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벌레를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직장인 김모(29)씨는 폭염이 지속되는 요즘 집 밖을 나서기가 무섭다. 팔이나 다리, 심지어 얼굴에도 러브버그가 달려 들어 깜짝 놀랄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김씨는 "익충이라고는 하지만 생김새가 너무 징그러워서 혐오감이 든다"며 "기후가 이상해지고 안 보이던 벌레들이 많아져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일찍부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여름철 불청객' 러브버그가 돌아왔다. 습한 곳을 비롯해 하천변, 도심 주택가 등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지역에서 발견된다. 지난해 여름에도 기승을 부렸던 붉은등우단파리(러브버그)가 최근 서울 곳곳에 다시 출몰하며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이른 폭염에 러브버그 조기 출몰25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최근 도심을 중심으로 러브버그 떼가 대거 출몰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러브버그는 성충이 된 이후 암수가 꼬리를 맞대고 붙은 채 비행하거나 먹이를 먹는 특성이 있다. 독성이 없고 인간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도 않는 데다가 유충일 때는 흙바닥에서 낙엽과 유기물을 분해하고 성충이 되면 꽃꿀과 수액을 먹으며 수분을 매개해 익충으로 분류된다. 따뜻한 것을 좋아하는 특징이 있어 사람에게 잘 달려들고, 자동차 배기가스를 찾아 차량에 잘 달라붙기도 한다. 생존시기는 수컷은 3~5일, 암컷은 7일 내외에 불과하다. 6월 중순에서 7월 초까지 1년에 1회 주로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발생하지만, 올해는 이르게 찾아온 무더위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보름 이상 빨리 관찰됐다. 지난 1∼20일 폭염일수는 2.4일로, 이미 역대 6월 최다를 기록했다. 서울은 지난 21일 관측 이래 가장 이른 열대야가 나타났다. 지난해(6월 28일)보다 일주일 이르고 2022년 6월 26일 사상 첫 '6월 열대야'가 나타난 데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6월 중 첫 열대야다. 특히 러브버그는 수도권 중심으로 출몰하고 있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서울·경기 지역에서 출몰이 보고되고 있는데, 수도권이 다른 남부 지역보다 기온이 높고 비가 자주 와 러브 버그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며 "2022~2023년 대발생 이후 서울 인근에 산란을 많이 해 북한산 등 주변으로 많이 퍼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어두운색 옷 입고 외출·물 뿌리기로 퇴치 가능최근 몇 년 새 유독 많은 개체가 출몰한 데다가 기존 주 서식지인 산속은 물론, 도심과 공원, 아파트 정원 등에서도 떼로 발견되면서 시민들은 불쾌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지자체들에는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러브버그가 가게 내·외부로 들이닥치자 자영업자들은 영업에 방해가 된다며 불만이 깊어지고 있다. 지자체들은 방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학적 방제가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하기 때문에 무작정 살충제 살포도 어려운 상황. 살충제를 뿌리면 천적까지 없애 오히려 대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질 수도 있고, 또 타깃이 아닌 다른 생물이 예상하지 못한 악영향을 받거나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다른 생물이 나타날 위험도 있다. 환경부는 러브버그가 나타나면 야간에는 조명의 밝기를 최소화하고 불빛 주변에 끈끈이 패드 등을 설치하라고 조언했다. 실내로 들어올 경우 살충제를 뿌리기보다는 휴지, 빗자루 등 물리적인 방법으로 제거하고 밝은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외출할 때는 어두운색 옷을 입으면 몸에 러브버그가 달라붙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또 러브버그는 비행력이 약한 편이라 물을 뿌리는 방법으로도 간단하게 퇴치가 가능하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4-06-24 17:37:03[파이낸셜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중구청 공무원 '치킨집 갑질'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19일 홍 시장이 운영하는 온라인 정치 커뮤니티 '청년의 꿈'에는 '중구청 공무원, 대구 치킨집 갑질 사건'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홍 시장 "중구청장이 적절한 처분 할 것" 작성자 A씨는 "무슨 추태란 말인가. 한 구의 공무원이 저지른 일이라 해도 시장님께서 일신한 대구시 면모를 떨어뜨린, 대구 이미지를 실추시킨 큰 죄임이 분명해 보인다"며 엄정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홍 시장은 "중구청장이 적절한 처분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해당 논란에 대해 대구시가 감사 요청을 거부하자, 중구청은 자체 감사를 진행 중이다. 중구 측은 "감사에 착수해 공무원 4명으로부터 경위서를 받았다"며 "엄정하고 공정한 잣대로 사안을 들여다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바닥에 맥주 들이붓고 "내가 누군지 알아" 갑질 한편 지난 13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마음이 힘드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직원 없이 아내와 작은 치킨집을 운영한다고 밝힌 B씨는 "며칠 전 홀 마감 직전에 이미 술을 마신 손님들이 들어오셨다"며 "30분만 먹고 가겠다고 하기에 경기도 어려우니 한 푼이라도 아쉬운 상황에 손님을 받았는데, 이렇게 큰 화근이 될 줄 몰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B씨에 따르면 당시 40~50대로 보이는 남성 4명이 치킨과 술을 주문했다. 음식을 내간 B씨 아내는 테이블 바닥에 맥주가 흥건한 모습을 보게 됐다. 공개된 폐쇄회로(CC)TV 화면에는 통로 쪽 테이블에 앉은 남성 한 명이 두 차례에 걸쳐 술을 바닥에 버리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본 B씨의 아내가 "물을 흘리셨나요?"라고 물었고, 손님 한 명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일행도 대수롭지 않게 행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B씨 아내는 키친타월로 바닥에 흥건한 맥주를 닦았다. 이때 계산을 마치고 나간 손님이 다시 들어와 B씨 아내에게 따지듯이 말을 건넸다. B씨는 "처음에 손님 한 명이 다시 들어와서 '바닥 치우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했고, 그러는 와중에 다른 손님들도 다시 들어와서는 아내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삿대질했다"고 주장했다. 손님들은 "내가 돈 주고 사 먹는데. (우리가) 바닥에 오줌을 쌌냐? 맥주를 흘릴 수도 있지. 먹튀를 했냐? 이런 식으로 장사하면 부자되겠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님 중 한 명은 "나 구청 직원인데 동네에 모르는 사람 없다. 내가 이런 가게는 처음 본다. 장사 바로 망하게 해주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다른 일행 역시 "SNS에 올려 망하게 해 주겠다.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아느냐. 이 동네에 아는 사람 많다"는 등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B씨는 "CCTV를 돌려보니 손님은 실수가 아니라 맥주를 바닥에 뿌리는 수준이었다"며 "그 순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저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아내에게 큰 상처를 준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 "그날 이후 저는 잠을 이루기 힘들고, 아내는 가게에 못 나오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일이 알려지자, 중구청은 진상조사에 나서 손님 네 명 모두 구청 직원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중구청장은 "물의를 일으킨 직원의 맥주 사건과 관련해 업체 사장님과 주민 여러분, 이번 사건을 접하신 많은 분께 사과 말씀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불미스러운 일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구청 직원 전체가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분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결과에 따른 모든 행정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6-20 09:18:33[파이낸셜뉴스] "(소) 한 마리(당) 한 50~60kg 감량이 되거든요. 금액적으로 1억 정도를 손해 봤죠." 13일 SBS 보도에 따르면 소가 마시는 물통에 일부러 쓸개즙을 넣었던 한우 중간 판매 업자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중간판매업체 사장 A씨와 직원 B씨는 지난 2020년 12월 경북 안동의 한 한우 농가를 찾아왔다. A씨가 농장주에게 말을 거는 사이, B씨는 축사 안으로 들어가 수상한 액체를 급수대에 뿌렸다. 그리고 2년 뒤 경남 창녕의 농가에서도 B씨가 액체를 뿌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냄새를 맡은 소들은 기겁하며 뒷걸음질쳤다. 강한 쓴맛을 내는 소 쓸개즙이었던 것. 피해 농장주는 "소가 물도 안 먹고 사료고 안 먹고, 막 고함을 쳤다. 꽥꽥 소리를 내고..."라고 전했다. 피해 농가들은 kg당 200원 정도를 더 주겠다는 말에 사장 A씨와 한우를 팔기로 계약했다. 그리고 출하 전날 B씨가 급수대에 몰래 쓸개즙을 뿌렸고, 하루 동안 물과 사료를 전혀 먹지 않은 소들은 감량된 상황에서 A씨에게 넘겨졌다. 피해 농장주는 "(소) 한 마리(당) 한 50~60kg 감량 된다. 금액적으로 1억 정도를 손해 봤다"고 토로했다. 이에 경찰은 소 매입가를 낮추기 위한 범행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B씨는 자신의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A씨 휴대전화에서 결정적인 단서가 발견됐다. "쓸개즙을 치고 왔느냐?"는 대화 내용이 포착된 것. 또 이들이 농가를 방문할 때 사용한 차량에서 여분의 쓸개즙이 나왔다. 경찰은 두 사람을 사기와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상태로 넘겼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5-14 07:47:51[파이낸셜뉴스] 국밥집에서 삭힌 홍어를 먹는 손님에게 사장이 '냄새를 빼고 가라'고 요구하자 손님으로부터 얼굴에 탈취제를 맞은 사연이 알려졌다. 12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외부 음식으로 홍어 먹고 사장 얼굴에 페브리즈 뿌리고 간 손님'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 10일 오후 국밥집을 운영하는 A씨는 약 10명 정도의 단체 손님을 받았다. 일행 중 일부는 식당에 홍어를 가지고 왔다. 이에 A 씨가 외부 음식을 매장에서 먹을 수 없다고 하자 손님들은 이에 수긍했다. 식자재마트를 가기 위해 잠시 가게를 비운 A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바이트생의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아르바이트생은 "손님들이 홍어를 꺼내서 드시고 있다"며 "두 차례나 말을 듣지 않는다. 빨리 와달라"며 전했다. A씨는 바로 식당에 도착했다. 이어 손님들에게 홍어를 먹은 이유를 물었다. 이에 손님들은 "서울에서 왔으니 봐달라" "삭힌 거라 냄새가 안 난다" 등 이해를 구했다. 하지만 홍어 냄새가 식당에 가득찼고, 이에 A씨는 홍어를 먹는 손님들에게 "갈 때 냄새를 빼고 가라"고 했고 해당 손님들은 "알겠다"고 답했다. 이후 손님들이 음식을 먹고 그냥 나가려 하자 A씨는 "페브리즈라도 사 와라. 냄새 빼고 가기로 했는데 지금 환기해도 냄새가 안 빠진다"라고 말했다. 이에 손님들은 "융통성 없다" 등 A씨를 비난했다. 거듭 실랑이를 벌인 뒤 한 손님은 편의점에서 탈취제를 사 와 가게에 뿌렸다. 이어 "백번 사과했으면 받는 시늉이라도 해"라고 말하며 말다툼이 일어났다. 그 과정에서 한 손님은 "우리는 애초에 홍어 먹으려고 국밥 먹은 거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부 손님은 A씨 얼굴에 탈취제를 5번가량 뿌리기도 했다. A씨는 "경찰에 제출하려고 CCTV(폐쇄회로TV)를 백업했는데 다시 봐도 기가 찬다"며 "가족들 보여주니 정말 미쳤다고 (한다). 페브리즈 뿌리는 장면, 밀치는 장면 다 찍혔다"고 했다. 누리꾼들은 "식당에서 업무 방해 한 것 아닌가" "황당한 사람들이다" 등 식당 주인을 옹호하는 의견을 보였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3-12 11:34:42[파이낸셜뉴스] 한 유튜버가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며 길에 물을 뿌려 얼린 탓에 실제 시민이 넘어져 다쳤다는 사연이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작성자 A씨는 “아내가 지난주 토요일(23일) 아침에 출근을 하다 아스팔트 빙판길에 넘어져 발목을 다쳤고 타박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인해 A씨의 아내는 응급실에 실려가 다리에 깁스를 하고, 며칠 동안 외출도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 했다. A씨는 “단순히 방심하거나 조심하지 못해 사고가 난 줄 알았는데 어제 경찰한테 연락이 왔더라”며 “119와 함께 온 경찰이 ‘누군가 일부러 물을 뿌린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경찰로부터 ‘20대 2명이 일부러 물을 뿌리는 것을 CCTV로 확인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알보고니 틱톡과 유튜브 촬영으로, 사고가 나거나 사람들이 다치는 것을 찍으려 한 것”이라고 했다. A씨의 아내를 포함해 6명이 그 자리에서 넘어졌다는 설명이다. A씨는 “본인들은 '장난이었다, 설마 진짜로 넘어질지 몰랐다, 빙판이 되니 혹시 큰 사고가 날까봐 얼음을 녹이려고 뜨거운 물을 부었는데 안 녹더라'고 한다”며 “미안하다는 사과도 없고 말하는 게 너무 괘씸해서 오늘 연차 쓰고 진단서 끊어서 고소장을 내고 왔다”고 밝혔다. 한편, 해외에서도 이 같은 몰카 영상을 찍던 유튜버가 총에 맞는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지난 4월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쇼핑몰에서 유튜브 콘텐츠를 촬영하던 한 유튜버가 총에 맞아 쓰러졌다. 이 유튜버는 일면식 없는 사람 앞에서 황당한 행동을 취한 뒤 그들의 반응을 카메라에 담는 영상을 찍고 있었는데, 이 같은 촬영에 화가 난 행인이 그를 총으로 쏜 것으로 알려졌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12-28 05:39:46최근 개최된 인제학원 이사회에서 82년 역사를 지닌 서울백병원 '폐원 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때 서울 도심의 종합병원으로 시민의 사랑을 많이 받던 병원이 문을 닫는 이유는 오랫동안 누적된 적자 때문이라 한다. 이 병원은 내가 정년퇴직할 때까지 근무한 부산백병원의 모체가 됐던 병원이라 폐원에 관한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심란하고 자꾸 옛 생각이 난다. 1981년 5월 군 복무를 마친 나는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에 취직했다. 수련의 시절과 군의관으로 근무한 때를 제외하고는 생애 처음으로 취직한 곳이다. 당시 부산백병원은 개원한 지 3년이 채 안 된 지라 한창 성업 중이던 서울백병원에서 파견한 직원이 많았다. 그들 중엔 끝내 복귀하지 않고 부산사람이 된 이도 더러 있었으니 서울병원이 부산병원의 탄생과 성장에 많은 공헌을 한 셈이다. 내가 일한 흉부외과는 근년 들어 심장혈관흉부외과라고 이름이 변경됐지만 예나 지금이나 두 분야로 나뉜다. 일반 흉부질환을 다루는 쪽과 심장과 혈관질환을 다루는 쪽이다. 처음 수년 동안 나는 흉부질환(폐, 식도, 가슴막 등) 환자를 담당하기에도 벅찼다. 하고 싶었던 심장수술은 엄두도 못 내는 형편이라 '반쪽 전문의'라는 자괴감이 들곤 했다. 심장수술을 하는 의사가 되겠다던 애초의 뜻을 이루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다른 길로 가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방황하던 1883년 초엽의 어느 날. 수술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의료원장이 급히 찾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수술을 마무리하자마자 원장실로 곧장 갔다. 당시 의료원장은 인제학원 설립자인 백낙환 박사였다. 외과 의사였던 그분은 훗날 인제대학교 총장에 이어 인제학원 재단 이사장을 오래 역임하면서 대학과 병원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그분이 특유의 조용하고 엄중한 어조로 내게 물었다. "조 교수, 우리 병원에서 심장수술을 할 수 있겠소?" "예?" 뜻밖의 질문에 깜짝 놀랐다. '심장수술'이란 말에 순간 솔깃했지만 곧 한숨이 나올 정도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당시 수도권과 일부 지방 대학병원에서 개심술(開心術)을 실시하고 있었지만 우리 병원은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라 완전히 풀이 죽어 대답했다, "우선 많은 시설과 장비의 보충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집도할 수 있는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아직 능력이 없어서 누구를 초빙하신다면 열심히 보좌하겠습니다." 잠깐 뜸을 들인 후 그분이 전혀 상상도 못 한 제안을 했다. "조 교수, 이 일을 당신이 해주길 바라오. 내가 외과 의사이니까 잘 알아! 당신이 할 수 있어. 당장은 어렵겠지만, 수년 안에 할 수 있도록 추진해 보시오. 내가 도와주겠소."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그 순간 34세 청년의 가슴에 거대한 폭풍우가 휘몰아쳤다. 항상 뿌옇고 불안하기만 했던 그의 길에 희미하게나마 이정표 하나가 서는듯했다. 심장외과 의사가 되는 길이었다. 이듬해 나는 일본으로 심장외과학 연수를 떠나게 됐다. 멀리 미국이나 캐나다로 가고 싶었지만, 가까운 일본으로 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거라고 말하는 선배가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당시의 일본 의료는 우리보다 많이 앞서 있었다. 그분의 고언을 받아들인 것이 참 다행이었음을 훗날에야 알았다. 1984년 5월 25일쯤으로 기억한다. 외국 여행이 쉽지 않던 시절에 간신히 일본영사관에서 장기비자를 발급받아 국제선 비행기를 처음 탔던 그날. 잔뜩 긴장한 채 가까스로 짐을 챙겨 후쿠오카 공항의 입국 로비로 나와 마중 나오기로 한 사람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누군가 내 이름 판이라도 들고 있으려니 했는데, 그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초조하게 기다리길 10여 분, 한 사람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그리고 영어로 '닥터 조'가 맞느냐고 물었다. 나는 놀라 되물었다. "어떻게 나를 알아보았나요?" 그는 환하게 웃으며 손에 쥐고 있던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력서에 붙여 보낸 것을 크게 확대한 것이었다. 알고 보니 이소무라 선생은 내가 일한 제2 외과에서 영어를 잘하는 사람으로 정평이 난 분이었고, 외국인 마중을 도맡아 한다고 했다. 인구 50만의 쿠루메(久留米) 시는 승용차로 1시간 거리에 있었다. 이 작은 도시에 연간 500 례 이상의 심장 수술을 하는 쿠루메 대학병원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운전대를 잡은 이소무라 선생과 영어로 대화를 시작했지만 곧 일본말로 옮겨갔다. 일본에 체류하는 동안 나는 영어와 일본어를 마구 섞어가며 의사 표현을 했는데, 실은 둘 다 능숙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래도 내 말뜻을 잘 알아주는 그들이 고마웠다. 사람들은 "조 선생의 일본어가 따로 있어!"라며 웃곤 했다. 처음 제2 외과의 수장인 고가(高賀) 교수의 연구실에 들어갈 때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다. 수인사가 끝난 후 교수께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을 때, 개심술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충분히 익혀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조 선생, 염려 마시오. 직원들이 많이 도와줄 거요. 나도 돕겠소!" 일본에서는 교수의 권위가 하늘을 찌를 정도라는 말이 있는데, 너무나 소탈해 뵈는 분이라 적이 안심했다. 며칠 후 회진 시간에 교수가 날 더러 자기 옆에 서라고 했다. 병상을 중심으로 30여 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둘러서고 주치의가 환자 상태를 설명하는데, 처음엔 겨우 알아들을 듯 말 듯 했다. 그러나 차츰 익숙해졌고, 나는 항상 교수님의 바로 옆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웠다. 사실 교수님이나 상급 의사들이 나에게 아무것도 시키지 않으면 어쩌나 했는데,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2주일의 관찰 기간이 끝나자 바로 수술실과 중환자실에 배치되어 일하기 시작했다. 어렵사리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나는 재단과 병원의 적극적 뒷받침으로,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정비하고 필요 인원을 보충하여 비교적 튼실한 '심장수술팀'을 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귀국한 지 8개월 만에 첫 개심술에 성공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매년 200~250례의 개심술을 실시할 수 있었다. 개심술이 본궤도에 오른 후에 미국 피츠버그로 건너가 심장이식 수술을 공부하는 기회를 얻었다. 하여 1997년 11월 심장이식 수술에도 성공했다. 그때 크게 기뻐하시던 이사장님 모습이 눈에 선연하다. 어른은 내 인생 최고의 멘토였고 후원자였다. 참으로 부족한 나를 끝까지 믿고 성원해주신 은혜를 잊지 못한다.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에 다음과 같은 좋은 글귀가 있다. '농부가 씨를 뿌리듯이 그는 어디에서나 추억의 씨를 뿌리는 중이다. 죽는 날까지 스러지지 않을 추억의 씨를.' 백 이사장님 덕택에 나는 지난 30여년을 심장수술을 하는 의사로 일하다가 정년퇴임을 했다. 때로는 실패했고 더러는 좌절했지만 그 시절이 나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씨를 뿌리던 나날이었다. 그 좋은 추억 속에 항상 그분이 웃고 계신다. 어른께서는 생전에 병원의 기능 축소나 폐원에 반대하는 뜻을 고수하셨다. "원조(元祖) 병원이 어려우면 재단 산하의 형제 병원들이 당연히 도와야지. 서울백병원이 우리 재단의 모체인데, 어떻게 문을 닫겠어!" 서울백병원은 당신의 분신이라고도 하셨다. 우리는 모두 그분의 뜻을 존중했다. 그런데 2018년 향년 92세로 어른이 유명을 달리하자 많은 것이 변하고 말았다. 믿었던 후진들은 당신께서 주창하신 창업정신, 즉 인술제세(仁術濟世) 정신을 깡그리 잊어버린 듯하다. 한편 많은 직원과 교수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한다. 기존 병원의 털에서 벗어나, 공공의료 서비스 기관이나 외국인에 특화된 '글로벌 K 메디칼 허브'를 구상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인제학원 설립의 원조 어른이신 백낙환 이사장님, 재단 병원의 원조인 서울백병원. 두 원조의 퇴장으로 혹여 어른이 이곳에 남긴 많은 업적이 빛바래질까 걱정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지만, 원조의 퇴장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오늘도 마음속으로 외친다. "서울백병원 폐원에 반대합니다, 반대합니다!"라고. 조광현 전 부산백병원 원장·서울백병원 정상화추진위원회 공동회장 <조광현 전 부산백병원 원장 프로필> △부산백병원 병원장, 대한 심장혈관흉부외과 학회장 역임 △(현) 인제의대 명예교수, 온천사랑의요양병원 병원장 △격월간 『에세이스트』 등단 (2006), 작가회 회장 역임 △한국의사수필가협회 회장, 부산의사문회 회장 역임 △《에세이스트사》올해의 작품상 3회 수상 △정경문학상, 《한국산문》문학상 수상 △저서: 『제1수술실』 『그는 왜 오지 않는가?』 등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2023-10-07 16:49:17[파이낸셜뉴스] 지하철에서 여학생들이 좌석에 렌즈 세척액을 뿌리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체육복 학교 제보 받습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사진이 게재됐다. 5호선 좌석에 렌즈 세척액 뿌린 여학생들 글쓴이 A씨는 전날 오후 3시40분쯤 미사에서 방화행 방면 5호선 지하철에서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다. 한 학생이 렌즈 세척액을 좌석에 뿌린 것이다. A씨는 "두 여학생이 앉아있었다. 그중 한 학생이 본인 왼쪽 자리에 렌즈 세척액을 뿌리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런 사람을 실제로 처음 봐서 너무 황당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냐"라고 물었다. 그는 "애들이라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행동인데 제가 호들갑인 거냐. 저로서는 너무 충격적이라서 생각할 새도 없이 '어디 학교냐'는 말이 나와버렸다"라고 했다. "다 닦고 갈거죠?" 묻자 '키득키득' A씨에 따르면 그는 "어느 학교에 다니냐"라고 물었고 학생들은 "OO중학교다"라고 답했다. "다 닦고 갈 거죠"라고 묻자 학생들은 키득거리며 "네"라고 답했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큰소리로 웃고 욕설하기도 했으며 A씨 사진을 찍어 가기도 했다. A씨는 "어디 학교인지 아시는 분들 알려달라"라면서 학생들의 인상착의를 공개했다. A씨는 "한 학생은 앞머리가 있고 체육복에 노란색으로 박음질 된 명찰을 달고 있었다"라며 "다른 학생은 생머리에 같은 체육복을 입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역무원에 사진을 보여주며 처벌 방법이 있는지 물었고 "신형 지하철이라 내부에 CCTV가 있고 경찰에 사건접수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학교 망신이다", "저 교복 찾아줄 사람", "저건 좀 아니다", "학교 공개되면 민원 넣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3-09-26 13:35:59[파이낸셜뉴스]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등교사의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음식점이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가맹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1일 ‘바르다 김선생’ 측은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9월 11일자로 (논란이 된) 대전 가맹점과 가맹계약을 해지했다”라고 밝혔다. 업체는 “점주가 사실 관계 여부를 떠나 브랜드와 다른 지점에 피해를 입히지 않고자 자진 폐업 의사를 본사로 전달했다”라며 “바르다 김선생의 바른 사람, 바른 마음, 바른 재료라는 브랜드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유명을 달리하신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애도의 말씀드린다”라고 했다. 앞서 대전 지역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40대 교사 A씨는 지난 5일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지난 7일 끝내 숨졌다. 올해로 24년 차 교사인 A씨는 2019년 대전 유성구 소재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고 무고성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아동학대 고소는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가해 학부모들이 운영한다고 알려진 사업장 정보가 공유되면서 불매 운동과 별점 테러 사태가 벌어졌다. 해당 음식점을 겨냥해 일부 시민이 계란과 밀가루, 케첩을 뿌리는 일이 발생하는가 하면, 가게 출입문엔 시민들의 항의 쪽지가 가득 붙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3-09-12 08:40:22[파이낸셜뉴스] 근처에 앉은 동료에게 나는 땀 냄새와 쉰내 때문에 고통스럽다는 직장인의 사연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고충을 토로한 A씨는 “마주 보고 있는 남자 동료 B씨의 땀 냄새와 쉰내가 겨울이고 뭐고 내내 나는데 이번 주 비 오는 거 보니까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걱정했다. "남자동료 땀냄새에 미치겠다" 하소연한 직장인 그는 “향수 뿌리는 척 주변에 향수도 뿌리고 자리에는 공기청정기도 늘 돌아가는데 이제 디퓨저(방향제)도 하나 사놔야 하는 건가”라며 “팀장이 조심하자고 향수도 사주고 옷도 사다 줬는데 냄새가 너무 심하다. 더 이상 냄새난다고 말하기도 애매한데 걱정이다”고 답답해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자신의 경험담 등을 공개하며 다양한 조언을 내놨다. B씨의 빨래 건조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들은 “빨래를 습한 곳에서 말리면 그렇게 된다” “집 환기 안 시키면 더 그렇다” “잘 말리는 것도 중요하고 세탁기 청소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 이야긴가" 뜨끔했다는 누리꾼... 액취증 의심해 볼만 일부 남성 네티즌들은 “나도 뜨끔” “내 이야긴가” 등의 반응을 보이며 “제대로 안 씻는 게 문제일 거다”라고 의견을 남겼다. 이들은 “잘 안 씻거나 씻어도 5분 이내로 대충 씻어서 그렇다”며 “땀 냄새 자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등의 반응도 보였다. 한편 충분히 씻는데도 정상적인 땀 냄새 범주를 넘어 악취가 날 정도라면, 액취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액취증은 아포크린선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피부 표면의 그람양성균에 의해 분해되며 냄새가 나는 질환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07-12 09:49:28[파이낸셜뉴스] 관광지로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 로마의 피우미 분수가 검은 빛으로 물들었다. 이탈리아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이탈리아어로 마지막 세대라는 뜻)가 과격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분수에 ‘먹물 테러’를 자행한 것이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해당 단체에 소속된 활동가 4명은 6일(현지시간) 오후 로마 나보나 광장 중심부에 위치한 피우미 분수에 들어가 검은 액체를 뿌렸다. 이 단체는 해당 액체가 숯으로 만든 식물성 먹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게 물든 분수대 위에서 “우리의 미래는 이 물처럼 어둡다”며 “우리는 정부에 온실가스의 원인인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와 보조금 지급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피우미 분수는 이탈리아 예술계의 거장 잔 로렌초 베르니니의 작품이다. 이 분수는 갠지스강, 나일강, 도나우강, 라플라타강을 상징하는 4명의 거인 조각으로 장식돼 있으며, 트레비 분수 못지않게 많은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로마의 명물이다. 한편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는 지난달에도 로마 스페인광장의 스페인 계단 입구 중앙에 위치한 바르카치아 분수를 검게 물들인 바 있다. 이들은 로마 중심가에서 반나체 도로 점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화석연료 중단”이라고 적인 플래카드를 들고 “우리는 화석연료에 돈을 지불하지 않겠다”고 외쳤다. 이 단체는 지난해에도 어려 차례 과격 시위를 벌여왔다. 지난해 7월에는 이탈리아 피렌체에 위치한 우피치 미술관에서 산드로 보티첼리의 작품 ‘프리마베라’(봄)의 보호 유리에 자신들의 손을 접착제로 붙여 고정한 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로마 보나파르테 궁전 미술관에 전시된 빈센트 반 고흐의 ‘씨뿌리는 사람’ 작품에 야채수프를 끼얹기도 했다. 이들은 기후 위기 등 여러 환경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는 평범한 방식으로는 어렵다는 논리로 과격 시위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부는 이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3-05-08 06:5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