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군의 부실 수사로 미제로 남겨진 고(故) 염순덕 상사 사망사건의 유족에게 국가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손승온 부장판사)는 염 상사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근 “피고가 원고들에게 총 9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소속이던 염 상사(당시 35세)는 지난 2001년 12월 11일 같은 부대 준위 B씨,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중사 C씨와 술을 마신 후 귀가하다가 둔기에 맞아 숨졌다. 염 상사가 발견된 곳 근처 하천 자갈밭에선 염씨의 피가 묻은 대추나무 가지가 발견됐다. 도로변에서 수거된 담배꽁초 2개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 각각 B, C씨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B, C씨는 "사건 당시 함께 당구를 치고 있었다”고 진술했는데, 헌병대는 이들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국과수가 감정한 담배꽁초 2개도 수사단서에서 제외했다. 범행 도구로 추정된 대추나무 가지는 헌병대에서 보관하다가 분실했다. 이후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이른바 '태완이법'이 지난 2015년 7월 시행되면서, 사인이 규명되지 않아 15년간 미제로 남아 있던 이 사건도 재수사 대상이 됐다. 재수사에 나선 경찰은 사건 당시 B, C씨의 알리바이가 조작됐음을 확인하고 이들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하지만 수사가 본격화하자 염 상사에게 직접 둔기를 휘둘러 살해한 인물로 지목된 C씨는 돌연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으나 검찰은 피의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염 상사의 유족은 2018년 9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망인이 살해됐음에도 헌병대와 경찰의 부실 수사로 오랜 기간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보훈보상 대상자 인정도 지연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헌병대와 경찰이 사건 발생 초기에 핵심 물증과 증인을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부실하게 수사해 증거 확보가 매우 미흡했고, 이에 따라 현재까지도 범인과 살해 경위 등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특히 “헌병대가 기무부대원이던 C씨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껴 담배꽁초 유전자 감식 결과의 증거 가치를 평가 절하했다"며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물증을 수사단서에서 제외하는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2024-10-28 09:58:29【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경찰이 해결하지 못한 미제사건이 6년간 무려 100만 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익산 을)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관리미제사건 등록 건수는 100만4335건이었다. 연도별로는 2019년 13만9924건, 2020년 13만5801건, 2021년 16만7449건, 2022년 21만4882건, 2023년 22만9145건, 2024년(6월 기준) 11만7134건 등이다. 경찰이 처리한 전체 수사 사건은 2019년 239만1220건, 2020년 240만2134건, 2021년 220만6289건, 2022년 242만1602건, 2023년 260만2199건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전체 사건 대비 관리미제사건 등록 비율은 2020년 5.7%, 2021년 7.6%, 2022년 8.9%, 2023년 8.8%로 늘어나고 있다. 반면 관리미제사건 등록 건 중 여죄 수사나 증거물 재감정 등으로 피의자가 특정돼 재기 절차를 밟은 사건은 같은 기간 1만7986건으로 전체 미제사건 대비 1.8%에 불과했다. 한병도 의원은 “2021년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처리해야 할 사건이 늘고, 범죄 수법이 고도화되는 등 일선 수사관들의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고 진단하며 “경찰청은 수사관 충원 및 역량 강화에 힘쓰고, 다변화하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수사기법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2024-10-23 14:02:43[파이낸셜뉴스]2017년 인천에서 발생한 성폭행 미제 사건의 공범이 7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부천 오정경찰서는 특수준강간 혐의로 30대 교육행정직 공무원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2017년 9월 인천 한 축제장 옆 천막에서 공범 B씨와 함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범인을 찾지 못해 미제로 남았으나 지난해 B씨가 경기 과천에서 또 다른 성폭행 사건으로 경찰에 적발되면서 A씨의 과거 범행이 드러났다. 경찰은 B씨의 유전자 정보(DNA)가 2017년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DNA와 일치하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후 B씨로부터 A씨와 함께 범행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A씨는 검거 직전까지 경기도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행정 공무원으로 일했으며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공범인 B씨는 다른 성폭행 사건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작년에 과천에서 검거된 B씨가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과 함께 범행했다'고 주장했으나 A씨와의 관계를 파악해 추궁했고 이들 모두의 자백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10-14 21:00:53[파이낸셜뉴스] 2008년 경기 시흥시의 한 슈퍼마켓 점주가 살해당한 사건 유력 용의자가 16년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14일 경기 시흥경찰서는 이날 오후 8시께 살인 등 혐의를 받는 40대 A씨를 체포해 압송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08년 12월9일 오전 4시께 시흥시 정왕동 소재의 한 슈퍼마켓에 침입해 점주 B씨(당시 40대)를 흉기로 살해한 뒤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의 범행 장면은 매장 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그러나 당시 경찰이 용의자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그렇게 미궁에 빠진 해당 사건의 용의자가 16년 만에 경찰에 덜미를 잡힌 것이다. A씨는 경남 소재의 주거지에서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다만 경찰은 구체적인 체포 경위 등에 대해선 아직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혐의를 밝힐 방침"이라고 전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07-15 06:16:59[파이낸셜뉴스] 지난 2004년 8월 9일 오후 6시께 강원 영월군 영월읍 농민회 사무실. 당시 영농조합 간사 안모씨(당시 41세)가 목과 복부 등 16차례 흉기에 찔려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은 숨진 안씨가 반항한 흔적 없이 바지 주머니에 현금 10여만원이 든 지갑도 그대로 있는 점 등을 토대로 면식범의 소행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당시 용의선상에 올랐던 이들의 범행 동기가 불확실했고 일관성 없는 제보 전화가 오히려 수사에 혼선을 주면서 사건은 장기화 됐다. 이른바 '영월 농민회 피살사건'은 그렇게 20년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다. 사건이 다시 조명을 받은 것은 지난 2020년 6월이다. 당시 사건 현장의 족적과 유력 용의자 A씨의 족적이 특징점 10여개가 99.9%의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회신 결과를 통해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재수사에 나섰다. 현장에는 여러 점의 족적이 증거로 남았는데 피살사건이 한여름 발생한 만큼 '샌들' 족적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농민회 사무실을 출입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데다 출입문 셔터가 내려져 있고 반항한 흔적이 없는 점에 주목했다. 경찰은 당시 용의자로 지목된 A씨를 소환, 거짓말 탐지기까지 투입해 검사를 진행했고 국내 유명 범죄 심리학자들에게 거짓말 검사 분석도 의뢰했다. A씨는 진술이 비일관적이었고 불리한 질문에 답변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끝에 경찰은 A씨를 같은 해 11월 검찰에 송치했다. '족적이 일치한다'는 증거 외에는 직접 증거가 부족한 이 사건을 두고 검찰은 3년 6개월 간 보강 수사를 벌인 끝에 A씨가 이 사건의 범인이라고 판단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압수수색과 감정 등 증거 보완 과정을 거쳐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까지 검경의 수사 기록은 2만여 장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8일 춘천지법 영월지원 여동근 영장 담당 판사는 검찰이 살인 혐의로 A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여 판사는 "살인 사건 현장에 동일한 샌들 족적이 다수 발견됐고 족적을 남긴 인물이 피해자를 살해했을 개연성이 높다"며 "범죄 사실이 소명됐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했다. A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된 이유를 모르겠다"며 "나는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4-06-28 15:09:31'법원장 재판부'가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주로 장기 미제 사건을 법원장이 맡는다. 10년가량 묵혀온 재판이 재개되거나, 수년간 결론을 내지 못한 사건의 선고기일이 잡히는 등 법원장 직접 재판으로 신속한 처리가 이뤄지고 있어 재판 지연 문제가 일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다만 법관 증원 없이는 재판 지연 현상을 효과적으로 해소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장 재판' 본격화…10년간 결론 안 난 사건도 포함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수원지법을 시작으로 전국 법원에서 '법원장 재판부'가 가동을 시작했다. 법원장 재판부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판 지연 해결을 위해 꺼낸 고육책 중 하나다. '장기미제' 사건 중 복잡하고 까다로운 사안들을 경험이 풍부한 법원장이 직접 처리함으로써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전국 37개 법원장이 사건을 가져갔다. 서울 관내 법원에서는 지난 18일 서울행정법원과 서울북부지법이 법원장 재판을 시작했다.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행정9부는 이날 14개 사건의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 중에는 2014년 접수됐지만 10년가량 결론이 나오지 않은 사건 2건도 포함됐다. 지난 2018년 소송이 제기됐지만, 6년 만에 처음 변론이 진행된 사건도 있었다. 주요 사건으로는 아동학대를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은 초등학교 교사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 대학원생들을 동원해 다른 대학교 학부생인 자녀의 연구 결과물을 작성하게 하는 등 비위행위로 파면된 대학교수가 파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 등이 있다. 김 법원장은 "장기간 미뤄진 사건을 일부나마 담당해 처리함으로써 국민에게 더 다가가 신뢰를 회복하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법원장으로서 보여드릴 기회가 있어 다행"이라며 "좋은 재판으로 이끌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박형순 서울북부지법원장도 민사합의10부 재판장으로서 장기미제 사건 변론기일을 열었다. 총 9건에 대한 변론기일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김세윤 수원지법원장은 지난 14일 첫 재판을 진행했다. 총 7건의 장기미제 사건의 심리를 진행했는데, 이 중 3건은 변론을 종결해 다음 달 18일 선고할 예정이다. 서울동부지법도 지난 22일 법원장이 첫 재판을 진행한 바 있다. 서울남부지법(25일), 서울서부지법(27일), 서울중앙지법(28일), 서울고법(4월 18일) 등도 법원장 재판 시작을 앞두고 있다. ■장기미제 사건 급증…5년새 민사 2.2배·형사 1.8배 증가접수일로부터 2년 또는 2년 6개월이 지났음에도 1심 판결이 선고되지 않은 '장기미제' 사건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당초 2년을 넘기면 장기미제 사건으로 분류됐지만, 민사 사건의 경우 2016년 대법원 예규 변경으로 장기미제 기준이 2년 6개월로 바뀐 바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민사 본안 1심 장기미제 사건(2년 6개월 초과)은 2022년 기준 7746건으로, 5년 전인 2017년(2440건) 대비 2.2배 늘었다. 장기미제 형사 1심 사건(2년 초과)의 경우 1709건에서 4781건으로 1.8배 증가했다. 행정 사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행정소송 본안 사건 1심 기준 장기미제 사건 건수는 2017년 447건에서 2022년 1020건으로 큰 폭 늘었다. 장기미제 사건이 증가하는 동안 전반적인 사건 처리 기간도 늘어났다. 같은 기간 민사합의 1심 본안사건을 처리하는데 걸리는 평균 기간은 293.3일에서 420.1일로, 형사합의 1심(불구속 기준) 평균 처리 기간은 168.0일에서 223.7일로 증가했다. 다만 장기미제사건 처리만으로는 고질적 재판 지연 현상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게 법원 내·외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사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는 다 했지만 근본적으로 법관 수가 부족하다"며 여러 차례 언론에 문제제기한 바 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물리적 법관 증원 없이 법원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법원장이 미제 사건을 맡는 것만으로는 재판 지연 현상을 크게 해소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일선 판사들 입장에선 법원장이 자신의 사건을 가져가는 케이스가 늘 수록 업무에 대한 자극을 주는 요소로도 작용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03-24 18:52:44[파이낸셜뉴스] '법원장 재판부'가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주로 장기 미제 사건을 법원장이 맡는다. 10년가량 묵혀온 재판이 재개되거나, 수년간 결론을 내지 못한 사건의 선고기일이 잡히는 등 법원장 직접 재판으로 신속한 처리가 이뤄지고 있어 재판 지연 문제가 일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다만 법관 증원 없이는 재판 지연 현상을 효과적으로 해소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장 재판' 본격화…10년간 결론 안 난 사건도 포함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수원지법을 시작으로 전국 법원에서 '법원장 재판부'가 가동을 시작했다. 법원장 재판부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판 지연 해결을 위해 꺼낸 고육책 중 하나다. '장기미제' 사건 중 복잡하고 까다로운 사안들을 경험이 풍부한 법원장이 직접 처리함으로써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전국 37개 법원장이 사건을 가져갔다. 서울 관내 법원에서는 지난 18일 서울행정법원과 서울북부지법이 법원장 재판을 시작했다.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행정9부는 이날 14개 사건의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 중에는 2014년 접수됐지만 10년가량 결론이 나오지 않은 사건 2건도 포함됐다. 지난 2018년 소송이 제기됐지만, 6년 만에 처음 변론이 진행된 사건도 있었다. 주요 사건으로는 아동학대를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은 초등학교 교사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 대학원생들을 동원해 다른 대학교 학부생인 자녀의 연구 결과물을 작성하게 하는 등 비위행위로 파면된 대학교수가 파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 등이 있다. 김 법원장은 "장기간 미뤄진 사건을 일부나마 담당해 처리함으로써 국민에게 더 다가가 신뢰를 회복하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법원장으로서 보여드릴 기회가 있어 다행"이라며 "좋은 재판으로 이끌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박형순 서울북부지법원장도 민사합의10부 재판장으로서 장기미제 사건 변론기일을 열었다. 총 9건에 대한 변론기일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김세윤 수원지법원장은 지난 14일 첫 재판을 진행했다. 총 7건의 장기미제 사건의 심리를 진행했는데, 이 중 3건은 변론을 종결해 다음 달 18일 선고할 예정이다. 서울동부지법도 지난 22일 법원장이 첫 재판을 진행한 바 있다. 서울남부지법(25일), 서울서부지법(27일), 서울중앙지법(28일), 서울고법(4월 18일) 등도 법원장 재판 시작을 앞두고 있다. 장기미제 사건 급증…5년새 민사 2.2배·형사 1.8배 증가접수일로부터 2년 또는 2년 6개월이 지났음에도 1심 판결이 선고되지 않은 '장기미제' 사건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당초 2년을 넘기면 장기미제 사건으로 분류됐지만, 민사 사건의 경우 2016년 대법원 예규 변경으로 장기미제 기준이 2년 6개월로 바뀐 바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민사 본안 1심 장기미제 사건(2년 6개월 초과)은 2022년 기준 7746건으로, 5년 전인 2017년(2440건) 대비 2.2배 늘었다. 장기미제 형사 1심 사건(2년 초과)의 경우 1709건에서 4781건으로 1.8배 증가했다. 행정 사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행정소송 본안 사건 1심 기준 장기미제 사건 건수는 2017년 447건에서 2022년 1020건으로 큰 폭 늘었다. 장기미제 사건이 증가하는 동안 전반적인 사건 처리 기간도 늘어났다. 같은 기간 민사합의 1심 본안사건을 처리하는데 걸리는 평균 기간은 293.3일에서 420.1일로, 형사합의 1심(불구속 기준) 평균 처리 기간은 168.0일에서 223.7일로 증가했다. 다만 장기미제사건 처리만으로는 고질적 재판 지연 현상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게 법원 내·외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사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는 다 했지만 근본적으로 법관 수가 부족하다"며 여러 차례 언론에 문제제기한 바 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물리적 법관 증원 없이 법원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법원장이 미제 사건을 맡는 것만으로는 재판 지연 현상을 크게 해소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일선 판사들 입장에선 법원장이 자신의 사건을 가져가는 케이스가 늘 수록 업무에 대한 자극을 주는 요소로도 작용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03-24 13:39:28[파이낸셜뉴스] 재판 지연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 중 하나로 조희대 사법부가 법원장 직접 재판을 추진한 가운데 서울행정법원장이 18일 첫 재판을 진행했다.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이 재판장을 맡는 행정9부는 장기미제 사건 전담 재판부다. 합의재판부에서 접수된 지 3년이 지난 장기미제사건 중 사안이 복잡한 고분쟁성 사건 40여건이 1차로 재배당됐다. 아동학대를 이유로 정직처분을 받은 초등학교 교소가 낸 정직 취소 소송, 한국환경공단이 세무당국에 제기한 부가세 경정 거부 처분 취소 소송, 의료법인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관련 처분 취소소송 등이다. 김 법원장은 서울행정법원에서만 네 차례 근무한 경험이 있다. 2002~2003년 배석판사부터 2015~2018년 부장판사, 2020년 2022년 수석부장판사를 지내며 조세, 도시정비, 산업재해 등 다양한 분야의 사건을 담당한 법조인이다. 이에 앞서 같은 날 오전 11시에는 박형순 서울북부지법원장이 민사합의10부 재판장으로서 장기미제 사건 변론기일을 열었다. 법원 관계자는 "행정 경험이 풍부한 법원장이 복잡하고 어려운 장기미제 사건을 전담해 처리함으로써 각 재판부의 효율적인 사건 관리가 가능해지고, 법원 전체적으로 더욱 신속하고 충실한 재판을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03-18 15:13:02[파이낸셜뉴스] 지난 2005년에서 2009년까지 경기도 일대에서 흉악 범죄가 연이어 나와 시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한 남성은 총 5회에 걸쳐 새벽 시간 가정집에 침입해 금품을 절취했다. 이뿐만 아니라 5명의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상해까지 입혔다. 해당 사건의 범인은 결국 찾지 못하고 미제에 빠질 뻔했으나 검찰의 DNA 분석으로 범인인 48세 목수 A씨가 구속됐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최재아 부장검사)는 16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치상) 등 혐의를 받는 A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저지른 야간건조물침입절도미수죄로 수감돼 지난 9일 출소하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A씨의 DNA를 분석했고, A씨가 19년 전 저지른 성범죄의 범인으로 다시 지목됐다. 국과수는 과거 등록된 5건의 범죄 현장에서 채취된 DNA가 A씨의 정보와 일치한다는 점을 포착했다. 결국 A씨는 출소하기로 했던 9일 밤 12시에 다시 구속됐다. 검찰은 A씨에게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치상) 혐의를 적용해 이날 재판에 넘겼다. 지난 2010년 제정된 일명 'DNA법'(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검찰청과 국과수는 각각 형 확정자, 구속피의자 또는 범죄 현장에서 채취된 DNA를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하고 있다. A씨는 혐의에 대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며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유사하게 18년 전 아동 2명을 강제추행 한 회사원 B씨(42)도 지난달 25일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지난 2006년 서울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미성년자 2명을 흉기로 위협하고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B씨 역시 2022년 저지른 준강제추행죄로 수감돼 지난달 17일 형기 종료를 앞뒀으나 대검이 과거 현장에서 발견해 보전하던 DNA가 그와 일치하는 사실이 확인돼 출소 직전 다시 구속기소됐다. B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다가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입장을 바꿔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의 재범 위험성을 고려해 기소와 함께 위치추적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청구하고 피해자들의 과거 치료비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한 미제사건의 진실을 끝까지 추적해 범인을 반드시 벌하고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4-02-16 17:29:19[파이낸셜뉴스] 검찰이 약 20년간 미제로 남은 연쇄 성폭행 사건의 진범을 DNA분석으로 밝혀 재판에 넘겼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최재아 부장검사)는 이날 성폭력처벌법 등 혐의로 A씨(48)를 구속기소했다. A씨는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새벽 시간대 경기도에서 5차례에 걸쳐 흉기를 들고 가정집에 침입해 금품을 절취하고 5명을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다. 하지만 당시 A씨는 붙잡히지 않았고,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그러던 중 A씨가 지난해 건물에 들어가 절도를 저지르려다가 검거되면서 덜미를 잡혔다. A씨는 지난해 야간건조물침입 절도미수로 구속되면서 DNA를 채취당했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씨 DNA가 과거 성폭행 범죄현장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검찰은 그가 야간건조물침입 절도미수로 형을 살고 출소하기 직전 곧바로 신병을 확보했다. 또 검찰은 18년 전 아동 2명을 강제추행 한 남성 B씨(42)도 지난달 25일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2006년 서울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미성년자 2명을 흉기로 위협하고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2022년 저지른 준강제추행죄로 수감돼 지난달 17일 형기 종료를 앞뒀다. 하지만 검찰의 DNA분석으로 과거 법행 사실이 밝혀져 출소 직전 다시 구속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들은 중대 성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장기간 미검거된 채 태연하게 절도 등 다른 범죄를 저지르던 성범죄자들의 신원이 DNA로 밝혀내 출소 직전 구속해 엄단한 사례"라며 "검찰은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한 미제사건의 진실을 끝까지 추적하여 범인을 필벌할 것"이라고 전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4-02-16 16:5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