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재정확대를 주문한 것과 관련, "신재민 사무관보다 못한 대통령이라는 말을 들어서야 되겠느냐"고 일갈했다. 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채담당 기재부(기획재정부) 사무관은 나라빚을 줄이려 노력했는데, 대통령은 왜 나라살림을 위험으로 몰고 가는 것입니까"라며 이 같이 밝혔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지난해 말 문재인 정부가 기재부에 적자국채 발행을 압박했다는 내용의 폭로를 했었다. 이와 관련해 유 의원은 "신 사무관은 4조원의 적자국채 발행 시도와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의 국가채무비율을 39.4% 이상으로 높이라'는 부총리의 지시를 폭로했다"면서 "기재부가 신 사무관을 고발하고 부총리와 대통령이 이를 부인하자, 신 사무관은 자살 기도까지 할 정도로 고통을 받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채무비율을 40% 초반대로 관리하겠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국가채무비율 40%가 마지노선이라는 근거가 무엇인가"라면서 재정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이에 대해 "국가채무비율이 왜 40% 넘으면 안되는가. 16일 회의에서 경제부총리와 기재부 2차관은 대통령 앞에서 이미 지극히 상식적인 정답을 내놓았다"면서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재정건전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또 "4년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2016년 예산안을 비난하면서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인 40%가 깨졌다. 재정건전성 회복 없는 예산안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본인의 입으로 이렇게 말했다"며 "심각한 망각이거나 위선"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국가재정은 대통령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대통령의 개인재산이 아니다"라면서 "국민의 피같은 세금이고,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라고 덧붙였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2019-05-20 18:06:36'직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고발 당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33)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다. 직권남용 혐의를 받았던 김동연 전 기재부 부총리와 차영환 전 비서관도 불기소 처분됐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강성용 부장검사)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고소당한 신 전 사무관,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당한 김 전 총리와 차 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불기소 처분했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이 KT&G 관련 동향보고 문건을 외부에 유출한 행위, 적자 국채 추가발행에 대한 의사결정과 청와대 협의 과정을 외부에 공개한 행위가 공무상비밀누설과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자유한국당도 김 전 부총리와 차 전 비서관이 민간기업인 KT&G와 서울신문에 사장 교체 압력을 넣고, 적자 국채를 발행·취소하도록 지시했다며 이들을 고발했다. 검찰은 신 전 사무관의 기재부 문건 및 정책결정 과정 공개로 기재부의 담배사업 관리, 국채 발행 등 국가기능에 대한 위협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신 전 사무관이 유출한 문서는 '정식 보고 또는 결재 전의 초안 성격의 문서'이기 때문에 공공기록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총리와 차 전 비서관은 기재부 공무원들에게 예정돼 있던 1조원 국채매입, 일명 '바이백(Buy-Back)'을 취소하도록 압박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를 받았지만 검찰은 기재부 공무원들이 국채발행 한도를 탄력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봤다. 검찰은 김 전 부총리가 세계잉여금 확보를 통한 확대재정 정책 추진을 염두에 두고 국고국 공무원들에게 적자국채 추가발행 검토 지시를 했다가, 반대의견을 받아들여 결국 발행하지 않은 것임을 확인했다. 아울러 김 전 부총리가 인위적으로 국가채무비율을 높여 전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등 부당한 목적으로 적자국채 추가발행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인정하기 어렵다고 불기소 이유를 밝혔다. KT&G와 서울신문에 사장 교체 압력을 넣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이같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2019-04-30 16:27:37기획재정부가 청와대의 KT&G 인사 개입 및 적자국채 발행 강요를 주장했던 신재민 전 사무관에 대한 검찰 고발을 취소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10일 "신재민 전 사무관의 내부 문건·기록물 유출에 대한 검찰 고발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발 취소서는 이날 오후 서울 서부지검에 접수될 예정이다. 앞서 신 전 사무관은 청와대의 KT&G·서울신문 사장인사 개입, 적자 국채 추가발행 압박 등을 연이어 폭로,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기재부는 지난 1월 2일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 누설 및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이후 신 전 사무관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연락이 끊겼으나 경찰에 의해 생명이 지장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신 전 사무관이 자료를 유출해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것은 사실이나 현재 깊게 반성하고 있다"면서 "부모님 또한 재발방지를 위한 역할을 약속하는 등의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 전 사무관이 건강을 빨리 회복하고 조속히 사회로복귀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등을 감안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19-04-10 13:45:05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을 SNS 상에서 비방해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한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처벌을 면하게 됐다. 서울 영등포 경찰서는 지난 25일 신 전 사무관이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손 의원에 대한 처벌 불원서를 제출했다고 27일 밝혔다.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경찰은 해당 사건에 ‘공소권 없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측 관계자는 "신 전 사무관이 전화로 경찰에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고, 이후 가족을 통해 서면으로 처벌불원서를 냈다"고 설명했다. 앞서 손 의원은 지난 1월 2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신 전 사무관을 비방하는 글을 게시한 바 있다. 손 의원은 “(신 전 사무관이) 돈 벌러 나온거다. 신재민에게 가장 급한 건 돈”, "나쁜 머리 쓰며 의인인 척 위장했다", "불발탄을 든 사기꾼에게 더 망신을 당해선 안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글을 게시했고 다음날 해당 글을 삭제했다. 이에 시민단체 정의로운시민행동과 서민민생대책위는 서울남부지검에 손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신재민 #손혜원 #명예훼손 hoxin@fnnews.com 정호진 인턴기자
2019-02-27 13:19:03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잇따른 폭로를 계기로 공익신고자 보호제도 개선을 위한 법안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개정안 가운데는 공익제보의 범위나 대상을 확대하고, 신고기관도 기존의 국민권익위나 수사기관을 넘어 언론이나 인터넷 영역까지 넓히자는 내용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공익제보의 내용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국가내란죄, 간첩죄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발의됐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의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은 현행 수사기관, 국민권익위원회뿐만 아니라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한 제보도 공익신고로 간주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대에 맞게 신고 기관을 확대하고 공익신고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개정안은 공익신고를 받는 대상에 국회의원을 추가하며 언론이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한 공익신고를 하는 경우 정해진 절차에 따르지 않아도 공익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공익신고자에 대한 비방 및 명예훼손을 금지하여 공익신고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내용도 추가했다. 이밖에 공익침해행위의 범위에 공무원의 직권남용 등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도 추가해 공무원의 직권남용, 제3자 뇌물제공 등에 대하여도 공익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당 김정재 의원이 발의한 공익신고법 개정안은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국가내란죄, 간첩죄 등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공익 침해 행위로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은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국가내란죄, 간첩죄 등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이 위법 행위를 인지한 사람이 해당 위법행위를 신고하더라도 현행법상 「형법」을 위반한 행위는 공익침해행위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공익신고자로서 보호받을 수 없는 점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직권남용, 직무유기, 국가내란죄, 간첩죄 등 형법을 위반하여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하는 경우도 공익신고에 포함시켜 공익신고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공익신고자의 보호를 강화했다. 박대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공익신고 대상 범위를 확대해 공익침해행위 범위에 법률을 위반하거나 예산의 심각한 낭비를 초래하는 행위를 포함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공공익신고자의 감면 규정도 강화했다. 현행 공익신고자 보호 제도의 목적이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드는 데 있음에도 최근 일부 공익신고자 보호법 적용을 받는 공익신고자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점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다. 또 정부에서 공익신고자를 형사고발 하는 등 공익신고 제도가 위축되고 공익신고의 취지가 무색해질 우려가 있는 점 법개정안이 나온 이유 중 하나다. 박대출 의원은 "현행법은 건강, 안정, 환경, 소비자 이익, 공정한 경쟁 등 공익 침해행위 범위를 한정하고 있으나 영국·미국·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공익 신고대상의 범위를 범죄행위, 법적 준수의무 위반, 부정행위 등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며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
2019-02-05 20:19:12자유한국당이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사태와 관련해 한달째 국회차원의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렇다할 정치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두 사람 폭로 정국에 대한 여론의 주목도가 낮아진 데다 추가 폭로도 잠잠해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서영교 의원의 재판 개입 의혹 등 대형 이슈에 대한 원내전략 부재를 회피하는 용도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초 '김태우·신재민 폭로 사태'는 정치권을 뒤흔드는 주요 사건이었다. 민간인 사찰 의혹과 블랙리스트 명단 작성 논란, 적자국채 발행 의혹 등의 폭로에 따라 한국당은 국정조사·청문회 요구는 물론, 자체 TF를 만들어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이후 사안들이 수사 단계로 넘어가고, 신 전 사무관의 경우 자살소동까지 벌이면서 더 이상 이슈를 끌고갈 만한 동력이 사라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당 내부에선 추가폭로를 기대했지만 더 이상의 내부고발도 나오지 않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한국당 내부에선 두 사안을 계속 밀어부치는 데 대해 "원내 전략이 부족한 거 아니냐"와 같은 비판이 나온다.게다가 한국당이 지난해 12월부터 이 사안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권이 무대응전략으로 일관하면서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한국당은 청와대의 조해주 중앙선관위원 임명 강행에 반발해 2월국회 일정을 보이콧했지만, 민생법안 처리가 불명확해지면서 오히려 여론만 악화되고 있다. 일단 한국당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비위 의혹이 점차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와 당 특감반 진상조사단 등은 이날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김 전 반원과 신 전 사무관 사건 등에 관해 신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2019-01-29 17:25:29자유한국당이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사태와 관련해 한달째 국회차원의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렇다할 정치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두 사람 폭로 정국에 대한 여론의 주목도가 낮아진 데다 추가 폭로도 잠잠해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서영교 의원의 재판 개입 의혹 등 대형 이슈에 대한 원내전략 부재를 회피하는 용도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초 '김태우·신재민 폭로 사태'는 정치권을 뒤흔드는 주요 사건이었다. 민간인 사찰 의혹과 블랙리스트 명단 작성 논란, 적자국채 발행 의혹 등의 폭로에 따라 한국당은 국정조사·청문회 요구는 물론, 자체 TF를 만들어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이후 사안들이 수사 단계로 넘어가고, 신 전 사무관의 경우 자살소동까지 벌이면서 더 이상 이슈를 끌고갈 만한 동력이 사라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당 내부에선 추가폭로를 기대했지만 더 이상의 내부고발도 나오지 않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한국당 내부에선 두 사안을 계속 밀어부치는 데 대해 "원내 전략이 부족한 거 아니냐"와 같은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한국당이 지난해 12월부터 이 사안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권이 무대응전략으로 일관하면서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은 청와대의 조해주 중앙선관위원 임명 강행에 반발해 2월국회 일정을 보이콧했지만, 민생법안 처리가 불명확해지면서 오히려 여론만 악화되고 있다. 일단 한국당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비위 의혹이 점차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와 당 특감반 진상조사단 등은 이날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김 전 반원과 신 전 사무관 사건 등에 관해 신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진상조사단도 고발 자료 등을 지속 수집하고 있다. 김도읍 진상조사단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특감반의 비위 의혹에 대해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임 전 실장이나 조 수석의 직무유기가 더욱더 확실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이번 사태를 통해 불거진) 정권에 실세에 대해서도 계속 확인 중"이라면서 "확실해지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2019-01-29 15:47:16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은 "우리는 대통령과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제기한 적자국채 발행강요 및 국채상환계획 전격취소 문제, KT&G 사장 인사개입 문제에 대해 소상히 해명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15일 성명서를 통해 "대통령과 정부가 위 두 가지의 의혹에 관해 구체적으로 소상히 밝히지 않는다면, 국회는 이에 대해 국정조사권을 발동, 그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채의 발행과 상환문제는 국민의 부담이 되는 것으로 이에 관하여 의문스러운 일이 발생한 때에는 투명한 재정운영의 원칙상 이를 비밀로 할 것이 아니라 응당 그 자초지종을 밝히는 것이 정부의 의무라 할 것"이라며 "기획재정부가 한 신재민씨에 대한 고발을 취소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단체는 "아울러 우리는 헌법적 가치와 질서를 지키려다가 고통을 받거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우리 회의 창립취지에 따라 신재민씨에 대한 법률적 조력을 기꺼이 맡을 용의가 있음을 밝혀둔다"고 전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2019-01-15 09:08:10최근 들은 말 중에 춘풍추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을 줄인 말이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스스로를 대할 때는 가을 서릿발처럼 엄격하라는 뜻이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관실에 액자를 선물했다.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은 "비서실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이 되새겨야 할 사자성어"라고 말했다. 맞다. 권력을 쥔 이들은 춘풍추상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분수를 잃지 않는다. 일련의 사건을 춘풍추상 공식에 넣어보자. 청와대에 파견근무하던 6급 검찰 수사관이 민정수석실을 헤집었다. 이 수사관은 졸지에 미꾸라지가 됐다. 행시 출신 5급 자리를 박차고 나온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국가채무 관리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돌연 망둥어가 됐다. 4급 청와대 행정관은 아버지뻘 육참총장을 카페에서 만나 군 인사를 논의했다. 청와대는 "행정관이라고 총장을 못 만나란 법은 없다"며 그를 두둔했다. 춘풍추상이 뒤집어졌다. 남을 대할 땐 서릿발을 세우고, 자기를 대할 땐 봄바람처럼 순하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옛날 제갈량은 부하 마속을 칼로 베었다. 마속은 제갈량 친구의 동생이다. 병법에 밝아 제갈량도 매우 아꼈다. 하지만 명령을 어기고 싸움에 지자 눈물을 머금고 참했다. 독일 철학자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누구라도 그 과정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미국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모범사례로 링컨과 만델라 두 대통령을 든다. 링컨은 남북전쟁이 마무리될 즈음 "누구에게도 악의를 품지 말자"고 호소했다. "복수 대신 국가의 상처를 감싸자"고도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만델라 대통령은 아파르트헤이트, 곧 인종차별정책 아래서 27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하지만 그는 증오 대신 화해를 배웠다. "만델라는 자신을 감옥으로 보낸 사람들을 용서하고, 놀랍게도 그들을 이끌 수 있었다." 올브라이트는 말한다. "링컨과 만델라는 둘 다 괴물들과 싸웠다. 하지만 둘 다 괴물이 되지 않았다."('파시즘'·2018년). 국민은 '괴물' 박근혜정부를 단죄했다. 국회는 탄핵했고, 헌법재판소는 파면했다. 정권도 넘어갔다. 후임 문재인정부는 적폐청산의 칼을 힘껏 휘둘렀다. 그렇게 1년8개월이 흘렀다. 이제 뒤를 돌아볼 때가 됐다. 며느리 늙어 시어미 된다는 속담이 있다.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도 있다. "문재인정부 유전자엔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 순간 섬뜩했다.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신년 기자회견에서 신재민 전 사무관에 대해 "자기가 보는 좁은 세계 속의 일을 갖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젊은 공직자가 소신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기재부더러 고발을 취하하라고 했더라면 더 좋았겠다.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고 말한 이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마땅하다.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는 "당신 말에 동의하진 않지만, 당신이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내놓겠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신 전 사무관을 고발한 것은 패착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고발 취하를 "개인적으로 깊이 검토하겠다"고 했다. 깊이 검토할 것 없다. 문 대통령과 현 정권을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고발을 무르는 게 낫다. paulk@fnnews.com
2019-01-14 17:35:57경제정책 결정 과정에서 얻은 비밀을 누설했다며 기획재정부가 신재민 전 사무관을 고발한 사건을 서울서부지검이 수사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신 전 사무관에 대한 고발사건을 최근 서울서부지검으로 이송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은 신 전 사무관의 폭로 내용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이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고발한 사건을 서울서부지검이 수사 중인 점을 감안해 이같이 결정했다. 서울서부지검은 두 사건을 병합해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이 KT&G 관련 동향보고 문건을 외부에 유출한 행위, 적자 국채 추가발행에 대한 의사결정과 청와대 협의 과정을 외부에 공개한 행위가 공무상비밀누설과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지난 2일 고발장을 냈다. 이후 한국당은 지난 7일 김 전 부총리와 차영환 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이 민간기업인 KT&G와 서울신문에 사장 교체 압력을 넣고, 청와대는 적자 국채를 발행하도록 지시한 의혹이 있다며 직권남용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로 고발했다. 신 전 사무관이 고발 이튿날인 지난 3일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고 잠적하면서 내부 문제제기에 대한 '입막음용' 고발을 철회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9일 고발 취소 여부에 대해 "방침이 정해진 것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깊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2019-01-14 08:3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