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일본 공중목욕탕에서 10대 소년을 불법 촬영한 50대 싱가포르 외교관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4일 일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도쿄지검은 싱가포르 외교관 A씨(55)를 약식 기소했다. 같은 날 법원은 A씨에게 30만엔(약 263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주일 싱가포르대사관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2월27일 도쿄의 한 공중목욕탕 탈의실에서 스마트폰으로 중학교 1학년 소년 알몸을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시 A씨는 경찰에 "이 목욕탕에서만 5회 정도 몰래 촬영했다"고 혐의를 인정했으나 임의동행은 거부했다. 그는 면책 특권을 적용받는 외교관 신분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수사에 협조하지 않던 A씨는 4월에 싱가포르로 귀국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공론화되자 지난달 싱가포르 외교부는 A씨를 정직시켰다고 밝혔다. 결국 A씨는 이달 일본에 입국해 경찰 출두 요청에 응했다. 아사히신문은 한 국제법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형사 사건 발생 후 귀국한 외교관이 현지 경찰 출두 요청에 응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싱가포르 정부가 A씨를 설득해 수사에 응하도록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06-14 10:04:03이스라엘이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정파 하마스·헤즈볼라를 상대로 동시 다발적인 무력행사로 전쟁 위기를 키우면서,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서방 정부들이 직접 나서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들은 이스라엘과 이란을 상대로 확전 방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가자지구 휴전 협상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이스라엘 vs 이란, 강경 대응이스라엘 영자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7월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내각 안보 회의를 마친 뒤 대국민 연설을 진행했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이 지난 며칠 동안 적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고 강조했다. 그는 "3주 전 우리는 하마스 군사 지도자 무함마드 데이프를 공격했다. 2주 전엔 후티를 공격했고 이는 공군이 수행한 가장 먼 거리의 공격 중 하나였다. 어제는 헤즈볼라 군사 지도자 푸아드 슈르크를 공격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반년 넘게 국경에서 포화를 주고받던 헤즈볼라가 7월 27일 국경지대 축구장에 로켓 공격을 가해 어린이 등 12명이 숨지자, 직접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격해 슈르크를 제거했다. 네타냐후는 "베이루트로부터 위협이 있다. 우리는 모든 시나리오에 준비되어 있다"면서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외에서 가자전쟁을 끝내라는 압박을 받았다며 "그때에도 그러한 목소리에 굴복하지 않았고 지금도 굴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이날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차 이란 수도 테헤란에 머물렀던 하니예는 슈르크 사망 몇 시간 뒤에 유도 미사일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이란은 사건 즉시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7월 31일 오전에 최고 국가안보회의를 열어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라고 지시했다. 하메네이는 "범죄자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우리의 손님을 순교하게 했다"면서 "공화국 영토에서 발생한 쓰라린 사건과 관련해 그의 피 값을 치르는 것을 우리의 의무로 여겨야 한다"고 밝혔다. ■확전 막으려는 서방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특사로 페제시키안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했던 엔리케 모라 EU 대외관계청 사무차장은 하니예 암살 직후 이란 관계자들과 접촉했다. 익명의 관계자는 모라를 비롯한 서방 외교관들이 "이란 정부에게 이번 일에 반응하지 말고 사태를 수습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방 외교관들은 이란에게 반응을 하지 않거나 지난 4월 공격처럼 상징적인 반응만 하라고 주문했다. 미국 역시 발 빠르게 움직였다. 7월 31일 사우디아라비아에 머물고 있던 미국의 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은 중동 파트너들과 만났다. 그는 곧장 이집트 카이로 향해 가자지구 해법을 논의할 계획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싱가포르 CN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하니예 사망과 관련 "미국은 암살을 인지하고 있거나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NYT는 7월 31일 보도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약 6개월 남은 자신의 임기 중에 가자전쟁을 끝내고, 전임 정부에서 시작된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를 마무리 지으려 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로 이달까지도 휴전 협상을 진행했으나 핵심 담당자였던 하니예가 사망하면서 추가 협상을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8-01 18:11:40[파이낸셜뉴스] 이스라엘이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정파 하마스·헤즈볼라를 상대로 동시 다발적인 무력행사로 전쟁 위기를 키우면서,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서방 정부들이 직접 나서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들은 이스라엘과 이란을 상대로 확전 방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가자지구 휴전 협상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스라엘 vs 이란, 강경 대응 이스라엘 영자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7월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내각 안보 회의를 마친 뒤 대국민 연설을 진행했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이 지난 며칠 동안 적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고 강조했다. 그는 "3주 전 우리는 하마스 군사 지도자 무함마드 데이프를 공격했다. 2주 전엔 후티를 공격했고 이는 공군이 수행한 가장 먼 거리의 공격 중 하나였다. 어제는 헤즈볼라 군사 지도자 푸아드 슈르크를 공격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반년 넘게 국경에서 포화를 주고받던 헤즈볼라가 7월 27일 국경지대 축구장에 로켓 공격을 가해 어린이 등 12명이 숨지자, 직접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격해 슈르크를 제거했다. 네타냐후는 "베이루트로부터 위협이 있다. 우리는 모든 시나리오에 준비되어 있다"면서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외에서 가자전쟁을 끝내라는 압박을 받았다며 "그때에도 그러한 목소리에 굴복하지 않았고 지금도 굴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이날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차 이란 수도 테헤란에 머물렀던 하니예는 슈르크 사망 몇 시간 뒤에 유도 미사일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지난 4월 이스라엘과 서로 미사일을 주고받았던 이란은 사건 즉시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7월 31일 오전에 최고 국가안보회의를 열어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라고 지시했다. 하메네이는 "범죄자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우리의 손님을 순교하게 했다"면서 "공화국 영토에서 발생한 쓰라린 사건과 관련해 그의 피 값을 치르는 것을 우리의 의무로 여겨야 한다"고 밝혔다. 확전 막으려는 서방...휴전 협상도 표류 불가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특사로 페제시키안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했던 엔리케 모라 EU 대외관계청 사무차장은 하니예 암살 직후 이란 관계자들과 접촉했다. 모라는 과거 이란 핵합의 협상에서 이란을 상대한 경험이 있다. 익명의 관계자는 모라를 비롯한 서방 외교관들이 "이란 정부에게 이번 일에 반응하지 말고 사태를 수습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방 외교관들은 이란에게 반응을 하지 않거나 지난 4월 공격처럼 상징적인 반응만 하라고 주문했다. 미국 역시 발 빠르게 움직였다. 7월 31일 사우디아라비아에 머물고 있던 미국의 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은 중동 파트너들과 만났다. 그는 곧장 이집트 카이로 향해 가자지구 해법을 논의할 계획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싱가포르 CN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하니예 사망과 관련 "미국은 암살을 인지하고 있거나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FT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축구장 사건 보복과 관련해 강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며 여기에 하니예 사건이 추가되었다고 지적했다. NYT는 7월 31일 보도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약 6개월 남은 자신의 임기 중에 가자전쟁을 끝내고, 전임 정부에서 시작된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를 마무리 지으려 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로 이달까지도 휴전 협상을 진행했으나 핵심 담당자였던 하니예가 사망하면서 추가 협상을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다. 영국 BBC는 하니예의 후임으로 지난해 10월 가자전쟁을 시작한 장본인이자 아직까지 가자지구에서 무장 투쟁을 지휘하는 강경파 야히야 신와르가 하니예의 뒤를 이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8-01 12:03:20[파이낸셜뉴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우만스케 마을을 장악했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우만스키 마을을 '해방'했으며, 지난 24시간 동안 우크라이나군 5개 여단에 패배를 안기고 5건의 반격을 격퇴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를 비롯한 '특별군사작전' 전장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 러시아군이 5월 한 달간 28개 마을을 장악했으며 우크라이나군은 8∼9㎞ 후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르키우에서 가까운 러시아의 접경지 벨고로드주에서는 우크라이나 공격에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가 주장했다. 그는 벨고로드 코로찬스키 지구의 행정 부수장 겸 지역 안보위원회 서기인 이고르 네치포렌코가 탄약 폭발로 사망하고 다른 관리들이 경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또 벨고로드 셰베키노 마을에서는 우크라이나의 포격에 버스 승객 5명과 길거리에 있던 1명이 파편에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민간인을 표적으로 한 공격은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오전 러시아 국방부는 밤사이 벨고로드, 쿠르스크주와 아조우해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3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중국이 러시아를 도와 이달 중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다른 국가와 지도자들에게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참석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는 중국의 영향력과 외교관까지 동원해 평화회의를 방해하기 위한 모든 것을 하고 있다"며 "중국 같은 독립적인 강대국이 푸틴의 도구라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6-02 19:43:25[파이낸셜뉴스]【베이징=이석우 특파원】중국의 대표적인 여성 외교관으로서 '중국의 입'으로 불려온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이 차관보에서 차관으로 승진했다. 중국 국무원은 27일 외교부 부장 조리(차관보)였던 화 대변인을 부부장(차관)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1970년생인 화 부부장은 장쑤성 출신으로 명문 난징대학을 졸업했다. 1992년 외교부 서유럽국(서구사)을 시작으로 주싱가포르 대사관·주유럽연합(EU) 대표단·외교부 유럽국(구주사) 등에서 일했다. 2012년 중국 외교부 역사상 다섯 번째 여성 대변인이 됐다. 차분한 안정감에 절제된 언어와 부드러움 속에서도 다부지고 강한 느낌을 준다는 평을 받아왔다. 이후 2019년 신문사장(공보국장)으로 올라섰고, 2021년엔 부장 조리로 승진하면서 최근까지 수석대변인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비롯, 이달 중순 중러 정상회담 등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여하는 주요 국제 행사에 배석해 왔다. 주요 국제 현안에 관해 엑스(X·옛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중국 입장을 적극 알려왔다. 화춘잉 대변인은 왕하이롱, 부잉 등에 이어 세 번째 중국 외교부의 여성 차관이 됐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2024-05-27 13:53:552017년 7월 싱가포르 외교가가 갑자기 발칵 뒤집혔다. 세계적 명성의 싱가포르 국립대에 리콴유 대학원을 설립하고 13년째 초대 학장을 맡고 있던 키쇼어 마부바니 교수를 전직 외교장관과 대사들이 공개적으로 비판했기 때문이다. 발단은 '소국은 언제나 소국답게 행동해야만 하는 것'이 국제정치의 불문율이며, 싱가포르는 남중국해 등 중국이 중시하는 사안에 대해서 함부로 나서지 말고 극히 말조심해야 한다는 마부바니의 언론 기고문이었다. 마부바니는 '소국'인 싱가포르는 '대국'인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말과 행동을 삼가고, 때로는 원칙을 굽히고 타협하는 것이 실리 확보를 위한 현명한 외교라고 주장했다. 싱가포르의 대표적 베테랑 외교관 출신인 마부바니의 이런 주장에 대해 그의 옛 동료들이 싱가포르 국익을 해치는 극히 위험한 발상일 뿐만 아니라 국부로 추앙받는 리콴유가 정립한 국익중심 원칙외교에 대한 모욕이라고 발끈한 것이다. 싱가포르는 서울보다 조금 넓은 면적에 인구도 570만 수준으로 그야말로 진짜 '소국'이다. 외교 상대는 모두 자신보다 덩치가 큰 '대국'들이다. 마부바니의 옛 동료들은 싱가포르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발전에 성공하고 국제사회에서 당당한 주권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마부바니의 주장과 달리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이래 결코 한 번도 '소국답게' 외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외교차관과 유엔대사 등을 역임한 빌라하리 카우시칸은 강대국이 좌우하는 국제정치에서 '소국' 싱가포르는 소국이라는 사실만으로 무시당하거나 강대국 간 흥정의 대상이 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소국답게 행동'하는 순간 전략적 존재감은 사라지고 국익을 지킬 수 있는 기반도 하루아침에 허물어진다고 마부바니를 맹비난했다. 그는 만약 싱가포르가 독립 이후 이웃의 덩치 큰 '대국'들의 수많은 외교적 압박에 스스로 알아서 굴복하고 타협했다면 이미 지도상에서 사라졌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그래서인지 마부바니는 그해 말 학장직을 그만두었다. 지도상에서 동남아의 '작은 붉은 점'으로 불리는 싱가포르는 적을 만들지 않고 모든 국가를 친구로 만드는 외교를 추구해 왔다. 이는 소국으로서 당연한 외교 지향이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강대국들의 자발적 선의에 기대거나 우호적 국제환경에 대한 어떠한 환상도 배제한 냉정한 현실주의 외교를 추구해 왔다. 또 국익과 원칙에 기반해 정립한 외교정책은 강대국의 어떠한 압력과 요구에도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다는 일관된 외교규범을 지켜왔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판하며 대러제재에 동참한 나라는 동남아에서 싱가포르가 유일하다. 중국의 온갖 회유와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만에 보병·기갑·포병 합동 전술훈련을 할 수 있는 훈련장을 3개나 유지하면서 대만과 군사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미군이 1990년대 초 필리핀에서 철수하자 다른 동남아 국가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군사협력 협정을 맺어 미국 항공모함이 창이 해군기지에 기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역내에서 힘의 공백을 방지하고 군사적 균형을 유지하고자 한 '소국' 싱가포르의 전략적 결단이었다. 또 전투기 등 미국의 첨단 군사장비를 꾸준히 도입하여 유사시를 대비한 상당한 국방력도 보유하고 있다. 바로 이런 점들이 '소국' 싱가포르가 중국을 비롯한 주변 '대국'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다. 싱가포르 소국 논쟁의 결론은 명확하다. 소국은 결코 '소국답게'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국과 소국의 우호적 관계는 굴종이 아니라 상호존중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하다. 소국이 자발적으로 굴복하거나 타협한다고 해서 대국의 존중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상대의 요구에 국익과 원칙을 타협하고 선의를 기대하는 것은 실리외교가 아니다. 더구나 국제정치에서 소국과 대국은 절대적인 구분이 아니라 상대적 개념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외교를 어떻게 하는가이지 나라 크기가 아니다. 외교가 곧 국력이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2024-05-12 18:33:52[파이낸셜뉴스]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씨가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히기 전, 이웃한 세르비아의 고급 아파트에 숨어지냈던 것으로 파악됐다. 6일(현지시간) 해외 매체 노바에 따르면 권씨는 수도 베오그라드의 부촌인 데디네에 있는 고급 아파트 '앰배서더 파크'의 복층형 한 채를 구매해 수개월간 거주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노바는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 아파트는 권씨의 측근인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200만유로에 구매했다고 전했다. 현재 환율로는 원화로 약 29억3000만원이다. 권씨와 한씨가 이곳에 거주하던 시기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적색 수배 명단에 올랐을 때다. 권씨와 한씨는 이외에도 주차 공간 2칸도 구매했다. 이들이 적어도 차량 2대를 보유했다는 뜻이다. 또 다른 현지 매체인 DL 뉴스는 이 아파트가 외교관과 부유층이 거주하는 고급 아파트 단지라고 소개했다. 이 매체는 이곳에서 한 주민에게 권씨와 한씨의 사진을 보여줬더니 본 적이 있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주민은 "안경과 긴 머리를 한 마른 체형의 남성이 단지 앞에서 검은색 고가 차량에 한참 동안 앉아 있다가 내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주민이 밝힌 인상착의는 한씨와 일치한다. DL 뉴스는 권씨가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세르비아 당국의 눈을 피해 숨어 지낼 수 있었는지 알 수 없다면서 과연 세르비아 당국이 권씨의 행적을 추적해 체포하려는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스럽다고 전했다. 또한 권씨가 은신했던 아파트가 주세르비아 한국 대사관에서 차로 6분 거리에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한국 당국은 세르비아 현지 경찰과 협력해 권씨를 추적하고 있었지만 그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권씨는) 훨씬 더 가까이에 있었다"고 꼬집었다. 권씨는 해외 도피 중에도 가끔 팟캐스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등장하며 공개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지난해 3월 초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통화에서 자신의 거주지를 당국과 공유하겠다는 요청을 거절한 적이 없으며 "그들은 분명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DL 뉴스는 세르비아 경찰 측에 권씨의 베오그라드 체류와 관련한 서면 질의서를 보냈으나 답변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권씨는 테라폼랩스 창업자로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 입국한 후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한씨와 함께 UAE 두바이행 전세기에 탑승하려다 위조 여권이 발각돼 11개월간의 도피 행각에 마침표를 찍었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권씨는 지난 3월 23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외국인수용소로 이송됐다. 권씨의 한국 송환 결정이 몬테네그로 대법원에서 뒤집힌 가운데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40년 안팎인 한국과 달리 미국은 100년 이상 징역형도 가능한 만큼 권씨는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5-09 07:57:46"대사관내 재외공관에 중소기업지원 협의체를 구성,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중소벤처기업부와 외교부가 협력해 돕는 것이 핵심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외교부가 국내 중소벤처기업 글로벌 지원을 위해 부처간 칸막이를 허물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수출에서 가장 애로를 겪는 정보와 네트워크 부재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일 외교부와 중기부는 외교부 18층 서희홀에서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대사관내 재외공관에 '중소·벤처기업 지원 협의체'를 구성, 중소벤처기업들이 손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전담 창구를 마련한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실장급 협의체로 구축하고 4월 말부터 시작해 20~25개소 개소를 목표로 할 것"이라며 "올해 튀니지,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베트남, 호찌민, 싱가포르, 사우디 등 7곳을 시작으로 우리 기업과 교류가 많은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외교부와 중기부 기관 간 업무협약 체결은 부처 간 협업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화를 지원할 실질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우리 기업들은 규제 등의 정보는 물론 현지 네트워크 구축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정성과 해외 네트워크를 가진 외교부와의 협약으로 애로사항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 장관은 "협의체를 구성해 외교관을 지정, 긴밀한 협의체를 지속시킬 수 있는 것으로 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가진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있는 곳에는 가급적 GBC가 협의체 간사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요청해 뒀다"고 말했다. 또 협의체에선 'K-스타트업 글로벌 네트워킹 지원사업'과 같은 부처 공동 사업을 확대 및 신설해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재외공관의 외교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기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을 위한 외교부의 수요자 맞춤형 기업 지원정책 수립과 재외공관의 현장 중심형 지원 서비스 제공이 무엇보다 긴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며 "외교부와 중기부가 손을 모아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성과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중기부 장관은 "중소·벤처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디에 가서 문제를 논의할지 고민할 필요 없도록 만들고, 현지와 국내의 여러 기관이 가진 역량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체계를 마련하는데 협력의 중점을 뒀다"며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이 가속화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2024-04-01 18:01:41[파이낸셜뉴스] "대사관내 재외공관에 중소기업지원 협의체를 구성,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중소벤처기업부와 외교부가 협력해 돕는 것이 핵심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외교부가 국내 중소벤처기업 글로벌 지원을 위해 부처간 칸막이를 허물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수출에서 가장 애로를 겪는 정보와 네트워크 부재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일 외교부와 중기부는 외교부 18층 서희홀에서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대사관내 재외공관에 '중소·벤처기업 지원 협의체'를 구성, 중소벤처기업들이 손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전담 창구를 마련한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실장급 협의체로 구축하고 4월 말부터 시작해 20~25개소 개소를 목표로 할 것"이라며 "올해 튀니지,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베트남, 호찌민, 싱가포르, 사우디 등 7곳을 시작으로 우리 기업과 교류가 많은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외교부와 중기부 기관 간 업무협약 체결은 부처 간 협업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화를 지원할 실질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우리 기업들은 규제 등의 정보는 물론 현지 네트워크 구축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정성과 해외 네트워크를 가진 외교부와의 협약으로 애로사항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 장관은 "협의체를 구성해 외교관을 지정, 긴밀한 협의체를 지속시킬 수 있는 것으로 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가진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있는 곳에는 가급적 GBC가 협의체 간사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요청해 뒀다"고 말했다. 또 협의체에선 ‘K-스타트업 글로벌 네트워킹 지원사업’과 같은 부처 공동 사업을 확대 및 신설해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재외공관의 외교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기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을 위한 외교부의 수요자 맞춤형 기업 지원정책 수립과 재외공관의 현장 중심형 지원 서비스 제공이 무엇보다 긴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며 “외교부와 중기부가 손을 모아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성과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중기부 장관은 “중소·벤처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디에 가서 문제를 논의할지 고민할 필요 없도록 만들고, 현지와 국내의 여러 기관이 가진 역량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체계를 마련하는데 협력의 중점을 뒀다”며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이 가속화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2024-04-01 13:40:25한국 외교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을까? 오는 18~20일 '미래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란 주제로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된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견제와 미국 주도 민주주의 진영의 결집을 위해 만들었다. 2차 회의 때 111개국이 참여한 것으로 미루어 이번에도 상당한 규모일 듯하다. 이런 글로벌 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한국 외교는 국제적 위상의 부각과 함께 한미동맹의 정점을 찍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국익 차원에서 또 다른 이면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미국과의 유대를 강화하면서도 국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우리가 중국과의 관계개선 필요성을 느낀다면 이번 회의에서 중국에 무언의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발신할 수 있다. 외교의 아이러니이지만 이념과 체제가 달라 초대되지도 않은, 정상회의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가진 중국과 오히려 관계개선의 여지를 만들 수 있다. 올해 초 조태용 외교부 장관 임명 이후 한중관계는 조용한 겨울 앞바다 같다. 직업외교관의 장점인 신중한 태도와 발언은 한중관계를 자극하지 않고 있다. 단,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중관계의 근본적 변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미중관계 개선으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줄어들면서 중국이 한중관계에 적극적이지 않다. 한국이 중국을 끌어당기기 위해 우회로로 활용하고자 했던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에도 미적지근하다. 이번 회의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대만의 참석 여부이다. 대만이 지난 1, 2차 회의에 이어 이번 3차에도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지난 2월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중국 어선이 전복되면서 어민 2명이 숨진 사건을 놓고 양안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따라서 대만이 한국 주최 회의에 참석 시 중국을 더 크게 자극할 것이다. 최근 한국이 보여준 행보에도 중국은 불만이 크다. 지난 2월 한국 블랙이글스 소속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B 9대와 C-130 수송기가 대만 가오슝에 보급차 임시 착륙했다. 블랙이글스가 싱가포르 에어쇼에 참가하기 위해서였지만 불안정한 한중관계에 있어 오이밭에서 갓끈을 고쳐 맨 격이다. 이전에도 수차 착륙한 바 있지만 중국은 이번에 한국의 의도에 더 큰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대만의 참석 시 중국은 민주주의 정상회의와 관련한 많은 불만을 한국에 돌릴 듯하다. 미국도 미국이지만 욕하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한국과의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 과연 대만은 초대되는가? 초대된다면 대면 참석인가 비대면인가? 정부 관계자일까 민간 전문가일까? 발언 주제는 무엇이고 어느 정도 수위일까? 지난 정상회의 때 탕펑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과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 대표가 참석했다. 화상으로 참석한 탕펑의 발언자료에 사전엔 없었던 중국을 빨간색, 대만을 녹색으로 표시한 지도가 나오자 화면이 갑자기 끊겼다. 백악관은 기술적 문제라 했지만 '하나의 중국'을 의식한 것일 수도 있다. 서울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대만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한중관계의 핵심이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자기 철학과 정책에 따른 외교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고유의 권한이다. 보수 정부로서 민주주의 국가들의 유대 증진에 방점을 찍는 것은 당연하다. 단, 유대 증진이 진영 결집을 우선해 대외갈등을 유발한다면 한국 외교에 국익 시너지를 내기가 어렵다. 한국이 정상회의 성과를 외교적으로 언어적으로 기술적으로 나름 균형을 잡을 수 있다면 한중관계에 변화를 줄 수 있다. 한국 외교는 민주주의 증진에 기여하는 국제사회 리더십을 발휘하는 동시에 한중관계의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다.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
2024-03-11 18:3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