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반의 반 정도로 줄어든 것 같아요." 핼러윈 데이인 31일 오후 8시 45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술집 앞에서 만난 유모씨(23)는 2년 전 참사가 발생하기 전과 비교하면 이태원이 한산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2년 전 159명이 도로에서 숨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세계음식거리의 술집과 클럽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안전을 위한 펜스가 길 한복판에 쳐졌고, 경찰과 소방, 구청 직원들이 곳곳에서 순찰을 도는 모습이 보였다. 인터뷰에 응한 시민들은 이태원참사를 잊지 않고 있었고, 놀다가 다쳤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해 '일찍 귀가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구청 직원들 인파관리이날 이태원역에서부터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근무를 섰다. 오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 20~21명이 30분~1시간마다 교대로 역 곳곳에서 인파 관리를 했다. 직원 A씨는 "서울교통공사 본사 및 영업사업소 직원들이 본 근무를 6시에 끝내고 추가로 이태원역에서 지원 근무를 선다"며 "통계상 오후 8시 현재까지 지난주 목요일보다 사람이 적다"고 말했다. 세계음식문화거리도 참사 이전과 비교하면 한산했다. 분장을 한 사람은 열명 중 한명꼴로 매우 적게 보였다. 행인들의 말소리가 뚜렷이 들릴 정도로 음악 소리도 작았다. 평소 핼러윈 데이라면 발을 밟히지 않고 지나가기 힘든 클럽 거리도 사람이 모이긴 했으나 비좁게 밀집하지 않았다. 그나마도 잠시 들렀다가 이동하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오후 8시30분에 만난 박모씨(27)는 "방금 식사 겸 술을 먹고 왔고 이제 사진만 찍고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려 한다"며 "참사가 있어서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민호씨(32)는 "핼러윈인 줄 잊고 있다가 우연히 다른 지인과 놀기로 한 게 시간이 맞아서 이태원에 왔다"며 "홍대나 강남보다는 연령층이 다양해서 이곳으로 놀러왔지만 엄숙한 느낌이다. 분위기를 봐서 일찍 10시에 귀가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놀러온 사람들도 추모 분위기참사가 일어났던 골목은 참사 직후처럼 꽃다발과 소주가 가득 놓였다. 이날만큼은 안내판 앞에 한참을 서서 메모지에 씌어 있는 추모의 메시지를 읽어 보는 시민들도 있었다. 다만 2년 전과 달리 추모 안내판이 세워지고 주변이 정돈돼 있었다. 인천에서 온 김태준씨(21)는 "2년 전 군대에서 사고 소식을 접했다"며 "전혀 예상치 못한 사고였고 갑자기 겪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까지 올라온 김에 사고 현장은 어땠는지 궁금해서 잠깐 들렀다"며 "잠깐만 있다가 홍대로 갈 예정이다. 주변 친구들도 이태원보다 주로 홍대를 찾는 것 같다"고 했다. 장혜준씨(26)는 사고 당시 외국에 있었고 이후 이곳 골목이 깨끗하게 치워져 있어 사고난 곳인지 몰랐다고 했다. 그는 "그때 이태원에 놀러와 있던 친구 한명은 골목 위쪽에 있어서 살고 친구의 친구는 죽었다고 들었다"며 "간발의 차로 사람 유명을 달리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2024-10-31 21:48:19행정안전부 이한경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10월 31일 핼러윈데이를 맞아 인파 밀집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4개 지역을 방문해 안전관리 상황을 점검했다. 이번 점검은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논의된 '핼러윈 등 다중운집 인파 안전관리 대책'에 따라 이뤄졌다. 행안부 현장상황관리관이 관계기관과 함께 상황관리를 하는 12개 지역이 대상이다. 서울 8곳(이태원·홍대·성수동·건대 등), 부산 1곳(서면), 대구 1곳(동성로), 대전 1곳(중앙로) 등이다. 이 본부장은 각 지역 현장상황실에서 안전관리 대책을 보고받고, 비탈길·골목길·계단 등 보행 위험구역을 점검했다. 특히 지난해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은 안전요원을 추가 배치하고 CCTV 통합관제센터와 협력체계를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2024-10-31 18:09:57[파이낸셜뉴스] 서울경찰이 핼러윈데이를 맞아 홍대·이태원·강남역 등에서 안전 관리에 나선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김봉식 청장)은 오는 25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는 핼러윈 기간 중 인파 밀집이 예상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안전관리지원활동을 한다. 앞서 서울시에서는 핼러윈 기간 서울 시내 인파 주요밀집 예상지역 15개소를 선정했으며, 서울경찰청도 선정된 지역 중심으로 서울시 지자체 등과 협업해 안전관리에 소흘함이 없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가오는 주말에 총 3012명의 경찰관(자서 1234명, 기동대 740명, 기동 순찰대 306명 등)이 홍대·이태원·강남역 등에 배치된다. 배치된 경찰관들은 지자체 직원들과 합동으로 근무할 예정이다. 한편 주최자 없는 지역축제에 대해서 지자체장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안전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재난안전법이 개정됐다. 이에 서울시 및 각 자치구에서 이번 핼러원 데이에 대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했다. 서울경찰청도 이번 핼러원 데이 안전사고예방을 위해 인파밀집요인·도로폭·경사도 등을 고려해 고밀집 위험 골목길 25개소를 선정했다. 경찰은 이를 중심으로 안전관리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서울경찰청 및 마포·용산·강남 등 주요 경찰서는 핼러윈 기간 중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말에는 비상근무를 실시한다. 인파운집 상황에 따라서 비상근무 기간 및 범위를 조정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핼러윈 기간 중 인파 밀집 장소를 방문하는 시민 여러분들은 주변 지역의 교통통제시간, 보행자 일방통행로 등을 미리 확인하기 바란다"며 "인파 밀집 시 경찰의 질서유지 안내와 통제에 적극 협조해 안전한 핼러윈 데이가 되기를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2024-10-24 12:32:32[파이낸셜뉴스] 서울 용산구가 핼러윈데이(10월 31일)를 앞두고 이태원 일대에 4000여명을 투입해 인파사고를 예방한다. 용산구는 21일 핼러윈데이 대비 안전관리대책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앞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올해 3월 개정돼 개최자가 불분명하지만 다중 참여가 예상되는 지역 축제가 개최되면 관할 지자체장이 안전관리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번 핼러윈 축제는 용산구가 법 개정 후 대책을 세운 첫 사례다. 목요일인 핼러윈데이는 물론 앞뒤 주말에도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구는 10월 25일부터 11월 3일까지 10일 간 안전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중점관리 구역으로는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퀴논길 일대가 지정됐다. 해방촌과 경리단길도 안전을 관리한다. 유관기관 합동 현장상황실은 녹사평역 광장에 설치된다. 용산구청 재난안전상황실, 방범용 폐쇄회로(CC)TV 통합관제센터와 연계해 실시간 집중 관제와 상황관리를 한다. 원활한 인파 관리를 위해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와 퀴논길 주요 지점에 용산구 720명, 경찰 2964명, 소방 168명, 서울교통공사 304명 등 총 4156명의 안전관리 근무자를 배치한다. 이태원역 하차 인원을 기준으로 ▲1단계 ‘주의’ ▲2단계 ‘경계’ ▲3단계 ‘심각’ 등 단계별 혼잡도에 따라 인파관리를 실시한다. ‘주의’ 단계에서는 자유로운 통행이 가능하지만, ‘경계’ 단계가 되면 세계음식문화거리와 퀴논길 일대에 되면 인파 유입을 통제하고 입구와 출구를 분리 운영한다. ‘심각’ 단계에서는 인파 유입을 차단하고 대로변으로 이동을 유도한다. ‘경계’ 단계에서는 차로를 통제해 보행자 통행로를 만들고, 긴급·비상 차량 전용차로를 확보한다. 용산구는 사전에 위험 요소에 대한 점검을 벌여 불법 노점상과 노상 적치물, 옥외광고물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 불법 주정차와 옥외 영업행위도 철저히 관리할 예정이다. 박희영 구청장은 “유관기관과 함께 마련한 안전관리계획을 바탕으로 안전한 핼러윈데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현장에 있는 안전요원의 지시에 적극 따라 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10-21 13:22:07[파이낸셜뉴스] 이태원 참사 보고서 삭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공용전자기록등손상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부장에게 징역 1년 6개월, 김진호 전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경정)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관의 정보 수집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정(정보처리규정)에 따라 상부에 이미 보고돼 목적이 달성된 정보를 파기했을 뿐이라는 박 전 부장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공안녕 대응 예방을 위해 작성된 것은 핼러윈데이를 무사히 마치기 전까지 목적이 달성됐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발생으로 대규모 사상이 벌어졌고 재발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이 사건 정보보고서 목적은 여전히 달성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고서 작성자가 직접 삭제하거나 승낙받아 삭제했으므로 정당한 처분이라는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용산서 정보관이 보고서를 삭제해야 하는지 상당한 의문을 제기했으나 상급자의 지시에 의해 삭제했다고 봤다. 아울러 △용산서 정보과 직원들이 자신의 형사 징계 증거를 삭제했으므로 증거인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 △상급자의 지시에 따른 직무집행이므로 위법하지 않다는 주장 또한 물리쳤다. 재판부는 "경찰 조직 일원으로서 적극 수사에 참여·협조할 책임이 있으나 정반대로 정보기능은 파일을 삭제하도록 하거나 공무 중에 사용하는 전자기록을 임의 파기해 징계사건의 증거를 인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삭제 보고서가 4건에 불과하며, 결국 수사기관에 의해 확보돼 실제 국가에 입힌 피해는 크지 않은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또 박 전 부장에 대해 "(장기간 근무하면서) 경찰이 어떤 국민적 지탄을 받으며 어떤 개혁적 과정을 거쳤는지 생생히 보고도 내부 지시를 은폐해 경찰의 투명한 정보활동을 저해하고 경찰에 대한 국민신뢰를 잃었다"며 "엄중한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체로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실체적 진실을 적극적으로 숨기기 위해 범행한 것은 아니란 점을 인정했으며, 성실히 수사와 재판에 임해온 점을 고려해 보석을 취소하지 않았다. 김 전 과장에 대해선 박 전 부장의 지시 외에 보고서를 삭제하려는 고유의 범행동기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곽 경위에게 용산서에서 작성된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 및 경찰청과 서울청 특별첩보요구(SRI) 보고서 3건 등 총 4건을 삭제·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SRI보고서는 경찰청과 서울청 등 상급 기관이 특정 사안이나 이슈를 놓고 현장 분위기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하급 기관에 지시해 제출받는 보고서다. 삭제된 보고서에는 핼러윈 기간 대규모 인파에 따른 사고 위험성과 불법행위 우려 등이 담겨 경찰의 사고 위험성 예견 및 대응 미흡 여부를 판단할 근거로 지목된다. 박 전 부장은 이태원 사고 직후 서울 시내 31개 정보과장이 들어가 있는 단체대화방에서 관련 보고서 등 목적이 달성된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했으며, 김 전 과장이 이 지시를 용산서 정보관들에게 전달했다. 지시받은 대로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곽모 용산서 정보관(경위)은 이날 선고가 유예됐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2024-02-14 14:00:39[파이낸셜뉴스] 159명의 희생자를 낳은 '이태원 참사'를 앞둔 주말,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는 다시 많은 사람이 모였다. 대만 핼러윈을 즐기러 온 사람보다는 추모객들이 많이 보였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은 '풍선효과'로 인파가 몰렸다. 이들은 핼러윈 분장을 하고 거리를 누볐고 호박, 귀신 분장을 한 마네킹 등으로 꾸민 가게도 많았다. ▶관련기사 5면 추모가 먼저였던 '이태원'지난 28일 이태원역 1번출구 인근 골목길에 조성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는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핼러윈 소품으로 장식한 가게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예년이면 사람들로 붐볐던 해밀톤호텔 뒤편 라운지바는 텅텅 비어 있었다. 식당 직원 이모씨(30)는 "놀러 온 사람보다 경찰과 구청 직원이 더 많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태원에 가지 말자는 얘기도 있었다고 들었다"고 토로했다.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참사 관련 기념품과 핼러윈 분장의 하나인 타투 스티커를 추모 시민들에게 붙여줬다. 대학생 이모씨는 "참사에 대해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무작정 이태원을 피해서 상권이 죽는 것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추모는 참사 1년이 되는 29일에도 이어졌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등은 이날 오후 2시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4대 종교 기도회를 시작으로 추모식 사전 행사가 진행됐다. 풍선처럼 부푼 '홍대'홍대는 이태원과 대조를 보였다. 지난 28일 금요일 저녁, '클럽거리'로 불리는 홍대 인근 삼거리는 클럽 음악 소리로 가득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핼러윈 데이 기간 평소보다 매출이 1.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번주에도 꽤 매출이 늘어서 평소보다 재료 등을 더 준비해 매출을 최대한 높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지자체 공무원들의 긴장감은 높아졌다. 안전에 대비해 다음달 1일 새벽 3시까지 마포구청 600명, 경찰 1750명, 소방 300명, 민간 200명 등 총 2850명, 하루 약 570명이 안전 점검에 투입된다. 클럽거리의 헌팅포차에서 근무하는 A씨는 "지난해 참사도 있었기 때문에 올해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경찰이 많이 와서 관리하고 있지 않냐"며 "영업하는 입장에서는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한다고 하니 다행이다"고 지적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3-10-29 10:52:47[파이낸셜뉴스] "보라색 리본과 팔찌, 스티커를 나눠드립니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앞에는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참사 기념품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바로 옆 참사 현장이었던 골목길 입구에 조성된 '기억과 안전의 길'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찾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반면 각종 분장으로 꾸민 사람들로 가득했던 예년의 이태원 분위기는 사라져 있었다. 골목 뒤 메인도로인 세계음식문화거리도 마찬가지였다. 핼러윈 소품으로 장식한 가게는 찾아보기 힘든 반면, 200m 가량에 걸쳐 경찰의 안전펜스가 설치된 거리에는 경찰과 용산구청 직원들이 곳곳에 배치돼 삼엄함이 느껴졌다. 이태원에서 가장 붐비는 공간 중 하나인 해밀턴호텔 뒤편에 모여 있는 라운지바들은 손님이 거의 없이 텅텅 비어 있었다. 추모공간이 조성된 골목은 일방통행을 이유로 통행이 통제되고 있었다. 추모객을 맞이하는 시민단체들은 "길을 막으면 추모를 못한다", "오히려 병목현상이 생긴다"며 경찰과 작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골목 진입 자체를 막던 경찰은 뒤늦게 "추모하는 분들은 자연스럽게 가시도록 하라"며 지침을 변경했다. 일부 상인들은 경찰과 지자체의 과잉 대응이 이태원 상권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외국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남성 A씨는 "어제 매출이 평일 수준에 못미쳤다. 평소 금요일에 비하면 5분의 1이 안된다"며 "추모와 진상규명은 당연히 해야 한다. 유족들과 상인은 같은 생각인데 경찰이 전쟁난 것처럼 바리케이트를 치면 누가 놀겠냐"고 지적했다. 각종 단속이 평소보다 심했다고도 설명했다. A씨는 "똑같이 음악을 틀었는데 소음 단속을 나와 계도를 하고 야외 홍보물이 조금 튀어나왔다고 뭐라고 한다"며 "안그래도 장사가 안되는데 시비를 거는 거 아닌지, 장사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국 식당 직원 이모씨(30)는 "어제는 놀러온 사람보다 경찰과 구청 직원이 더 많아서 놀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평소 주말보다 없을 줄은 몰랐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태원에 가지 말자는 얘기도 있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참사 유가족들을 지원하는 시민단체도 이태원 상권 회복이 추모와 배치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한희 시민대책회의 피해자권리위원회 위원은 "이태원이 오면 안 되는 장소가 되지 않기를 유가족과 생존자 모두 바라고 있다"며 "이태원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동시에 추모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런 이유에서 핼러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기념품을 준비했다고 박 위원은 전했다.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은 시민들에게 팔찌와 리본을 나눠주는 동시에 핼러윈 분장의 하나인 타투 스티커를 붙여줬다. 추모 공간에 조성된 벽 위쪽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에 나오는 메리골드 꽃길을 만들어놨다. 메리골드는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꽃말을 가진 꽃으로, 멕시코에서 조상을 기리는 명절에 고인을 가족 곁으로 안내하기 위해 메리골드로 집안을 장식하는 것처럼 꾸몄다고 박 위원은 설명했다. 다만 핼러윈을 복장을 한 일부 젊은이들은 일 년 전 참사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핼러윈 분위기로 꾸민 20대 여성 A씨는 "이태원에 오랜만에 왔다"며 "작년 참사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무관하게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 B씨 역시 "남자친구하고 밥먹으러 온 것뿐이다"라고 했다. 반면 이태원을 기피하는 분위기를 걱정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직장인 조모씨(30)는 "지인이 주변에서 카페를 해서 추모할 겸 방문했다"며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은 오기 꺼릴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여전히 즐기길 원하는 사람들도 있고 여기서 생계를 꾸리는 상인들도 있기 때문에 분위기가 바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씨는 "분향소를 들렀다가 저녁을 먹으려고 한다"며 "참사에 대해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무작정 이태원을 피해서 상권이 죽는 것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3-10-28 21:11:45[파이낸셜뉴스] 핼러윈 주간을 맞은 27일 금요일 저녁, '클럽거리'로 불리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인근 삼거리는 쿵쾅거리는 클럽 음악소리로 가득했다. 핼러윈을 즐기러 나온 20대 청년들은 클럽이 문을 열기 전 음악소리로 영업의 시작을 알린 헌팅포차 앞으로 몰려들었다. 바로 일 년 전 비극적인 인명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대신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 홍대 인근은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나온 경찰들도 거리 곳곳에서 2인 1조로 순찰을 돌고 있었다. 이면도로 곳곳에는 이동을 통제하기 위해 펜스가 설치됐다. 이날 클럽거리 인근 주점들은 핼러윈을 맞아 손님을 맞을 준비로 분주했다. 가게 전면을 호박, 귀신 분장을 한 마네킹 등으로 꾸민 가게는 물론 이제 막 단장을 시작하는 직원들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핼러윈 장식으로 꾸며놓은 주점 직원 황모씨(32)는 "클럽 거리가 바로 앞이어서 외국인을 비롯한 손님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오늘부터 주말 동안 홀 직원을 2명 늘려 8명이 근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다만 "지난해 사고도 있었기 때문에 외관만 꾸며 놓았고 직원들은 핼러윈 분장을 하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주변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핼러윈 기간 동안 평소 보다 매출이 1.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번주에도 꽤 매출이 늘어서 평소보다 재료 등을 더 준비해 매출을 최대한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삼거리의 한 음식점 직원 A씨 역시 "지난 주말은 시험 기간이어서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오늘부터 주말 동안은 인파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지자체도 이태원 대신 홍대로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해 가용자원을 총동원했다. 이날부터 오는 내달 1일 새벽 3시까지 마포구청 600명, 경찰 1750명, 소방 300명, 민간 200명 등 총 2850명, 하루 약 570명이 점검에 투입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태원 참사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경찰이 과잉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홍대 주차장거리에서 악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30대 남성 B씨는 "이태원은 구조적으로 경사진 좁은 골목이라는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계단만 정비했어도 생기지 않을 문제인데 올해는 극단적으로 유난스럽게 관리하겠다고 경찰이 몰려온 게 한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반면 인파 관리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의견도 있었다. 클럽거리의 헌팅포차에서 근무하는 C씨는 "작년에 사고도 있었기 때문에 올해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경찰이 많이 와서 관리하고 있지 않냐"며 "영업하는 입장에서는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한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인파 속에는 지난해 참사 당시 논란이 된 유사 경찰 복장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도 보였다. 프랑스에서 온 20대 남성 3명은 경찰 모습처럼 보이는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들은 "작년에 일어난 이태원 사고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경찰 모자로처럼 보이는 게 문제가 되는 줄 몰랐다"며 "단순히 재미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성순 서울 마포경찰서장은 이날 인파관리 도보순찰에 앞선 브리핑에서 "홍대관광특구에서 유사 경찰복장으로 입건된 사례는 현재까지 없다"며 "유사한 경찰복이 적발되면 처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는 과도한 축제 분위기를 자제했으면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주차장거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윤모씨는 "이태원 참사의 기억이 아직 남아 있는 만큼 1년 만에 핼러윈을 즐기러 나올지 의문"이라며 "매출을 생각하면 사람이 많이 나오는 게 좋겠지만 젊은이들이 조금 더 추모의 마음을 갖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핼러윈을 맞은 주말 홍대를 찾은 젊은이 중 상당수도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거나 언급을 꺼리는 모습이었다. 주점 앞에서 출입을 기다리던 20대 남성 D씨는 "주변에 살아서 홍대로 핼러윈을 즐기러 왔다"며 "(이태원) 사고를 염두에 두고 장소를 정하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이태원에는 갈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2호선 홍대입구역 앞에서 만난 여성 김모씨(23)는 "핼러윈이라서 나온 건 아니고 그냥 친구들과 놀기 위해 왔다"며 "사고 이후 무섭기도 하고 외국인을 별로 안좋아해서 이태원은 가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이날 마포구청, 마포경찰서, 마포소방서 등은 인파 집중에 대비해 합동 도보순찰을 진행했다. 서울시 실시간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 홍대관광특구는 유동인구 8만여명이 운집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평소 금요일 동일 시간대와 비슷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민관경은 인파가 가장 몰리는 시간대는 작년 기준 토요일 오후 8시로 보고 오늘부터 주말 운집을 집중 대비하고 있다. 임 서장은 "지난주부터 홍대로 인파가 몰린다는 보도가 있었고, 실제로 운집되리라 예상하고 경찰력을 배치해 관리하고 있다"며 "보통의 금요일 수준과 비슷한 인파 운집 상황에서 숫자가 늘어나도 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각 지역 공무원과 단체가 안전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순찰을 통해 보행통로가 확보되는지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바로 시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3-10-27 20:57:58정부가 이달 말 핼러윈 데이를 맞아 인파밀집이 예상됨에 따라 인파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10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6일간 인파밀집 위험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4개 지역(서울 이태원·홍대·명동, 대구 동성로)에 국장급 상황관리관을 파견해 관계기관과 합동 상황관리를 실시한다고 19일 밝혔다. 특히 인파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태원, 홍대 2곳에 대해서는 10월 26일부터 27일까지 2일간 행안부 주관의 사전점검을 실시해 인파관리 위험요소를 선제 조치할 예정이다. 사전점검에서는 보행 안전(골목길 협소도·경사도, 바닥 평탄성 등), 보행 방해요소(불법 건축물·주정차 등), 인파관리 대책(보행동선, 도로통제, 대중교통 증차·무정차 등) 등을 꼼꼼하게 점검한다. 한편 행안부는 이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이한경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주재로 이런 내용의 핼러윈 대비 인파관리 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이 본부장은 회의에서 남은기간동안 인파밀집이 예상되는 지역의 보행 위험요소를 점검할 것을 주문하면서, 좁거나 경사가 심한 골목이 있는지 세세하게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안전요원 배치 또는 일방통행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 지자체 부단체장을 중심으로 비상근무계획을 사전에 수립할 것을 요청하면서, 관계기관(지자체·소방·경찰 등) 간 유기적인 협조 체계를 구축해 신속한 상황공유와 현장조치(통제, 구조·구급 등)가 이뤄지도록 철저히 준비할 것을 당부했다. 이 본주장은 "이번 핼러윈 축제에는 이태원뿐만 아니라 전국 여러 곳에서 많은 인파가 참여할 수 있는 만큼, 관계기관과 17개 시도에서는 인파밀집에 대한 준비상황을 점검하여 미비한 부분을 즉시 보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2023-10-19 18:21:58[파이낸셜뉴스] 일본 도쿄 시부야구가 이태원 참사를 언급하며 올해 핼러윈 기간 방문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12일(현지시간) 일본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세베 겐 시부야구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핼러윈이 목적이라면 시부야에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간곡히 요청했다. 이어 "한국 이태원 사고와 같은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부연했다. 시부야구는 일본 도쿄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이자 핼러윈 명소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시부야구는 지난해 10월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를 언급하며 핼러윈 행사 장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일각에서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완화되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남에 따라 핼러윈 기간에 많은 사람이 찾아와 각종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시부야구가 나서 핼러윈 기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방문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시부야구는 핼러윈 기간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조례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7일 저녁부터 11월1일 새벽까지 시부야역 주변에서 음주가 금지된다. 또 시부야구는 핼러윈 당일인 다음 달 31일과 직전 토요일인 28일에 시부야역 인근 점포에 주류를 판매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경비원 약 100명을 배치해 만일에 있을 안전사고 예방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일본 경찰과 행정 당국은 지난해 핼러윈 당시에도 서울 이태원 압사 사고를 계기로 경비를 강화하기도 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3-09-13 06:4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