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말 발표한 '세계경제 대전망 2019'를 통해 올해를 '비건(vegan)의 해'로 선정했었다. 올해 지구촌에 채식 열풍이 불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당시에는 별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그 예측이 적중하고 있다.미국의 대표적 비건기업 비욘드미트가 최근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시가총액 37억7600만달러(4조4179억원)로 올해 기업공개(IPO) 업체 중 최고 실적을 거뒀다. 비욘드미트는 콩·버섯·호박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로 '인조고기'를 만들어 판다. 빌 게이츠의 투자를 받아 유명해졌다. 200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채식문화 확산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다. 채식주의의 기원은 살생을 금하는 고대 인도 불교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우리아 왕조의 초대 왕 찬드라굽타와 3대 아소카가 채식주의자라는 기록이 있다. 서양에서도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와 소크라테스, 근대 들어 루소, 톨스토이 등이 채식주의자로 알려져 있다.비건은 채식주의자(Vegetarian)의 영문 철자 중 앞 세글자(Veg)와 뒤 두글자(an)를 따서 만든 말이다. 영국의 채식운동가 도널드 왓슨이 1944년 창간한 계간지에 '비건 뉴스'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시초다. 비건은 채식주의자의 줄임말이지만 뜻은 다소 차이가 있다. 채식주의는 육류·조류·어패류·달걀·유제품 등 기피하는 음식의 범위에 여러 단계가 있다. 비건은 이들 모두를 거부하는 극단적 채식주의자들이다.비건 열풍은 세계 패스트푸드 업계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USA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맥도널드는 스웨덴과 핀란드에서 콩으로 만든 햄버거 '맥비건'을 출시했다. 버거킹과 델타코도 육류 대신 콩 단백질로 만든 신제품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KFC는 영국에서 치킨을 대체할 채식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비거노믹스, 즉 비건산업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 시장은 2025년에 16억3000만달러(1조9071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업계의 체계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2019-05-22 17:18:08[파이낸셜뉴스] 지난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었습니다. 광화문에서는 지구의 날을 맞아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비건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채식 전환을 통해 지구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죠. 이들은 "축산업과 어업은 기후 재난과 환경 파괴의 핵심 원인"이라며 "한국이 먼저 비건 생활 방식으로 전환해 지구 살리기에 앞장서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채식을 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비건단체들의 이런 주장은 한없이 멀게만 느껴질 겁니다. 기자 역시 처음에는 그랬으니까요. “사람이 채소만 먹고 어떻게 살아? 오히려 건강에도 안 좋을 텐데. 무엇보다 나 혼자 채식한다고 뭐 그렇게 많이 바뀌겠어?” 비건단체의 강경한 주장을 들을 때마다 이렇게 반박하곤 했죠. 하지만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4월 중순에 눈이 쏟아지고, 태풍 같은 비가 내리다가 초여름마냥 해가 쨍쨍한 변덕스러운 날씨를 보며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구의 기후를 체감하게 됐거든요. 주변을 둘러보면 식물성 대체육을 포함해 비건을 시작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제품들도 꽤 많아졌고, 지난해 말부터 대한민국을 강타한 ‘저속노화’ 트렌드 덕분에 채식이 조금 ‘덜 불편하게’ 여겨지고 있는 것도 변화의 한 부분일 겁니다. 앞서 “비건? 사람이 채소만 먹고 어떻게 살아요?” <에코노미 ②비건 지향, 불완전해도 괜찮아> (2025년 4월 20일자) 기사에서 만난 임정우씨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예전이라면 몰라도 요즘은 비건하기 꽤 쉬워요. 세세히 분류하자면 정크비건에 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진짜 고기 대신 먹을 수 있는 가지 탕수육이나 대체육으로 만든 치킨 등의 비건 냉동제품을 대형마트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시대니까요. 아마 앞으로는 더 쉬워지겠죠." 임씨가 말한 대로, 이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 비거노믹스(Veganomics), 채식 산업의 성장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5년 비거노믹스, 어디까지 왔나요 비거노믹스는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비건(vegan)’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믹스(economics)’가 합쳐진 말로, 채식주의와 관련된 생산·소비·시장 동향을 연구하는 활동을 뜻합니다. 비거노믹스 대신 ‘채식 산업’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고요. 2023년 6월 시장조사기관 스트레이츠 리서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비건 시장은 2022년 기준 165억 달러(약 22조원)에서 8년 동안 연평균 9.1% 성장률을 보이며 오는 2031년 360억 달러(약 48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인 불경기로 인해 채식 산업에 경기 침체 여파가 미치고 있다는 게 불안요소죠. 우리나라의 경우, 공식적인 통계는 없으나 채식인구의 증가세에 따라 채식 산업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채식연합은 2022년 기준 국내 채식 인구를 전체 인구의 약 3~4%에 해당하는 150만~200만명으로 추정한 바 있는데 현재는 이보다 늘어났을 것으로 예쌍됩니다. 또,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의 2024년 조사 결과에서는 우리나라 채식 식품의 시장 규모가 2023년 12억4840만달러(약 1조7900억원)를 기록해 2018~2023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18.4%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더 친숙해진 비건, 늘어가는 채식 관련 식품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1월 발표한 ‘채식 식품산업의 실태와 성장산업화 전략’에서 최근 세계적으로 건강관리의 관심과 환경 보호·탄소 절감 의식 강화, 동물보호와 동물복지 등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세계 채식 인구수는 물론, 채식 산업의 시장 규모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우리나라 역시 채식 인구 증가로 채식 관련 식품이 꾸준히 출시되고, 채식 음식을 취급하는 음식점과 단체 급식 기관들도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비건 코너’는 더 이상 ‘희귀한 풍경’이 아닙니다. 편의점에서도 비건 도시락, 비건 김밥, 비건 샌드위치 같은 제품을 예전보다 쉽게 만날 수 있게 됐죠.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은 2024년 식품R&D 동향보고서에서 식물성 대체육을 중심으로 국내 비건 식품 시장이 형성되었으며, 중소기업 중심에서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 참여 주체가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기업들은 ‘비건 브랜드’를 별도로 런칭해 기존 제품들과 다른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오뚜기의 ‘헬로베지’, 신세계푸드의 ‘베러미트’, CJ제일제당의 ‘플랜테이블’, 그리고 풀무원의 ‘지구식단’ 등이 그 대표적인 예죠. 특히 지난해 말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저속노화’ 식단과 맞물리며 채식 관련 식품들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저속노화 식단이란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 내과 교수가 2023년 X(옛 트위터)서 소개한 것으로, 설탕 등의 단순당이나 튀김류, 붉은 고기와 동물성 단백질, 가공식품 등을 최대한 줄여 혈당을 낮추고 노화 속도를 늦추는 식단을 말합니다. 여러모로 비건 식단과 닮은 구석이 있는데요, 이 식단이 화제가 되면서 세븐일레븐이 정 교수와 협업해 저속노화 도시락과 삼각김밥 등을 출시해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죠. 식탁에서 창출하는 지속가능의 가치 비거노믹스의 성공 모델을 가장 성공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기업 중 하나가 풀무원입니다. 풀무원은 ‘채식은 맛이 없다’라는 편견을 깨고 비건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식물성 지향 식품 전문 브랜드 ‘풀무원지구식단’과 식물성 식문화 트렌드 선도를 위한 비거니즘 레스토랑 ‘플랜튜드(Plantude)’를 운영하며 식물성 지향 식품업계를 선도하고 있죠. 기자도 비건 식당을 찾을 때 플랜튜드를 종종 방문하는데, ‘비건’ 식당이라고 했을 때 갖게 되는 선입견이 사라질 만큼 훌륭한 맛과 가격대에 무척 만족하고 나온 기억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지구식단'의 활약이 돋보입니다. ‘풀무원지구식단’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74% 증가하며 안정적인 상승곡선을 그렸고, '지구식단'이 출시한 B2C 제품군은 80여개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채식 급식 등에 사용되는 B2B 제품군까지 더하면 풀무원이 만드는 식물성 지향 식품의 개수는 더 늘어나죠.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나'를 위해서든 '지구'를 위해서든 지속가능한. 보다 건강한 식단을 위해 식물성 지향 식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꾸준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풀무원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시장의 반응이나 성장세가 조금 느린 면이 있긴 하다. 그러나 꾸준히 수요층이 있는 시장이고, 식물성 지향 식품 사업이 회사 차원에서 핵심 전략일만큼 중요한 만큼 계속 키워나갈 것"이라며 "2027년까지 식품 전체 매출의 65%를 지속가능 식품으로 내겠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고, 업계 선도기업인 만큼 제품군도 계속 다양화하고 개척해나가려고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비거노믹스가 ‘일상’이 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풀무원 관계자도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대체육에 대한 반응이 좀 없다보니 '제로면'이라 부르는 대체면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라며 "일상에서 쉽게 접하고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다양한 제품을 연구하고 개발해서 출시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출시한 '두부면', '두유면' 등의 제품이 바로 제로면에 해당하죠. 중요한 건 이런 식으로 일주일에 단 한 끼라도, 편하게 채식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는 겁니다. 비건이든 저속노화든, 식단을 위한 재료와 제품들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고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게 되겠죠. 그렇게 지구를 위한 ‘지속가능한 식단’의 선택지가 더욱 늘어나고, 비거노믹스 역시 함께 성장해나가는 긍정적인 선순환이 가능해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왓코노미? 에코노미>★★★ ① 기후위기와 소고기 편 "소고기를 끊기로 결심했습니다, 왜냐면요" https://www.fnnews.com/news/202504111031061149 ② 비건 지향, 불완전해도 괜찮아 편 “비건? 사람이 채소만 먹고 어떻게 살아요?” https://www.fnnews.com/news/202504181451053367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5-04-25 15:22:39[파이낸셜뉴스] 비거니즘(Veganism)은 어렵습니다. ‘왜 어렵냐’고 묻는다면 육식을 기본값으로 두고 있는 사회문화와 비건을 위한 인프라 부족부터 시작해 사회적 인식, 의지와 현실 간의 간극 등 여러 가지 답변을 내놓을 수 있겠죠. 채소만 먹고 산다면 영양 불균형에 시달릴 수 있다는 지적도 맞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어려움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비거니즘을 완벽하게 실천하기가 어렵다’라는 문장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동물권이나 환경권을 위해 채식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중에는 ‘완벽한 비건’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다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건 입문서인 ‘나의 비거니즘 만화’를 그린 보선 작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사회가 비건 친화적으로 되려면 완벽한 비건 1명이 있는 것보다 불완전한 비건 100명이 있는 게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기도 하죠. 최근 비거니즘 트렌드 역시 엄격함보다 실질적 적용과 유연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앞서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 이거라도 하는 게 낫다’는 뜻으로 소고기를 먹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기자의 이야기를 해드렸는데요. 완벽하지 않아도 비거니즘의 가치를 지향하며 자신의 여건과 상황에 맞게 실천하는 우리 주위의 ‘불완전한 비건인’ 3명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비건이 어려운 당신에게 '비건 지향'의 삶을 소개합니다 채식 지향 4년 차로 ‘어쨌든 오늘은 비건’을 독립출판한 작가 수련씨는 자신을 ‘ 비덩주의자’로 소개합니다. ‘비덩주의자’는 덩어리 고기를 먹지 않고 최대한 채식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데요. 수련씨는 “고기 없는 음식을 찾기 힘들고 비건식당이나 비건옵션도 적다 보니 타인과 함께하는 외식이 가장 어려웠다. 내가 민폐가 되는 기분이 들어 불편해졌고, 그래서 덩어리 고기만 먹지 않는 '비덩' 주의의 삶을 선택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직장을 다니며 평소에는 채식을 하되, 고기도 가끔 먹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으로 3년째 사는 중이라는 임정우씨도 비슷한 이유를 들었습니다. 여자친구의 영향으로 비거니즘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임씨는 자신을 '대충비건지향인'이라고 부릅니다. “회식은 물론이고 회사에서 점심을 먹을 때도 불편함을 느꼈다. 고기를 제외하면 점심에 먹을 수 있는 식사의 종류가 샐러드뿐이라 일하는 데도 영향이 있어 고심하다 최대한 채식을 하되 일상생활에서 불가피한 경우 고기나 생선을 먹는 쪽으로 '대충'하고 있다”라는 게 그 이유입니다. 반나무씨의 경우, "나 비건 지향으로 살려고 노력 중이야"라는 말을 처음 꺼낸 건 2년 전이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일주일에 한 번 비건 실천하기'와 같은 ' 간헐적 비건'에 도전하는 정도였는데요. 현재는 축소주의자로서 고기나 해산물, 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을 '적게' 먹는 것을 실천하는 중입니다. 반씨는 "100% 실천을 할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완벽을 기하려고 하다보니 사람을 만나는 것도 힘들고 완벽한 비건 식사를 해내지 못했을 때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는 것이 심적으로 어렵더라"며 축소주의가 불완전 하지만 비건 지향을 위한 하나의 방식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맛있는 게 이렇게 많은 세상인데요 맛있는 게 이토록 가득한 세상에서 비건 지향의 길을 걷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음식이란 무척 소중한 가치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이들의 공통점도 ‘고기를 좋아해서 비건을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반씨와 수련씨는 “치킨, 삼계탕 등 닭고기 요리를 정말 좋아해서 미루기만 했었다”, “원래 고기를 좋아하던 사람이라 일부러 ‘흐린 눈’을 하고 (비건) 관련 정보는 찾아보지 않았다”라고 했고, 임씨는 "100% 완벽한 비건이 되려고 했다면 시도조차 못하고, 아직도 삼시세끼 고기를 먹는 ‘고기 매니아’였을 것"이라고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동물권 문제와 기후위기 등의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비거니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비거노믹스(Veganomics) 역시 성장하는 추세지만 '비건 지향'의 삶에도 여전히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반씨는 "한국 외식 문화에서 고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척 크기 때문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때 식당을 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라며 "전보다 비건 식당이 많아지고는 있지만 일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외국인을 포함해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인천공항에 비건 메뉴가 많이 없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때가 있다"라고 지적합니다. 임씨는 주변의 시선이 아직 불편하게 여겨질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가급적 고기를 안 먹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유난 떤다'는 반응이 돌아와 기분이 좋지 않았던 적이 많다"라고 이야기한 임씨는 "비건 지향으로, 채식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유만으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쯤, 우리 같이 불완전해져 볼까요 타인에게 비건을 강요하지 않고, 서로 불편해지지 않는 선에서 이들이 '비건 지향'을 유지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주로 혼자 식사를 할 때는 최대한 채식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먹을 때는 식단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씨는 "최근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왔는데, 혼자 먹는 기내식은 비건 식사를 신청해서 먹고 친구들과 식사할 때는 원하는 메뉴를 함께 먹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임씨는 앞서 말한 것처럼 회사 사람들이나 친구들과 먹을 때 외엔 채식을 유지하려 노력 중이고, 이를 위해 최근에는 유튜브 등을 통해 채식 요리를 배우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수련씨도 "집에서는 가급적 채식으로 요리해 먹고, 만두나 마요네즈 등 비건을 위한 제품이 있다면 구매하는 쪽으로 바뀌었다"라고 이야기했고요. 이들은 비건 지향의 삶에 대해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경험'이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불완전한 비건인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에 비건 일상툰 책까지 출판한 수련씨는 "비건으로 살며 나를 더 많이 돌볼 수 있게 됐다. 일주일에 하루, 하루 한끼는 채식을 해보는 걸 권한다"라고 강조합니다. 비거니즘을 알게 해준 여자친구와 머지 않아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임씨도 "평소 먹는 것보다 고기를 조금 덜 먹는 것만으로 앞으로 살아갈 미래와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는 점이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임씨는 "뉴스 등을 보면서 환경 문제 같은 것들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 무력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기부를 하거나 재활용을 하는 것 이상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기분이 든다"라는 소감을 전했고요.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면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욱여 넣을 때도 있었고, 끼니를 때우는 식으로 라면, 통조림햄 등 간편한 식품을 자주 먹었는데 사실을 이 모든 것이 내 건강에 좋지 않은 일이었다"라고 말한 반씨는 " 비건 지향의 삶이 결국 궁극적으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자 나와 우리 모두에게 좋은 삶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게 특히 기분 좋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소극적 비건'들의 첫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왓코노미 에코노미 ①기후위기와 소고기> "소고기를 끊기로 결심했습니다, 왜냐면요"(2025년 4월 10일자)를 검색해보세요.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5-04-18 14:51:53한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산다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점심·저녁 약속을 잡아도 음식점에서 먹을 만한 음식은 극히 제한적이다. 상대방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채식주의자의 입맛에 맞게 모든 것을 고려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채식주의가 요식업은 물론 화장품, 의류 등 생활속에서 새로운 소비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베지노믹스' '비거니즘' 같은 신조어까지 탄생할 정도다. ■채식주의자용 음식점 호황세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채식연맹(IVU)이 집계하는 세계 채식 인구는 1억8000만명에 달한다. 이 중 동물성 음식을 전혀 먹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 비건은 약 30%에 이른다. 국내 채식주의자 규모는 전체 인구의 약 2%, 대략 100만~150만명으로 추정된다. 채식주의자는 채소와 과일만을 섭취하는 비건(vegan), 떨어진 열매만 먹는 프루테리언(fruitarian), 달걀은 먹는 오보(ovo), 유제품을 먹는 락토(lacto), 해산물까지 먹는 페스코(pesco) 등으로 세분화된다. 최근 요식업이 불황이지만 서울의 홍대 근처 서교동, 합정동을 비롯해 이태원, 신사동 등지에서 채식 식당이나 비건 빵집등은 호황세를 맞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채식주의자 입맛에 맞게 메뉴도 다채로워졌다. 검은콩과 구운 팽이버섯으로 만든 콩고기 패티를 비롯해 연근, 단호박, 당근, 고구마, 감자가 구워진 채로 카레와 함께 나오는 식단도 있다. 두유 프라푸치노(얼음과 함께 만든 음료)와 아몬드 음료는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다.이미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 스타벅스와 스무디킹도 비건 베이커리를 선보이며 힘을 보태고 있다.오뚜기는 채식주의자가 많은 인도시장을 겨냥해 채식주의자용 진라면을 개발했다. 소고기 등 육류 성분을 완전히 빼고 식물성 재료만을 이용해 만들었다. 올 3월부터 인도에 수출했다.■'베지노믹스', '비거니즘' 신조어도 탄생채식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건강을 위한 목적만은 아니다. 동물의 권리와 환경 문제를 생각한다.채식하는 사람들이 점차적으로 늘어나면서 '베지노믹스(vegenomics·채소경제학)'란 말도 생겼다. 베지노믹스는 채소(vegetable)와 경제(economics)를 합성한 신조어로 채식과 관련한 경제활동을 통틀어 이르는 단어다. 채식뿐만 아니라 식물성 원료만을 이용한 화장품, 의류 등의 산업도 포함된다. 동물로부터 나오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아예 소비하지 않는 생활은''비거니즘(veganisme)'이라고 불린다.대표적인 예가 버려진 파인애플 잎을 이용해 만든 대안적 섬유 '피냐텍스(Pinatex)'다. 영국 런던에 있는 '아나스아남'는 파인애플 잎에서 추출한 미세한 섬유질을 이용해 동물 가죽과 같은 섬유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스위스에 위치한 회사 '해피 지니'는 사과 껍질을 말리고 분쇄한 뒤, 연료와 섞어 가죽과 비슷한 소재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만든 핸드백을 선보여 패션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화장품 업계에서도 비거니즘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학성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일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이 보다 친환경적인 제품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
2018-06-17 17:30:29한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산다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점심·저녁 약속을 잡아도 음식점에서 먹을 만한 음식은 극히 제한적이다. 상대방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채식주의자의 입맛에 맞게 모든 것을 고려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채식주의가 요식업은 물론 화장품, 의류등 생활속에서 새로운 소비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베지노믹스' '비거니즘' 같은 신조어까지 탄생할 정도다. ■ 채식주의자용 음식점 호황세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채식연맹(IVU)가 집계하는 세계 채식 인구는 1억8000만명에 달한다. 이 중 동물성 음식을 전혀 먹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 비건은 약 30%에 이른다. 국내 채식주의자 규모는 전체 인구의 약 2%, 대략 100만~150만명으로 추정된다. 채식주의자는 채소와 과일만을 섭취하는 비건(vegan), 떨어진 열매만 먹는 프루테리언(fruitarian), 달걀은 먹는 오보(ovo), 유제품을 먹는 락토(lacto), 해산물까지 먹는 페스코(pesco) 등으로 세분화된다. 최근 요식업이 불황이지만 서울의 홍대 근처 서교동, 합정동을 비롯해 이태원, 신사동 등지에서 채식 식당이나 비건 빵집등은 호황세를 맞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채식주의자 입맛에 맞게 메뉴도 다채로워졌다. 검은콩과 구운 팽이버섯으로 만든 콩고기 패티를 비롯해 연근, 단호박, 당근, 고구마, 감자가 구워진 채로 카레와 함께 나오는 식단도 있다. 두유 프라푸치노(얼음과 함께 만든 음료)와 아몬드 음료는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다. ‘8無(계란, 우유, 버터, GMO, 백설탕, 방부제, 밀가루, 첨가제)’ 원칙에 따라 동물성 식품은 1%도 들어가지 않은 빵집도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곳이다. 이미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 스타벅스와 스무디킹도 비건 베이커리를 선보이며 힘을 보태고 있다. 오뚜기는 채식주의자가 많은 인도시장을 겨냥해 채식주의자용 진라면을 개발했다. 소고기 등 육류 성분을 완전히 빼고 식물성 재료만을 이용해 만들었다. 올 3월부터 인도에 수출했다. 지난 2016년 독일 초콜릿 회사 '리터 스포르트'는 오로지 식물성 원료로 만든 비건 초콜릿을 내놔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베지노믹스', '비거니즘' 신조어도 탄생 채식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건강을 위한 목적만은 아니다. 동물의 권리와 환경 문제를 생각한다. 채식하는 사람들이 점차적으로 늘어나면서 '베지노믹스(vegenomics·채소경제학)란 말도 생겼다. 베지노믹스는 채소(vegetable)와 경제(economics)를 합성한 신조어로 채식과 관련한 경제활동을 통틀어 이르는 단어다. 채식뿐만 아니라 식물성 원료만을 이용한 화장품, 의류 등의 산업도 포함된다. 동물로부터 나오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아예 소비하지 않는 생활은 '비거니즘(veganisme)'이라고 불린다. 대표적인 예가 버려진 파인애플 잎을 이용해 만든 대안적 섬유 '피냐텍스(Pinatex)'다. 영국 런던에 있는 '아나스아남'는 파인애플 잎에서 추출한 미세한 섬유질을 이용해 동물 가죽과 같은 섬유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스위스에 위치한 회사 '해피 지니'는 사과 껍질을 말리고 분쇄한 뒤, 연료와 섞어 가죽과 비슷한 소재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만든 핸드백을 선보여 패션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비거니즘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동물성 원료 대신 친환경적인 천연 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탓이다.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는 생산하는 제품의 85%가 비건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화학성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일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이 보다 친환경적인 제품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
2018-06-15 11:10:08【뉴욕=정지원특파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팀에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루빈의 ‘수제자’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루비노믹스’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루비거노믹스는 루빈 전 재무장관이 추진한 정책기조로 자유무역과 균형예산, 탈규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재정적자 감소를 위해 과감히 금리를 낮추고 강달러 유지 정책을 펴내 ‘골디락스(저물가 고성장)’를 이끌어면서 만성적인 미국의 재정적자를 최대 규모의 흑자로 돌려놓기도 했다. 오바마 당선자가 2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발표한 경제팀에는 이같은 ‘부유한 미국’을 대변하던 루비노믹스의 신봉자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이날 재무장관에 내정된 티머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루빈이 재무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재무차관으로 루빈의 옆을 지켰다. 가이스너와 함께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이끌어 갈 로렌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 내정자도 루빈에게 재무장관 자리를 이어받은 경력이 있다. 그러나 오바마 당선자는 현재 자유무역협정(FTA)에 비판적인 데다 금융위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최소 2년간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지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여서 이들의 루비노믹스는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루빈사단’은 루비노믹스의 원칙에서 새로운 노선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머스 NEC 의장 내정자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를 통해 “재정지출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고 이전의 성향과는 다른 주장을 했다. 이는 재무장관 재임시절 적극적으로 재정적자 감축에 나섰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 동안 루비노믹스를 비판해 온 진보성향 경제정책연구소(EPI)의 이코너미스트 자레드 번스타인은 최근 이같은 ‘진화’와 관련해 “무역수지 불균형과 재정지출 등에 대한 루비노믹스와 나의 관점이 맞아 간다는 점이 놀랍다”면서 “그들이 변화했다”고 말했다. EPI의 또 다른 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커트너 역시 가이스너에 대해 “뉴욕연방은행 총재 시절부터 금융산업 규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달려 들었다”며 현 정부의 “오바마노믹스 기조와 배치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오바마 당선자의 경제팀 인선에 대해 “금융위기를 조장하는데 일조한 인물들을 금융위기 해결사로 재투입했다”고 평가 절하하며 루비노믹스에 대한 경계를 표시했다. 루빈이 재무장관으로 재임하던 시절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간의 벽을 허무는 규제 완화로 현재의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특히 루빈이 현재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파산 직전에서 기사회생한 씨티그룹의 고문으로 재직중이어서 더욱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jjung72@fnnews.com
2008-11-25 15: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