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성범죄 전과자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찬 채 또다시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30대 남성이 '성범죄자 알림e'에 허위주소를 등록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8일 경찰에 따르면 30대 남성 A씨는 지난 7월 29일 서울 동대문구 자신의 집에서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2009~2010년 미성년자 3명을 성폭행한 성범죄 전과자로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한 상태였다. A씨는 해당 범죄로 5년간 신상정보공개·고지명령도 받아 성범죄알림e에 거주지를 포함한 신상정보가 공개돼 있었다. 이 기간 A씨는 지난해 4월 동대문구에서 중랑구로 주소지를 한 차례 옮겼고, 지난 6월 11일 중랑경찰서를 찾아 중랑구 상봉동에서 면목동으로 주소지를 옮겼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A씨는 성범죄알림e에 등록된 거주지와 다른 곳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법무부는 A씨가 신고한 주소지와 다른 곳에서 활동이 감지돼 지난 6월 경찰에 이 같은 내용을 세 차례에 걸쳐 통보했다는 입장인 반면, 경찰은 A씨가 신고한 주소지에서 담당수사관이 직접 주거지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한데다 법무부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보통 신고한 주소지와 다른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경찰에 통보한다"며 "관련된 규정이 없어 적극행정의 일환으로 통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권침해 문제로 인해 거주지 안으로 들어가서 확인하지 않고 통상 살고있는 집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다"며 "법무부에서 관련 내용을 통보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2021-09-08 14:35:29【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성폭력 전과자라는이유로 세 들어 살던 집에서 쫓겨나게 되자 집주인 여성을 성폭행하려 한 7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울산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주영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강간등상해)과 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75)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재판부는 또 A씨에게 신상정보 공개 5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5년, 위치추적장치 부착 5년을 명령했다.A씨는 지난해 8월 울산시 중구의 한 주택에서 70대 여성 B씨를 주먹으로 여러차례 때리고 성폭행하려 하고, B씨의 비명을 듣고 집으로 들어와 이를 저지하던 20대 남성에게도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A씨는 2개월간 B씨의 집에 월세로 세 들어 살다가 성폭력 전과자라는 이유로 쫓겨나게 되자 앙심을 품고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A씨는 이밖에도 신호대기 중인 시내버스에서 행패를 부리고 버스기사를 때려 4주의 상해를 입히는 등 다른 상해 혐의도 함께 기소됐다. 재판부는 "고령의 피해자를 상대로 유사강간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성폭력 범죄로 3차례 징역형을 받은 전력이 있는 등 범죄 전력이 20차례 이상 되는 점, 전자장치를 부착한 상태에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점, 상해 등의 다른 범죄 죄질도 매우 불량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0-02-13 14:16:55출근길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이웃 주민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40대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모씨(41)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200시간, 정보공개 10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 제한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 성충동 약물치료 10년도 확정됐다. 강씨는 지난해 5월 부산 소재 한 빌라에서 출근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50대 이웃 A씨를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강씨는 성범죄로 세 차례 실형을 선고받아 총 10년 이상 복역했으며,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 기간이 끝난 지 1년 4개월 만에 또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오직 자신의 성적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면분도 없는 A씨를 집으로 끌고 가 반인륜적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그런데도 진정으로 속죄하지 않고 죄책을 덜어내기에 급급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도 "A씨는 영문도 모른 채 엄청난 공포 속에서 참혹하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게 됐고, 유족들은 평생 회복할 수 없는 극심한 충격과 고통을 받게 됐다"며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 역시 "강씨의 연령, 성행, 지능, 환경, 피해자와 관계, 범행 동기·수단·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살펴보면 무기징역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2019-08-04 10:50:50[파이낸셜뉴스]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징역형을 복역한 그룹 룰라 출신 고영욱(48)이 유튜브 채널이 폐쇄된 것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27일 스타뉴스에 따르면 고영욱은 전날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 측에 유튜브 채널 ‘Go! 영욱 GoDog Days’ 삭제 조치에 대한 이의신청을 냈다. 유튜브 가이드에 따르면 채널 운영자는 채널 또는 계정 폐쇄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유튜브는 고영욱의 이의신청 내용을 검토해 수락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채널을 복구할 수 있다. 고영욱은 현재 이의신청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는 27일 일간스포츠에 “(유튜브측에)이의신청은 안 하려고 했는데 왜 나 개인에게만 규정이 적용됐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서 의견을 전달했다”라며 “메일을 어제(26일) 보냈는데, 나에게 회신은 없었고 어제 밤 유튜브 측 입장이 기사로 나와 알게 됐다. 아직도 메일 회신은 없다”고 전했다. 이어 “부당하더라도 내려진 결정이라 받아들였는데 이유라도 알고 싶었다”며 “다시 채널이 복구되길 바랐던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앞서 고영욱은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부끄러운 삶을 살았다. 집에서 넋두리하며 형편없이 늙고 있는 거 같아서 무기력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두서없이 유튜브를 시작해 본다”며 유튜브 채널 개설 소식을 알렸다. 고영욱은 이날 ‘Fresh’라는 제목의 3분 41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창밖을 바라보는 그의 반려견 모습이 짧게 등장했고, 이후 고씨의 사진 한 장과 음원이 담겼다. 고씨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하루 만에 2600명, 첫 영상 조회수는 13만회가 넘었다. 하지만 이 채널은 개설 18일 만인 지난 23일 폐쇄됐다. 고영욱은 23일 오후 자신의SNS에 “밤사이에 제 유튜브 채널이 폐쇄된 것 같다”며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유해한 콘텐츠를 올린 것도 아닌데, 유튜브 측에서 없는 규정을 한 개인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건지. 법의 처벌을 다 치렀는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과연 이게 형평성에 맞는 건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유튜브 측은 유튜브 플랫폼 밖에서 커뮤니티에 해를 끼치는 행동을 금지하는 크리에이터 책임 가이드라인에 따라 ‘Go! 영욱 GoDog Days’ 채널을 폐쇄했다는 입장이다. 유튜브의 크리에이터 책임 가이드라인은 ‘유튜브 플랫폼 안팎에서 크리에이터의 행위가 유튜브 사용자, 커뮤니티, 직원이나 유튜브 생태계에 해를 끼치는 경우 유튜브는 커뮤니티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튜브는 성범죄자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고영욱의 성범죄 이력을 ‘유튜브 커뮤니티에 해를 끼치는 행위’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고영욱은 미성년자 성폭행,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13년 12월 징역 2년 6개월, 신상정보 공개·고지 5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3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5년 7월 출소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8-27 16:20:43[파이낸셜뉴스] 그룹 룰라 출신 가수 고영욱의 유튜브 개설이 앞으로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최근 자신이 개설한 유튜브가 폐쇄된 것을 두고 “없는 규정을 한 개인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건지”라며 강하게 항변했다. 이에 유튜브측은 내부 논의 결과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반을 근거로 그를 제재했고, 앞으로도 채널 소유 및 개설 불가라고 밝혔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 유튜브가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6일 유튜브는 '헤럴드경제'에 “유튜브 플랫폼 밖에서 커뮤니티에 해를 끼치는 행동을 금지하는 크리에이터 책임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Go!영욱 GoDog Days’ 채널을 폐쇄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내 ‘유튜브 커뮤니티 보호하기’ 항목에 따르면 “유튜브 플랫폼 안팎에서 크리에이터 행위가 유튜브 사용자, 커뮤니티, 직원이나 유튜브 생태계에 해를 끼치는 경우 유튜브는 커뮤니티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해당 항목에서 든 예시가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고씨의 불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고씨는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유해한 콘텐츠를 올린 것도 아닌데, 유튜브 측에서 없는 규정을 한 개인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건지”라며 “법의 처벌을 다 치렀는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과연 이게 형평성에 맞는 건지”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그룹 룰라 출신인 고 씨는 2010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자신의 오피스텔과 승용차 등에서 미성년자 3명을 총 4차례에 걸쳐 성폭행 및 강제 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로 2013년 1월 구속 기소됐다. 이후 대법원은 고영욱에 대해 징역 2년 6월에 전자발찌 부착 3년, 정보공개 5년을 선고했다. 2015년 만기 출소한 고 씨는 2020년 11월 “이젠 조심스레 세상과 소통하며 살고자 한다”며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했다. 하지만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고 그의 계정은 인스타그램 운영 정책에 따라 개설 하루 만에 폐쇄됐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8-27 06:13:18[파이낸셜뉴스] 미성년자 성폭행 등의 혐의로 실형을 산 그룹 룰라 출신 가수 고영욱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이 폐쇄됐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고영욱은 23일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 계정에 "밤사이에 제 유튜브 채널이 폐쇄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고영욱의 유튜브 계정에 들어가면 "죄송합니다. 이 페이지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뜬다. 이에 대해 고영욱은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유해한 콘텐츠를 올린 것도 아닌데, 유튜브 측에서 없는 규정을 한 개인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건지"라며 "법의 처벌을 다 치렀는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과연 이게 형평성에 맞는 건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받은 메일을 공개하며 "부족한 저의 채널을 구독해 주신 분들과 방문하고 관심 가져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또 메일로 응원해 주신 분들께 죄송하고 아쉬운 마음 전한다"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넘치는 사랑 보내주신 여러분께 고맙고 그 마음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받은 메일에는 "비아냥거리는 인간들 신경 쓰지 마시라고 응원한다" "노래가 정말 좋다. 다음 음악이 기대된다. 기분 좋아지실 일 앞으로 많이 생길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고영욱은 지난 5일 엑스를 통해 유튜브 채널 '고! 영욱'을 개설했다며 "부끄러운 삶을 살았다. 집에서 넋두리하며 형편없이 늙고 있는 거 같아서 무기력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두서없이 유튜브를 시작해 본다"고 밝힌 바 있다. 고영욱이 올린 첫 영상인 'Fresh'는 공개 2주 만에 30만 조회수 를 넘기기도 했다. 지난 1994년 룰라로 데뷔한 고영욱은 2010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미성년자 3명을 강제 추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전자발찌 3년, 신상정보 공개 5년을 선고받아 '전자발찌 1호 연예인'이 됐다. 그는 2015년 7월 만기 출소할 당시 "수감 기간 많이 반성했다"며 "연예인으로서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후 지난 2020년 11월 "세상과 소통하며 살고자 한다"며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했으나, 신고로 인해 계정이 폐쇄됐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8-23 22:34:01[파이낸셜뉴스] 12세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네덜란드 남성이 28일(현지시간)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비치 발리볼 경기에 등장해 논란이 됐다. 29일(한국시간)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 남자 비치발리볼 국가대표 스테번 판더 펠더는 지난 28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 샹 드 마르스 광장에서 열린 비치발리볼 남자 예선 B조 이탈리아와 경기에 매튜 이메르스와 함께 출전했다. 그러나 관중석에서는 네덜란드 팀이 소개될 때 야유가 나왔다. 성폭행 전과를 지닌 판더 펠더의 올림픽 출전에 대해 반대한다는 뜻이 담긴 야유다. 판더 펠더는 지난 2016년 영국 법원에서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19세였던 2014년 SNS를 통해 알게 된 12세 영국인 소녀를 만나 세 차례 성폭행을 저질렀다. 이후 피해자가 이 같은 사실을 관련 기관에 신고하면서 판더 펠더가 리우 올림픽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있던 2016년 징역형이 선고됐다. 다만 실제 복역 기간은 약 13개월에 불과했다. 영국에서 1년간 수감된 이후 본국으로 송환됐지만, 네덜란드 법원에서 감형을 받아 한 달 만에 출소했다. 2017년부터는 각종 경기에 참가했다. 최근에는 세계랭킹 11위 자격으로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판더펠더는 성폭행 사건이 “어릴 때 저지른 인생 최악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판더펠더의 올림픽 출전이 확정된 직후부터 그의 전과가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네덜란드 올림픽위원회(NOC)는 “판더펠더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았고, 성장했다”며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개별 선수의 출전 여부는 NOC가 결정해야 한다며 “성폭행 사건은 10년 전 벌어진 일이고, 재발을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마련돼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NOC는 판더펠더의 선수촌 입촌을 허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파리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대회 기간 선수촌 밖에 머물며 다른 선수는 물론, 언론과 접촉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선수촌 밖 생활과 언론 접촉 금지 결정은 오히려 특혜라는 지적도 나온다. 호주 매체인 디오스트레일리안은 “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경기 후 의무적으로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라며 “네덜란드 올림픽위원회의 결정은 미성년자 강간 전과자를 보호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8일 경기장에 판더펠더가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한 관람객은 “모든 사람이 두번째 기회를 받을 자격은 있다. 하지만 세계인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판더 펠더-이메르스 조는 첫 경기에서 이탈리아에 1-2로 패했다. 이들은 오는 31일 칠레와 예선 2차전을 치른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7-29 21:15:13역사상 가장 발달된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21세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인류는 두 개의 잔혹한 전쟁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은 1차 세계대전의 고지전이 연상될 정도의 소모적인 살상전을 2년 넘게 계속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을 이유로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반인륜적으로 학살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전 세계는 이 두 전쟁보다 더 무서운 '미국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45년 세계 최대 패권국으로 올라선 이후 세계 질서를 잡는 경찰국가이자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런 미국이 수년 전부터 달라졌다. 지난 2017년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취임한 트럼프는 그동안의 세계질서와 자유시장 경제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렸다. 이후 취임한 바이든은 취임과 동시에 "흔들린 질서를 되돌리겠다"고 했지만 트럼프가 만든 혼돈의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세계 곳곳에서 '수퍼 파워' 미국의 체면을 구기고 있다. 이제 미국은 전 세계의 존경과 신뢰를 받던 과거의 미국이 아니다. 오는 11월 선거를 앞둔 트럼프는 더욱 예측이 불가능해졌다. 무기력한 바이든과 전 세계를 향해 연일 거친 말을 쏟아내며 자신이 백악관을 탈환하면 완전히 다른 미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맞서 세계 질서를 지키겠다는 바이든은 두 개의 전쟁에 발이 묶여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리스크는 이 두 사람에서 시작한다. 무기력한 바이든이나 더 과격해진 트럼프도 미국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최악이냐, 차악이냐'일 뿐 모두가 혼돈에 빠진 미국과 전 세계에 '모범답안'이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여기저기서 체면 구기는 바이든 포연이 자욱한 유럽과 중동의 국제 정세는 미국이 주도한 게 아니다.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수퍼 파워인 미국이 이를 전혀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을 시작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자지구에서 수개월째 학살에 가까운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이스라엘에게 미국의 입김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어서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가 학살에 가까운 전쟁을 계속하는 것은 이란 때문이다. 하마스의 뒷배인 시아파 종주국 이란을 어떻게든 전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속셈이 깔려있다. 이란도 그걸 정확하게 안다. 확전으로 이어지면 미국이 참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바이든은 그래서 더 곤혹스러운 것이다. 사실 이 '함정'은 트럼프가 팠다. 임기 마지막인 2020년 9월 트럼프는 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둘의 손을 잡아줬다. 아브라함 협정이다. 수니파의 주요국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와 아랍의 영원한 적 이스라엘이 국교를 맺은 것이다. 사실상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이 수니파와 손을 잡은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 이스라엘은 가장 위험한 적인 이란의 반대세력인 수니파를 끌어안는 성과를 거뒀다. 사우디 등 수니파도 이슬람 맹주 경쟁에서 시아파를 따돌리게 되니 양측 모두 윈윈이었다. 그런데 바이든은 취임하자마자 트럼프가 2018년 파기한 이란핵동결 협정을 되살리고 이란 방문까지 추진했다. 이때부터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네타냐후가 바이든의 말을 듣지않는 이유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미국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바이든은 러시아-우크라 전쟁이 한창이던 2022년 7월15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다. 유가 폭등으로 전 세계가 위기에 처하자 사우디에 증산 요청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두 나라 각료를 대동한 채 회담을 하던 무함마드 빈 살만이 미국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바이든이 너무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배석한 각료 한 명은 입이 벌어졌다. 이 모습은 실시간으로 전파를 탔다. 결국 바이든은 에어포스원에 오를 때까지 증산 선물을 받지 못했다. 미국의 맹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1971년 미국이 베트남전의 후유증으로 금 본위제 파기 선언을 했을 때 석유를 살 때는 무조건 달러로만 결제하도록 하는 '페트로 달러' 체제를 출범시키며 절체절명의 미국을 위기에서 구했었다. 그러나 사우디는 미국이 말하면 무조건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가 이제 아니었다. 사실 미국의 체면 구기기는 앞서 2021년 8월15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굴욕적인 철수를 하면서 시작됐다. 마치 베트남전 철수를 연상시키는 충격적인 모습에 전 세계는 "이제 바이든의 미국이 수퍼 파워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예측 불가능하고 더 잔혹해진 트럼피즘 트럼프는 그런 바이든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집약되는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한 마디로 '강한 미국'이다. 세계 질서를 바로 세우는 더 강한 경찰국가가 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우선 전 세계의 비난을 받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종식시키고, 중동에 안정을 가져오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마약이 만연하고 국경이 느슨해진 미국 내 질서도 완전히 다잡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흔들린 것은 바이든이 아닌 트럼프 때부터다. 트럼프가 이란을 다시 봉쇄하자 2019년 친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이 움직였다. 사우디아라비아 내 아람코 정유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한 것이다. 사우디 본토가 공격받은 초유의 사태에 트럼프는 "사우디가 공격받았다. 미국은 공격받지 않지 않았다"고 했다. 수십년 동안 '미국 바라기'였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는 시진핑과 푸틴과도 어깨를 거는 등 미국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 유탄은 바이든이 고스란히 맞고 있다. 백악관에서 내쫓긴 트럼프는 훨씬 더 과격해지고 예측불가능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지켜온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만 문제만 봐도 그렇다. 트럼프는 "타이완 방어공약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대만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대만을 공짜로 지켜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만은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와 함께 공산주의 세력과 가장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최전선이고,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의 총아인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큰 회사 TSMC가 있는 나라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머릿속에는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곳으로 각인됐다는 것은 우방국들에게 "더이상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서도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회원국에 대해 러시아 침공을 부추기겠다"고 했다. 놀랄 일이지만 직접 한 말이다. 미국은 지난 1947년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황폐해진 유럽을 재건하고 소련의 공산주의에 맞서기 위해 4년간 무려 130억 달러를 지원했다. 당시 세계 GDP의 2.5%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마샬 플랜'이다. 유럽은 이 조치에 힘입어 세계대전 이전의 모습을 되찾고 소련의 남하를 막아낼 수 있었다. ■미국우선주의는 괜찮을까 미국우선주의도 세계경제를 멍들게 하는 큰 요인이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 조치는 정말 무서웠다. 우크라 전쟁 여파로 신음하는 주변국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불과 16개월 만에 5.25%p를 올려버렸다. 그러나 미국우선주의는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한결같다. 정도와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바이든의 미국우선주의는 그나마 경계와 영역이 있다. 바이든은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을 나누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으로 국한해 '신뢰가치사슬(TVC)'이라는 이름으로 블록화했다. 쿼드(QUAD), 오커스(AUKUS),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IPEF)이 그것이다. 신냉전 시대에 맞춰 반대편 진영을 철저하게 도려내버린 굉장히 정교해진 미국우선주의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는 진영도 전통적 가치도 무시한다는 점에서 너무도 무섭다. 2017년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등장한 트럼프는 전 세계 경제질서를 온통 흔들고 있다. 미국에 도전장을 던진 중국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우방국에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미국시장에서 상품을 팔려면 미국에 생산공장을 지으라며 생산시설 이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으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 트럼프가 다시 돌아온다면.. 상상하기 힘든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미국우선주의는 과거 1985년 '프라자 합의'를 소환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당시 미국은 자국의 경제를 위협하던 일본과 독일에 대해 엔화와 마르크화 가치를 대폭 올렸다. 게다가 일본에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까지 올리도록 압박했다. 이는 일본이 개발도상국에 투자한 자본을 회수하게 만들면서 태국 등 동남아에 IMF 사태를 불러왔다. 이 여파는 1997년 우리나라에 굴욕적인 IMF 사태로 이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실 트럼프는 전과자다. 성폭행 등 파렴치한 범죄는 물론이고 재선에 실패하자 의회점거 등을 사주한 내란선동혐의까지 받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인 대다수는 트럼프를 원하고 있다. 혼돈스런 미국 정치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어쩌면 도덕불감증에 걸린 지금의 미국인일지도 모른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4-03-17 19:50:27[파이낸셜뉴스] 역사상 가장 발달된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21세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인류는 두 개의 잔혹한 전쟁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은 1차 세계대전의 고지전이 연상될 정도의 소모적인 살상전을 2년 넘게 계속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을 이유로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반인륜적으로 학살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전 세계는 이 두 전쟁보다 더 무서운 ‘미국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45년 세계 최대 패권국으로 올라선 이후 세계 질서를 잡는 경찰국가이자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런 미국이 수년 전부터 달라졌다. 지난 2017년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취임한 트럼프는 그동안의 세계질서와 자유시장 경제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렸다. 이후 취임한 바이든은 취임과 동시에 “흔들린 질서를 되돌리겠다”고 했지만 트럼프가 만든 혼돈의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세계 곳곳에서 ‘수퍼 파워’ 미국의 체면을 구기고 있다. 이제 미국은 전 세계의 존경과 신뢰를 받던 과거의 미국이 아니다. 오는 11월 선거를 앞둔 트럼프는 더욱 예측이 불가능해졌다. 무기력한 바이든과 전 세계를 향해 연일 거친 말을 쏟아내며 자신이 백악관을 탈환하면 완전히 다른 미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맞서 세계 질서를 지키겠다는 바이든은 두 개의 전쟁에 발이 묶여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리스크는 이 두 사람에서 시작한다. 무기력한 바이든이나 더 과격해진 트럼프도 미국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최악이냐, 차악이냐’일 뿐 모두가 혼돈에 빠진 미국과 전 세계에 ‘모범답안’이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여기저기서 체면 구기는 바이든 포연이 자욱한 유럽과 중동의 국제 정세는 미국이 주도한 게 아니다.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수퍼 파워인 미국이 이를 전혀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을 시작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자지구에서 수개월째 학살에 가까운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이스라엘에게 미국의 입김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어서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가 학살에 가까운 전쟁을 계속하는 것은 이란 때문이다. 하마스의 뒷배인 시아파 종주국 이란을 어떻게든 전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속셈이 깔려있다. 이란도 그걸 정확하게 안다. 확전으로 이어지면 미국이 참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바이든은 그래서 더 곤혹스러운 것이다. 사실 이 ‘함정’은 트럼프가 팠다. 임기 마지막인 2020년 9월 트럼프는 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둘의 손을 잡아줬다. 아브라함 협정이다. 수니파의 주요국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와 아랍의 영원한 적 이스라엘이 국교를 맺은 것이다. 사실상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이 수니파와 손을 잡은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 이스라엘은 가장 위험한 적인 이란의 반대세력인 수니파를 끌어안는 성과를 거뒀다. 사우디 등 수니파도 이슬람 맹주 경쟁에서 시아파를 따돌리게 되니 양측 모두 윈윈이었다. 그런데 바이든은 취임하자마자 트럼프가 2018년 파기한 이란핵동결 협정을 되살리고 이란 방문까지 추진했다. 이때부터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네타냐후가 바이든의 말을 듣지않는 이유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미국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바이든은 러시아-우크라 전쟁이 한창이던 2022년 7월15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다. 유가 폭등으로 전 세계가 위기에 처하자 사우디에 증산 요청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두 나라 각료를 대동한 채 회담을 하던 무함마드 빈 살만이 미국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바이든이 너무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배석한 각료 한 명은 입이 벌어졌다. 이 모습은 실시간으로 전파를 탔다. 결국 바이든은 에어포스원에 오를 때까지 증산 선물을 받지 못했다. 미국의 맹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1971년 미국이 베트남전의 후유증으로 금 본위제 파기 선언을 했을 때 석유를 살 때는 무조건 달러로만 결제하도록 하는 ‘페트로 달러’ 체제를 출범시키며 절체절명의 미국을 위기에서 구했었다. 그러나 사우디는 미국이 말하면 무조건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가 이제 아니었다. 사실 미국의 체면 구기기는 앞서 2021년 8월15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굴욕적인 철수를 하면서 시작됐다. 마치 베트남전 철수를 연상시키는 충격적인 모습에 전 세계는 “이제 바이든의 미국이 수퍼 파워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예측 불가능하고 더 잔혹해진 트럼피즘 트럼프는 그런 바이든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집약되는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한 마디로 ‘강한 미국’이다. 세계 질서를 바로 세우는 더 강한 경찰국가가 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우선 전 세계의 비난을 받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종식시키고, 중동에 안정을 가져오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마약이 만연하고 국경이 느슨해진 미국 내 질서도 완전히 다잡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흔들린 것은 바이든이 아닌 트럼프 때부터다. 트럼프가 이란을 다시 봉쇄하자 2019년 친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이 움직였다. 사우디아라비아 내 아람코 정유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한 것이다. 사우디 본토가 공격받은 초유의 사태에 트럼프는 “사우디가 공격받았다. 미국은 공격받지 않지 않았다”고 했다. 수십년 동안 ‘미국 바라기’였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는 시진핑과 푸틴과도 어깨를 거는 등 미국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 유탄은 바이든이 고스란히 맞고 있다. 백악관에서 내쫒긴 트럼프는 훨씬 더 과격해지고 예측불가능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지켜온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만 문제만 봐도 그렇다. 트럼프는 “타이완 방어공약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대만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대만을 공짜로 지켜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만은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와 함께 공산주의 세력과 가장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최전선이고,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의 총아인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큰 회사 TSMC가 있는 나라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머릿속에는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곳으로 각인됐다는 것은 우방국들에게 “더이상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서도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회원국에 대해 러시아 침공을 부추기겠다”고 했다. 놀랄 일이지만 직접 한 말이다. 미국은 지난 1947년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황폐해진 유럽을 재건하고 소련의 공산주의에 맞서기 위해 4년간 무려 130억 달러를 지원했었다. 당시 세계 GDP의 2.5%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마샬 플랜’이다. 유럽은 이 조치에 힘입어 세계대전 이전의 모습을 되찾고 소련의 남하를 막아낼 수 있었다. ■미국우선주의는 괜찮을까 미국우선주의도 세계경제를 멍들게 하는 큰 요인이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 조치는 정말 무서웠다. 우크라 전쟁 여파로 신음하는 주변국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불과 16개월 만에 5.25%p를 올려버렸다. 그러나 미국우선주의는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한결같다. 정도와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바이든의 미국우선주의는 그나마 경계와 영역이 있다. 바이든은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을 나누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으로 국한해 ‘신뢰가치사슬(TVC)’이라는 이름으로 블록화했다. 쿼드(QUAD), 오커스(AUKUS),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IPEF)이 그것이다. 신냉전 시대에 맞춰 반대편 진영을 깔끔하게 도려낸 굉장히 정교해진 미국우선주의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는 진영도 전통적 가치도 무시한다는 점에서 너무도 무섭다. 2017년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등장한 트럼프는 전 세계 경제질서를 온통 흔들고 있다. 미국에 도전장을 던진 중국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우방국에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미국시장에서 상품을 팔려면 미국에 생산공장을 지으라며 생산시설 이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으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 트럼프가 다시 돌아온다면.. 상상하기 힘든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미국우선주의는 과거 1985년 ‘프라자 합의’를 소환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당시 미국은 자국의 경제를 위협하던 일본과 독일에 대해 엔화와 마르크화 가치를 대폭 올렸다. 게다가 일본에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까지 올리도록 압박했다. 이는 일본이 개발도상국에 투자한 자본을 회수하게 만들면서 태국 등 동남아에 IMF 사태를 불러왔다. 이 여파는 1997년 우리나라에 굴욕적인 IMF 사태로 이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실 트럼프는 전과자다. 성폭행 등 파렴치한 범죄는 물론이고 재선에 실패하자 의회점거 등을 사주한 내란선동혐의까지 받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인 대다수는 트럼프를 원하고 있다. 혼돈스런 미국 정치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어쩌면 도덕불감증에 걸린 지금의 미국인일지도 모른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4-03-15 15:37:11[파이낸셜뉴스] 청소년들을 납치, 성폭행하던 삼 형제가 이번엔 딸이자 조카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10일 JTBC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삼 형제의 범죄는 교사가 피해자를 다른 일로 상담하다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됐고, 지난해 경찰에 신고하며 세상에 드러났다. 파렴치 父, 삼촌들.. 출소하자마자 13살 딸·조카에 몹쓸짓 12년을 감옥에서 지내던 아버지가 A씨가 출소한 건 지난 2020년이다. 당시 피해자 나이는 열세 살이었다. 출소 당일 A씨는 거실에서 TV를 보던 딸을 성폭행했다. 같이 출소한 둘째 삼촌 B씨는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조카에게 범행을 저질렀다. 또 막내 삼촌 C씨는 아예 5년 전부터 성범죄를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정신지체 3급, 그리고 B씨는 길가는 청소년들을 납치 성폭행한 죄로 두 차례 처벌을 받은 바 있었다. 이에 범행 당시 전자발찌를 찬 상태였다. 법무부 보호관찰소의 감시대상이었던 것. 뿐만 아니라 C씨 역시 정신지체 3급으로 아동 성범죄 전과자였다. 문제는 오랜 기간 이 집에서 수십 차례 성폭행이 이어지는 동안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친할머니에 피해 사실 알렸지만, 제대로 된 도움 받지 못해 관계 기관 입장이 더욱 황당하다. 성범죄자들에 대한 관리 소홀 관련 질문에 법무부는 "(형제들의 앞선 범죄는) 딸이 아닌 불특정 피해자를 대상"으로 했던 데다가 "법원의 결정 없이 임의로 가족과 분리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10여 년 전 범죄에 대해 선고할 당시 법원이 딸에 대한 보호조치를 내리지 않아 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는 뜻이다. 피해 지원을 담당했던 지자체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전했다. 한편, 검찰은 삼 형제에 대해 전문의 감정 결과 '성충동 조절 능력이 낮다'며 약물치료를 법원에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형이 길고 출소 후 보호 관찰도 받는다는 이유 등으로 기각했다. 앞선 1심 재판부도 범죄가 불특정 다수가 아닌 딸에게만 이뤄진 만큼 딸과 분리되면 재범 위험성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며 역시 이를 기각했다. A씨는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22년이 확정, B씨, C씨는 각각 징역 20년과 15년 형을 받았다. 현재 피해자는 할머니와 떨어져 보호기관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3-11 06:4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