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3일, 일본 도쿄 한복판에 위치한 왕실 정원인 신주쿠 교엔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일본 내각이 주최하는 야외 행사인 '벚꽃 보는 모임(を見る)'이 열렸다. 정재계 인사와 연예인 등 1만8200명이 모인 이번 행사에서는 전에 없던 광경이 펼쳐졌다. 바로 '레이와(令和) 오지상(아저씨)'과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만든 기다란 줄이었다. 레이와 오지상은 지난 4월 1일 일본의 새 연호 발표 당시 연호(레이와)가 적힌 액자를 들어 올렸던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의 별명이다. 지난 2012년 일본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약 7년 가까이 아베 내각의 얼굴을 대표했던 그는 이제 '차세대 아베'로 국내외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스가는 족벌과 세습으로 가득한 일본 정치계에서 빈손으로 시작해 내각 2인자까지 오른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다. 1948년 12월 6일에 일본 북서부 아키타현 유자와시에서 태어난 그는 올해 한국 나이로 72세다. 스가의 아버지는 만주국에서 철도회사 직원으로 일하다가 일본 패망후 고향에서 농사를 지었다. 어머니는 교사 출신이었으며 누이 2명 역시 교사가 됐다. 유자와시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그는 누이들처럼 교사가 되지 않겠다면 서도 농업 대학에 가라는 아버지의 권유도 뿌리쳤다. 그는 무작정 도쿄로 상경해 이타바시구의 골판지 공장에 취직했고 대학에 가겠다며 2년간 공장일과 공부를 함께해 당시 사립대 중 학비가 가장 쌌던 호세이대학에 들어갔다. 26세가 되던 1973년에 정치학 학사 학위를 받은 스가는 겐덴세비 주식회사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했다. 그는 직장인으로 지내는 동안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정치이며 정치 세계를 체험하고 싶다"고 확신했다. 스가는 무작정 정치인이 되고 싶다며 호세이대학의 취업상담 부서를 찾아갔고 같은 호세이대학 출신인 나카무라 우메키치 중의원(하원) 의장과 그의 비서를 소개받았다. 스가는 나카무라 의장과 같은 파벌이었던 오코노기 히코사부로 중의원의 비서로 취직해 11년간 일했으며 1987년에 요코하마시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그는 이때부터 중의원 비서 생활 당시 쌓은 인맥을 활용해 요코하마 시장과 밀접한 관계가 됐으며 요코하마의 '그림자 시장'이라고 불렸다. 스가는 1996년 중의원 선거에서 요코하마 가나가와현 제 2구에서 자민당의 공천을 받아 당선, 중앙정계에 첫발을 디뎠다. 그는 자민당 활동을 통해 같은 우익 성향의 아베와 가까워졌다. 스가는 정치 가문에서 엘리트 과정을 밟아온 아베와 배경이 전혀 달랐지만 함께 북한에 대한 강경책을 주장하며 발을 맞췄다. 스가는 아베가 2006년 처음으로 총리가 됐을 당시 총무상으로 발탁됐으나 이듬해 아베 내각이 사퇴하자 함께 물러났다. 스가는 이후 우익 성향의 아소 다로 내각을 지지하며 당 활동을 이어나갔고 아베에게 다시금 총리 자리에 도전하라고 부추겼다. 스가는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아베에게 져도 좋으니 선거에 나가야 한다며 아베를 설득했고 2012년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지금까지 관방장관만 3연임했다. 그는 정부 대변인과 내각의 관리자 역할을 동시에 맡아 7년간 아베 내각의 국내외 관계를 관리했고 역대 최장 관방장관 재임 기록을 세웠다. 과거 정치 행적을 살펴보면 스가는 리더보다는 참모에 가까운 역할이었다. 그는 이미 지난해 NHK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롤모델이 과거 전국을 통일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아닌 그의 동생이었던 도요토미 히데나가라고 밝혔다. 스가는 지난 8일 인터뷰에서 차기 총리 역할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당 내에서는 그를 넘어설 인물이 거의 없다. 13일 여론조사에 의하면 스가의 지지율은 7%로 지난해 10월(2%)보다 크게 뛰었으며 이 같은 지지율 급등의 배경에는 그가 연호 발표에 등장했다는 점도 한몫했다. 지난 1989년 1월에 헤이세이(平成) 연호를 발표했던 오부치 게이조 당시 관방장관도 '헤이세이 오지상'으로 불렸으며 훗날 총리에 올랐다. 스가는 이달 9일부터 관방장관으로는 이례적으로 미국을 방문해 미 핵심 장관들과 만나 아베의 후계자 입지를 굳혔다. 아베 역시 지난 2005년 자민당 간사장 대리 자격으로 미국을 찾아 주요 각료들과 회동했다. 스가의 정치 성향은 아베와 매우 비슷하다. 스가는 지난 2014년 1월에 중국 하얼빈역 안중근 기념관 개관 당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안중근은 일본의 초대 총리를 살해해 사형 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말했다. 그는 뿐만 아니라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자위대 근거 마련을 위한 개헌 등 아베 내각의 주요 정책을 지지하고 있고 일본의 핵무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지닌 전형적인 우파다. 2006년에 총무상에 올랐을 당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매년 다녀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스가는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그는 6세 어린 아베가 사석에서 농담을 던지더라도 철저히 존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06년에는 국영 NHK 방송에 납북 일본인 관련 프로그램을 방송하라고 '지시'해 물의를 빚었다. 스가는 2012년 아베 내각 출범 당시에도 각료들을 모아놓고 역사 관련 발언을 내각의 중론과 다르게 함부로 하면 각료직에서 쫒아낼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아베의 오른팔이자 '그림자 총리'로 불리는 스가가 정말 차기 총리가 될 지는 불확실하다. 지난 3월 현지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54%는 이미 3연임에 성공한 아베가 4연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일단 스가는 차기 총리 지지율에서 같은 당의 고이즈미 신지로 후생노동부회장(23%)에 밀리고 있다. 만약 그가 총리가 되더라도 현재 일본의 정치 흐름이 크게 바뀔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그가 아베의 충직한 심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베 또한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스가를 또 다른 연임을 위한 디딤돌로 이용할 확률이 높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19-05-16 21:22:28【도쿄=김경민 특파원】 이달 27일 차기 일본 총리를 뽑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과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의 양강 구도로 형성되고 있다. 1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공영 NHK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재에 적합한 인물 1위에 이시바 전 자민당 간사장이, 2위에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각각 올랐다. 1220명(유효 응답자 기준) 응답자의 28%가 이시바 전 간사장을 꼽았고,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23%로 5%p 격차를 보였다. 이어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 담당상(9%), 고노 다로 디지털상(6%),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4%),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4%) 순이다. 3위부터 12위까지는 한 자릿수 지지율로 두각을 나타내는 후보는 없었다. 표본을 자민당 지지층으로만 설정했을 때도 1·2위는 바뀌지 않았다. 이시바 전 간사장(29%)과 고이즈미 전 환경상(27%)의 격차는 줄어들고, 다카이치 경제안보 담당상(13%), 고노 다로 디지털상(6%)이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과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이번 총재 선거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면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민영 JNN이 7∼8일 1011명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28.5% 지지로 1위였고, 이시바 전 간사장(23.1%)이 2위였다.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24∼25일 1058명을 전화 설문한 결과에선 이시바 전 간사장과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각각 21%의 지지를 받아 공동 1위에 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TV도쿄가 같은 달 21∼22일 595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선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23%로 지지율이 가장 높았고, 이시바 전 간사장(18%)은 2위였다. 전날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젊은 총리 후보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공식 지지한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올해 43세의 젊은 나이와 준수한 외모로 개혁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NHK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자민당 총재 선거를 계기로 논의되기를 바라는 문제는 △연금 등 사회보장제도(35%) △경제·재정정책(26%) △정치자금·정치개혁(17%) △외교·안보(11%) 등이었다. 기시다 후미오 현 내각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전월보다 5%p 내린 20%로 정권 출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집권 여당의 수장이 총리가 된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4-09-10 13:39:54【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집권 자민당이 9월 27일 차기 일본 총리를 뽑는 총재 선거를 실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는 이례적으로 10명 이상의 인사가 '포스트 기시다'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기시다 불출마, 떠오르는 잠룡들1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은 선거 시작을 알리는 고시를 기존 9월 12일에서 15일로 늘릴 방침이다. 자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대표 선출일이 다음달 23일이라는 점과 홍보 효과 등을 고려해 이달 20일 총재 선거 일정을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도통신은 "입헌민주당으로 향하는 관심을 자민당으로 돌리고, 선거 기간 확대로 정보 제공 기회를 늘려 파벌 비자금 사건으로 잃은 신뢰를 회복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일본 언론은 출마가 점쳐지는 유력 정치인들의 움직임을 연일 보도 중이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의원은 아직 없으나 10여명이 '포스트 기시다'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자민당 중견·신진 의원 지지를 받는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입후보에 필요한 의원 추천인 20명을 확보했다고 판단해 이르면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입후보 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패했던 고노 다로 디지털상은 자신이 속한 파벌 수장인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와 만나 출마 의사를 전했다. 의원 54명이 속한 아소파는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에도 유일하게 해산하지 않은 파벌이다. 아소 부총재는 고노 디지털상에게 파벌 지지를 확실히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총리가 이끌던 파벌인 '기시다파' 좌장이었던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후생노동상과 관방장관을 지낸 가토 가쓰노부 의원 등도 선거 준비에 들어갔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사이토 켄 전 경제산업상, 노다 세이코 전 총무상 등도 입후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절대강자 없는 집권당두 자릿수 후보가 총재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2000년 이후 총재 선거는 줄곧 5명 이하의 후보가 치러졌기 때문이다. 2008년 아소 다로 총리, 2012년 아베 신조 총리 당시는 5명이 입후보했고 2021년 기시다 총리 때는 4인이 경쟁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 여당의 총재가 총리가 된다.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로 기시다는 총재직 3년 임기가 만료되는 9월 말 총리직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한편 자민당 총재 선거 일정이 확정되면 내달 하순 미국 뉴욕 유엔 총회 연설은 불출마 의사를 표명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퇴임을 앞두고 내달 22일부터 며칠간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최종 조율 중"이라며 "기시다 총리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재선 도전을 포기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 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도 2021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힌 뒤 미국을 방문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정상회의에 참석한 바 있다. km@fnnews.com
2024-08-18 18:29:41【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집권 자민당이 9월 27일 차기 일본 총리를 뽑는 총재 선거를 실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는 이례적으로 10명 이상의 인사가 '포스트 기시다'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기시다 불출마, 수면 위로 떠오르는 잠룡들 1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은 선거 시작을 알리는 고시를 기존 9월 12일에서 15일로 늘릴 방침이다. 자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대표 선출일이 다음달 23일이라는 점과 홍보 효과 등을 고려해 이달 20일 총재 선거 일정을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도통신은 "입헌민주당으로 향하는 관심을 자민당으로 돌리고, 선거 기간 확대로 정보 제공 기회를 늘려 파벌 비자금 사건으로 잃은 신뢰를 회복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일본 언론은 출마가 점쳐지는 유력 정치인들의 움직임을 연일 보도 중이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의원은 아직 없으나 10여명이 '포스트 기시다'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자민당 중견·신진 의원 지지를 받는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입후보에 필요한 의원 추천인 20명을 확보했다고 판단해 이르면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입후보 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패했던 고노 다로 디지털상은 자신이 속한 파벌 수장인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와 만나 출마 의사를 전했다. 의원 54명이 속한 아소파는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에도 유일하게 해산하지 않은 파벌이다. 아소 부총재는 고노 디지털상에게 파벌 지지를 확실히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총리가 이끌던 파벌인 '기시다파' 좌장이었던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후생노동상과 관방장관을 지낸 가토 가쓰노부 의원 등도 선거 준비에 들어갔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사이토 켄 전 경제산업상, 노다 세이코 전 총무상 등도 입후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절대강자 없는 집권당, 총리하기 딱 좋은 기회 두 자릿수 후보가 총재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2000년 이후 총재 선거는 줄곧 5명 이하의 후보가 치러졌기 때문이다. 2008년 아소 다로 총리, 2012년 아베 신조 총리 당시는 5명이 입후보했고 2021년 기시다 총리 때는 4인이 경쟁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 여당의 총재가 총리가 된다.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로 기시다는 총재직 3년 임기가 만료되는 9월 말 총리직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한편 자민당 총재 선거 일정이 확정되면 내달 하순 미국 뉴욕 유엔 총회 연설은 불출마 의사를 표명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퇴임을 앞두고 내달 22일부터 며칠간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최종 조율 중"이라며 "기시다 총리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재선 도전을 포기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 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도 2021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힌 뒤 미국을 방문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정상회의에 참석한 바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4-08-18 12:48:20【 도쿄=김경민 특파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사진)가 9월 총리직에서 물러난다. 기시다 총리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9월 실시되는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당의 총재가 총리가 된다.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로 기시다는 총재직 3년 임기가 만료되는 9월 말 총리직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이 바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첫 번째 단계는 내가 물러나는 것"이라며 "다가오는 총재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1년 10월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후계자로 취임한 기시다 총리는 당내 파벌의 정치자금 문제로 국민불신을 해소하지 못해 재선이 어렵다고 판단, 이날 퇴임을 결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km@fnnews.com
2024-08-14 18:40:31【도쿄=김경민 특파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9월 총리직에서 물러난다. 기시다 총리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9월 진행되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당의 총재가 총리가 된다.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로 기시다는 총재직 3년 임기가 만료되는 9월 말 총리직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관련기사 8면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이 바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첫 번째 단계는 내가 물러나는 것"이라며 "다가오는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치불신 초래 사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총재 선거를 통해 선출된 새로운 지도자들을 지원하는 데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9월 당내 총재직 선거에서 고노 다로 등을 꺾고 2021년 10월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후계자로 취임한 기시다 총리는 1000일 이상 총리직을 유지했다. 이는 기시 노부스케에 이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8번째로 긴 기간이다. 그는 당내 파벌의 정치자금 문제로 국민 불신을 해소하지 못해 재선이 어렵다고 판단해 이날 퇴임을 결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4-08-14 11:58:58【도쿄=김경민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일본에서는 미일 동맹이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낫케이)은 22일 "일본 정부 내에서는 미국 행정부의 레임덕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도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외무성은 지난 6월부터 '더 이상 (바이든이) 못 할 것 같다'는 아쉬움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면서 "일본에게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항하는 협력 파트너였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당시 총리는 워싱턴을 방문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일 정상이 성명에서 대만을 언급한 것은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중국과 연대하겠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냈다. 2021년 가을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취임한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높아졌다. 기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요구에 부응해 국방비 대폭 증액과 적의 미사일 발사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 보유 등 다양한 개혁을 추진해왔다. 외무성은 막후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관련된 사람들과 접촉하는 등 민주당과 공화당 간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자칫 구심력을 잃을 수 있는 미일 관계에 대해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미일 동맹을 굳건히 하기 위해 정세 대응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일본도 레임덕 정부이긴 마찬가지란 지적이다.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지지부진한 지지율의 기시다 총리가 교체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4-07-22 07:52:17【도쿄=김경민 특파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집권 자민당이 최근 주요 선거에서 잇따라 패하면서 당내에서 '기시다 총리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이미 퇴진 수준인 20% 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큰 선거에서 연이어 참패하면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의 재임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반년 넘게 퇴진 위기인 20% 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민당이 추천한 후보가 낙선하거나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당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3곳에서 치러진 주요 지방선거에서 자민당이 모두 패배한 것과 관련해 "기시다 총리를 '선거의 얼굴'로 해서 중의원(하원) 선거에 임하는 것을 당내에서 불안하게 보고 있다"며 "조기 중의원 해산(총리의 권한)을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자민당은 지난달 26일 선거에서 시즈오카현 지사를 비롯해 히로시마현 후추초 조초, 도쿄도 메구로구 도의회 의원 당선자를 단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산케이신문은 후추초가 선거구 재조정으로 기시다 총리 지역구에 속한 지역이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후추초 선거에서는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추천한 후보 출정식에 기시다 총리 장남이 참가하기도 했으나 자민당이 지지한 후보는 큰 표 차로 낙선했다. 앞서 자민당은 4월에는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기존에 보유했던 3석을 모두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에 내준 바 있다. 자민당이 연전연패하는 흐름은 3년 전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퇴진하기 직전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자민당은 스가 전 총리 집권 시절인 2021년 4월에 3석이 걸린 참의원(상원)과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전패했다. 6월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 8월에는 스가 전 총리의 텃밭인 요코하마 시장 선거에서도 당 지지 후보가 패배했는데 그 때와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실시한 5월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전달보다 2%p 오른 28%로 몇개월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자민당 파벌의 정치 자금 문제를 둘러싼 관련 의원의 처분이나 법 정비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대응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답변이 83%에 달했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는 '정책이 나쁘다'(40%)가 가장 많았고, '정부나 당의 운영 방식이 나쁘다'(38%), '지도력이 없다'(37%)가 뒤를 이었다. 정당 지지율은 자민당 27%, 입헌민주당 12%, 일본유신회 9%였으며 특정 지지 정당을 갖지 않는 무당파층은 33%였다. 4월에는 각각 29%, 13%, 8%, 33%였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4-06-02 18:58:01[파이낸셜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4일 "한일 모두 구조적 저성장,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신흥국에 추월당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최 회장은 이날 도쿄 오쿠라 호텔에서 한일경제협회 및 일한경제협회 공동으로 개최한 제56회 한일경제인회의 기조연설에서 "양국이 상호 보완적 경제 관계를 구축한다면 위기를 극복할 공통의 해법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양국이 협력을 심화하면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 같은 잠재력 높은 지역에 함께 진출해 시장을 선점하거나 미국이나 중국 등 주요국과 관계에서도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구체적으로 한일 양국이 관세를 전면 폐지하는 완전한 무역 자유화 시행 등 구체적 협력 방안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양국 모두 실질 국내총생산(GDP)와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것이라는 게 최 회장의 구상이다. 그러면서 "내년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 되는 해"라며 "기업인들이 좀 더 나서서 양국 간 협력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한일경제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일한경제협회 회장인 사사키 미키오 미쓰비시상사 전 회장을 비롯한 양국 재계 인사와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 등 약 300명이 참석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24-05-14 20:49:05[파이낸셜뉴스]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인들이 이번주 일본, 중국 경제계와 잇따라 만나 주목받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질서를 맞아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등 경제 협력 방안을 두고 폭넓게 머리를 맞댈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한일경제협회 및 일한경제협회가 주최하는 제56회 한일경제인회의가 14일부터 2박3일간 '미래로 이어지는 한일 파트너십'을 주제로 일본 도쿄 오쿠라호텔에서 열린다. 한일경제협회를 이끌고 있는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한일경제인회의 단장단은 이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예방해 약 30분간 회동했다.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 등 일본 고위 관료들과도 면담을 진행했다. 이날 기시다 총리와의 면담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에 힘입어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의 경제협력 방안을 둘러싼 폭넓은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단장단은 기시다 총리 면담에 앞서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와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을 맡고 있는 다케다 료타 전 총무상과도 각각 만남을 가졌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야후 지분 조정 사태'가 한일 외교 문제로 번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단장단이 지한파 인사들을 통해 한국 경제계의 우려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일본을 찾아 스가 전 총리와 누카가 후쿠시로 일본 중의원 의장을 만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등 기술적인 문제를 자본(지분)문제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조 의원의 지적에 일본 측은 "오해가 있다. 민간의 일은 민간에서 해결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으며, 라인 문제도 이 원칙을 갖고 접근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일 경제계는 한일경제인회의를 통해 반도체·디스플레이·수소·첨단로봇 등의 산업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경제계의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도 추진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한국 측 대표로 한일경제인회의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국내에서는 이달 말 주요 기업 총수들이 한·일·중 경제계 인사들이 총출동하는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할 예정이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3국 경제계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3국 비즈니스 서밋의 서울 개최는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이 행사는 동북아 경제협력과 교류 확대를 목적으로 2009년 첫 개최됐고, 2020년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중단됐다. 한국 대한상공회의소, 일본 게이단렌,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10대 그룹 총수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24-05-13 16: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