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 세계에서 김밥의 인기가 날로 증가하는 가운데 뉴욕 공식 인스타에 올라온 김밥 도시락을 싸는 동영상이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뉴욕시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뉴욕 런치룸에서 김밥 만들기’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은 미국 뉴욕시에 거주하는 아이들의 점심 도시락을 소개하는 코너로, 미국 뿐 아니라 한국, 인도, 영국, 도미니카공화국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아이들의 점심 식사를 영상으로 만들었다. 뉴욕시는 “아이들은 친구들의 도시락을 보며 더 많은 세계를 배운다”고 말했다. 영상에 나온 에이버리는 “엄마가 밥이랑 김, 호일을 싸줬다”며 자신의 점심 도시락을 공개했다. 도시락통에는 조미김, 호일, 밥이 담겼고, 에이버리는 책상에 호일을 깔 뒤 그 위에 김과 밥을 올려 돌돌 말아 먹기 시작했다. 에이버리는 “왜 김밥을 좋아하느냐”고 묻는 말에는 “건강하고 맛있으니까”라고 답했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700만 뷰를 훌쩍 넘으며 공개 8개월이 지난 지금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해당 영상은 현지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해당 코너의 영상 조회수는 17만, 38만, 63만, 90만 등을 웃돌았지만 김밥과 관련된 영상은 자그마치 776만을 기록했다. 한편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라면이나 냉동 김밥, 김치 등 한국 음식의 수출액은 31억2000만 달러(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증가한 수치로, 1월부터 4월까지 수출 실적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다만 연초 장당 100원을 밑돌던 김 소매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가며 지난주 130원을 돌파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에 따르면 마른김(중품) 10장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26일 1304원을 기록했다. 마른김 10장 평균 소매가격은 1년 전(1012원)과 비교하면 29% 오른 것이다. 이는 공급이 늘어났지만 수출이 더 크게 늘어나면서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5-03 08:50:21【 광주=황태종 기자】광주광역시 서구 양동(良洞)에 위치한 양동시장(사진)은 110여년의 역사를 지닌 광주 대표 전통시장이다. 시장을 처음 방문한 사람은 방대한 크기에 한 번 놀라고, 세상 모든 종류의 상품을 가져다 놓은 듯한 막대한 물량에 두 번 놀란다. 지난 19일 양동시장㈜ 상인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용목 상인회장은 "우리나라 전통시장이 조선시대 5일장에서 비롯됐듯이 양동시장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였던 1910년 광주를 가로지르는 광주천 백사장에서 열렸던 5일장에서 시작됐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또 "이후 '대광주계획'에 따라 하천정비사업을 하기 위해 광주공원으로 옮겨졌다가 1940년 일제가 지금의 광주공원 현충탑 자리에 있던 신사의 주변을 정리한다는 명목으로 현재의 장소로 이전했다"라고 설명했다. ■1910년 광주천에 들어선 5일장 모태로 110여년의 유구한 역사 자랑 김 회장은 이어 "일제 말기 전시동원령이 내려지면서 시장의 기능마저 통제돼 사실상 폐시 상태였으나, 해방과 동시에 광주시에 귀속돼 관영 5일 시장으로 새 출발했고, 1969년 광주시로부터 대지 1만580.5㎡를 불하받아 민영시장인 양동시장㈜를 개설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양동'이라는 동네 명칭에 대해서도 "원래는 큰 샘이 있어 '샘물'이라 불렀고, 일제 때는 '천정(泉町)'이라 불렸으나, 해방 후인 1946년 일제의 잔영을 없애기 위해 여러 직종의 드센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장터라는 지역적 특성에 착안해 어질게 살라는 뜻으로 '양동(良洞)'이라 칭하게 됐다"라고 소개했다. 양동시장이 호남 제일의 시장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 이후라는 게 정설이다. 당시 광주시내는 물론 송정리, 나주 남평, 담양, 장성 등 광주의 변방을 통할하는 중앙시장의 역할을 하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양동복개상가㈜가 1971년 시장 등록을 마친데 이어 광주천을 복개해 2층 콘크리트 건물로 조성한 상가가 1972년 개설되고 인근 발산마을에는 전남지역에서 온 이주민들이 정착하면서 양동시장 일대는 광주 중심지 외곽의 생활권역이자 전남 최대 시장촌으로 자리 잡았다. ■"집안의 대소사를 치르기 위해 반드시 들려야 하는 시장" 명성 구가이렇듯 양동시장은 도시의 성장과 함께 해방 후 귀국한 동포, 한국전쟁 난민, 1960~70년대 궁핍한 농촌을 떠나 도시로 삶의 터전을 옮긴 이주자에게 귀중한 생계 기반을 제공하는 삶의 터전이 됐다. 이곳 상인들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가마솥을 걸고 밥을 지어 시민군에게 제공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 회장은 "시장이 전성기를 구가했던 1980년대까지 양동시장은 지역 특산물로 결혼, 이사, 개업, 장례에 이르기까지 모든 애경사를 치를 수 있는 품목을 갖춰 "집안의 대소사를 치르기 위해 반드시 들려야 하는 시장"으로 통했다"라고 말했다. 양동시장과 복개상가는 이후 1990년대 광주 시가지 확대 및 고층 아파트 건립과 함께 백화점 시대가 도래하면서 정체기에 접어들었으나, 수산시장과 닭전길시장(2005년), 건어물시장(2006년), 산업용품시장(2008년), 경열로시장(2012년) 등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호남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시장이라는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대지면적은 8만6000㎡, 건물면적은 12만3000여㎡에 달한다. 10월 1일 현재 7개 시장에서 1000여개 점포가 영업 중인 가운데 1700여명의 상인이 종사하고 있다. ■100여개 점포에서 전라도 대표 향토음식인 홍어를 전문적으로 취급 전통시장의 맥을 이어가며 시장의 맏형 노릇을 하고 있는 양동시장㈜의 경우 홍어, 채소, 수산, 곡류 등을 다룬다. 특히 영업 중인 점포(238개)의 21%인 50개 점포가 전라도 대표 향토음식인 홍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며 국내 최대 홍어 유통 시장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김 회장은 "홍어를 행사나 집안 대소사에서 메인 요리로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면서 "양동시장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홍어를 유통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를 넘어서 세계 최대 홍어 유통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우스개로 말했다. 또 "양동시장에는 최상급인 서해 대청도에서 잡은 국내산 홍어를 필두로 그다음으로 치는 칠레산을 비롯해 아르헨티나산, 우루과이산, 러시아산, 미국산 등 전 세계에서 잡ㄴ힌 모든 홍어가 거래되고 있다"면서 "최상급인 국내산 홍어는 돼지고기로 비유하면 목살이나 삼겹살이고, 주로 행사장에서 쓰이는 최하급인 미국산 홍어는 뒷다리살이어서 가격도 5배 이상 차이가 나지만 양동시장에선 어느 상점에서나 믿고 구매하셔도 된다"라고 강조했다. 양동시장은 전통시장답게 홍어 전문점 외에도 야채(36곳), 한복(29곳), 수산(17곳), 의류(13곳), 침구류(8곳) 전문점이 들어서 있다. 고기를 사러 온 사람들이 많아 식육점도 7곳에 이르고, 쌀과 잡곡을 파는 미곡점도 5곳에 달한다. '양동시장 참기름은 더 고소하다'라는 입소문에 참기름 가게 4곳도 성업 중이다. 최근엔 젓갈이 듬뿍 들어간 파김치 등 전라도 김치를 맛보려는 출향인이나 타지역민이 잇따르면서 반찬가게 3곳도 온·오프라인으로 손님을 맞고 있다. ■7개 시장 각양 각색 전문점 운영으로 호남 제일 시장 명성 이어가양동복개상가에선 이불, 가구, 신발, 옷, 모자, 가방 등 공산품과 함께 100% 수공업 제품인 커튼을 판매한다. 전체 220여개 점포 중 100여개가 커튼 전문점으로, 대개 30~40년을 경력을 지닌 장인들이 고객의 취향에 맞춰 싸고 좋은 제품을 맞춤 제작해 고객 만족도가 매우 높다. 전국 커튼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1960년대까지 우(牛)시장이었다가 1970년대 수산시장으로 변모한 양동수산시장은 50여개 점포에서 각종 수산물을 판매한다. 이중 20개 점포는 홍어를 취급해 양동시장㈜의 홍어 전문점 및 주변 상가 홍어 전문점까지 합하면 양동시장에선 모두 100여개 점포가 홍어를 다루고 있는 셈이다. 양동닭전길시장은 원래 우시장 주변으로 닭, 오리 등 작은 가축을 팔러 온 사람들이 몰린 닭집(닭전) 거리 입구에 형성된 시장을 기반으로 조성돼 지금도 닭과 오리, 건재, 제분 등을 판매하고 있다. 시장 입구에 위치한 통닭집은 닭발과 닭모래집을 함께 튀겨내 원래 유명했으나, 요리연구가 겸 사업가인 백종원씨가 한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3대 천왕-치킨편'에 등장해 전국적으로 더욱 유명해져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매년 통닭과 맥주를 주제로 양동통맥축제가 열린다. 양동건어물시장은 비수기 없이 연중 내내 다시마(4월), 마른 새우(5월), 멸치(6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자연산미역(7월), 김(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오징어(11월) 등 건어물을 판매한다. 산지 직거래를 통해 양질의 제품을 대형 마트보다 30~40% 저렴하게 판매해 대부분 상가에서 전국 각지의 단골 고객을 25~30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모든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실시된 원산지 가격 표시 실명제 평가에서 전국 2위를 차지했다. 젊은 고객 유치를 위해 건어물과 맥주를 활용한 건맥축제 개최, '건물생심' 브랜드 상표 등록, 라이브 커머스 수시 진행, 소포장 상품 개발 및 판매 등을 추진하고 있다. 양동산업용품시장은 가정용 공구, 농기구,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기계 공구, 보일러, 콤프레이셔까지 산업용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지난 1955년부터 현재 위치에서 자리를 잡고 영업을 해온 결과, 모터, 공구, 전기 등 각 분야별 전문 기술자 120여명이 전국 최고의 AS를 제공하며 '못 고치는 것이 없는 시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양동경열로시장은 양동시장 인근 경열로 주변 상가과 노점상을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으로 채소와 과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곳의 몇몇 음식점은 돼지국밥을 비롯해 칼국수, 김밥, 떡볶이 등 다양한 음식을 팔며 분식점이라는 상호를 달고 있는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드셨다는 돼지국밥을 파는 분식점도 여전히 성업 중이다. 이 음식점은 지난 2002년 12월 14일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대선 5일 전에 시장을 방문했을 때 국밥을 남김 없이 비웠다고 해 일명 '노무현국밥집'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20년이 넘도록 잊을만하면 정치인의 방문 소식이 전해져 온다. ■전통시장 상권 활성화 및 특상화 사업 유치로 침체 딛고 활로 모색광주광역시 서구는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사업인 '전통시장 상권활성화 사업'을 유치해 지난 2019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 일정으로 국비 40억원 등 총 80억원을 들여 7개 시장 일원에서 상권 환경 개선, 시장 자치거버넌스 육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있는 전통시장 조성으로 관광객 유입에 주력하고 있다.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참여형 축제인 야시장 운영, 시장 내 대표 먹거리 상가 육성 및 먹자골목 활성화를 위한 요리대회 개최, 다양한 시장 체험 프로그램 추진을 위한 거점공간 운영, 상인 DJ를 통한 라디오 프로그램 운영이 대표적이다. 또 시장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상인총회, 고객관리지원단, 상인대학원, 기자단 등을 운영하며 상인 리더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서구는 아울러 중소벤처기업부의 또 다른 공모사업인 '특성화시장 육성 사업'을 유치해 양동건어물시장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키워가고 있다. 또 시설현대화 사업을 통해 노후 전기시설 개선 등 안전시설을 확충하고, 111면 규모의 공영주차장 조성, 양동산업용품시장 고객지원센터 건립, 양동경열로시장 아케이드 구간에 증발냉방장치 설치 등도 추진하고 있다. 서구는 나아가 양동시장을 '서구 8경(만귀정, 금당산, 풍암호수, 서창들녘 낙조, 용두동지석묘, 양동시장, 운천사마애여래좌상, 5·18 기념공원)' 중 6경으로 선정해 적극 홍보하고 있다. ■상인들도 친절한 서비스 제공 등으로 고객에게 확실한 믿음 주기 위해 안간힘 상인들도 시장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체 상인의 50% 이상이 70~80대이지만, 이들은 '상인대학원' 교육을 통해 신선한 상품을 판매하고, 반드시 원산지를 표시하며, 가격을 미리 고지하는 등 시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확실한 믿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문의하는 고객이나 자신이 판매하는 물건이 아닌 다른 상품을 찾는 고객에게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점포를 상세하게 알려주는 등 '내가 우리 시장 안내사'임을 자임하며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용목 상인회장은 "새벽에는 지역 소상공인을 상대로 양질의 제품을 도매가로 싸게 팔고 주간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소량·소포장 판매로 좋은 상품을 선보이며 광주 대표 시장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hwangtae@fnnews.com
2023-10-22 18:24:34【광주=황태종 기자】광주광역시 서구 양동(良洞)에 위치한 양동시장은 110여년의 역사를 지닌 광주 대표 전통시장이다. 시장을 처음 방문한 사람은 방대한 크기에 한 번 놀라고, 세상 모든 종류의 상품을 가져다 놓은 듯한 막대한 물량에 두 번 놀란다. 지난 19일 양동시장㈜ 상인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용목 상인회장은 "우리나라 전통시장이 조선시대 5일장에서 비롯됐듯이 양동시장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였던 1910년 광주를 가로지르는 광주천 백사장에서 열렸던 5일장에서 시작됐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또 "이후 '대광주계획'에 따라 하천정비사업을 하기 위해 광주공원으로 옮겨졌다가 1940년 일제가 지금의 광주공원 현충탑 자리에 있던 신사의 주변을 정리한다는 명목으로 현재의 장소로 이전했다"라고 설명했다. 1910년 광주천에 들어선 5일장 모태로 110여년의 유구한 역사 자랑 김 회장은 이어 "일제 말기 전시동원령이 내려지면서 시장의 기능마저 통제돼 사실상 폐시 상태였으나, 해방과 동시에 광주시에 귀속돼 관영 5일 시장으로 새 출발했고, 1969년 광주시로부터 대지 1만580.5㎡를 불하받아 민영시장인 양동시장㈜를 개설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양동'이라는 동네 명칭에 대해서도 "원래는 큰 샘이 있어 '샘물'이라 불렀고, 일제 때는 '천정(泉町)'이라 불렸으나, 해방 후인 1946년 일제의 잔영을 없애기 위해 여러 직종의 드센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장터라는 지역적 특성에 착안해 어질게 살라는 뜻으로 '양동(良洞)'이라 칭하게 됐다”라고 소개했다. 양동시장이 호남 제일의 시장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 이후라는 게 정설이다. 당시 광주시내는 물론 송정리, 나주 남평, 담양, 장성 등 광주의 변방을 통할하는 중앙시장의 역할을 하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양동복개상가㈜가 1971년 시장 등록을 마친데 이어 광주천을 복개해 2층 콘크리트 건물로 조성한 상가가 1972년 개설되고 인근 발산마을에는 전남지역에서 온 이주민들이 정착하면서 양동시장 일대는 광주 중심지 외곽의 생활권역이자 전남 최대 시장촌으로 자리 잡았다. "집안의 대소사를 치르기 위해 반드시 들려야 하는 시장" 명성 구가 이렇듯 양동시장은 도시의 성장과 함께 해방 후 귀국한 동포, 한국전쟁 난민, 1960~70년대 궁핍한 농촌을 떠나 도시로 삶의 터전을 옮긴 이주자에게 귀중한 생계 기반을 제공하는 삶의 터전이 됐다. 이곳 상인들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가마솥을 걸고 밥을 지어 시민군에게 제공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 회장은 "시장이 전성기를 구가했던 1980년대까지 양동시장은 지역 특산물로 결혼, 이사, 개업, 장례에 이르기까지 모든 애경사를 치를 수 있는 품목을 갖춰 "집안의 대소사를 치르기 위해 반드시 들려야 하는 시장"으로 통했다"라고 말했다. 양동시장과 복개상가는 이후 1990년대 광주 시가지 확대 및 고층 아파트 건립과 함께 백화점 시대가 도래하면서 정체기에 접어들었으나, 수산시장과 닭전길시장(2005년), 건어물시장(2006년), 산업용품시장(2008년), 경열로시장(2012년) 등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호남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시장이라는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대지면적은 8만6000㎡, 건물면적은 12만3000여㎡에 달한다. 10월 1일 현재 7개 시장에서 1000여개 점포가 영업 중인 가운데 1700여명의 상인이 종사하고 있다. 100여개 점포에서 전라도 대표 향토음식인 홍어를 전문적으로 취급 전통시장의 맥을 이어가며 시장의 맏형 노릇을 하고 있는 양동시장㈜의 경우 홍어, 채소, 수산, 곡류 등을 다룬다. 특히 영업 중인 점포(238개)의 21%인 50개 점포가 전라도 대표 향토음식인 홍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며 국내 최대 홍어 유통 시장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김 회장은 “홍어를 행사나 집안 대소사에서 메인 요리로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면서 “양동시장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홍어를 유통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를 넘어서 세계 최대 홍어 유통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우스개로 말했다. 또 “양동시장에는 최상급인 서해 대청도에서 잡은 국내산 홍어를 필두로 그다음으로 치는 칠레산을 비롯해 아르헨티나산, 우루과이산, 러시아산, 미국산 등 전 세계에서 잡힌 모든 홍어가 거래되고 있다”면서 “최상급인 국내산 홍어는 돼지고기로 비유하면 목살이나 삼겹살이고, 주로 행사장에서 쓰이는 최하급인 미국산 홍어는 뒷다리살이어서 가격도 5배 이상 차이가 나지만 양동시장에선 어느 상점에서나 믿고 구매하셔도 된다”라고 강조했다. 양동시장은 전통시장답게 홍어 전문점 외에도 야채(36곳), 한복(29곳), 수산(17곳), 의류(13곳), 침구류(8곳) 전문점이 들어서 있다. 고기를 사러 온 사람들이 많아 식육점도 7곳에 이르고, 쌀과 잡곡을 파는 미곡점도 5곳에 달한다. '양동시장 참기름은 더 고소하다'라는 입소문에 참기름 가게 4곳도 성업 중이다. 최근엔 젓갈이 듬뿍 들어간 파김치 등 전라도 김치를 맛보려는 출향인이나 타지역민이 잇따르면서 반찬가게 3곳도 온·오프라인으로 손님을 맞고 있다. 7개 시장 각양 각색 전문점 운영으로 호남 제일 시장 명성 이어가양동복개상가에선 이불, 가구, 신발, 옷, 모자, 가방 등 공산품과 함께 100% 수공업 제품인 커튼을 판매한다. 전체 220여개 점포 중 100여개가 커튼 전문점으로, 대개 30~40년을 경력을 지닌 장인들이 고객의 취향에 맞춰 싸고 좋은 제품을 맞춤 제작해 고객 만족도가 매우 높다. 전국 커튼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1960년대까지 우(牛)시장이었다가 1970년대 수산시장으로 변모한 양동수산시장은 50여개 점포에서 각종 수산물을 판매한다. 이중 20개 점포는 홍어를 취급해 양동시장㈜의 홍어 전문점 및 주변 상가 홍어 전문점까지 합하면 양동시장에선 모두 100여개 점포가 홍어를 다루고 있는 셈이다. 양동닭전길시장은 원래 우시장 주변으로 닭, 오리 등 작은 가축을 팔러 온 사람들이 몰린 닭집(닭전) 거리 입구에 형성된 시장을 기반으로 조성돼 지금도 닭과 오리, 건재, 제분 등을 판매하고 있다. 시장 입구에 위치한 통닭집은 닭발과 닭모래집을 함께 튀겨내 원래 유명했으나, 요리연구가 겸 사업가인 백종원씨가 한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3대 천왕-치킨편'에 등장해 전국적으로 더욱 유명해져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매년 통닭과 맥주를 주제로 양동통맥축제가 열린다. 양동건어물시장은 비수기 없이 연중 내내 다시마(4월), 마른 새우(5월), 멸치(6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자연산미역(7월), 김(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오징어(11월) 등 건어물을 판매한다. 산지 직거래를 통해 양질의 제품을 대형 마트보다 30~40% 저렴하게 판매해 대부분 상가에서 전국 각지의 단골 고객을 25~30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모든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실시된 원산지 가격 표시 실명제 평가에서 전국 2위를 차지했다. 젊은 고객 유치를 위해 건어물과 맥주를 활용한 건맥축제 개최, '건물생심' 브랜드 상표 등록, 라이브 커머스 수시 진행, 소포장 상품 개발 및 판매 등을 추진하고 있다. 양동산업용품시장은 가정용 공구, 농기구,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기계 공구, 보일러, 콤프레이셔까지 산업용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지난 1955년부터 현재 위치에서 자리를 잡고 영업을 해온 결과, 모터, 공구, 전기 등 각 분야별 전문 기술자 120여명이 전국 최고의 AS를 제공하며 '못 고치는 것이 없는 시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양동경열로시장은 양동시장 인근 경열로 주변 상가과 노점상을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으로 채소와 과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곳의 몇몇 음식점은 돼지국밥을 비롯해 칼국수, 김밥, 떡볶이 등 다양한 음식을 팔며 분식점이라는 상호를 달고 있는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드셨다는 돼지국밥을 파는 분식점도 여전히 성업 중이다. 이 음식점은 지난 2002년 12월 14일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대선 5일 전에 시장을 방문했을 때 국밥을 남김 없이 비웠다고 해 일명 '노무현국밥집'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20년이 넘도록 잊을만하면 정치인의 방문 소식이 전해져 온다. 전통시장 상권 활성화 및 특상화 사업 유치로 침체 딛고 활로 모색 광주광역시 서구는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사업인 '전통시장 상권활성화 사업'을 유치해 지난 2019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 일정으로 국비 40억원 등 총 80억원을 들여 7개 시장 일원에서 상권 환경 개선, 시장 자치거버넌스 육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있는 전통시장 조성으로 관광객 유입에 주력하고 있다.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참여형 축제인 야시장 운영, 시장 내 대표 먹거리 상가 육성 및 먹자골목 활성화를 위한 요리대회 개최, 다양한 시장 체험 프로그램 추진을 위한 거점공간 운영, 상인 DJ를 통한 라디오 프로그램 운영이 대표적이다. 또 시장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상인총회, 고객관리지원단, 상인대학원, 기자단 등을 운영하며 상인 리더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서구는 아울러 중소벤처기업부의 또 다른 공모사업인 '특성화시장 육성 사업'을 유치해 양동건어물시장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키워가고 있다. 또 시설현대화 사업을 통해 노후 전기시설 개선 등 안전시설을 확충하고, 111면 규모의 공영주차장 조성, 양동산업용품시장 고객지원센터 건립, 양동경열로시장 아케이드 구간에 증발냉방장치 설치 등도 추진하고 있다. 서구는 나아가 양동시장을 '서구 8경(만귀정, 금당산, 풍암호수, 서창들녘 낙조, 용두동지석묘, 양동시장, 운천사마애여래좌상, 5·18 기념공원)' 중 6경으로 선정해 적극 홍보하고 있다. 상인들도 친절한 서비스 제공 등으로 고객에게 확실한 믿음 주기 위해 안간힘 상인들도 시장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체 상인의 50% 이상이 70~80대이지만, 이들은 '상인대학원' 교육을 통해 신선한 상품을 판매하고, 반드시 원산지를 표시하며, 가격을 미리 고지하는 등 시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확실한 믿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문의하는 고객이나 자신이 판매하는 물건이 아닌 다른 상품을 찾는 고객에게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점포를 상세하게 알려주는 등 '내가 우리 시장 안내사'임을 자임하며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용목 상인회장은 "새벽에는 지역 소상공인을 상대로 양질의 제품을 도매가로 싸게 팔고 주간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소량·소포장 판매로 좋은 상품을 선보이며 광주 대표 시장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형 매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에서 건물 신축을 지원하는 등 시대에 맞는 전통시장 육성 정책을 바란다"라고 말했다. hwangtae@fnnews.com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3-10-20 10:32:52【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전북도가 코로나19 사태로 그동안 멈췄던 농수산식품 해외시장 개척을 시작한다. 전북도와 전북바이오융합산업진흥원은 이달 24일부터 28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방콕식품박람회(THAIFEX-ANUGA ASIA) 전북홍보관 운영을 시작으로 3년 만에 현지 해외시장개척을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정식으로 열리는 태국 방콕식품박람회는 태국 정부와 독일의 쾰른 박람회(ANUGA)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세계 3대 식품전시회 중 하나다. 세계 3대 식품전시회는 방콕식품박람회, 서울식품전, 동경식품전이 꼽힌다. 방콕식품박람회 전북홍보관에는 복분자, 과채주스, 조미김, 김치류 등 제품을 생산하는 전북 도내 4개 업체가 참가해 태국과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을 위한 전시·상담 활동을 펼친다.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는 전북 농수산식품 수출 25%를 점유하는 주요 시장으로 높은 경제성장률과 한류 열풍에 힘입은 수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동남아시아 농식품 수출액은 2019년 1억1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억1000만 달러로 8.9% 성장률을 보였다. 동남아 주요 수출 품목은 마른김, 면류, 비스킷, 사료, 닭고기, 배 등으로 이번 박람회를 통해 수출 품목을 확대하고 신규 품목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박람회 종료 후에도 마케팅과 바이어 초청 상담 등 사후관리를 지원할 예정이다. 신원식 전북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최근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했던 해외 전시회 현지 참가와 농식품 수출 시장개척 활동을 이번 방콕식품박람회 전북홍보관 운영을 시작으로 재개했다"면서 "신남방 시장개척을 통하여 농식품 수출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해외마케팅 지원사업을 추가 발굴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2022-05-24 15:48:15[파이낸셜뉴스] 올해 김장은 배추, 무 가격이 폭등했던 지난해에 비해 저렴하게 담글 수 있을 전망이다. 김장의 주재료가 평년과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와 무, 고추 등 공급을 확대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8일 ‘김장채소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하며 김장 집중 시기인 11월 하순~12월 상순에 배추 출하량을 평시보다 1.37배 늘린다고 밝혔다. 일 평균 260톤을 출하해 총 5200톤을 공급할 계획이다. 수급이 불안정할 경우 정부 비축 물량 등 총 6500톤과 채소가격안정제 물량까지 내놓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가을배추의 생산량이 감소해 11∼12월 도매가가 평년보다 소폭 오른 포기당 2300∼2500원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전국적으로 물량이 많이 출하되는 특성상 값이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또 정부는 무와 고추의 수급 불안이 발생하면 각각 1000톤, 1만4000톤의 비축물량을 풀기로 했다. 가을무 가격은 11∼12월 출하량 증가로 평년보다 하락한 개당 900∼1250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마른 고추 도매가는 평년보다 5∼6% 하락한 600g당 1만500원, 깐마늘은 21% 상승한 ㎏당 7800원 내외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장 채소류 할인 규모도 확대해 소비자 비용부담을 완화한다. 특히 농축산물 할인쿠폰을 통해 11월 11일∼12월 8일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김장 채소류, 돼지고기를 20% 저렴하게 판매한다.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는 배추, 무, 마늘 등 채소를 시가보다 13~40% 저렴한 가격에 선보인다. 지난해 할인 품목에 포함되지 않았던 양파와 대파를 추가하고, 할인 물량을 1.9배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11월부터는 김장채소 수급안정대책반도 가동한다. 농식품부는 농촌진흥청, 농협,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 관계기관을 중심으로 총괄·현장지도·시장대응팀 3개반을 구성하고 품목별 공급 상황, 가격 동향 등을 일일 점검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양념채소, 수입김치 등에 대한 원산지 허위 표시 등 부정유통 행위를 집중 단속한다. 권재한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가격상승 가능성이 있는 주요 김장재료 공급을 충분히 확대해 김장철 수급불안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2021-10-28 12:23:36"이번에는 뭐 먹지?" 고만고만한 가정간편식(HMR)들을 많이 먹다보니 입맛이 무뎌지는 듯하다. 새로운 먹거리가 절실하다. 한창 고민하고 있는데 불쑥 우리 부서(생활경제부) 식음료 담당 팀장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테이스티나인 어떠세요?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이래요." "고뤠?" '프리미엄'이라는 단어에 귀가 솔깃한다. 곧바로 인터넷 검색에 들어간다. 테이스티나인은 데우기만 바로 먹을 수 있는 차세대 밀키트 '레디잇(READY EAT)'을 비롯해 △프리미엄 가정식 '탐나는밥상' △육가공 전문 '신선고깃간' △스테이크 전문 부처스나인(Butcher's9)' △국물요리 전문 '온기원' △중화요리 전문 '테이스티 반점' △일본 가정식 '테이스티 도쿄' △마켓컬리와 협업한 '신사동백반' 등 여러 개의 하위 브랜드를 갖고 있다. 자연스레 그 맛이 궁금해졌다. 이리저리 잴 것도 없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신박하게 보이는 이름들을 푸짐하게 쓸어담았다. ■이 만한 간식 없다… 먹어바오 '찐빵 사이에 속재료를 채워 먹는 대만식 길거리 음식으로 바오번의 쫄깃한 식감과 풍미넘치는 속재료의 찰떡궁합!' 대만식 버거 '먹어바오'의 포장지에 적힌 문구다. 정말 한 치도 틀림이 없는 그대로의 맛이다. 중국음식점에서 자주 접하는 '고추잡채'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맛은 많이 다르다. 훨씬 더 깔끔하고 상큼하다. 전자레인지에 데운 바오번 안에 소스를 바르고, 샐러드와 당근피클, 돼지등심 바베큐를 넣는다. '입이 짧은' 아내와 딸아이는 "고기에서 동남아 음식 특유의 냄새가 난다"며 얼굴을 찌푸린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이들이다. 고기를 빼고 속을 채운 다음 맛나게 먹는다. "고기가 없어도 맛나다" "매콤 달달한 소스가 일품"이라며 5개를 모두 먹어치웠다. 이럴 때는 집안 서열 3위라는 게 서럽다. 투덜대면서 바오번을 대신해 식빵으로 남은 고기들과 재료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나의 기대와 상상을 뛰어넘는다. 새로운 요리를 발견한 것 같다. 먹는 내내 기쁨의 웃음이 나온다.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맛있다. 바오번은 더 맛있을까 궁금해진다. 먹어바오는 한 마디로 "꼭 한 번 먹어보라"고 주위에 광고하고 싶은 맛이다. 재구매 의사 200% 있다. "이렇게 맛있는 건 냉장고에 넉넉히 쟁여두고 먹어야 한다"며 아내가 이미 3개를 주문했다. 속으로 조용히 "만세"를 불렀다. '몽골리안 비프'는 난생 처음 만나는 퓨전 중국식 요리다. 테이스티나인 홈페이지에는 '소고기를 한 번 튀겨 쫀득한 식감을 더하고, 달큰 짭조름한 양념에 한 번 더 볶은 중국식 고기볶음'이라고 쓰여 있다. 식감이 독특하다. 부드럽지도, 딱딱하지도 않다. 꼬집어 한두 마디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맛있다. 마늘쫑이 전체적으로 맛의 균형을 잘 잡아준다. 고추장 한 숟갈 넣어서 몽골리안 비프와 밥을 쓱싹쓱싹 비비니 다른 반찬은 1도 필요 없다. 술 안주로도 괜찮을 듯하다. ■와인보다 소주…비프 토마토 스튜 '비프 토마토 스튜'는 와인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골랐다. 하지만 나의 실수였다. 아내는 '물에 빠진 고기'를 절대 먹지 않는다. 소고기가 든 스튜를 먹을 리가 만무하다. 그래도 완전히 나쁘지는 않다. 내가 다 먹으면 되니까. 작게 썰어 놓은 소고기와 감자, 치즈, 브로콜리까지 한가득이다. 파슬리가 색감을 살려준다. 보글보글 끓으니 냄새가 끝장이다. 마음이 급해진다. 국물(소스)부터 한 숟갈 뜨니 와인이 아니라 소주가 생각난다. 바삭하게 구워낸 바게트는 국물에 찍어 먹는 게 건더기를 올려 먹는 것보다 훠얼~씬 낫다. 바게트가 달랑 4개 밖에 없어 서운할 정도다. 하필이면 이럴 때 냉장고에 빵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니. '밥을 말아 김치랑 먹으면 어떨까' 궁금했지만 스튜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참는다. 함께 먹은 '미트볼 파스타'는 아주 익숙한 맛이다. 미트볼을 아주아주 좋아하는 관계로 언제 어디서든 실패하지 않을 메뉴 가운데 하나다. 오늘은 딸아이한테 한 젓가락도 양보하지 않았다. 호기심에 남은 비프 토마토 스튜 소스에 파스타를 비벼 먹으니 둘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벌써부터 비프 토마토 스튜와의 다음 만남이 기다려진다. 이날 아내의 와인 안주는 '부처스9 안심스테이크'로 정해졌다. 부드러운 호주산 안심살에 아스파라거스와 새송이버섯, 양파, 그린빈까지 알차게 들었다.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쳐다보았으나 자비는 없었다. 아내가 넘겨준 것은 본인이 싫어하는 아스파라거스와 희미한 크기의 안심 한 점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감사하면서 맛을 봤다. "이렇게 맛있는 걸 혼자 먹다니…내일 바로 주문해서 제대로 먹어보리라." ■야채와 푸짐한 만남…전주식 비빔밥 '전주식 비빔밥'은 제일 잘 고른 메뉴다. 요즘처럼 이른 더위에는 아점(아침+점심)으로 이 만한 메뉴도 없다. 콩나물, 참나물, 도라지, 고사리, 애호박, 무채 등 나물 6가지와 소고기볶음, 계란지단까지 푸짐하게 들었다. 아내의 눈대중은 믿을 것이 못 된다. 내 눈에는 딱 봐도 2인분이다. 하지만 아내는 비빔밥을 만들기 위해 양푼까지 등장했음에도 "대식가라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라"며 '윤경현용 1인분'이라고 박박 우긴다. 게다가 "비빔밥에는 계란프라이가 있어야 제 맛"이라며 두 개나 부쳐냈다. "'쭈꾸미볶음'을 얹으면 더 좋겠다"는 아내를 겨우 말렸다. 다행히 나물들은 서로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고추장은 3분의 2만 넣었다. 조금 싱거운 듯한 게 좋다. 나물의 양이 밥보다 두 배는 돼 보인다. 그래도 맛있는 걸 어쩌나. 어느 새 양푼을 끌어안고 비빔밥을 입에 퍼 넣는 내 모습을 본다. 믿거나 말거나 나는 역시 고기보다 나물, 즉 채식이 체질이다. 아내의 예언대로 기어이 '완양푼'했다. 깨끗이 비워냈다는 얘기다. 아침부터 운동을 빡세게 한 탓에 배가 많이 고팠던 때문이다. 하루 종일 배가 꺼지지 않았다. 이날의 식사는 이 한 끼로 끝났다. 당분간 비빔밥은 식사 메뉴에서 빼야겠다. '밀푀유나베'를 실물로 영접한 것은 다음날 저녁이었다. 일본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음식이라 기대가 크다. 밀푀유나베는 '1000겹의 잎사귀'라는 프랑스어 '밀푀유(mille feuille)'와 '냄비'를 뜻하는 일본어 '나베(なべ)'가 합쳐진 말이다. 번거로운 재료 손질은 테이스티나인이 전부 다 했다. 켜켜이 쌓인 배추와 깻잎, 고기를 냄비에 옮겨 담고, 육수를 부어서 끓이기만 하면 된다. 팽이버섯과 표고버섯, 청경채도 들어 있다. 처음 봤을 때는 양이 적은 줄 알았는데 냄비가 가득찬다. 첫 인상이 강렬하지는 않다. 멸치육수를 먼저 맛본다. 살짝 싱거운 듯하지만 초깔끔하다. 잔치국수가 생각난다. 이번에는 배추, 깻잎, 고기를 한 입에 담는다. 나쁘지 않다. 그렇다고 존맛탱이라기엔 5% 부족하다. 샤브샤브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고기가 조금 더 부드러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소스 없이도 충분히 먹을 만하다고 생각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김치를 꺼냈다. 탁월한 선택이다. 역시 한국사람 곁애는 김치가 있어야 한다. 건더기를 다 먹은 후에는 죽이다. 육수를 적당히 남겨서 밥과 잘게 썬 김치, 양파를 넣고 눌어붙지 않도록 한참을 젓는다. 팔이 아플 만큼 열심히 저어야 맛이 배가 된다. 마지막으로 계란과 참기름, 김가루를 투하하면 완성이다. 역시 이 맛이다. 밀푀유나베를 빛나게 만든다. 아내도, 나도 그릇에 코를 박는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2021-07-08 18:06:30【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의 한 중학교 학생들에게 제공된 도시락 급식의 내용물을 놓고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서휘웅 울산시의원은 24일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을 상대로 한 서면질문에서 "문제의 중학교 도시락 구성 상태를 보면 정말 아이들이 먹는 것이라고 믿기 힘든 상태였다"며 "콩나물국은 말이 국이지 콩나물이 거의 없어 멀겋다 못해 국그릇 바닥이 보일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또 "카레는 색만 노랗지 아예 건더기가 없다고 해야 맞는 표현이다"며 "반찬 또한 김치 한 조각에 단무지 몇 조각, 돈가스는 저렴해 보이는 냉동제품을 해동만 거쳐 그대로 공급해 마른 상태이며, 스파게티면 또한 수분이 없이 말라 차갑게 식어 있었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이러한 사실도 학교 하교 후 배고프다며 집에 와서 밥을 먹는 날이 계속 늘어난 부모님께서 주변 부모님과 애기를 나누다 알게 됐다"며 "그 도시락을 본 부모님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 의원은 "도시락 급식이 부실한 것은 학교와 도시락 공급 업체와의 계약상 문제로 보인다"면서 "애초 도시락 공급 계약 단가가 너무 낮았고, 도시락 공급 수량을 학교 측에서 일방적으로 줄이면서 부실 급식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서 의원은 시교육청이 신속히 현장 조사에 나서서 아이들의 도시락 급식을 조속히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교육청은 "직영급식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부득이하게 도시락으로 급식을 실시할 경우에는 당일조리 당일급식을 원칙으로 ‘학교급식 영양관리기준’의 영양기준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또 인원증감이나 물가변동으로 가격변동 요인이 있을 경우 납품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부실 도시락급식을 제공한 학교에 대해서는 신속한 현장조사를 통해 계약과 납품 전 과정을 면밀히 조사하여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모든 학교에 안내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1-05-24 16:38:02[파이낸셜뉴스] 오는 17일은 세계 고혈압의 날이다. 세계고혈압연맹이 지난 2005년부터 고혈압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만든 기념일이다. 고혈압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를 예방, 관리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목적이다. 평소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자신이 고혈압인지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2021년 세계 고혈압의 날을 맞아 부산시민들을 대상으로 '고혈압 관리를 위한 6대 생활 수칙 실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부산 온종합병원 심혈관센터(센터장 이현국·순환기내과 전문의)를 통해 고혈압에 대한 여러 궁금한 것들을 문답식으로 알아봤다. -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혈압 유병률은 어느 정도인가요. ▲ 지난해 11월 6일 대한고혈압학회에서 발표한 고혈압 팩트 시트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이거나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 모두를 고혈압으로 조사했을 때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약 29%(1200만명)에 이른다. - 혈압이 얼마나 높아야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야 하는지.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일 경우엔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간단한 피검사와 X-ray·심전도 검사를 통해 고혈압으로 인한 장기 손상의 정도를 개략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24시간 혈압측정을 통하여 실제 고혈압 기준에 들어가는지 알아볼 수도 있다. 비교적 젊은 사람에게 고혈압이 발생한 경우엔 원인을 찾기 위해 복부·컴퓨터단층촬영(CT)과 호르몬 검사를 병행하기도 한다. - 고혈압을 방치하면 무슨 질병들이 생길 수 있습니까. ▲고혈압을 방치하면 몸의 여러 장기, 특히 심장과 뇌, 말초혈관, 신장, 눈 등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심비대증이나 심부전, 협심증, 심근경색, 동맥경화증, 말초혈관질환, 뇌졸중, 신장 기능저하, 고혈압성 망막증 등이 이 고혈압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중증 질환들이다. - 고혈압 약을 한 번 복용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데, 되도록 늦게 먹을수록 좋은지. ▲고혈압 약은 중독이 돼서 평생 먹게 되는 것은 아니다. 고혈압 약의 효과가 하루나 이틀 정도까지 밖에 지속되지 않으므로 평생 먹어야 하는 것이다. 고혈압 약은 중독성이 없기 때문에 원하면 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 다만 약 복용을 중단하게 되면 대부분 환자의 혈압이 약을 먹기 전 상태로 다시 되돌아가므로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혈압이 높음에도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약을 늦게 시작하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것은 최악의 상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 고혈압을 방치할 경우 여러 질병과 장애가 생길 수 있으므로 일단 진단 즉시 최대한 빨리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임상연구보고에 따르면 혈압이 140/90㎜Hg 이상인 고혈압 환자는 130/85㎜Hg 미만의 혈압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이 2.6배나 높게 나왔다. - 혈압 약을 먹으면 콩팥이 나빠진다고 하는데, 평생 먹어야 하는 혈압 약이 다른 장기에 얼마만큼 많은 부담을 주는가요. ▲ 모든 약은 간이나 콩팥을 거쳐서 대사되므로 간과 콩팥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빈도가 매우 드물고, 오히려 고혈압 약을 먹지 않음으로써 콩팥이 나빠지는 경우가 더 많다. 고혈압약 중 일부는 통풍, 이상 지질혈증, 고혈당, 전해질 이상 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 콩팥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서 콩팥 기능을 더 떨어지게 할 수도 있지만 빈도가 매우 낮다. 순환기내과 전문의가 환자의 콩팥 기능을 포함한 피검사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면서 고혈압 환자에게 해당 약을 처방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시 말해 고혈압 약은 인체장기에 부작용을 끼치기 보다는, 오히려 장기를 보호하는 효과가 더 크다. - 뭘 먹어야 고혈압이 좋아지나요? ▲건강한 식사습관, 운동, 금연, 절주 등과 같은 비 약물치료 또는 생활요법은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뚜렷하므로 모든 고혈압 환자에게 중요하다. 게다가 고혈압 전단계의 사람에게도 식사 습관이나 운동, 금연 등은 고혈압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게 바람직하다. 온종합병원 심혈관센터는 2021년 세계 고혈압의 날을 맞아 부산시민들을 대상으로 '고혈압 관리를 위한 6대 생활 수칙 실천 캠페인'을 권장하고 있다. ① 한국인은 하루 평균 약 10g의 소금을 섭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6g이하로 소금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좋다. 김치찌개, 잠봉, 육개장, 젓갈, 라면, 마른안주 등은 특히 소금이 많기에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다. ② 과일, 채소, 채식 위주의 식습관이 좋다. ③ 혈당을 빨리 올렸다 떨어지게 해서 폭식을 야기하는 정제 탄수화물(도넛, 과자, 과일주스, 흰빵, 시럽 등)을 피하고, 혈당을 서서히 올려서 포만감을 유지시켜주는 비정제 탄수화물(잡곡밥, 현미밥, 호밀빵, 고구마, 콩, 감자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④ 동맥경화증이나 뇌졸중, 비만을 야기하는 포화지방산(동물성 지방, 육류지방, 버터, 치즈, 마요네즈, 크림, 코코아, 라면, 가공기름 등)과 기름을 오랫동안 가열해 고체로 만든 트랜스지방산(마가린, 돈가스, 치킨, 케이크, 도넛, 튀김감자, 팝콘, 비스킷 등)은 피하자.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불포화지방산(두부, 콩, 견과류 및 청어, 연어. 고등어, 정어리, 송어 같은 오메가3가 풍부한 생선)은 자주 섭취하자. ⑤ 담배를 끊으라. ⑥ 과도한 술은 혈압을 상승시키고, 고혈압 약에 대한 저항성과 뇌졸중의 위험을 높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부득이 한 음주 시 맥주 1병, 와인 1잔, 정종 1잔, 위스키 2잔, 소주 2잔 이하로 마시도록 하라.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2021-05-11 14:16:13부드럽고 담백한 생선살이 입에서 살살 녹는 '뜨끈한 탕' 한 그릇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먹거리일 것이다. 사시사철 제철 재료로 차린 음식을 만나야만 진짜 맛을 만나게 된다. 딱 요맘때, 절정에 오른 겨울별미. 추위를 떨쳐내려고 국수 한 그릇 말아 먹거나, 출출할 때 한입 베어물게 만드는 도넛은 만든 장인의 인생사를 들어보는 것 같다. 단순한 말로는 이를 다 설명할 수 없다. 따뜻한 음식으로 추위도 녹이고 아이들과 함께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신선하고 푸짐한 제철 음식을 만나러 지금 떠나보자. ■푸짐하다, 해남 한정식 전남 해남, 땅끝에서 나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다보면 보약이 따로 없다. 남해와 서해를 품고 있는 해남은 딱 지금이 제철인 재료로 맛도 있고, 멋도 있는 계절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서해와 남해를 함께 품은 덕분에 언제나 손쉽게 싱싱한 해산물을 구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다른 지방에 비해 음식이 건강하다. 해산물과 함께 해풍을 맞고 자란 채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맛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이에 해남군은 여행객을 위해 '해남 8미'를 엄선해 추천한다. 보리밥과 산채정식, 떡갈비, 닭코스 요리, 삼치회, 생고기, 황칠오리 백숙, 그리고 한정식이다. 그중에서 해남의 한 한정식집을 찾았다. 남도에서도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차리는 정성스러운 상차림이다. 해남 한정식은 무엇보다 신선한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풍요로운 지역답게 해남 한정식은 산과 바다에서 나온 각종 재료들로 차려진다. 땅끝 청정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해산물부터 황토 땅에서 자란 농산물 등으로 만든 산해진미가 한상 가득 나오면 임금님 수라상도 부럽지 않다. 현재는 남도 전통한정식, 퓨전한정식 등 상차림도 다양해졌다. 해남 읍내에 있는 천일식당, 대흥사 입구에 있는 전주식당, 땅끝마을에 있는 종가집한정식 같은 노포(老鋪)들이 특히 유명하다. ■탱탱하다, 울진 대게 겨울철 대게찜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향기와 촉감, 짭짤하고 고소한 맛. 대게는 과연 겨울 식도락의 정수라고 할 만하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대게는 찬바람이 불어야 속이 찬다.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가 제철이지만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게는 2월부터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대게는 단지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몸통에서 뻗어나온 8개의 다리 마디가 마른 대나무를 닮아 대게로 불린다. 대게 중에서도 최상품은 박달대게다. 속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차고 맛과 향이 뛰어난 박달대게는 배 한 척이 하루 2∼3마리만 낚을 정도로 귀하다. 경매가도 한 마리에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대게의 고향은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왕돌초 일대다. 왕돌초는 맞잠, 중간잠, 셋잠 등 3개의 봉우리로 이뤄진 수중암초지대로 넓이가 동서 21㎞, 남북 54㎞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 수중 경관이 아름답고 한류와 난류가 교차해 126종의 해양생물이 분포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졌다. 대게철을 맞은 후포항에서는 매일 아침 큼직한 대게들이 어판장 바닥에 깔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게는 껍질만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다. 찜통에 10~15분 정도 쪄낸 대게 다리를 부러뜨려 당기면 하얀 속살이 나온다. 게 뚜껑을 열어 뜨끈뜨끈한 밥과 비벼먹는 게장도 별미 중의 별미다. 대게 이웃사촌으로 흔히 홍게라고 알려진 붉은대게. 생김새는 대게와 비슷하지만 전체적으로 붉은 빛이 강하다. 붉은대게는 몸 전체가 짙은 주홍색이다. 붉은대게는 늦가을부터 겨울을 거쳐 이듬해 봄까지도 입맛을 살려주는 별미로 대접받는다. ■시원하다, 태안 게국지 충남 태안의 대표적인 향토음식 중 하나는 '게국지'다. 해산물이 풍부한 태안반도에선 예전부터 게장을 담가 먹었다. 태안 꽃게의 특징은 속이 꽉 차고 육질이 단단해 꽃게 특유의 담백함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점이다. 영양분도 풍부하다. 김장김치의 국물과 꽃게의 달콤한 맛이 어우러지면서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농게, 꽃게 등으로 수차례 게장을 담근 게장국물에는 무기질, 단백질이 풍부하다. 이 국물은 자연스레 맛과 영양이 풍부한 게국으로 만들어진다. 보통 김장김치가 떨어질 때쯤인 이른 봄부터 겉절이, 얼갈이배추, 열무김치 등을 이 게장과 함께 끓여 먹던 충청도 지역의 서민음식이다. 태안에선 게장 국물과 호박을 함께 넣고 아무렇게나 버무린 김장김치를 '게국지'라고 불렀다. 어느 정도 익어 맛이 스며들면 국처럼 끓여 먹었는데 게국의 짠맛과 호박의 달콤함이 어우러지면서 환상적인 맛을 냈다. 하지만 최근 태안 인근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게국지는 본래 토속음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최근엔 묵은지 찌개에 살이 꽉 찬 꽃게를 넣고 끓이는데 꽃게탕 비슷하다. 10월~2월까지 가장 맛이 좋은 넙치도 태안의 별미다. '광어'라는 방언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간자미는 콜라겐 성분이 풍부하면서도 담백해 맛이 일품이다. 회로 가장 많이 먹지만 회무침도 맛있다. 갯벌의 산삼이 낙지라면 바다의 산삼은 해삼이다. 해삼을 잘게 썰어 야채 등과 버무려 물회로 먹으면 건강하고도 향긋한 바다내음이 몸 안 가득 퍼진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1-01-28 17:20:25부드럽고 담백한 생선살이 입에서 살살 녹는 '뜨끈한 탕' 한 그릇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먹거리일 것이다. 사시사철 제철 재료로 차린 음식을 만나야만 진짜 맛을 만나게 된다. 딱 요맘때, 절정에 오른 겨울별미. 추위를 떨쳐내려고 국수 한 그릇 말아 먹거나, 출출할 때 한입 베어물게 만드는 도넛은 만든 장인의 인생사를 들어보는 것 같다. 단순한 말로는 이를 다 설명할 수 없다. 따뜻한 음식으로 추위도 녹이고 아이들과 함께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신선하고 푸짐한 제철 음식을 만나러 지금 떠나보자. ■산해진미로 상다리 휘어지는 해남 한정식 전남 해남, 땅끝에서 나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다보면 보약이 따로 없다. 남해와 서해를 품고 있는 해남은 딱 지금이 제철인 재료로 맛도 있고, 멋도 있는 계절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서해와 남해를 함께 품은 덕분에 언제나 손쉽게 싱싱한 해산물을 구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다른 지방에 비해 음식이 건강하다. 해산물과 함께 해풍을 맞고 자란 채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맛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이에 해남군은 여행객을 위해 '해남 8미'를 엄선해 추천한다. 보리밥과 산채정식, 떡갈비, 닭코스 요리, 삼치회, 생고기, 황칠오리 백숙, 그리고 한정식이다. 그중에서 해남의 한 한정식집을 찾았다. 남도에서도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차리는 정성스러운 상차림이다. 해남 한정식은 무엇보다 신선한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풍요로운 지역답게 해남 한정식은 산과 바다에서 나온 각종 재료들로 차려진다. 땅끝 청정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해산물부터 황토 땅에서 자란 농산물 등으로 만든 산해진미가 한상 가득 나오면 임금님 수라상도 부럽지 않다. 현재는 남도 전통한정식, 퓨전한정식 등 상차림도 다양해졌다. 해남 읍내에 있는 천일식당, 대흥사 입구에 있는 전주식당, 땅끝마을에 있는 종가집한정식 같은 노포(老鋪)들이 특히 유명하다. ■겨울철 별미, 울진대게 겨울철 대게찜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향기와 촉감, 짭짤하고 고소한 맛. 대게는 과연 겨울 식도락의 정수라고 할 만하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대게는 찬바람이 불어야 속이 찬다.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가 제철이지만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게는 2월부터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대게는 단지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몸통에서 뻗어나온 8개의 다리 마디가 마른 대나무를 닮아 대게로 불린다. 대게 중에서도 최상품은 박달대게다. 속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차고 맛과 향이 뛰어난 박달대게는 배 한 척이 하루 2∼3마리만 낚을 정도로 귀하다. 경매가도 한 마리에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대게의 고향은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왕돌초 일대다. 왕돌초는 맞잠, 중간잠, 셋잠 등 3개의 봉우리로 이뤄진 수중암초지대로 넓이가 동서 21㎞, 남북 54㎞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 수중 경관이 아름답고 한류와 난류가 교차해 126종의 해양생물이 분포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졌다. 대게철을 맞은 후포항에서는 매일 아침 큼직한 대게들이 어판장 바닥에 깔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게는 껍질만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다. 찜통에 10~15분 정도 쪄낸 대게 다리를 부러뜨려 당기면 하얀 속살이 나온다. 게 뚜껑을 열어 뜨끈뜨끈한 밥과 비벼먹는 게장도 별미 중의 별미다. 대게 이웃사촌으로 흔히 홍게라고 알려진 붉은대게. 생김새는 대게와 비슷하지만 전체적으로 붉은 빛이 강하다. 붉은대게는 몸 전체가 짙은 주홍색이다. 붉은대게는 늦가을부터 겨울을 거쳐 이듬해 봄까지도 입맛을 살려주는 별미로 대접받는다. ■서해바다 별미를 찾아 떠나는 태안 충남 태안의 대표적인 향토음식 중 하나는 '게국지'다. 해산물이 풍부한 태안반도에선 예전부터 게장을 담가 먹었다. 태안 꽃게의 특징은 속이 꽉 차고 육질이 단단해 꽃게 특유의 담백함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점이다. 영양분도 풍부하다. 김장김치의 국물과 꽃게의 달콤한 맛이 어우러지면서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농게, 꽃게 등으로 수차례 게장을 담근 게장국물에는 무기질, 단백질이 풍부하다. 이 국물은 자연스레 맛과 영양이 풍부한 게국으로 만들어진다. 보통 김장김치가 떨어질 때쯤인 이른 봄부터 겉절이, 얼갈이배추, 열무김치 등을 이 게장과 함께 끓여 먹던 충청도 지역의 서민음식이다. 태안에선 게장 국물과 호박을 함께 넣고 아무렇게나 버무린 김장김치를 '게국지'라고 불렀다. 어느 정도 익어 맛이 스며들면 국처럼 끓여 먹었는데 게국의 짠맛과 호박의 달콤함이 어우러지면서 환상적인 맛을 냈다. 하지만 최근 태안 인근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게국지는 본래 토속음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최근엔 묵은지 찌개에 살이 꽉 찬 꽃게를 넣고 끓이는데 꽃게탕 비슷하다. 10월~2월까지 가장 맛이 좋은 넙치도 태안의 별미다. '광어'라는 방언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간자미는 콜라겐 성분이 풍부하면서도 담백해 맛이 일품이다. 회로 가장 많이 먹지만 회무침도 맛있다. 갯벌의 산삼이 낙지라면 바다의 산삼은 해삼이다. 해삼을 잘게 썰어 야채 등과 버무려 물회로 먹으면 건강하고도 향긋한 바다내음이 몸 안 가득 퍼진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1-01-27 08: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