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일 7광구 공동개발 협정이 2028년 6월까지인 유효기간과 관계없이 어느 한 쪽의 종료 통보만 없으면 지속되는 것으로 3일 밝혀졌다. 이 때문에 최근 시작된 한일 협상도 협정 연장이 아닌 공동개발 재개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본지가 입수한 외교부의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인접한 대륙붕 남부구역 공동개발 협정(JDZ 협정)’ 관련 협상 설명에 따르면 JDZ 협정은 유효기간이 지난 후에도 효력이 지속된다. 외교부는 “JDZ 협정이 2028년에 자동적으로 만료되는 것은 아니다. 그 후에도 일방의 서면을 통한 종료 의사 통보가 없을 시에는 계속 유효하다”며 “일방 당사국은 타방 당사국에 3년 전 서면통고를 함으로써 최초 50년 기간 종료 시에 혹은 그 후 언제든 JDZ 협정을 종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감안해 일 측과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JDZ 협정은 7광구라 불리는 동중국해 8만2557㎢ 대륙붕을 공동개발 구역으로 지정하며 1978년 6월 발효됐다. 유효기간을 50년으로 둬 2028년 6월까지이고, 종료 통보는 일방이 3년 전부터 할 수 있어 내년 6월부터 가능해진다. 과거 2002년 일본이 경제성이 없다며 손을 떼면서 7광구 개발이 멈춰선 상태인데, 이를 두고 일본이 JDZ 협정 종료 후 단독개발에 나서려 한다는 우려가 많았다. 복수 국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중첩 해역에 대한 국제법 추세가 대륙붕 연장론보다 중간선(등거리선) 기준이 보편화되면서 7광구의 90%가 일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돼서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우리 정부의 요청으로 JDZ 협정에 따른 제6차 한일 공동위원회가 39년 만에 열리면서, 협정 연장을 위한 협상을 벌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그러나 종료 통보만 없으면 협정은 지속되는 만큼, 이번 협상의 목적은 실질적으로 7광구 공동개발을 재개시키는 데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JDZ 협정이 종료되더라도 7광구는 유엔해양법 협약상 경계미획정 수역이 돼 한일은 물론 중국까지 껴서 다퉈야 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외교부는 “설령 JDZ 협정이 종료된다 하더라도 해당 구역에서 한국의 동의 없이 주변국이 일방적으로 자원 개발을 하거나 경계 획정을 할 수 없다”며 “국내외 전문가들과 긴밀한 협의 하에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JDZ 협정을 끝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기보단 종료 통보 없이 협정을 이어가면서 공동개발을 재개하자고 설득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주장하는 경제성 문제부터 다시 탐사에 나서 판단해보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에 중국까지 더해 3국 공동개발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중국은 7광구 근처 수역 동중국해 시후분지에서 유전과 가스전을 운영 중이라 시너지를 낼 수 있고, 3국 간 갈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외교부는 한일중 공동개발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JDZ 협정은 한일 양자조약으로 우선 한일 양국이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면서도 “다만 정부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우리 해양국익 수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적시에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외교부는 중국의 시후분지 유전·가스전이 7광구에서 100km 이상 떨어져 있다는 점을 명시해 3국 공동개발 필요성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10-03 17:03:47[파이낸셜뉴스] 우리넷은 국내암호모듈검증제도(KCMVP) 인증 모듈이 적용된 양자통신암호화장비(QENC)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로부터 보안기능확인서를 발급받았다고 2일 밝혔다. 대상 장비는 전국 규모 전달망에 상용화된 테라급 POTN인 OPN-3100(2.4T급)과 OPN-1000(560G급)이다. 국제 공적표준의 다중 프로토콜 라벨 스위치(MPLS-TP) 기술을 기반으로 100G, 10G 등의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며, 다양한 데이터를 패키지로 묶어 전달하는 통신기술로 통신량(트래픽) 증감 속에 물리적 구성 변경 없이 장비에서 능동적인 대응이 가능한 장비이다. 대상 제품명(유니트명)은 'OPN-3100(O208CLU)'와 'OPN-1000(O208CLU)'이다. 정부에서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 뉴딜사업 중 양자암호통신 인프라 구축을 통해 보안성이 중요한 공공분야와 개인정보 및 산업기밀 보호가 필요한 민간분야에 대해 보안성이 뛰어난 양자암호통신 시범망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넷은 보안당국과 협력하여 보안성, 안전성 검증 및 응용서비스를 발굴, 적용하여 산업 활성화를 위한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과학기술정통부에서는 지난달 26일 열린 ‘2024년 제7회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4개의 혁신·도전형 R&D 사업과 2개의 우수 과학기술 인재 육성사업인 인공지능(AI), 양자 기술, mRNA 백신 개발 등을 포함한 6개의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우리넷에서 보유한 QENC와 연동돼 구성되는 양자키분배장치(QKD)는 △양자역학원리인 양자 상태의 중첩성(Superposition state) △양자 상태의 복제 불가성(No cloning) △측정에 의한 양자 상태 소멸성을 이용하여 데이터 암호용으로 사용되는 비밀키(대칭난수)를 안전하게 분배, 통신채널로 전송되는 데이터의 보안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첨단 기술의 통신장비로 이론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해 완벽하게 안전한 통신 방법으로 알려졌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발간한 '양자정보기술백서'에 따르면 양자암호통신 글로벌 시장 규모는 연평균 39.8% 증가해 2030년에는 24조5793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넷 관계자는 “국내 최초로 양자통신암호화장비 보안기능확인서를 발급받아 선도적인 양자암호통신 기술력을 입증했다”며 “우리넷 QENC, QKD, QKMS, PQC 등 다양한 양자암호통신 장비를 자체 개발해 확보한 양자 보안 솔루션을 기반으로 통신사, 공공기관과의 협업 등을 통해 국가 공공분야 통신망 확대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사이버안보센터에서 9월에 허용한 AES 암호모듈 구현도 적극적인 개발전략으로 대응하여 국내 공공분야와 더불어 국제표준암호 AES 기반으로 글로벌 전송보안시장 진출을 전략적으로 수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가사이버안보센터는 “전 공공분야 국제표준암호 AES 허용 계획’을 9월에 발표하고, 2025년 상반기에는 ‘안전한 AES 암호모듈 구현방법론’을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 7월에는 AES 자가시험도구 공개하고 2026년 1월에 AES의 사용을 허용하며 AES 탑재 암호모듈 대상 KCMVP 신청 접수와 함께 상반기에는 KCMVP를 획득한 AES를 탑재하고 주요 공공기관에 AES가 탑재된 제품을 도입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2024-10-02 13:51:34[파이낸셜뉴스] 과학자들이 양자정보 이동 기술에서 또 한 번의 성과를 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물리학자들이 '양자 원격이동(quantum teleportation)'이라는 기술을 통해 각각 물리적으로 떨어진 3곳에 데이터를 보내는데 성공했다. 이전에는 오직 2군데만 보내는 것이 가능했다. 이번 실험은 양자 네트워크가 상당한 규모로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양자컴퓨터 실용화 가능성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실험을 주관한 델프트공대 물리학자 로날드 한슨은 "현재 실험실에 소규모 양자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양자 인터넷 구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델프트공대의 연구는 이번주 발행된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실렸다.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현상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정보는 중첩돼 있는 상태여서 관측이 이뤄지는 순간 모든 것이 결정된다. 거리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관측이 이뤄지는 순간 중첩이 깨지고 하나로 결정이 된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에 따라 빛보다 빠른 물질은 없기 때문에 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아인슈타인은 이같은 양자 원격이동을 마치 귀신이 움직이는 것에 비유했다. 이 정보를 담고 있는 물질이 실제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두 장소 간에 정보가 이동하는 것은 귀신이 움직이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이었다. 그러나 이번 실험 성공으로 데이터 전송과 관련해 인류는 상당한 진보를 이룰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양자원격이동은 양자 컴퓨터간 데이터 이동 뿐만 아니라 해킹까지 막을 수 있다. 컴퓨터 보안, 개인정보보호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 실험물리연구소의 트레이시 엘레노어 노스럽은 "이는 양자컴퓨터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우리가 낸 문제를 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스럽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면서 구글은 현재 서버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검색하는지 알지만 양자 원격이동이 본격화하면 결코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양자상태를 이용한다. 입자가 전하나 광자처럼 아주 작거나 절대온도 0도 근처의 초저온 금속일 경우 단일 물질은 동시에 마치 2개인 것처럼 행동한다. 기존 컴퓨터가 '0'이나 '1'의 '비트'를 토대로 움직이는 것과 달리 양자컴퓨터는 양자비트, 또는 큐비트를 토대로 움직인다. 큐비트는 정보를 1과 0 두가지 중첩상태로 보관할 수 있다. 0이나 1이 아니라 0과 1 두가지 모두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에따라 2큐비트는 동시에 4가지 값을, 3큐비트는 8가지 값, 4큐비트는 16가지 값을 가질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에 비해 연산처리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에 성공한 양자 원격이동 3군데 전송은 양자컴퓨터 실용화 가능성을 더 높여주는 성과다. 다만 여전히 양자컴퓨터는 현실화에 최소 수년은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2-05-26 01:06:27[파이낸셜뉴스] "...(중략)... 이자겸은 친족들을 요직에 배치하고 관직을 팔아 자기 일당을 요소요소에 심어두었다. 스스로 국공(國公)에 올라 왕태자와 동등한 예우를 받았으며, 그의 생일을 인수절(仁壽節)이라 하고 국왕에게 올리는 형식으로 그에게 글을 올리게 했다. 아들들이 다투어 지은 저택은 거리마다 이어져 있었고, 세력이 커지자 뇌물이 공공연하게 오가고 사방에서 선물로 들어온 고기 수만 근이 날마다 썩어나갔다. 토지를 강탈하고 종들을 풀어 백성들의 수레와 말을 빼앗아 물건을 실어 나르니, 힘없는 백성들은 수레를 부수고 소와 말을 파느라 도로가 소란스러웠다. 이자겸은 지군국사(知軍國事)가 되어 왕에게 그 책봉식을 궁전이 아니라 자신의 집에서 하게 했고, 시간까지 강제로 정할 정도였다. 이로 인해 왕은 이자겸을 몹시 싫어하였다" -고려사 中 태조 왕건이 고려를 건국했을 때 중심 세력은 지방 호족(豪族)이었다. 이 호족 세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문벌귀족'(門閥貴族)으로 변모해갔는데, 이들은 왕실과의 혼인, 토지 독점, 관직 세습 등을 기반으로 고려 사회의 절대적인 지배계층으로 군림하게 된다. 그러나 너무나 막강한 권세를 소유한 부작용 때문이었을까. 문벌귀족 사회의 모순이 증폭되면서 고려는 연이어 큰 '사달'을 겪게 된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자겸의 난'이다. 이자겸의 인주(현재 인천) 이씨 가문은 수십년 간 왕실과 가장 가까운 '외척'(外戚) 세력으로 존재했고, 급기야 이자겸 때에 이르러서는 왕권을 능가하고 위협하는 권세를 부리게 된다. 이른바 '고려판 국정 농단' 사건이었고, 자칫 왕조의 교체마저 불러올 수도 있었던 '대(大)정변'이었다. '이자겸의 난'은 이후 고려 정국의 향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를 계기로 귀족들 간의 갈등과 분열이 더욱 심화되면서, 고려는 정치·사회적으로 크게 흔들렸다. 더 나아가 고려 귀족 사회의 근간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무신정변'(武臣政變)을 촉발시키는 단초를 제공했다. 고려 귀족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고려 중기 이후의 역사를 규정지었던 '이자겸의 난' 전말을 되돌아봤다. ■문벌귀족 사회와 인주이씨 권세 11세기 이후가 되면서 고려는 '문벌귀족'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문벌귀족은 여러 세대에 걸쳐 고위 관직자를 배출하고 왕실의 외척이 된 자들을 말하는 것인데, 고려 성종(成宗, 제6대 왕) 때 중앙집권 체제가 확립되면서 새로운 지배계층으로 부상했다. 주로 지방 호족이나 개국공신의 후손들이 이에 속했다. 문벌귀족을 지탱한 것은 경제력과 권력 세습이었다. 우선 이들은 권력을 이용해 광대한 토지를 소유하며 경제력을 확대했는데, 대표적으로 '과전'(科田)과 '공음전'(功蔭田)이 있었다. 과전은 관직·관품에 따라 18등급으로 나눠 차등있게 분급한 것이었고, 공음전은 5품 이상 고위 관리에게 지급한 토지로서 자손에게 세습이 가능한 영업전(永業田)이었다. 또한 음서(蔭敍)와 과거(科擧)를 통해 권력도 세습했다. 특히, 음서는 신라 시대의 사례를 따라 문벌귀족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그 후손을 관리로 선발했던 제도다. 음서로 처음 임용되는 관직은 이속에서부터 정8품까지 이르렀고, 형식상 승진 제한에도 불구하고 과거를 통한 등용자처럼 5품 이상까지 승진하는 경우도 많았다. 고려 초기에는 직계 1촌인 친자에게만 특권을 부여했지만, 인종 대에 와서는 양자, 친손자, 외손자, 조카까지 특권이 확대됐다. 더 나아가 이들은 왕실과 중첩된 혼인 관계를 맺으며 외척 세력으로 군림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려의 문벌귀족들은 신라의 성골, 진골처럼 각종 권력을 장악하며 화려한 귀족 문화를 꽃피웠다. 당시 대표적인 문벌귀족으로는 인주 이씨(이자겸), 안산 김씨(김은부), 경주 김씨(김부식), 해주 최씨(최충), 청주 이씨(이가도), 광양 김씨(김양감), 수주 최씨(최사위), 이천 서씨(서희), 남평 문씨(문공원), 파평 윤씨(윤관), 평산 박씨(박인량), 경주 최씨(최승로) 등이 있었다. 이 가운데 고려 초기 이래 가장 세력이 강했던 문벌귀족은 인주 이씨 가문이었다. 이 가문은 문종(文宗, 제11대 왕)부터 인종(仁宗, 제17대 왕)까지 무려 80여 년 간을 외척 세력으로 있으면서 강력한 권세를 떨쳤는데, 우선 이자겸의 증조할아버지인 이허겸이 그의 두 딸을 현종(顯宗, 제8대 왕)의 왕비로 만들면서 인주 이씨 세도정치(勢道政治)의 물꼬를 텄다. 이후 손자인 이자연 때에 이르러 인주 이씨 가문은 일약 '권문세가'(權門勢家)로 부상했다. 이자연은 왕실 외척에 더해 22세에 과거 장원급제라는 개인적 역량까지 더해진 화려한 인물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그의 세 딸을 문종의 왕비로 들여보냈는데, 세 딸 중 하나인 인예왕후의 혈통은 문종 이후 선종, 헌종, 인종 등까지 이어지게 된다. 다만, 인주 이씨 가문이 위기를 맞을 때도 있었다. 나이가 어리고 병약했던 헌종 때에 이자겸의 사촌인 이자의가 자신의 누이인 원신궁주와 선종 사이에서 낳은 한산후 왕균을 옹립하려다 왕의 숙부인 계림공(숙종)에 의해 진압된 것이다. 이후 계림공은 헌종에게 양위(讓位)를 받아 숙종으로 즉위했고, 원신궁주 및 한산후 등을 유배보내거나 외척 세력들을 멀리 하면서 왕권을 강화해나갔다. 하지만, 이 같은 모습은 오래가지 못했다. 숙종 이후 왕위에 오른 예종은 한편으로는 신진관료들을 등용해 기득권 세력을 견제하는 등 부분적으로 왕권 강화 노력은 이어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다시금 인주 이씨 가문과 결연(結緣)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이자겸은 자신의 딸을 예종의 왕비(문경황후)로 만드는데 성공하며 예전과 같은 권세를 회복했다. 그런데 예종의 죽음이 가까워지자 차기 대권을 놓고 이자겸 세력과 예종이 등용한 한안인 등 신진관료들 간의 대립이 크게 발생했다. 신진관료들은 외척 세력의 '발호'(跋扈)를 없애야 한다며 나이가 어린 태자 대신 예종의 동생 대방공(帶方公) 왕보에게 양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자겸은 외손인 태자가 왕위를 이어야 한다고 예종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결국, 이자겸의 주장이 받아 들여져 태자 왕해가 14세의 어린 나이에 인종으로 즉위했다. 인종이 왕위에 오른 후 이자겸은 그 공을 인정받아 협모안사공신(協謀安社功臣)이라는 호를 받았고, '수태사 중서령 소성후'(守太師中書令邵城侯)라는 최고위직에 올랐다. ■이자겸의 국정농단 1122년 인종의 즉위 직후 신진관료들의 우려대로 어린 왕은 사실상 허수아비로 전락했고, 이자겸 세력이 실권을 잡고 국정을 마음대로 주무르기 시작했다. 우선 이자겸 등은 신진관료 등 반대파 숙청에 나섰다. 그는 예종의 동생이자 인종의 작은 아버지인 대방공과 대원공이 문하시랑 한안인 등 신진관료들과 모의해 왕위를 '찬탈'(簒奪)하려 했다고 허위 주장을 펼쳤다. 이자겸 세력은 이참에 예종 때부터 문벌귀족에 대응해 떠오르는 세력인 신진관료들의 씨를 잘라버리려 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대방공 및 한안인 등 많은 신진관료들이 숙청을 당했다. 이어 무인 출신으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을 형성하고 있던 동지추밀원사 최홍재 등을 제거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양절익명공신(亮節翼命功臣)을 제수받았으며 '중서령 영문하상서도성사 판이병부 서경유수사 조선국공 식읍팔천호 식실봉이천호'(亮節翼命功臣中書令領門下尙書都省事判吏兵部西京留守事朝鮮國公食邑八千戶食實封二千戶)라는 매우 긴 이름의 관직에 책봉됐다. 이 가운데 '판이병부사'가 핵심이었는데, 이는 문신 관료 및 무신 관료에 대한 인사권을 동시에 갖는 것이다. 나아가 이자겸은 주변 자제들과 친족들을 요직에 등용했다. 그리고 예종에 이어 인종에게도 자신의 셋째, 넷째 딸을 왕비로 들이게 했다. 막대한 경제적 부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왕으로부터 일정한 지역을 '식읍'(食邑)으로 받았고, 많은 저택과 토지 등을 점유했다. 주변에는 아첨꾼들이 넘쳐나 무수한 뇌물이 이자겸의 집에 쌓였다. 이쯤 되자 이자겸은 높아진 권세만큼 교만도 하늘을 찔렀다. 자신의 집 이름에 왕실에서나 쓸 수 있는 '궁'(宮)이라는 칭호를 붙였고, 자신의 생일을 '인수절'(仁壽節)이라 하며 기념일로 정했다. 교만의 절정은 이자겸이 스스로를 '지군국사'(知軍國事)라고 일컬은 것이다. 이는 이자겸이 신하를 송나라로 보내 표문을 올리고 토산물을 바칠 때 사용한 용어인데, 자신이 나라의 모든 일을 맡고 있다는 뜻이었다. 사실상 스스로를 '왕'이라고 여긴 것이다. 심지어 인종에게 자신의 집에 와서 정식으로 지군국사에 책봉해 줄 것을 요청했고, 책봉식 시간까지 마음대로 정했다. ■제거 시도, 실패 인종은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일찍이 이자겸 국정농단의 심각성과 그의 교만함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자겸의 권세에 눌려 상황을 관망하다가 지군국사 책봉 요구에서 결국 참았던 화가 폭발하고 말았다. 1126년, 18세가 된 인종은 은밀히 측근들을 불렀다. 이 자리에서 인종은 외할아버지이자 장인인 이자겸의 제거를 바라는 본인의 의중을 처음으로 드러냈다. 이에 내시지후 김찬, 내시녹사 안보린, 동지추밀원사 지녹연 등은 상장군 최탁, 오탁, 대장군 권수, 장군 고석 등과 모의해 이자겸 제거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인종에게 보고했다. 신중한 인종은 김찬을 평장사 이수와 전평장사 김인존에게 보내 해당 계획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게 했다. 그런데 이수와 김인존은 "그(이자겸)의 무리가 조정에 가득해 경솔히 움직일 수 없으니, 시기를 기다리도록 해야 한다"라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인종은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고, 측근들에게 이자겸 제거 계획을 실행하라고 명했다. 명을 받은 인종의 측근들은 우선 초저녁에 군사들을 이끌고 궁궐로 진입해 이자겸의 최측근이었던 '척준경'의 동생 척준신과 아들인 내시 척순 등을 척살(刺殺)했다. 그런데 이 소식이 이자겸과 척준경에게 신속하게 전달됐다. 이자겸은 척준경 및 백관 등을 급히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는데, 이 때 척준경이 상황이 긴급하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 후 곧장 군사들을 이끌고 궁궐 세번째 문인 신봉문(神鳳門) 쪽으로 쳐들어갔다. 척준경은 우리나라 역사상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자타공인 맹장 중의 맹장이었다. 예상보다 재빠른 척준경의 반격에 놀란 인종의 측근들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궁궐 안에서 숨죽이고 있었다. 척준경은 전투에 쓰이는 기구를 보관하는 창고인 군기고(軍器庫)도 습격한 후 궁궐 남쪽 벽의 성문인 승평문(昇平門)을 포위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인종은 직접 신봉문으로 와서 척준경 등에게 무장을 해제하고 해산할 것을 명했다. 그러나 자신의 혈족들이 살해당한 것을 확인한 척준경은 이성을 잃은 상태였고, 왕의 코앞까지 화살을 쏘게 했다. 그리고 이자겸은 합문지후 최학란과 도병마녹사 소억 등을 인종에게 보내 "난을 일으킨 자를 내주지 않으면 궁궐이 위험해 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이자겸과 척준경은 이 사건의 배후에 인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종은 측근들을 내놓으라는 이자겸의 요구를 묵살했고, 이에 이자겸은 척준경 등에게 궁궐을 공격하라고 명했다. 공격이 시작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척준경의 군사들에 의해 궁궐 동화문(東華門)에 큰 불이 났고, 짧은 시간에 번져 궁궐은 모두 불타버리고 말았다. 인종은 소수의 신하들만을 대동한 채 급히 다른 곳으로 피했다. 궁궐을 완전히 장악한 이자겸과 척준경은 거사를 주도한 상장군 최탁, 오탁 등을 그 자리에서 죽였다. 아울러 김찬과 지녹연 등은 멀리 유배를 보냈다. 거사 실패 직후 신변의 위협을 느낀 인종은 이자겸에게 양위 의사를 밝혔다. 이자겸을 제거하고 왕권을 드높이려 했던 인종은 되레 굴욕적으로 왕위를 빼앗기고 고려 왕조의 멸망마저 불러올 위기에 처했다. 인종은 조서를 내려 이자겸에게 양위할 것을 청했고, 이자겸도 처음에는 이를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재종형제인 이수가 "주상께서 비록 조서를 내리더라도 이공(이자겸)이 어찌 감히 그 같은 일을 하겠나"라고 고함을 쳤다. 이 순간 이자겸은 마음을 돌리고 "신은 두 마음을 품지 않았으니 깊이 양찰(諒察)하소서"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자겸 입장에서는 주변에 보는 눈들이 많으니 선뜻 왕위를 받기보단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훗날을 도모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인종은 한동안 이자겸에게 완전히 짓눌려 살게 됐다. 이자겸은 인종을 아예 자신의 집 서원에 연금했고, 국정을 전혀 살피지 못하게 했다. 오히려 이자겸이 모든 국정을 통할(統轄)했다. 심지어 이자겸은 이씨가 왕위에 오른다는 '십팔자도참설'(十八子圖讖說)을 믿고 두 차례에 걸쳐 왕을 독살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이자겸의 딸인 왕비가 기지(機智)를 발휘해 인종은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뜻밖의 간극 인종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강단(剛斷)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자겸을 제거하고 왕정(王政)을 복고(復古)할 의지를 쉽사리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인종은 다시금 최측근이었던 내의군기소감 최사전 등을 은밀히 불러 관련 계획을 논의했다. 논의 결과 인종은 이자겸과 척준경 사이의 틈을 노려보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당초 이자겸과 척준경의 관계는 매우 돈독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자겸이 척준경을 도외시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특히, 무슨 문제가 생기면 이자겸은 이에 대한 책임을 척준경에게 돌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에 따라 이자겸을 향한 척준경의 불만은 날로 높아져 갔다. 척준경의 입장에서는 이자겸을 돕다가 자신의 동생과 아들까지 잃었는데, 돌아오는 것은 부당한 대우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이런 상황에서 인종은 최사전을 시켜 은밀히 척준경에게 교서(敎書)를 전달했다. 교서에는 "모두가 과인의 죄이다. 지난 일은 생각하지 말고 마음을 다해 보필해 후환이 없도록 하라"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다시 말해 인종은 척준경에게 동생과 아들을 잃게 만들었던 지난 일은 잊어버리고, 종묘사직(宗廟社稷)을 위해 이자겸을 제거하는 큰 공을 세울 것을 간곡히 부탁한 것이다. 이로 인해 척준경의 마음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뜻밖의 지점에서 척준경의 마음이 확실하게 돌이키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자겸의 아들인 이지언의 종과 척준경의 종 사이에서 다툼이 벌어졌는데, 이지언의 종이 "너의 주인(척준경)이 저위(군주가 조회하는 곳)에 활을 쏘고 궁궐을 불태웠으니 그 죄는 죽어 마땅하다"라는 극언을 했다. 자신의 종에게서 이 말을 전해 들은 척준경은 대노했고, 결국 이자겸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렸다. 이자겸은 오랜 시간 자신을 든든하게 보필해 준 맹장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초조해졌고, 즉각 동생을 보내 화호(和好)를 청했다. 하지만 척준경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여생을 보내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이자겸과 척준경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게 된 것을 직감한 인종은 김부식의 형인 지추밀원사 김부일을 척준경에게 보내 이자겸 제거를 독촉했다. 이 즈음 이자겸의 야심은 노골화되고 있었다. 인종이 연금에서 벗어나 복구된 궁궐로 돌아가자 이자겸은 다방면으로 인종을 감시했고, 자신의 사병인 숭덕부군(崇德府軍)을 무장시켜 여차하면 궁궐로 쳐들어가려고 했다. 더욱이 앞서 언급한 대로 '십팔자도참설'을 맹신한 나머지 인종 독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결국, 이자겸은 스스로 왕위에 오르려고 했던 것이다. 가뜩이나 왕의 간곡한 요청을 무시하지 못하고 있던 척준경은 이 같은 이자겸의 반역적인 행태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마침내 척준경은 왕의 뜻에 따를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1126년 5월 20일에 이자겸의 숭덕부군이 궁궐을 침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인종은 손수 "짐이 해를 당해 왕조가 다른 성씨로 바뀐다면 짐의 죄만이 아니라 보필하는 대신도 수치스러운 일이니 대책을 잘 강구하라"라는 밀지를 써서 척준경에게 보냈다. 이를 받아 본 척준경은 상황의 급박함을 인지하고 제대로 무장도 하지 않은 소수의 장교 및 관노 등을 이끌고 궁궐로 진격했다. 순검도령 정유황도 일단의 군사들을 이끌고 궁궐로 향했다. 척준경 등의 군대가 궁궐로 진입하자 환관 조의가 이들을 안내했고, 궁궐 전각인 천복전(天福殿) 문에서 척준경을 기다리고 있던 인종을 호위해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이자겸의 군사들이 인종에게 활을 쏘려고 했는데, 이때 척준경이 크게 호통을 치면서 무위(無爲)에 그치고 말았다. 역사상 최고의 맹장 중 한 명으로 손꼽혔던 척준경의 기개(氣槪)는 실로 거칠 것이 없었다. 인종을 무사히 호위하는 것이 성공한 후 척준경은 승선 강후현에게 이자겸과 그의 처자식들을 체포하고 이자겸 추종세력을 척살하라고 명했다. 이에 따라 이자겸 일가는 팔관보(八關寶)에 갇혔고, 이자겸을 따르던 장군 강호와 고진수 등은 죽임을 당했다. 오랜 기간에 걸쳐서 일어났던 이자겸의 난이 마침내 진압되자 인종은 광화문(廣化門)으로 나가 "대역부도(大逆不道)의 화가 궁궐 안에서 일어났으나 충신·의사의 의거로 그 해를 제거했다"고 선언했다. ■왕정 복고, 모순 심화 정변 다음날 이자겸과 그의 처자식들, 심복 및 노비들이 모두 유배를 갔다. 그리고 인종의 비였던 이자겸의 두 딸은 폐비가 됐다. 이자겸은 전라도 영광으로 유배를 간 후 1126년 12월 그 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인물치고는 매우 쓸쓸한 최후를 맞았다. 반면, 이자겸을 몰아내는데 공을 세운 척준경, 최사전, 이수 등은 공신호와 높은 관작을 제수받았다. 특히 척준경은 일등 공신으로서 한동안 실권을 거머쥐었는데, 한 때 종1품 중서문하성의 수상직인 '문하시중'(門下侍中)에까지 올랐다가 스스로 그것보다 다소 낮은 정2품 문하시랑(門下侍郞)직을 받았다. 그러나 척준경의 권세도 오래가지 못했다. 척준경은 높은 자리에 오르면서 교만해졌고, 지나치게 발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1127년 3월 좌정언 정지상 등이 "궁궐을 침범하고 불사른 것은 만세(萬世)의 죄"라면서 척준경을 탄핵했고, 인종은 그를 암타도(巖墮島)에 유배보냈다. 척준경은 그 이듬해에 고향인 곡주(谷州)로 옮겨졌고,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 등창으로 숨졌다. 직후에 인종은 이자겸과 척준경 세력 및 그 자손들의 죄상을 낱낱이 기록해 담당 관청에 보관하도록 했다. 이렇게 이자겸과 척준경 등이 몰락하면서 고려는 형식적으로 나마 왕정을 복고했다. 다만, 왕권이 강화되거나 문벌귀족 사회의 모순이 일소(一掃)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인주 이씨를 대체하는 다양한 문벌귀족 및 신흥 세력이 등장했고, 그들 간의 갈등과 분열이 심화됐다. 대표적인 문벌귀족 세력으로는 경주 김씨(김부식), 경원 이씨(이수), 정안 임씨(임원애) 등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척준경 탄핵을 주도한 정지상, 그리고 승려 묘청, 점성가 백수한 등을 중심으로 한 서경 출신 신진관료들이 급부상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김부식 등의 개경 귀족과 정지상 등의 서경 귀족 간에 서경천도 및 금(金)나라 정벌 등을 놓고 정면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귀족들 사이에서의 연이은 갈등과 분열로 인해 고려는 정치·사회적으로 기강이 문란해지며 크게 흔들렸다. 민심 이반도 보다 뚜렷하게 나타났다. 아울러 이 와중에도 귀족들의 특권 독점과 '문치'(文治)주의가 성행했는데, 이는 추후 문신 귀족들에 대항한 무신들의 거사인 '무신정변'으로 이어져 고려 문벌귀족 사회는 끝내 붕괴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2021-08-13 15:20:22[파이낸셜뉴스] '양자 컴퓨팅' 발전을 위해 양자 이론학자들과 컴퓨터공학자들간의 교류가 중요하다. 양자 기술을 이해하고 상업적으로 활용할 응용프로그램을 만들 인재 양성도 필요하다. 양자 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뛰어나도 사용처를 알아야 의미가 있다. 11일 최종원학술원이 '양자 컴퓨팅 시대'를 주제로 가진 글로벌 웨비나(웹세미나)에서 글로벌 석학들이 이구동성으로 인재양성의 중요성을 제기했다. 데이비드 어샬럼 시카고대 분자 공학과 교수는 "양자 역학자들이 컴퓨팅에 접근하고 있지만, 컴퓨터공학자들도 양자역학을 이해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샬럼 교수는 아울러 "중요한 것은 최종 기능이다. 갈수록 하이브리드 환경이 되고 있다. 모든 플랫폼의 공동언어가 있다면 더 빨리 발전할 것이다." 김정상 듀크대 전기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양자 컴퓨팅 연구 협력이 잘 안되고 있다"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구조분야 연구자들은 양자분야로 데리고 와야 한다"고 전했다. 양자분야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간의 원활한 교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아울러 "인재양성이 필요하다. 차세대 과학자와 공학자를 양성할 시기"라면서 "실제 응용 사례와 기회는 많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 성균관대 나노공학과 교수는 "양자기술을 적용할 고성능 웨이퍼 제조 팹이 필요하다. 양자컴퓨터 프로그래밍 인재교육도 필요하다. 초전도체 시스템, 이온트랩 시스템들을 합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양자 컴퓨터 시대에도 이진법 컴퓨터는 당분간 그대로 존재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또한 향후 양자 컴퓨터가 신소재, 화학, 제약, 우주, 자율주행 기능 등 다양한 곳에서 적용될 것으로 기대됐다. 분자계산과 암호기술 등에서도 양자컴퓨터가 용이하다. 새분자 시스템, 신소재 개발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됐다. 암호기술이 양자컴퓨팅 분야의 본격적인 발전에 불을 붙혔다. 화학 시뮬레이션 개선되면 제약 소재 분야가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됐다. 김 교수는 "응용자들이 작동원리를 알게 되면 더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알지 못하는 더 많은 응용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자 컴퓨터는 '슈퍼컴퓨터로 3년 걸리는 연산을 수초만에 풀 수 있다. 중첩이나 얽힘 같은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용해 기존의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방대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기존 컴퓨터가 1 또는 0의 값을 갖는 비트 단위로 정보를 읽지만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양자비트) 단위로 정보를 읽는데 큐비트는 0과 1의 값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200∼300큐빗이면 전 우주의 원자 수보다 더 많은 중첩 상태가 가능해진다. 최근 구글은 양자 컴퓨터가 슈퍼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넘어서는 '퀀텀 슈프리머시'(양자 우위)를 달성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2021-06-11 17:08:27국회 입법조사처가 가상자산 정책을 주도할 정부의 정책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2일 입법조사처는 '가상자산 관련 투기 억제 및 범죄 피해자 보호 방안' 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에 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이 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용하는 부처간 '칸막이' 현상으로 인해 가상자산 거래의 투명성 확보, 거래피해 방지 및 구제 방안 등에 관한 정부의 역할과 책임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있다"며 정책을 주도할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상자산 소관부처 중첩 정부는 현재 가상자산 현안에 대해 금융위원회 등 10개 부처가 협의체 형태로 공동참여하면서 국무조정실이 협의체를 주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가상자산 거래는 자금세탁 방지, 개인정보보호, 과세,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제약 등 여러 부처의 소관업무가 중첩되는 부분이 존재한다"며 "가상자산을 혁신산업의 하나로 장려·발전시키고자 하는 진흥에 초점을 둘 것인지, 과도한 투기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규제에 방점을 둘 것인지, 양자를 어떻게 적절히 혼재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결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정책의 전략적 방향성을 설정하고, 이를 통해 정책 컨트롤타워를 주도할 주무 부처 지정과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피해자 보호방안 시급" 입법조사처는 또 규제 공백에 따른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도 조속히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입법조사처는 △시세조종행위 금지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중요사항에 관한 거짓 기재 등 부정거래행위 금지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등은 현행 자본시장법을 참고해 가상자산 시장에 관련 규정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또 해킹 등 사고 피해 방지를 위한 방안도 내놨다. 가상자산 취급업소에 대해 고객 자산을 신뢰성이 높은 콜드 월렛 등에 관리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거나 이용자 인출권 보호를 위해 일본처럼 이행보증가상자산 보유를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입법조사처는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특성별로 △지급결제 수단인 교환형 △투자에 대한 권리·의무를 제공하는 증권형 △서비스에 대한 디지털 접근 수단인 유틸리티형으로 세분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입법조사처는 "가상자산의 기술적 특성을 반영해 정의를 새롭게 규정하고 기능 및 용도에 따라 이용자의 권리와 의무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영일 기자
2021-05-12 16:51:30[파이낸셜뉴스] 국회 입법조사처가 가상자산 정책을 주도할 정부의 정책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2일 입법조사처는 '가상자산 관련 투기 억제 및 범죄 피해자 보호 방안' 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에 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이 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용하는 부처간 '칸막이' 현상으로 인해 가상자산 거래의 투명성 확보, 거래피해 방지 및 구제 방안 등에 관한 정부의 역할과 책임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있다"며 정책을 주도할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상자산 소관부처 중첩 정부는 현재 가상자산 현안에 대해 금융위원회 등 10개 부처가 협의체 형태로 공동참여하면서 국무조정실이 협의체를 주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가상자산 거래는 자금세탁 방지, 개인정보보호, 과세,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제약 등 여러 부처의 소관업무가 중첩되는 부분이 존재한다"며 "가상자산을 혁신산업의 하나로 장려·발전시키고자 하는 진흥에 초점을 둘 것인지, 과도한 투기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규제에 방점을 둘 것인지, 양자를 어떻게 적절히 혼재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결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정책의 전략적 방향성을 설정하고, 이를 통해 정책 컨트롤타워를 주도할 주무 부처 지정과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피해자 보호방안 시급" 입법조사처는 또 규제 공백에 따른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도 조속히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입법조사처는 △시세조종행위 금지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중요사항에 관한 거짓 기재 등 부정거래행위 금지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등은 현행 자본시장법을 참고해 가상자산 시장에 관련 규정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또 해킹 등 사고 피해 방지를 위한 방안도 내놨다. 가상자산 취급업소에 대해 고객 자산을 신뢰성이 높은 콜드 월렛 등에 관리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거나 이용자 인출권 보호를 위해 일본처럼 이행보증가상자산 보유를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입법조사처는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특성별로 △지급결제 수단인 교환형 △투자에 대한 권리·의무를 제공하는 증권형 △서비스에 대한 디지털 접근 수단인 유틸리티형으로 세분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입법조사처는 "가상자산의 기술적 특성을 반영해 정의를 새롭게 규정하고 기능 및 용도에 따라 이용자의 권리와 의무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awu@fnnews.com 정영일 기자
2021-05-11 10:13:51[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빛을 빠르게 모두 흡수하는 초흡수 현상을 처음으로 구현해냈다. 지금까지 초흡수 현상은 빛이 빠르게 방출되는 초방사 현상에 가려져서 관측 자체가 어려웠다. 한국연구재단은 서울대 안경원 교수팀이 초방사 현상의 시간역행을 통해 초흡수 현상을 구현해냈다고 7일 밝혔다. 빛을 보통보다 더 빠르고 완벽하게 흡수하는 것을 관측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 현상을 이용해 식물의 광합성이나 태양전지에서의 빛에너지 수확 효율을 높이는데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광자를 이용한 양자정보처리 효율향상이나 천체관측을 위한 미세한 광신호 감지 등을 위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양자중첩상태의 원자를 준비하기 위해 나노구멍 격자를 사용했다. 나노구멍 격자는 10나노미터 두께의 실리콘 나이트라이드 박막에 가로 280나노미터, 세로 190나노미터의 나노구멍 5000여개를 체스보드 패턴에 따라 791 나노미터 간격으로 뚫은 것이다. 이 나노구멍의 간격은 원자가 내는 빛의 파장을 고려한 것이다. 나노구멍 격자에 초속 800m의 바륨 원자 빔을 집어 넣고 여기에 수직 방향으로 진행하는 상태 제어용 레이저를 준비해 체스보드 구멍을 통과하는 원자들과 공진기 간의 상대적 위상이 모두 동일해지도록 만들어 원자들을 초방사 상태로 준비했다. 동시에 흡수할 빛의 위상을 측정해 초방사 상태의 원자들의 위상을 제어하는 레이저에 피드백을 가함으로써 시간역행과정이 일어나도록 원자의 양자중첩상태를 제어했다. 이 같은 실험장치를 통해 초흡수가 일어날 때 시간에 따른 빛의 세기 변화와 이러한 빛의 세기가 원자의 수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측정하고 일반적인 흡수와 비교했다. 그 결과 실제 10개 정도의 원자로 초흡수 현상을 구현해 일반 흡수보다 10배 정도 빠르게 빛을 100% 흡수하는 것을 관측했다. 빛의 세기가 약할수록 일반흡수보다 흡수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이는 일정 시간 동안 흡수된 빛의 양이 원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을 밝혀냈 것이다. 양자역학적으로 연관된 특정 상태의 원자들이 강한 빛을 내는 초방사 현상은 이미 실험적으로 구현됐다. 하지만 동일한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는 초흡수 현상은 관측되지 못했다. 초방사에 의해 초흡수가 가려지기에 관측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연구진은 초방사현상과 초흡수현상이 동일한 상태의 원자들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서로 시간 역과정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초방사를 일으킬 수 있는 초방사 상태의 원자들을 제어해 마치 시간을 되돌리듯 빛을 빠르게 흡수하는 초흡수 현상을 실험적으로 유도한 것이다. 시간역행을 위해서는 원자상태의 위상을 제어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체스판 모양의 나노구멍 격자를 통과한 일부 원자들을 초방사를 일으킬 수 있는 상태, 즉 양자역학적 중첩상태로 만들었다. 이후, 원자상태의 위상을 주변 빛의 위상과 반대가 되도록 조절해 초방사를 되돌린 초흡수 현상이 일어나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원자상태를 제어할 수 있는 공진기 내부가 아닌 자유공간에서의 초흡수 현상 구현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광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 온라인판에 지난 2일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1-03-06 22:39:07KT는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서 발주한 초연결 지능형 연구개발망(KOREN)의 양자 암호 통신망 구축 운영 사업자로 선정 됐다고 13일 밝혔다.양자 암호 통신은 빛 양자(알갱이) 입자인 광자를 이용해 정보를 전달하는 통신 기술이다. 양자는 0과 1의 정보를 동시에 갖고 있을 수 있는 중첩성과 한번 측정되면 원래 상태로 돌아 올 수 없는 비가역성을 갖고 있다. 이를 통신에 적용하면 데이터를 해킹이 불가능한 상태로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KT가 구축하는 양자 암호 통신망은 초연결 지능형 연구개발망의 서울-수원 구간이다. 이 구간에는 양자 암호 시스템, 암호화 장비와 같은 각종 기기들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개방형 계층구조(ITU-T Y.3800) 표준으로 설치된다.개방형 계층구조 표준은 2018년부터 KT가 주도적으로 ITU에 제안해 정식 표준으로 2019년 10월 채택됐다. 양자 암호 통신망을 구축하는 구조를 국내외 사업자들이 여러 계층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확장된 형태로 정의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기존에는 해외 장비 제조 업체가 자사의 기술만으로 독점적으로 구축할 수 밖에 없었다.양자 암호 통신망은 보안이 핵심인 정부, 금융, 국방 등 공공 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연구원들이 네트워크를 포함한 주요 정보통신기술(ICT)을 개발하고 시험, 검증하는 목적으로 이용될 계획이다. 서영준 기자
2020-04-13 18:32:05[파이낸셜뉴스] KT는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서 발주한 초연결 지능형 연구개발망(KOREN)의 양자 암호 통신망 구축 운영 사업자로 선정 됐다고 13일 밝혔다. 양자 암호 통신은 빛 양자(알갱이) 입자인 광자를 이용해 정보를 전달하는 통신 기술이다. 양자는 0과 1의 정보를 동시에 갖고 있을 수 있는 중첩성과 한번 측정되면 원래 상태로 돌아 올 수 없는 비가역성을 갖고 있다. 이를 통신에 적용하면 데이터를 해킹이 불가능한 상태로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KT가 구축하는 양자 암호 통신망은 초연결 지능형 연구개발망의 서울-수원 구간이다. 이 구간에는 양자 암호 시스템, 암호화 장비와 같은 각종 기기들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개방형 계층구조(ITU-T Y.3800) 표준으로 설치된다. 개방형 계층구조 표준은 2018년부터 KT가 주도적으로 ITU에 제안해 정식 표준으로 2019년 10월 채택됐다. 양자 암호 통신망을 구축하는 구조를 국내외 사업자들이 여러 계층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확장된 형태로 정의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기존에는 해외 장비 제조 업체가 자사의 기술만으로 독점적으로 구축할 수 밖에 없었다. 양자 암호 통신망은 보안이 핵심인 정부, 금융, 국방 등 공공 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연구원들이 네트워크를 포함한 주요 정보통신기술(ICT)을 개발하고 시험, 검증하는 목적으로 이용될 계획이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2020-04-13 09:2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