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부산국제영화제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2022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심사위원에 위촉됐다. 지난 1962년부터 시작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은 프랑스 비평가협회가 주관하는 칸영화제의 사이드바 섹션으로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신인 감독들의 작품을 소개해왔다. 역대 선정된 국내 장편으로는 양윤호 감독의 '유리'(1996),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1998), 정지우 감독의 '해피 엔드'(1999),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2002),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2010), 한준희 감독의 '차이나타운'(2014) 등 11편의 작품이 초청된 바 있다.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은 제75회 칸영화제 기간인 오는 5월 18~26일 열리며, 올해 심사위원장은 튀니지 감독 카우더 벤 하니아가 맡았다.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은 매년 7편 안팎의 장편과 12편 안팎의 단편을 선정하여 소개해 왔다. 이창동 감독은 2011년 이 부문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다른 4명의 심사위원과 함께 비평가주간 대상 등 4개 부문의 수상작을 선정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는 배두나 주연,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2022)가 폐막작으로 초청됐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2-04-21 09:02:52[파이낸셜뉴스] '도희야' 정주리 감독의 신작 '다음 소희'가 제75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됐다. 정 감독의 8년만의 신작이자 배두나와 두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해외 세일즈사인 화인컷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각) 제75회 칸영화제집행위원회가 '다음 소희'(제작 트윈플러스파트너스, 공동제작 크랭크업필름)의 비평가주간 폐막작 초청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정 감독은 제67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데뷔작 '도희야'에 이어 '다음 소희'까지 두 작품 연속 칸의 초청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위원회는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는 매우 강렬한 영화이며, 데뷔작 '도희야' 이후로 더 큰 성장을 보여줬다”라고 평했다. 1962년부터 열린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은 프랑스비평가협회 소속 평론가들이 참신하고 작품성 있는 영화를 엄선해 상영한다. 감독의 첫번째 또는 두번째 작품만을 대상으로 매년 10편 전후의 작품을 선정한다. 국내 장편 영화로는 '8월의 크리스마스'(허진호 감독), '해피엔드'(정지우 감독),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장철수 감독), '차이나타운'(한준희 감독) 등이 초청된 바 있다. '다음 소희'는 국내 장편 영화로는 일곱번째 초청작이자 한국영화 최초로 폐막작에 선정되는 쾌거를 달성했다. 정 감독은 “지난 겨울, 온 스태프와 배우들이 한마음으로 촬영한 영화를 찬란한 봄날 공개할 수 있게 돼 고맙다"며 "보석같은 배우들을 세계의 관객들에게 자신있게 소개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형사 ‘유진’ 역의 배두나는 “대본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세상에 울림을 줄 수 있는 영화라고 확신했는데 세상 밖으로 나오는 그 첫 발걸음이 이렇게 영광스러운 자리라 배우로서 기쁘기 그지없다"며 "첫 시사를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전했다. 영화 '다음 소희'는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 여고생 소희가 겪게 되는 사건과 이에 의문을 품는 여형사 유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배두나는 이번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브로커'와 더불어 참여한 두 편의 영화가 칸에 초청되는 겹경사를 맞았다. 한편 '다음 소희'를 제작한 트윈플러스파트너스(대표 김동하)는 영화 '브로커' '헤어질 결심' '기생충' '극한직업' '밀정' '엑시트' 등에 투자한 콘텐츠 스튜디오로, 영화 제작, 투자, 배급, 디지털배급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영화 '다음 소희'를 시작으로 '부자동 프로젝트' '명동' 등을 제작 및 공동제작 중에 있다. 또 영화 제공사인 쏠레어파트너스(대표 최평호)는 2017년 설립한 문화콘텐츠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VC)로 11개의 콘텐츠 투자조합(누적 운용자산 1250억원)을 운영 중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2-04-20 18:31:15이창동 감독이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비평가 주간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됐다. 8일(이하 한국시간) 칸영화제 사무국과 할리우드리포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이창동 감독은 비공식 부문인 비평가 주간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이창동 감독은 지난 2007년 ‘밀양’으로 칸영화제에서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으며 지난해에는 윤정희 주연의 ‘시’로 각본상을 받아 칸 영화제와 인연을 맺어왔다. 비평가주간은 프랑스 비평가협회에서 주최하는 부문으로, 칸영화제 공식경쟁 부문과 별도로 운영되는 섹션이다. 비평가 섹션은 지난 1962년 시작돼 올해로 제50회를 맞는다. 출품작은 극장개봉 기준으로 데뷔작 또는 두 번째 연출작을 대상으로 한다. 양윤호 감독의 ‘유리’,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 장률 감독의 ‘망종’,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 정지우 감독의 ‘해피엔드’ 등이 비평가 주간에 초청됐다. 지난해에는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이 부문에서 상영됐다. 칸영화제는 다음달 12일부터 23일까지 프랑스 휴양도시 칸에서 열리며 봉준호 감독 또한 올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 카메라상 부문 심사위원장에 위촉됐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기자
2011-04-08 21:14:59[파이낸셜뉴스] 영화, 드라마에 이어 한국 뮤지컬이 뮤지컬 본고장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오리지널 스토리의 한국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작품상을 들어 올렸다. 7일 뉴욕드라마비평가협회에 따르면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만든 '어쩌면 해피엔딩'이 제89회 뉴욕 드라마 비평가 협회 어워즈에서 뮤지컬 부문 최고상인 작품상을 수상했다. 첫 번째 무기명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어 수상작이 됐다. 시상식은 오는 15일(현지시간) 열린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근미래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창작 뮤지컬이다. 우란문화재단 지원사업을 통해 개발됐으며, 지난 2016년 소극장에서 초연됐다.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 6관왕, 제6회 예그린어워드 4관왕을 차지했을 정도로 국내에서도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일본과 중국 라이선스 공연을 거쳐 지난해 11월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정식 개막했다. 앞서 미국의 연극·뮤지컬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제78회 토니상에서 뮤지컬 부문 작품상을 비롯해 10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도 토했다. 또 전통을 자랑하는 드라마 리그 어워즈에서도 뮤지컬 부문 최우수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등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공연 전문 사이트 브로드웨이월드닷컴에 따르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의 주간 티켓 판매 금액은 12월 넷째 주(2024년 12월 23~29일)에 한화 15억원에 가까운 101만9324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평균 객석 점유율 역시 99.52%의 높은 수치를 달성했다. 이와 같은 인기에 힘입어 최근 현지에서 2026년 1월 17일까지 공연 연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NHN링크 관계자는 앞서 “당사가 투자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이 작품성을 인정받아 토니 어워즈 및 드라마 리그 어워즈 수상 후보에 오른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국내에서는 올해 10월 목표로 ‘어쩌면 해피엔딩’ 10주년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5-07 18:26:49[파이낸셜뉴스] 홍상수 감독이 내달 5월 개막하는 제78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맡는다. 칸영화제 집행위원회는 28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경쟁 부문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했다. 홍 감독은 이날 공개된 8명의 심사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심사위원장으로 프랑스 출신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위촉됐다. 홍 감독은 이로써 신상옥, 이창동 감독, 배우 전도연, 박찬욱 감독, 배우 송강호에 이어 한국 영화인으로선 6번째로 이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게 됐다. 홍 감독은 앞서 칸을 무대로 '클레어의 카메라'를 연출했다. 또 과거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4편,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4편의 영화가 초청 된 바 있다. 올해 칸영화제는 내달 13일부터 24일까지 열린다. 한국 작품은 정유미 감독의 애니메이션 '안경'이 비평가주간 단편 경쟁 부문에,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 허가영 감독의 '첫여름'이 학생 영화 부문(시네파운데이션)에 초청됐다. 장편은 단 한편도 없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4-29 13:36:15[파이낸셜뉴스] 허가영 감독의 단편 영화 ‘첫여름’이 내달 13일 개막하는 제78회 칸영화제 ‘라 시네프’(구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28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첫여름’(촬영 김시진, PD 임지윤, 사운드 김준수)은 산하 교육 기관인 한국영화아카데미 정규과정 41기 졸업작품이다. '라 시네프'는 차세대 영화인을 발굴하는 섹션으로, 전 세계 영화학교 중단편 영화를 소개한다. 상영작 중 3편을 뽑아 상을 주는데 지난 제76회 KAFA 졸업작품 ‘홀’(2023)이 2등상을 받았다. 영화 ‘첫여름’은 손녀의 결혼식 대신 남자 친구의 49재에 가고 싶은 영순의 이야기다. 노년 여성의 시선으로 지난 살아온 삶을 더듬어 가는 과정을 한국적인 색채로 풀어냈다. 지난 2월 KAFA를 졸업한 허 감독은 이번 영화제 진출에 대해 “‘첫여름’은 내게 유독 각별한 이야기였다”며 “모든 배우들과 동료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KAFA에서 영화 언어를 배웠던 귀한 시간들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으며, 앞으로도 그 경험을 간직하며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부연했다. 조근식 KAFA 원장은 “올해 칸 영화제에 KAFA 작품이 초청받은 것은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는 영화 창작자들이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한 교육적 노력의 결실로 더 의미가 깊다”며 “앞으로도 KAFA가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영화학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 주간 단편 부문에 KAFA 애니메이션 전공 21기 정유미 감독의 ‘안경’이 초청됐다. 한편 칸 국제영화제는 오는 5월13일~24일 프랑스 남부 도시 칸에서 열린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4-28 14:46:40[파이낸셜뉴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한 정유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안경'이 제78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단편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23일 콘진원은 '안경'은 콘진원의 ‘2024 애니메이션 극장용 중저예산 제작지원’을 통해 완성된 단편 애니메이션이라고 밝혔다. 정유미 감독은 “콘진원의 지원사업이 작품 '안경'을 만드는데 큰 힘이 됐다”며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의 도움과 지원이 있기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정유미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인 '서클'(2022) 또한 콘진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이 작품은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 후보에 선정되고, 일본 TBS가 주관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단편 영상 시상식 ‘디지콘6 아시아 어워드’에도 참가하는 등 꾸준한 성과를 거뒀다. 독립 애니메이션 제작부터 유통 지원까지 전 주기 지원 강화 콘진원은 독립 애니메이션의 저변 확대를 위해 △단편 △중편 △극장용 장편(1단계, 2단계) 등 제작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독립 애니메이션 유통지원’ 사업을 통해 해외 영화제 출품, 국내외 상영회 등 유통 단계 지원도 강화 중이다. 특히 오는 6월 2일~7일 크로아티아에서 열리는 ‘자그레브 애니마페스트 2025’에서는 ‘한국 특별전’을 운영하며, 단편 프로그램 3개 섹션에서 총 25편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10월 ‘2025 루마니아 애니메스트 영화제’와 ‘디지콘6 아시아 어워드’에도 참가해, 시상식 및 상영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콘진원 콘텐츠IP진흥본부 이현주 본부장은 “앞으로도 독립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다양한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사업을 통해, 창작자의 자율성과 실험성이 발휘되는 창의적 콘텐츠 발굴에 힘쓸 예정”이라며, “K애니메이션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획부터 유통까지 전 주기적 지원체계를 고도화하고, 해외 진출을 위한 전략적 기반을 마련해나가겠다”고 전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4-23 09:10:25[파이낸셜뉴스] 단편 애니메이션 ‘안경(Glasses)’으로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단편경쟁 부문에 초청된 정유미 감독은 21일 “정말 기쁘고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 감독이 칸의 러브콜을 받은 것은 지난 2009년 ‘먼지아이(Dust Kid)’이후 두 번째다. 당시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 칸영화제 기간 중에 열리는 감독주간에 초청된 데 이어 이번엔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 비평가주간의 초대장을 받았다. 특히 올해는 ‘장편’ 기준 12년 만에 한국영화가 단 한 편도 초청되지 않은 가운데, ‘안경’의 초청은 그야말로 낭보다. 정 감독은 “영화제를 통해 작품이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는 경험은 늘 소중하다”며 “이번 초청 역시 더 많은 관객과 마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안경', 흑백 연필 드로잉 화풍 인상적 ‘안경’은 김해김(Kimhēkim),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의 제작지원을 받아 완성됐다.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그림자와 마주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정 감독 특유의 흑백의 연필 드로잉과 절제된 연출로 표현했다. "연필 드로잉과 디지털 작업을 병행 중"이라는 정 감독은 "연필 특유의 질감과 감정을 무척 좋아해서, 어떤 매체든 그 감성을 결과물에 녹이려 노력한다”고 자신의 화풍을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도구가 훨씬 빠르고 유연하기 때문에 요즘은 연필만으로 작업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면서도 “연필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잃지 않으려 항상 조심하며, 그 두 방식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저만의 스타일이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저는 흑백 톤으로 정서를 표현하는 데 익숙한데, 사실적인 장면을 흑백으로 그리면 시간이 과거인지 현재인지 모호해지는 지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그 흐릿한 경계에서 오는 감정이 늘 저를 사로잡습니다. 또, 세밀한 흑백 묘사는 때때로 고딕적인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는데, 그런 불안하면서도 매혹적인 긴장감 또한 제가 이 스타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안경’은 심리적 성장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자신 안에 억압돼 있던 감정과 기억을 은유적으로 풀어내며, '그림자와의 화해'라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아냈다. 정 감독은 “우리는 자기 존재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왜곡된 신념을 품고 있다고 느낀다”며 이번 작품의 기획 배경을 떠올렸다. 그는 “그 왜곡된 시선 속에서 판단 받고 배척된 내면의 존재들은 마음 깊은 곳에 고립돼 외롭게 자리하게 된다”며 “하지만 그런 버려진 존재들을 따뜻하게 감싸안을 때, 그들은 오해를 벗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안경’의 주인공이 마주하는 존재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들은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계기로 변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녀의 손을 통해 반복되는 작고 단순한 의식들 속에서 서서히 변형되고, 마침내 ‘변신’을 경험하게 됩니다. 저는 아픔을 치유하는 길 역시 그러하다고 믿습니다. 고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껴안을 때 비로소 치유가 시작된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척박한 애니 제작 환경 "다양한 형태 작업 존중..풍성한 생태계 조성될 것"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2003년 시작된 TV 애니 ‘뽀로로’의 흥행에 힘입어 ‘어린이 타깃’ 위주로 성장해 왔다. 컨설팅업체 Pwc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산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7600만달러로, 글로벌 시장(38억7700만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했다. 특히 ‘어른아이’를 겨냥한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은 가뭄에 콩나듯 개봉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펴낸 ‘2024 애니메이션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극장용 국산 애니메이션 시청자 비율은 2021년 17.6%, 2022년 12.9%, 2023년 12.7%로 매년 감소 추세다. 단편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살아남기가 결코 녹록지 않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미술을 전공한 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서 애니메이션 연출을 전공한 정 감독은 묵묵히 자신의 작업을 이어왔다. 정 감독은 2009년 ‘먼지아이’ 칸 초청 이후 2013년 ‘연애놀이(Love Games)’로 자그레브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2010년 ‘수학시험(Math Test)’은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경쟁 부문에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초청됐다. 2023년 ‘파도(The Waves)’는 로카르노영화제 단편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2014년 ‘먼지아이’를 그림책으로 출간해 한국 그림작가 최초로 볼로냐 라가치 대상을 수상했다. 이듬해 ‘나의 작은 인형상자(My Little Doll’s House)’로 라가치상을 2년 연속 수상했다. 그 외에도 ‘수학시험’(2010), ‘연애놀이’(2013), ‘존재의 집’(2022), ‘서클’(2024) 등 네 편의 작품이 베를린영화제 단편경쟁 부문에 연속 초청됐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작업을 이어온 원동력은 무엇일까. 정 감독은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라며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오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애니메이션 작업은 대부분 혼자서 오래 고민하고 반복해야 하는 일이기에, 아마 다른 재능이 있었다면 중간에 그만뒀을 거 같기도 하다"며 "그래도 제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작품으로 표현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제겐 중요하고 또 감사한 일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애니메이션 창작 환경에 대한 개선점을 묻자 “점점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작업들이 존중받고, 실험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 더 열리길 바랐다. “제가 하고 있는 작업은 대체로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순수 창작에 가까운 편이에요. 이런 장르들은 점점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고, 그에 따라 저도 작업의 방향을 조금씩 조정해 나가고 있죠. 많은 창작자들이 상업성과 창작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버텨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무작정 ‘이런 비상업적인 작업을 지지해달라’고 말하는 것도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이런 다양한 형태의 작업들이 존중받고, 실험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 더 열린다면, 결과적으로 더 풍성한 콘텐츠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4-21 16:54:40[파이낸셜뉴스] 정유미 감독의 신작 단편 애니메이션 ‘안경(Glasses)’이 내달 열리는 칸영화제에 초청됐다. 18일 제작사 매치컷에 따르면 2009년 ‘먼지아이(Dust Kid)’가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데 이어 이번엔 한국 애니 최초 비평가주간 단편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올해 '장편' 기준 12년 만에 한국영화가 단 한 편도 초청되지 않은 가운데, '안경'의 초청은 그야말로 낭보다. 매년 5월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칸영화제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 중 하나다. 칸영화제 기간 중 열리는 비평가주간(La Semaine de la Critique)은 비공식 부문으로 프랑스비평가협회(SRAC)가 주관하는 행사다. 1962년부터 새로운 영화 언어를 보여주는 감독의 작품을 초청해왔다. 올해 제64회 비평가주간은 5월14~22일 열린다. ‘안경’은 김해김(Kimhēkim),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의 제작지원을 받아 완성됐다.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그림자와 마주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받아들이게 되는 심리적 성장 서사를 담았다. 자신 안에 억압돼 있던 감정과 기억을 은유적으로 풀어내며, '그림자와의 화해' 라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세밀한 연필 드로잉과 절제된 연출을 통해 전달한다. 정 감독, 한국영화아카데미 애니메이션 연출 전공 정 감독은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서 애니메이션 연출을 전공했다. 2009년 ‘먼지아이’가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초청됐다. 2013년 ‘연애놀이(Love Games)’로 자그레브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2010년 ‘수학시험(Math Test)’은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경쟁 부문에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초청됐다. 2023년 ‘파도(The Waves)’는 로카르노영화제 단편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2014년 ‘먼지아이’를 그림책으로 출간해 한국 그림작가 최초로 볼로냐 라가치 대상을 수상했다. 이듬해 ‘나의 작은 인형상자(My Little Doll’s House)’로 라가치상을 2년 연속 수상했다. 그 외에도 ‘수학시험’(2010), ‘연애놀이’(2013), ‘존재의 집’(2022), ‘서클’(2024) 등 네 편의 작품이 베를린영화제 단편경쟁 부문에 연속 초청됐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4-18 08:56:40[파이낸셜뉴스] 오는 5월 개막하는 제78회 칸영화제에 한국영화가 단 한 편도 초청되지 못했다. 앞서 경쟁 부문 등 공식 부문에 단 한 편도 초청되지 않은데 이어 비공식 부문인 감독·비평가주간 초청장도 받지 못했다. 한국 '장편' 영화가 공식 및 비공식 부문에서 초청장을 받지 못한 것은 2013년 단편 '세이프'와 '선' 초청 이후 12년만이다. 칸영화제 감독주간 집행위원회가 15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제78회 칸영화제 상영작 명단을 공개했다. 감독 주간은 프랑스감독협회가 1969년 신설한 칸영화제의 비공식 부문 중 하나다. 그동안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2005), 봉준호 감독 '괴물'(2006), 연상호 감독 '돼지의 왕'(2012) 등이 초청됐다. 지난 2023년엔 홍상수 감독의 '우리의 하루'가 폐막작에 선정됐다. 한국영화는 또 다른 비공식 부문인 비평가주간에도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 프랑스 비평가협회가 1962년부터 주관한 이 부문은 신인 감독을 발굴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동안 한준희 감독의 '차이나타운'(2015), 정주리 감독 '다음 소희'(2022), 유재선 감독 '잠'(2023) 등이 초청됐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영화는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칸영화제 공식 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한국 작품이 초청됐다. 1999년 송일곤 감독의 단편 ‘소풍’이 시네파운데이션에 초청돼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이어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한국영화 최초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2002년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이어 한국 장편 영화 감독 중 칸영화제 최다 수상자인 박찬욱 감독이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2007년엔 배우 전도연이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고, 2009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심사위원대상을 받는 등 매년 한국영화가 초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2022년 배우 송강호가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반면 2008년엔 장단편 포함 단 한편의 한국영화가 초청되지 않았다. 2013년엔 두 편의 단편 '세이프'와 선'만 초청됐다. 김희경 영화평론가(인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16일 파이낸셜뉴스에 “칸영화제 초청작 0편은 한국 영화의 위상이 크게 떨어지고 있고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다른 나라도 OTT 발전으로 인한 영향을 받고 있지만 한국 영화는 국내외에서 유독 크게 흔들리고 있다”며 짚었다. 작금의 분위기에 대해 “한국 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이 어려워지니 신인 감독들도 제대로 배출되지 않고 있고, 지원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처럼 한국 영화의 창의적인 도전 자체가 줄어들면 시장은 더욱 활기를 잃어가게 될 것이고, 세계 유수의 영화제와 시상식에서도 한국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중급 영화에 대한 투자 방안 마련, 신인 감독들에 대한 지원책 강구 등을 통해 시장의 활기를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영화진흥위원회는 올해 한국영화 초청 유무와 상관없이 칸영화제에 홍보 부스를 운영한다. 세계 영화계 관계자를 초청하는 ‘한국영화의 밤’은 예산 축소로 3년 전부터 열지 않고 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4-16 15: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