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작년 7월 암살당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생전에 작성한 회고록에서 '한일관계 악화'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인한 양국관계 파탄의 책임을 모두 한국정부에 돌린 것이다. 8일 발매 예정인 480쪽 분량의 '아베 신조 회고록'에서 아베 전 총리는 "한국 대법원의 판단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반일'을 정권 부양의 재료로 사용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확신범"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정부에서 징용 피해자 배상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걸 알면서도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고록은 아베 전 총리가 요미우리신문 편집위원 등에게 2020년 10월부터 1년간 18번에 걸쳐 36시간 동안 구술한 내용이 담겼다. 아베는 일본 정부의 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해 "징용공 배상 판결 이후에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않은 문재인 정권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며 "두 문제가 연결된 것처럼 만들어 한국이 징용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했다"고 썼다. 문 전 정권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한 것에 대해선 "감정적인 대항 조치였고 미국의 강한 압박을 초래했다"고 했다. 2018년 만난 서훈 당시 국가정보원장과의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아베는 "서 전 원장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것이고 6·25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다' '김정은은 훌륭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또 "북한이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할 것이고, 일본 원조도 받을 것이라고 했지만, 어디까지가 김정은의 뜻이고 어디부터가 한국의 희망인지 몰랐다"고 했다. 아베 전 총리는 또한 재임 기간 친밀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소회했다. 그는 "북한에 (대화가 아닌) 제재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미국에 요구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호전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군사행동에 소극적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러한 면모를 북한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미국 정부와 함께 "이를 숨기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고 언급했다. 2015년 박근혜 정부때 맺은 위안부 피해자 합의에 대해서는 "한국이 배신해 실패했고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도덕적 우위에 서게 됐다"고 했다. 문 전 정권이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면서 국제 여론이 일본 편으로 돌아섰다고 자평한 것이다. 지난 6일 일본 시중에 발매된 '아베 신조 회고록'에는 요미우리신문 특별편집위원과 논설부위원장이 아베 전 총리 퇴임 이후 1개월 뒤인 2020년 10월부터 약 1년간 18차례 만나 36시간 동안 인터뷰한 내용이 실렸다. 아베 내각 당시 국가안보국장을 지낸 기타무라 시게루가 감수를 맡았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02-08 07:59:41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2년 만에 재임 기간 이야기를 다룬 회고록을 출간한다. 출판사 김영사는 문 전 대통령이 첫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사진)를 오는 20일 출간한다고 9일 밝혔다. 이 책은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이 질문을 던지고 문 전 대통령이 답하는 대담집 형식으로 구성됐다. 그가 재임 중 외교·안보 분야 정책 결정 과정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도보다리 회동,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남·북·미 판문점 회동 등 외교사적 변곡점을 조명한다. 아울러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을 비롯해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코로나19 방역 등 국방·보훈·방산 정책 과정도 소개한다. 문 전 대통령의 파트너였던 김 위원장, 트럼프 전 대통령,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의 물밑 협상 과정과 그들에 대한 대통령의 평가도 처음으로 공개한다. 특히, 그는 외교·안보 성과뿐 아니라 아쉬움과 한계, 성공과 실패 요인, 정책에 대한 공과 판단을 솔직하게 기록했다. 김영사는 "외교·안보 성과뿐 아니라 아쉬움과 한계, 성공과 실패 요인, 정책에 대한 공과 판단을 솔직하게 기록했다"며 "현재 국제 및 남북 정세에 대한 진단과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희망과 조언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5-09 10:24:47[파이낸셜뉴스] 북한 외무성은 16일 일본 정부를 향해 필요 이상으로 핵물질을 비축하면서 '핵보유'를 꿈꾸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날 北 외무성은 일본연구소 연구원 민경무 명의로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최근 일본이 프랑스로부터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혼합한 산화물연료(MOX)를 대량수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北 외무성은 "일본이 과거에도 여러 나라에서 순수 평화적 핵활동에 필요한 수요를 초과하는 양의 플루토늄을 반입했다며 "필요 이상의 핵물질 비축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일본 정부는 원자력 기술과 플루토늄을 군사적 목적에 이용하려는 속심을 여러 기회들에 드러냈다"고도 했다. 北 외무성은 또 "지금 기술로 마음만 먹으면 일본은 얼마든 핵무기를 제조, 보유할 수 있다는 게 세인의 평"이라며 "일본 정계에서 '비핵 3원칙'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과 미국과의 '핵공유'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소리들이 공공연히 나오는 건 우연치 않다. 일본은 바로 핵보유를 꿈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北 외무성은 "일본이 핵물질 비축에 여념이 없는 건 장차 핵무기를 보유하고 그것을 휘두르며 재침의 길에 뛰어들어 복수주의 야망을 이뤄보자는데 목적을 둔 것"이라며 "일본이 핵무기를 쥐는 경우 또다시 지역 평화·안정을 파괴하고 인류에게 대재앙을 들씌우지 않는다는 담보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비핵 3원칙'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일본 총리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고 선언했으며 국제법으로서 효력을 인정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하지만 지난 7월 8일 참의원 선거 유세 중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올해 2월 27일 소련 붕괴 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등이 핵무기 보유를 포기하는 대신 미국, 러시아, 영국이 주권과 안전보장을 약속한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를 언급하면서 “그때 전술핵을 일부 남겨뒀더라도 어땠을까 하는 의견도 있다”면서 핵 공유에 관해 “일본도 여러 선택지를 내다보고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해 '뜨거운 감자'로 논란이 크게 일었다. 또 2017년 9월 11일 일본 산케이 신문, 가시야마 유키오 전 산케이신문 논설위원장은 웹매거진 웨지인피니티에 기고에서 "2006년 10월 아베 1차 내각 때 아베 총리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간의 대화를 사례로 들면서 당시 일본을 방문한 라이스에게 아베가 북한 핵개발에 대한 일본사회의 우려를 전했다"고 주장했다. 가시야마는 대북 강경파였던 라이스가 회고록에서 “일본이 핵개발에 손을 댄다는 선택지는 절대 있을 수 없다”면서도 “그것을 희망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도 사실이고, 그런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내용과 “일본에서 그런 목소리(핵무장)가 나오는 것은 의미가 있다. 북한이 핵개발을 하도록 제멋대로 놔두면 심각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중국도 뼈저리게 깨달을 것”이라는 회고록 내용을 전했다. 당시 가시야마뿐만 아니라 일본의 보수 언론들은 워싱턴 일각의 ‘일본 핵무장론’을 일본 본국에 적극 전파하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2-10-16 23:59:13[파이낸셜뉴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2일 "백악관의 정책 결정 과정을 보면 봉숭아학당이다. 어떻게 세계대국이 정책을 그런 식으로 하나"라며 백악관을 비판했다. 문 특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해 "미국 정책결정이 혼란스럽고 예측불가능 하다고 느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회고록 파문을 일으킨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서는 "편집증 환자"라고 평가했다. 문 특보는 "(볼턴 전 보좌관은) 자기 이론 체계가 정확하고, 조금도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집요하게 추적하는 사람"이라며 "워싱턴에 그런 환자가 굉장히 많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문 특보는 "볼턴은 최대한으로 압박으로 제재하되 저항하면 군사력도 불사해야 한다는게 기본적 생각이다. 북한이 최전방에 전진배치한 장사정포를 선제 타격해 궤멸시키는 동시에 핵과 미사일시설을 정밀 타격하면 끝난다고 생각했다"며 "패권주의, 최대한의 압박, 군사 사용론 등 세가지 시각에서 회고록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볼턴의 가장 큰 우군은 아베 총리였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가서 말하면 야치 쇼타로(당시 일본 국가안보국장)가 가서 흔들고, 문 대통령이 전화하면 아베가 흔들었다"면서 "아베 총리의 기본 주장은 '절대 제재완화는 안된다', '북한은 믿을 수 없다', '강력한 제재 만이 비핵화를 가져온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두 번째 우군은 펜스 부통령이다. 폼페이오(국무장관)는 볼턴과 연합인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면서도 "폼페이오는 기회주의자"라고 평가했다. 그는 비건 국무부 부장관에 대해서는 "아주 나약한 협상가", "북한이 불러주는 대로 플랜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지난해 2월 하노이에서 이뤄진 북미간 협상이 '노딜'로 끝난 과정도 거론했다. 문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건에 최초 협상안을 만들라고 했는데, 우리 정부 안과 상당히 비슷했다. 북한이 핵동결만 해도 (제재를) 부분적으로 풀고, 로드맵을 만들어 단계적으로 풀자는 것"이라면서 "볼턴이 비건이 만든 안을 보더니 바로 (백악관)비서실장과, 펜스에게 전화해 이건 완전히 미국을 망치는 거고, 북한 연대보증이라고 다시 만들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문 특보는 "볼턴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문 대통령"이라며 "햇볕정책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북한을 과도하게 신뢰해 본인이 잘 될거라는 희망적 사고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시각으로 보면 우리 대통령이 참 잘했다. 난공불락의 백악관을 치고 들어가 수문장 역할을 하는 볼턴을 뚫으려 정의용 실장이 얼마나 노력했나"라고 평가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20-07-02 10:52:06[파이낸셜뉴스]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본 아베 총리를 향해 "거듭된 실정으로 수세에 몰린 처지를 만회하기 위해 한국을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아베 내각은 지난해 반도체 소재 수출보복을 단행한데 이어 최근엔 우리 정부의 G7 회의 참석까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김 전 의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동북아 평화·선린을 위한 아베 총리와 일본의 대국적 자세 전환을 촉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김 전 의원은 "최근 또 심상치 않은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다"면서 "존 볼턴 회고록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남북관계 개선에 사실상 반대했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G7+ 회의에 우리나라가 참석하는 것을 반대하는 몽니를 부린다는 뉴스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기가 막힌다. 참으로 속좁은 외교"라며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지난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전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언급하며 "아베 총리는 이렇듯 어렵게 연 한일 우호 관계를 거꾸로 돌려놓으면서 훼방을 놓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아베 총리 행보의 배경을 '내부결집용'으로 분석하며 "거듭된 실정으로 수세에 몰린 처지를 만회하기 위해 한국을 이용하지 말라. 동북아 평화·선린을 위한 아베 총리와 일본의 대국적인 자세 전환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래를 내다보는 통 큰 정치를 하기 바란다"면서 "일본은 자국에도 손해가 될 뿐인 수출규제 조치를 조속히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김 전 의원은 "G7+ 회의, WTO 등 국제 사회에서 양국이 협력할 기회를 받아들이라"면서 "이러한 구체적 조치만이 일본의 보복 조치로 훼손된 양국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전 의원은 국내 일부 정치세력에 대한 비판도 내놨다. 그는 "정치권 일각에서 아베 총리 편을 드는 입장을 취하는 듯한 모습도 참 한심하다"며 "외교를 국내 정치의 수단으로 삼는 아베 총리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한탄했다. 이어 "올해는 일제가 대한제국의 국권을 강탈한 '경술국치' 110주년"이라며 "그 때는 나라가 힘이 없어 당했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G11 강국이다. 일본은 함부로 한국을 흔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2020-06-30 11:06:01【도쿄=조은효 특파원】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미측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과 관련된 문구를 공동성명에 담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 자신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 전날, 일본인 납치 문제도 공동성명에 넣기 위해 북한과 협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적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회담 직전까지 북·미간 이 문제를 둘러싼 교섭이 지속됐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납치 관련 내용이 들어가지 않은 채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일본인 납치 문제가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다뤄졌는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일본인 납북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 또는 문재인 대통령이 내 생각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해 줬고 국제 사회의 이해도 꽤 깊어졌으며 현재하는 대응에 많은 나라가 협력해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베 총리는 납치 문제에 대해 "정말 통한의 극치"라며 "어떻게든 북한을 움직이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은 일본이 미해결 상태라고 주장하는 납치 피해자 12명 가운데 요코타 메구미(1977년 실종 당시 13세) 등 8명은 사망했고 다른 4명은 북한에 들어오지도 않았다면서 '해결할 납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0-06-24 08:19:23[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12일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북한과 종전 선언을 검토했으나 일본의 반대로 생각을 바꿨다는 증언이 나왔다.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발간 예정인 자신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을 통해 당시 회담 준비과정에서 일본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담 일주일 전 트럼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오찬을 함께했다며 "트럼프가 한국전쟁을 자신이 끝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료돼 있었다"고 소개했다. 볼턴은 "나는 특정 지점에서 북한에 그런 양보를 하는 것을 꺼리지는 않았으나 트럼프가 당장 하려고 한 것처럼 그걸 공짜로 줘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볼턴은 이와 관련해 일본의 입장이 중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이런 양보를 할지도 모른다는 데 대해 일본이 특별히 불안해 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 오후 워싱턴DC를 방문하는 야치 쇼타로 당시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무슨 얘기를 할지 대단히 듣고 싶었다"고 적었다. 회고록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직접 트럼프를 설득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볼턴은 아베가 2018년 6월 캐나다 퀘벡에서 열렸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가는 길에 워싱턴DC에 들렀다고 전했다. 아베는 트럼프에게 "북한인들은 살아남은 자들로, 그들은 자기네 체제에 목숨을 걸었다. 그들은 매우 거칠고 약삭빠른 정치인들이다. 이게 다시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으로 생각하면 그들은 옛날 방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볼턴은 그날 아베가 트럼프와 북한을 주제로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아베가 그전에도 트럼프를 방문해 북한에 대한 호전적 입장을 종용했다고 지적했다. 볼턴은 2018년 4월 미일 정상회담 후 아베가 "북한은 미국이 최대의 압박과 압도적 군사력 위협을 가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며 이는 자신의 지론과 같다고 밝혔다. 이어 아베의 방미를 놓고 트럼프가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지 않도록 의지를 굳히는 데 시간상으로 완벽했다고 적었다. 트럼프는 당시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실제로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며 평화체제 구축 약속에 대한 후속조치 가능성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0-06-22 18:15:401980년대 후반 우리나라 가정의 살림살이는 정말 하루하루가 달랐다.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로 시작된 엔고는 우리나라 수출에 날개를 달아줬다. 1985년 달러당 240엔대에 달하던 엔화는 2년 뒤인 1987년 말에는 절반 수준인 130엔까지 떨어졌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 수출은 1985년 303억달러에서 1988년 607억달러로 2배가 뛰었다. 수출만 호황이 아니었다. 수출이 잘되니 기업에 돈이 돌고 내수가 살아났다. 1987년 6.29 민주화 선언이 내수를 일으켜세운 것이다. 정치에서의 민주화는 노동운동에도 봄을 불러왔다. 연일 여기저기서 노사분규가 일어나고, 그때마다 임금은 수직상승했다. 기업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이 워낙 많으니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줘도 경영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임금이 오르니 소비가 폭발했다. 소비가 늘어나니 물가가 오르고, 다시 임금이 올랐다. 증시도 연일 상승을 거듭했다. 같은 기간 주가는 163에서 1000 선을 돌파했으니 그 당시 경제는 정말 올여름 무더위보다도 더 뜨거웠다. 정부도 흥청댔다. 해외수출 호황과 기업들의 폭발적인 성장에 세수가 넘쳐났다. 넘쳐나는 재정은 결국 복지로 흘러들어갔다. 전 국민 의료보험 실시, 국민연금 도입, 최저임금제 도입 등 우리나라 역사에 기록될 굵직한 복지정책들이 이때 나왔다. 가히 우리나라 전성기였다. 이렇게 맞은 호황 덕에 우리나라 노동자의 임금은 1987년부터 10년 동안 무려 4배가 올랐다. 이명박정부 때 경제수석을 지냈던 김대기씨는 수십년간 나라를 위해 일했던 자신의 회고록을 담은 '덫에 걸린 한국 경제'에서 우리나라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기억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정책 기조로 삼고 그토록 목매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은 아마도 이때의 기억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듯하다. 소득주도 성장은 포스트 케언지언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임금주도성장(wage-led growth)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과 이들 가계소득을 올려줘 소비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기업 투자가 늘면 생산이 확대되고 다시 소득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는 대내외 경제환경이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고, 국내경기가 팽창을 계속할 때나 실현 가능한 개념이다. 세계 무역질서를 뒤흔드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혀 경험하지 못한 카리스마와 천재성을 지닌 북한의 김정은, 주변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중국몽'을 외치며 새로운 황제로 등극한 시진핑, 이토 히로부미 이후 일본 역사상 가장 유능한 총리로 평가를 받는 아베까지 '빅보이'들이 무더기로 등장하면서 세계 곳곳이 시끄럽다. 과거 20년 전 민주화운동으로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부문이 봄을 맞던 시기와 지금은 너무도 다르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정의롭기만 한 정책'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52시간 근무제' 등 최근 논란을 빚는 정책은 모두 국민 삶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좋은 말도 순서가 뒤바뀌면 진심이 전달되지 않고, 심지어는 오해를 살 수도 있는 법이다. 배가 고프면 예민해지고 다른 생각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이다.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전문기자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전문기자
2018-09-11 17:22:011980년대 후반 우리나라 가정의 살림살이는 정말 하루하루가 달랐다. 1985년 9월 '프라자 합의'로 시작된 엔고는 우리나라 수출에 날개를 달아줬다. 1985년 달러당 240엔대에 달하던 엔화는 2년 뒤인 1987년 말에는 절반 수준인 130엔까지 떨어졌다. 덕분에 우리나라 수출은 1985년 303억달러에서 1988년 607억달러로 두배가 뛰었다. 수출만 호황이 아니었다. 수출이 잘되니 기업에 돈이 돌고 내수가 폭발했다. 1987년 6·29 민주화 선언은 내수를 벌떡 일으켜세웠다. 정치에서의 민주화는 노동운동에서도 봄을 불러왔다. 연일 여기저기서 노사분규가 일어나고 그 때마다 임금은 수직상승했다. 기업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이 워낙 많으니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줘도 기업 경영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임금이 오르니 소비가 폭발했다. 소비가 늘어나니 물가가 오르고 다시 임금이 올랐다. 증시도 연일 상승을 거듭했다. 같은 기간 주가는 163포인트에서 1000선을 돌파했으니 그 당시 경제는 정말 올 여름 무더위보다도 더 뜨거웠다. 정부도 흥청댔다. 해외수출 호황과 기업들의 폭발적인 성장에 세수가 넘쳐났다. 넘쳐나는 재정은 결국 복지로 흘러들어갔다. 전국민 의료보험 실시, 국민연금 도입, 최저임금제 도입 등 우리나라 역사에 기록될 굵직한 복지정책 이때 나왔다. 가히 우리나라 전성기였다. 이렇게 맞은 호황 덕에 우리나라 노동자의 임금은 1987년부터 10년동안 무려 4배가 올랐다. 이명박 정부때 경제수석을 지냈던 김대기 씨는 수십년간 나라를 위해 일했던 자신의 회고록을 담은 '덫에 걸린 한국경제'에서 우리나라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기억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정책기조로 삼고 그토록 목매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은 아마도 이 때의 기억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듯 하다. 소득주도 성장은 포스트 케언지언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임금주도성장(wage-led growth)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과 이들 가계소득을 올려줘 소비를 활성화시키고 이를통해 기업투자가 늘면 생산이 확대되고 다시 소득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된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는 대내외 경제환경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국내경기가 팽창을 계속할때나 실현 가능한 개념이다. 세계 무역질서를 뒤흔드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전혀 경험하지 못한 카리스마와 천재성을 지닌 북한의 김정은, 주변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중국몽을 외치며 새로운 황제로 등극한 시진핑, 일본 역사상 이토 히로부미 이후 가장 유능한 총리로 평가를 받는 아베까지 세계 곳곳은 빅보이들이 무더기로 등장하면서 어느때보다 시끄럽다. 과거 20년 전 민주화운동으로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부문이 봄을 맞던 시기와 지금은 너무도 다르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정의롭기만 한 정책'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52시간 근무제' 등 최근 논란을 빚는 정책은 모두 국민 삶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좋은 말도 순서가 뒤바뀌면 진심이 전달되지 않고 심지어는 오해를 살 수도 있는 법이다. 배가 고프면 예민해지고 다른 생각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전문기자
2018-09-11 16:17:18만능통장. 그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튼 계좌에서 이익이 화수분처럼 솟구친다면, 상상만 해도 즐겁다. 그러나 꿈 깨라. 세상에 그런 통장은 없다. 이익만큼 위험도 큰 법이다. 최근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가 좋은 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붙은 만능통장이란 별칭은 기만적이다. 깜빡 속으면 안 된다. ISA는 운용수익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바구니형 금융상품이다. 고객은 바구니 안에 예.적금,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여러 종류를 담을 수 있다. 1인당 연간 2000만원, 5년간 1억원까지 넣을 수 있다. 돈을 굴려 이익이 생기면 200만원까지 세금(15.4%)을 면제하고 200만원 초과분엔 9.9%의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 대신 고객은 5년간 돈을 찾을 수 없다. 정부가 ISA를 내놓은 취지가 뭘까. 작년 8월 금융위원회 보도자료를 보자.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국민의 재산형성을 지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게 다일까. 혹시 다른 뜻은 없을까. 최근 금융권에 ISA 고객 유치 경쟁이 불붙었다. 은행들은 자가용.골드바.해외여행권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직원들에겐 할당량이 떨어졌다. 이게 무슨 뜻인가. ISA가 은행 수익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기를 쓰고 고객을 유치하려 한다.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는 금융권에도 고통이다. 최근 유럽과 일본 은행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마이너스 금리의 여파다. 국내 은행들도 돈을 굴리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단순 예대마진만 갖고는 직원들의 고액 연봉을 유지하기 힘들다. 그래서 지난 몇년간 ELS로 눈을 돌렸고 작전은 적중했다. 이제 과녁은 ISA로 이동 중이다. ISA 고객들이 예.적금만 고집하고 ELS 같은 파생상품을 외면하면 어떡하냐고? 걱정도 팔자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당신이 ISA를 파는 은행 직원이라 치자. 수수료율이 낮은 예.적금을 권유하면 상사의 눈총이 무섭다. 실적을 쌓아 승진하려면 수수료율이 높은 파생상품을 권유할 수밖에 없다. 금융 전문가의 추천은 의사의 권유와 비슷하다. 말을 안 들으면 손해 볼 것 같다. 전문가가 가진 정보량에 비하면 소비자는 문외한에 가깝다.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서 승자는 늘 전문가다. ISA는 지난 1999년 금융빅뱅의 원조격인 영국에서 처음 도입했다. 영국은 2011년에 주니어ISA를 따로 뒀다. 이웃 일본은 2014년부터 일본판 ISA인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시행 중이다. NISA는 처음부터 자본시장 활성화에 목적을 뒀다. 따라서 NISA 바구니엔 투자성 상품만 담을 수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저축에서 투자로'라는 슬로건 아래 우체국에 잠긴 돈을 투자로 끌어내려 했다. 그 매개체가 NISA다. 우리는 영국.일본을 벤치마킹했다. 한국형 ISA가 국민재산 불리기 프로젝트의 핵심이라는 금융위의 설명은 공식 보도자료용이다. 정부는 내심 자본시장 활성화와 금융사의 건전성 유지에 뜻을 두고 있을 것이다. 좋다. 다만 국민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ISA는 양날의 칼이다.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다. 대박이 될지 쪽박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회고록에서 "일부 금융상품은 인화성 잠옷과 마찬가지로 시장에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행동하는 용기'). ISA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인화성 잠옷은 아니겠지만 분명 원금보장형 상품도 아니다. 벌써부터 현장에선 예비고객들을 상대로 '닥치고 이사(ISA)'를 권유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나도 7일 자동차 경품 안내 문자를 받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엄포를 놓든 말든 불완전판매는 현재진행형이다. 역대급 국민 재테크 상품을 왜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하나. 출시일(14일)을 한두달 미루면 안 되나. 만에 하나 4.13 총선 때문에 서두르고 있다면 정말 큰일이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2016-03-07 16:4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