나라는 두바이유에 의존도가 높아 더욱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고금리도 더욱 글로벌 경제를 괴롭히게 된다. 근원물가인 유가가 흔들리면 물가상승 압력이 더해지고, 미국도 국채발행을 늘리게 되면 채권금리가 계속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확전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가장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3-10-22 18:35:22[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갑작스런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 전쟁이 중동 전체를 흔들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확전을 막기 위해 지난 18일 서둘러 전장터인 이스라엘을 찾았지만 사실상 빈손 귀국했다. 방문 당일 가자 알아흘리 아랍병원 폭격 참사가 발생하면서 예정됐던 요르단, 이집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의 정상회담은 바이든이 이스라엘 땅을 밟기도 전에 무산됐다. 이틀간 일정에서 바이든이 얻은 것은 가자지구 내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을 보내기로 한 게 전부였다. 특히 이스라엘 공항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얼굴을 맞대며 뜨거운 포옹을 하는 장면은 되레 아랍권 분노만 키웠다. 미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지자마자 중동전으로 확전되는 것을 우려해 최첨단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 전단을 급파한데 이어 며칠 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함대를 추가로 보냈다. 그만큼 다급했다. 또 블링컨 국무장관은 전쟁 발발과 동시에 요르단, 사우디 등 아랍국가를 연일 방문하며 그야말로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는 없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앞에 지상군을 대거 집결시키고 "이제 죽은 목숨..생명줄 끊겠다"며 연일 지상군 투입을 예고하며 국지전을 벌이고 있고, 레바논 헤즈볼라, 이란 등을 비롯한 주변국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며 참전 의지를 높여가고 있다. ■도대체 왜 싸우나..3000년간의 악연 세상에서 가장 극한 대립을 빚는 이스라엘과 아랍은 원래 같은 민족이다. 노아의 첫째 아들 셈의 자손으로 두 민족은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모시고 있다. 유대민족은 기원전 1500년 경 가나안에 살다가 이집트로 이주했다. 이민족 힉소스 왕조 밑에서 준 지배계층으로 살다가 이집트 왕조로 바뀌게 되자 한 순간에 노예민족으로 전락했다. 투탕카멘을 거쳐 람세스2세 왕조때인 기원전 1000년 경 모세의 인도로 가나안으로 들어왔다. 유대인이 그 땅을 비운 사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들어와 이미 정착해 있었지만 다윗이 이들을 제압하고 이스라엘 왕국을 세웠다. 이 때 물리친 블레셋의 거인 장수 골리앗이 바로 팔레스타인 사람이다. 그러나 솔로몬 왕 이후 북이스라엘과 유다왕국으로 쪼개진 후 기원전 721년 북이스라엘이 아시리아에게 망하고 601년 유다왕국도 신바빌로니아에 멸망했다. 이후 페르시아 키루스 왕의 도움을 받아 다시 나라를 세웠으나 서기 70년 마침내 로마에 의해 완전히 멸망당하며 유대민족은 2000년 동안 국가없는 유랑생활을 했다. 한참 세월이 흐른 1897년, 유대인들이 비밀리에 모여 유대인 대회가 열고 팔레스타인에 유대국가를 세우기로 결의했다. 그러던 중 1915년 세계1차대전이 터졌다. 독일 등 추축국에 계속 밀리던 영국은 오스만 식민치하에 있던 아랍에 "오스만 제국에 맞서 싸우면 아랍의 독립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맥마흔 선언(McMahon Declaration)이다. 아랍은 영국의 약속에 종교적 율법을 어기면서 같은 이슬람인 오스만에 총구를 겨눴다. 결국 오스만의 철옹성 요새 '아카바'가 영국 수중에 들어오면서 연합군은 남부전선에서 승기를 잡아갈 수 있었다. 영국은 또 부족한 전쟁 자금을 확보하고, 미국 참전을 유도하기 위해 유대인에 접근했다. 1917년 유대 은행재벌 로스차일드와 비밀리 회동해 "연합국 편에 서면 팔레스타인에 유대민족국가 창설을 돕겠다"고 했다. 벨푸어 선언(Balfour Declaration)이다. 유대인이 즉시 연합국 편에 섰다. 영국은 여기에 더해 프랑스와 또 다른 조약을 맺었다. 사이크스-피코 협정(Sykes-Picot Agreement)으로 연합국이 전쟁에서 승리하면 프랑스는 시리아 등 지중해 해안지대를, 영국은 팔레스타인과 바그다드를 점령하기로 한 것이다. 1919년 영국이 전쟁에서 승리하자마자 팔레스타인을 위임통치하기 시작했다. 아랍은 분노했다.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에 따라 아랍인에게 자결권이 주어져야 했지만 영국이 배반한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에 더 커졌다. 1920년부터 팔레스타인 지방에 유대인들의 이민이 대거 시작된 것이다. 그 해 1만6000여명이 들어온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급증세를 기록했다. 위임통치를 하던 영국은 그냥 방관했다. 게다가 1933년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들어서며 유대인 박해가 시작되자 불법이민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1939년 결국 아랍인이 대규모 폭동을 일으켰다. 그제서야 영국은 유대인의 불법이민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1947년 유엔총회가 팔레스타인 지역에 아랍인과 유대인 두 개의 독립국가로 분할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아랍인이 중심의 팔레스타인 연방안을 유력했지만 미국이 제3세계를 지속적으로 설득해 뒤집은 것이다. 특히 팔레스타인 지역 전체 면적의 7%밖에 소유하지 못한 유대인에 전체 면적의 56%를 배정했다. 2000년 간 살아온 그 땅의 주인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에 더해 1948년 유대인의 유명한 테러조직이 아랍마을을 야밤에 급습해 254명을 참혹하게 살해했다. 테러조직 수장은 메나헴 베긴으로 그 후 이스라엘 수상이 됐다. 극도의 공포에 휩싸인 아랍인들이 인근 국가로 도피했다. 불과 한 달만에 100만명이 레바논, 요르단, 시리아 등지로 흩어졌다. 이로부터 한 달 후인 1948년 5월14일 이스라엘이 건국을 선포했다. 마침내 아랍의 땅에 유대민족의 나라가 생긴 것이다. ■결국 중동전으로 갈까 바이든이 제일 우려하는 것은 중동전으로의 확전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폭격에 나서자 항공모함을 급파한 것도 이스라엘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랍 국가들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염려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미루고 있지만 북부 레바논 접경지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이란의 후원을 받고 있는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도시에 대해 무차별 폭격을 감행하자 이 때 창설된 시아파 무장단체로 최소 6만명 이상의 병력과 많은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더구나 시리아 내전에도 참전해 실전 경험까지 있어 하마스와는 비교되지 않는 전력으로 평가된다. 이란은 연일 참전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란은 중동 국가중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로 이스라엘이 가장 두려워하는 국가다.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 진입이 시작되면 이란이 움직일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바이든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계획에 대해 반대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으며, 최근 이란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하지 말라(Don't)"라는 말을 네번이나 반복하기도 했다. 이는 그만큼 일촉즉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마스의 기습공격의 이란 배후설에 대해서도 미국이 "그런 증거가 없다"고 연일 선을 긋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근 이스라엘과 수교 의지를 내비친 사우디 아라비아도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고 다시 돌아앉았다.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만 지금까지 4000명이 넘게 숨지고 1만여명이 다친 상황에서 이슬람 수니파의 맏형인 사우디의 선택지는 분명하다. 확전되면 무조건 아랍의 편에 설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는 시위는 이집트와 요르단 등 아랍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셉법 바쁜 바이든, 시진핑, 푸틴 중동 정세를 둘러싼 미-중-러의 셈법도 복잡하다. 가장 불난 집은 미국이다. 우선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을 두둔하면서 인도주의라는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할때 강력하게 비난했지만 이제 러시아가 쥐었던 그 칼날을 쥐게 됐다. 그러나 진짜 걱정은 따로 있다. '두 개의 전쟁, '세 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전쟁까지 터지면 미국은 다시 전쟁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이 뿐이 아니다. 중국은 대만 침공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조만간 미국은 세 개의 전쟁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장 미국 국채금리가 발작했다. 가장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금리가 갑자기 5%를 넘어섰다. 초유의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안보예산으로 143조원을 요청한 게 영향을 미쳤다. 바이든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마무리 짓는가에 따라 재선 성공 여부가 결정날 것이라고 미국 정가는 예측하고 있다. 시진핑은 이 사태를 반전의 기회로 삼고 있다. 이스라엘과 관계개선을 추진하던 중이었지만 팔레스타인 지지로 돌아섰다. 미국에 등 돌리는 아랍 전체를 끌어안기 위해서다. 미국의 중동 헤게모니가 흔들리자 이 틈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이번 사태가 집권 후 십년 넘게 추진해온 일대일로 사업에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는 전환점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향후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는 대만 무력충돌을 앞두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효과도 있어 여러모로 유리한 국면이다. 그러나 진짜 웃는 사람은 푸틴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파렴치한 전쟁광으로 낙인찍혔지만 이스라엘 전쟁이 이슈를 다 잡아먹었다. 더구나 민간인 학살을 계속하는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바이든에 '위선자' 오명까지 넘겨줬다. 이스라엘 주변으로 확전되면 중동 기반의 에너지 시장이 흔들리게 돼 유럽 에너지 패권을 쥔 러시아는 더 입김이 세지게 된다. 이란이 참전하면 서방을 겨냥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 러시아는 이란, 시리아 등 이슬람 시아파 벨트를 지원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따라서 러시아의 판단 하나에 따라 시아파가 움직이고, 아랍 전체가 연쇄적으로 하나가 되는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동전쟁 확전되면 세계 경제는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가 걱정하는 것은 확전이다. 코로나로 무너진 경제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중동 전쟁의 암운은 1973년 10월 제4차 중동전쟁에 따른 석유파동을 떠올리게 만든다. 당시 미국은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며 지원에 나서자 산유국들이 원유가격을 70% 인상하고, 이스라엘 지원국가에 대한 석유수출금지 조치까지 발동하면서 전 세계 경제는 공황에 준하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이번 사태도 마찬가지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갈수록 늘면서 아랍 전체가 하나로 뭉치고 있고, 이란은 참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하마스의 기습 초기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전쟁이 주변국으로 확전되면 유가는 단숨에 150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랍 산유국들이 전쟁자금 마련을 위해 유가를 올릴 가능성이 높고, 러시아도 이를 계기로 가스자원을 무기화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땐 상상치 못한 상황까지 초래하게 된다. 전세계 석유 물동량의 30%가 이 해협을 지난다. 특히 우리나라는 두바이유에 의존도가 높아 더욱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고금리도 더욱 글로벌 경제를 괴롭히게 된다. 근원물가인 유가가 흔들리면 물가상승 압력이 더해지고, 미국도 국채발행을 늘리게 되면 채권금리가 계속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확전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가장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3-10-22 13:47:52[파이낸셜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양측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하마스 지도자가 전 세계에 이스라엘 등에 항의하는 ‘총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져 양측의 갈등이 또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 현지 일간지 예루살렘포스트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 1인자로 알려진 이스마일 하니예는 전 세계 아랍인들과 무슬림에게 이날 총동원령을 내리고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니예는 주변 국가에 사는 지지자들에게도 이스라엘 국경을 향해 행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최근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 이후 들불처럼 번진 세계 곳곳의 반이스라엘·반미 시위가 한층 더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알자지라 방송도 이날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아랍과 이슬람, 전 세계 자유 시민들에게 촉구한다”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주민 추방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서달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난 17일 수백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가자지구 알아흘리 병원 폭발 참사 이후 이미 중동, 북아프리카 등 아랍·이슬람권을 중심으로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가자지구를 무차별 공습하는 이스라엘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져 왔다. 병원 폭발 참사가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아닌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측의 로켓 오발 가능성이 대두됐지만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으면서 시위는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지난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전면 지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레바논과 이란 등 일부 지역에서는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 아래 반이스라엘 시위가 반미시위로 번지기도 했다. 이에 미국은 전날 해외에 체류하는 자국민들에게 신변 안전 주의보를 발령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이번 총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 이스마일 하니예는 가자지구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폐허가 된 상황 속에서도 하마스 지도부와 함께 하마스의 유일한 대외 협상 창구 역할을 하는 중동 국가인 카타르에서 호화 호텔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다. 이스라엘 영자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한 공격한 이후 소셜미디어에는 이스마일 하니예가 카타르 수도 도하의 사무실에 머물고 있는 영상이 확산했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하니예는 지도부 구성원과 함께 깔끔한 양복 차림을 하고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모습이 촬영된 알자지라 방송을 TV로 시청하며 미소를 짓는다. 곧이어 이들은 카펫이 깔린 바닥에 엎드려 감사 기도를 올린다. TOI는 “하니예는 도하의 우아한 사무실에서 민간인 최소 1천명을 포함한 이스라엘인 1300명을 죽인 잔혹한 공격을 지켜봤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TOI는 하니예가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가 파타를 꺾고 승리한 이후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가자지구 자치정부 총리로 임명된 이후 이집트에서 수입되는 상품들에 대한 관세 통제권을 장악하면서 급격히 부를 축적했다고 보도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3-10-20 18:32:36[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 사태로 최근 주식 시장에서 비료 및 식량 관련주의 오름세가 이어진 가운데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참사에 가까운 식량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다시금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31일 오전 10시 1분 현재 한국맥널티는 전일 대비 4.15% 오른 753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29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예멘, 이집트, 레바논 등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에서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 몇 달 동안 참사 이상의 참사를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WF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산 곡물 의존도는 이집트가 85%, 레바논이 81%에 달한다. 이번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어려워지고 수확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해당 국가를 중심으로 식량 보급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에 따른 공급 차질로 식량, 사료 가격이 8∼20%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국제곡물 시장에서 밀 거래가격과 옥수수 가격이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맥널티는 지난 2016년 정부가 추진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육성 연구개발(R&D) 지원사업의 국책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어 매수세가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능지구 육성 R&D 지원사업’을 2년간 수행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2022-03-31 10:00:33[파이낸셜뉴스]레바논 베이루트의 항구 폭발 참사 현장에서 사건 발생 약 1개월 만에 생존자 흔적이 발견됐다. 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칠레 수색구조대 소속 탐지견은 지난달 4일 폭발 참사로 폐허가 된 베이루트 게마이제 거리 인근에서 건물 잔해를 수색하다가 생존 징후를 발견했다. 탐지견은 1층에 술집이 있던 건물 잔해에 멈췄는데 해당 건물은 참사 직후 이미 수색작업을 거쳤던 곳이었다. 칠레 수색구조대는 이날 오전 탐지견의 발견 직후 음파 탐지 장비와 열화상 카메라 등 특수 스캐너를 이용해 정밀 수색에 나섰다. 열화상 카메라 관측 결과 몸집이 큰 사람과 웅크린 작은 사람 등 최소 2명의 사람이 탐지됐다. 음파 탐지 장비에서는 작은 사람에게서 분당 18회의 희미한 맥박이 감지됐다. 칠레 수색구조대장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호흡이 감지됐다. 이는 동물이 아니라 사람 숨소리"라며 "혼수상태에 빠진 채 천천히 호흡을 하고 있는 사람 같다.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구조팀은 매몰된 사람에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 미터의 잔해를 뚫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3개 탐사구를 개척해 시간당 10㎝씩 전진 중이다. 이들은 조명 장치 등을 설치하고 야간작업에 돌입했다. 생존자가 구조된다면 사건 발생 29일 만에 구출되는 것이다. 칠레 수색구조대는 과거 아이티 대지진 당시 27일간 매몰됐던 남성을 구조한 경력이 있다. 당시 해당 남성은 구조 당시 심각한 탈수와 영양실조 증세를 보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0-09-04 16:07:11[파이낸셜뉴스] 무명의 외교관인 무스타바 아디브 전 독일대사가 레바논의 새 총리로 선출됐다. 총리를 맡겠다는 이가 없던 가운데 마침내 아디브가 총대를 멘 것으로 보인다. 8월 31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나지브 미카티 전 총리 자문을 지낸 뒤 2013년부터 주독 레바논 대사를 지내고 있는 아디브가 레바논 총리가 됐다. 레바논에서는 지난 7월 수도 베이루트 항만의 대규모 폭발사고로 180여명이 목숨을 잃는 국가적인 인재 속에 내각이 총사퇴한 바 있다. 이날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아디브 총리를 인준했다. 아디브는 헤즈볼라, 시아파 이슬람 정당을 비롯해 레바논 의회 다수의 지지를 받아 총리로 당선됐다. 아디브는 신속히 내각을 꾸려 의회와 협력해 '근본적인 신속한 개혁'에 나설 것이라면서 국제통화기금(IMF)과도 공조하겠다고 밝혔다. 레바논은 폭발참사 이전부터 심각한 경제난 속에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해왔다. 아디브는 수십년에 걸친 레바논 정부에 대한 국민의 믿음 상실을 딛고 신뢰를 구축해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게 됐다. 지난해 10월 대규모 시위 이후 레바논에서는 산발적인 시위가 벌어져왔고, 7월 폭발 참사 이후에는 4주동안 시위가 있었다. 그러나 아디브가 과연 개혁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가 비교적 생소한 인물이지만 정권 깊숙이 연관을 맺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다. 베이루트 싱크탱크인 카네기 중동센터의 모하나드 하지 알리 연구위원은 아디브 총리가 정치인 출신은 아니지만 "체제 이방인이라가보다 미카티 전 총리 측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미카티는 2005년과 2011~2014년 레바논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레바논의 부패에 깊숙히 관여한 인물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 알리는 시위 운동 세력은 아디브의 총리 선출을 "기존 정치 계급의 영향력을 연장하려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면서 시민달은 "사실상 죽은 몸뚱아리에 치장을 하는 것"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총리 선출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베이루트 방문 직전에 발표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올해 85세의 레바논 유명 가수 파이루즈를 그녀의 자택에서 만난 뒤 아운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다. 이는 프랑스가 레바논 정부보다 시민들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정치적 제스처로 해석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0-09-01 05:00:40【 울산=최수상 기자】 최소 135명이 숨지고 약 18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레바논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 이후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공단이 위치한 울산에서 대형 폭발사고와 유독물질 누출 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울산에 질산암모늄 얼마나 있나? 23일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석유화학단지는 전국화학단지 면적의 53%, 저장 액체위험물의 42%, 특히 고위험 화학물질의 연간 유통량 27%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위험물제조소 등의 설치를 허가 받은 업체는 8126곳에 이르며 특히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를 받은 곳은 723곳이나 된다. 여기에다 동북아 에너지허브로 조성되고 있는 울산항은 원유와 가스, 각종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입 등으로 울산항은 국내 액체화물 물동량의 30%를 처리하고 있다. 특히 이번 베이루트 대폭발의 원인으로 지목된 질산암모늄의 경우 울산지역 내 취급업체가 18곳에 이르고 있지만 실태 파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기껏 공개된 정보는 업체 9곳과 5만t가량 뿐 이 외에는 실제 얼마나 많은 양이 저장돼 있고 어떤 곳에 사용되는지 울산시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관련 정보가 기업의 영업비밀로 비공개 분류된 데다 국민총리실 대테러센터의 비공개 요구 때문이다. 이번 베이루트 폭발 당시 현장에는 약 2750t의 질산암모늄이 보관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의회 행자위 소속 백운찬 의원은 "화학물질관리법 시행 후 5년이 지났지만 규제해야 할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베이루트 사고를 남의 집 불구경만으로 넘길 수는 없는 실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유있는 '화약고' 취급 이 같은 상황은 공단 내 폭발, 화재사고와 유독물질의 누출사고와도 연결된다. 최근 3년간(2017~201) 해마다 30여 건씩 97건의 화재,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유해물질 관련 사고는 최근 5년간 272건(2019 울산시정백서)이나 발생했으며 누출로 이어진 사건도 104건이나 된다. 질산암모늄과 관련해서도 지난 2013년 공단 내 비료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자칫 대형 연쇄폭발을 일으킬 위험도 안고 있다. 설치된 지 40년이 넘은 공단 내 노후 지하배관 때문이다. 화학관, 가스관, 송유관, 전력관 등을 포함해 길이만 1만2858km인 이 노후 배관은 울산 국가산단 2곳을 거미줄보다 복잡하게 연결하고 있다. 울산시는 이같은 시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컨트롤 타워인 울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와 특수화학구조대를 조직했다. 노후 배관 안전관리를 위해 2018년부터 안전진단 중이며, 사고 시 주민소산계획 수립, 지상 배관망 구축, 등에도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안전망은 여전히 허술하고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 20일 울산 온산공단에서 발생한 화재의 경우 유독물질의 폭발 가능성으로 인해 관할 소방서의 모든 인력이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지만 주민들에게 통보된 안전 메시지는 진화 완료 후 발송됐다. 이에따라 베이루트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고위험 우려 물질의 처리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고, 국가가 직접 고독성고위험물질관리센터를 울산에 건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0-08-23 16:5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