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우리 정부의 배상 책임을 항소심 재판부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3-1부(이중민·김소영·장창국 부장판사)는 17일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 응우옌티탄씨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정부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정부는 응우옌씨에게 3000만1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고 본인과 오빠가 총상을 입고, 원고의 모친, 언니, 남동생이 살해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일부 부대원들이 원고와 그 가족을 비롯한 퐁니 마을 주민들을 총과 총검 등으로 공격해 살상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가해 부대원들이 당시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이고, 원고 및 그 가족에 대한 살상 행위가 당시 해병 제2여단 1중대에 부과된 작전 수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적어도 외형상 직무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며 "국가배상법에 따라 그로 인한 원고의 손해에 대해 피고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판결 선고 후 응우옌티탄씨는 영상통화를 통해 취재진에게 "오늘 승소로 그날 희생된 원혼들도 위로 받았을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다른 사건 피해자들의 사례를 살펴봐 주시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응우옌티탄씨를 대리한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사법부가 대한민국 정부의 베트남전 학살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정부는 상고하지 않길 바란다"며 "이 판결을 한국 사회의 중요한 교육 자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고 대리인인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는 "전쟁에서 불법행위를 하는 것은 국가라도 면책되지 않는다는 판결"이라며 "전 세계가 이 판결에 주목해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국민 응우옌티탄씨는 7세였던 1968년 2월, 거주지였던 남베트남 퐁니 마을(현 꽝남성 디엔안구 퐁니 마을)에서 대한민국 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1대대 1중대 부대원들에 의해 자신과 오빠가 총상을 입고, 모친과 언니, 남동생이 살해됐다고 주장하며 2020년 4월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23년 2월 1심 재판부는 "한국 군인들이 작전 수행 중 응우옌티탄의 집으로 가 수류탄과 총으로 위협하며 가족들을 밖으로 나오게 했고 차례대로 총격을 가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정부가 응우옌티탄씨에게 약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은 이 판단을 재확인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2025-01-17 15:26:36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따른 피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7일 베트남인 응우옌 티탄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정부가 응우옌씨에게 3000만 1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지급을 판결했다. 응우옌 티탄씨는 베트남전 당시인 1968년 2월 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군인들이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서 70여명의 민간인을 학살했고, 그 사건에서 가족들을 잃고 자신도 총격을 입었다며 2020년 4월 3000만 100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응우옌씨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베트남전 참전 군인, 당시 마을 민병 대원 등의 증언과 여러 증거가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당시 해병 제2여단 1중대 군인들이 응우옌씨 집에서 실탄과 총으로 위협하며 그의 가족들에게 밖으로 나오게 한 뒤 총격을 가했다"며 "이로 인해 가족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응우옌씨 등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행위는 명백한 불법 행위로 배상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베트남과 한국, 미국 간의 약정서 등에 따라 베트남인이 한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정부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군사 당국 및 기관 간의 약정서는 합의에 불과하다"며 "베트남 국민 개인인 원고의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청구권을 막는 법적 효력을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냈다. 게릴라전으로 전개된 베트남전 특성상 정당행위였고, 소멸시효가 만료됐다는 정부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무렵까지도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해 사유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정원일 기자
2023-02-07 18:17:17[파이낸셜뉴스]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7일 베트남인 응우옌 티탄씨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정부가 응우옌씨에게 3000만 1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지급을 판결했다. 응우옌 티탄씨는 베트남전 당시인 1968년 2월 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군인들이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서 70여명의 민간인을 학살했고, 그 사건에서 가족들을 잃고 자신도 총격을 입었다며 2020년 4월 3000만 100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수십년이 지난 사건인 만큼, 재판에서는 우리 군의 학살이 실재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해 8월 증인신문 과정에서 베트남 전쟁 당시 민병대 소속이었던 응우옌 득쩌이씨(83)가 직접 "군인들이 마을 주민들을 보고 있고 총을 쐈다. 마을 주민들이 쓰러지고 수류탄을 던졌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반면 정부는 한국군에 의한 피해 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설령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소멸시효'를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민법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 자체가 소멸됐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응우옌씨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당시 해병 제2여단 1중대 군인들이 작전 수행 중 원고 가족들로 하여금 방공호 밖으로 나오라고 한 뒤 이들이 밖으로 나오자 총격을 가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원고 모친은 외출 중이었는데 이 사건 소속 군인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 곳으로 강제로 모이게 한 다음 그 곳에서 총으로 사살한 사실도 인정할 수 있다"며 "이 같은 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베트남과 한국, 미국 간의 약정서 등에 따라 베트남인이 한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정부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군사 당국 및 기관 간의 약정서는 합의에 불과하다"며 "베트남 국민 개인인 원고의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청구권을 막는 법적 효력을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냈다. 게릴라전으로 전개된 베트남전 특성상 정당행위였고, 소멸시효가 만료됐다는 정부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며 "원고의 상황이 객관적으로 권리행사를 할 수 없는 장애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판결 직후, 응우옌 티탄씨는 화상 연결을 통해 "퐁니 학살 사건으로 희생된 74명의 영혼에게 오늘의 기쁜 소식이 위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마을 주민들에게 소식을 나누고 알리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리인단은 이번 선고가 "대한민국의 공식 기구가 최초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을 인정한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기관이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위로문과 사과문을 보냈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정원일 기자
2023-02-07 16:40:33[파이낸셜뉴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베트남TF(태스크 포스)가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의혹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음에도 국가정보원이 극소수의 정보만 공개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9일 오후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보내 "대법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음에도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한국군 청룡부대 각 소대장 세 사람의 이름과 중앙정보부(국정원 전신) 조사 당시 이들이 살던 지역명 밖에 알지 못했다"며 "15글자가 적힌 초라한 목록을 국정원으로부터 받는데 만 3년8개월이 걸린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이 법원의 조회에 불응하거나, 선제적으로 '퐁니퐁넛 학살사건'에 관한 공개를 거부한다면 조사기록 일체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할 계획"이라며 "또 다시 기나긴 소송절차를 거쳐 반드시 조사기록 전체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50년이 지난 사건이고, 이 사안이 공개가 되더라도 대한민국과 베트남 사이에 외교적 국익이 중대하게 침해될 우려가 없다"며 "일반 국민들에게 모든 자료를 공개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참전한 군인들 전체를 학살자를 매도하려는 의도는 없다"며 "다만 참전군인들 중 학살에 참여한 사람들이 인생의 정리기에서 사실을 밝히고, 참회와 용서를 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민변 소속 임모 변호사는 지난 2017년 8월 국정원에 '1968년 2월12일 베트남 중부 꽝남성 소재 퐁니마을에서 발생한 민간인 살인사건에 대해 중앙정보부(국정원 전신)가 군인 3명을 상대로 조사한 내용'에 대한 공개청구를 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해당 정보는 국가안전보장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임 변호사는 국정원을 상대로 처분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은 기록 중 일부를 공개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그러자 국정원은 이번에는 해당 정보에 개인정보가 포함돼있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고, 임 변호사는 다시 소송을 냈다. 1·2심은 "정보 중 피조사자들의 생년월일, 출생년도 등은 비공개 대상정보에 해당하나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정보공개법에 따른 비공개대상정보가 아니다"라며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국정원은 상고했지만, 지난달 대법은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판결을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판결에 법 위반 등 사유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대법원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결정이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1-04-09 16:39:55역사상 가장 발달된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21세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인류는 두 개의 잔혹한 전쟁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은 1차 세계대전의 고지전이 연상될 정도의 소모적인 살상전을 2년 넘게 계속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을 이유로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반인륜적으로 학살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전 세계는 이 두 전쟁보다 더 무서운 '미국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45년 세계 최대 패권국으로 올라선 이후 세계 질서를 잡는 경찰국가이자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런 미국이 수년 전부터 달라졌다. 지난 2017년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취임한 트럼프는 그동안의 세계질서와 자유시장 경제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렸다. 이후 취임한 바이든은 취임과 동시에 "흔들린 질서를 되돌리겠다"고 했지만 트럼프가 만든 혼돈의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세계 곳곳에서 '수퍼 파워' 미국의 체면을 구기고 있다. 이제 미국은 전 세계의 존경과 신뢰를 받던 과거의 미국이 아니다. 오는 11월 선거를 앞둔 트럼프는 더욱 예측이 불가능해졌다. 무기력한 바이든과 전 세계를 향해 연일 거친 말을 쏟아내며 자신이 백악관을 탈환하면 완전히 다른 미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맞서 세계 질서를 지키겠다는 바이든은 두 개의 전쟁에 발이 묶여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리스크는 이 두 사람에서 시작한다. 무기력한 바이든이나 더 과격해진 트럼프도 미국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최악이냐, 차악이냐'일 뿐 모두가 혼돈에 빠진 미국과 전 세계에 '모범답안'이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여기저기서 체면 구기는 바이든 포연이 자욱한 유럽과 중동의 국제 정세는 미국이 주도한 게 아니다.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수퍼 파워인 미국이 이를 전혀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을 시작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자지구에서 수개월째 학살에 가까운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이스라엘에게 미국의 입김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어서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가 학살에 가까운 전쟁을 계속하는 것은 이란 때문이다. 하마스의 뒷배인 시아파 종주국 이란을 어떻게든 전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속셈이 깔려있다. 이란도 그걸 정확하게 안다. 확전으로 이어지면 미국이 참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바이든은 그래서 더 곤혹스러운 것이다. 사실 이 '함정'은 트럼프가 팠다. 임기 마지막인 2020년 9월 트럼프는 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둘의 손을 잡아줬다. 아브라함 협정이다. 수니파의 주요국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와 아랍의 영원한 적 이스라엘이 국교를 맺은 것이다. 사실상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이 수니파와 손을 잡은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 이스라엘은 가장 위험한 적인 이란의 반대세력인 수니파를 끌어안는 성과를 거뒀다. 사우디 등 수니파도 이슬람 맹주 경쟁에서 시아파를 따돌리게 되니 양측 모두 윈윈이었다. 그런데 바이든은 취임하자마자 트럼프가 2018년 파기한 이란핵동결 협정을 되살리고 이란 방문까지 추진했다. 이때부터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네타냐후가 바이든의 말을 듣지않는 이유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미국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바이든은 러시아-우크라 전쟁이 한창이던 2022년 7월15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다. 유가 폭등으로 전 세계가 위기에 처하자 사우디에 증산 요청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두 나라 각료를 대동한 채 회담을 하던 무함마드 빈 살만이 미국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바이든이 너무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배석한 각료 한 명은 입이 벌어졌다. 이 모습은 실시간으로 전파를 탔다. 결국 바이든은 에어포스원에 오를 때까지 증산 선물을 받지 못했다. 미국의 맹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1971년 미국이 베트남전의 후유증으로 금 본위제 파기 선언을 했을 때 석유를 살 때는 무조건 달러로만 결제하도록 하는 '페트로 달러' 체제를 출범시키며 절체절명의 미국을 위기에서 구했었다. 그러나 사우디는 미국이 말하면 무조건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가 이제 아니었다. 사실 미국의 체면 구기기는 앞서 2021년 8월15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굴욕적인 철수를 하면서 시작됐다. 마치 베트남전 철수를 연상시키는 충격적인 모습에 전 세계는 "이제 바이든의 미국이 수퍼 파워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예측 불가능하고 더 잔혹해진 트럼피즘 트럼프는 그런 바이든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집약되는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한 마디로 '강한 미국'이다. 세계 질서를 바로 세우는 더 강한 경찰국가가 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우선 전 세계의 비난을 받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종식시키고, 중동에 안정을 가져오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마약이 만연하고 국경이 느슨해진 미국 내 질서도 완전히 다잡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흔들린 것은 바이든이 아닌 트럼프 때부터다. 트럼프가 이란을 다시 봉쇄하자 2019년 친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이 움직였다. 사우디아라비아 내 아람코 정유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한 것이다. 사우디 본토가 공격받은 초유의 사태에 트럼프는 "사우디가 공격받았다. 미국은 공격받지 않지 않았다"고 했다. 수십년 동안 '미국 바라기'였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는 시진핑과 푸틴과도 어깨를 거는 등 미국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 유탄은 바이든이 고스란히 맞고 있다. 백악관에서 내쫓긴 트럼프는 훨씬 더 과격해지고 예측불가능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지켜온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만 문제만 봐도 그렇다. 트럼프는 "타이완 방어공약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대만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대만을 공짜로 지켜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만은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와 함께 공산주의 세력과 가장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최전선이고,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의 총아인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큰 회사 TSMC가 있는 나라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머릿속에는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곳으로 각인됐다는 것은 우방국들에게 "더이상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서도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회원국에 대해 러시아 침공을 부추기겠다"고 했다. 놀랄 일이지만 직접 한 말이다. 미국은 지난 1947년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황폐해진 유럽을 재건하고 소련의 공산주의에 맞서기 위해 4년간 무려 130억 달러를 지원했다. 당시 세계 GDP의 2.5%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마샬 플랜'이다. 유럽은 이 조치에 힘입어 세계대전 이전의 모습을 되찾고 소련의 남하를 막아낼 수 있었다. ■미국우선주의는 괜찮을까 미국우선주의도 세계경제를 멍들게 하는 큰 요인이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 조치는 정말 무서웠다. 우크라 전쟁 여파로 신음하는 주변국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불과 16개월 만에 5.25%p를 올려버렸다. 그러나 미국우선주의는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한결같다. 정도와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바이든의 미국우선주의는 그나마 경계와 영역이 있다. 바이든은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을 나누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으로 국한해 '신뢰가치사슬(TVC)'이라는 이름으로 블록화했다. 쿼드(QUAD), 오커스(AUKUS),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IPEF)이 그것이다. 신냉전 시대에 맞춰 반대편 진영을 철저하게 도려내버린 굉장히 정교해진 미국우선주의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는 진영도 전통적 가치도 무시한다는 점에서 너무도 무섭다. 2017년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등장한 트럼프는 전 세계 경제질서를 온통 흔들고 있다. 미국에 도전장을 던진 중국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우방국에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미국시장에서 상품을 팔려면 미국에 생산공장을 지으라며 생산시설 이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으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 트럼프가 다시 돌아온다면.. 상상하기 힘든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미국우선주의는 과거 1985년 '프라자 합의'를 소환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당시 미국은 자국의 경제를 위협하던 일본과 독일에 대해 엔화와 마르크화 가치를 대폭 올렸다. 게다가 일본에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까지 올리도록 압박했다. 이는 일본이 개발도상국에 투자한 자본을 회수하게 만들면서 태국 등 동남아에 IMF 사태를 불러왔다. 이 여파는 1997년 우리나라에 굴욕적인 IMF 사태로 이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실 트럼프는 전과자다. 성폭행 등 파렴치한 범죄는 물론이고 재선에 실패하자 의회점거 등을 사주한 내란선동혐의까지 받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인 대다수는 트럼프를 원하고 있다. 혼돈스런 미국 정치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어쩌면 도덕불감증에 걸린 지금의 미국인일지도 모른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4-03-17 19:50:27[파이낸셜뉴스] 역사상 가장 발달된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21세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인류는 두 개의 잔혹한 전쟁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은 1차 세계대전의 고지전이 연상될 정도의 소모적인 살상전을 2년 넘게 계속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을 이유로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반인륜적으로 학살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전 세계는 이 두 전쟁보다 더 무서운 ‘미국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45년 세계 최대 패권국으로 올라선 이후 세계 질서를 잡는 경찰국가이자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런 미국이 수년 전부터 달라졌다. 지난 2017년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취임한 트럼프는 그동안의 세계질서와 자유시장 경제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렸다. 이후 취임한 바이든은 취임과 동시에 “흔들린 질서를 되돌리겠다”고 했지만 트럼프가 만든 혼돈의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세계 곳곳에서 ‘수퍼 파워’ 미국의 체면을 구기고 있다. 이제 미국은 전 세계의 존경과 신뢰를 받던 과거의 미국이 아니다. 오는 11월 선거를 앞둔 트럼프는 더욱 예측이 불가능해졌다. 무기력한 바이든과 전 세계를 향해 연일 거친 말을 쏟아내며 자신이 백악관을 탈환하면 완전히 다른 미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맞서 세계 질서를 지키겠다는 바이든은 두 개의 전쟁에 발이 묶여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리스크는 이 두 사람에서 시작한다. 무기력한 바이든이나 더 과격해진 트럼프도 미국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최악이냐, 차악이냐’일 뿐 모두가 혼돈에 빠진 미국과 전 세계에 ‘모범답안’이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여기저기서 체면 구기는 바이든 포연이 자욱한 유럽과 중동의 국제 정세는 미국이 주도한 게 아니다.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수퍼 파워인 미국이 이를 전혀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을 시작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자지구에서 수개월째 학살에 가까운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이스라엘에게 미국의 입김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어서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가 학살에 가까운 전쟁을 계속하는 것은 이란 때문이다. 하마스의 뒷배인 시아파 종주국 이란을 어떻게든 전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속셈이 깔려있다. 이란도 그걸 정확하게 안다. 확전으로 이어지면 미국이 참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바이든은 그래서 더 곤혹스러운 것이다. 사실 이 ‘함정’은 트럼프가 팠다. 임기 마지막인 2020년 9월 트럼프는 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둘의 손을 잡아줬다. 아브라함 협정이다. 수니파의 주요국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와 아랍의 영원한 적 이스라엘이 국교를 맺은 것이다. 사실상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이 수니파와 손을 잡은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 이스라엘은 가장 위험한 적인 이란의 반대세력인 수니파를 끌어안는 성과를 거뒀다. 사우디 등 수니파도 이슬람 맹주 경쟁에서 시아파를 따돌리게 되니 양측 모두 윈윈이었다. 그런데 바이든은 취임하자마자 트럼프가 2018년 파기한 이란핵동결 협정을 되살리고 이란 방문까지 추진했다. 이때부터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네타냐후가 바이든의 말을 듣지않는 이유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미국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바이든은 러시아-우크라 전쟁이 한창이던 2022년 7월15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다. 유가 폭등으로 전 세계가 위기에 처하자 사우디에 증산 요청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두 나라 각료를 대동한 채 회담을 하던 무함마드 빈 살만이 미국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바이든이 너무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배석한 각료 한 명은 입이 벌어졌다. 이 모습은 실시간으로 전파를 탔다. 결국 바이든은 에어포스원에 오를 때까지 증산 선물을 받지 못했다. 미국의 맹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1971년 미국이 베트남전의 후유증으로 금 본위제 파기 선언을 했을 때 석유를 살 때는 무조건 달러로만 결제하도록 하는 ‘페트로 달러’ 체제를 출범시키며 절체절명의 미국을 위기에서 구했었다. 그러나 사우디는 미국이 말하면 무조건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가 이제 아니었다. 사실 미국의 체면 구기기는 앞서 2021년 8월15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굴욕적인 철수를 하면서 시작됐다. 마치 베트남전 철수를 연상시키는 충격적인 모습에 전 세계는 “이제 바이든의 미국이 수퍼 파워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예측 불가능하고 더 잔혹해진 트럼피즘 트럼프는 그런 바이든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집약되는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한 마디로 ‘강한 미국’이다. 세계 질서를 바로 세우는 더 강한 경찰국가가 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우선 전 세계의 비난을 받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종식시키고, 중동에 안정을 가져오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마약이 만연하고 국경이 느슨해진 미국 내 질서도 완전히 다잡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흔들린 것은 바이든이 아닌 트럼프 때부터다. 트럼프가 이란을 다시 봉쇄하자 2019년 친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이 움직였다. 사우디아라비아 내 아람코 정유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한 것이다. 사우디 본토가 공격받은 초유의 사태에 트럼프는 “사우디가 공격받았다. 미국은 공격받지 않지 않았다”고 했다. 수십년 동안 ‘미국 바라기’였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는 시진핑과 푸틴과도 어깨를 거는 등 미국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 유탄은 바이든이 고스란히 맞고 있다. 백악관에서 내쫒긴 트럼프는 훨씬 더 과격해지고 예측불가능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지켜온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만 문제만 봐도 그렇다. 트럼프는 “타이완 방어공약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대만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대만을 공짜로 지켜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만은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와 함께 공산주의 세력과 가장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최전선이고,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의 총아인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큰 회사 TSMC가 있는 나라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머릿속에는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곳으로 각인됐다는 것은 우방국들에게 “더이상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서도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회원국에 대해 러시아 침공을 부추기겠다”고 했다. 놀랄 일이지만 직접 한 말이다. 미국은 지난 1947년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황폐해진 유럽을 재건하고 소련의 공산주의에 맞서기 위해 4년간 무려 130억 달러를 지원했었다. 당시 세계 GDP의 2.5%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마샬 플랜’이다. 유럽은 이 조치에 힘입어 세계대전 이전의 모습을 되찾고 소련의 남하를 막아낼 수 있었다. ■미국우선주의는 괜찮을까 미국우선주의도 세계경제를 멍들게 하는 큰 요인이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 조치는 정말 무서웠다. 우크라 전쟁 여파로 신음하는 주변국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불과 16개월 만에 5.25%p를 올려버렸다. 그러나 미국우선주의는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한결같다. 정도와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바이든의 미국우선주의는 그나마 경계와 영역이 있다. 바이든은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을 나누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으로 국한해 ‘신뢰가치사슬(TVC)’이라는 이름으로 블록화했다. 쿼드(QUAD), 오커스(AUKUS),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IPEF)이 그것이다. 신냉전 시대에 맞춰 반대편 진영을 깔끔하게 도려낸 굉장히 정교해진 미국우선주의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는 진영도 전통적 가치도 무시한다는 점에서 너무도 무섭다. 2017년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등장한 트럼프는 전 세계 경제질서를 온통 흔들고 있다. 미국에 도전장을 던진 중국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우방국에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미국시장에서 상품을 팔려면 미국에 생산공장을 지으라며 생산시설 이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으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 트럼프가 다시 돌아온다면.. 상상하기 힘든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미국우선주의는 과거 1985년 ‘프라자 합의’를 소환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당시 미국은 자국의 경제를 위협하던 일본과 독일에 대해 엔화와 마르크화 가치를 대폭 올렸다. 게다가 일본에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까지 올리도록 압박했다. 이는 일본이 개발도상국에 투자한 자본을 회수하게 만들면서 태국 등 동남아에 IMF 사태를 불러왔다. 이 여파는 1997년 우리나라에 굴욕적인 IMF 사태로 이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실 트럼프는 전과자다. 성폭행 등 파렴치한 범죄는 물론이고 재선에 실패하자 의회점거 등을 사주한 내란선동혐의까지 받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인 대다수는 트럼프를 원하고 있다. 혼돈스런 미국 정치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어쩌면 도덕불감증에 걸린 지금의 미국인일지도 모른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4-03-15 15:37:11[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정권은 일본 앞에만 서면 작아진다"라며 정부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문제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재명 대표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이 올 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을 강행할 태세"라며 "태평양의 작은 도서 국가들조차 우려, 항의 뜻을 일본에 전달 중"이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이 대표는 "하지만 가깝고 가장 큰 피해를 입을 대한민국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라며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부터 오염수까지 일본 앞에만 서면 작아진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에 뭐든 퍼주겠다는 굴욕적 대일 접근법을 버리라"며 "국제사회와 긴밀, 다각적 공조를 통해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출 계획에 강력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는 "정부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취하라"며 "그래야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한 우리의 사과, 배상 요구가 갖는 법적, 역사적 정당성도 커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군의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의혹에 관한 우리 정부 배상 책임을 인정한 1심 법원 판단을 상기하고 "법원 판결을 지지한다"며 "일본의 징용이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태도와는 완전히 다른, 대한민국의 문명국가로서의 입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그는 "과거의 아픈 역사를 딛고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선 잘못을 직시, 바로잡으려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일본이 걷고 있는 잘못된 길을 가선 안 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3-02-08 18:29:05[파이낸셜뉴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베트남전 참전 국군의 민간인 학살 의혹을 기정사실화한 KBS 시사 프로그램에 재차 유감을 밝히고 사과를 요구했다. 박 처장은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근 KBS가 한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월남전 참전용사 모두를 학살자인 양 매도하는 편파적 방송을 했다"며 "어느 피해자 일방의 목소리만 전달하고, 그게 전부인 양 방송 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처장은 "수신료를 받아 운영되는 국민의 방송 KBS가 대한민국 국민 32만5000명을 학살자로 모는 현실에서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은 KBS 수신료 고지서를 받고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라고 지적했다. KBS-1TV '시사멘터리 추적'은 지난 8월 7일 방송한 '얼굴들, 학살과 기억' 편에서 국군의 베트남전 당시 민간인 학살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보훈처는 전날에도 해당 방송과 관련 "월남전 참전유공자 지원과 명예 선양을 관장하는 주무부처(보훈처)로서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반론권 보장을 요구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박 처장은 또 "적어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이라면 전쟁의 비극을 이분법적으로 재단하고 전쟁의 한 단면만을 침소봉대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며 "전쟁은 그렇듯 간단히 설명될 수 없고, 어느 한쪽의 경험과 기억만으로 치환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전용사들도 전쟁 영웅이기에 앞서 전쟁 피해자들로, 나라의 부름에 젊음과 생을 바치고 조국 발전에 밑거름이 된 희생자들"이라며 "그런 점에서 32만5000명의 월남전 참전유공자와 그 가족 모두를 욕보인 KBS '시사멘터리 추적'팀에 정중한 사과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처장은 "보훈처장이기 전에 월남 참전 전사자의 아들로서 한마디 덧붙인다"며 "아버지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늘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돌아가신 저의 영웅이었고,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건 그런 아버지 덕분이다. 제가 학살자의 아들이 아니라 참전 영웅의 아들이듯, 대한민국 32만5000명의 젊은 장병들도 국가의 부름에 한 번뿐인 청춘을 바친 영웅들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고 했다. 박 처장의 부친인 고(故) 박순유 중령은 맹호부대 정보장교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1972년 6월 전사했다. 당시 박 처장은 7세였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2-09-05 16:47:12[파이낸셜뉴스] 4일 국가보훈처가 베트남전에 참전한 우리 국군의 '민간인 학살 의혹'을 제기한 KBS 방송에 유감을 표하며 반론권 보장을 요구했다. 이날 보훈처는 입장문에서 KBS-1TV '시사멘터리 추적'이 지난 8월 7일 '얼굴들, 학살과 기억' 편 방송을 통해 "월남전쟁에 참전한 우리 국군들의 월남 민간인 학살의혹을 기정사실화 하는 편파적인 방송을 했다"며 "월남전 참전유공자들의 거센 반발과 함께 대규모 항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월남전 참전자회는 이번 KBS의 이번 방송에 반발,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앞에서 김의철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보훈처는 특히 월남전 참전유공자의 지원과 명예 선양을 관장하는 주무부처로서 관련 내용은 "현재 소송 중에 있어 최소한 소송 당사자간의 균형 잡힌 반론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공영방송인 KBS는 일부 베트남인의 주장에 방송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월남전 참전유공자 측의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훈처는 KBS에 △월남전 참전유공자 측의 충분한 반론권 보장을 보장하는 추가 방송 편성 △향후 관련사항에 대한 균형 있는 취재·방송 등을 촉구했다. 이에 KBS '시사멘터리 추적' 제작진은 베트남전 당시 민간인 학살 의혹과 관련해 "피해 마을에서 생존한 베트남 주민들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고 올해 안에 1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라며 1심 선고가 내려지면 그 내용을 바탕으로 당시 상황과 참전자회 입장을 담아 후속편을 제작할 예정이란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처는 "앞으로도 월남전 참전유공자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국방부 및 월남전참전자회 등과 필요한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2-09-04 14:33:29대담=정인홍 정치부장"국가와 유공자 및 보훈가족은 '갑을 관계'가 되어서는 안된다. 국가는 참전용사를 돕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희생한 고귀한 생명과 그 가족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는 주체가 돼야 한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3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가보훈처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강조했다. 일곱살 소년 시절 베트남전에서 아버지를 잃은 박 처장은 "나라를 위해 총 들고 전장에 나가 희생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우해주느냐가 국가의 정체성을 결정한다"고 했다. 박 처장은 18, 19대 국회에서 재선 의원을 지낸 '첫 정치인 출신의 보훈처장'이다. 외무고시와 사법시험을 둘 다 패스하고 특수부 검사로 일한 '엘리트 중 엘리트'다. 지난 3월 대선에서는 윤석열 캠프의 전략기획실장을 거쳐 당선인 특별보좌역을 지냈다. 박 처장은 국회가 정상화되면 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그는 지금의 보훈처가 1960년대 일본의 '원호처' 시스템을 이어받았다는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말 그대로 '원호'에는 도와주고 구휼해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데 도와주는 정부는 갑, 도움을 받는 유공자는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박 처장은 "보훈은 예우이지 시혜가 아니다"라며 "인식을 바꾸기 위해선 국격에 맞는 정부조직 개편이 필수"라고 했다. 다음은 박 처장과의 일문일답. ―첫 정치인 출신 보훈처장이다. 어떤 마음가짐인지. ▲14년간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보훈 관련 다수 법안을 발의하는 등 꾸준히 보훈 정책과 관련한 일을 해왔다. 보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강한 소명의식을 갖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에 보훈처의 역할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치의 영역에서 '나라의 정체성'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국가가 어떤 정신을 가지고 나아간다는 방향성인데, 다르게 이야기 하면 '이데올로기'다. 지난 몇 년동안 국가의 정체성에 많은 국민이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오히려 비분강개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천안함 좌초설'이 나오고 병사들을 '패잔병'이라고 한다거나,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에서도 북한에 말 한마디 못하고 오히려 '월북'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방향성을 바꿔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아쉬웠던 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전 참전에 대해 사과했다. 베트남은 미국에 승전했고, '과거는 묻지 않는다, 미래로 간다'는 '도이모이(쇄신)' 정책을 폈기 때문에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부 시민단체의 요구에 따라 사과를 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가 베트남 양민을 학살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는데, 이게 멋있는 행동 같지만 당시 8년 동안 청춘을 바쳐 참전한 우리의 젊은 20대 장병 32만5000여명이 전부 학살자가 되는 거다. 대통령이 함부로 사과하는 건 안된다. 전쟁이 개인 간의 사랑싸움이 아니지 않나. ―호국이 왜 중요한 가치인가. ▲보훈은 국가의 책무이다. 보훈에는 '독립의 가치' '민주화의 가치'가 포함돼 있지만, '호국의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 이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6·25전쟁이나 베트남전 참전에 있어서 나라를 위해 총 들고 전장에 나가 희생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우해주느냐가 최우선 가치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호국에 대해 이야기하면, 또 전쟁 이야기를 한다며 '꼰대' 이미지로 연결되거나 '전쟁광 집단'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또 '군사독재 세력의 후예'라는 프레임까지 짜놓았다. 반대로 '민주화' '촛불'을 이야기하면 상당히 세련된 것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이제 균형을 갖춰야 할 때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달라질까. ▲윤석열 대통령은 보훈의 중요성을 수차례 말했다. "확고한 보훈체계는 강한 국방력의 근간이다. 보훈과 국방은 동전의 양면이다. 며칠 전 만났을 때에도 약 1시간가량 이런 소신을 말씀하셨다. 나라를 위해 싸우러 간 국민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보훈이다. 내 가족이 알거지가 된다면 누가 전쟁터에 나가겠나. ―보훈처를 보훈부로 승격해야 한다고 제안했는데.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보훈부 승격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생각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 국정운영의 방향을 알리는 중요한 메시지다. 지금의 보훈처는 아쉽게도 1960년대 일본의 원호처 시스템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원호', 즉 도와주고 구휼해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렇게 되면 도와주는 주체는 '갑'이 되고 도움 받는 사람은 '을'이 돼버린다. 보훈은 예우이지 시혜가 아니다. 인식을 바꾸기 위해선 국격에 맞는 정부조직 개편이 필수다. ―외국 사례는. ▲선진국들이 보훈부를 가장 높은 부서로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 국가보훈처에 해당하는 '제대군인부'가 국방부 다음 두 번째 규모이고, 대통령이 신년 예산을 발표할 때 보훈예산을 가장 먼저 발표한다. 보훈의 위상이 높은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보훈처장이 '장관급'이지만 정부조직법상 국무위원이 아니므로 부서권과 독자적인 부령 발령권이 없는 등 국무위원에 비해 권한이 제약되어 있다. 이는 원활한 보훈정책 추진에 한계로 작용한다. ―'박민식표' 역점 사업은 무엇인지. ▲보훈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포스트코로나, MZ세대 부상 등 시대가 많이 변한 만큼 또 다른 변화와 발전이 있어야 한다. 보훈이라고 하면 대부분 '엄숙함, 추모'같이 무거운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이렇게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어렵다. 문화로서 국민, 특히 젊은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체화하는 보훈이 될 수 있도록 '박민식표 보훈정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 있나. ▲젊은 세대에게 보훈을 안보교육 하듯 강요하면 안되고 일상에 녹아들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충원이 엄숙하고 경건하기만 한 추모의 공간이 아니라 국민들이 자주 찾아오는 공간이 돼야 한다. 열린음악회를 현충원에서, 광주 5·18 민주묘역에서 열면 어떨까. 보훈에 문화·예술·스포츠를 접목시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경기 도중 소방관 순직에 대한 묵념을 하는 등의 문화가 자연스레 녹아 있다. 또 참천용사 전용 주차장 등 그들을 위한 특별 대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보훈 콘셉트가 담긴 캐릭터와 이모티콘을 만들어 친근함을 높이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은데. ▲검사 시절 같이 근무한 적은 없지만, 둘 다 특수부 검사 출신이니 서로 이름만 알던 시기였다. 제가 서울지검 특수1부 수석검사로 있을 때 사표를 냈는데 대화해본 적도 없던 2기수 위 선배인 당시 윤석열 평검사께서 불쑥 전화해 중국집으로 부르더라. 그러면서 '얼른 사표 찢고 복귀해 일하라'고 질타하면서 설득했다. 어찌 보면 오지랖이 넓은 거였지만 후배들을 챙기는 마음에 내 마음 한구석도 상당히 짠해졌다. 이후 늘 제가 힘들 때마다 인간적으로 다독거려 주며 언덕이 돼주었다. ―윤 대통령이 보훈처장직을 일종의 '보상'으로 줬다는 말이 나왔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 자리에 적임자인가 아닌가'를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사람이다. 윤 대통령이 보훈처장 인사를 결정할 때 망설임 없이 '아 그 자리에는 박민식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저희 가족의 히스토리를 상세히 알고 있다. 저에게 "나라를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말씀을 하셨다.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 보훈'이라는 정부 국정과제를 성공시키려면. ▲국가가 먼저 책임지는 등록·심사제도와 보훈보상체계를 구현할 것이다. 또한 보훈 의료의 접근성과 보장성 제고, 사망 시 예우 강화를 통해 빈틈없이 책임지는 보훈 복지를 실현할 계획이다. 또한 제대군인의 사회복귀 지원을 강화, 청년 의무복무자에 대해 사회적 존중과 예우를 실현할 것이다. 이와 함께 6·25전쟁 70주년 기념사업 추진 등 유엔 참전국과의 '보훈 외교'를 강화할 것이다. ming@fnnews.com 전민경 김해솔 기자
2022-07-03 18:2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