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이 자국 내수시장을 무기로 한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에 낀 '샌드위치' 상황인데, 이전보다 더욱 선택의 기로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대중국 수출 감소 여파로 국내 고용이 약 13만명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공급망 재편 등 복합적 요인들을 고려해 품목별로 세밀한 분석과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 통화스와프 협정 등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웃도는 등 달러 강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파이낸셜뉴스는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북미유럽팀장,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조성대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가나다순) 등 경제·통상 전문가 4인과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우리 정부와 기업의 대응방안을 주제로 지상좌담회를 개최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보편관세 도입, 대중국 관세율 인상 등은 우리 기업들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 트럼프는 수입품에 대한 보편관세 10%, 중국산에는 60% 부과를 예고한 바 있다. 강 교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상황에서 특정 산업에 대한 미국의 요구에 맞추다 보면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가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 대한 원자재와 부품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동남아, 인도, 미국 등지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실장도 "미국의 관세조치에 더해 미중 갈등 심화가 장기화되는 것도 우리 경제에 부담"이라며 "미중 싸움에 의도치 않게 영향을 받지 않도록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주력품목인 반도체 수출 타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주 실장은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되면 반도체 산업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현지라인에서 생산한 반도체가 들어간 완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경우 60% 관세가 붙을 수 있다. 그만큼 수출이 줄게 된다"고 짚었다. 외환리스크 관리도 필수적이라는 제언이다. 강 팀장은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 인덱스가 105를 넘는 등 강달러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한국은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 환율 변동성 완화 조치를 취하고, 통화스와프 협정 등을 통한 외화 유동성 확보를 위한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트럼프가 예고한 관세정책 시행 시 타격이 불가피한 품목은. ▲강 팀장=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 내 생산 둔화가 예상됨에 따라 높은 대중 수출 의존도를 가진 한국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부품 등 중간재를 중심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강 교수=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 시 이차전지, (전기)자동차·자동차부품 등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의 경우도 칩스액트 수정 여부, 중국에 대한 제재 강도에 따라 수출이 받는 영향의 크기가 달라질 것이다. 휴대폰 등 전자제품도 관세 인상으로 타격이 예상된다. ▲조 실장=업종·품목별로 관세보호 혜택을 받는 미국 국내산 상품과의 경쟁은 부담이 늘 것이다. 미국에 투자해 중간재를 수입해야 하는 우리 기업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품목은. ▲강 팀장=미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품목에서는 중국산 대체수요로 인해 한국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다. 해당 품목의 대표적인 예로 가전제품, 반도체, 자동차 부품 등을 꼽을 수 있다. ▲강 교수=방산, 원전, 건설 등은 수혜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조 실장=중국산에 대한 급격한 관세 조치는 기회와 우려가 공존한다. 미국 시장에서 우리가 반사이익을 보는 품목도 있겠으나, 중국의 맞대응 조치와 제3국 시장에서 중국산과의 경쟁 심화, 제3국의 유사한 보호무역조치 증가는 우리 무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우리 성장률과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은. ▲주 실장=관세 부과로 미국의 인플레 압력은 높아지겠지만 물가불안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영향을 주는 제약요인은 안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방향과 속도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방향을 잡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강 교수=관세 부과로 인해 수입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미국 내 물가상승 압력이 증가할 수 있다. 미국이 물가안정을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강화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달러 강세가 심화하면 한국 원화는 약세 압력을 받는다. 이는 수입물가 상승과 더불어 한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 팀장=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행하려고 하는 관세정책은 미국의 대세계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다. 그 경우 미국 경제의 약 70%를 차지하는 민간소비지출이 감소, 한국의 대미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나아가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도 저하될 우려가 있다. ─미중 통상전쟁 예고,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조 실장=미중 관계는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 이미 트럼프 1기 미중 간 무역합의가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에 2기에서는 더욱 강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대응전략을 짜야 한다. ▲주 실장=트럼프의 관세인상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개선하고 미국에 제조공장을 짓도록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글로벌 기업 중 미국에 제조라인을 안 지은 곳은 없다. 추가적인 재편이 있을 여지는 많지 않다고 본다. ▲강 교수=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국이다. 미중 갈등 심화로 중국 경제가 둔화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 특히 전자부품, 반도체, 자동차 부품 등에서 공급망 불안정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우리나라를 '머니머신'이라고 부르며 무역흑자를 쌓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은. ▲강 교수=미국이 한국의 특정 산업, 예를 들어 자동차 및 전자제품 분야의 무역흑자에 불만을 표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 프로젝트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 반도체 등 전략산업의 현지 생산비중 확대 여부는 향후 IRA 등 변화 추이를 감안해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또 미국 내에서 한국 기업의 직접투자를 확대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것은 무역흑자로 인한 마찰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조 실장=미국의 무역적자가 증가했으나 미국 내 고용 및 세수 증대, 지역사회 기여, 미국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한국이 필요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부분을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가야 한다. ▲주 실장=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는 전 세계 국가 중 8위다. 미국이 '슈퍼 301조'를 근거로 관세율 인상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중국에 이어 2위인 멕시코, 3위인 베트남 등은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본다. 베트남이 대상이 되면 우리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베트남을 통해 우회수출하는 경우가 상당해서다. 결국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다각화 외에 방법이 없다. ─달러 강세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까. ▲강 교수=달러 강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외환보유고 관리, 통화정책 조정, 수출 경쟁력 강화, 내수 활성화 등 다각적인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 ▲주 실장=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 대선 전후로 변동성이 높아져 있다. 달러 강세,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등으로 대표되는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이 대표적이다. 다만 연준이 한국시간으로 8일 오전 기준금리를 0.25%p 내리는 등 2회 연속 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장은 다소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강 팀장=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인덱스가 105를 넘는 등 강달러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수출시장 다변화와 수입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를 통해 외환 리스크를 줄이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트럼프 2기, 우리나라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조 실장=미국 투자기업은 현지에서 우호적 여론과 지지를 얻도록 아웃리치 전략도 챙길 필요가 있다. 미국만 바라본다면 트럼프 대통령 임기는 4년이고, 미국 의회는 2년 뒤 중간선거를 치른다. 이 변수가 흐름을 어떻게 바꿀지 기업별로 처한 사업환경에 맞춰 따져봐야 한다. ▲강 교수=공급망 다변화, 첨단산업 강화, FTA 활용 등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대중국 정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립해서 정부는 물론 기업들에 제시할 필요성이 크다. ▲강 팀장=공급망 다변화, 대미 수출 경쟁력 강화 그리고 신흥시장 개척 등을 통해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제 무역규범 준수는 물론 유사입장국(like-minded countries)과 다자 및 소다자 간 협력을 통해 글로벌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리 = imne@fnnews.com 홍예지 김규성 기자
2024-11-10 19:15:16[파이낸셜뉴스]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해 내년에 도입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 (윤석열 대통령, 1월 2일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 축사)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 현재 주식 시장이 너무 어렵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11월 4일 당 최고위원회의 발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정쟁’에 휩싸인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2.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12.98% 급락했다. 윤석열 정부가 국내 증시 부진(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금투세 부담 등으로 개인투자자는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리고 외국인투자자들도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또 오락가락하는 가계대출 정책에 대출금리의 고공행진까지 계속되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가 2023년 결산 재무제표를 반영해 코스피 투자지표를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코스피200 기업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배이다. 이는 23개 선진국 전체 평균 PBR(3.2배)은 물론 24개 신흥국 평균(1.7배)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국내기업들은 수익성과 자산가치 등이 유사한 외국기업에 비해 낮은 수익기대가 적용된 셈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은 다양하지만, 최근에는 금투세 폐지 및 코리아 밸류업 지수 논란, 공매도 금지 연장 등이 시장 신뢰도와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장 시급한 자본시장 정책 과제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꼽았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금융산업실장은 “후속 과제인 기업지배구조개선과 관련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이익이 일치하는 방향으로 상법·자본시장법 등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천준범 부회장도 “소수의 지배주주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 시절의 기업거버넌스를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강화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선진국 시스템으로 바꾸는 근본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50%에서 3.50%로 인상한 뒤 13회 연속 금리를 동결하며 긴축 시대가 이어졌다. 이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물가안정 등 그간 금리 인하를 제약했던 여러 장애물들이 제거되면서 지난달 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시장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지난해 하반기 윤 대통령이 은행권의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자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책을 꺼냈다. 하지만 낮은 금리로 가계대출이 폭증하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가계대출 제한을 압박, 대출금리는 역주행 중이다. 지난 8월 은행 가계대출은 9조3000억원 증가하며 역대 아홉 번째로 증가폭이 가장 컸다.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내수 부진의 장기화 여파에 취약차주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0.53%로 5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리 인상기와 인하기에 모두 이자 장사에 성공하면서 지난 3·4분기에 16조원이 넘는 '역대급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이주미 기자
2024-11-05 15:33:22[파이낸셜뉴스] HD현대인프라코어가 올 3·4분기 매출 9098억원, 영업이익 207억원을 올렸다고 28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5%, 77% 하락한 수치다. 사업부별 실적의 경우 건설기계 사업은 매출 6548억원으로 전년비 17% 감소했고, 재고를 축소하기 위한 프로모션 확대로 손익에 영향을 끼치며 영업손실 120억원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선진시장은 금리 인하와 미국 대선 불확실성, 유럽 전쟁 장기화에 따라 수요회복이 지연됐으나, 신흥시장은 인도네시아, 브라질, 칠레 등의 거점 확대로 유효한 성과를 기록했으며 자원 채굴용 장비 수요도 견조했다. 그동안 위축됐던 중국 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성장하며 2개 분기 연속 회복세를 이어갔다. 정부 주도의 경기 부양책에 따라 소형제품을 시작으로 수요회복이 기대되며, 내년에는 교체 주기를 앞둔 중대형 굴착기로 흐름이 확대될 전망이다. 엔진 사업 부문은 글로벌 긴축 경제로 시장의 수요 조정이 발생하면서 매출은 2550억원, 영업이익은 32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 17% 감소한 수치다. 발전기, 선박, 방산엔진 등에선 꾸준한 매출 흐름을 보이며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 향후, 폴란드향 K2전차에 탑재될 방산용 엔진 2차 물량 계약과 산업차량 및 상용차 전동화에 따른 배터리팩 추가 매출이 예상된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미국 대선 이후 선진시장 회복과 인프라투자가 확대되는 신흥시장의 회복, 전력 수요 확대에 따른 발전기 엔진 판매확대와 방산 엔진 수출 확대로 엔진 사업부의 꾸준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의 위축 속에서도 제품과 채널 경쟁력 강화를 통해 대부분의 지역에서 건설장비 시장 점유율을 늘렸다"며 "근원적인 경쟁력을 강화하여 수익성을 제고하고, 향후 시장 회복기에 더욱 빠른 성장세를 보여줄 수 있도록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2024-10-28 15:48:09지난 11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p 인하했다. 이로써 한은이 지난 2021년 8월 금리를 0.25%p 올린 후 3년2개월 만에 통화정책 방향 선회, 즉 피벗에 나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다른 주요국에 비해 긴축 완화의 시작이 늦은 편이다. 스위스, 스웨덴 등은 올해 3월부터 금리인하를 시작했고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6월부터 시작, 최근 9월에도 추가 금리인하를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9월 0.5%p 인하의 빅스텝을 단행했다. 11월 말에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되어 있는데 이때 한은의 결정이 주목된다. 현 상황에서는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보이는데 정답이 없는 금리정책이다 보니 연속적 금리인하를 확신하기는 이르다. 사실 필자는 한은의 피벗이 다소 늦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미 물가상승률은 4월부터 전년동월 대비 2%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의 물가목표는 2%이지만 이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 설정된 수치이고, 지금도 2%를 목표로 하는 것이 현실적인지는 고민의 여지가 있다. 반면 고금리로 인한 고통은 상당히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고금리 충격은 기업 부문이 더 크게 받고 있다. 기업 부문의 은행대출 연체율이 2년 전 0.3%에서 최근에는 0.7%를 오르내리고 있다. 한편 가계부문의 연체율은 2년 동안 0.2%p 올라 최근 0.4%를 기록하고 있다. 기업부문 연체율의 증가 폭이 가계 부문보다 훨씬 큰 것이다. 필자는 금리상승에 따른 기업 및 가계대출의 연체율 변화를 비교한 적이 있는데 기업대출 연체율이 금리상승에 훨씬 민감한 것으로 분석되어 현재 기업과 가계 부문의 연체율 차이를 설명해 준다. 금리 부담이 큰 상황에서 소비가 좋을 수가 없다. 소매판매액은 8월까지 지속적으로 전년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왔다. 이런 경제상황을 볼 때 향후 과감한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한미 금리 차를 이유로 과감한 긴축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흔히 있다. 즉 미국에 비해 한국의 금리가 너무 낮으면 자본유출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염려에는 외환위기의 트라우마가 아직 가시지 않은 탓도 있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국내 경기침체 장기화가 자본유출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다. 실제 한미 금리차와 외국인 자본투자 간의 상관관계는 매우 낮은 편이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기업의 도산이 많아지고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철수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 한편 금리인하로 인한 주택가격 불안에 대한 염려도 있다. 주택구매 시 금리가 구매결정의 중요한 요인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택가격 안정만을 위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고금리를 고집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마침 지난 수개월 동안 상승세를 보였던 주택가격 상승률은 8월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주택가격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면 대출규제 등 정책을 통해 가격안정을 도모해 볼 일이다. 우리가 천문학적 가계부채를 걱정해 온 지가 이미 10년이 훌쩍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로 인해 경제의 큰 파열음이 나지 않았던 이유는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이 일정 심사를 거친 주택담보대출로 이루어져 있고, 가계가 부채를 계속 상환할 수 있도록 일자리가 유지됐기 때문이다. 만약 고용 부문에 큰 충격이 일어날 경우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 상실로 가계부채 부실화, 금융기관 건전성 훼손으로 이어지는 위기상황이 올 수 있다. 따라서 고용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제공해주는 기업의 부실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중요한 수단이 금리인하이며 향후 과감한 정책기조 변화를 기대해 본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2024-10-17 18:41:13[파이낸셜뉴스] 끊이지 않는 지정학 리스크가 수출기업들의 경영 위험이 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17일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수출제조업 44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 영향과 대응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중 갈등·러우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경영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66.3%를 차지했다. 그중 23.7%는 ‘사업 경쟁력 저하 수준’, 3.1%는 ‘사업 존속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응답했다. 수출기업들 ‘긴축경영’(57%) 우선 고려... ‘대체시장 개척’(52%), ‘공급망 다변화’(37%) 등 모색 지정학적 리스크가 경영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응답한 기업을 대상으로 피해 유형을 조사한 결과, ‘환율 변동·결제 지연 등 금융 리스크’(43.1%)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물류 차질 및 물류비 증가’(37.3%)가 뒤를 이었다. 이외에 ‘해외시장 접근제한·매출 감소’(32.9%), ‘에너지·원자재 조달 비용 증가’(30.5%), ‘원자재 수급 문제로 인한 생산 차질’(24.1%), ‘현지 사업 중단 및 투자 감소’(8.1%) 순으로 실제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주요 교역국별로 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중국 교역기업의 경우 ‘해외시장 접근 제한 및 매출 감소’가 30.0%로 가장 많았다. 미·중 갈등으로 대중국 수출이 대폭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러시아 대상 수출입 기업들은 모두 ‘환율 변동·결제 지연 등 금융 리스크’ 피해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미국 30.2%, 러시아 54.5%), 특히 러·우 전쟁 발발 당시 해당국과 거래하고 있던 기업들의 수출 대금 결제가 지연되거나 금융제재로 외화 송금이 중단되는 피해가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서 EU 및 중동으로 수출입하는 기업들은 ‘물류 차질 및 물류비 증가’를 피해 유형으로 가장 많이 선택했다(EU 32.5%, 중동 38.0%). 해당 기업들의 경우 중동전쟁 이후 홍해 운항을 중단하고 남아프리카로 우회 운항을 시작하면서 물류비 부담이 커졌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묻는 말엔 40.2%의 기업들이 ‘지금 수준의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상의, “새로운 기업부담 규제 없애고, 핵심 원부자재에 대한 공급망 안정화대책 필요” 대한상의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규제 정책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출 증가세가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가운데, 향후 지정학 리스크가 더욱 심화하면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기업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전략산업 정책 강화에 대응해 첨단산업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 존재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앞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무엇인지 식별하고, 이에 대한 경고를 우리 수출 기업의 적시에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급망 훼손이 기업들의 생산 절벽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핵심 원부자재에 대한 대체 조달 시장 확보 및 국산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시 단기적으로는 유가·물류비 상승으로 피해를 보는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수출 바우처 등 정책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정부가 민관 협력을 통해 자원개발을 주도하고 핵심 원자재의 공급망 안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2024-10-17 10:35:25[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이 11일 통화정책을 긴축에서 완화 기조로 전환했다. 연 3.50%였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했다.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은 3년2개월만이다. 내수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경기 흐름엔 긍정 효과가 기대된다. 내수 부진 비판에 시달려 온 정부는 경제정책 전반에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그럼에도 인하 효과가 소비, 설비투자로 연결될 지는 미지수다. 0.25%p 인하에도 여전히 고금리인데다 정부 재정의 한계, 부동산 시장 불안 가능성 등 소비진작 제약 요인도 다분해서다. 최상목 부총리 "존중하고 환영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금리 인하 결정을 존중하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 결정에 대한 질문에 대한 이같이 답변했다. 최 부총리의 발언에서 방점이 찍힌 부분은 "환영한다"는 답변으로 분석된다. 내수 부진에 시달리는 정부로서는 금리인하는 단비여서다. 더구나 긴축에서 완화로 기조 전환을 한 것이어서 심리적 효과도 크다.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풀린 유동성 관리를 위해 시작된 한은의 긴축 기조는 유례없는 고금리 장기화 기조로 이어지면서 소비·투자를 제약하는 주된 요인이 됐다. 대표적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 2·4분기 이후 9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가계 여윳돈인 가구 흑자액(실질)은 2022년 3·4분기부터 8개 분기째 줄며 소비 여력을 죄고 있다. 이번 금리 인하로 내수 회복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이같은 배경때문이다. 금리인하는 통상 민간 기업의 설비투자를 자극한다. 대출 여력이 늘면서 재화·서비스 소비가 늘어나고 시차를 두고 고용 역시 늘어날 수 있다. 고금리의 직격탄을 맞은 건설 투자도 수주·착공 실적이 개선되면서 시차를 두고 증가할 여지가 높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국책연구기관 등에서는 한은에 금리인하를 압박해 왔다. 정부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0일 '경제동향 10월호'에서 "고금리 기조로 소매판매의 감소세는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금리와 이에따른 내수회복 지연을 경기 개선 제약요인으로 꼽은 것이다. 정부 재정정책 한계…"인하 효과 제한적"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인하된다. 기업과 가계 이자부담이 줄어든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기업과 가계 이자 부담이 6조 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여력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다만 금리인하, 설비투자·민간소비 증가, 고용 증가, 소득 개선 등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중동 불안, 미국 대선 등 대외변수다. 대외변수가 불안하면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11월 미국 대선이 지나면 기업들도 방향성을 가지고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회복 효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정부 재정정책의 한계로 금리 0.25%p 인하만으론 내수개선이 본격화되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세수 또한 대규모 결손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재정 확대는 사실상 힘들다"며 "그렇다고 금리를 급하게 내릴 수도 없어 내수개선세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실장도 기업의 투자 방향은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후 결정될 것으로 예측했다. 가계부채 문제도 넘어야 할 산 중 하나다. 한은이 내수부진을 인정하면서도 그동안 증가세인 가계부채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해 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전히 가계 빚에 대한 우려는 말끔히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시행 및 은행권의 대출 공급 조이기로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이 줄었지만 주택매수 심리가 확실히 가라앉았다고 장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이 9월 중 새로 취급한 주택 구입 목적 개별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추석 연휴 사흘을 빼면 하루 평균 3934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2024-10-11 13:58:50[파이낸셜뉴스]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늘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3.50%인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지난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통화긴축 기조를 3년 2개월 만에 마무리하고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재료는 목표치(2%)에 안착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에 1.6%를 기록하며 지난 2021년 2월(1.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더구나 지난해 10월 국제유가 및 농수산물의 가격 급등세를 고려하면 이달 물가 상승률은 1.6%를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 한은도 물가에 대한 강한 확신을 얻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도 지난 2일 “물가상승률이 1%대로 낮아져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물가안정의 기반이 다져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내수 부진도 피벗의 명분이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체 카드승인실적 및 소비생활과 관련 깊은 주요 업종 8개 승인실적 증가세는 2023년 하반기 이후 둔화 추세”라며 “내수 부양 차원에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면 11월까지 기다리는 것보단 10월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가계대출 상승세도 주춤한 상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일평균 가계대출 증가액은 2801억원(영업일 기준)으로 8월(4096억원) 대비 68.4%로 급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금통위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향후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할 핵심 기준으로 부동산 문제를 제시했다”며 “정부 정책 효과의 실마리가 가계 대출 증가세, 부동산 가격 상승률 모두에서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에 채권 전문가 100명 중 64명은 이날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투자협회는 '2024년 11월 채권시장지표'를 통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 단행과 9월 국내 소비자 물가상승률 1%대 진입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예상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다만 한은이 집값의 추세적인 안정화를 확인한 뒤 11월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지난달부터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이 시행되면서 정책 효과가 나오고 있는 만큼, 금통위가 더 많은 데이터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전망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달의 데이터를 갖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추세로 돌아섰다고 확신을 갖기에는 한은의 가계대출에 대한 경계심은 강하다”며 “2018년 말~2019년 초 부동산 대책으로 낮아지던 아파트 거래량이 4개월 둔화 이후 재차 반등한 점을 고려하면 한은 입장에서도 몇 개월의 데이터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4-10-10 17:36:12한국은행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다가오고 있다. 위축된 내수, 1%대 물가상승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컷'(정책금리 0.5%p 인하),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 등 금리인하를 위한 대내외 조건이 마련된 만큼 차선을 바꿀 때가 됐다는 평가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통화긴축은 3년2개월 만에 마무리된다. 6일 한은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1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이후 지난해 2월부터 13회 연속 금리를 3.50%로 묶은 금통위가 이번에는 0.25%p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내수 부진이 금리인하의 최대 재료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아직 부동산,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내수회복 등을 고려할 때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고용시장 등을 보면 내수 경기가 만만치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연초 30만명을 웃돌던 취업자 수 증가폭은 7월(17만2000명), 8월(12만3000명)에 10만명대에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2%)에 안착하고, 미국의 금리인하가 시작된 점도 한은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인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화당국이 상당 기간에 걸쳐 주지한 바 있는 물가 여건이 안정권에 진입했다"며 "그간 금리인하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대내외 금리 격차 부담 역시 연준의 인하 개시로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피벗 최대의 걸림돌로 꼽힌 가계부채도 주춤한 상태다. 윤지호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8월부터 정부의 거시건전성 규제가 시작되고, 은행들도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며 "8월 대비 9월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완만해졌다"고 짚었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 폭(5조6029억원)은 8월(9조6259억원)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금통위 위원들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신성환 금통위원은 지난달 25일 "한은은 최대한 균형된 시각으로 액셀과 브레이크를 같이 조절하는데 현 상황에서 (가계부채 상승세) 모멘텀의 확실한 변화를 보고 갈 정도로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며 금리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통위가 7~8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성향을 강화하며 피벗 포석을 마련했다는 분석도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만장일치 동결했지만 향후 3개월 안에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위원이 2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며 "통화정책방향문에서도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한다는 문구에서 '충분히'를 삭제,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기대감을 높였다"고 전했다. 다만, 금통위가 신중론에 나설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의 피벗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다시 부채질할 수 있는 만큼 데이터를 더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4-10-06 18:44:19[파이낸셜뉴스]한국은행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다가오고 있다. 위축된 내수, 1%대 물가상승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컷’(정책금리 0.5%p 인하),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 등 금리인하를 위한 대내외 조건이 마련된 만큼 차선을 바꿀 때가 됐다는 평가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통화 긴축은 3년 2개월 만에 마무리된다. 6일 한은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1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이후 지난해 2월부터 13회 연속 금리를 3.50%로 묶은 금통위가 이번에는 0.25%p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내수 부진이 금리인하의 최대 재료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아직 부동산,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내수 회복 등을 고려할때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고용시장 등을 보면 내수 경기가 만만치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연초 30만명을 웃돌던 취업자 수 증가폭은 7월(17만2000명), 8월(12만3000명)에 10만명대에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2%)에 안착하고, 미국의 금리인하가 시작된 점도 한은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인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화당국이 상당 기간에 걸쳐 주지한 바 있는 물가 여건이 안정권에 진입했다”며 “그간 금리인하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대내외 금리 격차 부담 역시 연준의 인하 개시로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피벗 최대의 걸림돌로 꼽힌 가계부채도 주춤한 상태다. 윤지호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8월부터 정부의 거시건전성 규제가 시작되고, 은행들도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며 “8월 대비 9월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완만해졌다”고 짚었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 폭(5조6029억원)은 8월(9조6259억원)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금통위 위원들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신성환 금통위원은 지난달 25일 "한은은 최대한 균형된 시각으로 엑셀과 브레이크를 같이 조절하는데 현 상황에서 (가계부채 상승세) 모멘텀의 확실한 변화를 보고 갈 정도로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며 금리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성환 위원의 발언을 볼때 금통위가 데이터가 내려올 때까지 확인하는 여유를 부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수 부양 차원에서의 금리인하는 얼마나 적절한 시기에 이뤄지느냐가 핵심이기 때문에 10월에 한 차례 인하하고, 그 효과를 지켜보는 것이 금통위의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금통위가 7~8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성향을 강화하며 피벗 포석을 마련했다는 분석도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만장일치 동결했지만 향후 3개월 안에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위원이 2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며 “통화정책방향문에서도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한다는 문구에서 ‘충분히’를 삭제,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기대감을 높였다”고 전했다. 다만, 금통위가 신중론에 나설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의 피벗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다시 부채질할 수 있는 만큼 데이터를 더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긴 했지만 6~8월 수준을 제외하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어서 금리인하 명분이 부족하다”며 “10월보다는 11월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4-10-06 12:49:50세수가 2년 연속 대규모 결손이 나면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내수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재정의 경기대응력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이은 '세수펑크'에다 재원대책도 수립되지 않으면서 재정건전성도 흔들릴 수 있다. 현 정부의 감세정책, 경기낙관론에 대한 비판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세 감소 '직격탄' 26일 공개된 정부의 '2024년 세수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30조원의 세수결손은 법인세 감소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예산 편성 때 잡았던 법인세수보다 14조5000억원이 덜 걷힌다는 게 재추계 결과다. 고물가 지속으로 민생지원을 위한 유류세율 인하 등도 세수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교통·에너지세 등이 6조원가량 감소가 예측돼서다. 문제는 정부가 세수부족을 메울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56조4000억원의 세수결손을 낸 지난해에는 외국환평형기금 20조원가량 등을 여유재원으로 활용했지만 올해는 여의치 않다. 외평기금은 환율변동 대응기금이다. 또 끌어다 쓸 경우 '외환방파제'가 부실화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 대외신인도에도 부담이다. 지난해와 달리 정부가 결손을 메울 구체적인 재원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일부 사업의 사실상 강제불용 가능성까기 거론된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어서다. 김동일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기금 등 가용재원을 체크해 보고 대응책을 내놓겠다"며 "인위적 불용(강제불용)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약해지는 경기대응력세수감소로 정부의 재정기반 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취약한 재정기반은 재정의 부실한 경기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수출이 11개월 연속 플러스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지만 내수는 여전히 부진하다. 대표적 내수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 2·4분기 이후 9분기 연속 감소했다. 지난달에도 전년동기 대비 2.1% 줄었다. 내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마중물로서 재정투입 확대가 필요하지만 세수결손으로 한계에 내몰린 상황인 셈이다. 여기에다 증가세를 지속 중인 수출 또한 정점을 지났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기 냉각 가능성, 중국 성장둔화 우려에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등 대외 불확실성이 수출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런 상황에도 세수부족이 이어지면서 정부는 올해와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모두 3% 안팎으로 묶었다. 긴축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긴축이 지속되면 세수는 나빠진다. 현 정부가 최우선으로 강조했던 재정건전성도 흔들 수 있다. 실효성 있는 세입확충 방안을 요구하는 야당과 여론의 목소리가 커지면 감세정책도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내년 세수도 결손(?)대규모 세수결손은 세수추계 방식도 문제지만 정부의 낙관적 경제전망이 근본적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 책임론의 근거다. 지난해 반도체 시장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뎠음에도 정부는 '상저하고(상반기보다 하반기 경기가 나아진다)'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장밋빛 경기전망에 매몰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세수결손 가능성이 벌써부터 나온다. 정부는 내년 국세수입을 올해 예산 대비 15조원 이상 증가한 382조4000억원으로 잡았다. 올해 결산 대비 45조원 이상 늘어나야 달성 가능하다. 내년 법인세는 올해 대비 10조8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정부의 경기예측이 잇따라 실패하고 대내외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이에 대해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현재로선 내년 세입예산을 382조4000억원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9~11월 경제여건이 얼마나 변동되느냐 등에 따라 11월 세수를 재추계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2024-09-26 18:0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