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기업 3곳 중 1곳이 올해 직원을 줄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2019 직장인 구조조정 잔혹사’ 설문조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참여 기업 중 구조조정이 있었다고 답한 기업은 21%였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33%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20% ▲영세기업 15% 순인 것으로 파악되며 대기업에서 감원비율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감원 시기는 ▲1분기 19% ▲2분기 20% ▲3분기 22% ▲4분기 16%로 시기 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상시라고 밝힌 기업도 22%에 달했다. 기업들이 밝힌 구조조정의 이유로는 ‘업황, 경기 침체로 인한 경영난 심화’(21%∙복수응답 가능)이 가장 많았다. 그 뒤로는 ▲조직재정비(19%) ▲경영효율화 차원(13%) 순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감원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증가했다는 응답이 우세했다. 참여 기업 중 '작년보다 늘었다'고 답한 비율은 42%로 '작년과 비슷'(24%) 또는 '적었다'(9%)고 응답한 기업에 비해 다수를 차지했다. 구조조정 대상으로는 ‘희망퇴직자’(23%)가 1위였으며 ▲정년임박 근로자 ▲저성과자(각 20%), ▲근무태만 근로자(13%) ▲고액연봉자(11%) 등이 뒤를 이었다. 해당 설문조사는 지난 11월 27부터 29일까지 3일간 진행됐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34%다. #올해 직원 줄였다 #감원 #경영난 hoxin@fnnews.com 정호진 기자
2019-12-02 10:51:35삼성그룹의 전자 계열사인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에서 1년 사이 직원 수가 1만명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절감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과 사업효율화를 위한 비주력 사업부 매각 등 조직슬림화에 따른 결과다. 이들 계열사는 현재도 이 같은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 전자계열, 사실상 1만명 짐쌌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등 5개사의 직원 수 합계는 지난해 3.4분기 16만1571명에서 현재 15만2735명으로 모두 8836명(5.47%) 줄어들었다. 이에 더해 국내 2000여명의 인력이 있는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사업부가 휴렛팩커드(HP)에 매각되기 위해 지난 1일 분할한 것을 포함하면 사실상 1만여명의 직원이 짐을 싼 것이다. 이 기간 삼성전자가 3183명으로 가장 많은 직원이 회사를 떠났고 이어 삼성디스플레이(1820명), 삼성SDI(1803명), 삼성전기(1311명), 삼성SDS(719명)순이었다. 1년 전 직원 수 대비 현재 직원 수 증감률로는 삼성SDI가 약 16%의 인력을 축소해 강력한 인력조정이 있었다. 직원 수가 9만여명을 넘는 삼성전자는 약 3%로 증감률은 가장 작았다. 삼성전자는 상시 희망퇴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취업시장 한파로 희망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비기간제 인력은 줄이고,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비기간제 인력은 늘렸다. 사업부문에선 소비자가전(CE)과 모바일(IM)을 축소하고, 반도체부품(DS) 인력은 더 채용했다. ■삼성전자 내년 임원수 1000명 밑돌 듯 삼성SDI는 지난해 케미칼 부문을 매각하고, 고참 부장급과 희망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4개사 가운데 1만명을 밑도는 곳은 현재 삼성SDI가 유일하다. 조남성 삼성SDI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히말라야를 넘기 위해 신체구조를 바꾸는 쇠재두루미를 예로 들면서 "우리 조직도 지방은 제거하고 근육을 키워야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기도 10% 이상 인력을 줄였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모듈사업 분사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중국과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직원 수를 7% 줄이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비중을 늘리는 등 수익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직원 수를 5%가량 줄인 삼성SDS도 현재 몸집 줄이기에 한창이다. 정유성 삼성SDS 사장은 지난 11일 임원들이 참석한 경영전략회의에서 "인력 효율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공언해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예고한 바 있다. 임원 수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 삼성전자 임원 수는 지난해 3.4분기 1194명에서 현재 1058명으로 136명(11.39%, 프린팅사업부 포함)이 퇴사했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곧 삼성전자 임원 수는 1000명을 밑돌 것으로 관측된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16-11-16 17:38:22대기업 3곳 중 1곳은 올해 직원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바로면접 알바앱 알바콜이 기업 814곳을 대상으로 ‘2019 직장인 구조조정 잔혹사’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이 같이 조사됐다고 2일 밝혔다. 전체 기업들 가운데 올해 구조조정이 있었다고 답한 비율은 21%였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 33%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20% △영세기업 15% 순으로 집계됐다. 감원 시기를 분기별로 나누어 살펴본 결과 △’1분기’ 19% △’2분기’ 20% △’3분기’ 22% △’4분기’ 16%로 집계됐다. 상하반기 큰 차이가 없는 가운데 △’상시’ 진행된다고 응답한 경우도 22%에 달했다. 또한 감원 규모의 경우 ‘작년보다 늘었다’고 답한 비율이 42%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과)’비슷’(24%) 또는 ‘적었다’(9%)는 비율보다 월등히 많은 수준이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는 이유를 묻자 ‘업황, 경기 침체로 경영난 심화(21%·복수응답)’가 1위로 꼽혔다. ‘조직재정비’(19%) 및 경영 효율화 차원’(13%)에서도 감원은 이뤄졌다. 이 외에도 ‘목표 미달성에 대한 책임 부과’(8%), ‘상시적인 희망퇴직 진행’(7%), ‘신규채용 진행을 위한 기존직원 해고’, ’최저임금 인상 영향’(각 6%) 등 기업에서는 속속 감원 카드를 꺼내 들고 있었다. 구조조정 대상으로는 ‘희망 퇴직자’가 1순위에 올랐다. 또한 ‘저성과자’, ’정년임박 근로자’(각 20%), ‘근무태만 근로자’(13%), ‘고액연봉자’(11%) 등도 구조조정 대상으로 꼽혔다. 나간다는 사람은 안 붙잡고 성과가 안 좋거나 연령과 연봉이 높을수록 기업들의 데스노트에 이름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19-12-02 08:54:14NH농협은행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면서 은행권의 희망퇴직 시즌이 시작됐다. 다른 은행들도 내년 초 희망퇴직을 앞두고 조건 등을 고심 중이다. 지난해 상생 금융 압박 등에 은행권의 퇴직금 조건이 일제히 후퇴된 가운데 올해에도 '눈치보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은행권, 희망퇴직 신호탄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 18~21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상자는 전 직급 10년 이상 근무자 가운데 만 40~56세까지다. 특별퇴직금으로는 지난해와 같이 56세 직원에게 28개월치 임금을, 일반직원에게는 차등 없이 최대 20개월 치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농협은행은 희망퇴직 조건을 축소했지만 올해 재차 혜택을 늘리지 않고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단행할 방침이다. 이에 올해 퇴직인원은 지난해와 비슷한 300~400명대 초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희망퇴직 조건이 전년 대비 나빠지면서 퇴직인원은 372명으로 2022년(493명)에 비해 대폭 줄어든 바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내년 초 희망퇴직 접수를 앞두고 노사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인사 및 조직시즌에 맞춰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르면 연내 조건과 규모 등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은행과 특수은행도 희망퇴직 시즌에 돌입한다. BNK부산은행은 다음달 초 퇴직 신청을 앞두고 조건 등을 논의하고 있다. sh수협은행은 이달 11~18일 신청을 받았고, 직원 51명이 접수했다. 56세 직원의 경우 평균 임금의 28개월분, 55세는 34개월분, 54세는 37개월분까지 지급키로 했다. ■'돈 장사' 눈총에 규모·조건 두고 고심 은행권에 대한 이자장사 비판이 끊이질 않으면서 '역대급 이익'에도 퇴직금 산정에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3·4분기 5대 금융지주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6조5805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지난해에도 주요 은행들은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지만 이자장사 눈초리에 일제히 희망퇴직 조건을 축소한 바 있다. 지난 8월 하반기 준정년 특별퇴직을 단행했던 하나은행은 연령에 따라 최대 24~28개월치 임금을 지급했다. 이에 앞서 연초에 진행했던 특별퇴직에서 최대 31개월치 임금을 준 것에 비해 대폭 축소한 것이다. KB국민은행도 올해 초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조건을 크게 후퇴시켰다. 근무 기간 등에 따라 월평균 임금의 18∼31개월치를 지급하기로 하면서 1년 전(23∼35개월치)보다 4~5개월분을 줄였다. 신한은행(최대 36개월치→31개월치)과 우리은행(최대 36개월치→31개월치) 역시 퇴직금 조건을 하향 조정했다. 일각에서는 그간 은행들이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비용을 통제했던 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들은 그동안 1인당 수억원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하며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해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14개 은행은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희망퇴직자들에게 총 6조5422억원을 희망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이 기간 희망퇴직 직원은 1만6236명으로, 1인당 평균 4억294만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아 간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전반적으로 상생이나 사회공헌 등이 이슈가 되고 있고, 희망퇴직금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희망퇴직은 은행 내부의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취지가 맞지만 은행들 입장에서는 조건 등을 좋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2024-11-26 18:05:58[파이낸셜뉴스] NH농협은행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면서 은행권의 희망퇴직 시즌이 시작됐다. 다른 은행들도 내년 초 희망퇴직을 앞두고 조건 등을 고심 중이다. 지난해 상생 금융 압박 등에 은행권의 퇴직금 조건이 일제히 후퇴된 가운데 올해에도 '눈치보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 은행권, 희망퇴직 신호탄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 18~21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상자는 전 직급 10년 이상 근무자 가운데 만 40~56세까지다. 특별퇴직금으로는 지난해와 같이 56세 직원에게 28개월치 임금을, 일반직원에게는 차등 없이 최대 20개월 치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농협은행은 희망퇴직 조건을 축소했지만 올해 재차 혜택을 늘리지 않고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단행할 방침이다. 이에 올해 퇴직인원은 지난해와 비슷한 300~400명대 초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희망퇴직 조건이 전년 대비 나빠지면서 퇴직인원은 372명으로 2022년(493명)에 비해 대폭 줄어든 바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내년 초 희망퇴직 접수를 앞두고 노사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인사 및 조직시즌에 맞춰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르면 연내 조건과 규모 등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은행과 특수은행도 희망퇴직 시즌에 돌입한다. BNK부산은행은 다음달 초 퇴직 신청을 앞두고 조건 등을 논의하고 있다. sh수협은행은 이달 11~18일 신청을 받았고, 직원 51명이 접수했다. 56세 직원의 경우 평균 임금의 28개월분, 55세는 34개월분, 54세는 37개월분까지 지급키로 했다. ■ '돈 장사' 눈총에 규모·조건 두고 고심 은행권에 대한 이자장사 비판이 끊이질 않으면서 '역대급 이익'에도 퇴직금 산정에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3·4분기 5대 금융지주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6조5805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지난해에도 주요 은행들은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지만 이자장사 눈초리에 일제히 희망퇴직 조건을 축소한 바 있다. 지난 8월 하반기 준정년 특별퇴직을 단행했던 하나은행은 연령에 따라 최대 24~28개월치 임금을 지급했다. 이에 앞서 연초에 진행했던 특별퇴직에서 최대 31개월치 임금을 준 것에 비해 대폭 축소한 것이다. KB국민은행도 올해 초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조건을 크게 후퇴시켰다. 근무 기간 등에 따라 월평균 임금의 18∼31개월치를 지급하기로 하면서 1년 전(23∼35개월치)보다 4~5개월분을 줄였다. 신한은행(최대 36개월치→31개월치)과 우리은행(최대 36개월치→31개월치) 역시 퇴직금 조건을 하향 조정했다. 일각에서는 그간 은행들이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비용을 통제했던 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들은 그동안 1인당 수억원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하며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해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14개 은행은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희망퇴직자들에게 총 6조5422억원을 희망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이 기간 희망퇴직 직원은 1만6236명으로, 1인당 평균 4억294만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아 간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전반적으로 상생이나 사회공헌 등이 이슈가 되고 있고, 희망퇴직금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희망퇴직은 은행 내부의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취지가 맞지만 은행들 입장에서는 조건 등을 좋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2024-11-26 14:26:15<편집자주>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적인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에게 압도적 승리를 거둔 지난 2016년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2022년에는 '챗(Chat)GPT'라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AI 활용은 일상화가 됐다. 올해는 AI가 노벨과학상을 사실상 휩쓸었다. 이처럼 우리는 AI가 불러온 대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의 기획 취재의 시작점은 여기였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시대에 인간이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아닌 AI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궁금했다. 따라서 기획 기사는 AI에 의뢰해 기획안을 만들었다. AI가 지시한 취재 방식에 따라 추천한 지역을 찾았고 요구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사 작성만 기자가 직접했다. 이번 4회는 AI가 기획 기사로 제시한 세번째 주제이자 두번째 현장 르포다. AI는 최근 AI 기술 도입으로 침체로 이어진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 시카고 현장 취재를 제안했다. 코로나19와 AI 기술 도입으로 시카고에서는 기업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파이낸셜뉴스 시카고(미국)=강명연 노유정 기자】 "시카고의 오래된 고층빌딩 일부는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어 있습니다. 코로나19 기간 기업이 직원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AI)이 이런 현상을 가속시킬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 도시 변화에 대해 연구 중인 루이스 베텐코트 시카고대 진화생태학 교수의 이야기다. 챗(Chat)GPT의 제안으로 본지는 지난 9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를 찾아 베텐코트 교수를 만났다. 그에게 AI 도입에 따른 영향을 볼 수 있는 현장을 문의하자, 시카고 구도심인 '라살 거리'로 동행을 제안했다. 그렇게 찾은 라살 거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주말이라 직장인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소수의 관광객만 종종 보였다. ■상품거래소 앞 불 꺼진 사무실·상가 라살 거리는 뉴욕 월스트리트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가다. 곡물과 금, 원유 등 원자재를 거래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BOT)를 비롯해 시카고 연방준비은행과 미국 대형은행 노던트러스트 본사 등 굵직한 금융기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금융가의 침체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때부터 시작됐다. 거리두기와 기술발전이 재택근무를 늘리면서 고용이 감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사무실 공실률은 가파르게 올랐다. 베텐코트 교수는 "코로나19와 함께 AI 등 기술이 사무직, 회계를 비롯한 분야에 변화를 일으키면서 기업들은 직원을 줄이고 있다"며 "변화에 맞춰 도시를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과거에 지어진 건물을 한 번에 바꿀 수 없어 어려움(공실)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메타, 구글 등 미국 기술기업에서 지난해부터 시작된 대규모 구조조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베텐코트 교수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에서도 재택 이후 직원들이 일자리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통계로도 확인된다. AI가 사무직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며 "이에 따른 도시 변화를 통해 AI가 산업과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 평일에 다시 찾은 라살 거리는 빈 사무실이 더 분명히 눈에 들어왔다. 거리 양옆으로 서 있는 오래된 건물을 보면 5~10개 층이 전부 불이 꺼져 있기도 했다. 식당이나 은행 등 매장 대신 임대광고가 붙어 있는 1~2층 상가도 절반 가까이였다. 점심시간에 찾은 CBOT 역시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시카고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 브래드포드 앨런 보고서에 따르면 시카고 오피스 공실률은 올 3분기 기준 22.5%를 기록했다. '루프(Loop)'로 불리는 중심업무지구(CBD)는 25%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 10% 초반대를 유지했지만 코로나 이후 올해까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평균 임대료는 꾸준히 하락세다. 일리노이 주정부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 경비원 A씨 역시 "불 꺼진 층은 모두 공실"이라며 "주정부 직원 일부는 재택을 끝내고 다시 돌아온 것으로 안다. 대부분은 출근과 재택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예술가들 AI로 대체" 시카고를 떠나거나 사무실 규모를 줄이는 기업은 계속 늘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 2021년 수천명의 직원 등 본사 운영인력 대부분을 줄이거나 도시 밖으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유나이티드항공 본사는 시카고의 대표 고층건물인 윌리스타워에 입주해 있어 지역경제에 타격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본사를 옮긴 보잉, 타이슨푸드(미국 최대 육류가공업체)도 코로나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기존 사무실 규모를 줄였다. 미술 분야 역시 AI로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대학인 펜실베이니아 미술아카데미(PAFA)가 올해 초 폐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시카고에 있는 미국예술아카데미(American Academy of Art College) 역시 지난 7월 문을 닫았다. 이 학교들은 코로나 이후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더 이상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디자인 등 미술가들이 설 자리를 빼앗은 결과라는 진단이 나온다. 벤 자오 시카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게임회사 등이 고용하던 유명 예술가들이 AI로 대체돼 직업을 잃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거나 진학하지 않고 있다"며 "학교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동종업계 종사자와 학생들 역시 생성형 AI가 디자인 등 예술 분야에서 빠르게 활용되는 현상을 우려했다. 미국예술아카데미 인근 드폴대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영화를 전공하는 엘라 시메카(20)는 "영화계에서도 AI가 대본을 쓰고 있다고 한다"며 "많은 분야에서 AI가 사람을 대체하면서 편리해지는 측면이 있겠지만 산업과 교육 제도를 망가뜨릴지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또 시카고의 한 금융회사에서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로 일하는 권채린씨(31)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자료조사는 이미 AI가 도와주고 있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받고 있다"며 "AI가 계속 좋아지면 디자이너는 뭘 해야 하나 걱정됐다"고 토로했다. 챗GPT 4o에 묻자 "시카고는 전통적으로 금융과 비즈니스 중심지였지만, 기술변화가 가져온 급격한 전환으로 인해 고용구조와 공간 사용패턴도 변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시카고가 AI 등 기술발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4-11-03 18:20:29"여름이 길어져서 수온이 높아지다 보니 전어 어획량이 확 줄었어요. 지난해 도매가가 kg(킬로그램)당 7000~8000원이었는데, 올해 3만~4만원입니다. 손님들이 비싸서 사먹질 않아요" 절기상 가을이지만 이상기후로 인해 날씨가 변덕을 부리던 10월 3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도매시장에서 횟감을 파는 정병석씨(58)는 올해 가을 전어 어획량이 급감했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정씨의 말처럼 전어로 호황을 맞이해야 할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전어를 파는 곳은 가게 10곳 당 1곳뿐이었다. 팔 전어도, 찾는 손님도 없으니, 전어 매출은 절반 가량 줄 수 밖에 없다고 상인들은 토로했다. ■높아진 해수온도에 전어 집 나갔다 고금리와 고환율, 고물가 등 3고 현상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짧아진 가을 탓에 4중고를 겪고 있다. 가을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가을 대목도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10월 31일 기상청에 따르면 9월 기준 전국 평균 기온은 24.7도로, 예년 9월(20.5도)보다 4.2도 가량 높았다. 또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6일로 평년 기록(0.2번)을 훌쩍 넘기며 역대 1위에 올랐다. 올해 전체 폭염일수 역시 9월까지 30.1일로 집계됐다. 평년보다 긴 여름이다. 폭염은 가을 전어 어획량 급감으로 이어졌다. 전어는 보통 15~21도에 서식하는데, 지난달 해수 평균 온도가 27도까지 오르면서 전어가 생존할 환경이 되지 못했다. 실제 노량진수산시장의 전어 보관 어항은 대부분 비었거나 광어, 방어 등 다른 생선으로 대체됐다. 상인 유민주씨(54)도 비싼 전어를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 데다, 마진율이 낮아 지난주 진열했던 전어를 모두 뺐다. 그는 "고물가와 고금리로 직원에게 줘야할 임금은 올랐는데, 가을까지 짧아지며 전어 매출은 줄었다"며 "1kg당 4만원에 사오면 4만5000원, 5만원에 팔아야 하지만 누가 사겠나. 이윤을 줄이다 보니 매출도 30% 이상 떨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예 올해 전어를 들여놓지 않았다는 40대 김명선씨는 "지난해에는 전어가 도움이 됐지만 올해는 가격이 비싸지면서 (팔아도) 마진이 남지 않는다"며 "전체 매출도 지난해에 비해 줄었다"고 설명했다. 가을 대목을 맞은 꽃게와 새우 등 가을 횟감도 비슷한 상황이다. 어획량이 줄고 가격이 폭등하면서 소상공인들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수산 도매업을 하는는 50대 A씨는 "전어만 줄었으면 모르겠는데, 꽃게와 새우도 잡히질 않는다"며 "올해 가을은 정말 장사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가을옷 대신 겨울옷…의류업계 고심 '가을 소멸'은 의류업계에도 타격을 줬다. 지난달 21일 중구와 동대문구의 의류상가 상인들은 남성복과 여성복을 가릴 것 없이 가을 옷 대신 두꺼운 코트와 패딩 등 겨울 의류를 눈에 띄는 매대에 전시했다. 가을 옷은 얇은 니트나 맨투맨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들을 일부 진열하는데 그쳤다. 상가에 방문한 손님들 역시 패딩이나 기모로 된 옷을 위주로 꺼내봤다. 가을 옷을 팔지 못하면서 매출은 줄고 재고는 쌓였다. 동대문역 인근 의류상가에서 여성복 매장을 운영하는 50대 최모씨는 "우리는 소량발주해서 괜찮지만, 대량 주문하는 가게들은 가을옷 재고가 넘쳐난다"고 말했다. 남성복 매장 직원 40대 정모씨 역시 "전반적으로 캐시미어나 울소재 같은 따뜻한 옷을 내놓고 있다"며 "간절기가 짧아져 본사에서도 간절기 비중을 줄였다"고 전했다. 패션브랜드 업계 관계자는 "가을용 외투 판매가 과거보다 줄었다"며 "심리적으로 소비가 침체된 데다 폭염이 길어지고 추위가 갑자기 찾아오면서 가을 옷이 적기에 판매되지 않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들이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 교수는 "특정 계절상품에 매출을 의존하는 상인들은 변화하는 계절에 맞춰 상품 구성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가을 등 간절기가 짧아지는 점을 고려해 품목 다변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이해람 기자
2024-10-31 18:35:43【파이낸셜뉴스 광주=황태종 기자】"제 홍보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광주광역시 직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로 시정 영상을 직접 제작해 홍보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광주시는 오는 21~25일 종합홍보플랫폼 '모두의광주' 시민광장 채널을 통해 직원들이 만든 홍보 쇼츠 영상을 공개해 100% 시민투표로 우수작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개 영상은 내부 공모전을 통해 접수된 총 18개 작품이다. 앞서 광주시는 '제 홍보 제가 알아서 할게요'를 주제로 지난 8월부터 두 달여 간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셀프홍보어워드' 기획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벤트는 최근 홍보 트렌드가 온라인 쇼츠 영상인 만큼 시민들이 시정을 보다 쉽고 재밌게 알 수 있도록 친근한 홍보 방안을 고안하기 위해 마련했다. 광주시는 공직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벤트 요소를 가미해 참여 부담을 줄였다. 광주시는 공직자들이 이 같은 경험을 통해 시민들에게 친근한 홍보 방안을 고민하는 등 홍보 문화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시는 '모두의광주'를 통해 시민들이 가장 많이 본 영상과 공감(좋아요)을 가장 많이 받은 영상 2개 부문에서 각각 우수작을 선정한다. 우수작은 광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인 '빛튜브'에도 게시될 예정이다. 광주시는 100% 시민투표로 이뤄지는 만큼 시민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 '셀프홍보어워드, 1위를 맞춰라'라는 시민 대상 이벤트도 함께 연다. 이벤트 기간은 21일부터 24일까지 4일 간이다. 1등을 맞춘 50명의 응모자에게 1만원 상당 커피쿠폰을 경품으로 지급한다. 박광석 광주시 대변인은 "이번 셀프홍보 어워드를 통해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면서 "보다 재미있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시정소식을 시민들에게 알리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민선 8기 광주시가 만든 홍보 영상이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재미있는 스토리로 시민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올해 만든 영상 중 10만 조회수를 넘긴 콘텐츠가 10편이고, 이 중 '5·18 시내버스 무료 운영', '광주 초등 학부모 10시 출근제'를 주제로 만든 릴스 영상은 조회수 100만을 넘겼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4-10-20 10:21:20시험 점수를 올리려면 대개 수업을 잘 들어야 하지만, 때론 공부 잘 하는 동급생에게 배우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국제표준 전산언어(XBRL)' 공시 작성도 마찬가지다. 파이낸셜뉴스는 3일 올해 2·4분기 보고서를 자체 작성한 5개 기업 공시 담당자들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 회계팀은 백승호 책임을 중심으로 2023년 사업보고서부터 3개 분기 연속 자체작성으로 XBRL 재무공시를 완료했다. 백 책임은 "결국 해당 수치가 맞는지는 생산자인 기업이 확인해야 하고, 추가 변경이 있을 때마다 회계법인에 요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도 첫 시작 땐 막막했다고 회상했다. 실컷 표를 작성해놓고 삭제했다 다시 만든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방향성이 맞는지도 확신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XBRL 실무교육을 더 찾아듣고, 금융감독원에 자주 문의했다. 포스코퓨처엠 재무회계그룹 정우재 과장, 김승현 사원 역시 3개 분기 연속 자체작성을 마쳤다. 금감원 주석 작성 실습 및 현장 코칭뿐 아니라 직접 해보면서 깨닫는 게 많았다. 시중에서 XBRL 서적까지 구매해 기본적인 개념부터 알아갔다. 2개월 만에 초기 양식을 완성했다. 정 과장은 "오류를 해결하는 데 앞서 익혔던 XBRL 기본 개념이 도움됐다"고 설명했다. 강원랜드를 XBRL 공시 3개 분기 연속 자체작성으로 이끈 회계팀 백승용 차장, 장경택·채지연 과장은 2023년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총 4차례 교육에 참석했다. 자체 작성한 파일이 금감원 요구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는 게 특히 고충이었다. 하지만 감사인의 도움이 컸다. 채 과장은 "감사보고서 구조를 XBRL 표준 형태에 맞추기 위해 수정을 제안했을 때 적극 검토하고, 작성 시간을 고려해 감사보고서 발행일을 앞당겨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업종 특성상 회계 계정과 주석 택사노미 선정이 어려워 처음 2023년 사업보고서 때만 회계법인을 쓰다가 올해 들어 자체작성으로 변경했다. 언젠가는 자체작성 능력을 갖춰야한단 판단에 방향을 틀었다. 그 길이 녹록진 않았다. 특히 자산유동화채무, 우발부채, 약정사항 주석에 대한 택사노미 선정과 구조화가 어려웠다. 회계팀 이세영·이예경·권수정 대리는 4개 교육(총 30시간)을 수강하고 직접 금감원 담당자로부터 자문을 받아 수차례 교정 작업을 했다. 다만 이세영 대리는 "작업 파일을 클라우드나 공용드라이버가 아닌 개인 컴퓨터 로컬드라이브에서만 실행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XBRL 주석 재무공시에 있어 올해 2·4분기 보고서부터 자체작성을 했으나 감사보고서를 XBRL 형태로 변환하고 그 내용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김용찬 책임을 비롯한 강경민·남태원·최성원 사원 등 연결회계팀 직원들은 실무교육을 거치며 작성 요령을 터득했다. 김 책임은 "사내 정보기술(IT)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구축한 자동 검증 체계로 소요 시간을 대폭 줄였다"고 설명했다. 김갑제 금감원 수석조사역은 "앞으로 상장사 의견을 지속 수렴해 XBRL 작성기를 사용자 친화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4-10-03 18:04:16[파이낸셜뉴스] 시험 점수를 올리기 위해 대개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하지만, 때론 공부 잘 하는 동급생에게 배우는 게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그 친구는 같은 학생의 입장에서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을 앞서 극복한 만큼 엇비슷한 눈높이에서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국제표준 전산언어(XBRL)’ 공시 작성도 마찬가지다. 교육과 채점은 금융감독원 몫이지만 같은 시험을 보는 기업들 사례를 참고하는 게 체계를 빠르게 잡아갈 수 있는 길일 수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3일 올해 2·4분기 보고서를 자체 작성한 5개 기업 공시 담당자들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회계법인 등의 외부 컨설팅 없이 홀로 XBRL 작성법을 배우고 익혀 100점을 받은 곳들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고비만 넘으면 된다”고 조언했다. ■ “결국 내가 할 줄 알아야 한다”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 회계팀은 백승호 책임을 중심으로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4분기와 2·4분기 보고서까지 3개 분기 연속 자체작성으로 XBRL 재무공시를 완료했다. 백 책임이 처음부터 자체작성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은 ‘최종 점검자는 기업’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백 책임은 “결국 해당 수치가 맞는지는 생산자인 기업이 확인해야 하고, 추가 변경이 있을 때마다 회계법인에 요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담당자가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도 첫 시작 땐 막막했다고 회상했다. 행과 열에 어떤 항목이 와야 하는지부터 감이 안 잡혔다. 실컷 표를 작성해놓고 삭제했다 다시 만든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방향성이 맞는지도 확신하기 힘들었다. 신규생성을 해야 하는 표도 상당해 시간도 꽤 걸렸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XBRL 실무교육을 더 찾아듣고, 금융감독원에 자주 문의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행·열에 들어가야 할 항목이 눈에 띄고 택사노미상 어디에 부합하는지도 알게 됐다. 백 책임은 어느 시스템이든 시행착오는 있기 마련이라며 “DART가 처음 도입됐을 때도 이런 과정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누구나 다룰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향후 택사노미가 더 많아진다면 XBRL 취지인 비교 분석 효과도 더 커질 것”이라고 짚었다. ■ “부딪혀야 는다” 포스코퓨처엠 재무회계그룹 정우재 과장, 김승현 사원 역시 3개 분기 연속 자체작성을 마쳤다. 금감원에서 이틀(14시간)에 걸쳐 마련한 주석 작성 실습 및 현장 코칭만 듣고 이뤄낸 결과다. 비슷한 강의를 여러 차례 듣기보다 직접 해보면서 깨닫는 게 많았다. 담당 본부장은 시도도 하지 않고 외부에 의지하지 말자며 전폭 지원했다. 물론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다. 둘은 지난해 9월부터 시중에서 XBRL 서적까지 구매해 기본적인 개념부터 알아갔다. 이후 실무 차원에서 기업 재무제표에 보다 부합하는 택사노미 표준 계정, XBRL이 지향하는 표의 구조 등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2개월 만에 초기 양식을 완성했다. 하지만 공시 1주일 전 최종 재무제표 기반으로 XBRL 작성을 했으나 예외 사항, 표준계정 ID 간 충돌 등으로 인해 수십 번 검증과 수정을 해야 했다. 정 과장은 “숫자가 틀리면 그 후폭풍을 알기 때문에 더 오기를 가지고 작업했다”며 “오류를 해결하는 데 앞서 익혔던 XBRL 기본 개념이나 사상 도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 과장은 “현재 주석 번호 입력 시 각 주석마다 제목에 번호를 입력하고 있는데, 순서대로 자동으로 번호가 매겨지면 편리할 것”이라며 “연결, 별도 간 주석 복사기능에 주석 내 각각의 ‘상자’만 선택해 복사할 수 있는 방법이 추가되면 좋을 듯하다”고 짚었다. ■ “팀 내 역할 명확히 해야” 강원랜드를 XBRL 공시 3개 분기 연속 자체작성으로 이끈 주역은 회계팀 백승용 차장, 장경택 과장, 채지연 과장이다. 본사가 강원도 정선군에 있음에도 2023년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총 4차례 교육에 참석했다. 처음부터 회계법인 손을 빌리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역시 복잡한 택사노미와 구조를 파악하는 일부터 순탄치 않았다. 채 과장은 “기존 회계업무와 달리 데이터 표준화와 구조화가 요구됐다”며 “자체 작성한 파일이 금감원 요구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게 특히 고충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 담당자와 직접 소통하며 구조화뿐 아니라 개념을 익히게 됐고 문제는 하나씩 풀렸다. 특히 강원랜드 감사인의 도움이 컸다. 채 과장은 “감사보고서 구조를 XBRL 표준 형태에 맞추기 위해 수정을 제안했을 때 적극 검토하고 작성 시간을 고려해 감사보고서 발행일을 앞당겨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업무분장을 강조했다. XBRL은 한번 작성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고, 이후 지속적인 고도화와 작성기 업데이트를 반영한 수정 작업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채 과장은 작성기에서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 △연결과 별도 작업 파일 분리(현재는 동시작업 불가) △프로그램 저장 속도 등 개선 △주석에서 세부 오류 메시지 팝업 기능 추가 등을 꼽았다. ■ “누구든 자체작성 가능” 아시아나항공은 처음 2023년 사업보고서 때만 회계법인을 쓰다가 올해 들어 자체작성으로 변경했다. 업종 특성상 회계 계정과 주석 표준 택사노미 선정에 어려움이 있어 초기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문 용역을 체결했으나, 언젠가는 자체작성 능력을 갖춰야한단 생각에 다음 분기부터 방향을 틀었다. 그 길이 녹록진 않았다. 특히 자산유동화채무, 우발부채, 약정사항 주석에 대한 택사노미 선정과 구조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회계팀 이세영·이예경·권수정 대리는 총 30시간에 해당하는 4개 교육을 수강하고 직접 금감원 담당자로부터 자문을 받아 수차례 교정 작업을 했다. 이세영 대리는 “자문 용역엔 비용이 따르고 매번 공시 때마다 의지할 수는 없다”며 “금감원 교육, 자문 등을 적극 활용하면 모든 상장회사가 무리 없이 XBRL 공시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작업 파일을 클라우드나 공용드라이버가 아닌 개인 컴퓨터 로컬드라이브에서만 실행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며 “작성기 업데이트 시 DART 게시판에 그 내용이 고지되긴 하지만 자체 팝업으로 안내되면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 “IT부서와 협업” LG에너지솔루션은 XBRL 주석 재무공시에 있어 올해 2·4분기 보고서부터 자체작성을 했으나 감사보고서를 XBRL 형태로 변환하고 그 내용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앞서 2개 분기는 회계법인 자문을 받았으나 김용찬 책임을 비롯한 강경민·남태원·최성원 사원 등 연결회계팀 직원들은 실무교육과 앞선 공시 경험을 거치며 작성 요령을 터득했다. 김 책임은 “감사보고서 내용을 XBRL로 옮기고 그 내용을 검증하는 과정이 가장 길고 어려웠다”며 “금감원 교육뿐 아니라 사내 정보기술(IT)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구축한 자동 검증 체계로 소요 시간을 대폭 줄였다”고 짚었다. 김갑제 금감원 기업공시국 수석조사역은 “해외 감독당국도 기업 재무공시 작성 비용 부담 등을 인지하고 있어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며 “금감원 역시 상장사 의견을 지속 수렴해 XBRL 작성기를 더욱 사용자 친화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4-09-25 20:1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