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선 '미나리'의 아이작 정 감독, 스티브 연 등 한국계 미국인이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지명되고 CNN은 2월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 배우들이 그 어느 때보다 눈에 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을 정도로 아시아계 미국인이 저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현실에선 아시아태평양계 대상 혐오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명 한국계 미국인 인사와 케이팝 가수들이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을 규탄하며 '#스톱아시안헤이트'(#StopAsianHate)을 외쳤다. 앞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 일대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희생했다. 하지만 미국 수사 당국이 인종 혐오 범죄로 보기보다 범인의 성 중독을 강조하면서 수사 당국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한국계 미국인 K팝 가수 겸 방송인 에릭남은 최근 미국 타임지에 ‘인종 증오 범죄 공론화’에 힘을 모아달라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애틀랜타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에릭남은 "과거 우리는 미국인처럼 보이고 싶었다"며 "(부르기) 쉬운 이름을 짓고, 부모의 모국어로 말을 해선 안 됐다"고 회상했다. 또 10대 시절 어머니가 운전한 차를 타고 가던 도중 뺑소니 사고를 당했을 당시 "(우리는) 사고의 피해자였는데 오히려 가해자의 위협과 인종차별적 욕을 먹었다"는 일화도 전했다. 에릭 남은 이번 애틀랜타 총기 사건을 인종 증오 범죄로 보지 않는 것과 관련해 "백인의 특권"이라고 지적했고 "인종 증오 범죄 공론화에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역시 미국에서 나고 자란 힙합 가수 박재범은 소셜미디어에 '#스톱아시안헤이트'(#StopAsianHate) 해시태그와 함께 "목소리를 보태달라고" 청했다. 2NE1 출신 씨엘을 비롯해 타이거JK, 에픽하이 타블로 등도 같은 해시태그를 공유했다. 앞서 미국 CNN의 한국계 미국인 아마라 워커 기자는 17일 'CNN 투나잇'에서 행인으로부터 인종차별 발언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애틀랜타 현지에서 총기 난사 사건 생방송을 준비하던 중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던 누군가 내게 '바이러스'라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며 “약 10분 전쯤 누군가 우리 앞을 지나가면서 이렇게 외쳤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겪는 인종차별의 예"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여동생을 인종차별 범죄로 잃은 '로스트'의 한국계 미국배우 대니얼 대 김도 17일 CNN에 출연해 애틀랜타 총기 사건을 비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인종차별에 따른 범죄라고 지적한 뒤 여동생의 사건을 언급했다. 김의 여동생은 집근처에서 조깅을 하다가 '인도'로 가라는 한 남성의 윽박에 남성의 말을 따랐으나, 가해자는 차를 후진시켜 그녀를 차로 치었고, 피해자가 항의하자 다시 그녀를 차로 치어 죽음에 이르게 했다. 대니얼 대 김은 "(여동생의) 가해자는 과거에도 아시안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한 전력이 있었지만 검사는 증오범죄가 아니라고 했고 부주의한 운전으로만 가해자를 기소했다. 이것은 우리의 역사다"라고 비판했다. 아시아태평양계 대상 혐오 범죄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2월 24일엔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을 상대로 한 혐오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결의안이 미국 하원에 발의되기도 했다. 시민단체 ‘스톱 AAPI 헤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3월19일∼12월31일 아시안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범죄 건수는 2808건에 달했으며, 이 중 한국계 피해 사례가 15.1%를 차지했다. 김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난 아시아인이고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이건 중국이 아니라 미국 뉴욕에서 전염된 것"이라며 "제발 아시아인들에 대한 편견과 무의미한 폭력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또 3월 18일 미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아시아계 미국인이 미국에서 켞는 폭력과 차별에 대해 증언하기도 했다. 3월 21일엔 오는 3월 26일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대상 혐오 범죄 반대 시위' 안내문을 링크했다. 최근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과 스티브 연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폭력 행위가 급증한 것"을 언급하며 "‘미나리’가 (인종, 세대간) 통합을 가져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골든글로브 TV 드라마부문 여우주연상 수상 경력의 샌드라 오는 직접 확성기를 잡았다. 21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샌드라 오는 '스톱아시안헤이트'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아시안 증오범죄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과 분노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며 "나는 아시아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외쳤다. 영화 '스타트렉' 시리즈의 한국계 배우 존 조는 "수치심은 인종차별주의자의 것이지 우리의 것이 아니다"라는 한국계 여성의 글을 트위터에 공유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1-03-22 09:15:21[파이낸셜뉴스]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한 여대생이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버스에서 흉기 공격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15일 NBC 등 외신들은 "지난 11일 인디애나주 블루밍턴 지역을 운행하는 버스 안에서 용의자 빌리 데이비스(56)가 인디애나대에 재학 중인 여대생(18)의 머리를 여러 차례 흉기로 찔러 살인미수 및 가중폭행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버스 내부 CC(폐쇄회로)TV에 담긴 영상을 확인한 결과 데이비스와 피해 학생 사이에는 별다른 접촉이나 대화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현지 사법 당국은 피해 학생이 머리에 자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졌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들은 데이비스가 자신의 범행 동기에 대해 "우리나라를 날려버릴 사람을 한 명이라도 줄이려고"라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전했다. 인디애나대는 성명을 내고 "이번 주 블루밍턴은 슬프게도 아시안 혐오가 실재한다는 점을 일깨웠다"라며 "그 누구도 배경과 민족, 소속 등을 이유로 괴롭힘이나 폭력을 당해선 안 된다"고 13일 입장을 밝혔다. 존 해밀턴 블루밍턴 시장도 이날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을 규탄한다"며 아시아 지역사회를 향한 연대를 표명했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가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차별을 막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인권 단체 '스톱 에이에이피아이 헤이트'(STOP AAPI HATE)는 지난 2020년과 2021년에 1만 건 이상의 증오 범죄가 발생했으며, 보고된 사건의 절반가량은 공공장소에서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3-01-15 23:36:25[파이낸셜뉴스] 지난해 흑인 인권운동 캠페인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를 지지했던 방탄소년단이 이번에 아시아인 대상 혐오 범죄에 목소리를 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서구사회에선 아시아인을 겨냥한 혐오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3월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 일대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희생했다. 시민단체 ‘스톱 AAPI 헤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3월19일∼12월31일 아시안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범죄 건수는 2808건에 달했으며, 이 중 한국계 피해 사례가 15.1%를 차지했다. 이에 유명 한국계 미국인 인사와 케이팝 가수들이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을 규탄하며 '#스톱아시안헤이트'(#StopAsianHate)을 외쳤다. 방탄소년단은 30일 공식 트위터에 `StopAsianHate`(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 `StopAAPIHate`(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를 해시태그로 붙인 뒤 한국어와 영어로 “인종차별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방탄소년단은 먼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슬픔과 함께 진심으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들 역시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 기억이 있다"면서 "길을 걷다 아무 이유없이 욕을 듣고 외모를 비하당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아시안이 왜 영어를 하느냐는 말도 들어보았다”고 말했다.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증오와 폭력의 대상이 된다는 건 저희가 감히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라며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합니다. 나, 당신, 우리 모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흑인 인권운동 캠페인 `블랙 라이브스 매터` 측에 100만 달러(12억여원)를 기부하며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다음은 방탄소년단의 SNS 글 전문 #StopAsianHate #StopAAPIHate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슬픔과 함께 진심으로 분노를 느낍니다. 저희는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 기억이 있습니다. 길을 걷다 아무 이유없이 욕을 듣고 외모를 비하당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아시안이 왜 영어를 하느냐는 말도 들어보았습니다. 저희의 경험은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비하면 아주 사소합니다. 하지만 그때 겪은 일들은 저희를 위축시켰고 자존감을 앗았습니다.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증오와 폭력의 대상이 된다는 건 저희가 감히 표현할 수 없는 고통입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아시안으로서 저희의 정체성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저희 목소리를 어떻게 전할지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우리가 전달해야 할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합니다. 나, 당신, 우리 모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1-03-30 15:32:24[파이낸셜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혐오범죄를 막기 위한 강력한 입법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9일(이하 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차별·폭력행위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혐오범죄 법안을 의회가 '신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코로나19 혐오범죄법'으로 이름 붙은 이 법안은 법무부가 코로나19 관련 혐오범죄를 관장해 각 주와 지방정부 법집행 기관들을 지원하고,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에 혐오범죄 정보를 더 많이 제공토록 하고 있다. 최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한국인 여성들을 포함해 8명이 총격으로 숨진 사건이 발단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아직 범죄 동기는 모르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우리 나라를 좀 먹고 있는 성차별, 반 아시안 폭력 위기 지속을 가능한 가장 강하게 비판한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에서는 34년만에 처음으로 전날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행위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기도 했다. 18일 청문회에서 바이든과 여러 의원들, 그리고 시민운동가들은 그레이스 멍(민주·뉴욕) 하원의원과 메이지 히로노(민주·하와이) 상원의원이 이달초 공동 발의한 '코로나19 혐오범죄법' 통과를 촉구했다. 시민단체 '스톱 AAPI 헤이트'가 전날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9일부터 올 2월 28일까지 아시아계 미국인(AA), 태평양 섬나라출신(PI)에 대한 혐오범죄는 3795건에 달했다. 욕설부터 신체적 공격, 직장내 차별, 온라인 괴롭힘 등 다양했다. 특히 지난해 이후 급증했다. 이 단체는 보고된 3795건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정치인들은 사후 약방문 식의 혐오범죄법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사전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지아주 하원의원 비 응우옌은 18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혐오범죄법은 예방적인 것이 아니다. 기소의 도구로 범죄 뒤에 사용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혐오범죄 입증은 쉽지 않다. 법 집행기관이 인종차별 동기에서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티브 코언(민주·테네시) 하원 의원도 이날 의회 청문회에서 "최근 반 아시아계 사건들은 혐오범죄의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공격들은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에 받아들기 어려울 정도의 두려움과 공포를 불러일으킨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애틀랜타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지도자들을 만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1-03-20 05: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