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오는 12월 27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상환 대법관의 뒤를 이을 후보군이 4명으로 압축됐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14일 회의 끝에 대법관 후보 37명 중 4명을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제청 후보로 추천했다. 추천된 후보는 조한창(59·사법연수원 18기) 변호사, 홍동기(56·22기)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마용주(55·23기)·심담(55·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다. 조 대법원장은 4명 후보자의 주요 판결과 업무 내역 등을 공개하고, 오는 19일까지 법원 내·외부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후보자 1명을 선정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계획이다. 조한창 변호사는 상문고,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2년 부산지법 동부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수원지법 평택지원장과 서울행정법원 수석 부장판사를 거쳐 2021년부터 법무법인 도울 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홍동기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는 세종고,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법원행정처 윤리감사심의관·공보관·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마용주 고법부장판사는 낙동고와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7년 서울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윤리감사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거쳤다. 심담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보성고,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8년 서울지법 판사로 법복을 입었다. 사법연수원 교수,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산고법·서울고법 부장 등을 지냈다. 후보추천위원장인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법률가로서의 전문성은 물론,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장에 대한 확고한 의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대한 강한 신념,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아우르는 포용력과 시대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는 통찰력,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과 청렴함을 두루 갖춘 후보자를 추천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11-14 19:01:08[파이낸셜뉴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건 2심 재판부가 결정됐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정 교수 항소심 사건을 담당할 재판부를 형사 1-2부로 정했다. 재판장에는 엄상필 부장판사, 주심에는 심담 부장판사가 배정됐다. 재판장은 사건을 진행하는 역할을, 주심판사는 판결문 초안을 작성하게 된다. 두 부장판사 모두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를 역임했다. 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도 지냈다. 앞서 서울고법은 오는 22일자 사무분담에서 형사1부를 고등부장판사 3인으로 구성된 '경력대등재판부'로 변경하고 이승련·엄상필·심담 부장판사를 배치했다. 일반 재판부의 경우 재판장이 1명으로 고정돼있지만, 비슷한 경력의 판사 3명으로 구성된 대등재판부의 경우 사건마다 재판장이 따로 정해진다. 정 교수 2심 사건은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에 배당됐지만, 정준영 부장판사가 지난 5일 서울고법 사무분담에 따라 민사18부로 자리를 옮기고 형사1부가 고등법원 부장판사들로 구성된 대등재판부로 바뀌면서 재판장과 주심 판사가 정해지지 않았었으나 이날 재판부가 확정됐다. 한편 정 교수는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받아 법정구속된 후 항소장을 제출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1-02-16 14:21:45[파이낸셜뉴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11-14 18:10:18[파이낸셜뉴스] 오는 12월 27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상환 대법관의 뒤를 이을 후보군이 공개됐다. 대법원은 내외부로부터 천거를 받은 78명 중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심사에 동의한 37명의 후보를 21일 공개했다. 37명 중 법관은 35명, 판사 출신 변호사 등은 2명으로, 교수나 검사 출신은 없었다. 여성은 총 6명이 천거됐고, 그중 2명이 심사에 동의해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법원장급으로는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58·사법연수원 24기) △김수일 제주지법원장(59기·21기) △박형순 서울북부지법원장(53·27기) △정계선 서울서부지법원장(55·27기) △최호식 서울가정법원장(61·27기)이 후보에 포함됐다. 법관으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장을 맡았던 김시철(59·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과 의대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구회근(56·22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대법원은 오는 22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법원 내외부로부터 심사동의자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법원 홈페이지에서 후보군의 학력, 주요 경력, 재산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누구나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이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대법관 적격 유무를 심사해 제청인원 3배수 이상의 후보를 추천하게 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 중 3명을 선정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추천위원회는 당연직 위원 6명과 비당연직 위원 4명으로 구성되며, 추천위원장은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맡았다. 당연직 위원은 김상환 선임대법관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 조홍식 한국법학교수회장, 홍대식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등이다. 비당연직 위원 중 외부 인사는 이 총장과 김균미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초빙교수,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위촉됐으며, 대법관이 아닌 법관 위원으로는 이희준 서울고법 판사가 임명됐다. 아래는 피천거인 중 심사에 동의한 37명 명단. △구회근 △기우종 △김국현 △김대웅 △김무신 △김성수 △김수일 △김시철 △김종호 △김필곤 △마용주 △박영호 △박원규 △박진환 △박형순 △손봉기 △손철우 △신동헌 △심담 △심준보 △원익선 △윤강열 △윤경아 △이규홍 △이재권 △이제정 △이창형 △정계선 △정승규 △정재오 △정준영 △조한창 △최호식 △한창훈 △함상훈 △홍동기 △황진구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10-21 15:56:47[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먼 옛날에 위덕신(衛德新)의 부인이 홀로 먼 길을 출타하던 중에 어느 누각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그런데 밤에 객사에 도둑이 들어와 사람들을 겁박하고 돈과 패물을 빼앗고 객사에 불까지 질렀다. 부인은 너무 놀라서 침상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후로 부인은 불안, 초조해하면서 밤중에 아주 작은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들어도 놀라서 쓰려지면서 인사불성이 되기 일쑤였다. 집안 사람들은 소리가 나지 않게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걷고 물건끼리 서로 부딪쳐서 소리가 날까 봐 여간 조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부인의 증상은 시간이 지나도 좋아지지 않았다. 많은 의원들은 부인의 증상을 심병(心病)으로 보고 다양한 처방을 했다. 먼저 첫 번째 의원은 부인의 증상에 따라 기를 보하는 인삼(人蔘)과 심장을 안정시키는 진주(珍珠)를 첨가한 정지환(定志丸)을 처방했다. 정지환은 놀라고 두려워서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치료하는 처방이다. 그러나 차도가 없었다. 어느 의원은 온담탕(溫膽湯)을 처방했다. 온담탕은 심과 담이 허약하고 번거로워 일마다 잘 놀라고 꿈자리가 사납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허번(虛煩)하여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을 다스리는 처방이다. 효과가 없자 또 다른 의원은 건망, 정충(怔忡), 경계(驚悸), 불면에 쓰는 귀비탕(歸脾湯) 등을 처방했지만 부인의 증상은 여전했다. 당시 장자화(張子和)라는 의원이 치료에 나섰다. 장자화(張子和)는 호가 대인(戴人)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통 장대인(張戴人)이라고도 불렀다. 덕신은 무슨 이유였는지 몰라도 평소 장대인을 달갑게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의원들이 이미 치료를 해 봤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장대인에게 부인의 치료를 맡겼다. 장대인이 진찰을 해 보더니 “부인은 지금 심(心)과 담(膽)이 상해서 나타나는 심담허겁증(心膽虛怯症)입니다. 특히 족소양담경은 간목(肝木)에 속하는데, 담은 감히 감행하는 용기와 관련이 있어 놀라고 두려우면 담이 상하게 됩니다. 그러니 심과 담을 보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의원이 “그와 관련된 처방은 익히 써 봤지만 효과가 없었소이다.”라고 했다. 장대인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놀란 것은 양(陽)이니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고, 무서운 것은 음(陰)이니 안에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놀란 것은 그 까닭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부지불식간에 생긴 것이고, 두려운 것은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비롯된 것이지요. 그래서 놀란 것은 예측을 못하는 경우에 생기 때문에 익히 알고 있다면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장대인은 두 명의 시녀에게 부인의 양손을 한명씩 잡게 하더니 다리가 기다란 의자 위에 부인을 앉혔다. 그러고서는 높은 의자에 앉아 있는 부인의 앞쪽 바닥에 작은 궤짝을 하나 내려놓았다. 그러고서는 “부인 여기 보시오.”라고 하더니 나무 막대기로 궤짝을 세게 내리쳤다. 부인은 바닥에 놓인 궤짝을 쳐다보면서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아주 크게 놀랐다. 그러나 장대인은 “제가 그냥 나무 막대기로 궤짝을 쳤을 뿐인데, 무얼 그렇게 놀라는 것이요?”라고 했다. 부인이 잠시 진정이 된 후 장대인은 나무 막대기로 궤짝을 다시 한번 세게 내리쳤다. 부인은 전보다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장대인은 이렇게 서너 차례 반복해서 궤짝을 내리쳤다. 부인의 놀라는 기색이 점차 완만해졌다. 그러자 이제는 장대를 이용해서 문을 세게 쳤다. 또 몰래 사람을 부인의 등 뒤쪽에 있는 창문 쪽으로 보내 그림자를 비치게 하였다. 부인은 이제 전혀 놀라지 않았다. 부인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웃으며 “이것은 어떤 치료법입니까?”라고 물었다. 장대인은 “<내경>에 보면 놀란 자는 평지(平之)하라고 했는데, 이것은 그 치료 대강을 실천한 ‘경자평지요법(驚者平之療法)’입니다.”라고 했다. 이것은 기(氣)의 조절을 통해서 감정을 다스리는 법으로 정지요법(情志療法)이라고 한다. 옆에서 지켜보던 한 의원이 “경자평지(驚者平之)라니요. 평(平)란 어떤 의미입니까?”하고 물었다. 장대인은 “평지(平之)하라는 것은 쉽게 말하면 안정시키라는 의미입니다. 안정시킨다는 것은 일상적인 것으로 익숙해지게 하는 것입니다. 날마다 보는 것에 익숙해지면 놀라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우리는 처음 경험하는 것이나 처음 보는 것, 처음 듣는 소리에는 놀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것을 자주 경험하고 자주 보게 되고 자주 듣게 되면 놀라지 않는다. ‘그럴 것이다’라고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놀라지 않는 것이다. 의원이 다시 물었다. “그럼 하필이면 왜 나무 막대기로 바닥에 놓인 궤짝을 친 것입니까? 어깨를 내리치거나 소리를 질러서 놀라게 할 수도 있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장대인은 “놀라는 것은 신(神)이 위로 떠오르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정신이 사나워지면서 심지어 졸도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때 사람들은 눈을 치켜뜨게 되지요. 그래서 부인을 높은 의자에 앉혀 놓고 바닥에 있는 궤짝을 내리쳐서 부인으로 하여금 아래를 내려보게 한 것이고, 이로 인해서 흩어지려고 하는 신(神)을 거두기 위해서입니다.”라고 답을 했다. 실제로 눈동자가 쳐다보는 방향에 따라서 심(心)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무언가를 떠올리려고 할 때는 눈동자가 위쪽을 향하는 경우가 많다. 눈동자가 위쪽을 향해 있다는 것은 과도한 긴장 상태이거나 상대를 향한 공격적인 성향을 나타낸다. 반면에 깊은 사색에 잠기거나 명상을 할 때는 눈동자가 아래를 향한다. 그래서 눈동자를 아래로 쳐다보면 긴장감이 풀어지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사시(斜視)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불안장애, 조현병, 양극성 장애, 우울장애 등의 정신질환의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반대로 사시를 치료하게 되면 이러한 정신질환의 발현도가 낮아진다. 장대인은 그날 밤에 사람을 시켜 부인 처소의 창문을 두드려 보도록 했다. 다음 날 아침 부인에게 “밤에 무슨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까?”라고 묻자, 부인은 “저녁을 먹고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깊이 잠들어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혹시 저를 부르기라도 하셨습니까?”라고 했다. 이틀 후에는 비바람이 몰아치면 천둥 번개가 쳤는데도, 부인은 밤에 혼자 있으면서도 전혀 놀라지 않게 되었다. 남편인 덕신은 장대인의 치료에 매우 만족했다. 그래서 장대인의 치료라면 매우 신임하게 되었고 치료를 받을 때는 장대인이 하라는 대로 따랐다. 심지어 누군가 “장대인은 의학을 모른다.”라고 말할 것 같으면 창을 들고서는 그 사람을 쫓아내 버렸다. 덕신의 부인이 장대인의 정지요법으로 치료되었다는 소문이 나자, 어느 의원이 장대인을 찾아와 물었다. “혹시 경(驚, 놀람) 이외에도 노(怒, 분노), 희(喜, 기쁨), 사(思, 근심), 비(悲, 슬픔), 공(恐, 두려움)에 대한 감정을 이처럼 치료할 수 있습니까?” 그러자 장대인은 “그렇습니다. 비(悲, 슬픔)는 노(怒, 분노)를 다스릴 수 있으니, 슬프고 고통스러운 말로써 가슴 아프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럼 분노가 사라집니다. 희(喜, 기쁨)는 비(悲, 슬픔)를 다스릴 수 있으니, 장난치면서 친근하게 하는 말로써 즐겁게 만들면 슬픔이 사라집니다. 공(恐,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희(喜, 기쁨)를 다스릴 수 있으니, 두렵거나 누군가 죽었다는 말로써 공포를 느끼게 만들면 과도한 기쁨을 억누를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서 ”또한 노(怒)는 사(思, 근심)를 다스릴 수 있으니, 모욕하고 속이는 말로써 화가 나게 하면 근심이 사라집니다. 사(思, 근심)는 공(恐, 두려움)을 다스릴 수 있으니, 다른 걱정거리를 생각하도록 하여 그것에 뜻을 두게 하는 말을 함으로써 생각을 빼앗으면 두려움은 사라지게 됩니다.’라고 했다. 의원은 “어느 의원이라도 이 방법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입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장대인은 “무릇 이러한 다섯 가지는 반드시 교묘하게 속이는 기술이 있어야만 이목(耳目)을 변화시켜 환자의 감정을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자신에게 이러한 재주와 능력이 없는 의원이라면 섣불리 시도해서는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환자보다 의사의 기가 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야 환자는 의사를 믿고 따를 수 있습니다.”라고 당부했다. * 제목의 ○○은 ‘익숙’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유문사친(儒門事親)> ○ 內傷形. 衛德新之妻, 旅中宿于樓上, 夜值盜劫人燒舍, 驚墜床下, 自後每聞有響, 則驚倒不知人, 家人輩躡足而行, 莫敢冒觸有聲, 歲餘不痊. 諸醫作心病治之, 人參, 珍珠及定志丸, 皆無效. 戴人見而斷之曰:驚者為陽, 從外入也;恐者為陰, 從內出也. 驚者, 為自不知故也;恐者, 自知也. 足少陽膽經屬肝木. 膽者, 敢也. 驚怕則膽傷矣. 乃命二侍女執其兩手, 按高椅之上, 當面前, 下置一小几. 戴人曰:娘子當視此. 一木猛擊之, 其婦人大驚. 戴人曰:我以木擊几, 何以驚乎? 伺少定擊之, 驚也緩. 又斯須, 連擊三, 五次;又以杖擊門;又暗遣人畫背後之窗, 徐徐驚定而笑曰:是何治法? 戴人曰:《內經》云:驚者平之. 平者, 常也. 平常見之必無驚. 是夜使人擊其門窗, 自夕達曙. 夫驚者, 神上越也. 從下擊幾, 使之下視, 所以收神也. 一二日, 雖聞雷而不驚. 德新素不喜戴人, 至是終身厭服, 如有言戴人不知醫者, 執戈以逐之.(내상형. 위덕신의 부인이 여행 중에 누각에서 잠을 자다가, 밤에 도둑이 사람을 겁박하고 집에 불을 지르는 모습을 보고는 놀라서 침상 아래로 떨어졌다. 그 이후로 매번 어떤 소리를 듣게 되면 곧 놀라자빠지면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집안사람들이 조심스럽게 걷더라도 걸을 때마다 소리 나는 것을 어찌하지 못하였는데, 여러 해가 지나도록 낫지 않았다. 모든 의사들이 심병으로 치료하여 인삼이나 진주 및 정지환을 써보았지만 모두 효과가 없었다. 대인이 이것을 보고는 단정하여 말하기를 “놀라는 것은 양이니 외부로부터 들어온 것이고, 두려운 것은 음이니 내부로부터 나가는 것이다. 놀라는 것은 스스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고, 두려운 것은 스스로 아는 것이다. 족소양담경은 간목에 속하고, 담은 용감한 것이니, 놀라고 두려워하는 것은 곧 담이 손상을 받은 것이다.” 하고는 이에 2명의 시녀에게 명령하여 부인의 양쪽 손을 잡도록 하고, 높은 의자에 앉게 하면서 면전에 하나의 조그마한 궤짝을 놓게 하고는, 대인이 말하기를 “부인께서는 이것을 보십시오.” 하고는 나무 막대기로 사납게 두드리니 그 부인이 크게 놀랐다. 대인이 말하기를 “내가 나무막대기로 궤짝을 두드리는 것일 뿐인데, 어찌하여 놀라는 것이요?”하고는 잠깐 안정되기를 기다린 후에 다시 두드렸더니 놀라는 것이 조금 완화되었고, 또한 조금 있다가 연속적으로 3~5회 정도 두드렸다. 또한 방망이로써 문을 두드리게도 하고, 또한 몰래 사람을 보내어 부인의 등 뒤쪽에 있는 창문에 그림자를 비치게 하기도 하였더니 서서히 놀라는 것이 안정되었다. 이제야 웃으면서 말하기를 “이것은 어떠한 치료법이오?”하고 물어보았다. 대인이 말하기를 “<내경>에서 말하기를 ‘경자평지’하라고 하였는데, ‘평’이라는 것은 ‘상’을 말하는 것으로, 평소에 항상 보게 만들면 반드시 놀라지 않는 것이니, 이 밤에 사람으로 하여금 그 창문을 두드리게 하고 저녁부터 새벽에 이르도록 하게 한 것입니다. 무릇 경이라는 것은 신이 위로 벗어나는 것이니, 아래쪽에 궤짝을 두고서 두드려서 아래쪽을 보게 함으로써 신을 거두어들이게 끔 하는 것입니다. 1~2일 정도면 비록 천동소리를 듣더라도 역시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고 하였다. 위덕신은 평소에 대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때부터 죽을 때까지 만족하면서 승복하였으며, 만약 대인이 의학을 알지 못한다고 말하는 자가 있으면 몽둥이를 들고 쫓아내었다.) ○ 悲可以治怒, 以愴惻苦楚之言感之. 喜可以治悲, 以謔浪褻狎之言娛之. 恐可以治喜, 以迫懼死亡之言怖之. 怒可以治思, 以汚辱欺罔之言觸之. 思可以治恐, 以慮彼志此之言奪之. 凡此五者, 必詭詐譎怪, 無所不至, 然後可以動人耳目, 易人聽視. 若胸中無材器之人, 亦不能用此五法也. (비라는 감정은 노하는 것을 다스릴 수 있으니, 슬프고 고통스러운 말로써 가슴 아프게 만드는 것이다. 희라는 감정은 비하는 것을 다스릴 수 있으니, 장난치면서 친근하게 하는 말로써 즐겁게 만드는 것이다. 공이라는 감정은 희하는 것을 다스릴 수 있으니, 두렵거나 누군가 사망했다는 말로써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노라는 감정은 사하는 것을 다스릴 수 있으니, 모욕하고 속이는 말로써 자극받게 만드는 것이다. 사라는 감정은 공하는 것을 다스릴 수 있으니, 다른 것을 생각하도록 하여 그것에 뜻을 두게 하는 말을 함으로써 생각을 빼앗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무릇 이러한 다섯 가지는 반드시 교묘하게 속이는 기술이 도달하지 못하는 바가 없는 연후에야 다른 사람의 이목을 움직이고 다른 사람의 보고 듣는 것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니, 만약 흉중에 재주와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또한 이러한 다섯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3-12-29 14:33:14어느덧 가을이 무르익어 한 낮 최고 기온이 20도 안팎으로 떨어졌다.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 '수면장애'가 오기 쉽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개방 시스템에서 '수면장애'와 관련된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10월부터 1월까지 수면장애 환자가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의약에서는 수면장애(불면증)의 원인과 증상을 △잠이 안 오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심비양허(心脾兩虛) △잠을 잘 깨고, 허리와 무릎이 시큰거리는 음허화왕(陰虛火旺) △화가 잘 나고 잠들기 힘든 간화상요(肝火上擾) △속이 답답하고, 신물이 넘어와 잠들기 힘든 위부불화(胃腑不和) △겁이 많고, 꿈을 많이 꾸며 가슴이 두근거려 잠들기 힘든 심담허겁(心膽虛怯) 등 5가지로 분류한다. 한의약에서는 수면장애를 원인과 증상에 따라 한약과 침 치료, 약침 치료, 뜸 치료, 부항 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진행하는데 대추와 연자육, 산조인 등이 수면장애에 좋은 대표적인 한약재로 알려져 있다. '대조(大棗)'라고 불리는 대추에는 신경 안정 성분이 있고, 연꽃의 성숙한 종자인 연자육은 심장의 열을 내리고, 가슴이 뛰는 증상을 완화시킨다. 산대추 나무의 씨를 건조한 산조인은 '동의보감'에서도 가슴이 답답해 잠이 오지 않을 때 도움이 된다고 기록돼 있다. 한약이 수면장애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검증된 사실이다. 지난 2015년에 발표된 불면증에 효능이 뛰어난 한약, 가미산조인탕과 수면제의 효과를 비교한 실험의 결과를 보면, 가미산조인탕이 수면제인 에에스타졸람보다 효과가 뛰어났다. 또 다른 수면제 알프라졸람보다는 수면의 질 지수 개선 효과가 좋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수면장애 극복을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틈틈이 햇볕을 쬐고 취침 전 과식과 과음을 삼가하며, 스마트폰이나 PC사용을 자제하고, 족욕이나 반신욕으로 심신을 이완하거나 따뜻한 우유, 대추차 등 수면 유도에 도움이 되는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도 좋다.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 환절기와 겨울에는 무엇보다 면역력과 체력이 중요하다. 이 둘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충분한 수면'이다. 내 몸의 건강을 지키는 첫 걸음, 질 좋은 수면이다. 수면장애 증상이 있다면 지체 말고 한의약의 도움을 받도록 하자. 안덕근 자황한방병원 병원장
2023-10-12 17:56:23[파이낸셜뉴스] 어느덧 가을이 무르익어 한 낮 최고 기온이 20도 안팎으로 떨어졌다.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 ‘수면장애’가 오기 쉽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개방 시스템에서 ‘수면장애’와 관련된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10월부터 1월까지 수면장애 환자가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의약에서는 수면장애(불면증)의 원인과 증상을 △잠이 안 오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심비양허(心脾兩虛) △잠을 잘 깨고, 허리와 무릎이 시큰거리는 음허화왕(陰虛火旺) △화가 잘 나고 잠들기 힘든 간화상요(肝火上擾) △속이 답답하고, 신물이 넘어와 잠들기 힘든 위부불화(胃腑不和) △겁이 많고, 꿈을 많이 꾸며 가슴이 두근거려 잠들기 힘든 심담허겁(心膽虛怯) 등 5가지로 분류한다. 한의약에서는 수면장애를 원인과 증상에 따라 한약과 침 치료, 약침 치료, 뜸 치료, 부항 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진행하는데 대추와 연자육, 산조인 등이 수면장애에 좋은 대표적인 한약재로 알려져 있다. ‘대조(大棗)’라고 불리는 대추에는 신경 안정 성분이 있고, 연꽃의 성숙한 종자인 연자육은 심장의 열을 내리고, 가슴이 뛰는 증상을 완화시킨다. 산대추 나무의 씨를 건조한 산조인은 '동의보감'에서도 가슴이 답답해 잠이 오지 않을 때 도움이 된다고 기록돼 있다. 한약이 수면장애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검증된 사실이다. 지난 2015년에 발표된 불면증에 효능이 뛰어난 한약, 가미산조인탕과 수면제의 효과를 비교한 실험의 결과를 보면, 가미산조인탕이 수면제인 에에스타졸람보다 효과가 뛰어났다. 또 다른 수면제 알프라졸람보다는 수면의 질 지수 개선 효과가 좋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수면장애 극복을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틈틈이 햇볕을 쬐고 취침 전 과식과 과음을 삼가하며, 스마트폰이나 PC사용을 자제하고, 족욕이나 반신욕으로 심신을 이완하거나 따뜻한 우유, 대추차 등 수면 유도에 도움이 되는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도 좋다.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 환절기와 겨울에는 무엇보다 면역력과 체력이 중요하다. 이 둘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충분한 수면’이다. 내 몸의 건강을 지키는 첫 걸음, 질 좋은 수면이다. 수면장애 증상이 있다면 지체 말고 한의약의 도움을 받도록 하자. /안덕근 자황한방병원 병원장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3-10-11 19:40:32[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때는 조선시대. 어느 무더운 여름날 밤, 경상도 안동에 있는 도산서원의 이진동(李鎭東)은 잠을 이루지 못해 새벽녘까지 툇마루에 앉아있었다. 동쪽 하늘에는 그믐달이 떠 있었다. ‘여명(黎明) 직전의 그믐달이 처량하구나.’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밝은 별똥별이 그믐달 앞을 가로질러 떨어졌다. 이진동은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진동은 날이 밝자마자 손가락을 이리저리 짚어 일진(日辰)을 점쳐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규괘(睽卦)가 나왔다. 규괘는 위는 리화(離火, 불)괘이고 아래는 태택(兌澤, 연못)괘로 서로 부딪히는 성향을 나타낸다. 이것은 마치 중녀(中女, 離卦)와 소녀(少女, 兌卦)가 한 집에 살면서 뜻이 달라 서로 질시하는 모순에 휩싸인 상황이다. 어디선가 서로 간에 갈등이 생긴다는 것이다. 당시 조정은 정조의 정책에 반대하는 노론 벽파(僻派)와 사도세자를 기리는 데 찬성하면서 정조의 정책에 우호적인 소론과 남인으로 주로 구성된 시파(時派)와의 파벌싸움이 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조는 종기로 인한 병환(病患) 중이었고 점차 악화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진동은 노론 벽파에 의한 종기 치료를 가장한 시해(弑害)를 우려했다. 이진동은 조정에 큰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다. ‘무슨 큰 변고가 생길 징조구나.’ 어서 한양에 가봐야겠다고 작정하고 서둘러 길을 떠났다. “아버님 어디를 그리 급히 가시려는 겁니까?”하고 아들이 물었지만 대꾸할 시간도 없었다. 안동에서 한양까지의 거리는 630여리(里)나 된다. 1시간에 10리(4km)를 간다치면, 젊은이라도 한시도 쉬지 않고 자지 않고 걸어도 이틀하고 반나절 동안 걸어야 한다. 이진동은 젊어서는 축지법을 쓴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걸음이 빨랐지만 지금은 나이가 벌써 고희에 가까웠다. 일흔 나이에 쉬지 않거나 잠을 자지 않고 걸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며칠이 걸릴지 모를 일이었다. 이진동은 벌써 반나절 동안 쉼 없이 걸어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에 도착했다. 그때 누군가 숨을 헐떡이며 다가와 “형님~”하고 불렀다. 김한동(金翰東)이었다. 김한동 또한 어찌 알고서는 아침 일찍 경북 봉화에서부터 길을 나선 것이다. “자네도 같은 생각인가?”라고 이진동이 묻자, 김한동은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을 했다. 이진동은 김한동보다 7세 형이다. 그리고 서로의 눈빛을 주고받더니 바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진동과 김한동은 젊었을 때 과거를 함께 본 인연이 있었다. 그러나 모두 첫해 낙방을 했다. 이후 김한동은 다음 해에 재차 시험을 치러 합격해서 전라도 관찰사를 거쳐 승정원 승지까지 지냈다. 그러나 이진동은 다시 시험을 보지 않고서 안동의 도산서원에 머물며 후학을 양성하면 학문을 닦고 있었을 뿐이다. 이 둘은 교류를 통해서 수시로 나랏일을 걱정하면서 서로 간의 신뢰와 의지함이 있었다. 따라서 지방에서조차 정조의 안위(安危)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진동과 김한동은 저녁 무렵까지 쉬지 않고 내달린 통에 벌써 소백산 자락의 죽령(竹嶺)까지 왔다. 젊은이라도 쉽게 따라갈 수 없는 속도다. 깊은 산속은 어둠이 빨리 찾아왔다. 저녁이 되었지만 쉴 곳이 마땅치 않아 고갯마루에 앉아있는데, 멀리서 소쩍새 우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그 순간, 1800년 음력 6월 28일 저녁 유시(酉時, 17~19시). 정조는 종기를 앓은 지 18일 만에 승하했다. 소쩍새 울음소리가 더욱 처량하고 크게 들렸다. 불여귀(不如歸)라는 이름이 있는 소쩍새. 마치 ‘이미 늦었으니 돌아가니만 못하다’라고 하는 것 같았다. 이진동과 김한동은 정조의 승하 사실을 모른 채 계속해서 길을 서둘렀다. 그날 늦은 밤, 이들은 죽령 봉오리를 넘어 주막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다시 길을 나셨다. 벌써 단양까지 왔다. 주먹밥도 걸으면서 먹었고 멋진 경치에 넋을 잃을까 봐 단양팔경은 아랑곳하지 않고 땅만 보고 걸었다. 길을 묻는 와중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으니 사람들은 ‘이들이 혹시 미친겐가?’라면서 의아해했다. 단숨에 단양을 지나 금수산과 제천을 거쳐 힘겹게 천둥산 박달재까지 올랐다. 집을 나선 지 나흘째가 되었다. 이들의 얼굴은 근심이 가득 차 있었고 거의 말이 없었다. 이진동의 입술은 바짝 말랐고 입안은 소태처럼 꺼끌거렸다. 근심과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고 간혹 건망증처럼 깜빡거리면서 과거 일들이 잘 생각나지 않아 당황했다. 심장은 벌렁거리고 식은땀을 흘렸다. 심지어 코피까지 났다. 바로 전형적인 사려상비(思慮傷脾)로 인해 근심, 걱정이 너무 심해서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코피까지 보였다는 것은 혈열망행(血熱妄行)이었다. 김한동은 마치 누가 잡으러 오는 듯한 불안감이 느껴졌다. 며칠 밤을 지나면서 눕거나 일어나도 오매불망 편치 않았다. 이것은 허번증(虛煩症)이다. 뭔가에 접촉이 되거나 마른 나뭇가지를 밟는 작은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깜짝 놀랐다. 이것은 심담허겁증(心膽虛怯症)으로 근심과 걱정이 많아지고 잘 놀라면서 불안과 공포감이 나타나는 것이다. 심담허겁이 심해지면 불안신경증과 강박, 공황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 경기도에 도착했다. 여주와 이천을 지났고 장호원에 이르러서는 발바닥이 부르트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걸음걸이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드디어 한양에 다다랐다. 안동에서 출발한 지 단지 이레밖에 지나지 않았다. 젊은이라도 보름이상 걸릴 거리를 7일 만에 온 것이니 얼마나 조급했던 것일까. 그러나 ‘아뿔싸~!!!’ 한양에 들어서면서 정조가 이미 승하했다는 소식을 들게 되었다. 이들은 그 자리에서 삼각산을 향해 큰 절을 두 번 하더니 목 놓아 곡을 했다. 이진동과 김한동은 궁궐까지 다 와서는 궁궐 앞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이진동의 당시 나이는 68세였고, 김한동은 61세로 환갑의 나이였다. 때마침 정조의 상례(喪禮) 절차를 논하기 위해 궁을 오가는 정약용과 박지원이 이진동과 김한동을 발견했다. 정약용과 박지원은 이들이 이미 7일 전 아침에 출발하여 한양까지 걸어왔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깜짝 놀랐다. ‘어찌 알고서 승하하시기도 전에 집을 나섰단 말인가?’ 박지원은 그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서 의원의 진찰을 받도록 했다. 의원은 “이 어르신들은 노심초사로 인해 매사에 조급함이 심해서 나타나는 병증을 보이고 계십니다. 근심과 걱정, 울분과 속상함은 떨어 버리고 마음을 차분하게 하면서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귀비탕(歸脾湯)이나 온담탕(溫膽湯)을 복용하면 차도가 있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의원은 이진동에게 귀비탕을 처방했다. 귀비탕은 과도한 고민으로 인한 불안초조, 건망, 심장 두근거림, 식욕부진과 함께 과로 시에 보이는 코피에도 좋은 처방이다. 김한동에게는 화들짝 잘 놀라면서 노심초사하고 불면증에 좋은 온담탕을 처방했다. 이들은 다행스럽게 의원의 처방을 복용하면서 점차 건강을 회복했다. 이진동과 김한동은 건강을 회복한 후 잠시 한양에 머물며 한양의 유생들과 학문교류도 하고 마지막 정조의 장례까지 잘 마무리했다. 이진동과 김한동. 경상도 지역의 옛말에 바쁘거나 몹시 서두르는 모양을 ‘진동한동한다’라고 하는데, 바로 이진동과 김한동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러나 진동한동하면 조급병(躁急病)이 생긴다. 걱정한다고 해서 일어날 일이 일어나지 않는 법이 아니며, 서두른다고 해서 넘어질 것을 매번 바로 잡을 수도 없다. 그래도 세상일은 그렇게 흘러간다. 모든 일은 다시 시작하면 될 일이다. * 제목의 〇〇은 조급(躁急)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목민심서> 案, 今唯安東府土大夫, 猶爲鄕所. 先朝末年, 院長李某, 擬座首首望, 金承旨翰東, 旣經全羅監司, 而擬於副望, 蓋古法也. 古者, 八路皆然, 而後漸陵夷, 唯安東尙守古法. (살피건대, 지금에는 오직 안동부 만이 사대부가 아직도 향소가 되고 있다. 정조 말년에 도산서원의 원장인 이진동이 안동좌수의 수망에 오르고 승지 김한동은 이미 전라 감사를 지냈는데도 부망에 올랐으니, 이것이 옛 법인 것이다. 옛날에는 팔도가 모두 그러했는데, 후에 점차로 무너지고 오직 안동만이 아직도 옛 법을 지키고 있다.) <광제비급> 健忘者, 徒能而忘其事也, 用歸脾湯, 治脾經, 失血, 小寐, 發熱, 盜汗, 或思慮傷脾, 不能攝血, 以致妄行, 或健忘, 怔忡, 驚悸等症. (건망증은 모든 일을 해 놓고는 잊어버리는 것이다. 귀비탕을 처방한다. 비경이 혈이 부족해서 잠을 잘 못자고 열이 나며 도한이 나거나 혹은 생각을 많이 하여 비를 상해 피를 통섭하지 못하여 망행하여 출혈이 되거나 혹은 건망, 정충, 경계 등의 증상을 치료한다.) <의학강목> 驚悸怔忡. 時作時止者痰因火動. 溫膽湯. 治心膽虛怯, 觸事易驚, 或夢寐不祥, 遂致心驚膽懾, 氣鬱生涎, 涎與氣搏, 變生諸症. 或短氣悸乏, 或復自汗. (깜짝 놀라면서 심장이 두근거림, 때로 발작하고 때로 그치는 자는 담으로 인해 화가 동한 것은 온담탕으로 치료한다. 심담이 허겁하여 누가 건드리기만 하거나 매사에 잘 놀라며 혹은 잠을 자려고 누워도 편안하지 않고 마음은 두렵고 무서움이 느껴지며 기가 막히고 끈적이는 침이 생기며 침과 기가 다투면서 여러가지 제반 증상이 생겨난다. 혹은 기가 짧아지고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핍박해진다. 혹은 저절로 식은땀이 생긴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3-08-16 11:31:42[파이낸셜뉴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면서 가짜 회원 계정을 활용해 1000억원대 이익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심담·이승련·엄상필 부장판사)는 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재판에 기소된 송 의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두나무 최고재무책임자(CFO) 남모씨, 데이터밸류실장 김모씨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송 의장 등 두나무 운영진은 2017년 9~11월 업비트에 ID '8'이라는 가짜 회원 계정을 만든 뒤 거래량과 거래액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1491억원 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국내에만 수십여개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존재하는 만큼, 이들이 거래량을 늘리는 것이 고객 유입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판단해 임의로 거래량을 조절했다고 봤다. 1심은 송 의장 등 두나무 운영진이 특정 아이디를 통해 매매 주문을 반복적으로 제출·취소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통해 비트코인 거래 가격이 인위적으로 형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증거 수집 자체가 위법하게 이뤄졌다고 봤다. ' 재판부는 "검찰은 두나무 회의실에서 임직원들에게 아마존 클라우드에 접속하게 한 후 '8' 계정 거래내역을 내려받게 했다"며 "이런 원격 전산 서버는 압수수색영장에 수색 장소로 명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제시한 또 다른 증거인 남씨의 USB(이동식 저장장치) 내 문서는 혐의와 관련된 자료만 선별하는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김씨의 노트북을 압수할 때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지 않았단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2022-12-07 16:52:04[파이낸셜뉴스] 중국기업에서 뒷돈을 받고 투자상품 가치가 없었던 깡통어음 1600억원치를 국내에 유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증권사 직원들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심담·이승련·엄상필 부장판사)는 1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화투자증권 직원 A씨와 이베스트투자증권 직원 B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법인에도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A씨 등은 2018년 5월 국내 6개 증권사에 1600억원대의 중국 ABCP(특수목적회사가 매출채권, 부동산 등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를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으로부터 선수수료 명목의 돈 52만5000달러(약 6억원)를 받고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이 판매한 ABCP는 CERCG의 역외 자회사인 CERCG캐피탈의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어음으로, 검찰은 이들이 중국외환국(SAFE)의 지급보증 승인이 나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유통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일부 증권사에는 SAFE 이슈에 관해 설명한 점, SAFE 등록이 이뤄질 것으로 믿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이 같은 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SAFE 이슈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당시 SAFE 이슈를 비롯한 자세한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다'는 증권사 직원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2022-11-16 13:5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