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삼성그룹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준법감시위원회 이찬희 위원장은 26일 삼성의 한국경제인협회 회부 납부 여부에 대해 "한경협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히 끊을 인적 쇄신이 됐는지 근본적 의문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서울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감위 정례회의 참석 전 취재진과 만나 "정경유착을 근본적으로 끊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4대그룹 중 현대차, SK는 한경협에 회비를 납부하기로 한 반면 삼성과 LG는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한경협이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특별위원장을 지낸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을 회장 직무대행에 앉힌 사례를 거론하며 비판했다. 한경협이 거물 정치인 출신 김 전 직무대행을 임시 수장으로 임명했을 뿐 아니라 직무대행에서 물러난 뒤에도 상근고문직을 맡기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 위원장은 "아직도 정치인 출신, 그것도 최고 권력자와 가깝다고 평가받고 있는 분이 경제단체의 회장 직무대행을 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상할 뿐 아니라, 임기 후에도 계속 남아 (한경협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경협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의지가 있는 지에 근본적인 회의를 갖고 있다"고 했다. 삼성의 회비 납부 전제조건으로 김 전 직무대행의 용퇴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저희가 (회부 납부를 위한) 여러 의견들을 이미 제시를 했었고, 한경협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한다"면서 "한경협이 앞으로 국민과 기업을 위한 단체로 활동하기에 충분한 여건을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경협의 특정한 자리가 정경유착의 전리품이 돼서는 안 된다. 이번 만이 예외가 아니라 여야를 바꾸더라도 항상 그런 자리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한 번의 원칙이 무너지는 예외를 두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 원칙을 다시 회복하려면 불가능하거나 많은 시간과 노동이 필요하다"며 "그래서 삼성 준감위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회비 납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준감위는 철저하게 중립성을 보장받으며 활동해왔다. 삼성이 준법경영을 철저하게 정착시키겠다는 의지 표현"이라며 "삼성과 (회비 납부에 대해) 아무런 의사 교환이 없고, 준감위에서 독립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24-08-26 14:39:41[파이낸셜뉴스] 국가정보원은 26일 북한이 최근 공개한 250대의 탄도미사일 이동식 발사대(TEL)의 발사 범위와 관련해 "(최전방에 배치됐을 경우) 충청권 정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야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이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지난 5일 북한이 CRBM이라는 신형근거리탄도미사일 발사판 250대를 언론에 공개했다"며 "김정은이 언제든 남한으로 공격하기 위한 태세를 갖춘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정원은 "250여대가 일단 언론에 공개됐기에 그 정도 발사대를 갖추고 있다고 보더라도, 미사일을 수급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통해 러시아로 무기를 지원해주는 데 미사일이나 무기 생산 체계를 가동하고 있기에, 그 정도로 조달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대 전력화 원인 등을 두고는 여야가 이견을 보였다. 야당측 박 의원은 "(국정원이) 어떤 방어 태세를 갖춰야 하는 지에 대해 새로운 부담이 생겼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전하며 "대러·대북 외교 정책의 실패가 곧 미사일로 돌아온 것 아니냐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여당측 이 의원은 "미사일 개발은 이미 문재인 정부 또는 그 이전부터 김정은 체제에 들어와 체계적으로 준비된 결과를 정치적 상황에 따라 내놓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정원은 최근 압록상 인근에서 발생한 수해 상황에 대해선 "인적·물적 피해는 평안북도에서 상당히 많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적 물적 피해가 많은 곳은 자강도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은 "김정은이 간부들을 이끌고 평안북도에 간다든가 평안북도의 1만명 넘는 주민들을 평양에 불러 위로하는 등 체제 관리 행동을 하고 있지만, 실제 피해가 많이 발생한 자강도에 일절 언급과 외부적 노출이 없다. 이 부분이 상당히 특이한 점"이라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북한 군사시설이 (자강도에) 밀집해 노출 우려 때문에 거론하지 않고 김정은도 행보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1급 간부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와 관련해서도 여야 의견이 엇갈렸다. 이 의원은 "공정하게 인사했다"며 "각자 능력에 맞는 적재적소 배치하는 인사를 했고, 징계성이 반영된 형태의 인사는 일절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평가했다. 반면 박 의원은 "수 십 년 동안 활동해온 고위급 능력 있는 전·현직 직원들 대해서 교육 징계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야당은) 인사에 불이익과 직권남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국정원은 최고위급 간부가 대북 특수 공작금을 횡령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며 "정무직에 대한 감찰은 매우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하고 있지 않지만 횡령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최근 한 언론사와 국정원 직원 사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주고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일체의 주장에 대해 알아보고 필요한 조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4-08-26 14:11:19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첫술도 뜨기 전에 전국적인 확산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이 정책 목표인 '저출생 해결'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며 정부가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개입해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무범위 모호함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각 가정과의 불화 등으로 인해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불법체류자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9일 전문가들은 이번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아직 시작 단계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우선 이들은 이미 시작된 사업인 만큼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분쟁이 생길 경우 우선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고용한 업체에 맡기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영미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서비스지부장은 "시범사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오히려 드러내놓고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한 달에 한 번씩 업체, 정부 그리고 가사서비스센터, 협회 등 중립적인 기관이 모니터링을 실시해 '업무가 과도하진 않은지, 계약서에 명시된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업무의 비중이 본연의 정책 취지와 다른 아이 영어교육에 집중돼 있지 않은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사업이 시작하기 전 분쟁해결 절차를 확실하게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분쟁 사례를 수집하고 협의체에서 논의해 FAQ로 만들면 각 가정에서도 문제점을 인식하기 쉬울 것"이라고 했다. 이번 시범사업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양남주 대구대학교 교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전국적으로는 확산하긴 어렵고 오직 서울에서 강남 중심의 고소득층들만 가능한 사업"이라며 "신청자가 몰린 것도 필리핀의 영어 사용 때문으로 보이는데 '과연 정부가 유아 영어교육을 목적으로 이런 사업을 하는 게 우선순위인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시범사업 중 각 가정과의 불화로 인해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 연구위원은 "한국의 비싼 물가, 거주비 때문에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20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아 교통비, 생활비에 지출하면 50만~60만원 남을 텐데 고향 친구 중에 한국에 제조업 고용허가제로 들어와서 300만원 이상씩 받는 걸 보면 불법체류로 빠질 수 있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다"고 우려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2024-08-19 18:27:23[파이낸셜뉴스] 지난 대선 당시 허위 인터뷰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의 첫 재판에서 재판부가 검찰이 공소사실을 명확하게 기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31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를 받는 김씨와 신 전 위원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같은 혐의로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부는 공소장 일본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법관이 피고인에 대한 예단이나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공소장에 범죄행위만 기재해야 한다는 형사재판의 원칙이다. 재판부는 "전체적인 느낌을 보면 명예훼손 사건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에 대한 공소사실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기재한 데 대해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공소장에 경위 사실과 간접 정황이 너무 많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김씨의 범행 동기나 의도를 입증하기 위해 충분히 설시돼야 하는 내용으로 판단했다"며 "추후 검토해 표현을 더 명쾌하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씨 등 피고인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부인하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김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신 전 위원장에게 보도해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한다"며 "신 전 위원장이 취재해서 보도한 것으로, 오히려 피고인은 그런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고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고, 그 밖의 많은 사실들이 반영돼 있어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다"고 했다. 신 전 위원장 측 변호인도 "검찰의 기소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쌓아올린 모래성에 불과하다"며 "피고인은 뉴스타파 전문위원이긴 하지만 보도에 관여한 바가 없고, 1억6500만원은 '혼맥지도' 연구에 대한 대가로 사적인 거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쟁점 정리를 위해 다음 달 23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허위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를 뉴스타파를 통해 보도해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해당 인터뷰는 허위로,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보도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대선에 개입할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인터뷰 이후 김씨가 신 전 위원장에게 책값 명목으로 1억6500만원을 건넸는데, 검찰은 이를 허위 인터뷰 대가로 보고 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07-31 18:01:00인구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부총리급 인구부가 탄생할 전망이다. 반면 구체적 정책과 사업은 여전히 각 부처에서 맡는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에 저출생수석이 신설된다. 인구부가 출범하면 현재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체제와 비교해 무엇이 달라지나. 첫째, 정책조정 기능이 저고위에서 인구부로 이관된다. 조정기능의 책임자가 대통령에서 부총리급으로 격하되는 셈이다. 그간 저고위의 조정기능이 미흡했다면 그 이유는 대통령실의 낮은 관심 탓이다. 저출생수석이 신설되면 나아질 것이다. 따라서 수석만 신설한다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현재의 저고위가 인구부보다는 정책조정 역량이 높지 않을까 한다. 둘째, 저출생 관련 예산의 배분·조정권이 현재의 기획재정부로부터 인구부로 이관된다. 두 부처의 관계는 연구개발 예산에서 유추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예산 초안을 만들어 대통령이 의장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하면 기재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예산편성에 반영토록 하고 있다. 결국 인구부가 검토할 저출생 예산의 범위, 기재부의 수정가능 조건 등이 관건이다. 그러나 예산의 배분·조정에서 인구부가 과기부만큼의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먼저 저출생 예산은 연구개발 예산에 비해 그 범위가 모호하다. 교육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은 사업의 대부분이 저출생과 관련되어 있다. 또한 기재부는 타 부처의 전문성 우위를 과학기술 분야에선 인정할 수 있으나 인구 분야에선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구부가 효과 낮은 예산을 걸러 내는 역할을 한다면 의미가 있다. 그러나 사업 효과 분석은 연구를 필요로 한다. 이렇게 보면 저출생 예산의 배분·조정권을 인구부로 이관하는 것보다는 저고위의 인구 관련 연구기능을 강화하고 이를 기재부의 예산편성과 연계하는 것이 예산의 총괄 관점에서 낫다고 본다. 셋째,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인구계획)의 수립 주체가 바뀐다. 지금은 복지부가 초안을 작성해 저고위 및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후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확정한다. 앞으로는 인구부가 복지부 역할을 대신한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고위는 인구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구위기대응위원회로 바뀐다. 그 결과 지금은 계획수립 주체(복지부)와 심의자(저고위)가 분리되어 있지만 앞으론 인구부가 중심이 되어 계획을 수립하고 심의하게 된다. 계획수립 기관은 계획의 성과를 좋게 포장할 유인이 있다. 더구나 인구부는 예산배분에도 관여하게 된다. 지금의 저고위에 비해 인구부는 인구계획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다. 넷째, 인구부가 출범하면 장관이 국무위원으로서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도 저고위 부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부위원장을 국무위원으로 임명하면 더 확실하다. 다섯째, 저출산 관련 법의 소관이 복지부에서 인구부로 바뀌게 된다. 현재 저고위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이므로 법률을 소관할 수 없다. 그러나 부위원장을 국무위원으로 임명하면 가능하다고 사료된다. 저고위가 사실상 법률을 소관토록 운영할 수도 있다. 1998년의 기획예산위원회도 당시 재정경제부를 통해 실질적 소관 법률안을 통과시키곤 했다. 여섯째, 저고위 부위원장은 비상임이나 인구부 장관은 상임이다. 앞으로 대통령 직속 위원회도 상임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인구부 신설이 최선의 개편안인지 의문이다. 현재의 저고위 부위원장을 상임화하면서 대통령실 수석을 신설하고, 관련 법률과 계획의 주관을 저고위로 바꾸면서 인구 관련 연구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된다. 인구부를 만들려면 여성부 등 타 부처의 집행기능을 끌어오는 것이 맞다. 총괄조정 기능만 수행하는 기구로는 저고위가 정답이다. 저고위를 존치하고 기능을 강화하자.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24-07-10 18:36:09[파이낸셜뉴스] 지난 1일 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9명을 숨지게 한 교통사고의 원인을 놓고 갈수록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와 감속페달(브레이크) 등을 비롯한 다른 증거를 종합해 결론을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가해자가 브레이크를 밟은 증거가 나오지 않은 만큼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시청역 사고 현장에서 스키드마크는 발견되지 않았다. 스키드마크는 최대 감속도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정지할 때 도로 표면에 생기는 현상으로, 마찰력에 의해 타이어가 녹아서 남은 자국이다. 스키드마크는 급발진을 뒷받침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스키드마크가 없었다고 해서 급발진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스키드마크는 제동이 걸렸다는 증거인 만큼 오히려 가해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스키드마크 여부만으로 급발진 인지 여부는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경일 교통 전문 변호사(법무법인 엘앤엘)는 "스키드마크는 브레이크가 작동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았음에도 차가 멈추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반면 "제조사는 스키드마크가 없다는 것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 수 없는 증거"라고 했다. 반면 브레이크 등을 비롯한 다른 증거들과 종합할 때 사고기록장치(EDR)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EDR을 분석해 운전자가 액셀을 강하게 밟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변호사는 "EDR을 깰 수 있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법원은 EDR을 가지고 판단한다"며 "차량이 멈출 때를 제외하면 브레이크 등이 들어오지 않았고, 블랙박스에서도 관련 진술이 없었다면 차에 오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도 EDR이 잘못됐다고 인정된 케이스가 없다"며 "블랙박스나 CCTV 영상의 프레임 수나 차선 길이 등을 분석해 나온 속도와 EDR을 비교했을 때 차이가 크지 않다면 EDR을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각에서 EDR 오류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오류라면 기록 자체가 되지 않는다. 기록이 반대로 저장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운전자 차모(68)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피의자를 조사한 경찰에 따르면 차씨는"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급발진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수집한 증거의 정밀분석을 의뢰했다. 감식 대상은 가해 차량의 자동차용 영상 EDR과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 호텔과 주변 상가 폐쇄회로(CC)TV 영상 6점 등이다. 전문가들은 급발진 사고는 원인 규명이 쉽지 않은 만큼 종합적인 판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소방청, 경찰, 국과수 모두 EDR 등 차량 조사를 한다. 이후 제조사에 차량을 넘긴다"며 "복수의 기관에서 종합적으로 원인을 분석해 결과를 발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개인 재산인 차량에 대해서는 운전자가 원치 않을 경우 제조사에 차량을 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4-07-04 18:35:22[파이낸셜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는 동안 두 나라가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결제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에 미국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는 윌리엄 뉴컴 전 미국 재무부 분석관이 보낸 e메일을 인용해 북한과 러시아의 새 결제 체계 구축이 과거 실패로 귀결된 양국의 노력과 닮았으며 미 재무부가 이 체계를 지원하는 은행들에 2차(세컨더리) 제재를 가한다면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7일 북한 노동신문에 보낸 기고문에서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과 상호 결제 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 조치를 공동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알렉산드로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는 지난달 러 매체 ‘스푸트니크’와의 인터뷰에서 “양국이 루블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뉴컴 전 분석관은 “과거 수 년 동안 두 나라가 송금 가능한 루블화를 결제 방식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북한과 러시아가 “숨기고 싶은 거래에 대해 물물교환을 하듯 ‘장부 거래’를 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거래는 “다른 나라가 어떤 방식으로든 개입하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면서 사실상 ‘구조적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단순한 거래도 달러를 대체하기 쉽지 않으며 중국과 이란 등이 호응을 할지도 지켜봐야 할 내용이라고 밝혔다. VOA는 북한과 러시아가 이미 지난 2010년대에 러시아 루블화를 무역 거래에 사용하기 위한 협의를 마쳤으나 결제를 위한 환경이 마련되지 않고 다른 국가들의 동조를 이끌어내지 못해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법률 자문으로 활동했던 대북제재 전문가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러시아와 북한이 적어도 지난 10여년 동안 루블화와 위안화 기반 결제 체계 구축에 대해 논의해 왔으나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으며 유엔 제재를 위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스탠튼은 “미국 재무부가 이 체계를 지원하는 은행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를 가할 경우 또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스 벡톨 엔젤로주립대 교수도 북러 간 새 결제 체계 구축이 이번에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두 나라의 결제 방식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물물 교환’이 될 것이라며 “현재 북한과 러시아는 무기를 거래하며 유류와 식량, 군사장비, 기술 지원 등의 형태로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 북한 항구로 이동하는 러시아 유조선을 막을 수 없는 것을 예로 들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또 두 나라의 무기 기술 부문 협력이 “러시아의 과학, 기술자가 직접 항공기를 타고 러시아에서 평양 순안 공항으로 향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이같은 것을 저지하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06-19 13:53:16[파이낸셜뉴스] '신림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윤종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4-3부(임종효·박혜선·오영상 부장판사)는 12일 성폭력처벌법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윤종에게 이같은 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반성문에 반성하는 것처럼 보이는 내용이 있지만, 건강 등 불편을 호소하는 것으로 유가족과 피해자에 최소한의 죄책감이 있는지 의문을 잠재울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이 구형한 사형 선고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생명 자체를 박탈해 사회에서 영구 격리하자는 검사의 주장에도 수긍할 만한 면이 있다"면서도 "우리 국가는 신체의 자유 및 재산, 사람의 생명이라는 헌법적 가치 보호를 근본적 목적으로 하는 만큼 사형은 최후의 수단이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또 "무기징역은 20년 경과 후 가석방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지만, 중대범죄를 저지르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피고인에게는 가석방을 엄격히 제한해 무기징역의 목적을 달성하는 결정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 관악산생태공원 인근 등산로에서 피해자를 성폭행하기 위해 철제 너클을 낀 채 무차별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이틀 뒤 사망했다. 최씨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옷으로 피해자 입을 막았을 뿐"이라며 살해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최씨에게도 1심과 마찬가지로 2심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2024-06-12 16:25:46[파이낸셜뉴스]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39)에 대한 직장 갑질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그가 운영하는 보듬컴퍼니가 지난 2월부터 폐업 절차를 밟은 정황이 드러났다. 연이은 폭로에 강형욱을 향한 비난 여론이 쇄도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침묵하는 강형욱을 두고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초고가 반려견 교육 등으로 매출 급상승…연 매출 50억 코앞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듬컴퍼니는 반려견 교육 및 관련 용품 판매를 목적으로 2014년 설립됐다. 본사는 경기 남양주시로 강형욱이 지분 100%를 가졌다. 한국 반려견 문화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개통령(개+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은 강형욱의 회사답게 보듬컴퍼니는 최근 3년간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고속 성장했다. 회사 매출액은 2021년 38억2000만원에서 지난해 48억7000만원으로 연평균 12.9% 늘었다. 회사는 강형욱의 반려견 교육 서비스를 선보이며 빠르게 성장했다. 최근까지 599만원짜리 '365일 마스터플랜 풀패키지', 399만원짜리 '365일 VVIP 풀패키지' 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회사의 지난해 교육 서비스 매출은 전체 매출의 86.6%를 차지했다. 또 같은 기간 부채는 점점 줄어 재무제표로만 보면 경영 실적은 좋아지는 상황이었다. 회사 중고 집기류 판매 정황…599만원 상품도 판매 종료 22일 파이낸셜뉴스 단독 보도에 따르면 보듬컴퍼니는 사무실 PC, 전화기를 수거하는 등 집기류를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한 중고 PC업체 블로그는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강형욱의 보듬컴퍼니가 전날인 21일 사무실 내 중고컴퓨터와 모니터 등을 모두 중고업체에 넘겼다고 전했다. 중고 PC업체 관계자는 블로그에 "한쪽으로 정리하시는 제품 모아두셔서 제품 파악에 한결 수월했다"며 "방문해 제품 수거 및 상차까지 완료했다. 모든 제품 전부 정상적으로 매장에 입고후 매입 진행해드렸다"고 적시했다. 최근 불거진 갑질 논란에 강씨가 폐업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추측에 대해서는 "이번 일과 상관없이 지난 2월 완료된 건"이라고 해명했다. 회사의 주력 상품이었던 반려견 교육 서비스도 추가 접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듬컴퍼니 홈페이지에는 "내부 사정으로 오는 2024년 6월 30일을 마지막으로 반려견 교육 서비스를 전면 종료하게 됐다"는 내용이 게시됐다. 해당 공지는 지난 1월 올라왔다. 지난달엔 5월부로 교육 파트 대표전화 연결이 종료된다는 공지도 올라왔다. "갑질에 폭언까지"…언론 제보·SNS·유튜브 폭로 '우후죽순' 현재 강형욱은 직원들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강형욱과 관련한 논란은 보듬컴퍼니 전 직원들이 온라인 구직 사이트에 자신의 경험담을 폭로하며 불거졌다. 지난달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후기에는 "여기(보듬컴퍼니) 퇴사하고 정신과에 계속 다님(공황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등)", "부부관계인 대표이사의 지속적인 가스라이팅, 인격 모독, 업무 외 요구사항 등으로 정신이 피폐해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어 JTBC 등을 통해 "사무실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고, 강형욱이 직원들의 근무를 감시했다"는 전 직원의 폭로가 나왔고, 강형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도 "쉬는 날 과한 심부름을 시키거나, 폭염과 폭설에 중노동을 지시하거나, 보호자 면전에서 모욕을 줬다"는 내용의 댓글도 달렸다. "폭언을 하고 때로는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했다"라는 주장까지 나온 상황이다. 잇따른 폭로들이 사실이라면 도덕적인 질타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연일 우후죽순 터지는 폭로들이 석연치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부분의 비난 여론 속 일부 네티즌들은 "강형욱 말도 들어봐야 맞을 것 같다", "공식입장이 나오기 전까지는 중립을 택하겠다", "약속이라도 한 듯 줄줄이 피해사례가 나오니 오히려 더 수상하다", "돈 잘 벌다가 2월부터 폐업 준비? 남 모르는 사정이 있는 건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강형욱은 2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23일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강형욱이 고정 출연 중인 KBS 2TV '개는 훌륭하다' 측은 당분간 결방을 결정했다. 강형욱은 지난 주말에 이어 이번 주말 강원도 정선에서 진행되는 반려견 동반 행사 '댕댕 트레킹'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논란 이후 불참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5-23 10:02:25[파이낸셜뉴스] 국민연금 개혁안과 관련해 시민대표단이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선택한 것을 두고 재투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민대표단이 학습한 내용에 핵심 정보들이 빠졌다는 것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 등이 참여하는 연금연구회는 24일 입장문을 통해 "공론화위의 활동 과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 후에, 보다 광범위하고 치우치지 않은 새로운 논의의 장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22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는 최종 설문에 참여한 492명의 시민대표단 가운데 과반수인 56.0%가 '더 내고 더 받는 안'(보험료율 13%로 인상·소득대체율 50%로 상향)을 선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42.6%는 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40%로 재정 안정에 중점을 둔 안을 선택했다. 현행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은 40%다. 연금연구회는 시민대표단이 숙의 과정에서 학습한 내용이 "편파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최종 선택된 소득보장안은 재정안정안에 비해 누적적자를 2700조원가량 증가시키는데 이 같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누적 적자 개념은 "2055년 기금 소진시점부터 2093년까지 매년 발생할 적자를 합계해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나오는 수치"인데, 전문가들 사이에 이를 사용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연금연구회는 "국가가 부담할 수 있는 국민연금 재정 적자에 관한 내용도 빠져, 기금 고갈 이후 국가채무 비율이 2070년 기준으로 GDP(국내총생산)의 192.6%에 달할 것이라는 국회예산정책처의 발표 내용도 시민대표단에 제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민대표단에게 제공된 학습자료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연금연구회는 "시민대표단에게 제공한 학습 내용을 모두 공개함으로써, 제공된 자료의 형평성과 공정성, 자료 오류 여부를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검증할 수 있게 조치하라"고 공론화위에 촉구했다. 아울러 "연금개혁의 목적은 기금소진 시점 6~7년 연장이 아니며, 70만~100만 명이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연금을 20만명(또는 이하)이 태어나는 현세대와 미래 출생 세대가 어떻게 감당하느냐의 문제가 제도 개혁의 핵심이어야 한다"며 "수십 년 후 미래를 설계하는 작업이 단지 4차례의 TV 토론과 3차례의 매우 작은 규모의 표본집단 투표에 의해 결정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24-04-24 16: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