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3일, 일본 도쿄 한복판에 위치한 왕실 정원인 신주쿠 교엔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일본 내각이 주최하는 야외 행사인 '벚꽃 보는 모임(を見る)'이 열렸다. 정재계 인사와 연예인 등 1만8200명이 모인 이번 행사에서는 전에 없던 광경이 펼쳐졌다. 바로 '레이와(令和) 오지상(아저씨)'과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만든 기다란 줄이었다. 레이와 오지상은 지난 4월 1일 일본의 새 연호 발표 당시 연호(레이와)가 적힌 액자를 들어 올렸던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의 별명이다. 지난 2012년 일본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약 7년 가까이 아베 내각의 얼굴을 대표했던 그는 이제 '차세대 아베'로 국내외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스가는 족벌과 세습으로 가득한 일본 정치계에서 빈손으로 시작해 내각 2인자까지 오른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다. 1948년 12월 6일에 일본 북서부 아키타현 유자와시에서 태어난 그는 올해 한국 나이로 72세다. 스가의 아버지는 만주국에서 철도회사 직원으로 일하다가 일본 패망후 고향에서 농사를 지었다. 어머니는 교사 출신이었으며 누이 2명 역시 교사가 됐다. 유자와시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그는 누이들처럼 교사가 되지 않겠다면 서도 농업 대학에 가라는 아버지의 권유도 뿌리쳤다. 그는 무작정 도쿄로 상경해 이타바시구의 골판지 공장에 취직했고 대학에 가겠다며 2년간 공장일과 공부를 함께해 당시 사립대 중 학비가 가장 쌌던 호세이대학에 들어갔다. 26세가 되던 1973년에 정치학 학사 학위를 받은 스가는 겐덴세비 주식회사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했다. 그는 직장인으로 지내는 동안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정치이며 정치 세계를 체험하고 싶다"고 확신했다. 스가는 무작정 정치인이 되고 싶다며 호세이대학의 취업상담 부서를 찾아갔고 같은 호세이대학 출신인 나카무라 우메키치 중의원(하원) 의장과 그의 비서를 소개받았다. 스가는 나카무라 의장과 같은 파벌이었던 오코노기 히코사부로 중의원의 비서로 취직해 11년간 일했으며 1987년에 요코하마시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그는 이때부터 중의원 비서 생활 당시 쌓은 인맥을 활용해 요코하마 시장과 밀접한 관계가 됐으며 요코하마의 '그림자 시장'이라고 불렸다. 스가는 1996년 중의원 선거에서 요코하마 가나가와현 제 2구에서 자민당의 공천을 받아 당선, 중앙정계에 첫발을 디뎠다. 그는 자민당 활동을 통해 같은 우익 성향의 아베와 가까워졌다. 스가는 정치 가문에서 엘리트 과정을 밟아온 아베와 배경이 전혀 달랐지만 함께 북한에 대한 강경책을 주장하며 발을 맞췄다. 스가는 아베가 2006년 처음으로 총리가 됐을 당시 총무상으로 발탁됐으나 이듬해 아베 내각이 사퇴하자 함께 물러났다. 스가는 이후 우익 성향의 아소 다로 내각을 지지하며 당 활동을 이어나갔고 아베에게 다시금 총리 자리에 도전하라고 부추겼다. 스가는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아베에게 져도 좋으니 선거에 나가야 한다며 아베를 설득했고 2012년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지금까지 관방장관만 3연임했다. 그는 정부 대변인과 내각의 관리자 역할을 동시에 맡아 7년간 아베 내각의 국내외 관계를 관리했고 역대 최장 관방장관 재임 기록을 세웠다. 과거 정치 행적을 살펴보면 스가는 리더보다는 참모에 가까운 역할이었다. 그는 이미 지난해 NHK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롤모델이 과거 전국을 통일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아닌 그의 동생이었던 도요토미 히데나가라고 밝혔다. 스가는 지난 8일 인터뷰에서 차기 총리 역할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당 내에서는 그를 넘어설 인물이 거의 없다. 13일 여론조사에 의하면 스가의 지지율은 7%로 지난해 10월(2%)보다 크게 뛰었으며 이 같은 지지율 급등의 배경에는 그가 연호 발표에 등장했다는 점도 한몫했다. 지난 1989년 1월에 헤이세이(平成) 연호를 발표했던 오부치 게이조 당시 관방장관도 '헤이세이 오지상'으로 불렸으며 훗날 총리에 올랐다. 스가는 이달 9일부터 관방장관으로는 이례적으로 미국을 방문해 미 핵심 장관들과 만나 아베의 후계자 입지를 굳혔다. 아베 역시 지난 2005년 자민당 간사장 대리 자격으로 미국을 찾아 주요 각료들과 회동했다. 스가의 정치 성향은 아베와 매우 비슷하다. 스가는 지난 2014년 1월에 중국 하얼빈역 안중근 기념관 개관 당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안중근은 일본의 초대 총리를 살해해 사형 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말했다. 그는 뿐만 아니라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자위대 근거 마련을 위한 개헌 등 아베 내각의 주요 정책을 지지하고 있고 일본의 핵무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지닌 전형적인 우파다. 2006년에 총무상에 올랐을 당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매년 다녀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스가는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그는 6세 어린 아베가 사석에서 농담을 던지더라도 철저히 존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06년에는 국영 NHK 방송에 납북 일본인 관련 프로그램을 방송하라고 '지시'해 물의를 빚었다. 스가는 2012년 아베 내각 출범 당시에도 각료들을 모아놓고 역사 관련 발언을 내각의 중론과 다르게 함부로 하면 각료직에서 쫒아낼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아베의 오른팔이자 '그림자 총리'로 불리는 스가가 정말 차기 총리가 될 지는 불확실하다. 지난 3월 현지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54%는 이미 3연임에 성공한 아베가 4연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일단 스가는 차기 총리 지지율에서 같은 당의 고이즈미 신지로 후생노동부회장(23%)에 밀리고 있다. 만약 그가 총리가 되더라도 현재 일본의 정치 흐름이 크게 바뀔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그가 아베의 충직한 심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베 또한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스가를 또 다른 연임을 위한 디딤돌로 이용할 확률이 높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19-05-16 21:22:28【 도쿄=김경민 특파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23일 자신이 '8월 중 퇴진을 표명할 방침을 굳혔다'는 보도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참의원(상원) 선거 이후 유임 배경으로 미일 관세협상을 언급해왔던 이시바 총리는 이번 합의에 대해 "내용을 잘 검토한 뒤 그 결과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퇴진설이 기정사실처럼 확산된 가운데에서도 상황을 봐 가면서 퇴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유보적인 자세이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아소 다로 자민당 고문, 스가 요시히데 자민당 부총재, 기시다 후미오 등 전 총리 3명과 회담한 직후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들을 만나 "진퇴에 대한 이야기는 회담에서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마이니치신문 등은 "이시바 총리가 참의원 선거 참패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자민당 내 유력 인사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으며 8월 중 퇴진을 공식 표명할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신문들은 "당내에선 퇴진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최종 판단 시점은 유동적"이라면서도 이시바 총리가 아소, 스가, 기시다 등 전직 총리들과의 회담을 통해 이해와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전했었다. 현직 총리가 전직 총리들과 일괄 회담을 갖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시바 총리는 그러나 이날 회견에서 자신의 진퇴보다 정책 실행을 강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번 미일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관세 품목만 4000개가 넘는 만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24일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귀국하면 보고를 받을 예정"이라며 "국민 생활을 지키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참의원 선거 참패 직후 미일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며 일단 유임을 고수한 바 있다. 하지만 자민당이 중·참의원 모두 과반을 상실한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가 장기 집권 구상을 이어가기에는 당내 동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시바 총리의 퇴진 여부는 참의원 총평 결과, 당내 권력구도 협상, 야당과의 국회 운영 조율 상황에 따라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조직과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 체제를 쇄신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일부 의원 사이에서는 총재 선거일정을 앞당기기 위한 양원 의원총회 조기 개최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자민당 집행부는 당초 31일로 예정했던 양원의원 간담회를 29일로 앞당겨 열고, 참의원 선거 총평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경민 기자
2025-07-23 18:21:25【도쿄=김경민 특파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23일 자신이 '8월 중 퇴진을 표명할 방침을 굳혔다'는 보도에 대해 "그런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참의원(상원) 선거 이후 유임 배경으로 미일 관세 협상을 언급해왔던 이시바 총리는 이번 합의에 대해 "내용을 잘 검토한 뒤 그 결과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퇴진설이 기정 사실처럼 확산된 가운데에서도 상황을 봐 가면서 퇴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유보적인 자세이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아소 다로 자민당 고문, 스가 요시히데 자민당 부총재, 기시다 후미오 등 전 총리 3명과 회담한 직후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퇴에 대한 이야기는 회담에서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마이니치신문 등은 "이시바 총리가 참의원 선거 참패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자민당 내 유력 인사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으며 8월 중 퇴진을 공식 표명할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신문들은 "당내에선 퇴진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최종 판단 시점은 유동적"이라면서도 이시바 총리가 아소·스가·기시다 등 전직 총리들과의 회담을 통해 이해와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전했었다. 현직 총리가 전직 총리들과 일괄 회담을 갖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시바 총리는 그러나 이날 회견에서 자신의 진퇴보다 정책 실행을 강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번 미일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관세 품목만 4000개가 넘는 만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24일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귀국하면 보고를 받을 예정"이라며 "국민 생활을 지키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참의원 선거 참패 직후 미일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며 일단 유임을 고수한 바 있다. 하지만 자민당이 중·참의원 모두 과반을 상실한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가 장기 집권 구상을 이어가기에는 당내 동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시바 총리의 퇴진 여부는 참의원 총평 결과, 당내 권력 구도 협상, 야당과의 국회 운영 조율 상황에 따라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조직과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 체제를 쇄신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총재 선거 일정을 앞당기기 위한 양원 의원총회 조기 개최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자민당 집행부는 당초 31일로 예정했던 양원의원 간담회를 29일로 앞당겨 열고, 참의원 선거 총평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집행부 차원에서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질지도 이 총평과 연동될 전망이다. 이시바 총리가 이달 내 퇴진을 표명할 경우 다음 달 소집 예정인 임시국회에서 총리 지명 선거가 열리게 된다. 다만 이 역시 여당이 단독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민당 총재가 그대로 총리가 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 부담이다. 일각에선 야당과 협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퇴진 시기를 8월 이후로 미루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5-07-23 16:07:00【도쿄=김경민 특파원】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8월 퇴진설'이 사실상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이시바 총리는 2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 참패 직후 "당분간 유임하겠다"고 밝혔지만 당내 총리 조기 교체론이 확산되면서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마이니치신문, 산케이신문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의 참의원(상원) 선거 결과가 나온 뒤 당내 여론이 악화되고 퇴진 요구가 높아지자 이 같은 퇴진 의사를 주변 인사들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후 자민당의 최고 고문인 아소 다로, 부총재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기시다 후미오 등 전 총리 3인과 당 본부에서 회동을 갖고 자신의 진퇴 문제와 향후 정권 운영 방향에 관해 의논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현직 총리가 전직 총리들과 일괄 회담을 갖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시바 총리가 세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는 자세로 임했다"라고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선거 참패 직후에도 계속 집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이시바 총리에 대해 당내에서 퇴진 요구와 함께 비판 여론이 거세진 것이 사퇴로 태도를 바꾼 이유"라고 전했다. 지역 조직들도 이시바 총리를 향해 당 체제 쇄신과 함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며 퇴진 압력을 높인 것도 태도를 바꾼 주요 이유가 됐다. 중진·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 대회에 준하는 의결기구인 양원 의원총회를 열어 총재 선거를 앞당겨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자민당 집행부는 당초 31일로 예정했던 양원의원 간담회를 29일로 앞당겨 열고, 참의원 선거 결과에 대한 총평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8월 중 총평이 마무리되면 집행부 차원에서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질지 결정하게 된다. 당초 자민당은 8월 말 총괄 발표 후 총리를 비롯한 지도부의 책임을 판단하려 했으나 당내 중진과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총리 조기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시바 총리가 이달 내 퇴진을 표명할 경우 다음 달 소집 예정인 임시국회에서 총리 지명 선거가 열리게 된다. 하지만 자민당이 단독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자민당 총재가 그대로 총리가 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총리가 지금 당장이 아닌 8월에 거취를 결정하는 이유중 하나는 그 즈음에 국내외 행사가 많아서이다. 8월 6일 히로시마· 9일 나가사키의 원폭 기념일, 15일 종전일 행사가 열린다. 8월 20일부터 22일까지는 요코하마에서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까지 열릴 예정이어서 "중요한 일정에 공백을 만들 수 없다"는데 무게가 쏠린 탓이다. 이 때문에 이시바 총리가 이런 행사들을 다 마친 뒤 8월 하순에 거취를 밝히는 것으로 정했다고 산케이신문은 설명했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자신이 계속 집권하는 이유로 내세웠던 미일 관세 협상이 타결된 것이 향후 진퇴 결정에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 대해 "합의 내용을 잘 검토해보지 않으면 말할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5-07-23 11:34:45【도쿄=김경민 특파원】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는 도쿄 리셉션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참석하면서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 복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확실한 제스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16일 서울에서 열린 주한일본대사관 주최 리셉션에 이 대통령이 불참한 점을 고려하면, 이시바 총리의 참석은 상호주의를 넘어서는 유의미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평가다. 주일한국대사관은 19일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을 열고, 1000여명의 정계·재계 인사를 초청해 한일 협력의 기반을 재확인했다. 일본 측에서는 이시바 총리를 비롯해 누카가 후쿠시로 중의원의장, 기시다 후미오·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등 전·현직 고위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한국 측에서도 주호영 한일의원연맹 회장, 민홍철 간사장을 포함한 국회의원단과 재계, 학계 주요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축사에서 "이 대통령과 전화통화도 하고 어제 캐나다에서는 직접 만나 앞으로 한일 관계에 대해 깊은 논의를 했다"며 "한일은 협력에 더해 출생률, 인구감소, 지방활성화 등 많은 공통 과제가 있다. 한일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이 엄중해지는 가운데 서로 손잡고 나은 미래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또 "한일이 서로 상대 국민의 방문지 1위인 것에서 나타나듯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교류가 이뤄지면서 밝은 미래를 느낀다"면서 "그동안 구축한 기반을 바탕으로 양국 관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번 리셉션 직전인 17일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 대통령과 첫 양자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은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집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인식을 넘어 상호 협력하고 도움이 되는 관계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양국이 외교적 틀 안에서 '이웃국가 실용주의'로 전환하고자 하는 의지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주목받았다. 이번 도쿄 리셉션 참석은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실행 의지로 풀이된다. 이시바 총리는 정상회담 직후 곧바로 일본 정치권 주요 인사들과 함께 리셉션 참석을 결정했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참석 여부를 조율하던 상황에서 "말보다 행동으로 신뢰를 쌓겠다"는 의중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서울 리셉션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쿄 행사에 총리가 나올지는 막판까지 확실하지 않았다"며 "결국 이시바 총리가 직접 참석을 결정한 것은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일본 측이 국내외적으로 재확인한 상징적 장면"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외무성은 행사 하루 전까지도 총리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이날 행사장에는 한류 확산을 상징하는 문화콘텐츠 홍보 부스와 한국 전기차 전시, 한일 고등학생들의 합동 공연 등이 마련돼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박철희 주일대사는 인사말에서 "한일 관계는 성장, 성취, 성공의 역사"라며 "차세대에게 희망찬 미래를 물려주는 데 외교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번 도쿄 리셉션은 6월 들어 세 번째로 열린 고위급 한일 외교 이벤트다. 7일 양국 정상 간 첫 통화, 17일 G7 계기 정상회담에 이어 이뤄진 행사로 이시바 내각이 한일관계를 아시아 외교의 중심축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양국 모두 60주년을 단순 기념이 아닌 관계 복원의 실마리로 삼고 있다"면서 "이번 리셉션은 외교적 흐름을 제도화하고 민간교류로 확산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5-06-19 11:07:30【도쿄=김경민 특파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이달 21∼23일 춘계 예대제(제사)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기로 했다. 18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지난해 10월 추계 예대제 때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았다. 다만 이시바 총리는 역대 총리들이 관례적으로 해왔던 '마사카키'(비쭈기나무)로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기독교 집안 출신인 이시바 총리는 그동안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교도통신은 "중국이나 한국의 반발 우려가 있어 외교적인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대응을 취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현직 총리가 참배한 것은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마지막이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도 참배하지 않고 공물만 봉납했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유신 전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명의 영령을 추모하고 있다. 그중 90%에 가까운 약 213만3000위는 태평양전쟁과 연관돼 있다.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있다. 춘계·추계 예대제는 야스쿠니 신사가 봄과 가을 각각 한 차례씩 여는 가장 큰 제사 의식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5-04-17 23:51:22[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는 일본 내 수소 협력 네트워크 구축 및 교류 활성화를 위해 10~12일 일본 도쿄와 가와사키 등지에서 열리는 한일의원연맹 방일행사에 참여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날 행사는 수소가 지속 가능한 탄소 중립 사회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솔루션이자 필수 전략이며 수소사회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개별 국가의 노력 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인식을 함께 하면서 추진됐다. 이번 행사에는 주호영 국회 부의장 겸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비롯해 이종배 국회수소경제포럼 공동대표의원과 김소희 의원, 박성훈 의원, 박충권 의원 등 한국 측 국회의원 5명과 스가 요시히데 일한의원연맹 회장 겸 전 총리, 나가시마 아키히사 일한의원연맹 간사장, 미야우치 히데키 의원, 다지마 가나메 의원, 가와노 요시히로 의원, 구도 쇼조 의원, 고우무라 마사히로 의원 등 일본 측 인사 7명이 참석했다. 현대차는 행사 참여를 통해 일본 내 유기적인 수소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차원의 수소 산업 생태계 구축과 수소 시장 확대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현대차는 수소 기술 국제 표준 개발과 정립을 비롯, 암모니아 크래킹(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 추출) 등의 수소 생산 기술 실증 사업, 경쟁력 있는 수소 관련 부품 도입 등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참석자들은 행사 기간 동안 △도쿄타워 수소충전소 방문 △한일∙일한의원연맹 수소에너지 의견 교환식 △가와사키시청 수소 간담회 및 치요다화공건설 수소시설 견학 △고베항 액화수소 터미널 시찰 등 일정을 가진다. 10일에는 도쿄 중의원 제1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수소에너지 의견 교환식에서 양국 의원들은 한일 양국이 글로벌 수소사회 구축 협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의회 차원의 지원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한일 의원들은 이번 만남을 계기로 향후 청정 수소 인정 기준 일원화를 포함해 수소 충전기술 표준화 주도, 수소 관련 제품 인증 양국 호환 등에 대해 양국 협력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수소기술을 보유한 국가”라며 “이번 방일행사를 통해 상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발판으로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2025-03-10 16:22:48[파이낸셜뉴스] 일본 전 총리를 비롯한 고위 그룹이 혼다와 합병 논의가 불발된 닛산을 살리기 위해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와 접촉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닛산이 생존하려면 외부 지원이 불가피한 가운데 이제 최적의 파트너로 테슬라가 부상했다. FT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테슬라 이사 출신인 미즈노 히로가 이끄는 고위 그룹이 테슬라와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고위 그룹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그의 보좌관을 지낸 이즈미 히로토가 후원하고 있다. 닛산 일부 이사들도 이런 물밑 흐름에 대해 알고 있다. 일본 측은 테슬라가 닛산의 전략적 투자자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를 설득해 닛산 미국 공장을 인수토록 하는 방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대적인 관세 정책의 불똥을 피하기 위해 테슬라에 닛산 미국 공장 인수를 설득하고 있다. 테슬라가 닛산 미국 공장을 인수하면 미 생산을 확대하고, 관세를 피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닛산이 혼다와 추진하던 580억달러짜리 합병 계획을 뒤엎으면서 외국 자본에 사냥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테슬라가 전략적 파트너 후보로 떠올랐다. 현재 아이폰 하청업체인 대만 폭스콘과 행동주의 투자자들, 사모펀드들이 닛산 인수를 기웃거리고 있다. 닛산과 혼다가 합병 협상에 나선 계기도 폭스콘이었다. 폭스콘이 닛산 협력사인 프랑스 르노를 지난해 접촉해 르노의 닛산 지분 인수를 제안하자 닛산과 혼다의 합병 논의가 시작됐다. 혼다와 협상이 결렬되자 폭스콘은 닛산 지분 인수 추진을 공식화했다. 전기차 제조 확장을 꾀하겠다고 선언했다. 테슬라를 끌어들이려는 일본 측의 노력 정점에는 닛산 본사인 요코하마에 정치적 기반을 둔 스가 전 총리가 있다. 2021년 총리에서 물러난 스가는 여전히 중의원 현역으로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 스가가 후원하는 일본 고위 그룹은 테슬라를 최대 투자자로 하고, 폭스콘 등이 소수 지분으로 참여하는 투자자 컨소시엄을 꾸려 닛산을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회생 기대감에 닛산 주가는 21일 도쿄증시에서 장중 11.5% 폭등했고, 결국 9.5% 폭등세로 장을 마쳤다. 일본이 테슬라의 닛산 투자를 희망하는 가운데 머스크는 거리를 두고 있다. 머스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테슬라 공장은 그 자체가 제품”이라면서 “(로보택시) 사이버캡 생산라인은 그 어떤 자동차 산업에서도 유례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닛산 공장을 인수해도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쓸모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인지, 인수 가격을 낮추기 위한 협상전략인지는 알 수 없다. 한편 닛산이 기술 부문에서 전략적 파트너를 물색하는 가운데 일부 이사들은 테슬라와 애플을 이상적인 파트너로 제시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5-02-22 04:38:00[파이낸셜뉴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그린 영화 '하얼빈'이 해외 117개국에 판매됐다고 전했다. 특히 일본에 수출됐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서경덕 교수는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 문화 콘텐츠가 널리 퍼지면서 이제 세계인이 한국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증거"라며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해 한국과 동북아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데 큰 몫을 해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배급사 CJ ENM에 따르면 '하얼빈'은 미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 이미 현지 관객을 만나고 있고 호주, 뉴질랜드, 대만 등에서는 이달 말께 개봉을 앞뒀다. 나머지 나라에서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서 교수는 "3년 전 안중근 의사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영화 '영웅'이 개봉된 이후 일본 SNS에서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며 논란이 된 바 있다"며 "당시 일본 누리꾼들은 '안중근은 테러리스트', '테러리스트를 영화화한 한국', '이 영화를 근거로 한국과 국교단절' 등 어이없는 주장을 펼쳤다"고 회고했다. 이어 일본 총리를 지낸 스가 요시히데가 지난 2014년 중국에 안중근 기념관이 개관하자 "일본 초대 총리를 살해해 사형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말한 점을 상기하며 "이는 일본 정부가 올바를 역사 교육을 시행하지 않았기에 벌어진 일"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5-01-17 09:31:11[파이낸셜뉴스]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12일 취임 후 처음으로 "귀신들이 출몰한다"라는 총리 관저 옆 공저에서 숙박했다. 13일 요미우리 신문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후에도 관저에서 약 400m 떨어진 중의원 숙소에서 생활해 오다가 공저로 옮겼다. 앞으로는 공저에 머물며 위기관리에 대응할 방침이다. 공저는 지난해 말 수리 작업이 완료됐고, 숙소에서 도보 약 1분 거리로 매우 가깝다. 단 이시바 총리 부부는 중의원 숙소를 완전히 정리하지는 않고, 앞으로도 유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총리 공저는 1936년 일왕의 친정 체제를 주장한 일본군 1400여 명이 일으킨 쿠데타의 무대다. 쿠데타는 실패한 뒤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시바 총리는 "나는 '유령 큐타로' 세대라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 실제로 보면 무서울지도 모르지만 신경 쓰지는 않는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만화는 유령 '큐타로'가 주인공으로 1960년대에 연재됐다. 공저는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때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역대 총리가 대부분 이곳에 머물렀지만, 2차 아베 내각 당시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도쿄의 자택에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의원 숙소에서 통근했다. 이후에는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2021년 12월 9년 만에 공저를 이용하게 됐지만, 알려지지 않는 이유로 2023년 한밤 중 공저를 떠나 호텔에 숙박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관저 설비에 결함이 생겼다"라고 설명했으나 "귀신이 나온 것 아니냐"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또 "춥다"거나 "너무 넓어서 안심이 안 된다"라는 등의 평가가 꾸준히 나왔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2025-01-13 10: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