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지난 2월24일 러시아의 침공 이래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는 9일 러시아가 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전승절을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서다. 오늘 9일 외신에 따르면 질 바이든 여사는 우크라이나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를 만났다. 러시아가 큰 의미를 부여하는 전승절을 하루 앞둔 시점에 포성이 오고가는 우크라이나를 찾은 것이다. 바이든 여사는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우즈호로드에서 임시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는 공립학교를 방문해 젤렌스카 여사를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이 잔혹한 전쟁은 중단돼야 하고 미국 국민은 우크라이나 국민 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방문 의미를 설명했다. 바이든 여사는 지난 6일부터 루마니아와 슬로바키아 순방 일정을 순행 중이다. 이곳에서 우크라이나 피난민과 미군 장병, 구호활동가 등을 만나 연대를 보여주고 귀국할 예정이었는데 계획에 없던 우크라이나를 찾은 것이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바이든 여사와 같은 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도시 이르핀을 방문했다. 트뤼도 총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만날 예정이라고 캐나다 총리실 대변인은 전했다. 이와 관련, 올렉산드 마르쿠신 이르핀 시장은 "나는 트뤼도 총리를 만나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그는 러시아 점령군이 우리 마을에 끼친 모든 공포를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밝혔다. 이르핀은 개전 초기 러시아군이 점령했다 지난달 초 퇴각한 지역이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2-05-08 23:44:38[파이낸셜뉴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후보 지명을 수락했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언급하며 약 1개월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보 수락 연설을 비난했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통합’ 강조CNN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해리스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유나이티드센터에서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행사인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 나섰다. 이번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였던 해리스는 바이든이 7월 21일 후보에서 물러나자 그를 대신해 후보로 나섰다. 민주당은 전당대회에 앞서 이달 1~5일 대의원 투표로 해리스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했으며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이를 추인했다. 이날 해리스는 단상에 오르면서 대선 후보를 양보한 바이든을 향해 "당신의 기록은 역사가 증명하듯 특별하다"면서 "바이든과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 두 사람을 사랑하고 영원히 감사할 것이다"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는 이번 연설에서 "나를 이 길로 이끈 최근 몇 년의 과정은 의심의 여지없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나는 이런 예상 밖의 일이 낯설지 않다"고 밝혔다. 검사 출신인 그는 "검사로서 나는 자랑스럽게 '민중을 위한 카멀라 해리스' 이 말을 했다"며 "국민을 대신해, 모든 미국인들을 대신해, 그의 정당, 인종, 성별, 언어에 상관없이, 나와 같이 자라 힘들게 일하며 꿈을 위해 살아온 사람을 위해, 그들의 역사가 새겨야 하는 모두를 대신해 나는 후보 지명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이번 선거에서 미국은 분열과 냉소의 과거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신세계로 나아가는 새 장을 여는 기회를 잡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우리를 하나로 통합하고 경청하고 이끄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며 상식적인 미국인을 위해 싸우는 대통령이 되겠다. 이것은 법정에서부터 백악관까지 내 인생의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의 경쟁자이자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선 트럼프는 7월 19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후보 지명을 수락했다. 같은달 13일 총격으로 부상을 입었던 트럼프는 당시 연설에서 "미국의 절반이 아닌 전체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출마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정치는 우리를 종종 갈라놓는다"며 "그래도 우리는 한 국가이며 신의 수호 아래 있는 한 국민이다.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고 해도 서로를 비하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달리 "김정은 비위 맞추지 않아"트럼프는 7월 19일 연설에서 "나는 북한 김정은과 잘 지냈다"며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와 잘 지낼 것이다. 그 역시 내가 돌아오기를 바랄 것이고, 그가 나를 그리워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해리스는 22일 연설에서 "나는 트럼프를 응원하는 김정은과 같은 독재자에게 비위 맞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는 "그들은 트럼프가 아첨과 호의로 조종하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들은 트럼프가 독재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리스는 "왜냐하면 트럼프 자신이 독재자가 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는 7월 수락 연설에서 "나는 바이든 정부가 만들어낸 모든 국제 위기를 종식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내가 대통령이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스라엘 전쟁 등이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해리스는 22일 연설에서 “우크라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과의 연대를 굳건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에 대해서는 지난 10개월 동안 수많은 무고한 생명을 잃었다고 강조했다. 해리스는 "이스라엘의 인질들이 안전하게 풀려나면 팔레스타인이 안전을 위한 모든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는 진지하지 않은 사람이지만 트럼프가 백악관에 다시 돌아가게 하는 일은 극도로 심각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에게는 가드레일이 없다"며 "그의 유일한 고객은 자기 자신"이라고 비난했다. 해리스는 "대법원이 트럼프에게 형사 기소 면책 특권을 부여한 상황에서 그가 가지게 될 힘을 상상해 보라"면서 미국 우파 싱크탱크 해리티지재단에서 작성한 '프로젝트 2025' 정책안을 언급했다. 해리스는 트럼프의 차기 정책이라고 알려진 해당 문건을 지적하고 "프로젝트 2025와 트럼프의 목표는 미국을 과거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후보는 오는 11월 5일 대선에 앞서 일단 9월 10일 TV 토론에서 처음 맞붙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8-23 12:18:31[파이낸셜뉴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인 20일(현지시간) 연설자로 나선 미셸 오바마 여사의 의상이 화제다. 미셸 여사는 이날 짙은 남색 민소매 재킷에 크롭트(짧은) 바지를 입었다. 직선 느낌으로 떨어지는 재킷에 허리 위로 벨트를 둘렀다. 허리춤까지 내려오는 머리는 파워 브레이즈 스타일로 뒤로 땋았다. 영부인 시절 고전적인 A라인 드레스를 착용하고, 곱슬머리를 핀 생머리를 유지해왔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절제되면서 엣지있는 패션…대선 전투 암시"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패션 평론가 버네사 프리드먼은 21일 "상의 옷깃은 목을 가로지르도록 교차하게 해체·재구성돼 거의 전투적인 느낌을 줬고, 어깨는 이두근을 강조하도록 튀어나와 있었다"며 절제되면서도 엣지있었다고 평가했다. 프리드먼은 또 "이것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그의 상의와 연설은 암시했다"며 "모두가 투표에 나설 준비를 하라고 경고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페르난도 가르시아·한국계 로라 김 공동 설립 브랜드 미셸 여사가 착용한 여사는 미 소규모 독립 레이블 몬세이(Monse) 제품이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페르난도 가르시아와 한국 서울 출신 로라 김이 공동 설립한 뉴욕 브랜드다. 미셸 여사는 백악관에 지내던 시절부터 이 브랜드 제품을 입었었다고 NYT는 전했다. 그의 남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날은 검은색 양복을 택했다. 타이는 은색을 착용했다. 전형적으로 정당 후보자들이 착용하는 빨강, 파랑 혹은 보라색이 아닌 색깔을 선택함으로써 원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해석이다. 프리드먼은 이들 부부가 밝은색을 피하고 어두운 의상을 택한 것에 대해 전당대회 분위기가 그들이 언급한 것처럼 '희망'과 '기쁨'에 관한 것이었지만, 그 순간의 중대함과 다가오는 '힘든 싸움'을 전달하기 위해 조화를 이뤘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풀이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8-23 10:53:29'트럼프 부활의 비밀.' 지난달 17일자(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칼럼의 제목이다. 칼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부활의 '비밀'로 3가지를 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적 특성,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집, 민주당의 분열과 오판 등이 그것이다. '부활'이라는 표현은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패배로 트럼프의 대통령 재도전이 물 건너간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주류 기득권 세력에 대한 '저항' 이미지, 분열을 부추겨 지지층 확장에 이용하는 리더십, 러스트벨트 등 바닥 민심에 대한 동물적 감각. 트럼프의 귀환을 가능케 한 개인적 특성들이다. 총격이 불과 몇 인치 차이로 비켜간 것을 '신의 가호'로 여기는 지지자들에게 '부활(resurrection)'이라는 종교적 용어도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칼럼에서 더 주목한 것은 트럼프 부활에 기여한 바이든과 민주당의 실책 부분이다. 특히 대선후보 사퇴 전까지 바이든 대통령은 '고집' 그 자체였다. 2020년 대선 출마 시 사실상 한번으로 대통령 임기를 마치겠다는 약속을 한 바이든이었다. 일차 토론 후 패배가 눈앞에 보이는데도 요지부동이었다.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가장 강력하게 사퇴를 반대한다는 사실은 비밀도 아니었다. 민주당 분열은 당연한 결과였다. 대안이 없다는 그룹과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갈팡질팡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문제 제기에 격노했다는 뉴스가 전해지기도 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대통령의 거취는 그만큼 민감한 주제인 것이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척 슈머, 하킴 제프리스 상·하원 원내대표 등 원로그룹이 나섰다. 대표적인 바이든 지지자들이었지만 직간접으로 사퇴 권유에 앞장섰다. 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들도 바이든의 결단을 촉구하는 용기를 냈다. 참모들이 바이든을 만나 직언을 했다는 보도도 있다. 여론조사 등 각종 데이터를 펼쳐놓고 대통령은 물론 상·하원,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 참패라는 현실을 자각하게 한 것이다. 민주당의 또 다른 실책은 트럼프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과도한 기대였다. 전직 대통령이 수십가지 혐의로 재판 중인 것도, '성추문 입막음 돈' 관련 유죄평결을 받은 사람이 공식 대선 후보로 선출된 것도 사상 처음이다. 트럼프가 결국 낙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나치다고 볼 수만도 없다. 하지만 지난달 1일 연방대법원은 대통령의 재직 중 공적행위에 대해 폭넓은 면책특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로 트럼프 측에 결정적 승리를 안겼다. 대통령의 행위라면 암살명령도 괜찮냐고 반문한 소수의견도, '무법적 대통령'을 창조한 판결이라는 비판도 소용없는 일이다. 의사당 난입 선동 등의 혐의에 대해 사실상의 면죄부를 발급한 것이다. 입막음 돈 사건에 대한 형량선고가 나와도 현재로선 트럼프의 앞길을 막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 지난달 21일 바이든 사퇴 후의 극적인 반전은 익히 본 대로다. 경선을 주장하던 민주당 인사들도 해리스로 대동단결하고,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의 해리스 지지선언도 나왔다. 지난달 선거자금 모금액은 3억1000만달러(4226억원)로, 1억3870만달러(1891억원)의 트럼프를 압도했다. 해리스는 6일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함으로써 민주당 대선 진용을 완성했다. 해리스와 민주당이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승리가 보장된 것은 물론 아니다. 8월 전당대회 후 열릴 토론 등에서 고령의 트럼프를 압도하는 게 관건이다. 검사 대 범죄자 구도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어쨌든 무력하게 패배를 기다리던 민주당으로서는 역전 가능성만으로도 가히 '부활'이 아닐 수 없다. 정치원로들의 조언, 불이익을 무릅쓴 의원들의 용기, 민심을 외면하지 않은 참모들의 직언. 가족의 반대와 현직 대통령의 고집을 꺾고 후보 사퇴라는 변곡점을 만들어낸 비결이다. '미국 민주당 부활의 비밀'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대한민국을 포함한 동서고금의 모든 정치에 적용되는 사실 아니겠는가. 누구나 아는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dinoh7869@fnnews.com
2024-08-07 18:33:30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변방에서 중심으로')을 다시 읽었다.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유세 중 피격돼 재집권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문 정부와 '트럼프 1기' 정부 시절 추진했던, 실패한 북한 비핵화협상의 전말을 알고 싶었다.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어서다. 하지만 의구심만 더 커졌다. 회고록은 사초(史草)로선 허술해 보였다. 외교 사료를 통한 객관적 기술이 아니라 재임 시 외교·안보 이벤트에 대한 주관적 소회로 기운 인상을 받았다. 중국 방문 중 '혼밥' 사건을 시시콜콜 해명한 데서 보듯이. 정작 판문점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USB 등 민감한 대목은 쏙 뺀 채…. 회고록을 둘러싼 파문은 나라 안팎에서 이어졌다. 지난 5월 발간 당시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을 "영부인 첫 단독 외교"로 자평해 여론의 도마에 올랐었다. 대통령 전용기에다 3억7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였던 사안이라 '버킷 리스트 관광' 공방이 재점화됐다. 그 이면엔 정쟁적 요소도 깔려 있을 듯싶다. 거야가 디올 백 건으로 '김건희 특검'을 추진하자 여당이 '김정숙 특검'으로 맞불을 놓는 측면도 있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참모들과 외교적 진실게임으로도 번졌다. 5년 전 미·북 정상회담 결렬, 즉 '하노이 노딜'과 관련한 비화를 소개한 대목에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얼마 전 방한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정면으로 반박했다. 필자는 현역 기자 때 외교·통일 분야를 오래 취재했다. 그래서 타지마할 논란보다 북한 비핵화 실패 책임을 둘러싼 한미 전 정부 간 평행선 공방의 진실이 더 궁금했다.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추진할 북핵협상에서 한미 공조의 방향타가 될 수 있어서다.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아직도 철석같이 믿는 건가. "비핵화하겠다는 김정은의 약속은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기술했다. 비핵화협상 무산을 미국 측 아량 부족 탓으로 돌리는 뉘앙스로도 언급했다. 즉 "하노이 회담 무산 과정에서 폼페이오나 볼턴, 펜스 부통령까지 발목 잡는 역할을 했다"며 책임을 백악관 참모들에게 떠넘겼다. 그러자 폼페이오 전 장관이 조목조목 반박했다. "'하노이 노딜'은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었다"고 단언했다. 특히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 그걸 조금도 믿지 않는다"고 손을 내저었다. 지난달 말 방한한 볼턴도 "(우리는) 김정은이 핵 능력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쐐기를 박았다. 문 전 대통령은 또 김정은이 자신에게 "핵을 사용할 생각이 없다.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김정은의 이후 행보는 이와 딴판이다.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에서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를 거론했다. 어린 딸 김주애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미사일 발사 현장에 대동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보다 트럼프 정부가 북핵의 진실을 냉철하게 읽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은 "삶은 소대가리" 운운하며 문 전 대통령마저 '손절'했다. 트럼프도 2021년 "김정은은 문재인을 존중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문 전 대통령의 '김정은 짝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은 건가. 회고록을 보면 북핵 문제와 관련, 동맹인 미국은 믿지 않는 김정은의 말을 여전히 신뢰하는 듯하니 말이다. 잠든 자는 깨울 수 있어도 '잠든 척'하는 사람은 깨우기 어려운 법이다. 혹여 문 정부가 북의 핵 야욕을 알면서도 '모른 척'한 거라면 큰 문제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첫 2년간 카운터파트는 윤석열 정부다. 지지도 하락 등 내치의 곤경은 용산의 자업자득이라 치자. 다만 확실한 북한 비핵화 이전에 제재부터 풀어야 한다는, 문 정부식 해법과는 선을 그어야 한다. 윤 정부가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북핵 해결을 위한 B플랜을 강구할 때다. kby777@fnnews.com
2024-07-29 18:33:21[파이낸셜뉴스] '세계인들의 축제'로 꼽히는 제33회 하계올림픽이 2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막을 올렸다. 프랑스 파리에서 근대 올림픽이 개최된 것은 1900년 제2회 대회와 1924년 8회 대회에 이어 올해가 세 번째이자 100년 만이며, 한 도시에서 하계올림픽을 세 번 여는 것은 영국 런던(1908년·1948년·2012년)에 이어 파리가 두 번째다. 파리에서 올림픽 성화가 타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근대 올림픽에서 처음 성화가 도입된 것이 192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회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1900년과 1924년 대회에는 나올 수가 없었다. 이번 올림픽은 사상 최초로 강 위에서 개회식을 열었다. 개회식 선수단 행진이 센강 위에서 배를 이용해 진행되면서 이를 관람하고자 약 6㎞에 이르는 행진 구간에 3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모였다. 여기에 질 바이든 미국 영부인,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 등 글로벌 리더들이 개회식에 참석해 7만여 명의 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유지했다. 선수단 행진은 프랑스 파리의 식물원 근처 오스테를리츠 다리를 출발해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광장까지 이어졌다. 해당 구간에는 강의 양옆으로 노트르담 대성당과 파리 시청 건물,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콩코르드 광장, 그랑 팔레 등 프랑스의 명소들을 두루 지나 에펠탑 인근에 도달하는 코스로 구성돼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볼거리가 됐다. 우상혁(육상), 김서영(수영)을 기수로 내세운 우리나라 선수단의 입장 순서는 206개 참가국 가운데 48번째였다. 다만 한국 선수단이 배를 타고 들어올 때 장내 아나운서가 프랑스어와 영어로 모두 '북한'으로 잘못 소개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개회식 현장에서 뒤늦게 사실을 알게 돼 급히 회의를 열고,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이 내용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현지 시간 오후 7시 30분에 선수단 입장과 함께 시작된 개회식은 선수단 입장 도중에 축하 공연이 현장에서 펼쳐지고, 미리 촬영해둔 영상으로 대형 전광판과 TV 중계를 통해 스토리를 이어가는 새로운 형식으로 꾸며졌다. 선수 입장이 끝나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개회 선언이 있었으며 이후 개회식 하이라이트인 성화 점화는 프랑스의 유도 선수 테디 리네르와 은퇴한 육상 선수 마리 조제 페레크가 맡았다. 거대한 열기구 아래에 불을 붙였고, 이 열기구는 팝 스타 셀린 디옹이 부른 '사랑의 찬가'와 함께 파리 밤하늘에 떠올랐다. 최근 근육이 굳는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올해 56세 디옹은 이날 개회식 대미를 장식하며 약 1년 7개월 만에 팬들 앞에 섰다. 개회식 행사는 총 12개 섹션으로 구성됐으며 3000명에 이르는 공연자들이 무대를 채웠다. 음악은 클래식과 샹송부터 랩과 전자 음악까지 등 다양한 장르가 선보였다. 에펠탑이 올려다보이는 샹드마르스 공원에서는 비치발리볼 경기가 진행되고, 콩코르드 광장에서는 브레이킹, 스케이트보드, 3대3 농구 등 젊은 종목 경기들이 펼쳐진다. 베르사유 궁전에는 승마 경기장이 차려지며, 양궁은 나폴레옹 묘역이 있는 레쟁발리드 광장 북쪽 잔디 공원에서 열린다. 마라톤 경기는 이 주요 명소들을 지나가는 '관광 코스'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남녀 참가 선수의 성비가 균형을 이루는 첫 대회라는 점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참가가 금지된 사실도 이번 대회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우리나라는 21개 종목 선수 143명이 출전했다. 현지 날짜로 개막 다음 날인 27일부터 사격과 수영, 펜싱 등에서 메달 사냥에 나서는 우리 선수단은 금메달 5개 이상, 종합 순위 15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하계 올림픽 금메달 96개를 따낸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하계 통산 100호 금메달 달성이 유력하다. 파리 올림픽은 내달 11일까지 32개 종목 329개 금메달을 놓고 열전을 이어간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2024-07-27 10:36:04【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미국 대선 TV 토론에서 81세 고령과 건강 논란을 증폭시킨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 안팎의 후보교체론을 일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직을 할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면 다시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8일(현지시간) 대선 경합주(스윙스테이트) 중 한 곳인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열린 실내 유세에서 "나는 11월 대선에서 이 주에서 이기려고 여기에 왔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내가 젊은 사람이 아님을 안다"면서도 "나는 내가 아는 바를 확실히 알고, 진실을 어떻게 말할지를 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잘못된 일과 옳은 일을 구별할 줄 알고 대통령직을 어떻게 수행할지를 알며, 일을 어떻게 완수할지를 안다"고 덧붙였다.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으로 인한 건강과 인지능력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노타이에 셔츠 단추를 2개 푼 채 연설에 임했다. 또 연설 도중에 잇달아 목소리를 높이며 열정을 어필했다. 전날 토론에서 말을 더듬고 목소리가 잠겼던 것과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격에 집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독립선언 250주년인 오는 2026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자리에 있도록 만들지 않을 것이고 했다. 특히 그는 "다른 어떤 것보다 우리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보존하고, 보호하고, 방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투표'(VOTE)라는 글자가 여러 개 새겨진 원피스를 입고 바이든 대통령 옆에서 위기에 처한 남편 구하기에 나섰다. 바이든 여사는 "어젯밤 토론 무대에서 진실성과 인격을 갖춘 대통령 조 바이든은 진실을 말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는 거짓말에 거짓말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선캠프 공보 담당인 마이클 타일러는 이날 뉴욕으로 이동하는 대통령 전용기 기내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후보 교체론'을 부인했다. 그는 "민주당 유권자들은 조 바이든을 후보로 뽑았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라고 단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과 관련, 타일러는 "바이든 대통령은 81세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78세이기 때문에 나이는 이번 선거에서 차별화가 안 된다"며 정책과 이슈로 승부하겠다고 공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9월에 예정된 2차 토론에 참석할 방침이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4-06-29 08:21:29[파이낸셜뉴스] 흥.픽쳐스(회장 김흥국)의 다큐 영화 ‘목련이 필때면’(윤희성 감독)의 타이틀롤 박정희-육영수 부부를 재연할 두 신인 배우가 캐스팅됐다. 20일 흥 픽쳐스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배역은 미국 산타모니카 칼리지 출신으로 할리우드 단편영화, TV드라마 조연으로 활동해온 김궁(28). 육영수 여사 배역은 2020 부산국제어린이 청소년 영화제 초청작 ‘용서’, 연극 ‘고등어’와 다수의 독립장편영화에 출연한 양수아(23)가 선발됐다. 흥.픽쳐스 김흥국 회장은 두 연기자에 대해 “단아한 외모와 진정성의 연기력이 역사적 사실들을 충실하게 살려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흥.픽쳐스측은 지난 8일 100명이 넘는 지원자가 참여한 공식 오디션 행사에서 두 주연을 비롯한 다수의 배역들을 선발했으며, 지난 4월 16일 강원도 정선에서 크랭크인했다. ‘목련이 필 때면’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영부인 육영수 여사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흥.픽쳐스 창립작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5-20 10:05:30[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9일 100년만에 국내로 반환된 사리를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해 불교계의 경사를 축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 양주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 참석해 축사에서 "오늘은 불교계와 국민 모두에게 큰 경사"라면서 100년 가까이 이역만리 타국에 머물렀던 3여래와 2조사의 사리가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온 것에 대해 기쁨을 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 돌아와 모셔진 사리는 한국 불교의 정통성과 법맥을 상징하는 소중한 국가 유산"이라면서 이번 사리 반환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달 16일 미국 보스턴미술관으로부터 가섭불, 정광불, 석가불, 나옹선사, 지공선사(3여래 2조사)의 사리가 1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환지본처(還至本處. 본래 자리로 돌아옴)되는 것을 기념하는 행사다. 이번에 돌아온 사리는 본래 양주 회암사의 지공선사 사리탑에 모셔져 있다가 일제강점기에 불법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리가 공개되는 것은 고려 후기 사리탑 봉안 이후 600년 만에 최초다. 사리를 반환하기 위한 보스턴미술관과의 논의는 지난 2009년 시작됐으나 난항을 겪다가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당시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반환을 위한 논의를 제안하면서 다시 탄력을 받았다. 실제 2013년 사리구 반환 협상이 최종 결렬됐으나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당시 김 여사의 제안을 계기로 10년 만에 반환 논의 재개가 이뤄져 환지본처가 이뤄졌다. 이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지난 15일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 전 윤 대통령과 사전환담에서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사리 환지본처는 영부인께서 보스턴미술관을 찾은 자리에서 반환 논의의 재개를 적극 요청하는 등 큰 역할을 해 주셔서 모셔올 수 있었다"면서 감사인사를 전한 바 있다. 윤 대통령 내외가 이날 행사에 참석한 것도 불교계가 김 여사의 공로에 감사를 전하면서 참석을 간곡히 당부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오랫동안 풀지 못한 어려운 문제였지만, 한미관계가 더 가까워지면서 문제를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국정 운영에 있어 국민을 위한 간절한 마음으로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건희 여사도 "우리 불교계의 숙원을 해결하는데 작으나마 힘을 보탤 수 있어서 영광"이라면서 "이번 환지본처는 제가 아니라 천만 불자들의 염원이 이룬 결과라 생각한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2024-05-19 11:47:03[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방한한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 내외와의 공식오찬에 참석하면서 공식 행보를 재개한다. 대통령실은 16일 윤 대통령과 캄보디아 총리와의 공식 오찬에 김 여사도 함께 참석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동행 이후 5개월 만에 공개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그동안 김 여사는 제복 영웅 유가족에 대한 추모 편지 및 과일 바구니 선물 전달, 윤 대통령과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대표와의 오찬, 4·10 총선 사전 투표 등에 나섰지만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다. 파우치 논란 속에 공식 행보를 자제해왔던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을 맞은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 사과하면서 어느정도 정리되는 여건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외교 일정이 잇따를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김 여사도 더 이상 비공개 행보를 하기는 어려워져 캄보디아 총리 내외 오찬을 계기로 공식 행보를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전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하는 것을 검토했었다. 일제 강점기 당시 국외로 유출됐던 석가모니 진신사리 등이 약 100년 만에 국내로 반환되는데 김 여사가 역할을 했던 만큼 해당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추진했으나 최종적으로 김 여사는 불참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조계종 주요 인사들과 사전 환담에서 관련 언급이 나와 김 여사 역할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윤 대통령에게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사리 환지본처(還至本處. 본래 자리로 돌아옴)는 영부인께서 보스턴미술관을 찾은 자리에서 반환 논의의 재개를 적극 요청하는 등 큰 역할을 해 주셔서 모셔올 수 있었다"면서 "불교계에서도 크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리를 반환하기 위한 보스턴미술관과의 논의는 2009년 시작됐으나 난항을 겪다가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당시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한 김 여사가 반환을 위한 논의를 제안하면서 다시 탄력을 받았고, 결국 지난달 중순 나옹선사 사리와 석가모니 진신사리 등을 돌려받았다. 이같은 사리 반환의 성공에는 김 여사의 문화전시 이력과 전문성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2024-05-16 11: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