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티메프에 입점해 있던 셀러를 고소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수사팀은 셀러들의 피해금 파악, 미정산 정황에 대한 인지 여부, 역마진 구조 등에 대한 물어본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티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반부패수사1부장)은 지난 16일 티메프 입점해 있던 A업체 관계자를 고소인 자격으로 소환해 약 10시간가량 조사했다. 검찰은 구영배 큐텐 대표가 셀러들의 판매대금을 정산이 아닌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사용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 만약 인지하고 있었다면 티메프와 계약을 진행했을지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팀은 티메프와 거래를 시작하게 된 경위 등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A업체의 경우 올해 중순부터 티메프에서 진행하는 특가 행사에 참여하게 됐는데, 상품기획자(MD)로부터 어떻게 연락을 받게 됐는지, 특정 월에 왜 매출액이 더 높은지 등의 진술을 들었다. 티메프 측이 수수료나 쿠폰 등을 얼마 정도 부담했는지 등 역마진 마케팅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다. 예를 들어 A업체가 1개 제품을 판매할 때 2만원의 정산금을 받아야 했다면, 티메프는 소비자들에게 쿠폰을 주고 판매가를 1만8600원으로 낮춰 약 7~8%의 역마진을 보게 되는 구조를 검찰은 파악했다. 티메프 사태의 '윗선'으로 지목된 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류광진 티몬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검찰이 셀러들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쪽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따라서 셀러들을 상대로 한 조사는 구 대표 등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위한 증거 보강 차원으로 풀이된다. 앞서 전담수사팀은 지난 14일과 15일 피해자 단체인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도 불러 조사했다. 법원이 구 대표 등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면서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의 성격"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검찰은 "티메프 사태는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의 성격상 벌어진 일이 아닌, 사기·횡령 범죄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구 대표 등은 정산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판매자들을 속여 돌려막기식 영업을 지속해 1조5950억원 상당의 물품 판매대금 등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또 계열사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조건 충족을 위해 '일감 몰아주기' 방식 등으로 티몬·위메프 자금 총 692억원을 배임한 혐의도 받고 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2024-10-23 15:32:20법정 최고금리가 20%까지 인하되면서 신용등급 최하위인 금융취약계층이 법의 테두리 보호를 벗어난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조사한 '불법 사금융 시장 이용실태'를 본지가 최초로 입수한 결과 5년간 불법 사채를 이용한 규모가 3조6000억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피해가 오히려 급증하면서 정치권은 최고 이자율을 초과한 이자를 무효화하고, 최고이자율 상한을 15%까지 낮추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대부업체 폐업을 부추기는 등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금리와 연동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정부가 금융취약계층의 지급보증을 제공, 2금융권과 대부업체가 대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정책금융을 가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법정최고금리 15%로 인하? 18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법정 최고금리를 15%까지 낮추는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개정안(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을 지난달 발의했다. 또 최고이자율을 초과한 경우 그 이자에 대한 약정 전부를 무효로 하고 임의로 지급하면 이를 반환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불법 사금융의 고금리에 허덕이는 서민들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가 지난 2021년 경기도지사 시절 "법정 최고금리의 적정 수준은 경기연구원의 연구 결과 11.3∼15% 정도"라며 추가 인하를 주장한 바 있다. 현재 미등록 대부업자 등 일반인은 '이자제한법'에 따라 연 25%, 등록대부업자 및 여신금융기관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에 따라 연 27.9%를 초과해 이자를 받을 수 없다. 해당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에 의해 최고금리를 정하도록 했다. 문재인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법정 최고금리를 지난 2018년 2월에 연 24%로, 2021년 7월에 연 20%로 낮췄다. 이번 개정안은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를 연 15%로 통일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업계뿐만 아니라 2금융권도 '현실을 모르는 법'이라고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실제 2금융권인 저축은행의 중금리 신용대출의 평균금리가 신용등급별로 약 11~17%에 형성돼 있다. 일부 저축은행의 신용등급 300~400점대 신용대출 금리는 18.59%에 제공되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가 15%로 인하되면 저축은행도 역마진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2금융권 관계자는 "대부업계에서는 조달금리 8~9%와 10명 빌려가면 3~4명은 갚지 않는 높은 연체율에 따른 대손비용, 판매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현재 법정 최고금리인 20%가 원가 수준"이라면서 "정치권이 바라보는 서민과 하루를 벌어 하루를 사는 실제 서민은 다르다"고 덧붙였다. 대부업계는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어 폐업 수순을 밟거나 신용대출을 대폭 줄였다. 등록대부업체 숫자는 지난 2022년 6월 8775개에서 지난해 말 8597개로 줄었고, 대부업 신용대출 실적은 지난 2018년 12조7334억원에서 지난 2023년 4조6970억원으로 절반 넘게 쪼그라들었다. 담보대출 비중이 신용대출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1년으로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인하된 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체는 요즘 '개점휴업' 상태로 그나마 담보대출을 하지 신용대출은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시장금리 연동…정책금융 확대를"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시장금리와 연동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조언이다. '법정 최고금리=대출금리'가 아닌 만큼 금융시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두고 오히려 정부가 실효성 있는 정책금융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법정 최고금리는 대출금리 개념이 아니라서 시장금리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정치권은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면 제2금융권이 금리를 낮춰서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자금조달 비용이 기존 15% 이상인데 20% 밑으로 낮추면 역마진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법정 최고금리를 낮출 게 아니라 24%로 되돌리고, 정부에서 정책금융으로 서민을 위한 '지급보증'을 해줘서 위험차주를 줄여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2023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조달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법정 최고금리가 고정돼 있을 경우 취약가구는 차환이 제약될 수 있어 취약가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금리와 연동함으로써 취약계층의 금융시장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2024-08-18 18:42:42달러, 엔, 유로 등 주요 17개국 통화를 365일 24시간 수수료 없이 사고 팔 수 있는 토스뱅크의 '환전 서비스'가 호평을 받고 있지만 역마진 우려가 나온다. 토스뱅크는 외화 조달과 결제과정에서 조달 은행과 카드사에 지급할 수수료를 떠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역마진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토스뱅크가 출시한 외화통장의 가입계좌가 6일 만에 30만좌를 넘겼다. 단순 계산하면 2초에 1명씩 가입한 것으로 토스뱅크는 유사 상품과 비교할 때 이례적인 속도라고 자평했다. 김승환 토스뱅크 FX스쿼드 PO는 "출시 6일만에 30만을 넘어 40만좌에 육박한 상황"이라며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안정성을 검증받은 사용자들이 이용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토스뱅크가 외화 계좌 운용을 위해 외국환은행에게 외화를 사와야(조달)하는데 조달 수수료 부담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외국에서 단 1장의 체크 카드로 결제가 가능하게 한 서비스 운용 과정에서도 카드사에 수수료를 줘야한다. 마스터, 비자 등 카드사에 주는 돈도 모두 비용이다. 외화조달과 관련해서 김승환 PO는 "외국계 거대은행과의 API 연동으로 환전 스프레드를 최소화했다"면서 "기존 은행이 환전 스프레드를 설정하는 이유는 기업금융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리스크를 수수료화한 것인데 개인소비자의 경우 리스크가 거의 없는 만큼 수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매매기준율을 높여 수수료(히든피)를 녹이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면서 "런던, 뉴욕 등 외국의 외환시장의 매매기준을 그대로 수수료 없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PO는 "소비자에게 해외 카드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아 카드사에 지급할 수수료가 나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또한 베이시스포인트(bp) 수준으로 토스뱅크가 카드 수익을 혜택으로 고객에게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전과 카드를 따로 보지않고 하나의 상품으로 같이 구조를 설계해 소비자의 혜택을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또 외환서비스의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과정에서 수신고를 활용한 사업을 펼치면 결과적으로 수익은 커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2024-01-24 18:19:25올해 3·4분기 저축은행 민간 중금리대출 취급액이 전년 동기보다 절반 넘게 감소했다. 조달비용 급등에도 민간 중금리대출의 금리 상한이 고정돼 역마진 우려가 생기자 저축은행이 대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차주당 평균 대출액이 늘어나는 등 급전 마련 수요는 여전하지만 예금금리 인상에 따라 조달비용은 더 늘어날 예정이라 올해 연말까지 중금리대출 규모는 더 감소할 전망이다.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반토막22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를 분석한 결과 올해 3·4분기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대출 공급액은 총1조423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3조1436억원) 대비 54.7%(1조7201억원) 급감한 수치다. 올해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대출액은 1·4분기(1조6685억원)와 2·4분기(1조6752억원)에도 전년 대비 각각 39.5%(1조877억원), 50.4%(1조7003억원) 감소했는데 3·4분기 들어 감소폭이 더 커졌다. 공급처도 줄었다. 전국 79개 저축은행 중 민간 중금리대출을 공급한 곳은 지난해 3·4분기 33곳에서 올해 27개까지 줄었다. 민간 중금리대출 공급 건수도 같은 기간 19만4836건에서 8만6025건으로 55.9%(10만8811건) 대폭 감소했다. 민간 중금리대출은 금융사가 신용점수 하위 50% 개인차주를 대상으로 일정 수준 이하의 금리로 공급하는 대출이다.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금리 상한 요건(17.5%)을 충족한 저축은행의 민간중금리 대출에 대해 대출액의 150%를 영업구역 내 대출로 인정하고 있다. 영업 구역내 대출 비율을 4~50% 이상 유지해야 하는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중금리대출을 확대할 경우 규제를 준수하기 수월해진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에 6%까지 오른 예금금리 탓에 조달금리가 급격히 상승하자 저축은행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민간 중금리대출 취급을 줄이고 있다. 수신금리 인상에도 대출금리를 올릴 수 없자 '역마진' 우려에 대출 문턱을 높인 것이다. ■조달비용 증가에 공급액 더 조인다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 대출이 절반 넘게 쪼그라들었지만 대출수요는 더 올라가는 추세다. 차주당 평균 대출액은 지난해 1·4분기 1145만원에서 올해 1·4분기 1510만원까지 늘었고 올해 3·4분기에는 1655만원까지 늘어났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중금리대출 금리 상한을 16.3%에서 17.5%로 1.2%p 상향 조정했음에도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늘면서 평균 대출액이 늘어난 것이다. 저축은행은 정책 중금리 상품 '사잇돌2'의 공급을 그나마 늘리고 있으나 민간 중금리 대출에 비해 규모가 턱없이 작다. 올해 3·4분기 사잇돌2 대출 공급 총액은 3540억원으로 민간 중금리대출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SGI서울보증과 연계해 취급하는 사잇돌2의 경우 정부가 원금을 전액 보증하는 상품으로 민간중금리 대출에 비해 리스크 관리가 용이하다. 다만 저축은행이 취급 시 보증료를 내야 해 수익성이 크지 않아 대출 규모를 크게 늘리기 어렵다. 저축은행이 최근 예금금리를 끌어올리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난 터라 향후 민간 중금리대출을 규모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3-10-22 18:01:24누적부채가 200조원에 달하는 한전에 또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 조짐을 보이면서 그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전력도매가격(SMP)에 영향을 미쳐 전기요금 판매가 역마진 구조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달 중 결정할 4·4분기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유가 오름세…역마진 우려11일 한전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5월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인 구매단가는 1kwh당 132.4원으로, 소비자 판매단가인 138.8원보다 6.4원 낮았다. 한전이 더 이상 손해를 보지 않고 전기를 판매한 것이다. 5차례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과 연료비 하락 안정화 덕에 2021년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19개월 중 18개월(2022년 6월 제외) 동안 이어져 온 역마진 구조를 해소한 것이다. 한전은 5월에 이어 6월에도 실적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6월 kwh당 구매단가는 129.8원, 판매단가는 161.0원으로 31.2원을 남겼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에 8조45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5~6월 마진 확보에 힘입어 전년동기 대비 적자 폭은 41%나 줄일 수 있었다. 작년 상반기 영업손실액은 14조3033억원이었다. 문제는 국제 에너지 가격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 5월 31일 배럴당 70.94달러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던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8일 91.37달러를 기록하며 100달러까지 넘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결정이 속속 이어지면서 일어난 일이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발전사의 발전비용을 늘려 한전이 구매하는 SMP에도 영향을 미친다. 통상 에너지 원가 오름세가 실제로 국내에 영향을 주기까지는 3~6개월의 시차가 존재한다. 또다시 역마진 구조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전의 재정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전기요금 인상 놓고 고심3·4분기 전기요금의 역마진 구조가 해소됐지만 한전의 재무상태는 여전히 최악이다. 지난 6월 말 연결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3500억원을 기록했다. 첫 200조원 돌파다. 올 상반기 일평균 이자액은 74억5000만원으로 뛰었다. 부채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고 있는 한전채 발행량도 한계치에 임박했다. 한전이 발행한 한전채 누적 발행 규모는 총 78조2000억원으로 전체 발행한도(104조6000억원)의 74.8%를 채웠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한전채 발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산업부와 한전은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을 올려야 한다고 추산했다. 지난 상반기까지 kwh당 21.1원을 올린 가운데 아직 최대 30원, 4인가구 평균 전력사용량인 304kwh 기준으로 최대 9000원의 인상요인이 남아있는 셈이다. 실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일 한국전력 부채 문제와 관련, "가능하다면 전력요금 조정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시사하기도 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3-09-11 18:23:17[파이낸셜뉴스] 한국전력의 천문학적인 적자의 원인이었던 역마진 구조가 10개월만에 개선되면서 3·4분기 흑자전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 에너지원가 하락 추세에 힘입어 전력 구매가격과 판매가격의 역전 현상이 해소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다만 하반기 에너지가격 추이가 불안정할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은 이르다는 분석이다. 역마진 구조 해소에 흑자전환 기대 25일 한전의 ‘5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5월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인 구입단가는 ㎾h당 132.43원이었고, 이를 소비자에게 판매한 판매단가는 ㎾h당 138.83원이다.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판매단가가 구입단가보다 높았다. 한전의 전력 구입단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2021년 말부터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판매단가보다 높았다. 한전이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이 이어졌다. 2021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19개월 동안 단 한 차례(2022년 6월)를 제외하곤 한전의 전력 구입단가는 판매단가보다 높았다. 이 기간 판매단가에서 구입단가를 뺀 역마진 폭은 1㎾h 기준으로 2022년 9월 -70.75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45조원에 달하는 한전 누적적자의 주요 원인인 역마진 구조가 개선된 것은 지난 겨울부터 국제유가안정세가 지속되고, 정부가 지난해 5월 이후 전기요금을 네 차례 인상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기준 전기요금은 지난해 5월보다 ㎾h당 33.5원 올랐다. 이처럼 판매단가가 구매단가 이상으로 형성되면서 한전은 전력 수요가 늘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마진은 작더라도 높은 전력수요를 토대로 적자 폭을 최소화하거나 약간의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는 마련됐기 때문이다. 통상 전력도매가격(SMP)의 기준이 되는 LNG가격도 지난해 12월 JKM(일본-한국 시장가격) 기준 MMbtu(영국백만단위열량)당 32.3달러에서 10달러대로 3분의 1가량 하락했다. 하반기 에너지 가격 상황이 복병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반기 에너지 가격 동향이 복병이다. 조지프 맥모니글 국제어너지포럼(IEF) 사무총장은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인도 고아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에너지장관 모임 뒤 CNBC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인도의 석유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어 올 하반기에 국제유가가 다시 뛸 것"이라고 경고했다. IEF는 석유소비국들 모임인 국제에너지기구(IEA), 산유국 모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과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회원국, 그리고 멕시코 등 71개국이 참여하는 국제기구다. 맥모니글 사무총장은 중국과 인도의 석유수요가 가팔라 석유공급이 수요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그는 "인도와 중국이 올 하반기 석유수요를 하루 200만배럴 끌어올릴 것"이라며 "이미 80달러 수준인 유가가 100달러를 뚫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이 경우 LNG가격을 끌어올려 또다시 한전의 역마진 구조가 만들어질수 있는 셈이다. 당장 3·4분기 흑자전환을 해도 45조원에 달하는 한전의 누적적자를 빠르게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의 정상화를 위해 올해 전기요금을 ㎾h당 51원을 올려야 2026년까지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 2·4분기까지 절반에도 못미치는 21.1원을 인상에 그치면서, 재무구조 개선 시점은 그 이후로 밀렸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만약 하반기 에너지 가격이 다시 불안정해질 경우 역마진 구조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한전의 정상화는 요원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3-07-24 15:51:41보험사들이 겪는 이차역마진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보험계약재매입'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990년대 10~13% 시중금리가 적용될 당시 금융당국이 정한 예정이율 7.5%로 판매된 보험상품에서 대규모 역마진이 발생되고 있어서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정무위원회)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한 '보험산업 리스크 관리&신사업 활로는' 긴급세미나에서 이같은 내용이 발표됐다. 윤 의원은 잠재적인 보험산업의 리스크를 진단하고 신사업 활로를 모색함으로써 사회안전망으로서의 보험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 전략을 구상하고자 세미나를 마련했다. 그는 "최근 일부 보험사들의 지급여력(RBC) 비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새 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대내외의 금융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어 보험산업이 직면한 위기 요인들을 발굴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고금리 상품 웃돈 주고 재매입해야 특히 보험사들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보험계약재매입제도를 도입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생보업계의 지난해 9월 기준 당기순이익은 약 3조5000억이지만 이차역마진은 약 2조2000억원 규모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광운 군산대 법학과 교수가 제시한 '보험계약재매입제도'는 고금리 보험계약에 대한 계약 해지시 기존 해지환급금에 프리미엄을 더해 지급함으로써 보험 부채를 청산하는 것을 말한다. 지 교수는 "계약재매입을 통해 소비자는 불가피하게 계약을 해약시 기초서류에서 정한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수령할 수 있다"며 "일부에서는 계약해지가 부각된다는 부정적 시각이 존재하지만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의 경우 계약해지나 높은 고금리 약관대출을 받기 보다 계약재매입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벨기에의 경우 보험사가 계약재매입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보험중개인을 통해 계약재매입과 관련한 전문적인 상담을 받고, 보험계약자가 이를 신중하게 판단한 후 계약체결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약할 경우 소비자는 25~30%의 프리미엄 금액을 더 받게 된다. ■ "소비자 입장에선 신중해야" 하지만 보험사들이 소비자의 보험을 무분별하게 해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시중금리가 10% 이상이었을 때는 저축성보험 금리를 7.5%로 낮게 팔았던 상품인데 이제 저금리 시대가 오니 리스크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해약을 시키겠다는 것"이라며 "해약금에 프리미엄 10~20%를 더 주겠다고 하는데 그만큼 보험사가 이득이 되니까 더 주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재 7.5%의 고금리 상품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해약하면 손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동엽 금융위 보험과장은 "RBC가 하락한 보험사들과 경영 현황, 재무 상황 등에 대해 면밀히 협의하고 있고 보험사의 건전성을 확보하면서 현행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보험산업의 활력 제고를 위해 토론회에서 제시된 제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2022-05-25 18:08:34[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이 지난 25일 중금리대출 확대방안을 내놨지만 업계에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조만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중금리대출을 확대할 경우 부실 우려가 있어 추후 정책 상충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9월부터 보증형 중금리 대출 상품인 ‘사잇돌 대출’의 중·저신용자 차주 비율을 높이고, 비보증형 대출을 내는 은행권에도 중금리대출 금리 상한선을 6.5%까지 낮춰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 의도와 달리 사잇돌 대출을 포함한 중금리 대출이 중·저신용자보다는 고신용자 수요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사잇돌 대출은 SGI서울보증이 보증을 100% 서주기 때문에 사실상 중금리 대출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 지난해 민간은행들이 보증을 이용해 내놓은 사잇돌 대출의 55%는 기존 1~3등급의 고신용자가 차지했다. 특히 인터넷 은행의 경우 대출의 66%가 1~3등급 고신용자였다. 정부는 사잇돌 대출에 중·저신용자 신용등급 기준을 만들고 하위 30% 이하 대출자 비중을 70%까지 높인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사잇돌 대출의 경우 SGI서울보증이 100% 보증을 해주지만 저신용자 대출이 늘어날 경우 은행 입장에선 부실 위험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량 연체가 있을 경우 연체액이 보증보험의 일정 수위를 넘어가면 이를 은행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사잇돌 대출은 100% 보증형 대출이긴 하지만 연체가 많아질 경우 은행에서도 적지만 일부 손실이 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면서 “중·저신용자를 위한 대출이긴 지난해 고신용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중금리대출의 경우 금융위는 중금리대출 금리상한선을 기존 10.0%에서 6.5%로 3.5%p로 낮췄다. 향후 중금리대출을 확대하면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준다는 제안이다. 이에 대해 은행업권에서는 금리 상한선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한선을 너무 낮추게 되면 상품별로는 금리 왜곡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역마진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면서 “은행의 수익성 뿐 아니라 연체율도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향후 당국과 현실적인 개편안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2021-04-26 16:06:54최근 몇 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온 생명보험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올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로 보험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역마진으로 인한 손실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 속에 금융당국의 자본 건전성 규제 강화, 코로나19까지 생보사의 자본 확충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보험영업손실 확대 14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생보사의 수입보험료 총액은 74조9363억원으로 전년(75조1361억원) 대비 0.3% 감소했다. 지난 2017년 이후 3년째 수입보험료는 줄고 있다. 저출산과 1인 가구 증가로 신규 보험이 줄면서 수입보험료 감소로 이어졌다. 또 주요 생보사들이 IFRS17 도입을 앞두고 저축성 보험에서 보장성 보험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면서 신계약 건수가 늘었지만 수입보험료는 줄었다. 보장성 보험은 저축성 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하다. 여기에 금리 인하에 따른 예정이율 인하로 보험료가 인상되면서 보장성 보험에 대한 수요도 줄고 있다. 코로나 영향으로 언택트(비대면) 영업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생보사 보험상품은 복잡해 비대면 영업이 제한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 이후 생보사 보험영업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반면 고령화로 보험금 지급은 늘고 있다. 지난해 생보사 보험금(환급금, 배당금 포함) 지급액은 63조3035억원으로 전년(58조8794억원) 대비 7.5% 증가했다. 수입보험료가 줄고 지급보험금이 증가하면서 생보사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생명보험산업은 수입보험료 감소와 지급보험금 증가로 보험영업손익이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면서 "올해는 코로나 영향까지 있어 마이너스 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운용이익률 급감… 자본확충 부담생보사의 수익성 악화는 제로금리 수준까지 떨어진 저금리가 가장 큰 요인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채권, 주식, 대출채권 등에 영향을 미쳐 보험사의 자산운용이익률 급감으로 역마진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생보사의 자산운융이익률은 3.5%로, 2010년 5.6%와 비교하면 2.1%포인트 급감하면서 고금리 확정형 계약 비중이 높았던 생보사의 이차역마진을 심화시키고 있다. 생보사들은 고금리 시대였던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6~8%의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대거 팔았다. 다만 지난달 보험사의 해외투자 비중을 50% 확대하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생보사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동안 운용자산이익률 개선을 위해 안전성이 높은 해외자산에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1988~2019년 국민연금기금 운용수익률은 △국내주식 5.59% △해외주식 10.08% △국내채권 4.74% △해외채권 5.14%로 해외자산이 높았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생보사의 자본 확충 부담은 커지고 있다. 금리인하가 확대되면서 책임준비금 및 변액보증준비금에 대한 추가 적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IFRS17(새 국제회계기준)과 K-ICS(지급여력제도) 도입에 앞서 RBC(지급여력) 비율, LAT(보험부채적정성평가) 등 재무건전성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부채가 비대해지고, 실적 하락 등으로 자본이 축소된 생보사들은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부담은 여전하다. 여기에 IFRS17이 시행되는 2023년까지 각 국의 기준금리가 제로금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국내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보험업계에선 지난 3월 IFRS17 도입이 1년 유예되면서 아예 도입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 실장은 "(IFRS17) 도입 재검토 이야기도 있지만 자본건전성 차원에서 IFRS17 도입은 필요하다"면서 "다만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부담을 고려해 재무건전성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2020-05-14 17:53:26[파이낸셜뉴스] 최근 몇 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온 생명보험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올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로 보험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역마진으로 인한 손실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 속에 금융당국의 자본 건전성 규제 강화, 코로나19까지 생보사의 자본 확충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보험영업손실 확대 14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생보사의 수입보험료 총액은 74조9363억원으로 전년(75조1361억원) 대비 0.3% 감소했다. 지난 2017년 이후 3년째 수입보험료는 줄고 있다. 저출산과 1인 가구 증가로 신규 보험이 줄면서 수입보험료 감소로 이어졌다. 또 주요 생보사들이 IFRS17 도입을 앞두고 저축성 보험에서 보장성 보험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면서 신계약 건수가 늘었지만 수입보험료는 줄었다. 보장성 보험은 저축성 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하다. 여기에 금리 인하에 따른 예정이율 인하로 보험료가 인상되면서 보장성 보험에 대한 수요도 줄고 있다. 코로나 영향으로 언택트(비대면) 영업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생보사 보험상품은 복잡해 비대면 영업이 제한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 이후 생보사 보험영업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반면 고령화로 보험금 지급은 늘고 있다. 지난해 생보사 보험금(환급금, 배당금 포함) 지급액은 63조3035억원으로 전년(58조8794억원) 대비 7.5% 증가했다. 수입보험료가 줄고 지급보험금이 증가하면서 생보사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생명보험산업은 수입보험료 감소와 지급보험금 증가로 보험영업손익이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면서 "올해는 코로나 영향까지 있어 마이너스 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운용이익률 급감...자본확충 부담 생보사의 수익성 악화는 제로금리 수준까지 떨어진 저금리가 가장 큰 요인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채권, 주식, 대출채권 등에 영향을 미쳐 보험사의 자산운용이익률 급감으로 역마진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생보사의 자산운융이익률은 3.5%로, 2010년 5.6%와 비교하면 2.1%포인트 급감하면서 고금리 확정형 계약 비중이 높았던 생보사의 이차역마진을 심화시키고 있다. 생보사들은 고금리 시대였던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6~8%의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대거 팔았다. 다만 지난달 보험사의 해외투자 비중을 50% 확대하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생보사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동안 운용자산이익률 개선을 위해 안전성이 높은 해외자산에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1988~2019년 국민연금기금 운용수익률은 △국내주식 5.59% △해외주식 10.08% △국내채권 4.74% △해외채권 5.14%로 해외자산이 높았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생보사의 자본 확충 부담은 커지고 있다. 금리인하가 확대되면서 책임준비금 및 변액보증준비금에 대한 추가 적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IFRS17(새 국제회계기준)과 K-ICS(지급여력제도) 도입에 앞서 RBC(지급여력) 비율, LAT(보험부채적정성평가) 등 재무건전성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부채가 비대해지고, 실적 하락 등으로 자본이 축소된 생보사들은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부담은 여전하다. 여기에 IFRS17이 시행되는 2023년까지 각 국의 기준금리가 제로금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국내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보험업계에선 지난 3월 IFRS17 도입이 1년 유예되면서 아예 도입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IFRS17) 도입 재검토 이야기도 있지만 자본건전성 차원에서 IFRS17 도입은 필요하다"면서 "다만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부담을 고려해 재무건전성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2020-05-14 13:4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