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받으면서 대권 행보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차기 대선 전에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다면, 앞으로 10년간 선거 출마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이 대표는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으나, 2심과 상고심 결과도 사실상 예단하기 어렵다. 1심 선고 자체가 당초 기준치였던 '벌금 100만원'보다 중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감형되더라도 의원직과 피선거권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될 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대표 측은 대선을 치루기 전까지 최대한 재판 결론을 미루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확정판결 미루는 전략 취하나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한정진 부장판사가 이 대표에게 내린 형량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에서 핵심은 일반 형사사건이 아닌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점이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되지만,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될 경우 기간은 두 배로 늘어난다. 다시 말해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10년 동안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의원직도 당연히 잃게 된다. 이 대표가 꺼낼 수 있는 법적인 전략은 두 가지로 제시된다. 우선 상급심에서 1심 선고를 뒤집는 판결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크다. 통계적으로 하급심의 유죄 판결이 상급심에서 뒤집힐 확률이 낮다. 감형되더라도 벌금 100만원 이하의 형을 받아낼 수 있을지도 현재 상황에선 미지수다. 남은 카드는 다음 대선인 오는 2027년 3월 이후로 대법원 확정 판결을 미루는 전략이다. 이 대표 측은 이미 1심 공판에서도 후 증인 여러 명 내세웠고 재판 연기, 재판 불출석 등의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 괴정에서 법원 인사로 재판장이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이로 인해 1심 결론은 2년 2개월 만에 결론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사건의 경우 기소 후 1심 재판을 6개월 이내 끝내야 한다는 규정이 있으나, 사실상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2심과 3심은 각각 전심 판결이 선고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끝마쳐야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일반인이었으면 갑자기 재판에 불출석하는 등 절차를 미루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재판 결론을 늦추겠다는 목적이 명확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25일 가장 까다로운 '위증교사' 결론이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당장 오는 25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위증교사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고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위증교사 사건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인 지난 2018년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 김병량 전 성남시장 비서 김진성씨가 "당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음에도 자신이 원하는 증언을 요구했다는 의혹이다. 김씨는 이 대표의 요구대로 위증한 혐의를 받는다. 선고 직전까지 예상이 분분했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달리 법조계에선 위증교사 의혹은 비교적 혐의가 명확하다는 해석이 많다. 당장 위증의 당사자인 김씨가 이 대표가 시켜서 위증했다며 자백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9월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위증 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김씨에게 있는 그대로 말해달라고 했을 뿐 위증을 부탁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지난 9월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위증교사 범죄에 대한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대치인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밖에도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의혹,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의 '불법 대북송금 사건'을 심리하는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최근 "공판준비절차가 지나치게 지연되고 있다"며 "통상적인 절차에 비춰보면 이렇게까지 재판이 지연되는 건 처음 본다"고 토로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2024-11-17 19:04:07현대건설은 이달 중 '힐스테이트 등촌역'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힐스테이트 등촌역'은 서울 강서구 등촌동 일원에 지하5층~지상15층, 12개동, 전용59~84㎡ 총 543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274가구가 일반 공급된다. 단지는 지하철 9호선 등촌역이 도보권에 위치해 있고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공항대로 등을 통한 서울 및 수도권 전역으로 이동이 수월하다. 등촌초, 백석중, 영일고 등의 학군을 품고 있다. 또 홈플러스, 부민병원, 하나로마트, 목동깨비시장, CGV 등은 물론 봉제산, 용왕산근린공원, 등마루공원, 한강도 가깝다. 이 단지는 대장홍대선(2030년 개통 목표)과 마곡 마이스(MICE) 복합단지 등 다양한 개발이슈도 갖추고 있다. 대장홍대선은 부천에서 홍대까지 30분 내 이동이 가능하며, 마곡 마이스 단지는 코엑스의 약 2배 규모로 조성된다. 단지는 남향 위주의 단지 배치로 채광과 개방감을 극대화했고 수요자들의 다양한 니즈에 맞춘 다양한 평면 설계도 갖췄다. 커뮤니티 시설의 경우 피트니스, GX룸, 골프연습장 등과 상상도서관, 독서실, 클럽하우스 등 자녀들을 위한 공간도 조성될 계획이다. 견본주택은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 366-60번지 일원에 마련된다. 성석우 기자
2024-11-17 18:55:03[파이낸셜뉴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17일 "지난 일주일이 저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거 같다"면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노벨상 수상 후 언론의 주목을 피해왔으나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은 노벨문학상 수상 전 확정된 일정인 만큼 예외적으로 참석한 것이다. 이날 시상식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취재진이 일찌감치 행사장 로비에 진을 치며 주인공을 기다렸지만, 그의 모습을 포착하진 못했다. 그는 시상식에서 "노벨 위원회에서 수상 통보를 막 받았을 때에는 사실 현실감이 들지는 않아서 그저 침착하게 대화를 나누려고만 했다. 전화를 끊고 언론 보도까지 확인하자 그때에야 현실감이 들었다"면서 "그날 밤 조용히 자축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편으로 이후 제 개인적 삶의 고요에 대해 걱정해주신 분들도 있었는데, 그렇게 세심히 살펴주신 마음들에도 감사드린다"면서 "저의 일상이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저는 믿고 바란다"고 했다. 한 작가는 "저는 제가 쓰는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 작가는 "지금은 올봄부터 써온 소설 한 편을 완성하려고 애써보고 있다"면서 "바라건대 내년 상반기에 신작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소설을 완성하는 시점을 스스로 예측하면 늘 틀리곤 했기에, 정확한 시기를 확정지어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강이 지난 10일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국내 외부 행사에 참석해 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한 작가는 상패와 2억원의 상금을 수여 받았다. ■다음은 한강 작가의 수상 소감 전문. 원래 이틀 전으로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그것을 진행했다면 이렇게 많은 분들이 걸음하지 않으셨어도 되고, 이 자리를 준비하신 분들께도 이만큼 폐가 되지 않았을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렇게 찾아와주셨으니, 허락해 주신다면 수상소감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간략하게나마, 아마도 궁금해하셨을 말씀들을 취재진 여러분께 잠시 드리겠습니다. 노벨 위원회에서 수상 통보를 막 받았을 때에는 사실 현실감이 들지는 않아서 그저 침착하게 대화를 나누려고만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언론 보도까지 확인하자 그때에야 현실감이 들었습니다. 무척 기쁘고 감사한 일이어서, 그날 밤 조용히 자축을 하였습니다. 그후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따뜻한 축하를 해주셨습니다. 그토록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셨던 지난 일주일이 저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이후 제 개인적 삶의 고요에 대해 걱정해주신 분들도 있었는데, 그렇게 세심히 살펴주신 마음들에도 감사드립니다. 저의 일상이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저는 믿고 바랍니다. 저는 제가 쓰는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지금은 올 봄부터 써온 소설 한 편을 완성하려고 애써보고 있습니다. 바라건대 내년 상반기에 신작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소설을 완성하는 시점을 스스로 예측하면 늘 틀리곤 했기에, 정확한 시기를 확정 지어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는 저와 연결되는 통로를 통일하여서 모든 혼란과 수고, 제 주변 사람들의 부담을 없애고자 합니다. 제가 출간한 책들에 관련된 일들은 판권을 가진 해당 출판사에 부탁드리고, 그 카테고리에 잡히지 않는 모든 일들은 문학동네 담담 편집자의 이메일로 창구를 일원화하겠으니 부디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제, 이 자리를 위해 준비해온 수상소감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술을 못 마십니다. 최근에는 건강을 생각해 커피를 비롯한 모든 카페인도 끊었습니다. 좋아했던 여행도 이제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저는,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 사람입니다. 대신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무리 읽어도 다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나오는 좋은 책들을 놓치지 않고 읽으려 시도하지만, 읽은 책들만큼이나 아직 못 읽은 책들이 함께 꽂혀 있는 저의 책장을 좋아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다정한 친구들과 웃음과 농담을 나누는 하루하루를 좋아합니다. 그렇게 담담한 일상 속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쓰고 싶은 소설을 마음속에서 굴리는 시간입니다. 아직 쓰지 않은 소설의 윤곽을 상상하고, 떠오르는 대로 조금 써보기도 하고, 쓰는 분량보다 지운 분량이 많을 만큼 지우기도 하고, 제가 쓰려는 인물들을 알아가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노력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소설을 막상 쓰기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길을 잃기도 하고, 모퉁이를 돌아 예상치 못한 곳으로 들어설 때 스스로 놀라게도 되지만, 먼 길을 우회해 마침내 완성을 위해 나아갈 때의 기쁨은 큽니다. 저는 1994년 1월에 첫 소설을 발표했으니, 올해는 그렇게 글을 써온 지 꼭 삼십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상한 일은, 지난 삼십년 동안 제가 나름으로 성실히 살아내려 애썼던 현실의 삶을 돌아보면 마치 한줌의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듯 짧게 느껴지는 반면, 글을 쓰며 보낸 시간은 마치 삼십년의 곱절은 되는 듯 길게, 전류가 흐르는 듯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약 한 달 뒤에 저는 만 54세가 됩니다. 통설에 따라 작가들의 황금기가 보통 50세에서 60세라고 가정한다면 6년이 남은 셈입니다. 물론 70세, 80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그것은 여러 모로 행운이 따라야 하는 일이니, 일단 앞으로 6년 동안은 지금 마음속에서 굴리고 있는 책 세 권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습니다. 물론, 그렇게 쓰다 보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 6년 동안 다른 쓰고 싶은 책들이 생각나, 어쩌면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세 권씩 앞에 밀려 있는 상상 속 책들을 생각하다 제대로 죽지도 못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말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참을성과 끈기를 잃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일상의 삶을 침착하게 보살피는 균형을 잡아보고 싶습니다. 지난 삼십년의 시간 동안 저의 책들과 연결되어주신 소중한 문학 독자들께, 어려움 속에서 문학 출판을 이어가고 계시는 모든 출판계 종사자 여러분과 서점인들께, 그리고 동료, 선후배 작가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다정한 인사를 건넵니다. 저를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분들과 포니정재단의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전민경 기자
2024-10-17 17:59:58비주얼 아티스트 임시내 작가의 다채로운 창작세계를 다각도로 엿볼 수 있는 개인전 'i'm SHINAE (welcome to) DIBUJANDO @ TOKYO'이 2024년 10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도쿄에 위치한 SRR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열리며, 임시내 작가는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창조하고 그리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삶을 표현해온 작가로, 그녀의 신작과 함께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의 주제는 "임시내 월드"로, 그녀가 일상 속에서 그리는 작업을 넘어 하나의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는 과정을 아카이브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임 작가는 “그릇에 빗물이 차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그림을 그리고 물건을 만든다”고 작업에 대해 설명하며, 이러한 창작 과정은 그녀에게 있어 삶을 쏟아내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행위임을 강조했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캔버스 위에 그린 드로잉뿐만 아니라, 인형과 크래프트 워크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작품들을 통해 임시내의 창작 세계를 다각도로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이다. 또한 그녀가 2023년에 시작한 ‘DIBUJANDO’ 프로젝트의 연장선으로, 전시는 한국의 서울, 이탈리아 피렌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이어 도쿄에서 펼쳐진다. 'DIBUJANDO'는 스페인어로 '스케치를 그리다'를 의미하며, 작가는 이를 통해 "캔버스 안쪽에 있는 작은 것들에 대한 사랑과 편안함을 공유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임 작가는 2024년 봄 도쿄를 방문하며 이곳의 자연과 사람들의 삶의 순환에서 큰 영감을 받아 도쿄 전시를 준비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객들이 임시내의 작품을 통해 동심으로 돌아가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안온함과 즐거움을 느끼길 바라는 작가의 철학이 담겨 있다. SRR 프로젝트 스페이스는 예술가와 큐레이터, 신진 크리에이터들에게 최신 작품을 전시할 기회를 제공하는 전시 공간으로, 도쿄의 지역사회와 활발한 교류를 추구하는 장소이다. 이 공간은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의 일환으로 예술, 창의성, 기술의 역할을 촉진하며, 도쿄의 문화와 국제 예술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임시내 작가는 “그릇에 빗물이 차오르듯 그림을 그린다. 작가에게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은 삶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해 작품을 보고 동심으로 돌아가 잠시나마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시내 작가의 도쿄 첫 개인전은 2024년 가을, 다양한 예술을 통해 자연스러움과 상상력을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24-10-17 11:44:01초기 인류학 서적들은 소위 미개인들의 기이한 풍속을 담았는데, 실제로 유럽인들에게 기이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단기간 여행 중 제대로 관찰하지 못한 상태의 상상으로 만든 정보들도 무수하다. 그러한 내용들 중에 대표적인 스테레오타입이 '에스키모 사람들은 손님이 오면 부인으로 하여금 잠자리 접대를 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커다란 오해가 겹쳤다. 하나는 '에스키모'라는 용어이고, 다른 하나는 '부인으로 하여금 성접대를 하게 한다'는 평가다. 에스키모라는 단어는 알래스카의 동남쪽으로 거주하는 아싸바스칸(Athabaskan)어를 쓰는 선주민 집단들이 극지방에 사는 사람들을 부르는 멸칭이다. 아싸바스칸어로 '에스키모'의 뜻은 '날고기를 먹는 더러운 놈들'이다. 우리가 흔히 속된 표현으로 중국인을 '땟놈', 일본인을 '왜놈'이라고 부르듯이 지구상에는 가장 가까이 사는 집단들 사이에 서로를 멸칭으로 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장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따지고 보면, 혈통적으로 가장 가까울 수 있는 사람들인데. 북극의 주변으로 북위 70도 전후에 거주한다는 공간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들을 편견 없이 부른다고 하여 '북극인'(Arctic Peoples)이라는 용어도 쓴다. 그들은 자신을 '이누잇'(Inuit)이라고 부르며, 그 뜻은 '사람'이다. 알래스카로부터 캐나다 최북단, 그린란드의 앙막살릭을 거쳐서 시베리아 야말반도의 나나이족에 이르기까지 북극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이누잇 계통에 속한다. 알래스카의 내륙에서 순록 사냥으로 사는 사람들은 누나미웃(Nunnamiut), 해안에서 고래와 바다사자를 잡아서 사는 사람들은 타레미웃(Taremiut)이다. 이들은 그린란드에 사는 이누잇과 혈통으로 언어상으로 가깝다. 교통수단인 썰매를 끄는 개는 '말라미웃'(Malamiut)이다. 개에 대한 이누잇의 생각이 어느 정도인지는 명칭으로부터 드러난다. 동물영혼이 사람영혼보다 상위에 있다는 세계관이고, 동물 중에서는 개의 영혼이 가장 낮다. 왜냐하면, 개는 사람의 똥을 먹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사람과 개가 미웃(miut)으로 끝나는 접미어다. 개와 사람이 같은 항렬이다. 사람이 뭐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이쯤 되니 애니미즘 또는 토테미즘이라는 용어들이 등장한다. 그러니 이제부터 우리는 그들을 '이누잇'이라고 명칭하는 것이 도리다. 당신 면전에서 대놓고 "어이, 엽전"이라고 부르면 어떻겠는가? 손님접대를 부인으로 하여금 성(性)으로 하게 한다는 이 해괴망칙한 얘기가 어디서 유래하였는지에 대해서 찾고 또 찾았지만 근거가 없다. 이 정보는 식민지시대에 일본으로부터 건너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본학자들이 그 내용을 알고 있었고, 동일한 내용을 미국학자들도 알고 있다. 필자는 그러한 이야기가 유래할만한 빌미가 되는 관습이 와전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앙궉톡꾹' 정도로 발음되는 단어다. 알래스카 최북단의 포인트 배로우(Point Barrow)에서 토속지(ethnography)를 작성한 로버트 스펜서(1917~1992)의 고전적인 설명을 영어로 풀이한 의미대로 전하면, '나의 마누라와 성관계를 한 사람'이란 뜻이다.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란, 더군다나 문자가 없는 사회에서 말이란 지극히 맥락적이다. 탈맥락적으로 말을 사용하면서 위험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이누잇의 동네는 7~8집이면 비교적 큰 동네다. 그 동네에서 나고 자라면서 아버지를 따라 물개 사냥도 하고 순록도 잡으러 다닌다. 잡힌 물개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린다. "당신 덕분에 우리가 또 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울루'라고 불리는 주머니칼(반월형석도처럼 생겼음)로 배를 갈라서 위를 꺼내어 그 속에 물개가 물 속에서 먹은 해초들을 꺼내어 먹는다. 순록을 잡아서 저장한 모피들을 썰매에 싣고 타레미웃 지역으로 물물교환을 떠난 아버지는 왕복 한 달 정도를 소요한다. 그동안 이웃의 아저씨가 우리 집에 자주 드나든다. 소년은 그를 '하이아낙'(표면적인 말 그대로 풀어내면, 엄마와 성관계를 하는 사람의 뜻)이라고 부른다. '앙궉톡꾹'이나 '하이아낙'은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기본적인 친척 명칭의 수준으로 사용된다. 신화와 주술을 바탕으로 한 전통신앙이 여성으로 하여금 동물 사냥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이아낙이 우리 집에 사냥해온 고깃감들을 전해준다. 아버지가 무사 귀가한 후, 하이아낙이 다시 물물교환을 위해서 장거리 여행을 나간다. 아버지가 그 집에 가끔 고기를 날라준다. 이웃들 간에는 끊임없는 여러가지 차원의 교환관계가 중복되고, 생존 전략으로서의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모두가 서로의 사정을 빠꼼하게 안다. 타레미웃의 마을에서 자라는 남아는 밤마다 아버지로부터 고래사냥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혼자서 타는 배를 '카약'이라고 하는데, '우미악'이라고 불리는 고래잡이 배는 8~9명이 승선한다. 각자 맡은 임무들이 빈틈없이 진행되어야 고래와의 혈투에서 살아남고 분배할 음식이 생긴다. 고래잡이의 경험은 신화가 되어서 대대로 전해진다. 우미악의 주인은 마을의 촌장이다. 고래잡이 배에는 한 집에서 한 사람씩 승선한다. 촌장은 동료 선원들을 부를 때 친근하다는 의미로 '앙궉톡꾹'이라고 한다. 여아는 아버지의 교역 파트너가 가지고 온 순록 모피를 가공하는 법도 배우고, 바느질하는 방법도 배운다. 가죽으로 장화를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다. 기역자로 꺾어지는 뒤꿈치를 정교하게 만들지 못하면 물이 샌다. 딱딱한 곰 가죽을 이빨로 씹어서 굽어지는 각도를 유지한다. 세상에서 이빨과 아구턱이 가장 강한 사람이 이누잇 여성들이라는 인류학적 농담도 있다. 고래 기름을 잘 보관해야 춥고 어두운 밤에 불도 밝히고, 하루종일 고기를 삶는 연료로도 사용한다. 고기 썩는 냄새를 피우는 집은 동네에서 추방당한다. 그 냄새를 맡은 동물들이 모두 사라진다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고기는 많이 저장하지 않고, 자주 사냥을 해야 한다. 하천에서 잡은 연어는 훈제로 말려야 한다. 저장하는 유일한 고기가 연어다. 몇 년에 한 번씩 기근이 닥친다. 노인들이 한 사람씩 순차로 길고 긴 동절 야밤의 얼음 벌판으로 걸어 나간다. 이쯤 되면 누구 차례라는 것을 모두 안다. 먹는 입을 줄이기 위함이 아니라 떠나버린 동물들의 성스러운 초혼의식이다. 다음 세대가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선택지다. 서양인들이 이 광경을 보고, '노인살해'(sinicide)라는 저주스러운 작명까지 했다. '제 눈에 안경'식 문화오해다. 가진 자들의 인간중심주의에 한 술 더 떠서 자문화중심주의(ethnocentrism)의 하향시선이 겹친 지구촌의 고질병이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09-23 18:27:46[파이낸셜뉴스] 전날 그룹 '뉴진스'가 하이브를 향해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한 가운데, 이재상 하이브 신임 대표이사가 "어도어 사태에 대해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열린 하이브 임시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로 선임된 직후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27일 하이브 측 이사들로 다수 구성된 어도어 이사회는 ‘경영과 제작의 분리 원칙’ 등을 이유로 민 전 대표를 해임했다. 어도어는 민 전 대표에게 뉴진스 음악에 대한 제작을 계속 맡긴다고 발표했지만, 민 전 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이에 걸그룹 뉴진스 멤버들은 11일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25일까지 민 전 대표를 복귀시키라고 하이브에 요구했다. 뉴진스는 "(민희진) 대표님께서 해임되시고 일주일 만에 지금까지 같이 작업해온 감독님과 일을 할 수 없게 됐고 다른 스태프들과도 헤어지게 될까 두렵다"며 "아티스트를 위한다는 말만 하지 말고 저희가 의지할 수 있고 작업을 즐기면서 활동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저희가 원하는 건 민희진 대표님이 있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의 어도어"라며 "방시혁 회장님과 하이브는 오는 25일까지 어도어를 정상화시키는 현명한 선택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뉴진스 멤버 혜인은 “(민희진) 대표님이 해임됐다는 소식을 당일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며 “멤버들 모두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정말 힘들었다. 하이브에 소속된 아티스트 입장으로써 그런 회사 측의 일방적인 통보는 ‘우리를 하나도 존중하고 있지 않구나’라는 확신을 들게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멤버 민지는 “저희가 원하는 것은 민희진 대표님께서 대표로 있으신,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의 어도어다. 지금 이런 요청을 드리는 것은 이것이 하이브와 싸우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방시혁 회장님, 그리고 하이브는 25일까지 어도어를 원래대로 복귀시키는 현명한 결정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뉴진스 폭로의 여파로 12일 하이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82% 떨어진 16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한편, 이재상 신임 대표는 연세대를 졸업한 뒤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 모니터그룹과 현대자동차, 구글을 거쳐 지난 2018년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합류했다. 이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CIGO(최고혁신성장책임자), 하이브 CSO(최고전략책임자), 하이브 아메리카 COO(운영총괄책임자),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 등을 역임하면서 하이브의 사업전략 및 투자 전반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9-13 05:38:45"설계 단계에서부터 보안을 중점에 둔 무브(Move)는 복잡한 거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다른 어떤 프로그래밍 언어보다 안전하다." 블록체인 프로그래밍 언어 '무브'를 개발한 샘 블랙시어는 지난 4일 코리아블록체인위크 메인 컴퍼런스 임팩트(KBW 2024: IMPACT)가 열린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서울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블랙시어는 지난 2018년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를 맡아 무브 개발에 착수했다. 샘은 "기존의 프로그래밍 언어들은 우리가 보기에 한계가 명확했다"면서 "특히 보안에 있어 허점이 있었는데 탈중심화된 금융에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는 단계에서 복잡다단한 계약은 당연시될 것인 만큼 어떤 작은 취약점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블록체인 기술이 상용화되는 과정에서 기존 산업의 혁신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금융업계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무브에 기반한 블록체인 '수이(Sui)' 프로젝트를 공동창업한 샘은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부터 게임까지 다양한 산업을 혁신하는 중심에 서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세대 앱은 탈중앙화될 것이고, 이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다재다능한 프로그래밍 언어가 무브라고 주장했다. ■보안이 핵심인 무브 블랙시어는 "무브는 다양한 재진입 공격을 방어할 수 있고, 접근 제어를 사용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어 강력한 보안을 보장한다"면서 "무브는 사용자의 요구에 발맞춰 진화하면서도 보안을 유지하거나 강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무브의 특징이자 장점이 보안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샘은 "무브는 개발자가 상상하는 대로 앱을 구현할 수 있는 강력한 표현력을 제공한다"면서 "프로그래밍 언어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느낌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블랙시어는 무브가 강력한 보안과 직관성을 갖춰야한다고 강조했다. 직관성이 높은 언어만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개발자의 다양한 상상을 실현시킬 수 있어서다. 무브의 또 다른 특징은 다재다능이다. 블랙시어는 "무브의 프로그래밍 모델은 객체(오브젝트)를 중심으로 구축된다"면서 "선형 타입에 영향을 받은 어빌리티 시스템은 개발자에게 가치의 생성, 파괴, 보관, 복제 및 이동 방식에 대한 세밀한 제어 권한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객체 간 계층적 관계 생성을 위한 다이내믹 필드 기능을 제공하는 무브의 모듈 시스템은 코드 재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코드 재사용 기능이 개발자의 무브에 대한 적응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블랙시어는 무브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하고 이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작업은 장기적인 야심 찬 프로젝트"라며 "언어가 성공하려면 대체 가능한 언어보다 훨씬 우수해야 하는데 여기서 우수하다는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닌 이 언어를 사용하는 커뮤니티의 질"이라고 밝혔다. 블랙시어는 무브가 커뮤니티의 요구에 맞춰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발전할 것으로 봤다. 그는 "우리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블록체인의 미래는 밝고, 무브는 이러한 미래를 선도하면서 다음 세대의 탈중앙화 앱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시어는 메타에서 함께 리브라 프로젝트를 맡았던 동료들과 미스틴랩스를 창업했다. 미스틴랩스는 수이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수이는 기존 플랫폼의 한계, 특히 속도와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레이어 1 블록체인이다. ■가장 빠른 트랜잭션, 수이수이는 속도와 확장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샘은 "수이는 솔라나보다 6배 이상 빠른 지구에서 가장 빠른 블록체인"이라며 "400~700밀리세컨드 안에 거래(트랜잭션)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적으로 현재보다 더 빠른 속도를 내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더 빠른 속도를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투자 대비 효용이 낮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랙시어는 블록체인 기반 게임 산업에서의 수이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수이의 뛰어난 거래 속도와 수이 플레이 OX1과 같은 게임 하드웨어에 블록체인 기술을 원활하게 통합한 결과 게임 개발자는 물론 노드(사용자)에게 웹3.0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렸다"고 말했다. 미스틴랩스의 수이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기업들이 협업하고 있다. 미스틴랩스는 삼성전자와 엔씨소프트의 투자 유치는 물론 구글클라우드, 텐센트클라우드와의 협업으로 블록체인 기반 게임 산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블랙시어는 단순한 개발자를 넘어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를 위한 철학을 갖춘 열정적인 옹호자로 보였다. 그는 "탈중앙화에 대한 다양한 정의들이 뒤섞이고 있지만, 프로그래밍 언어와 프로토콜이 탈중앙화 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무브와 수이에 대한 작업은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사용자 친화적인 디지털 미래를 위한 기초를 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인스폰서로 KBW2024에 참여한 수이의 부스와 스테이지는 샘의 철학에 공감하는 개발자와 학생, 취재진으로 붐볐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2024-09-09 18:29:42[파이낸셜뉴스] "설계 단계에서부터 보안을 중점에 둔 무브(Move)는 복잡한 거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다른 어떤 프로그래밍 언어보다 안전하다." 블록체인 프로그래밍 언어 '무브'를 개발한 샘 블랙시어는 지난 4일 코리아블록체인위크 메인 컴퍼런스 ‘임팩트(KBW 2024: IMPACT)가 열린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서울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샘은 지난 2018년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를 맡아 무브 개발에 착수했다. 샘은 "기존의 프로그래밍 언어들은 우리가 보기에 한계가 명확했다"면서 "특히 보완에 있어 허점이 있었는데 탈중심화된 금융에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는 단계에서 복잡다단한 계약은 당연시될 것인 만큼 어떤 작은 취약점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블록체인 기술이 상용화되는 과정에서 기존 산업의 혁신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금융업계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무브에 기반한 블록체인 '수이(Sui)' 프로젝트를 공동창업한 샘은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부터 게임까지 다양한 산업을 혁신하는 중심에 서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세대 앱은 탈중앙화될 것이고, 이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다재다능한 프로그래밍 언어가 무브라고 주장했다. ■보안이 핵심인 무브 샘은 "무브는 다양한 재진입 공격을 방어할 수 있고, 접근 제어를 사용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어 강력한 보안을 보장한다"면서 "무브는 사용자의 요구에 발맞춰 진화하면서도 보안을 유지하거나 강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무브의 특징이자 장점이 보안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샘은 "무브는 개발자가 상상하는 대로 앱을 구현할 수 있는 강력한 표현력을 제공한다"면서 "프로그래밍 언어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느낌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샘은 무브가 강력한 보안과 직관성을 갖춰야한다고 강조했다. 직관성이 높은 언어만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개발자의 다양한 상상을 실현시킬 수 있어서다. 무브의 또 다른 특징은 '다재다능'이다. 샘은 "무브의 프로그래밍 모델은 객체(오브젝트)를 중심으로 구축된다"면서 "선형 타입에 영향을 받은 어빌리티 시스템은 개발자에게 가치의 생성, 파괴, 보관, 복제 및 이동 방식에 대한 세밀한 제어 권한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객체 간 계층적 관계 생성을 위한 다이내믹 필드 기능을 제공하는 무브의 모듈 시스템은 '코드 재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코드 재사용 기능이 개발자의 무브에 대한 적응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샘은 무브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하고 이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작업은 장기적인 야심 찬 프로젝트"라며 "언어가 성공하려면 대체 가능한 언어보다 훨씬 우수해야 하는데 여기서 우수하다는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닌 이 언어를 사용하는 커뮤니티의 질"이라고 밝혔다. 샘은 무브가 커뮤니티의 요구에 맞춰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발전할 것으로 봤다. 그는 "우리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블록체인의 미래는 밝고, 무브는 이러한 미래를 선도하면서 다음 세대의 탈중앙화 앱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샘은 메타에서 함께 리브라 프로젝트를 맡았던 동료들과 미스틴랩스를 창업했다. 미스틴랩스는 수이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수이는 기존 플랫폼의 한계, 특히 속도와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레이어 1 블록체인이다. ■'가장 빠른 트랜잭션, 수이' 수이는 속도와 확장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샘은 "수이는 솔라나보다 6배 이상 빠른 지구에서 가장 빠른 블록체인"이라며 "400~700밀리세컨드 안에 거래(트랜잭션)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적으로 현재보다 더 빠른 속도를 내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더 빠른 속도를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투자 대비 효용이 낮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샘은 블록체인 기반 게임 산업에서의 수이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수이의 뛰어난 거래 속도와 수이 플레이 OX1과 같은 게임 하드웨어에 블록체인 기술을 원활하게 통합한 결과 게임 개발자는 물론 노드(사용자)에게 웹3.0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렸다"고 말했다. 미스틴랩스의 수이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기업들이 협업하고 있다. 미스틴랩스는 삼성전자와 엔씨소프트의 투자 유치는 물론 구글클라우드, 텐센트클라우드와의 협업으로 블록체인 기반 게임 산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샘 블랙시어는 단순한 개발자를 넘어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를 위한 철학을 갖춘 열정적인 옹호자로 보였다. 그는 "탈중앙화에 대한 다양한 정의들이 뒤섞이고 있지만, 프로그래밍 언어와 프로토콜이 탈중앙화 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무브와 수이에 대한 작업은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사용자 친화적인 디지털 미래를 위한 기초를 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인스폰서로 KBW2024에 참여한 수이의 부스와 스테이지는 샘의 철학에 공감하는 개발자와 학생, 취재진으로 붐볐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2024-09-09 14:44:46초기 인류학 서적들은 소위 미개인들의 기이한 풍속을 담았는데, 실제로 유럽인들에게 기이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단기간 여행 중 제대로 관찰하지 못한 상태의 상상으로 만든 정보들도 무수하다. 그러한 내용들 중에 대표적인 스테레오타입이 '에스키모 사람들은 손님이 오면 부인으로 하여금 잠자리 접대를 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커다란 오해가 겹쳤다. 하나는 '에스키모'라는 용어이고, 다른 하나는 '부인으로 하여금 성접대를 하게 한다'는 평가다. 에스키모라는 단어는 알래스카의 동남쪽으로 거주하는 아싸바스칸(Athabaskan)어를 쓰는 선주민 집단들이 극지방에 사는 사람들을 부르는 멸칭이다. 아싸바스칸어로 '에스키모'의 뜻은 '날고기를 먹는 더러운 놈들'이다. 우리가 흔히 속된 표현으로 중국인을 '땟놈', 일본인을 '왜놈'이라고 부르듯이 지구상에는 가장 가까이 사는 집단들 사이에 서로를 멸칭으로 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장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따지고 보면, 혈통적으로 가장 가까울 수 있는 사람들인데. 북극의 주변으로 북위 70도 전후에 거주한다는 공간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들을 편견 없이 부른다고 하여 '북극인'(Arctic Peoples)이라는 용어도 쓴다. 그들은 자신을 '이누잇'(Inuit)이라고 부르며, 그 뜻은 '사람'이다. 알래스카로부터 캐나다 최북단, 그린랜드의 앙막살릭을 거쳐서 시베리아 야말반도의 나나이족에 이르기까지 북극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이누잇 계통에 속한다. 알래스카의 내륙에서 순록 사냥으로 사는 사람들은 누나미웃(Nunnamiut), 해안에서 고래와 바다사자를 잡아서 사는 사람들은 타레미웃(Taremiut)이다. 이들은 그린랜드에 사는 이누잇과 혈통으로 언어상으로 가깝다. 교통수단인 썰매를 끄는 개는 '말라미웃'(Malamiut)이다. 개에 대한 이누잇의 생각이 어느 정도인지는 명칭으로부터 드러난다. 동물영혼이 사람영혼보다 상위에 있다는 세계관이고, 동물 중에서는 개의 영혼이 가장 낮다. 왜냐하면, 개는 사람의 똥을 먹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사람과 개가 미웃(miut)으로 끝나는 접미어다. 개와 사람이 같은 항렬이다. 사람이 뭐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이쯤 되니 애니미즘 또는 토테미즘이라는 용어들이 등장한다. 그러니 이제부터 우리는 그들을 '이누잇'이라고 명칭하는 것이 도리다. 당신 면전에서 대놓고 “어이, 엽전”이라고 부르면 어떻겠는가? 손님접대를 부인으로 하여금 성(性)으로 하게 한다는 이 해괴망칙한 얘기가 어디서 유래하였는지에 대해서 찾고 또 찾았지만 근거가 없다. 이 정보는 식민지시대에 일본으로부터 건너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본학자들이 그 내용을 알고 있었고, 동일한 내용을 미국학자들도 알고 있다. 필자는 그러한 이야기가 유래할만한 빌미가 되는 관습이 와전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앙궉톡꾹' 정도로 발음되는 단어다. 알래스카 최북단의 포인트 베로우(Point Barrow)에서 토속지(ethnography)를 작성한 로버트 스펜서(1917~1992)의 고전적인 설명을 영어로 풀이한 의미대로 전하면, '나의 마누라와 성관계를 한 사람'이란 뜻이다.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란, 더군다나 문자가 없는 사회에서 말이란 지극히 맥락적이다. 탈맥락적으로 말을 사용하면서 위험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이누잇의 동네는 7~8집이면 비교적 큰 동네다. 그 동네에서 나고 자라면서 아버지를 따라 물개 사냥도 하고 순록도 잡으러 다닌다. 잡힌 물개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린다. “당신 덕분에 우리가 또 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울루'라고 불리는 주머니칼(반월형석도처럼 생겼음)로 배를 갈라서 위를 꺼내어 그 속에 물개가 물 속에서 먹은 해초들을 꺼내어 먹는다. 순록을 잡아서 저장한 모피들을 썰매에 싣고 타레미웃 지역으로 물물교환을 떠난 아버지는 왕복 한 달 정도를 소요한다. 그동안 이웃의 아저씨가 우리집에 자주 드나든다. 소년은 그를 '하이아낙'(표면적인 말 그대로 풀어내면, 엄마와 성관계를 하는 사람의 뜻)이라고 부른다. '앙궉톡꾹'이나 '하이아낙'은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기본적인 친척명칭의 수준으로 사용된다. 신화와 주술을 바탕으로 한 전통신앙이 여성으로 하여금 동물 사냥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이아낙이 우리집에 사냥해온 고깃감들을 전해준다. 아버지가 무사 귀가한 후, 하이아낙이 다시 물물교환을 위해서 장거리 여행을 나간다. 아버지가 그 집에 가끔 고기를 날라준다. 이웃들 간에는 끊임없는 여러가지 차원의 교환관계가 중복되고, 생존 전략으로서의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모두가 서로의 사정을 빠꼼하게 안다. 타레미웃의 마을에서 자라는 남아는 밤마다 아버지로부터 고래사냥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혼자서 타는 배를 '카약'이라고 하는데, '우미악'이라고 불리는 고래잡이 배는 8~9명이 승선한다. 각자 맡은 임무들이 빈틈없이 진행되어야 고래와의 혈투에서 살아남고 분배할 음식이 생긴다. 고래잡이의 경험은 신화가 되어서 대대로 전해진다. 우미악의 주인은 마을의 촌장이다. 고래잡이 배에는 한 집에서 한 사람씩 승선한다. 촌장은 동료 선원들을 부를 때 친근하다는 의미로 '앙궉톡꾹'이라고 한다. 여아는 아버지의 교역 파트너가 가지고 온 순록 모피를 가공하는 법도 배우고, 바느질하는 방법도 배운다. 가죽으로 장화를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다. 기역자로 꺾어지는 뒤꿈치를 정교하게 만들지 못하면 물이 샌다. 딱딱한 곰 가죽을 이빨로 씹어서 굽어지는 각도를 유지한다. 세상에서 이빨과 아구턱이 가장 강한 사람이 이누잇 여성들이라는 인류학적 농담도 있다. 고래 기름을 잘 보관해야 춥고 어두운 밤에 불도 밝히고, 하루종일 고기를 삶는 연료로도 사용한다. 고기 썩는 냄새를 피우는 집은 동네에서 추방당한다. 그 냄새를 맡은 동물들이 모두 사라진다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고기는 많이 저장하지 않고, 자주 사냥을 해야 한다. 하천에서 잡은 연어는 훈제로 말려야 한다. 저장하는 유일한 고기가 연어다. 몇 년에 한 번씩 기근이 닥친다. 노인들이 한 사람씩 순차로 길고 긴 동절 야밤의 얼음 벌판으로 걸어 나간다. 이쯤 되면 누구 차례라는 것을 모두 안다. 먹는 입을 줄이기 위함이 아니라 떠나버린 동물들의 성스러운 초혼의식이다. 다음 세대가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선택지다. 서양인들이 이 광경을 보고, '노인살해'(sinicide)라는 저주스러운 작명까지 했다. ‘제 눈에 안경’식 문화오해다. 가진 자들의 인간중심주의에 한 술 더 떠서 자문화중심주의(ethnocentrism)의 하향시선이 겹친 지구촌의 고질병이다.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09-05 10:28:24"10·26이나 12·12 그 사건 자체를 다루기보다 그 시대가 얼마나 야만적이었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1000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추창민 감독( 사진)이 다시 한번 실존 사건·인물에 영화적 상상을 더한 팩션 시대극을 내놓았다. 조정석과 고(故) 이선균, 유재명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는 영화 '행복의 나라'다. ■10·26사건과 12·12 군사반란 사이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대통령 암살 사건과 12·12 군사반란, 그 사이에 진행됐던 군사재판을 소재로 한다. 승소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 가리는 변호사 정인후(조정석 분)가 10·26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중앙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이선균 분)의 변호를 맡으면서 시작된다. 추창민 감독은 "당시 권력층의 야만성을 대변하는 인물이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전상두라면 박태주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희생자다. 정인후는 시민정신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비교했다. 조정석이 연기한 가상의 인물 정인후는 박태주와 전상두 사이에서 관객들을 시대의 풍경 속으로 이끄는 주역이다. 코미디와 정극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조정석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의 이야기에 소소한 웃음을 안기며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서울의 봄'의 황정민과 다른 온도로 전두환을 표현한 유재명의 연기도 관전 포인트다. 추창민 감독은 "권력자의 뒷모습은 뱀처럼 사악하고 간교하길 바랐다"며 "분장도 너무 희화화가 돼 인물의 사악함이 희석되길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대중에게 낯선 박태주 캐릭터는 실존 인물과 닮게 접근했다. 청빈하고 강직한 군인으로 평가받는 박흥주 대령은 김재규 등과 함께 내란목적살인 등의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고 이듬해 봄 처형됐다. 추창민 감독은 "자료상으론 매우 멋진 분이셨다"며 "권력의 요직에 있으면서도 전세 400만원에 슬라브 집에 살다가 겨우 40살에 돌아가셨는데 이 사람에 대한 평가를 떠나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선균 배우가 실존 인물과 유사하게 분장하면서 연기 톤을 잡았다. 슬픔도 기쁨도 덤덤하게 표현했다. 이선균의 새로운 모습이 나왔다"며 만족해했다. ■"故 이선균, '잘 있게' 마지막 인사" 추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 가장 공들인 장면은 군사재판 장면이다. "후일 교재 자료로 쓰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최대한 역사의 기록과 같이 구현했다"고 말했다. 전상두와 정인후가 부딪히는 후반부 골프 장면에 대해선 "감독의 판타지가 투영된 장면"이라며 "전두환이 권력을 가진 뒤로 미군 골프장서 많이 쳤다고 하더라. 출입이 금지된 그곳에서 전상두가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낸다면, 정인후를 통해선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선균의 유작인데 편집 과정에서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 추창민 감독은 "'잘 있게'라는 대사가 있는데, 이 대사를 넣는 게 맞나 고민했다"고 돌이켰다. "의도적으로 보일까봐 소리를 줄였는데, 그냥 원래대로 크게 할 걸 그랬어요. 실제론 개구쟁이 같은 사람이죠. 촬영 끝나면 윷놀이를 하자고 해서 함께 했는데, 제겐 과정이 특히나 좋았던 영화입니다." 한편, 14일 개봉하는 영화 '행복의 나라'는 12일 오후 2시 현재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예매율 20%로 1위에 올랐다. 신작 '에이리언: 로물루스'(13%), '빅토리'(12.4%), '파일럿'(10%)을 따돌린 수치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8-12 18:1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