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의 쟁점이 인종이나 빈부격차 같은 전통적인 갈등보다 남녀의 '성(性) 대결'로 흘러가고 있다. 20일 미국의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양 진영 후보들은 박빙의 지지율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비(非)우호적이었던 성별을 상대로 적극적인 공략에 나섰다.■인종보다 성별 갈등이 더 심해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 유권자들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여성,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남성으로 갈라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치단체 '트럼프에 반대하는 공화당 유권자'의 새라 롱웰 국장은 이번 대선처럼 성별 대결이 심각한 선거를 보지 못했다며, 특히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성 대결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구도 투표에서 본인 성별이 가장 중요한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걱정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인종 등 전통적인 여야 쟁점이 4년 전보다 흐려진 반면, 성별 갈등은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NYT와 미국 시에나 대학이 흑인 유권자 589명과 히스패닉(중남미 출신 미국인) 유권자 9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흑인·히스패닉 유권자의 해리스 지지율은 각각 78%, 56%로 나타났다. 이들이 지난 2020년 민주당 후보(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투표한 비율은 각각 88%, 65%였다. 흑인·히스패닉 유권자들의 민주당 지지도가 4년 사이 약 10%p 감소한 가운데 트럼프의 인기는 오히려 늘었다. 2020년 흑인·히스패닉 유권자 중 트럼프에 투표한 비율은 각각 12%, 32%였으나 이달에는 각각 15%, 37%가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성별에 따른 진영 차이는 더욱 극명해졌다. WSJ가 지난 8월에 발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남성 유권자 사이에서 2020년 당시 트럼프 지지율은 민주당 후보 보다 5%p 높았지만 4년 뒤에는 10%p차이로 벌어졌다. 여성 유권자 가운데 바이든을 지지했던 비율은 2020년 당시 트럼프 대비 12%p 많았지만 올해 해리스로 넘어오면서 그 격차가 13%p로 넓어졌다. WSJ는 주로 민주당을 지지했던 흑인·히스패닉 남성들이 트럼프 진영으로 기울었다고 진단했다. ■女 '낙태권' vs 男 '경제'여성 유권자들이 가장 민감한 쟁점은 낙태권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022년 6월에 미국 연방 전역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할 수 없고, 낙태 금지 여부를 주(州)정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해리스를 포함한 민주당 진영에서는 트럼프가 임명한 우파 대법관 때문에 낙태권이 사라졌다며 강력 반발했다. 트럼프는 연방 차원의 낙태권 보장에 명확한 찬반 의견을 내지 않고 주정부 재량이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WSJ가 지난 11일 공개한 7개 경합주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 유권자의 27%는 투표에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로 '낙태 문제'를 골랐다. 같은 대답을 한 남성 유권자는 8%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에서 여성 유권자 중 약 3분의 1은 낙태권 문제에 의견이 다른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남성 유권자 가운데 같은 입장인 응답자는 18%에 불과했다. 여성과 달리 남성 유권자들은 트럼프 정부 당시 호황과 민주당 정부의 물가 상승에 관심이 많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특별정치활동위원회(슈퍼팩) '마가(MAGA)'의 데이비드 리 수석 선거 조사원은 "남성들은 경제 문제에 아주 깊이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WSJ는 트럼프가 유세에서 발산하는 남성적인 이미지와 거친 발언들이 남성 유권자들을 끌어 모은다고 분석했다. 이달 11~14일 영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해리스의 지지율은 49%로 트럼프를 4%p 차이로 소폭 앞서고 있다.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가 필요한 트럼프는 15일 미국 조지아주 커밍에서 열린 유권자 간담회에서 "나는 체외인공수정(IVF·시험관) 시술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시험관 시술의 아버지이다"라고 주장하며 해당 시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8월 난임 부부를 위한 시험관 시술 비용 전부를 정부 혹은 보험사에서 부담한다고 약속했다. 해리스 역시 남성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CBS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글록' 권총을 소지하고 있고 사격장에서 쏴 본적도 있다며 밝혔다. 해리스는 이달 15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흑인 라디오 진행자 '샬라메인 다 갓'에 출연하는 등 흑인 남성들에게 인기 있는 매체와 적극적으로 접촉 중이다. 또한 해리스의 부통령 후보로 나선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12일 총을 들고 꿩 사냥에 나선 모습을 공개하는 등 남성 유권자들을 겨냥한 홍보를 강화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10-20 18:33:43“(팬덤인 제로즈와 함께한) 드림 스테이지 무대는 절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겁니다.” 1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와 LA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케이콘 LA 2023’에서 미국 데뷔전을 치른 보이그룹 제로베이스원이 벅찬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토종 OTT 플랫폼 티빙을 통해 생중계된 ‘케이콘 LA 2023’에서 제로베이스원은 지난 7월 공식 데뷔한 신인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현지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멤버 규빈은 사방을 에워싼 팬들의 함성에 쉽게 말문을 열지 못했고, 지웅은 “와우”라고 감탄했다. 팬들은 아홉 멤버가 가창한 전곡을 한국어로 '떼창'했다. 특히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팬덤과 꾸미는 '드림 스테이지'는 인종·성별을 넘어선 K팝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K대표 매니지먼트로 급부상한 '웨이크원' 케이콘을 통해 전세계 K-컬처 확산에 앞장서온 CJ ENM이 IP 생태계 확장 시스템(Music Creative ecoSystem·MCS) 기반 음악 사업 비전을 발표한지 2년 만에 산하 레이블인 웨이크원을 필두로 글로벌 음악산업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올 상반기 CJ ENM의 콘텐츠 '해외' 판매액은 전년 대비 30.8% 증가했다. 이중 음악사업의 해외 매출 비중이 39.3%에 육박했다. 음악 부문은 컨벤션 라이브 매출과 자체 휴먼IP(아티스트) 사업 성장에 힘입어 매출은 1308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4.2% 증가했다. 지난 5월 개최한 '케이콘 재팬 2023'은 12만3000명의 관객을 모으며 역대 최다 티켓 매출을 올렸고, 일본에서 인기리에 활동 중인 JO1, INI의 싱글 앨범과 케플러의 미니앨범이 판매 호조를 보이며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CJ ENM은 앞서 2021년 "음악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밝혔다. 음악전문채널 엠넷을 통해 탄탄하게 구축된 'IP 기획력'과 케이콘, K팝 시상식 마마어워즈, 그리고 K팝 컬처 플랫폼으로 성장한 엠넷플러스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과 웨이크원의 '매니지먼트'까지 세 부문 역량을 강화해 음악사업을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웨이크원은 CJ ENM 산하 스톤뮤직 엔터테인먼트, 원펙트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블루, 오프더레코드 통합으로 탄생했다. '거물급 신인' 제로베이스원부터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2에 합류한 아이즈원 출신 조유리까지 소속 아티스트들의 전방위 활약에 힘입어 K팝 대표 매니지먼트사로 급부상했다. 현재 케플러, 다비치, 로이킴, 하현상, 댄스 크루 엠비셔스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가 소속돼 있다. 특히 엠넷의 신인 발굴 오디션 예능 '보이즈 플래닛'을 통해 184개국 940여만표의 참여로 탄생된 5세대 보이그룹 제로베이스원은 첫 번째 미니 앨범 ‘유스 인 더 셰이드’로 단 하루 만에 약 124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K팝 신인 그룹 최초로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랐다.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을 통해 결성된 케플러는 ‘오차율 3.6%’의 고난도 칼군무와 탄탄한 라이브 실력으로 인기를 구가 중이다. 지난 5~6월 도쿄, 나고야, 고베 등 3개 도시에서 첫 아레나 투어를 개최했고 총 6회, 5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엠넷의 글로벌 K팝 아티스트 발굴 프로젝트 ‘아이랜드’는 최근 두 번째 시즌 착수를 알렸다. 총 9개국 12개 도시에서 오디션 투어를 개최하며 2024년 데뷔할 걸그룹 발굴에 나선다. INI, JO1 日시장 내 대표 아이돌로 자리매김 지난 7월 관세청이 발표한 수출입 무역통계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K팝 음반 수출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K팝 수출 대상국 부동의 1위는 일본이다. CJ ENM은 일본 레이블 라포네엔터테인먼트를 앞세워 현지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라포네 소속 아티스트에는 JO1, INI, 디엑스틴이 있다. ‘프로듀스 101 재팬’ 시리즈를 통해 탄생된 보이그룹 JO1(시즌1)은 지난해 데뷔 2년 만에 일본 최대 연말 방송인 NHK ‘제73회 홍백가합전’에 출연했다. INI(시즌2)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전국 4개 도시에서 개최한 첫 아레나 투어에 약 12만명을 동원하며 대표 아이돌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5월 데뷔한 6인조 보이그룹 디엑스틴까지 합류한 소속 아티스트의 합동 라이브 공연 ‘라포스타 2023’는 지난 5월 30~31일 도쿄 아레나에서 열려 전석 매진은 물론이고 양일간 2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대규모 한일 오디션 프로젝트 ‘프로듀스 101 재팬’의 세번째 시즌도 ‘프로듀스 재팬 더 걸즈’로 타이틀을 확정짓고, 하반기 론칭한다. 시리즈 최초 걸그룹 모집을 알리며 접수 한 달 만에 1만4000여명이라는 역대 최다 지원자 수를 기록했다. 심준범 CJ ENM 음악콘텐츠사업본부장은 “MCS 기반 산하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엠넷만의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음악 사업을 국내외로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IP 개발과 K팝 컬처 플랫폼 엠넷플러스, 케이콘과 마마어워즈 등 컨벤션 사업을 통해 글로벌 내 CJ ENM의 음악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08-21 10:24:42\r\r\r\r\r\r\r\r\r\r\r\r크리스틴 차이\r\r\r\r\r\r\r\r\r\r\r\r\r\r\r\r\r\r클레어 장\r\r\r\r\r\r\r\r【 샌프란시스코(미국)=조은효 기자】 "가능성을 가진 젊은 창업가라면 성별, 인종, 국적을 가리지 않고 지원할 겁니다."그는 실리콘밸리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의 기업가라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 중 하나다. "투자를 하면 회수하는 게 첫번째 목표"라고 말하는 그에겐 한 가지 원칙이 있다. 투자할 기업 대표가 젊은 백인이어야 한다는 실리콘밸리의 불문율을 과감히 깨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유능한 창업가들에게 실리콘밸리가 가진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일종의 '편견에 대한 도전'이다.세계적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컨설팅·투자사)인 500스타트업의 공동설립자이자 파운딩파트너인 크리스틴 차이. "전 세계 젊은 창업가들을 만나 가능성을 보고 지원해주고 있는 데 성과를 보이고 있죠. 그들이 어디에 있든 실리콘밸리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요."구글 출신의 그는 페이팔 마케팅디렉터 출신 데이브 매클루어와 지금의 500스타트업을 설립했다. 이곳에선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컨설팅, 네트워킹, 멘토링, 투자까지 진행한다. 전 세계 50개국 1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500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이를 통해 2000명 이상의 창업자가 배출됐다. 또 이곳 출신으로 120여명의 성공한 스타트업 멘토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500스타트업에 뽑혀 프로그램을 이수했다는 건 일종의 투자 보증서다.그는 편견에 도전하라고 말한다. "한두 번 도전해서 안된다고 포기하지 말고 과감하게 지속적으로 뚫고 나가세요" "우리가 투자한 곳의 30% 이상이 여성이고 앞으로 탄생할 거대기업들은 인종이나 성별, 국적에 상관없이 자기 노력과 아이디어로 성장한 기업들이길 바라기 때문입니다."500스타트업은 미국과 글로벌 투자를 진행하는 펀드 이외에 동남아시아 지역의 '두리안 펀드', 태국의 '툭툭 펀드', 한국의 '김치 펀드' 등 다양한 지역 기반 투자펀드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2월 중소기업청·한국벤처투자와 165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유망한 한국 스타트업에 1억원 내외의 초기투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 업계의 또 다른 여걸은 이그나이트XL의 클레어 장이다. 그는 실리콘밸리 진출을 꿈꾸는 한국 토종 스타트업 지원을 타깃으로 삼았다. 이민 1.5세인 그는 초등학교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현재는 액셀러레이터 설립자로 활동하지만 그 자신 과거 수년간 소셜네트워크 분야에서 스타트업을 세워 치열하게 뛰어본 경험이 있다.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 업계에서 2000년부터 15년 이상 한국 기업들이랑 이렇게 오래 일해온 사람은 별로 없겠죠. 다양한 경험과 현지 투자 네트워크가 제가 가진 강점이에요."그는 과거 2000년대 초반 한국이 정보통신(IT) 분야에서 앞서갔던 경험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클레어 장은 당시 첫 직장인 비자카드를 그만두고 아시아계 친구들과 회사를 설립하기도 하고, 그 경험을 살려 정보통신부 산하 중소·벤처기업의 미국 진출 지원업무를 담당했던 아이파크(iPark)에서 컨설팅 경력을 쌓았다. 지금으로 따지면 액셀러레이터의 전신 격이다. "과거 한국은 정말 혁신적이었죠. 2000년대 초반에 아이파크 같은 인큐베이터를 해외 주요도시에 세운 건 정말 앞서간 것이었어요. 미래를 내다본 거죠.""미국은 굉장히 다양한 곳이에요. 한국은 사과 한 개가 시장을 장악하는 곳이라면, 미국은 그야말로 다양한 사과들이 있는 곳이에요. 미국 시장에서 어떤 타깃을 잡고 뚫을지 한국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에요." 그는 한국 창업가에게 실리콘밸리를 거쳐 중국으로 가라고 조언했다. "미국의 투자가들은 중국 진출을 생각하는데 엄두를 못내는 부분이 있어요. 한국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국과 가깝기 때문에 중국시장을 내다보고 투자전략을 짜라고 말하고 싶어요." ehcho@fnnews.com\r
2015-12-28 18:02:07인종과 성별과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남성형 탈모의 치료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피부과학교실 이원수 교수는 21일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 컨센서스위원회가 개발한 '남성형 탈모 치료 알고니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아시아 컨센선스위원회에는 이 교수를 포함해 한국,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7개국 연구진이 참여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서양인 대상 연구를 기반으로 한 기존 가이드라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인종 및 성별에 관계없이 적용이 가능한 최초의 가이드 라인이다 우선 이 가이드라인은 탈모의 분류를 위해 'BASP 분류법'이 사용됐다. BASP 분류법은 이원수 교수 및 대한모발학회 소속 국내 12개 대학 연구진이 공동연구로 개발한 탈모 분류법으로, 앞머리 선의 모양과 남아있는 두정부의 모발 밀도를 기반으로 탈모의 진행 상태와 중증도에 따른 유형을 분류했다. 가이드라인은 이 분류법을 바탕으로 남성형 탈모의 전략적 치료 과정을 질한의 진행 단계별로 알고니즘화했다. 각 남성형 탈모 유형은 진행 정도에 따라 3단계로 나누었고 단계별로 적합한 치료법 및 치료의 권장 정도에 따라 A에서 C 등급을 제시했다. 또한 남성형 탈모 치료 및 관리 방법으로 경구용 피나스테리드 및 국소 미녹시딜 제제를 이용한 약물치료가 1차적으로 권고했다. 남성형 탈모를 치료 및 관리하는 방법으로는 약물치료, 수술치료, 미용 보조 도구 등이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 연구를 주도한 이원수 교수는 "그동안 국제학계에서 널리 통용되어 온 기존의 가이드라인들은 남성에서 나타나는 여성형 탈모 등 비전형적 남성형 탈모 유형을 분류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고, 탈모의 성별 차를 반영하지 못해 남성용 가이드라인과 여성용 가이드라인으로 이원화돼 있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이번에 발표된 남성형 탈모 치료 알고니즘 가이드라인은 다양한 탈모 양상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통해 남성형 탈모 치료 효과를 높이고자 개발했다"고 가이드라인 개발 배경과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이 가이드라인은 2013년 유럽피부과학회지에 게재됐으며, 오는 5월 제주도에서 개최되는 제8차 세계모발연구학회에서 세계 모발 및 피부과 석학들에게 소개될 예정이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2014-01-21 15:05:32"이 아이는 내 딸이고, 나는 이 아이의 엄마야." 딸의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추천해준 유전학자의 대기실에 앉아서 혼잣말을 했다. 팔에 안은 작은 갓난아기를 내려다보았다. 겨우 생후 한 달 된, 최근에 입양한 메러디스였다. 딸의 유전력을 알려고 이곳에 왔다. 아이의 생모이자 백인인 미스티가 온전히 얘기해 주지 않은 것을 말이다. 메러디스가 유색인종임은 알았다. 하지만 히스패닉일까? 아프리카계 미국인일까? 아시안일까? 메러디스의 내력이 내것이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을 밀쳐 내려고 애썼다. 내 몸에서 태어나지 않았을지는 몰라도, 딸아이는 수많은 기도 후에 내 가슴에서 태어났다. 유산과 여러차례 실패했던 입양을 떠올렸다. 메러디스가 태어나기 고작 한 달 전, 아기를 데려올 가능성이 우리 삶에 나타났을 때는 남편도 나도 둘째 아이에 대한 희망을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이 아이가 기도에 대한 응답이었을까? 몇 주 후 비행기를 타고 오하이오주까지 가서 미스티가 우리에게 작은 아기를 맡겼을 때, 우리 부부는 전율과 감동을 느꼈다. 하지만 내가 낳은 딸 프렌티스처럼 이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까? 유전학자의 대기실에서 메러디스를 꼭 끌어안자 아이가 작은 입으로 하품했다. 육체적이고 정서적인 고통에서 딸을 간절히 지켜주고 싶었다. 그게 여기 온 이유였다. 나중에라도 메러디스에게 의미 있는 장소와 뿌리를 아는 일이 필요하게 된다면 이번 방문이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메러디스는 조산아였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의 간호사들은 프렌티스를 돌봤던 방식으로 메러디스를 보살필 수 없다는 내 가슴앓이를 알아챘는지 아기가 튜브를 통해 먹는 동안 어떻게 안아야 하는지 가르쳐주었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와 보내는 듯한 간호사 한 명을 특히 좋아했다. 아마도 그 간호사가 내가 진행하는 텔레비전 쇼의 팬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날 아침 그 간호사가 말했다. "아기가 흑인인 건 알죠?" 꼼짝할 수 없었다. 잘못 들었는지도 모른다. 몸을 똑바로 세우고 앉아서 새끼를 지키는 암사자처럼 메러디스를 더 꼭 끌어안았다. "네. 알아요. 하지만 그런 걸 왜 묻죠?" "글쎄요. 그저 당신 같은 사람이라면 완벽한 가족을 원하겠거니 생각했거든요." 턱이 굳어지면서 뼛속까지 차오르는 뜨거운 분노를 느꼈다. 분노 속에서 깊은 슬픔도 함께 느꼈다. 남편과 나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일주일을 보낸 후 메러디스를 뉴욕 집으로 데려왔다. 우리가 함께하는 삶의 새로운 장을 시작할 수 있게 되어서 매우 기뻤다. 하지만 오자마자 메러디스가 아팠다. 아기는 기운이 없었고 밝은 갈색 피부는 평소보다 창백했다. 다음날 몸무게를 재고 검진을 받는 진료 예약에 딸을 데려가서 소아청소년과 의사에게 걱정거리를 털어놓았다. "그저 코가 많이 막힌 거예요." 의사가 장담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내 직감은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다. "놀랍네요. 여기 도착하면 선생님이 우리를 곧장 병원으로 보낼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의사는 이마를 찌푸리더니 메러디스의 등에 다시 청진기를 댔다. 몇 초 후, 의사가 재빨리 움직이면서 전화를 걸더니 몇 분 만에 우리를 위한 구급차를 밖에 대기시켰다. 우리는 사이렌을 울리며 뉴욕 거리를 질주했다. "부디 아기를 살려 주세요." 애원했다. '내가 메러디스에게 되어 줄 수 있는 최고의 엄마일까'라는 생각 같은 건 이제 없었다. 그저 '제발, 하나님, 제발'뿐이었다. 병원에서는 메러디스에게 삽관술을 하고 '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RSV)'라는 진단을 내렸다. 대개 RSV는 감기 이상의 결과를 초래하지 않지만, 조산아는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을 일으킬 위험이 컸다. 머리를 감싼 채로 기계의 도움을 받아 호흡하는 메러디스는 다른 환자의 감염을 막기 위해 1인실로 실려갔다. 목사님과 테리 사모님이 우리 가족과 함께했다. 테리가 내 손을 잡았다. "내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메러디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할 수 있고 그럴 거예요. 이런 일에 대비할 만큼 충분히 강해져야 해요. 당신 딸에게는 당신이 필요해요." 테리가 내 손을 한층 더 꼭 쥐었다. 몹시 힘든 며칠을 보내고 나서야 마침내 메러디스를 다시 집에 데려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이 모든 시련을 겪으니 메러디스에게 응급의료 상황이 또 닥쳤을 때를 대비해서 준비를 좀 더 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메러디스의 가족력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걸 알아 두라고 조언했다. "우리가 '바로' 메러디스의 가족이에요!"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진정 딸을 사랑하고 안전하게 지키고 싶다면 도울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어느날 딸아이가 자신이 누군지 알아야 할 때 그걸 일러주는 일도 포함돼 있었다. 아이의 생모 미스티는 우리에게 더할 나위없이 소중한 선물을 주었다. 내 이기심으로 메러디스를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었다. 깊이 숨을 들이쉬고 유전학자와 만날 약속을 정했다. 그래서 지금 여기 대기실에 있다. 접수원이 내 이름을 불렀다. 메러디스와 함께 일어섰다. 의사가 들어왔다. 최고의 유전학자 역할을 캐스팅하는 데 공감을 잘하고 현명해 보이는 사람이 필요하다면 바로 이 여의사를 택할 것이다. 의사는 젊은 제인 구달처럼 보였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내 불안을 알아차리기라도 했는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날 돕는다고? 방에서 달아나고 싶었다. 내 딸을 데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싶었다. 하지만 내 자존심과 수치심을 헤치고 사랑이 가득한 곳으로 나아갔다. "메러디스는 입양됐어요. 선생님이 딸의 인종 구성을 얘기해 주길 바랐어요. 아기가 아프리카계인지 히스패닉인지 모르거든요. 아이의 건강 기록을 채워넣을 수 있게끔 알고 싶어요. 그러면 아이가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유전학자에게 얘기하는데 목에 목소리가 걸렸다. "몰라서 겪을 수도 있는 불확실성을 해결하는 거죠." 심호흡을 했다. 옳은 일을 하기를, 메러디스에게 마땅한 엄마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충분히 사랑 넘치고 이타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젊은 제인 구달이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가 올바른 질문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의사는 자기 손을 내 손 위에 얹고 얘기하기 시작했다. "메러디스는 어머니와 다른 점보다는 같은 점이 더 많아요. 유전 구성의 99%가 어머니랑 일치하니까요. 우리는 모든 인간이 서로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는 걸 배웠죠." 의사는 오늘날 전세계에 있는 모든 인간의 유전적 조상은 아프리카에서 찾을 수 있으며, 피부색의 차이는 태양과의 근접성에 달려 있다고 계속 설명했다. "할 수 있는 건 메러디스의 가족이 어느 지역 출신인지 알려드리는 정도예요. 하지만 메러디스의 인종이나 어머니의 인종이 다를 바 없다는 걸 알아 두세요. 어머니의 유전 구성과 아기의 유전 구성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단순하고 굉장히 사소해요." 평온함이 밀려들었다. 가능한 일이었을까? 메러디스와 내가, 우리가 똑같았다!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딸은 날 믿는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메러디스는 우리의 일부이며, 오늘보다 한참 전부터 우리는 메러디스의 일부였다. 생물학적으로도, 영적으로도 이어져 있다. 갈라디아서 구절이 마음에서 퍼뜩 떠올랐다.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 진료실에서 나와 햇빛 속으로 걸어갔다. 빙그레 웃음이 나면서 딸을 꼭 안았다. 나는 메러디스와 나를 다르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밝혀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 대신 우리 모녀를 똑같이 만드는 게 무엇인지 배웠다. 오직 하나님께서 가장 필요할 때 날 안심시키는 방법을 기획하실 수 있었다. 그분께서는 내게 공감해줄 전문가와 날 이어주셨다. 나는 이미 딸의 진짜 엄마가 되는 데 필요한 모든 걸 갖추고 있었다. 글·사진=가이드포스트
2020-06-30 16:24:04롯데그룹이 성별과 문화, 장애, 세대에 대한 차별 철폐를 공식 선언했다. 롯데그룹은 24일 신동빈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3 HR 포럼'에서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차별 철폐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롯데그룹 다양성 헌장'을 제정했다. 롯데그룹 다양성 헌장은 '첫째, 남녀 간의 다양성을 존중한다.', '둘째,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한다.', '셋째, 신체적 다양성을 존중한다.', '넷째, 세대 간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세부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날 행사에서는 롯데정보통신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김영태씨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 다양성 헌장 도입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여섯 살 때 감전사고로 양팔을 잃은 김영태씨는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2011년 롯데 장애인 공채를 통해 롯데정보통신에 입사해 일하고 있다. 롯데는 다양성 존중과 차별 철폐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임직원들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향후 팀장자격 교육, 진급자 교육 등 각종 사내 교육에서 환경 변화와 다양성 존중의 중요성 이해를 위한 과정을 신설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다양한 사고를 가진 인재들이 차별 없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태생적·문화적·외형적 차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는 개방적이고 공정한 조직문화를 지향하겠다는 선언이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의 인적자원(HR)포럼은 국내외 전 롯데 계열사 인사·노무·교육 담당자 500여명이 모여 한해의 주요 HR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이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2013-04-24 11:40:44[파이낸셜뉴스] '트랜드 코리아'의 저자로 알려진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26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4층 강당에서 열린 '2025 새로운 시작 우리고객님 자산관리 동행세미나'에서 "새해는 '뱀의 해'다. 뱀은 감각이 아주 탁월하게 예민한 동물이다. '스네이크 센스'에 맞춰 조사한 새해 트렌드를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김난도 교수는 이날 전국에서 모인 우리은행의 고액자산가 손님을 대상으로 매년 연말 '베스트 셀러'에 오르는 '트렌드 코리아'의 내용을 강의했다. 강연에 앞서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우리고객님'을 맞는 인사말에서 "우리은행 자산관리 동행 세미나를 열게 돼서 정말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코로나 이후 세미나를 다시 시작하게 됐는데 지난 1월에 열린 세미나도 큰 호응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 행장은 이어 "고객이 소중한 자산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자산관리 전문 은행으로서 그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서 매년 정례적으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최근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금융 환경의 불확실성이 일상화되고 있는 만큼 국내 최고의 트렌드 전문가인 서울대 김남도 교수와 한국 사회의 소비 트렌드를 돌아본 뒤, 우리은행을 대표하는 애널리스트와 부동산 전문가 2025년 금융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급변하는 한국사회의 소비·금융·부동산 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 요구에 발맞춰 은행 내외부 전문가를 초청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KBS 공채 개그맨 출신으로 재테크 관련 책을 쓴 황현희 씨의 강연을 시작으로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김난도 교수는 오는 을사년(乙巳年) 푸른 뱀의 해의 소비 트렌드를 ‘스네이크 센스(SNAKE SENSE·뱀의 감각)’에서 찾았다. 스네이크 센스 각각 △옴니보어 △아보하 △토핑경제 △페이스테크 △무해력 △그라데이션K △물성매력 △기후감수성 △공진화 전략 △원포인트업 등 10개 단어의 앞 글자를 조합한 단어다. 김 교수는 "옴니보어는 소비에서 나이나 성별, 소득, 인종 등 집단적인 구분과 경계가 옅어지고 초개인화 성향이 커지는 현상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강연장에 참석한 우리은행의 PB 고객들은 저마다 스마트폰과 메모장에 강연을 필기했다. 김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로 유명해진 말이 '언택트'와 '소확행'이 있는데 올해 트렌드 단어 중 '아보하'도 유명해 질 것"이라고 점찍었다. 아보하란 '아주 보통의 하루'의 줄임말로, 보통의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 삶의 만족을 느끼는 세태를 묘사한 것이다. 김 교수는 작고 귀엽고 순수한 존재가 사랑받는다는 '무해력'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사전행사로 진행된 우리은행의 '위비마케팅' 행상에서 분홍색 위비 키링 인형을 받았다며 "이처럼 귀엽고 작고 순수하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들이 뜨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무해력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갈등이 너무나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강의에 이어 박형중 우리은행 부부장의 '2025년 경제·금융시장 전망·전략'과 함영진 우리은행 부장의 '부동산시장 전망·전력' 강연이 이어졌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2024-11-26 16:07:32선거에서 패한 후보는 각종 비판에 직면한다. 특히 패배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후보의 여러 면을 결과론적으로 지적하며 패인이라고 규정한다. 이때 승패에 절대 가치를 두는 전략적 관점만 난무하며 후보들이 선거 과정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 게 당위적으로 바람직한 건지는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생명에 연연하는 후보나 참모야 당위적 측면에 별 관심이 없겠지만 언론인, 학자, 일반 시민마저 그래선 곤란하다. 당위적 논의야말로 중장기적으로 국가와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미국 대선의 패배자 카멀라 해리스가 각종 비판을 받고 있다. 왜 졌느냐는 패인에 관한 결과론이 주를 이룬다. 해리스가 인종·성별 등 정체성 이슈를 부각하지 않아서 졌다, 반대로 정체성 이슈를 확실히 손절하지 못해서 졌다, 법과 질서를 너무 강조해서 졌다, 반대로 법과 질서를 더 내세우지 못해서 졌다, 트럼프의 반민주적 위험성을 조명하지 못해서 졌다, 반대로 트럼프를 너무 민주주의 관점에서만 재단해서 졌다, 인플레에 대한 방어 논리를 세우지 못해서 졌다, 애초 부통령이 되기도 힘들 만큼 경력이 미미해서 졌다, 대중 호소력을 띠지 못해서 졌다, 심지어 키가 너무 작아서 졌다 등등. 현실적 패인 분석에서 나온 비판들이다. 그런데 해리스가 당위적으로 바람직한 모습을 보였는지에 관한 논의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해리스와 무관하게 상황상 민주당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판이었다는 주장들도 있으나, 이 역시 현실 분석에 입각한 거고 당위적 평가에서 나온 건 아니다. 선거 승인·패인 분석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그 연장선에서 혹은 상관없이라도 당위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 해리스가 패했으나 선거 과정에서 칭찬받을 만했는지 아닌지를 중장기 관점에서 당위적 가치들에 연결해 논할 필요가 있다. 여러 당위적 가치가 있으나 요즘 미국의 심각한 문제가 이념적·정서적 양극화라는 점을 고려할 때 중용, 중간적 화합의 가치가 특히 중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후보로서 해리스가 그 가치에 도움이 될 모습을 보였는지, 그래서 양극화의 완화에 공헌할 수 있었는지를 논해야 한다. 이 논의는 미국뿐 아니라 양극화로 곪은 한국, 유럽 등 여타 사회에도 적실성 있게 다가갈 수 있는 사안이다. 또한 트럼프가 상대편을 악마화하고 자기편만 보는 전략적 극단주의를 노골적으로 취하며 양극화를 부추겼다는 엄연한 사실을 봐도 과연 해리스는 어땠는지 평가하는 것의 의미가 크다. 해리스가 트럼프와 달리 중간 지대를 바라보며 중도층까지 껴안으려 했음은 당위적으로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해리스는 진보적 유색인종 여성이나 그쪽 진영만 좋아하는 낙태 합법화, 총기 규제 등에서는 입장을 누그러뜨렸고 중도층이 좋아할 만한 법과 질서를 강조하며 사회적 화합을 외쳤다. 물론 이런 온건 중도 전략이 선거 승리를 가져오진 못했다. 출구조사상 성별·학력·이념의 양극화는 여전히 확연하다. 그러나 해리스의 중도 전략이 없었다면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을 것이다. 그 점에서 해리스는 당위적으로 칭찬받을 만했고, 승패만 따지는 결과론적 비판론에 받은 상처를 어느 정도 위로받을 수 있다. 이런 당위적 차원의 긍정 평가가 공허하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는 중도로의 저변 확대를 시도하고 결과를 깨끗이 승복한 민주당이 2년 후 중간선거나 4년 후 대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트럼프 정책이 각종 난관에 부딪혀 표류하고 트럼프 이후를 놓고 공화당이 내분과 혼란에 빠질 시점에 중대하게 다가올 수 있다. 미국 경우는 비교학적 교훈을 준다. 선거 승인·패인의 결과론적 분석에 그치지 말고, 선거 과정상 후보들의 입장·행동이 당위적으로 어땠는지도 논해야 한다. 그래야 중장기적으로 공동선이 도외시되지 않을 수 있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2024-11-18 18:36:03"기훈의 변화는 시즌2의 가장 큰 차별점이자 시즌1보다 한발 더 나아간 깊이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는 핵심적인 포인트였다." 오징어게임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황동혁 감독(사진)은 이번 시즌 가장 달라진 점으로 '성기훈'(이정재) 캐릭터의 변화를 꼽았다. 그는 "기훈 캐릭터는 시즌2를 만들면서 제일 어려운 지점 중 하나였다"며 "철이 덜든 것 같지만 천성이 굉장히 인간적인 기훈은 시즌1 막판에 근본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 시즌2는 성기훈이 복수를 위해 돌아온 게임장에서 프론트맨(이병헌)과 대결하는 이야기다. "난 (장기판의)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라며 깊은 절망과 분노를 빨간 머리로 표출한 성기훈이 3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에는 복수의 칼날을 세우고 다시 게임에 참여한다. 황 감독은 "게임 주최자를 찾아내 응징해야 한다는 어떤 맹목적인 목적 하나에 사로잡힌 사람이라 그걸 위해 미친 듯이 달려 나간다"며 "시즌2의 가장 주요한 스토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즌2는 범인을 알려주고 시작한다"면서 "범인이 어떻게 자기 범죄를 숨기며 (게임을) 해나가는가를 보는 것이 재미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시즌1 출연진이 대부분 다 죽어 새로운 캐릭터와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도 시즌2의 주요 과제였다. 이정재, 이병헌, 위하준, 공유(딱지맨)등이 시리즈를 잇는 가운데 임시완, 양동근, 조유리, 강하늘, 박성훈, 최승현(탑) 등이 대거 합류했다. 시즌1과 비교해 게임 참가자들의 연령이 다소 젊어졌다. 황 감독은 "그 사이 세상이 또 바뀌었다"며 "애석하게도 20~30대 친구들도 '오징어 게임'에 참가할 수 있는 현실을 많이 목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인과 인터넷 도박 등으로 큰돈을 잃고, 빚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거나 자살을 하기도 한다"며 "전세 사기나 피싱 범죄, 명의를 도용한 범죄 등이 활개를 치면서 많은 젊은 피해자들이 양산되고 동시에 가해자가 젊은이인 경우도 굉장히 많다"고 덧붙였다. 시즌2에서는 참가자들이 매번 투표를 통해 게임의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황 감독은 "지금 전 세계가 종교, 이념, 성별, 인종 등으로 인해 분열과 갈등, 증오가 격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며 "시즌1의 인기 원인을 물을 때마다 "우리네 세상이 '오징어 게임' 속 세상만큼 살기 힘들어져서, 공감이 더 가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어 "그로부터 3년이 지났는데 세상이 더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든다"며 "기후위기는 더 심해졌고, 빈곤과 사회 양극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 나라 안에서 뿐만 아니라 나라끼리의 갈등도 격화됐다"고 덧붙였다. 시즌2에서는 협동 게임 비중이 늘어난다. 황 감독은 "어릴 때 한 번쯤은 다 해봤던 한국 고유의 게임도 있고, 전 세계에서 다 하는 게임도 있다"며 "서로가 서로에 대해 뭔가를 할 수 있는 게임들이 많아져 더 극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시즌2를 통해 '과연 우리가 이 나빠지고 있는 세상을 뒤바꿀 힘이 있는가 ', '우리에겐 그럴 능력이 있는가',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라는 얘기를 진지하게 해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넷플릭스 역대 시청순위 1위를 기록한 '오징어 게임'의 두번째 시즌은 내달 26일 성탄절 연휴에 맞춰 베일을 벗는다. 시즌1은 2022년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연출상·남우주연상 등 6개상을 휩쓸며 평단의 인정도 받았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11-14 18:14:38[파이낸셜뉴스] "기훈의 변화는 시즌2의 가장 큰 차별점이자 시즌1보다 한발 더 나아간 깊이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는 핵심적인 포인트였다." 오징어게임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황동혁 감독은 이번 시즌 가장 달라진 점으로 '성기훈'(이정재) 캐릭터의 변화를 꼽았다. 그는 "기훈 캐릭터는 시즌2를 만들면서 제일 어려운 지점 중 하나였다"며 "철이 덜든 것 같지만 천성이 굉장히 인간적인 기훈은 시즌1 막판에 근본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 시즌2는 성기훈이 복수를 위해 돌아온 게임장에서 프론트맨(이병헌)과 대결하는 이야기다. "난 (장기판의)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라며 깊은 절망과 분노를 빨간 머리로 표출한 성기훈이 3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에는 복수의 칼날을 세우고 다시 게임에 참여한다. 황 감독은 "게임 주최자를 찾아내 응징해야 한다는 어떤 맹목적인 목적 하나에 사로잡힌 사람이라 그걸 위해 미친 듯이 달려 나간다"며 "시즌2의 가장 주요한 스토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즌2는 범인을 알려주고 시작한다"면서 "범인이 어떻게 자기 범죄를 숨기며 (게임을) 해나가는가를 보는 것이 재미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시즌1 출연진이 대부분 다 죽어 새로운 캐릭터와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도 시즌2의 주요 과제였다. 이정재, 이병헌, 위하준, 공유(딱지맨)등이 시리즈를 잇는 가운데 임시완, 양동근, 조유리, 강하늘, 박성훈, 최승현(탑) 등이 대거 합류했다. 시즌1과 비교해 게임 참가자들의 연령이 다소 젊어졌다. 황 감독은 "그 사이 세상이 또 바뀌었다"며 "애석하게도 20~30대 친구들도 '오징어 게임'에 참가할 수 있는 현실을 많이 목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인과 인터넷 도박 등으로 큰돈을 잃고, 빚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거나 자살을 하기도 한다"며 "전세 사기나 피싱 범죄, 명의를 도용한 범죄 등이 활개를 치면서 많은 젊은 피해자들이 양산되고 동시에 가해자가 젊은이인 경우도 굉장히 많다"고 덧붙였다. 시즌2에서는 참가자들이 매번 투표를 통해 게임의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황 감독은 "지금 전 세계가 종교, 이념, 성별, 인종 등으로 인해 분열과 갈등, 증오가 격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며 "시즌1의 인기 원인을 물을 때마다 "우리네 세상이 '오징어 게임' 속 세상만큼 살기 힘들어져서, 공감이 더 가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어 "그로부터 3년이 지났는데 세상이 더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든다"며 "기후위기는 더 심해졌고, 빈곤과 사회 양극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 나라 안에서 뿐만 아니라 나라끼리의 갈등도 격화됐다"고 덧붙였다. 시즌2에서는 협동 게임 비중이 늘어난다. 황 감독은 "어릴 때 한 번쯤은 다 해봤던 한국 고유의 게임도 있고, 전 세계에서 다 하는 게임도 있다"며 "서로가 서로에 대해 뭔가를 할 수 있는 게임들이 많아져 더 극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시즌2를 통해 '과연 우리가 이 나빠지고 있는 세상을 뒤바꿀 힘이 있는가 ', '우리에겐 그럴 능력이 있는가',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라는 얘기를 진지하게 해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넷플릭스 역대 시청순위 1위를 기록한 '오징어 게임'의 두번째 시즌은 내달 26일 성탄절 연휴에 맞춰 베일을 벗는다. 시즌1은 2022년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연출상·남우주연상 등 6개상을 휩쓸며 평단의 인정도 받았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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