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표팀의 승리에 박수를 보냅니다." 1997년 11월 1일.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1998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일전에서 대한민국이 일본에 0대 2로 패한 뒤 전광판에 올라온 메시지였다. 이 경기 직전까지 5승1무로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이미 확보한 대한민국 대표팀과 달리 1승4무1패로 일본 대표팀은 탈락 직전에 놓인 상황이었다. 도쿄대첩의 여운이 여전했던 터라 뜨거운 관심이 쏠렸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은 예상과 달리 무기력하게 패했다. 하지만 이미 조 1위를 확정한 대한민국 대표팀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오히려 당시 경기를 관람했던 한 관중은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에 "월드컵 본선에 같이 가자"는 덕담까지 했다. 이러한 여유에 친일 논란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가위바위보도 져선 안 된다는 한일전에서, 그것도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월드컵 최종예선이었음에도 우리 국민들은 일본에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정브리핑에서 2008년 3600억달러(약 482조원)에 달하던 한일 수출 격차는 한일 관계가 정상화 궤도에 오른 2024년 상반기에 32억달러(약 4조원)로 좁혀지는 등 우리나라가 세계 수출 5대 강국의 자리를 바라보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섰고, K컬처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과 전방위적 산업 선진화로 지표나 체감으로도 대한민국의 위상은 과거와 확실히 달라졌다. 우리가 일본을 쫓아만 가는 현실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일본을 긴장하게 만든 지도 오래됐고, 때로는 그들이 우리를 경외하게 만들기도 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퇴임을 앞두고 곧 방한한다. 굳이 퇴임 직전 총리가 윤 대통령과의 마지막 정상회담에 적극 나선 것은 그만큼 개선된 한일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협력에 우위를 가질 만큼 우리는 여유를 가질 위치에 올랐다. 여유가 있을 때 관대해지는 법이다. 그렇기에 오늘날 무조건적인 반일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8년 10월 일본 국회 연설에서 "50년도 안 되는 (한일 간)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었다. hjkim01@fnnews.com
2024-09-04 18:20:42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소속 걸그룹 뉴진스 프로듀싱을 계속 맡도록 하는 '업무위임계약서'가 불합리하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30일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를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 측은 "지난 8월 27일 어도어 이사회는 민희진 전 대표가 ‘뉴진스의 프로듀싱 업무는 계속 맡는다’ 라고 언론에 밝혔다"며 "그러나 이는 민희진 전 대표 본인의 의사와 전혀 무관한 것으로 보도내용 일체에 동의한 바 없는 일방적 언론플레이"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8월 28일, 어도어 이사회 의장 김주영이 민희진 전 대표에게 ‘업무위임계약서’라는 제목의 계약서를 보내왔다"며 "언론을 통해 밝힌 프로듀싱 업무를 맡아달라고 제안을 하는 취지로 보기에는 그 내용이 일방적이고 불합리하여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고 꼬집었다. ■"2개월짜리 초단기 프로듀싱 계약" 세종 측에 따르면 업무위임계약서상에 기재된 계약 기간은 2024년 8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로 총 기간이 2개월 6일에 불과하다. 뉴진스는 지난 6월 일본 도쿄돔에서 팬미팅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2025년에는 월드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민희진 측은 "월드투어를 준비하는 아이돌 그룹 프로듀싱을 2개월 만에 완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놀랍다"며 "이것으로 하이브가 지명한 어도어 이사들은 핵심 업무에 대한 이해도 부족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희진 측은 또 "업무위임계약서에는 어도어의 일방적 의사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가득하다"며 "2개월여의 계약기간조차도 어도어(실질적으로는 하이브)의 마음대로 단축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계약서에는 어도어가 민희진 전 대표의 업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며 "어떠한 객관적인 근거나 기준에 대한 조항도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어도어의 경영 사정상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어도어의 필요에 따라 어도어의 대표이사가 판단한 경우까지도 계약의 즉시 해지 사유로 규정되어 있다. 이는 어도어(실질적으로는 하이브)가 언제든 마음대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언제, 어떤 이유로든 해당 업무에서 배제할 길을 열어둔 꼼수"라고 비난했다. "또한 대외 발표한 ‘경영과 프로듀싱’의 분리라는 명분과 달리, 프로듀서임에도 ‘경영실적 등이 현저히 저조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며 모순을 보이는 점, ‘지나치게 광범위한 규정 준수 사항을 강제’하거나 ‘계약기간이 2개월임에도 경업금지 기간은 그 6배’인 점 등, 불합리한 조항으로 가득하다"고 부연했다. 민희진 측은 "과연 하이브가 민희진 전 대표에게 뉴진스의 프로듀싱을 지속하여 맡기고 싶은 것인지 그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며 "이는 의도적으로 ‘프로듀서 계약 거절을 유인’하여 또다른 언론플레이를 위한 포석으로 삼고자 하는 행위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세종 측에 따르면 서명 기한은 오늘(30일)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8-30 09:32:06[파이낸셜뉴스] 모 일본 언론은 올해 줄어든 한국의 2024 파리 올림픽 선수단 규모를 거론하며 "침몰하는 한국을 상징한다"고 비난했다. 일본 '유칸후지'에 따르면 대표적인 극우 인사인 무로타니 카츠미는 28일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단 규모는 144명으로 지난 2020 도쿄 올림픽 당시 232명의 60% 수준”이라며 “한국에 파리 올림픽은 침한(침몰하는 한국)의 상징”이라고 비난했다. 일본 언론의 말대로 2020도쿄올림픽 때의 29개 종목 354명 선수단에 비하면 반도 안되지만, 한국 선수단이 지금까지 이뤄놓은 업적은 찬란 그 자체다. 하지만 올림픽이 반환점을 돌아간 8월 6일 현재 한국은 전체 6위를 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일본을 제치고 더 상위의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일본과 전체 메달개수는 동일하지만, 금메달과 은메달 개수가 더 많다. 양에서도 질에서도 현재까지는 대한민국이 우위라는 의미다. 이번 올림픽은 한국 올림픽사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한국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기록들이 상당 부분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쓰여 지고 있다. 서울올림픽때도 못했던 양궁 전종목 석권이 나왔다. 역대 최초의 단체전 10연패가 나왔고, 대한민국 역대 최초로 3관왕이 2명(임시현, 김우진)이나 나왔다. 한국 남자 펜싱 사상 최초로 2관왕(오상욱)도 나왔다. 4.9mm의 기적으로 유명한 김우진의 마지막 슛오프는 역대 양궁 역사에 길이 기록될 명승부다. 사격에서는 역대 올림픽 최고(금3,은3)기록이 나왔고, 펜싱에서는 사브르 단체전 3연패가 나왔다. 유도에서는 역대 최다 메달(5개)가 나왔다. 역대 최초의 메달도 많이 나왔다. 조영재의 속사권총, 임애지의 여자 복싱은 한국 역대 최초의 메달이다. 메달 수도 2020 도쿄 대회 전체 메달 수(금 6개, 은 4개, 동 10개로 20개)를 이미 넘어섰고, 2016년 리우 대회 전체 메달 수(금 9개, 은 3개, 동 9개로 21개)와 동률을 이뤘다. 이 수치라면 런던 대회 금메달(13개)과 전체 메달 수(31개)에 버금가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새 얼굴들이 많이 나왔다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단순히 이번 올림픽이 끝이 아니다. 유도 메달리스트 허미미, 이준환, 김민종, 김하윤은 모두 20대 초반이다. 배드민턴의 안세영도 23세에 불과하다. 사격의 반효진은 이제 고2이고, 오혜진(19), 양지인(21)도 앞으로 16년은 거뜬하다. 펜싱도 전하영, 최세빈, 전은혜 등이 나왔고, 남자는 김정환 등의 공백을 박상원, 도경동 등 새 얼굴들이 잘 메워줬다. 양궁은 세대교체 같은 것은 걱정할 필요조차 없다. 누가 나와도 역사를 쓸 수 있는 강력한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다. 셔틀콕의 여왕 안세영도 이제 겨우 23세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가 우수한 것은 목표했던 곳에서 대부분 메달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양궁, 배드민턴, 사격, 펜싱 등에서 모두 세계랭킹 1위들이 모두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태권도가 남아있다. 태권도는 마지막 남은 금 밭이다. 4인의 태권 전사들은 최소 금메달 1개 이상을 가져오겠다고 벼르고 있다.프랑스 파리는 태권도가 처음 정식종목 채택이 결정 된 유서 깊은 장소다. 그리고 태권도가 열리는 그랑팔레는 한국 펜싱 사브르의 역사를 창출한 곳이며, 프랑스의 정체성을 가장 강하게 머금은 멋진 경기장으로 꼽힌다. 여기에 브레이킹 김홍열, 여자 골프 고진영, 높이뛰기 우상혁, 역도 박혜정 등도 다크호스로서 예상 밖의 성과를 노리겠다고 벼르고 있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다. 현재까지 성과는 눈이 부시다 못해 찬란할 지경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최종 메달 개수에서 아래에 있을 수는 있다. 분명히 일본은 도쿄 올림픽을 통해 세계적인 스포츠강국으로 발돋움했다. 그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스포츠 저변도 한국보다 훨씬 낫다. 특히, 구기 종목의 발전은 상당한 수준이다. 대한민국 스포츠인들이 반성해야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메달 개수를 떠나서 “한국이 스포츠 약소국”이 되었다는 일본의 조롱은 틀렸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넘치는 투지와 실력으로 이를 증명했고, 또 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08-06 07:35:03[파이낸셜뉴스]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일본 선수들이 소셜미디어(SNS)상에서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 선수들이 피해를 호소하거나 사과하는 사태로 비화하면서 일본올림픽위원회(JOC)는 비방을 멈춰달라고 호소하며 지나친 내용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3일 요미우리신문과 산케이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빠와 함께 올림픽 동반 2연패에 도전했던 아베 우타가 지난달 28일 유도 여자 52㎏급 16강전에서 패배한 뒤 오열하자 SNS에는 "꼴불견"이라거나 "일본의 수치"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아베는 디요라 켈디요로바(우즈베키스탄)에게 한판패를 당했다. 국제대회 연승 행진을 달리던 아베가 2019년 11월 오사카 그랜드슬램 이후 무려 4년 8개월 만에 당한 개인전 패배로 한판패는 2016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아베는 패배가 믿기지 않는 듯 힘겹게 몸을 일으켰고 얼마 못 가 매트 가장자리에서 오열하기 시작했다. 코치의 부축으로 겨우 매트를 빠져나온 뒤에도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코치를 붙잡고 절규했다. 아베는 이런 행동에 대한 비판을 받고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심한 모습을 보여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육상 경보 선수 야나이 아야네도 일본육상연맹이 혼합단체 경기에 전념하기 위해 야나이가 개인 종목에 출전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뒤 "제멋대로다"라고 비난받았다. 그러자 야나이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많은 사람의 심한 말에 상처받았다"며 "이런 일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일본 선수단을 총괄하는 일본올림픽위원회(JOC)는 지난 1일 긴급 성명을 내고 "선수들이 분별없는 비방, 중상, 비판 등에 마음 아파하고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일이 있다"면서 "모욕, 협박 등 지나친 댓글에 대해서 법적조치를 하겠다"라고 선언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08-03 10:23:15[파이낸셜뉴스] 아직도 IOC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니면 고의이거나. 개회식에서 한국을 북한으로 소개한 것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공식 사과문을 작성하고 전화로 사과한 IOC가 이번에는 태권도를 유도라고 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최근 공식 SNS 계정에 태권도 관련 영상을 올리면서 '유도'로 소개해 또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태권도 영상 아래에 '#Judo'로 확실하게 잘못 표기를 하고 있다. 태권도와 유도를 헷갈린 것이다. 파리 올림픽 개회식부터 장내 아나운서가 '대한민국'을 '북한'으로 소개해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28일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오상욱의 소식을 전하면서 대회 조직위가 '오상욱'의 영문 이름을 '오상구'로 오기하기도 했다. 또한 프랑스 언론이 한국과 일본의 국기를 합쳐서 한국 국기를 제작했고, 메달 집계 차트에서는 한국 순위를 소개하면서 태극기가 아닌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기를 잘못 써 빈축을 샀다. 특히 호주에서 가장 대표적인 뉴스로 손꼽히는 '9NEWS'에서 파리 올림픽 종합 순위를 소개하며 한국 태극기를 중국 오성홍기로 표기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전 세계 곳곳에서 파리 올림픽에 관한 보도를 하며 대한민국에 대한 잘못된 표기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비난과 분노만 할 것이 아니라 정당한 항의를 통해 올바르게 시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07-31 16:12:11[파이낸셜뉴스]【베이징=이석우 특파원】중국과 대만 사이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친미 성향의 민진당의 대만 차기 정부가 20일 출범한다. 취임식을 앞두고 라이칭더 차기 총통의 취임 연설에 어떤 내용이 담길 지 중국, 미국 등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으로 4년 동안의 국정 기조를 담을 취임 연설에는 중국과 대만간 양안 관계의 방향을 가늠하는 내용도 담기기 때문이다. 라이칭더 정부의 입장에 따라서는 양안 관계가 출렁이고, 당장 중미 관계 악''화와 한국과 일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만 해협의 안정을 흔들수 있는 까닭이다. 19일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라이칭더 차기 총통은 일단 양안 간 현상 유지를 다짐하고 새 정부가 안정된 현상이 침식되지 않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선언할 방침이다. 현상 유지에 방점을 두면서 중국을 자극하는 것을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임 차이잉원 정부의 정책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자세이다. 이 경우, 양안 관계는 계속 긴장과 '불통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라이칭더, 대등한 지위에서 언제든 중국과 대화 용의 차이이원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그는 “대만 정부는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 존중을 전제로 언제든지 중국 당국과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민진당 정부는 '중국과 대만은 하나'라는 입장을 부인해 왔다. 차이 총통은 지난 2021년 대만 건국기념일(쌍십절) 행사에서 자유민주적 헌정 체제, 대만·중국 서로 종속 불가 , 주권 침해·합병 불가, 대만 국민 뜻에 따른 대만 미래 결정 등의 4개 견지론을 주장한 바 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고, 중국과 대만은 별개의 국가라고 주장해 온 대만과 공식 대화를 피하면서, 대만의 제1야당이자 국회 다수당인 국민당과 대화 통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7일 대만 입법원(국회)에서는 제1야당이면서 다수당인 친중적인 국민당 주도의 쟁점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 입법의원(국회의원)들간의 난투극을 방불케 하는 집단 몸싸움이 벌어졌다. 쟁점 법안의 내용이 국회의원과 국회의 정부에 대한 견제권 강화를 골자로 하는 '5대 국회 개혁안'을 담았다. 출범도 않은 민진당 새 정부의 험로를 예상케 한다. 대만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민진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법안의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연단으로 올라가 점거를 시도했고, 이를 저지하는 국민당 의원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며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주먹질과 발길질이 오갔다. 또 일부는 연단에서 떨어지거나 넘어지기도 했다. 다쳐서 병원으로 실려 간 의원들은 민진당 5명, 국민당 1명 등 총 6명에 달했다. 국회 주변에서는 여야 지지자들이 모여 법안 통과와 거부를 촉구하는 대규모 찬반 시위도 벌였다. 주리룬 국민당 주석, "민진당은 불법 정당, 라이칭더는 총통 취임 말라"고 강공 국민당 출신의 한궈위 입법원장(국회의장)은 산회를 선포하고 오는 21일 국회에서 표결 절차를 재논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라이칭더 차기 총통은 여야 충돌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상을 입은 의원들과 당원들에게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면서 국회와 야당을 향해 "헌법을 준수해 합리적인 논의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주리룬 국민당 주석은 민진당을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정당"이라고 비난하면서 라이 당선인을 향해 "총통에도 취임하지 말라"라고까지 요구했다. 여당인 민진당은 "국회 개혁이란 명목으로 권력 남용 소지가 있는 이 법안을 강압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헌법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2024-05-19 14:58:23[파이낸셜뉴스] 일본 정부가 독도를 방문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두고 “영토와 영해, 영공을 단호하게 지켜낸다는 결의와 함께 의연하게 대응한다”고 밝혔다. 지지통신과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13일 일본 정부 대변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조 대표의 독도 방문과 관련해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볼 때도, 국제법상으로도 분명히 일본의 고유 영토”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일본 외무성도 조 대표의 독도 방문에 대해 나마즈 히로유키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주일한국대사관 김장현 정무공사를 상대로 “사전에 중지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다”고 비난했다. 이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매우 유감이다”며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조 대표는 이날 독도를 찾아 윤석열정부의 대일외교를 굴종 외교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조 대표는 “일본에 경고한다. 영유권 주장을 멈추고 사과하라”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문제 삼았다. 조 대표는 “라인 경영권이 일본 기업으로 넘어가면, 디지털 갑진국치(甲辰國恥)로 불릴 것”이라고 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5-14 06:35:51[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도 우리나라에서 진료·수술 등 의료행위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소말리아 의대생들의 사진과 함께 정부를 비난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임 회장은 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소말리아 20년만의 의대 졸업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리며 “커밍 순(coming soon)”이라고 썼다. 해당 기사는 2019년 10월 19일 한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다. 다만 기사 속 사진은 2008년 12월 AP통신이 발행한 것이다. 당시 이 사진을 인용한 외신들은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도시 중 한 곳인 소말리아의 모가디슈에서 의대생 20명이 졸업장을 들고 있다”며 “이날 졸업식은 총탄으로 손상된 소말리아 한 호텔의 바리케이드 안에서 열렸다”고 했다. 임 회장의 글은 후진국 의사들도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등 정부 대책을 비난한 것으로 풀이됐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교육받지 못해 실력이 보장되지 않는 의사들이 국내로 들어올 수도 있다는 취지라는 주장이다. 해당 게시물에 댓글을 남긴 이들은 대부분 임 회장의 뜻에 동의했다. 다만 인종차별 가능성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임 회장은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고, “수없이 많은 후진국 의사 수입이 아니라 후생노동성 장관 하나만 일본에서 수입해 오는 게 낫겠다”는 글을 올렸다. 한편 복지부는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도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한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전날부터 이달 20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다만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의 질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적절한 진료역량을 갖춘 경우에만 승인한다는 방침이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5-10 06:39:48[파이낸셜뉴스] 일본 야구 스타 오타니 쇼헤이의 취재를 위해 한국을 찾은 일본 유명 아나운서가 자국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금연 구역에서 재차 흡연하다 적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일본인 A씨는 최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일본 언론인이 야구장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바로 경비원에게 혼났다"고 적었다. A씨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프로야구(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를 관람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를 목격했다고 한다. A씨는 또 "조금 전 노상 흡연으로 혼났는데도 다른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한국에 뭐 하러 온 건가. 주의 주지 않는 스태프도 문제"라면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LA 다저스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한 한 남성이 흡연하는 모습이 담겼다. 담배를 피운 남성은 일본의 유명 아나운서인 미야네 세이지(60)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미야네의 행동에 대해 "부끄럽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미야네는 방송을 통해 사과했다. 지난 21일 일본 요미우리TV 한 방송에서 미야네는 방송 초반 "먼저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어제 한국에서 방송할 기회가 있었는데, 금연 구역이었으나 전자담배를 피웠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주변 분들, 많은 분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렸다. 죄송하다"며 "앞으로 초심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하겠다.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린다. 대단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3-25 19:17:36오는 4·10 총선을 앞두고 해외발(發) '외풍(外風)' 개입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체 확인은 어렵지만, 그동안 각종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특정 국가가 상대국 국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불순한 시도를 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지난해 말 캐나다에선 중국에 비판적인 특정 정치인 등을 비방하는 가짜·허위뉴스가 유포돼 현지 여론이 들썩인 적이 있다. 이처럼 타 국가 선거에 개입하려는 목적 중 하나는 자국에 유리한 안보 정세를 형성하거나 적대적 관계에 있는 상대 국가들의 외교적 틈을 벌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한다. 특히 미중 패권 다툼이 심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와 안보를 둘러싼 우호세력 간 충돌이 잦아지는 상황에서 만일 불순한 외부세력들의 국내 선거 개입이 현실화된다면 우리의 정체성까지 흔들릴 수 있는 최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앞으로 3회에 걸쳐 국내 총선에 영향을 미칠 외부 변수를 짚어보고 효율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은밀한 정보 작전이 한국 선거에 위협이 될 수 있다."(미국 헤리티지재단) "중국의 한국 선거 개입은 이미 진행 중이다."(케리 거샤넥 대만 국립정치대 방문교수) "한국 언론사로 위장한 중국 사이트가 38개에 달한다. 친중, 반미 내용이 대부분이다."(한국 국가정보원) 4·10 총선이 다가오면서 해외 세력 개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러시아 등이 세계 주요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에서 국내 총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캐나다 선거와 올해 대만 선거에, 러시아는 유럽연합(EU)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대비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내에 중국의 '위장 언론사'가 운영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헤리티지재단 "중국의 총선 개입" 경고 25일 국내외 언론에 따르면 4·10 총선에 대한 해외 조직의 개입에 대한 우려는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다. 구체적인 증거보다는 정황상의 주장일 수 있지만 미리 대비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은 중국이 한국 총선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동북아시아 전문연구원은 지난 2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은밀한 정보 작전은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뿐만 아니라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이익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반드시 막아야 하며 미국은 지원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링너에 따르면 중국 정부와 국영 언론들은 외국 매체들과 제휴해 친중국적인 내용을 선전하려 했으나 한계를 느낀 후 대신 은밀한 작전을 강화해왔다. 중국이 거짓 정보를 퍼뜨려 현지 주류 언론들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정치적 갈등을 고조시켜 왔으며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를 유도했다는 게 클링너의 주장이다. 클링너는 "중국은 그동안 미국과 대만을 주목표로 삼았으나 미국의 우방과 동맹국들에 대한 공세도 늘려왔다"면서 "특히 2022년 보수 성향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한미일 3개국 안보 공조를 강화시키자 한국을 분열시키려는 중국은 더 다급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의도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는 여론과 정부정책·선거결과가 중국에 유리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며 미국이 한국과 더 긴밀히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 방법으로는 정부뿐만 아니라 양국의 IT기업들이 공동으로 중국발 악성 내용들을 저지할 것도 제안했다. 클링너는 "중국이 한국의 여론과 정책을 유리하게 조장하기 위해 거짓정보를 확산시키고 공자학원과 비밀 경찰서를 이미 동원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한국의 보수와 진영 간 갈등, 반미와 반일 감정 증폭,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진행 중?" 국내 위장 언론사 운영 중국에 유리한 여론 형성을 위해 국내에서 이미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우려도 잇따랐다. 캐나다 토론토대 디지털감시단체인 시티즌랩은 지난 2월 "중국에서 운영되는 최소 123개 웹사이트 네트워크가 유럽, 아시아 등 30개 국가에서 현지 뉴스처럼 위장하여 상업용 보도자료와 함께 중국을 옹호하기 위한 정보와 허위조작 정보 등 가짜뉴스, 비난 등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네트워크의 하나인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하이마이 등의 경우, 한국에서 18개의 위장 언론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1월 국내 언론사로 위장한 중국의 정체불명 웹사이트 업체가 친중·반미 여론 조작 기사를 확산시켜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의 언론홍보업체를 가장한 기관들이 국내 언론사로 위장한 뉴스 사이트 38개를 개설해 미국을 비난하고 중국에 유리한 내용의 콘텐츠를 국내에 유포, 확산시켜 왔다는 것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중국 언론홍보업체 하이마이와 하이준은 언론사명 및 도메인을 한국 내 지방 언론사와 유사하게 제작해 위장해 왔다. 국내 언론사 기사를 무단 게재하면서 한국 디지털뉴스협회 회원사인 것처럼 사칭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대만·캐나다 등에도 개입 가능성 제기 대만은 올해 초 진행한 '2024 대만 정부 총통 및 입법위원 선거'와 관련해 대만 당국이 중국의 선거개입 의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단기 체류로 선거를 보도하려는 중국 본토 출신 기자에 대해 보도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그 영향으로 중국 여권을 소유한 언론인은 대만 단기 방문 및 선거에 대한 관찰은 가능했지만 관련 보도는 할 수 없었다. 이에 앞서 대만 국가안전국(NSB)은 중국이 대만 여론조사기관에 자금을 지원, 총통선거에 개입하려 한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중국의 선거개입 의혹은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캐나다 언론 글로벌뉴스는 지난 2022년 토론토 중국 총영사관이 중국 공산당을 대행하는 단체에 자금을 제공해 중국에 유리한 캐나다 보수당과 자유당 후보 11명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보안정보서비스국(CSIS)에 따르면 중국이 일부 의원들의 사무소까지 침투해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중국의 이익에 상반이 되는 캐나다 정치인들에 대한 공세를 늘렸다. CSIS는 지난해 3월에는 중국의 총선 개입과 관련, 캐나다 국가 안보에 '최대의 전략적 위협'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또 5월에는 자국 정치인 사찰을 이유로 중국 외교관을 추방한 바 있다. 호주도 중국의 선거 개입이 정치 쟁점이 돼 왔다. 안보정보원(ASIO)은 지난 2017년 호주 정치인들에게 "중국계 기업인들로부터 정치기부금을 받지 말라"며 "중국 공산당이 호주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미국도 中 정치개입 우려 중국의 정치 개입은 미국에서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CNN은 에이브릴 헤인즈 미국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지난 12일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중국 공산당이 틱톡을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틱톡의 공작을 감지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레이를 비롯한 미국 관리들은 중국 정부가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에 압력을 넣어 알고리즘을 미국 유권자들을 겨냥하는 효과적인 무기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레이 국장은 "미국 국민들은 자신들의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을 중국 정부가 통제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전날 DNI는 연례위협평가 보고서를 내고 중국 정부 선전기관이 운영하는 틱톡 계정이 지난 2022년 미국 중간선거 기간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들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틱톡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하겠다고 밝혔으나 미국 내 인기가 많은 데다 선거가 열리는 올해 상하 양원에서 통과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03-25 18:37:24