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어부' 남녀 대학생 4명 연쇄살인…86세 오종근, 옥중 사망
[파이낸셜뉴스] 4명을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이던 국내 최고령 사형수 오종근이 복역 도중 숨진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29일 뉴시스에 따르면, 연쇄 살해·추행한 혐의(살인 등)로 사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던 오종근(사망 당시 87세)이 지난해 광주교도소에서 숨졌다. 오종근은 2007년 대학생 4명을 연쇄 살해·추행한 이른바 ‘보성 어부 살인 사건’의 장본인이다. 지난 2010년 사형이 확정돼 현재까지 최고령 사형수로 복역했다. 오종근은 17년 전 전남 보성군으로 여행을 온 대학생 커플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스무살이었던 피해자들에게 “어장 구경을 시켜주겠다”는 말로 속여 자신의 배에 태운 뒤 바다 한가운데에서 이들을 바다로 빠뜨렸다. 오종근은 A양을 성추행하기 위해 B군을 먼저 바다로 밀어 떨어뜨렸고 저항하던 A양 역시 바다로 빠뜨려 살해했다. 당시 피해자 가족들은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고,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행적 수사를 벌이던 중 시신이 차례로 발견됐다. 하지만 오종근은 태연하게 수산물을 시장에 내다 팔며 수사망을 피했다. 같은해 9월 25일 오종근은 보성에 놀러온 20대 여성 두 명을 발견한 뒤 배에 승선할 것을 유도했고, 같은 방법으로 살해했다. 70대 어부의 호의에 의심 없이 배에 올랐던 두 여성은 저항하다 잔혹하게 살해되고 말았다. 오종근은 키 165㎝에 왜소한 체격이긴 했으나 오랜 기간 어부생활로 다져진 완력이 있어 바다 환경과 갑판 상황에 대해 익숙했다. 반면 피해자들은 수영도 하지 못할뿐더러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20대 초반 이하의 나이였다. 유일한 남성 피해자도 상황은 비슷했다. 결국 그의 범행은 4명의 변사체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덜미를 잡혔다. 4명의 피해자 시신에는 골절, 멍, 구타, 날카로운 것으로 훼손된 흔적이 있었다. 오종근은 검거된 후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범행 현장에 나갔던 프로파일러 권일용은 “수사관들에게 큰 소리로 억울하다며 화를 내다가 곧 쓰러질 듯한 노인인 것처럼 연기를 했다. ‘나한테 배를 태워달라고 한 것이 잘못이다. 공짜로 태워달라고 한 것이 문제다’라고 했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적인 모습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마을에 지나가던 사람이 ‘저 배를 타봤느냐. 배가 출렁대면 일어나지도 못한다’고 하더라. 물리적인 신체 제한이 공포심을 더 일으켰겠구나 싶더라. 이 범행 도구는 삿갓대나 힘이 아니라 상황 자체가 범행 도구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오종근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했다. 4명을 살해하고도 유족 접견을 거부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고 사회에 끼친 악영향 등을 감안한 판결이었다. 오종근은 사형제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5:4로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해 사형제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렸고 대법원은 오종근에게 사형을 확정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5-06-29 16:10:28
'푸틴 정적' 야권 운동가 나발니 옥중 사망
[파이낸셜뉴스] 러시아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16일 러시아 연방 교도소에 따르면 나발니는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연방 교도소 측은 "나발니는 산책 후 몸이 좋지 않았고 이후 의식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사인은 조사 중이다.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 비판에 앞장서며 '푸틴 정적'으로 불렸다. 2020년 독살 시도에서도 살아남았으나 이후 불법 금품 취득과 극단주의 활동, 사기 등 각종 혐의로 기소된 뒤 러시아 최북단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2024-02-16 20:57:53
"남편 사망보험금 8억달라"..'계곡 살인' 이은해, 옥중소송 결과 나온다
[파이낸셜뉴스] 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으로 1·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은해가 남편 명의로 가입된 생명보험금 8억원을 달라며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 1심 결과가 5일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박준민 부장판사)는 5일 이씨가 신한라이프(구 오렌지라이프)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 선고 기일을 진행한다. 앞서 이씨는 남편이 사망했다며 보험사에 생명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가 지급하지 않자, 지난 2020년 11월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는 남편의 보험 수익자가 법정상속인이 아닌 이씨인 점, 나이·소득에 비해 보험료 납입 규모가 과다한 점 등에 비춰 보험사기를 의심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금 소송은 지난 2021년 6월 첫 변론기일이 열렸지만, 이후 이씨의 형사사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기일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4월 이씨가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으면서 변론이 재개됐다. 이씨는 내연남 조현수와 지난 2019년 6월 30일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남편에게 다이빙을 하도록 강요하고, 구조 요청을 묵살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두 사람은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남편에게 독이 든 복어 정소와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같은 해 5월 경기 용인시 소재 한 낚시터에 남편을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 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이씨와 조씨는 1심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선고받았고, 2심 재판부는 이들의 항소를 기각하며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살인은 회복이 불가능한 용납되지 않는 중범죄로, 보험금 8억원을 노려 두 차례 살인 미수와 살인을 한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살인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구호 의무를 의도적으로 불이행했는데도 양심의 가책없이 보험금을 청구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심리지배(가스라이팅)에 따른 직접 살인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씨와 (남편)윤씨의 심리적 주종관계 형성 여부는 몇 가지 가스라이팅 요소가 있지만 (심리적으로) 지배했는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며 "경제적 수단은 통제한 반면 나머지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씨와 조씨는 모두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고, 대법원의 판단만 남은 상태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3-09-04 16:26:45
애완견 데려오려 국경 넘다가…'푸틴 비판' 러시아 록밴드 멤버, 폴란드서 체포
[파이낸셜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해온 러시아 펑크록 밴드 푸시 라이엇의 멤버 아이솔탄 니야조바가 폴란드에서 체포됐다. 7일(현지시간) 폴란드 매체 TVP 등에 따르면 니야조바는 보호소에 맡긴 애완견을 데려오기 위해 리투아니아에서 국경을 넘어가다가 폴란드 국경경비대에 붙잡혀 구금됐다. 지난 2011년 결성된 푸시 라이엇은 펑크록 밴드이자 퍼포먼스 집단이다. 푸시 라이엇 맴버들은 이듬해 러시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모스크바의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에서 푸틴과 교회 권력을 비판하는 공연으로 체포됐으며, 옥살이하고 나온 뒤 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옛 소비에트연방 구성국이자 러시아의 우방인 투르크메니스탄은 니야조바를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수배 명단에 올리고 뒤쫓아 왔다. 자국 중앙은행 자금을 횡령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옥중 사망한 투르크메니스탄 반체제 인사 쿠르반부라드 니야조프의 딸이지만 투르크메니스탄 국적을 보유한 적은 없다. 앞서 니야조바는 투르크메니스탄 정부 요청으로 지난 2022년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에서 각각 체포됐으나 송환되지 않고 풀려났다. 스위스도 지난 2011년 그의 투르크메니스탄 송환을 거부했으나 대신 러시아에 신병을 넘겼다. 횡령 유죄 판결을 받고 러시아에서 6년 복역한 니야조바는 당시 같은 감옥에 수감 중이던 푸시 라이엇 핵심 멤버 마리아 알료히나와 나데즈다 톨로코니코바를 만나 밴드에 합류했다. 푸시 라이엇은 "투르크메니스탄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니야조바에게 조작한 혐의를 씌웠다"며 "고문이나 박해를 받을 수 있으니 투르크메니스탄 송환을 거부해 달라"고 폴란드와 유럽 당국에 요청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5-09-08 07:08:06
4·3 영령의 아픔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세계유산 인증서 봉헌
【파이낸셜뉴스 제주=유선준 기자】 "오랜 세월 말할 수 없었던 슬픔과 아픔의 진실이 침묵을 깨고 세계의 기억, 인류의 기억이 됐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제주시 봉개동 제주 4·3 평화공원 위패봉안실. '제주 4·3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인증서 봉헌식'이 거행되는 날이었다. 이날 오전 내내 화창했지만, 행사가 진행될 때쯤 갑작스레 구슬비가 내리며 어두컴컴해졌다. 진실 규명을 위해 참고 버텨야 했던 수많은 세월이 한에 맺힌 듯 영령들의 구슬픈 눈물이 흐르는 듯했다. 오영훈 제주지사와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정영남 제주재향경우회장,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등은 위령 제단에 헌화 분향 후 이날 도착한 세계기록유산 등재 인증서를 봉헌했다. 지난 4월 등재된 제주 4·3 기록물에는 군법회의 수형인 명부와 옥중 엽서(27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증언(1만4601건), 시민사회의 진상규명 운동 기록(42건), 정부의 공식 진상조사보고서(3건) 등 1만4673건의 역사적 기록이 포함됐다. 오 지사는 "당신들의 고통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당신들의 외침이 세계를 울렸음을, 이제 우리는 전 세계에 말할 수 있게 됐다"며 "제주 4·3의 진실이 세계 곳곳에서 평화의 씨앗이 되도록, 이 땅의 아픔이 인류의 지혜로 승화되도록 우리는 계속 걸어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현재 제주도는 연간 1300만명이 찾는 세계적 관광지로 발돋움했지만, 그 이면에는 제주 4·3사건의 아픔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제주 4.3사건은 1947년 3월 1일 발포가 발단이 됐다. 3·1절 기념식 행사 직후 기마경찰이 어린아이를 쳤음에도 조처를 하지 않자, 분노한 민중들이 경찰서로 몰려갔다. 경찰은 군중을 향해 발포해 6명이 사망하고 말았다. 이후 제주도청을 시작으로 민관 총파업이 발생했다. 미 군정은 '제주도 주민 70%가 좌익 또는 그 동조자'라며 제주도를 '레드 아일랜드'(Red island)로 규정했다. 남조선노동당(남로당)이 주도한 총파업과 경찰·대한청년단·서북청년단(서청)의 검속과 학살, 남로당의 무장 봉기, 계엄령 선포 및 중산간 지역 초토화, 6·25전쟁으로 인한 예비 검속 및 즉결 처분 등이 이어졌다. 1947년 3·1절 발포 사건과 1948년 4·3 무장 봉기로 시작된 제주 4·3사건은 7년 7개월 만인 1954년 9월 21일에서야 끝이 났다. 희생자만 1만4935명에 달했다. 이는 확인된 피해만 집계된 것으로, 도민의 10분의 1인 약 2만5000~3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참담한 비극은 희생자 33%가 노인이나 어린이, 여성이었던 것이다.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한국기자협회 제주 4·3 팸투어'를 통해 지켜본 제주 4·3사건의 현장들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1947년 3·1 발포 사건이 일어났던 '관덕정' △4·3 시기에 한라산에서 하산한 주민들의 수용소인 '주정 공장' △4·3 시기 북촌리 학살 사건 희생자를 기리는 '너븐숭이 기념관' △성산면 주민들이 학살된 '터진목' △학살을 자행했던 서청 주둔지(성산 동초등학교) △오조리 주민들이 학살된 곳인 '우뭇개 동산' △표선면 주민들이 학살된 곳인 '한모살' △표선면 주민들이 소개령으로 수용됐던 '표선초등학교' △4·3 시기 희생된 가시리 주민 430여명을 위령하는 '가시리 위령비' △4·3 시기 하도리·종달리 주민 11명이 굴속에서 희생된 '다랑쉬굴' 등을 돌며 억울하게 희생된 4·3사건 피해자들의 흔적을 묵묵히 지켜볼 수 있었다. 특히 '너븐숭이 4·3 기념관'은 이날의 비극을 잊지 않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라 의미가 깊다. 북촌리 주민 400여명이 몰살된 이곳은 애기무덤 20여기가 아직도 군락을 형성해 있어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400여명이 희생된 성산 터진목 학살 현장도 아무도 없는 해변가에서 외로이 바다만을 향하고 있었다. 일출 명소로 유명한 성산봉이 있는지라 터진목은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모양새였다. 이밖에 '다랑쉬굴'도 허허벌판에서 강한 바람을 맞으며 굳게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 하도리·종달리 주민 11명이 학살을 피해 굴속에 피신하자, 서청 등 병력이 굴속에 연기를 피워 질식하게 만든 장소다. 팸투어 해설을 맡은 전영미 제주역사문화해설연구회 대표는 "오랫동안 '빨갱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고통을 받은 4·3 희생자와 유족은 탄압에도 끊임없이 증언을 이어갔고, 결국 유네스코 등재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제주는 가해자였던 사람들을 포용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7-24 18:16:32
"이제는 한 푸세요"... 4·3 기록물 등재 봉헌식날 쏟아진 구슬비
【제주=유선준 기자】 "오랜 세월 말할 수 없었던 슬픔과 아픔의 진실이 침묵을 깨고 세계의 기억, 인류의 기억이 됐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제주시 봉개동 제주 4·3 평화공원 위패봉안실. '제주 4·3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인증서 봉헌식'이 거행되는 날이었다. 이날 오전 내내 화창했지만, 행사가 진행될 때쯤 갑작스레 구슬비가 내리며 어두컴컴해졌다. 진실 규명을 위해 참고 버텨야 했던 수많은 세월이 한에 맺힌 듯 영령들의 구슬픈 눈물이 흐르는 듯했다. 오영훈 제주지사와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정영남 제주재향경우회장,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등은 위령 제단에 헌화 분향 후 이날 도착한 세계기록유산 등재 인증서를 봉헌했다. 지난 4월 등재된 제주 4·3 기록물에는 군법회의 수형인 명부와 옥중 엽서(27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증언(1만4601건), 시민사회의 진상규명 운동 기록(42건), 정부의 공식 진상조사보고서(3건) 등 1만4673건의 역사적 기록이 포함됐다. 오 지사는 "당신들의 고통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당신들의 외침이 세계를 울렸음을, 이제 우리는 전 세계에 말할 수 있게 됐다"며 "제주 4·3의 진실이 세계 곳곳에서 평화의 씨앗이 되도록, 이 땅의 아픔이 인류의 지혜로 승화되도록 우리는 계속 걸어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현재 제주도는 연간 1300만명이 찾는 세계적 관광지로 발돋움했지만, 그 이면에는 제주 4.3사건의 아픔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제주 4.3사건은 1947년 3월 1일 발포가 발단이 됐다. 3·1절 기념식 행사 직후 기마경찰이 어린아이를 쳤음에도 조처를 하지 않자, 분노한 민중들이 경찰서로 몰려갔다. 경찰은 군중을 향해 발포해 6명이 사망하고 말았다. 이후 제주도청을 시작으로 민관 총파업이 발생했다. 미 군정은 '제주도 주민 70%가 좌익 또는 그 동조자'라며 제주도를 '레드 아일랜드'(Red island)로 규정했다. 남조선노동당(남로당)이 주도한 총파업과 경찰·대한청년단·서북청년단(서청)의 검속과 학살, 남로당의 무장 봉기, 계엄령 선포 및 중산간 지역 초토화, 6·25전쟁으로 인한 예비 검속 및 즉결 처분 등이 이어졌다. 1947년 3·1절 발포 사건과 1948년 4·3 무장 봉기로 시작된 제주 4·3사건은 7년 7개월 만인 1954년 9월 21일에서야 끝이 났다. 희생자만 1만4935명에 달했다. 이는 확인된 피해만 집계된 것으로, 도민의 10분의 1인 약 2만5000~3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참담한 비극은 희생자 33%가 노인이나 어린이, 여성이었던 것이다.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한국기자협회 제주 4·3 팸투어'를 통해 지켜본 제주 4.3사건의 현장들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1947년 3·1 발포 사건이 일어났던 '관덕정' △4.3 시기에 한라산에서 하산한 주민들의 수용소인 '주정 공장' △4.3 시기 북촌리 학살 사건 희생자를 기리는 '너븐숭이 기념관' △성산면 주민들이 학살된 '터진목' △학살을 자행했던 서청 주둔지(성산 동초등학교) △오조리 주민들이 학살된 곳인 '우뭇개 동산' △표선면 주민들이 학살된 곳인 '한모살' △표선면 주민들이 소개령으로 수용됐던 '표선초등학교' △4.3 시기 희생된 가시리 주민 430여명을 위령하는 '가시리 위령비' △4.3 시기 하도리·종달리 주민 11명이 굴속에서 희생된 '다랑쉬굴' 등을 돌며 억울하게 희생된 4.3사건 피해자들의 흔적을 묵묵히 지켜볼 수 있었다. 특히 '너븐숭이 4·3 기념관'은 이날의 비극을 잊지 않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라 의미가 깊다. 북촌리 주민 400여명이 몰살된 이곳은 애기무덤 20여기가 아직도 군락을 형성해 있어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400여명이 희생된 성산 터진목 학살 현장도 아무도 없는 해변가에서 외로이 바다만을 향하고 있었다. 일출 명소로 유명한 성산봉이 있는지라 터진목은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모양새였다. 이밖에 '다랑쉬굴'도 허허벌판에서 강한 바람을 맞으며 굳게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 하도리·종달리 주민 11명이 학살을 피해 굴속에 피신하자, 서청 등 병력이 굴속에 연기를 피워 질식하게 만든 장소다. 팸투어 해설을 맡은 전영미 제주역사문화해설연구회 대표는 "오랫동안 '빨갱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고통을 받은 4.3 희생자와 유족은 탄압에도 끊임없이 증언을 이어갔고, 결국 유네스코 등재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제주는 가해자였던 사람들을 포용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7-24 10:45:33
트럼프, 장관 말 따른다는 보도에 발끈 "내가 제일 잘 알아"
[파이낸셜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교체를 추진 중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장관의 만류 때문에 의장 해임을 미뤘다는 보도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는 사이가 좋지 않은 매체를 공격하면서 자신이 아랫사람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2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전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에 대해 보도한 내용을 언급했다. 그는 "WSJ는 베선트가 '너무 늦는' 파월, 역사상 최악의 연준 의장을 해임하는 것이 시장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나에게 설명했다고 보도하며 전형적인 거짓말을 이어갔다"고 적었다. 트럼프는 "누구도 나에게 그런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나는 시장에 무엇이 좋은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없었다면 시장은 현재의 기록적 고점을 달성할 수 없었을 것이며, 아마도 폭락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트럼프는 "사람들은 나에게 설명하지 않는다. 내가 그들에게 설명한다"고 역설했다. 전날 WSJ는 여러 관계자들을 인용해 베선트가 최근 며칠 동안 비공개 석상에서 트럼프에게 파월 해임을 말렸다고 주장했다. 매체에 따르면 베선트는 파월을 해임할 경우 시장과 경제에 미칠 영향, 연준 분위기가 이미 올해 금리 인하 쪽으로 가고 있는 점, 향후 마주할 수 있는 정치적·법적 문제 등을 언급하며 트럼프를 설득했다. 올해 취임 전부터 파월과 연준에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했던 트럼프는 내년 5월에 임기가 끝나는 파월을 조기에 쫓아내야 한다며 올해 내내 해임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증시는 지난 15일 트럼프가 여당 의원들과 파월 해임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잠시 급락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결국 16일 미국 우파 매체 리얼아메리카보이스와 인터뷰에서 파월에 대해 "그가 사임을 원한다면 너무 좋겠다"며 임기 지속 여부가 "그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사람들은 만약에 내가 그를 해임하면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고 밝힌 뒤 "그러나 많은 사람은 그가 연준에서 하는 '사기' 때문에 경질되어야 한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20일 반응은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2기 정부를 준비하면서 정부의 주요 결정을 자신이 판단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또한 이번 소셜미디어 발언은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았던 WSJ를 겨냥한 것일 수도 있다. WSJ는 지난 4월에도 베선트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트럼프를 말린 덕에 파월 해임을 막을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지난 18일 WSJ 기자 2명과 WSJ 발행사 다우존스, 모기업 격인 뉴스코퍼레이션 및 그 창립자 루퍼트 머독 등을 상대로 100억달러(약 14조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WSJ는 지난 18일 보도에서 2003년 제프리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 축하 책자에 트럼프의 이름이 포함된 외설적 편지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수감 중 2019년에 옥중에서 사망했다. 현재 미국 정가에서는 엡스타인이 유력 정재계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힘을 얻고 있다.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었으며 해당 논란 향후 트럼프 2기 정부의 지지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5-07-21 07:50:23
김문수, 민주 겨냥해 "5·18 정신 아냐..유례 없는 독재"
[파이낸셜뉴스] [광주=이해람 기자] 5·18 민주화운동 45주기를 맞아 광주를 찾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5·18 정신 아래 그 어떤 부패도, 어떤 독재도 있을 수 없다"며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 후보는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현장회의를 열고 "자신을 재판한 대법관, 자신을 수사한 검사·검찰총장, 자신을 감사한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대통령 탄핵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게 민주주의고 5월 정신인가. 정말 묻고싶다"고 지적했다. 먼저 김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대한민국의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밑거름"이었다며 "우리 시대의 아픔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 아픔은 우리를 서로 사랑하게 하고 위대하게 하고 대한민국을 민주주의가 만발한 사회로 만들기 위한 숭고한 희생"이라며 "정치가 부패하고 거짓말을 시키고 도둑질 하는, 독재하는 정치는 절대 안된다는 명령이 바로 5·18의 명령"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우리 앞에 보이는 독재는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독재"라며 "계엄은 겪어봤지만 이런 독재는 처음"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5월의 희생이 이런 민주당의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후보는 "이번 선거는 단순하게 정당 간의 대결이 아니라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한 단계 발전하느냐,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해괴망측한 독재로 전락하느냐"라며 "저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자유와 인권을 지켜야 할 숭고한 사명이 있다"고 했다. 앞서 김 후보는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를 했다.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고(故) 윤상원 열사와 전남대 총학생회장으로 옥중 단식 중 사망한 박관현 열사 묘지 앞에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김 후보는 시기는 겹치지 않지만 광주교도소 같은 방에 수감된 바 있다. 김 후보는 이같은 인연을 소개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
2025-05-17 11:26:50
친엄마도 "사회 나와선 안 돼"..연예인보다 예뻤다는 희대의 살인마 '엄인숙', 친오빠 최초 증언
[파이낸셜뉴스] '엄여인 보험 살인 사건'의 엄인숙이 얼굴이 19년 만에 처음 공개된 가운데, 그의 어머니와 친오빠마저도 "(엄인숙은) 사회에 나와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LG유플러스의 STUDIO X+U와 MBC에서 공동 제작한 '그녀가 죽였다' 6화에서는 '엄여인 보험 연쇄 살인사건'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1976년생인 엄인숙은 2005년 검거 당시 29살이었다. 보험설계사 출신인 엄인숙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가족들을 범행 타깃으로 삼았다. 첫 범죄 대상은 첫 번째 남편이었다. 이어 형제, 두 번째 남편 심지어 어머니에게까지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들을 사망에 이르거나 실명하도록 하는 잔혹함을 보였다. 엄인숙은 2000년 5월부터 2005년 2월까지 5년간 3명을 살해하고 7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2006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사건 당시 엄인숙의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앞서 '그녀가 죽였다' 예고편을 통해 엄인숙의 얼굴이 19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당시 엄인숙의 면담 프로파일러였던 권일용은 "지금까지와 다른 형태의 연쇄 살인이었기에 굉장히 충격적이었다"라고 돌아봤다. 키 170cm에 빼어난 미모, 조용한 성격으로 주위에서는 그의 범행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고, 그를 취조한 형사들조차도 예쁜 말씨와 용모에 넘어갈 뻔했다고 증언했다. 권일용 프로파일러 역시 “잔혹한 행위에 비해 신뢰감을 주는 타입의 얼굴이었다. 친절한 말투와 자신이 가진 ‘후광’을 무기로 이용한 범죄자였다”고 회상했다. 엄인숙은 두 번 결혼했는데 두 번 모두 남편을 죽였다. 수면제를 먹인 후 바늘로 눈을 찔러 멀게 했고, 얼굴에 끓는 기름을 부어 화상을 입히는가 하면 흉기로 배를 찌르기도 했다. 두 남편은 고통 속에서 치료를 받다 숨졌다. 엄인숙은 남편들을 죽인 뒤 거액의 보험금을 챙겼고, 시댁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영혼결혼식을 올렸다. 첫 번째 남편은 27살, 두 번째 남편은 29살로 생을 마감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엄인숙의 친오빠는 엄인숙이 양 눈에 화학물질을 넣어 두 눈을 실명케 했다. 엄씨의 친오빠는 "웬일로 동생이 술 한 잔 먹자고 그래서 술을 한잔했는데, 그다음부터 기억이 없었다"라며 범행이 일어난 그날을 떠올렸다. 엄인숙은 친엄마 눈을 바늘로 찔러 실명하게 했다. 또한 세 들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질러 집주인을 죽이기도 했다. 가사도우미의 집을 방화하고 지인도 실명시켰다. 법원은 2006년 엄인숙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그는 현재 청주여자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강남경찰서 오후근 형사는 "죄의식을 못 느끼는 것 같더라"라며 엄인숙으로부터 받은 옥중 편지 내용을 공개한다. 어머니와 친오빠마저도 "(엄인숙은) 사회에 나와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6-10 16:58:33
이례적 등장한 푸틴의 두 딸…후계 구도 분석도
[파이낸셜뉴스] 베일에 가려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두 딸이 이례적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8일(현지시각) CNN 등 주요 외신은 푸틴 대통령의 딸 마리아 보론초바(39)와 카테리나 티호노바(37)가 이번주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연사로 나섰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푸틴 대통령과 전 부인인 류드밀라 사이에서 태어난 딸들로 알려져 있다. 푸틴 대통령은 1983년 승무원 출신인 류드밀라와 결혼해 두 딸을 낳았지만 2013년 이혼했다. 이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사실상 20년 넘게 러시아를 통치해 왔지만, 두 딸의 신원과 행적은 비교적 베일에 가려져 있다. 푸틴 대통령은 딸들에 대한 공개 언급을 꺼려왔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두 딸들이 과학과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며 손자도 있다고 말한 바 있으나, 이들의 이름을 밝힌 적은 없다. 작은딸인 티호노바는 러시아군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SPIEF에서 영상 강연을 했다. 그는 러시아의 기술 주권을 강화하는 것과 관련해 국방분야의 역할에 대해 연설했다. 또 국가 지원 유전학 연구소를 이끄는 큰딸 보론초바는 7일 생물 다양성의 혁신에 대해 연설했다. 러시아 독립 매체에 따르면 두 사람 모두 과거 SPIEF에 참석한 적은 있지만 연설한 적이 있는 건 티호노바 뿐이고, 두 사람 모두 연사로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딸들을 통해 자산을 숨겨뒀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옥중에서 사망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반부패재단은 지난 1월 보론초바가 2019∼2022년 사이 의료 회사 직원으로 1000만달러(약 138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고 주장했다. 보론초바는 네덜란드 사업가와 결혼해 네덜란드에서 330만달러 상당의 호화 아파트에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티호노바 역시 전 남편인 러시아 재벌 키릴 샤말로프와 결혼생활을 할 당시에는 프랑스 휴양도시 비아리츠에 방 8개짜리 빌라를 수백만달러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앞서 지난 5일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SPIEF가 크렘린궁 고위 관리들의 2세를 위한 '쇼케이스'가 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크렘린궁 출신 정치분석가 예브게니 민첸코는 러시아 권력구조를 다룬 보고서에서 "대표적인 정치 엘리트의 왕자들이 부상하기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마리아 스네고바야 선임연구원은 "후계자에 대한 점진적인 권력 이양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6-10 08:5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